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불패’ 신화 깨진 국민의힘 경북도당 경선 결과
22일 발표된 국민의힘 경북도당 시장 군수 경선 결과는 현역 불패의 신화는 깨졌다는데 일단 초점이 모아진다. 도당이 이날 22개 시·군 중 13개 시장, 군수 후보자 경선 및 단수수천 결과를 발표하기 전만 하더라도 대체적으로는 현역이 수성할 것이라는데에 다른 이론이 없었다. 현역의 벽은 높고, 견고하기만 했기에 그런 분위기였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결과는 예상을 깼다. 이번에 현역이 주저앉게 된 시군은 상주와 봉화, 영덕, 성주 등 4곳이다. 모두 처음에는 도전자가 약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고배였다. 경선을 치른 13개 중 4곳이 교체된 것만으로 지역정가는 변화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이는 현역이 무난히 공천 고지에 오르던 예년에 비해 매우 이례적이다. 경선고지를 넘은 곳도 아슬아슬하게 담을 넘었다. 이런 결과만 놓고보면 이제 시장 군수 선거는 현역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되게 됐다 현역이 주저앉게 된 이면에는 각 사연이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던 부분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강영석 상주시장 경우 신임가점이 주어지는 안재민 예비후보를 과소평가했다가 되치기를 당했다. 임이자국회의원실 보좌관 출신인 안 공천자는 신임 등의 가점 점수가 100점 중 10점에 달해 이미 출발선상이 달랐으나 현직 프리미엄만을 믿고 경선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이변은 성주에서도 이어져 3선에 도전했던 이병환 군수가 정영길 전 경북도의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군수 역시 8년 군정 결과만 너무 믿은 나머지 선거 운동이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봉화와 영덕은 초선 현직들이 도전자에 떠밀려 날라갔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최기영 국민의힘 경북도당 부위원장에게, 영덕은 김광열 군수가 조주홍 전 대한민국 국회부의장 선임비서관에게 각각 공천장을 내줬다. 둘 다 초선이어서 무난하게 재선 고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결과는 차가운 민심 앞에 고개를 숙여야했다. 영덕 경우 경선에 올랐던 이희진 전 군수가 중도포기하며, 후배인 조주홍 후보를 지지하는 등의 곡절이 변수로 작용, 현직을 따돌렸다. 결은 다르지만 현역 중에서 신현국 문경시장은 중앙당 윤리위로부터 당원자격정지를 받아 공천 경선장에 오르지도 못해 지금 무소속 출마 선언 후 와신상담하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현역들이 도전자들의 거센 돌풍으로 잠못 이룬 곳도 여럿이다. 영양은 오도창 군수와 권영택 전 군수가 맞붙어 관심을 모았던 경선에선 오 군수가 승리했지만 시소게임을 벌였고, 역시 전직과 현직이맞붙은 울진은 손병복 군수가 혈투 끝에 재선 공천 고지에 성공했으나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다. 경주도 주낙영 시장이 애간장을 태웠다. 주 시장은 박병훈 도전자와 경선 내내 지지율이 뒤바뀔 정도로 줄다리기를 해 예측불허의 격전을 치루어야 했다. 도내 정치 관계자들은 “현역들이 선거에서 갈팡질팡한 모습은 이번에 처음 봤다”면서 “초선 자치단체장들조차 언제든지 갈아치울 정도로 민심이 성숙돼 있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말 시정을 잘 이끌어야지, 자칫하면 다음 선거에서 나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번 국힘 경선 결과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고 남긴 교훈도 많다”고 분석했다. /장은희 기자 jangeh@kbmaeil.com
7년 키운 ‘9cm’ 지키려 손발 묶였는데⋯규제 없는 수입산에 안방 내준 어민들
“9㎝ 대게 한 마리를 잡으려면 바다에서 7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그 긴 세월을 참고 법을 지키는데 수입산은 치수 미달도 합법이라니. 조업 나갈수록 빚만 쌓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서 만난 60년 경력의 어부 최주호 씨(78)는 텅 빈 갑판 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16세에 배를 탄 이래 지금이 가장 힘들다는 최 씨의 호소는 법을 준수하는 어민만 손해를 보는 구조적 ‘역차별’<본지 4월 21일자 1면 보도> 때문이다. 국내 수산자원관리법상 대게는 코끝부터 등딱지 뒤까지 잰 갑장(甲長)이 9㎝ 이상인 수컷만 포획할 수 있다. 대게가 이 크기에 도달하려면 심해에서 7년을 성장해야 한다. 알을 품은 암컷 대게 일명 ‘빵게’ 포획 금지와 더불어 9㎝ 치수 제한은 어민들이 자원 보호를 위해 인내하며 지켜온 마지노선이다. 단 한 마리라도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어민은 즉각 범법자로 몰린다. 하지만, 이 기준은 수입산 대게 앞에서 무력해진다. 일본이나 러시아 등에서 들어오는 수입 대게는 국내 유통 시 ‘수산자원’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산이라면 포획 자체가 불법인 7~8㎝급 어린 대게와 암컷 대게가 ‘수입 식품’으로 둔갑해 합법적으로 식탁에 오른다. 7년을 기다려 법을 지킨 국산 대게가 규제 없는 수입산의 저가 공세에 밀려 제값을 받지 못하는 배경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울진·영덕·구룡포 연안 어민들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해안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잡아 올리는 ‘연안대게’는 최상급 박달대게보다 크기는 작아도 단맛이 진하고 부드러워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대표적 실속형 수산물이다. 박달대게를 찾기 부담스러운 대중 소비층을 지탱하며 연안 어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치수 제한 없이 쏟아지는 저가 수입 대게가 이 시장을 직격했다. 정성윤 구룡포근해자망통발선주협회장은 “연안대게의 주 소비층이 규제 없는 수입산으로 대거 이동했다”며 “가격 경쟁 자체가 안 되니 어민들은 죽을 맛”이라고 성토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연간 국내로 쏟아지는 수입 대게는 약 8000t 규모다. 반면 2025년 7월~2026년 6월 경북 전체에 배정된 TAC 물량은 고작 655t(포항 330t, 영덕 175t 등)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수입산의 무분별한 허용이 국내 불법 포획까지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당 수족관에 수입산 어린 대게들이 합법적으로 깔리다 보니 일부 업자들이 국내산 치수 미달 포획물을 수입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세탁 유통’의 통로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씨는 “9㎝ 이하 어린 대게가 수입산과 섞여 있는데 정부가 이걸 방치하는 건 불법을 가르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기형적 규제를 방치해온 정부도 뒤늦게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경북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지난 21일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공문을 받았다”며 “그간 보호 자원이 수입되는 순간 ‘식품’으로 분류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입법 절차의 시작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원 발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도록 도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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