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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서로를 위로하는 맛" ···시집 '안단테로 읽는 시 SI-ZIP'

대구의 중진 스토리텔링작가 박필우 작가, 중견 소설가 서웅교, 시인이자 사진작가 차승진이 의기투합해 펴낸 시집 ‘안단테로 읽는 시 SI-ZIP’(홍익출판)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균 나이 70세를 넘긴 세 작가는 각자의 삶과 예술 세계를 녹여낸 글과 이미지, 사진을 통해 세월이 빚어낸 성찰과 위로를 담아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인생관을 가진 이들이 10여 년간 우정을 쌓으며 낙서처럼 써내려간 글들을 모아 완성한 이번 시집은 “실패의 쓴맛도, 부끄러운 과거도, 기쁨의 순간마저도 세월에 의해 평준화되는 경이로움”을 공유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세월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서로를 위로하는 맛”으로, 독자들에게 공감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서웅교 소설가가 직접 그린 그림, 차승진 작가가 그동안 담아 왔던 사진작품세계, 박필우 작가의 펜화가 시와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양넘 역할을 한다. 본문 내용을 보면, 세상에 내던져 진 후, 흔적 없이 살다가 가는 미덕도 필요하지만, 분장하지 않은 민낯 그대로, 소박한 바람을 내칠 수 없어 시집이라는 허영의 감각을 빌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고 한다. 제각각 삶의 과정을 사실의 토대 위에 감성을 버무려 진실의 속살을 드러내고자 했으며, 무엇보다 작가들이 직접 그린 삽화와 사진을 시집 곳곳에서 글과 어우러지게 시각적 양념을 더하면서 시각적 시점을 더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작가 박필우는 2026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강약중강약’이 당선됐다. 제1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당선(논픽션), 제6회 경북문화체험수필대전 대상, 제4회 이해조문학상 최우수상(소설), 제23회 대구수필문학회 문학상을 받았다. 저서로 ‘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 ‘추억의 편린 낱장의 행복’ 등이 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서웅교 작가는 1992 울산공단문학상을 시작으로, 2011년 아시아문예에 시와 소설로 등단했으며, 포항문학상대상(2012년, 소설), 농촌문학상(2014년, 소설), 웅진문학상 대상(2014년, 소설)을 받았다. 단편소설집으로 ‘미디어파사드’가 있으며 고향 대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인이면서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차승진 작가는 ‘코로나 korea 한국 문인 100인 작가’ 선정, 세종문화예술대상(시) 신인상, 단편소설 ‘10분간의 휴식’, 한국신춘문예 ‘모란이 모란으로’ 외 3편이 있다. ‘아름다운 한국 유사’, 시집 ‘아내의 꽃밭', 장편소설 ‘숨겨둔 이브에게’, 사진집 ‘스마트폰으로 떠나는 시와 사진여행’을 출간한 중견작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대구시의회,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 관련 긴급 확대의장단 회의 개최

대구시의회가 19일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 수정안과 관련해 긴급 확대의장단 회의를 열고 주요 쟁점과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특별법 수정안이 기존 논의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구시의 사전 협의 부족과 절차적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확대의장단은 “지난해 12월 본회의를 통과한 ‘대구경북행정통합 동의안’과 이번 수정안은 주요 내용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며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들조차 세부 내용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또 당초 통합 논의는 중앙정부 권한의 실질적 이양과 강제적 특례 조항을 전제로 자치권 확대를 목표로 했으나, 현재 수정안에서는 상당수 조항이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완화돼 권한 이양의 실효성이 약화됐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중환 대구시의회 운영위원장은 통합의회 구성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하 위원장은 “경북의 의원 수는 60명, 대구는 33명으로 비대칭 구조”라며 “중요한 결정과 자원 배분 과정에서 대구가 경북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특별시 의회 의원 정수는 대구와 경북이 동일한 수로 구성돼야 동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역사적으로 대구 소멸의 책임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도 재정 지원 문제를 거론하며 “20조 원 재정 지원이 핵심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구시는 재정 확보 방안을 법에 담지 못했고, 실행 계획과 담보 장치도 명확하지 않다”며 “의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특별법 통과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시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구시의회는 “통합이 외형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시민의 자치권과 대표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논의된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결단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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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먹으러 가다

친구들과 포항 중앙상가 투어를 했다. 동지여중 시절, 학교에서 걸어 나오면 수다 몇 마디 조잘거리다 보면 바로 시내였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명승원’이 있었고, 몇 걸음 더 가면 밀크쉐이크 맛집인 시민제과였다. 튀김만두에 쫄면으로 허전한 배를 채운 후에 제과점으로 달려가 밀크쉐이크로 입가심을 했었다. 옆 테이블에는 같은 학교 친구들이 깔깔대며 방과 후를 즐겁게 보냈었다. 함께 간 J는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포항으로 직장을 정한 후 제일교회에 다녀서 시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 시절은 걸어서 갔던 시내에 지금은 차를 타고 가니 주차장이 필요하다. 육거리 가까이 공영주차장 타워가 있어서 그곳에 두고 우체국까지 걸었다. 늘 약속 장소는 우체국 앞이니까. 오늘도 그랬다. 우체국 건물이 오래전 모습이 아닌 새 옷을 입고 반짝이는 모습으로 얌전하게 우리를 맞았다. 마치 친구네 삼촌이 사업에 성공하여 고향을 지키며 놀러 온 우리에게 오랜만이라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다섯 명이 우체국에서 만나 첫 코스로 명승원만두(054-232-5658)로 향했다. 우체국 앞에 있다가 지금은 죽도시장 쪽으로 좀 더 옮겨 앉았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들로 가게 안이 꽉 찼다. 자리를 마련해줘서 앉으니, 메뉴가 써진 계산서와 볼펜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가게가 자리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데 명승원은 종이와 볼펜이라 아주 매력적이다. 군만두 하나, 비빔만두 하나, 쫄면 하나, 찐만두까지 네 개를 시키니, S가 양이 부족하지 않냐고 물었다. 오늘 우리는 4차까지 가야 하니 배를 다 채우면 안 되니 일단 여기까지! 계산서가 그대로이듯 만두 맛은 예전 그 맛이었다. 첫 군만두는 간장에 콕, 두 번째는 쫄면에 말아 호로록, 단무지는 찐만두와 환상의 호흡을, 비빔만두는 끝맛을 깔끔하게 만들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며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족이라고 했다. 사장님과 딸, 며느리, 주말엔 아이들 돌봐야 하면 여동생이 빈자리를 채운다고 했다. 2차는 ‘시민제과(0507-1302-2330)’다. 1949년에 ‘시민옥’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후 3대째 이어오는 가게다. 그사이 어떤 빵이 생겼나 쟁반과 집게를 들고 한 바퀴 돌며 살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정구지퐝’이 제일 눈에 들어와서 쟁반에 올리고, 포항마들렌과 오래 사랑받는 찹쌀떡, 늘 먹었던 ‘사라다빵’까지 올리니 한가득이다. 밀크쉐이크도 주문해서 2층에 앉아 추억을 꺼냈다. 빙수 먹으며 미팅했던 이곳 바로 맞은편 시민극장에서 영화 봤던, 포항 백화점으로 무궁화 백화점으로 옷 사러 다닌, 맞은편 금강제화에서 구두티켓으로 명절맞이 새 구두를 샀던 기억까지 소환하다 보니 커피가 간절했다. 큰길 건너편 아라비카로 향했다. 신호등 앞에 서니 그 시절에는 조흥은행이 있던 곳에 신한은행이 있었다. 그 너머에 아라비카가 있다. 각자 좋아하는 커피와 음료수를 주문하며 20대에 아라비카와의 추억을 나누었다. 그사이 오후 햇살이 기울어 어두워지니 저녁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 ‘초원통닭(054-247-3313)’이 우릴 기다렸다. 걸어서 가며 보니 화려하던 거리가 썰렁해져 많이 아쉬운 마음이었다. 초원 통닭의 여러 메뉴를 골고루 시켰다. 마리 째 튀긴 영계 통닭에는 마늘 소스를 뿌려 달라고 하고, 안주(按酒)인 닭똥집은 튀겨서 파와 당근을 넣은 무침을 올려주어서 상큼했다. 대표 메뉴인 삼계탕은 맑고 깔끔했다. 치킨무와 깍두기, 무와 고추를 절인 장아찌가 입맛을 돋우었다. 저녁 시간 내내 배달하는 스쿠터 기사들이 드나들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오래 한자리를 지켜주어서 고마웠다. /김순희 시민기자

산골 설날 풍경의 단상

설날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바빠진다. 집 안 청소부터 시작하여 제사용품 꺼내어 닦고, 집집마다 불린 쌀을 머리에 이고 동네 방앗간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가래떡은 쉼 없이 밀려 나온다. 시루떡 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찬 공기에 방앗간은 수증기로 가득 차 설날 분위기의 활기가 넘친다.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던 소고기도 마련하고 콩을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끓여내 두부도 만들고. 떡에 찍어 먹을 조청을 만드느라 종일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핀다. 웃어른들께 드릴 빳빳한 세뱃돈을 준비해드리고 아랫사람에게 줄 새 돈도 준비하였다. 온 가족이 모여 아침 떡국을 먹고 한복을 입은 어른들이 친지 이웃 어른들에게 세배하러 다닐 때 아이들도 세뱃돈 얻을 욕심에 졸졸 따라다니며 세배하러 다녔던 50~60년 전의 설날 풍경이었다. 높은 산과 길 언저리로 하얀 눈이 쌓여 있고 매섭게 날을 세우던 올겨울 추위의 뒤끝이 설이 다가오면서 순하고 부드러워지면서 봉화산골 겨울날이 이어진다. 평소 겨울 산골 마을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나 어슬렁거리고 가끔 허리 굽은 할머니 유모차에 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는 모습뿐인 적막강산이다가 설날이 다가오면 풍경은 많이 달라졌지만 집집마다 자동차 한두 대씩, 마치 연어가 태어난 곳을 다시 찾아오듯, 도시로 나갔던 사람들은 고향의 부모·형제를 찾아든다. 우리 삶의 뿌리이자 어머니의 품속 같은 안식처인 고향의 향수를 느끼면서 하룻밤 또는 이삼일을 보내기 위해 추위도, 꽉 밀린 도로를 무릅쓴 채 옛 추억 가득한 고향 부모님을 향해 한달음에 모여든다. 맞이하는 부모는 보고 싶은 자식들 맛있는 음식 준비와 수달 동안 그리워한 얼굴들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몇 날을 밤잠을 설치셨을 것이다. 설을 맞아 준비한 선물을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고향을 찾아가는 발걸음에는 언제나 기다리는 얼굴, 모습들과 함께 그리움이 진하게 품고 있을 것이다. 하룻밤 자고 가는 자식들도 본가와 처가를 찾아다녀야 하니 자식들은 힘들고, 하룻밤 자고 떠나고 나면 다시 쓸쓸한 일상이 되기에 십상인 설 명절 끝은 바로 적막강산이 되는 산골이다. 요즘은 선택적 방문으로 명절이 아닌 다른 날짜에 부모님을 뵙고 연휴 기간에 여행을 떠나거나 휴식을 취하고 고향에 반드시 내려가야 한다는 강박적인 귀향 문화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산골에 홀로 또는 노부부만 살아가는 데는 가끔 보는 자식들과 손주 커가는 모습과 재롱을 보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여생을 보내는 분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에 배경 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손주들이다. 이 분들에게 가장 큰 행복이고 자랑일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설날 차례상이 많이 사라지고, 고향 방문보다 집에서 쉬거나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연로하신 부모님이 고향에 계신다면 설명절은 부모님과 같이 보내는 것이 어떨까. 일 년에 한두 번 찾을까 말까 하는 자식들마저 설날에 찾아오지 않는다면 쓸쓸한 설날을 보내는 어르신들의 애잔함도 기억해야 한다. 조상과 가족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고향을 사랑하는 미풍양속까지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요즘 설날 풍경은 산업화 고령화 이농 등으로 빈집이 늘어가고 마을 어르신들의 자리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전통적 가족제도가 무너지면서 가정과 사회공동체 구조적 취약해지고 산골 농촌은 더욱 쓸쓸한 고립감에 빠져들고 있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안정되고 결속력이 강한 집단이다. 그중에서도 효 사상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극찬하는 학자도 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가 되기 위해 바라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고 자식들 손주들 잘되기만을 바라면서 여생을 보낸다. 평소 추운 겨울날도 보일러 켜는 것을 망설이는 농촌 어르신들이지만 설이 다가오면 자식, 손주들 오면은 추울까 봐 하루 전부터 방 온도가 높이는 애틋한 부모의 마음이 있다. 노인 혼자 쓰러져가는 옛집을 지키며 일 년에 한두 번 명절 때나 올까 말까 한 자식들을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설레지 않겠는가! 철모르는 어린 시절 설날은 막연한 기쁨이었고, 어른이 된 오늘엔 설날 찾아뵙는 것이 행복을 드리는 것이고 부모님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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