한·미 정상 팩트시트 공개··· 양국 정상, ‘전략통상·안보 대전환’ 선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전례 없는 규모의 전략산업·안보 패키지를 공식화했다. 이대통령은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한미 팩트시트 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백악관도 13일(현지시간) 공동 팩트시트 전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양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232조 관세 재조정 △반도체·의약품·자원 분야 우대 조치 △방위·핵잠·우주 협력 확대 등 전방위 협력을 담은 ‘신(新) 전략통상·안보체제’를 가동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 역사상 최초의 경주 국빈 방문이며, 미국 대통령의 2번째 한국 국빈 방문을 한국이 수용한 첫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재집권과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양국이 전략동맹 재정립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美, 232조 관세 15%로 조정 양국은 지난 7월 발표된 ‘한·미 전략통상·투자협정(KSTI)’을 재확인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미국 승인 한국 투자 1500억 달러(조선·에너지·AI 등), 추가 전략투자 MOU 2000억 달러(반도체·정밀소재·자원 확보 등) 등이다.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KORUS 또는 최혜국(MFN) 중 높은 관세 또는 15%의 고정 관세 적용을 명시했다. 또한 한국산 △자동차·부품 △목재·목재가공품 등에 부과되던 232조 관세는 15%로 인하된다. 의약품·반도체 장비 등 국가 전략물자 관련 추가 관세는 한국에 최소 동등하거나 더 우호적인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은 제14257호 행정명령 기반의 일부 추가 관세(항공기·제네릭 의약품 소재·희소자원 등)를 철회한다. △ 외환시장 안정 장치 신설··· “연간 200억달러 이상 조달 의무 없다” 대규모 투자로 인해 외환시장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양국은 한국의 연간 달러 조달 한도를 200억 달러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한국은 가능하면 시장 매수 외 방식으로 투자 재원을 조성해 원화 변동성을 최소화하기로 했으며, 시장 불안 조짐이 있을 경우 미국이 조달 시점·규모 조정 요청을 적극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 민간 협력 확대··· 대한항공, 보잉기 103대(360억 달러) 구매 양국 정상은 민간 투자와 통상 협력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의 보잉 103대(360억 달러) 구매,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1500억 달러, 서울에서 매년 개최되는 ‘바이 아메리카 인 서울(Buy America in Seoul)’ 박람회 등이다. 이 박람회에서는 미국 중소기업(SME) 제품의 한국 수출을 직접 지원한다. △ 자동차·농식품·디지털·IP… 비관세장벽 해소 양국은 올해 말까지 ‘상호 무역 확대 계획’을 KORUS 공동위에서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미국산 자동차 5만대 무제한 수입 허용, 배출가스 인증 절차 단순화 △미국산 농식품 승인 절차 간소화 및 미국 원예류(U.S. Desk) 전담 창구 개설 △디지털 서비스 규제에서 미국 기업 차별 금지, 데이터 국경 간 이전 보장 △한국의 경쟁당국 절차 공정성 강화(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한국의 특허법조약(PLT) 가입 추진 △양국의 강제노동 근절·환경보호 규범 강화 합의 등이다. 특히 네트워크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에서 “미국 기업 차별 금지”가 명시돼 ICT·콘텐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 국방·핵잠·우주·AI··· 안보동맹 ‘최대치’ 강화 안보 분야에서는 기존 확장억제 체계를 크게 강화하는 조치가 담겼다. △미국의 핵포함 전력 기반 확장억제 지속 △한국의 국방비 GDP 3.5% 조기 달성 계획 공유 △2030년까지 美 무기 250억 달러 구매 △주한미군(USFK) 지원 330억 달러 계획 △한·미 핵잠수함(SSN) 협력 승인, 연료 조달 협력 포함 △한·미 우주·사이버·군사용 AI 협력 확대 등이다. 한국이 핵잠 기술 협력까지 공식 명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 北 문제·대중 전략·해양질서 등 외교 공조 양국은 △2018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 △북한 비핵화 외교 재가동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등을 재확인했다. 또한 대만해협 평화·독도·남중국해 국제질서 유지,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 등 국제법 준수를 강조했다. △ 조선·원전·핵연료까지··· “양국 공급망 전면 재편” 양국은 조선·핵연료·원자력 산업을 묶어 새로운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은 “한국의 美 조선소 투자·현대화·MRO 협력 적극 환영”하며 필요 시 미 해군·상선 일부를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 가능성 명시 △미국은 한국의 민수용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프로세스 지지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SSN) 건조 승인 등이다. 이는 한국 조선·원전·방산 산업에 대규모 수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 “한·미동맹, 무역·산업·안보 세 축 동시에 재편” 이번 공동팩트시트는 양국간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투자·관세·금융·디지털·국방·조선·원전을 모두 담은 이례적으로 포괄적 협정이다. 한·미 양국이 산업 공급망과 안보체계를 동시에 재정렬하는 ‘신 동맹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셈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미국, 232년 역사 ‘1센트 동전’ 생산 종료··· 제조비가 액면의 4배로
미국이 232년간 유지해온 1센트(페니) 동전의 제조를 공식 중단했다. 제조 비용이 액면가를 크게 웃도는 구조가 고착된 데다, 전자결제 확산으로 실수요도 급감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미국 조폐국은 12일(현지시간) “마지막 1센트 동전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1센트 제조·유통 비용은 최근 3.69센트로 액면의 약 4배, 10년 전과 비교해 2.6배 증가했다. 조폐국은 이번 생산 종료로 연간 약 5600만달러(약 800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 트럼프 “2센트 넘게 들면 낭비”··· 2월 폐지 지시가 이번 결정으로 이어져 1센트 폐지 움직임은 올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지시로 본격화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1센트 제조에 2센트 이상 드는 것은 국가 예산 낭비”라고 지적하며 재무부에 제조 중단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니 하나씩이라도 낭비를 없애겠다”고 강조했고,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 효율화청(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도 제작 비용 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조폐국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만 3억1720만 장의 1센트가 생산돼 전체 미국 동전 생산의 54%를 차지했다. 그러나 제조비 증가 탓에 연간 8500만달러(약 131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계산된다. 1센트 동전은 1793년 미국 최초의 공식 주화로 시작해 232년간 사용돼 왔다. 당시엔 비스킷·사탕 등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 구매력이 높았으나, 물가 상승과 결제 수단 변화로 효용이 급격히 떨어졌다. △ 현금 사용 급감··· “1센트 폐지” 여론도 우세 1센트 종료의 배경에는 전자결제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피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일상 구매에서 현금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2015년 24%에서 2022년 41%로 급증했다. YouGov 조사에서도 미국인 42%가 1센트 폐지를 지지해 반대(30%)를 앞섰다. 현재 미국 내 유통 중인 1센트 동전은 약 3000억 장으로 추산된다. 조폐국은 “동전은 제조 후 약 30년간 유통돼 단기간 내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소매업계 “잔돈 거래 혼란” 우려도 다만 일부 소매업체는 거스름돈 정산·가격표 조정 등 운영 부담 증가를 이유로 우려를 나타냈다. CBS는 “결제 과정에서 소비자 혼선을 걱정하는 소매업체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캐나다·스위스·호주·뉴질랜드 등은 이미 1센트 상당 주화 제조를 중단한 바 있으며, 일본도 캐시리스 확대 영향으로 1엔 동전 발행량이 1990년 27억 개에서 2024년 51만 개로 급감했다. 미국 재무부는 1센트 동전 제조는 중단되지만, 기존 동전의 사용은 계속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통 재고가 서서히 줄어드는 만큼, 미국 내 현금거래 관행이 중장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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