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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베이비&키즈페어 개막⋯출산용품부터 육아 제품까지 한곳에서 비교·구매 가능

“출산용품부터 육아 제품을 한곳에서 비교하면서 구매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26일 오전 9시 50분, 대구 엑스코 동관 입구. 개장 10분 전이지만 행사장 앞은 이미 긴 줄로 가득 찼다. 만삭의 임산부는 두 손으로 허리를 받친 채 조심스레 서 있었고, 아기를 안은 부모와 유모차를 미는 가족들도 삼삼오오 모여 입장을 기다렸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할인 품목과 부스 위치 안내도가 번갈아 떠 있었다. “출산용품부터 육아 제품을 한곳에서 비교하면서 구매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줄 앞에 서 있던 한 예비 엄마의 말이다. 이날 개막한 영남권 최대 규모 육아박람회 ‘제47회 대구 베이비&키즈페어(대구 베키)’에는 국내외 프리미엄 육아 브랜드 150여 곳이 참가했다. 행사장 문이 열리자 관람객들은 유모차와 카시트가 전시된 부스로 가장 먼저 향했다. 현장에는 브라이텍스, 잉글레시나, 다이치, 실버크로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했다. 고가의 유아차와 카시트부터 아기띠, 보행기, 위생용품, 학습용품까지 품목도 다양했다. 관람객들은 부스마다 멈춰 서서 바퀴를 굴려보고, 시트를 분리해보며 제품의 무게와 조작 편의성을 꼼꼼히 따졌다. 올해 5월 출산을 앞둔 정영미(35·대구 북구) 씨는 남편과 함께 한 유모차 브랜드 부스 앞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아이를 위한 제품이라 직접 착용해보고 꼼꼼히 비교해야 마음이 놓인다”며 “온라인으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판매원의 설명에 맞춰 남편이 유모차를 접었다 펴보는 동안, 정 씨는 바퀴 흔들림과 손잡이 높이를 세심히 확인했다. 행사장 안쪽은 더욱 활기가 넘쳤다. 아기띠를 직접 착용해보는 예비 부모들, 이유식과 유아 간식을 권하는 업체 관계자들, 교육용 교구를 체험하며 웃음 짓는 아이들의 모습이 뒤섞였다. 곳곳에서 “오늘만 이 가격”이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카드 결제 소리가 이어졌다. 대구 범어동에서 온 전은지(36) 씨는 두 살배기 아이의 손을 잡고 교육용품 부스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는 “출산 이후 2년째 베키를 찾고 있다”며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용품과 간식을 한 자리에서 비교하고 바로 상담까지 받을 수 있어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아이는 체험용 블록을 쌓아 올리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박람회는 단순한 판매 행사를 넘어 ‘체험’에 방점을 찍었다. 관람객들은 카시트에 아이를 직접 앉혀 안전벨트를 매보고, 유모차를 행사장 통로에서 실제로 밀어보며 주행감을 확인했다. 주요 브랜드들은 신제품을 선보이며 현장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구매를 유도했다.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방문객들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이들을 위한 박람회답게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행사장 한편에는 기저귀 교환대와 모유 수유실이 마련돼 부모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부모들 옆으로는 다음 부스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예비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한편, 대구 베이비&키즈페어는 다음달 1일까지 엑스코에서 진행된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포스코그룹, SK온과 전기차 40여만대 배터리 탑재 가능한 2.5만t 리튬 공급 계약 체결

포스코그룹이 SK온과 리튬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과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4일 SK온과 올해부터 2028년까지 최대 2만5000t 규모의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차 약 40만 대에 탑재 가능한 배터리 생산 물량으로, SK온의 유럽·북미 배터리 프로젝트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포스코그룹이 2024년 아르헨티나 리튬 상업 생산체제를 구축한 이후 체결한 최대 규모 공급 계약이다. 포스코아르헨티나가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에서 생산한 리튬은 글로벌 배터리사가 요구하는 ‘4M 인증(Man·Machine·Material·Method)’ 절차를 거친 뒤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될 계획이다. 유럽과 북미는 전기차 핵심 성장 시장이자 엄격한 품질 기준을 요구하는 지역으로, 포스코그룹은 이번 계약을 통해 장기 수요처 확보와 함께 고품위 리튬 생산 기술력을 동시에 입증하게 됐다. SK온 역시 핵심 원료인 리튬의 장기 수급 안정성을 확보해 글로벌 이차전지 공급망 경쟁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했다. 양사는 최근 급성장 중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대응을 위해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포스코HY클린메탈을 통한 폐배터리 재활용 협력도 검토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고객 다변화와 신규 수요 발굴을 통해 이차전지소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 미네랄 리소스(Mineral Resources) 리튬 광산 지분 투자와 캐나다 리튬 사우스(Lithium South)의 아르헨티나 염호 인수를 추진하며 원료 확보 기반을 확대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자체 구축한 리튬 공급망을 바탕으로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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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벗어나 제주 올레길을 걷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지인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잘 되던 사업을 정리하고 당분간은 오롯이 회복에만 집중하겠다는 선택이었다. 등산을 즐기던 그녀에게 의사는 무리한 산행 대신 가벼운 유산소 운동 ‘걷기’를 권했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 그렇게 시작한 걷기가 제주올레길로 이어졌다. 제주올레가 운영하는 제주올레길은 총 27코스, 약 437km에 이른다. 한 번에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한 코스씩 천천히 채워가는 여정이다. 저렴한 항공편이 있는 날이면 당일로 한 코스를 걷고 오기도 한다. 그녀가 16코스를 걷는다는 날 네 명이 동행하기로 했다. 일정이 빠듯해 이른 아침 KTX를 이용, 대구국제공항에서 출발했다. 저녁에 돌아오는 도착지는 포항·경주공항이다. 다소 분주한 동선이지만 하루를 온전히 걸을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일정 또한 즐기며 감내한다. 5~6시간 소요되는 16코스의 거리는 15.8km다. 공식 정방향은 고내 포구에서 시작하지만 이번 일정은 동선을 고려해 역방향으로 걸었다. 종점인 광령1리 사무소에서 출발한 것은 도착지를 공항 가까운 곳에 두기 위해서다. 여행은 때로 효율이 필요하다. 그래야 걷는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코스마다 시작과 중간, 종점에 스탬프 지점이 마련되어 있어 ‘올레길 패스포트’에 도장을 찍으며 완주를 기록한다. 패스포트는 온라인 주문으로 택배 또는 제주공항에서 수령, 현장 안내소에서 구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매 가능하다. 색상은 바당과 감귤 두 종류이다. 제주 방언으로 ‘바다’를 뜻하는 ‘바당’에서 제주만의 정서가 느껴진다. 올레길에서 16코스가 ‘가장 덜 아름답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걷는 내내 마음이 흥겹다. 바다를 끼고 마을을 지나 들과 오름 사이를 잇는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아름다운 한라산은 어디에서도 보인다. 오름에서 만났던 매화나무 숲에서 그 향에 취하며 이른 봄을 마음껏 누린다. 길에서 만난 식당 바오밥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바다를 마주한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바다가 보이는 널따란 바위에 앉아 무인가게에서 샀던 감귤을 나눠 먹는 여유도 즐긴다. 감귤 향과 파도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져 한결 마음을 느슨하게 한다. 놀듯이 걷고 쉬듯이 걸음을 이어가다보니 복잡했던 생각들이 단순해진다. 걷기를 마치고 택시에 오르자 기사님의 익숙한 경상도 억양이 하루의 끝을 따뜻하게 장식한다. 잔잔한 즐거움을 주던 올레길을 걷는 동안은 각자의 속도로 숨을 고르고 생각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시간이었다. 일상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고서는 사실 항공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훌쩍 떠나기란 쉽지 않다. 현실 앞에서 온전히 ‘하루 비우기’는 결코 가벼운 결심이 아니다. 그러나 꼭 제주 올레길이 아니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 일이다. 그녀가 말했다. 건강에 이상이 오기 전에는 일이 전부였노라고. 일은 늘 그렇게 건강을 우선했더라고. 촘촘히 짜인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일이 곧 나 자신이라 믿어온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진정한 나를 위해 한 번쯤은 과감하게 일상에서 놓여나는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 그 용기가 외려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 우리들 마음에 소소한 행복이 인다. /박귀상 시민기자

새 학기, 몽당연필의 추억

3월 새 학기가 되면 문구점은 말 그대로 ‘인사태’가 났다. 안동 시내 한복판, 전설처럼 불리던 문구점 ‘삼방사’가 있었다. 1973년에 문을 열어 2000년까지 불을 밝힌 곳. 매대에는 과목별 공책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연필꽂이에는 각종 연필이 빼곡했다. 새 학기를 앞둔 아이들은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반년을 함께할 책 커버를 고르고, 자물쇠 달린 다이어리를 만지작거리며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연필, 볼펜, 공책, 삼각자, 콤파스, 지우개 등 학용품을 구입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맞이했다. 법상동 안동여고 들어가기 전 ‘몽블랑’도 삼방사 만큼이나 유명한 곳이었다. 지금은 표구사로 바뀌었지만 당시 생일선물은 무조건 몽블랑에서 구입했다. 새 학기 준비물부터 아기자기한 소품과 각종 팬시 문구, 카드, 인형, 스노우볼이나 오르골같은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모두 몽블랑에서 해결이 됐다. 하지만 이제 새 학기에 문구를 고르는 풍경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태블릿 화면을 넘기고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대다. 연필을 깎는 수고 대신 샤프나 볼펜을 쓰고, 공책 대신 전자기기에 필기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연필을 깎기 위해 책상 옆 휴지통을 끌어오던 풍경은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 속 새 학기는 언제나 연필로 시작했다. 갓 깎은 나무의 향, 사각사각 필기하던 소리, 필통 안에서 서로 부딪히던 연필의 마른 울림, 그리고 손가락 길이만큼 남은 몽당연필까지. 볼펜은 잉크가 떨어지면 끝이었다. 스프링이 빠지거나 고장이 나면 미련 없이 버렸다. 그러나 연필은 달랐다. 짧아질수록 소중히 다뤘다. 끝내는 모나미 볼펜 깍지에 끼워 길이를 늘려가며 썼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땐 제법 진지한 ‘생명 연장술’이었다. 연필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 잘못 그은 선도, 비뚤어진 글씨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학창 시절 내내 연필은 받아쓰기 공책 위에서, 수학 문제집 여백에서, 시험지 위에서 그 쓸모를 이어갔다. 몽당연필은 성장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처음에는 반듯하고 길었던 몸이 점점 짧아지고, 깎을수록 심은 가늘어진다. 누군가는 장난스럽게 ‘흑심’을 품고 있다고 하지만, 연필은 흑연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저 알뜰하게 쓰였다. 다 쓰면 새것으로 바꾸면 그만인 요즘엔 몽당연필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건은 점점 더 빠르게 소모될 뿐이다. 아낌없이 다 써버린 몽당연필의 기억은 곧 학창 시절의 기억이다. 틀려도 다시 지우고 고쳐 쓸 수 있었던 연필은 그 시절 교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추억의 학용품이다. 그리고 시간을 끝까지 써 내려간 우리의 흔적이다. 아낌없이 그 쓰임새를 다한 물건은 아름답다. 연필은 우리 곁에서 조용히 짧아지고,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자라왔다. /백소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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