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포항 신흥동 철길숲서 도시재생 실험···‘청년 백신’ 한동대 ‘선로마루’ 주목

지난 14일 오후 한동대 학생인 김예송·김태빈·손예은·이건욱·주치언씨는 포항시 북구 신흥동 철길숲에 모였다. ‘철길에서 가장 평평하고 중심이 되는 지점’을 뜻하는 ‘선로마루’ 팀원들이다. 지난 9월부터 준비한 노후 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현장을 누비고 있다. 빈집을 지역의 창작자들을 위한 팝업스토어로 만들거나 도심형 수박이 가능한 ‘촌캉스’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학생들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여기에 머물면서 일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집이 즐비한 포항의 노후한 도심에 ‘청년 백신’을 주입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그 중에서도 목적 없이도 산책하는 시민이 끊이지 않는 선형 공간으로서 작은 점포를 두어도 자연스러운 방문이 가능한 구조를 지닌 ‘철길숲’을 무대로 삼았다. 북쪽엔 빈집이 밀집해 초기 시도에 대한 위험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학생들은 새로운 역할을 기다리는 공간으로 빈집을 바라보고 있어서 프로젝트의 성과가 더 주목된다. ‘선로마루’ 팀이 주목한 주택은 1980년대 전방·뒤채 구조로 앞쪽은 좁고 긴 상업 공간, 뒤쪽은 마당과 연결된 단층 주택이다. 공사를 앞두고 활용 방향을 세밀하게 잡아가고 있다. 전방은 지역 창작자·N잡러가 한 달 단위로 운영하는 팝업존, 뒤채는 오래된 구조를 살린 소규모 숙박으로 설계했다. 디데이는 12월 크리스마스 팝업이다. 신흥동에는 숙박 공급이 거의 없어 새로운 형태의 1박이 주변 지역을 다시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선로마루’는 기대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기반도 이미 마련됐다. 신흥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후 남은 재원으로 약 5000만 원의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한다. 학생들은 한동대 글로컬 사업을 통해 활동비와 교통비를 지원받으며 1년간 무료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조합 예산 확정 즉시 공사에 돌입하고, 공정이 마무리되면 ‘선로마루’가 직접 운영한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문제의 본질을 ‘주거 기능의 붕괴’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포항시는 중앙상가 공실 해소나 행사 중심 재생을 반복했지만, 정작 도심에 머물 사람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며 “고령화된 도심과 외지 거주 집주인 구조를 그대로 두면 쇠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년이 일상적으로 드나들고 머무르는 생활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도심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신흥동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철길숲 남쪽,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주변, 송도 등 다른 쇠퇴 지역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의 변화가 인근 골목으로 번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도시 재생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경북지방행정사회, 17일부터 공익행정사 최초 운영···“취약계층·사회적 약자 지원 본격화“

경북지방행정사회(회장 이재영)는 17일부터 경북 도내에서 공익행정사를 최초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15일부터 11월 14일까지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대한행정사회 세미나실에서 4주간의 양성 과정을 진행했다. 1주차는 행정심판, 출입국관리, 법인설립, 조달 등 행정실무를, 2주차는 헌법, 행정법, 민법, 행정쟁송법 등을, 3주차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4주차는 상담 실습과 현장 사례 공유 등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모든 과정을 이수한 뒤 본격적인 공익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익행정사 양성과정은 국선행정사, 마을행정사, 소상공인지원행정사 등 향후 공익분야에서 활동할 행정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각 지방행정사회 회장의 추천을 받은 20명과 정회원 신청자 중 30명을 선발해 전국에서 총 50명이 참여한다. 경북지방에서는 방성렬 포항시지회장과 문제수 구미시 운영위원장 등 2명이 최종 선발돼 본격 활동한다. 공익행정사는 행정 갈등의 해결사인 정부행정전문가로서 소년·소녀가장, 탈북민, 다문화가정, 장애인, 영세민 등 저소득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우선적으로 돕는다. 국민권익 보호와 공헌 활동을 통한 공익성 확보, 행정업무 및 행정관계 법령 상담·교육·강연 등 대국민 상담서비스도 제공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기획·특집

더보기

시민기자

더보기

개망초

참으로 억울한 이름이다. 개망초라니. 이 순한 얼굴에 ‘개’자를 붙인 것도 모자라, ‘망할 망(亡)’ 자까지 덤으로 얹었다. 누가 봐도, 이건 꽃에게 붙이는 이름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깝다. 그런데 이게 우리 주변 어디에나 흔히 피어 있는 꽃이다. 도심 화단, 아스팔트 틈새, 고속도로 옆, 밭두렁···. 심지어 버려진 집 마당에서도 활짝 웃고 있다. 귀여운 얼굴에 노란 동그라미 하나 톡 찍힌 모습은 계란프라이를 닮았고, 티 없이 맑은 미소는 동네 꼬마가 “안녕하세요~” 하고 손 흔드는 듯하다. 이런 꽃을 두고 ‘개망초’라니. 누가 이름 짓다가 술김에 그랬는지, 참 짓궂기도 하다. 그 억울한 유래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아메리카에서 철도 침목에 실려 온 이 꽃. 한국 땅에 무단 입국한 건 맞지만, 처음부터 그런 비운의 이름을 달 생각은 없었을 거다. 그런데 철로를 따라 일제히 하얗게 피어나자 일본인들이 잔뜩 겁을 먹었다. “이거 조선이 살아나려고 그러나?”가 아니라, “조선이 망할 조짐이다!”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망초(亡草)’가 되었고, ‘개’까지 덧붙여 ‘개망초’로 진급했다. 꽃으로는 처음일 거다. 무슨 중죄라도 진 양 이름을 달게 된 건. 젊은 시절,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군 복무를 했다. 낮에는 총 들고 뛰고, 밤엔 보초 서며 졸음을 쫓았다. 그러다 문득 초소 앞 언덕에 핀 개망초를 보곤 했다. 하얀 꽃들이 밤안개 속에 소금 뿌린 듯 깔려 있었다. 혼자 피었을 땐 눈에 띄지 않던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으니 제법 위엄도 있었다. 그 하얀 군락을 보며 가끔 나도 모르게 중얼댔다. “야, 너희도 잠 안 자냐?” 그런데 그런 애잔한 기억의 꽃이 ‘망조’라니. 일제가 이 꽃을 싫어한 이유는 아마도 뭉쳐 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망초처럼 조선 사람들이 똘똘 뭉치면 자기들이 곤란하니까, ‘이 꽃 피면 망조’라고 겁부터 먹은 게 아닐까. 꽃에 주술적 의미를 씌운 것도 모자라, ‘개’ 자까지 붙여 기를 꺾으려 했던 것이다. 도무지 일제는 꽃 이름 하나 지을 때도 집요하고 옹졸했다. 그러나 “이제 이름 좀 바꿔줘야 하지 않겠나?” 망할 망(亡) 자 대신 바랄 망(望) 자로 바꾸면 어떨까? 그리고 그 앞에 ‘기쁠 희(喜)’ 자까지 얹어 ‘희망초(喜望草)’! 듣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어딘가 힘이 솟는 이름이다. 개망초가 아니라 ‘희망초’라면, 길가에 피어 있어도 사람들 눈빛부터 달라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개망초야말로 희망의 꽃이다. 화단에서 사치스럽게 가꿔지지도 않고, 비료 한 톨 못 받아도 꿋꿋하게 자란다. 아스팔트 틈바구니에서조차 굳센 생명력으로 꽃을 피운다. ‘개’ 소리 듣고도 주눅 들지 않고, ‘망조’란 이름 붙여도 매년 잊지 않고 돌아온다. 이런 꽃이야말로,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이름 때문에, 환경 때문에 주눅 들고 억울한 삶을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름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이, 뿌리를 내린 태도가 진짜 그 사람이다. 개망초도 마찬가지다. 이름은 억울해도, 살아가는 모습은 당당하고 곧다. 그래서 올해는 화분 하나에 망초를 심고, 이름표를 붙여줄 생각이다. “희망초 – 기쁨을 바라는 꽃.” 보는 이마다 궁금해할 것이다. “이 꽃이 무슨 꽃이에요?” 그러면 나는 웃으며 대답할 것이다. “옛날엔 개망초였는데, 요즘은 희망초라고 불러요. 시대도 바뀌었잖아요?” /방종현 시민기자

대구 달서은빛합창단, 인생의 선율로 감동을 노래하다

대구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진홍) 소속 달서은빛합창단(단장 최윤서)은 지난 13일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제2회 정기공연을 열었다. 이날 공연에는 450여 명의 주민 등이 참석해 합창단의 노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를 즐겼다. 달서은빛합창단은 2024년 5월 창단된 평균 연령 70세의 합창단이다. 하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어느 청춘 못지않다.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50여 명의 단원들은 매주 복지관에 모여 노래 연습을 한다. 김우수 지휘자와 표혜창 부지휘자, 반주자 김효경, 트레이너 이성희의 지도 아래, 만들어진 하모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졌다. 작년 11월 달서아트센터에서 첫 정기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올 5월에는 대구합창연합회가 주관한 ‘광복 80주년 기념 815합창대회’에 참가해 두류공원 팔공기념탑 앞에서 장엄한 합창을 선보였다. 815명의 합창단이 만들어낸 대규모 무대 속에서도 달서은빛합창단의 진심 어린 노랫소리는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 지난달 3일, 월광수변공원에서 열린 박태준 기념음악회에서는 ‘고향의 봄’과 ‘그리운 금강산’ 등 서정적인 선율을 선보여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인생의 여정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번 제2회 정기공연에서도 그 감동은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단원들은 흰 셔츠와 은빛 스카프를 매고, ‘청춘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사랑으로’ 등 다양한 곡을 선보였다. 각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축사를 통해 “음악과 노래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힘이 있다. 세월의 깊이와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여러분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최윤서 단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무대는 단원 한 분 한 분이 흘린 땀과 미소, 그리고 인생의 이야기가 모여 이룬 결실이다. 우리의 노래에는 젊은 날의 꿈과 지나온 세월에 대한 감사, 그리고 지금 함께 살아가는 사랑이 담겨 있다.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든 이 노래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홍 관장은 “달서은빛합창단이 은빛 세대의 문화와 예술을 선도하며 지역사회에 감동을 전하는 자랑스러운 합창단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다. 은빛 세대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달서은빛합창단의 무대는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노래로 이어진 세대의 공감이자, 인생의 아름다움을 다시 노래하는 시간이었다. 무대를 마친 뒤에도 청룡홀 안에는 여운이 오래 남았다. 관객들은 “은빛의 목소리가 오히려 청춘처럼 빛났다”며 박수로 화답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정치

더보기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교육

더보기

건강

더보기
신문협회 타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