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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해외 정상들 속속 도착… 李대통령 릴레이 회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각국 정상들과 릴레이 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국방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담은 ‘한·캐나다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어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호주, 일본 정상과도 차례로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한국과 캐나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양국의 ‘안보·국방 협력 파트너십’ 수립 소식을 알리며 이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캐나다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와 이 파트너십을 수립한 것은 처음이다. 양국은 특히 잠수함 사업을 포함한 방위산업 협력을 위해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카니 총리와 경주 시내 한 호텔에서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캐나다의 신속한 전력 확보와 방위 산업 역량 강화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카니 총리는 “한국의 잠수함 기술과 역량을 잘 알고 있다. 오늘 거제조선소 시찰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조선 역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경제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양국 경제 협력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카니 총리도 “핵심광물·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에너지 관련 협력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뉴질랜드는 대한민국과 수교도 하지 않았음에도 아주 많은 군대를 보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줬다”며 “대한민국은 뉴질랜드의 헌신과 기여를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뉴질랜드는 중요한 통상 무역의 상대가 됐으며, 최근에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확대되는 중”이라며 “국가 간의 관계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됐다. 국제질서가 복잡해질수록 양국이 더 협조하고 지원하며 공동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럭슨 총리는 “양국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며 통상, 방위, 안보, 인적 교류 등 많은 분야에서 깊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태국·베트남·호주 정상들과 차례로 양자회담을 갖고 상호간 협력 의지를 다졌다. 또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도 양자 회담을 가졌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21일 취임한 이후 첫 만남이다. 한편 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아시아 태평양 주요 정상들이 경주에 도착했다. 전날 일정을 경주에서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주석, 다카이치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등이 경주에 도착해 APEC 정상회의 일정에 본격 돌입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경북 초대형 산불, 인재였다···피해 주민들 국정조사 촉구

지난 3월 의성군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이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며 10ha가 넘는 산림과 수백 채의 주택을 전소시킨 사건을 두고 피해 주민들이 국회의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북 초대형 산불 피해주민 대책위원회는 31일 국회에 성명서를 제출하고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정부와 지자체의 구조적 관리 부실 및 대응 실패로 인한 인재(人災)”라며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즉각 구성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성명서에서 산불 발생 초기 헬기 투입과 인력 배치가 지연됐고, 중앙정부와 산림청, 소방청, 지자체 간 지휘 체계가 혼선을 빚어 피해 확산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년 산불 위험이 경고됐음에도 불법 소각과 노후 전력선 방치 등 위험 요소에 대한 예방 조치가 미흡했다”며 “기상 악화에 따른 선제적 경계 태세와 주민 대피 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지원 역시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대책위는 “임시 거주지 제공과 생계 지원, 복구 예산 배정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의 복구 대책은 일회성 위로금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실질적인 생활 재건 대책은 부재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국회에 산불 발생 원인 및 확산 경로에 대한 과학적·행정적 진상 규명, 관계 기관(중앙정부, 산림청, 소방청, 한국전력, 지자체)의 대응 과정 및 책임 소재 규명, 재난 대응 체계의 구조적 문제점 및 제도 개선 방안 도출, 피해 주민 지원 실태 및 복구 예산 집행의 적정성 검증, 향후 국가 차원의 산불 예방 및 기후위기 대응 정책 개선 방안 수립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번 산불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의 근본적 허점을 드러낸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회는 헌법적 책무에 따라 즉각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피해 주민들의 삶이 온전히 회복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 끝까지 지켜볼 것이며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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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제에 가보니

최근 황성동 352-4번지 위령탑에선 위령제가 열렸다. 제17회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를 위한 경주지역 합동위령제였다. 위령탑엔 억울하게 학살당한 795위 영령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같은 작은 숲을 두고 건너편에서는 축제 같은 마라톤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교통통제를 비롯해 도로가 불법주차 차량들로 식전 행사로 진행된 박소산 선생의 진혼무가 중반부에 들어섰을 무렵에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을 포함 사람들이 많이 참석했다. 후원인 경주시와 의회에서는 경주시장을 대신해 경주시청 김종대 국장이 참석해 추도사를 낭독했으며, 최병준 경북도의회 부의장, 그리고 의회 대표로 이경희 경주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75년이 지난 지금까지 억울하게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고 있는 중이다. 진혼무가 끝나자 위령제가 올려졌다. 잠시 개일 듯하더니 날이 다시 흐려졌다. 흩날린 비에 위령비도 유족들의 발도 젖어 들었다. 김하종 경주유족회 회장은 내빈 소개와 인사말을 이어갔다. 김하종 회장은 아흔이 넘은 고령에도 국회특별법 개정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국회의사당에서 보내고 있다. 유족회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진상규명, 명예회복, 배상 및 보상, 유해발굴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최일식 경주유족회 재무국장의 경과보고에 이어 국회특별법추진위 사무국장인 조성규씨의 제2기 진실화해위 현황보고가 있었다. 그 중에는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적용배제가 포함되어 있다. 2기 진실화해위는 오는 11월 26일에 종료된다.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많은 미제사건들은 추후 3기 위원회의 몫으로 남겨졌다. 천년국악예술단 김소원씨의 추모곡을 끝으로 헌화가 이어졌다. 유족들은 헌화를 마친 후 뒤편으로 돌아가 가족의 이름을 찾았다. 검은 벽에 새겨진 이름을 찾아 손끝으로 빗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한동안 울음 섞인 그리움을 쏟아냈다. 행사가 끝난 후 위령제를 위해 마련된 책자를 받았다. 책자엔 희생자 명단을 시작으로 국회특별법 추진 및 활동일지가 날짜와 시간별로 담겨 있었다. 그 외 내용 중 책자 120페이지에는 둥글마을에서 있었던 참혹한 일이 기록되어 있다. 1950년 8월 11일 아침 6시 즈음 내남지서 경찰 이홍렬과 이한우를 비롯한 민보단원 30명이 완전무장한 채 마을의 아홉 집에 들이닥쳤다.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포박해 끌고 갔다. 이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총살. 치매 노인은 물론 임산부, 젖먹이까지 예외 없이 50여 명이 피살당한 걸로 추정된다. 그날의 증인이 된 권상원씨의 사촌형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는데 친구집에 놀러갔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함께 죽임을 당했다. 그날 사망한 사람은 60세 이상 노인이 7명, 여성이 17명, 10살 이하 어린이가 17명이었다. 민보단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이 이유로 추정되나 그들을 덮은 건 빨갱이란 누명이었다. 의병이자 애국지사 선조를 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억울하게 끝을 맞았다. 죽인 자는 묘가 있으나 억울하게 죽은 이들은 아직도 그 유골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말하던 정의는 어디에 있을까?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에 담은 20년의 선행

봉사의 즐거움을 20년 넘게 실천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짜장면 봉사자 이정희씨(61·포항시 북구 장성동)다. 어느 날, 나이든 어르신도 짜장면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시작된 일이 이제는 그의 인생 일부가 되었다. 시작은 단순하다. 부모님을 대하듯 어르신께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 대접하고 나면 뿌듯해진 마음에 즐거움이 인다. 그 즐거움에 중독되어 20년 넘게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현재 정해진 요양원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짜장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미리 약속된 기관이 아니더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흔쾌히 응한다. 처음에는 직접 조리 기구를 들고 요양원을 찾아가 즉석에서 만들었지만, 장비가 무겁고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반점에서 면을 뽑고 소스를 준비해 배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세월이 흐르며 그의 선행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 별다른 홍보 없이 알음알음 알려져 곳곳에서 요청이 온다. 한 번에 적게는 50인분 많게는 2~300인분이다. 한 달에 2~3곳의 요청에 응하며 지나치게 잦은 요청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제한다. 좋은 일을 하는 작은 행사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 때도 요청이 있으면 재료비만 받으며 봉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삼배 단장이 이끄는 한봉우리봉사단과 MOU(업무협약)를 체결해 함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국화원장례식장을 비롯해 여러 소상공인들과 꾸준히 협약을 맺고 있는 봉사단과 함께 짜장면 봉사뿐 아니라 다양한 나눔 활동을 병행한다. 이정희 씨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짜장면만이 아니라 어르신들과 웃고 노래하는 봉사까지 하니 기쁨이 배가되고 마음에 책임감도 생긴다”고 말한다. 많은 병이 ‘즐겁지 못한 마음’에서 온다. 우리는 그것을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그가 봉사를 통해 얻는 가장 큰 선물은 ‘마음이 절로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시간과 노동 그리고 비용이 들어간다. 그 모든 것을 ‘즐거움의 투자’라고 표현한다. 이정희 씨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바로 아내다. 함께 복성루 반점을 운영하며 봉사 준비를 도맡고, 단 한 번의 불평도 없이 남편의 선행을 지원한다.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래토록 봉사를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만 아내는 봉사의 범위가 너무 커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마음의 즐거움을 위한 봉사이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간혹 일부 기관에서 지나치게 잦은 요청을 할 때 곤혹스럽지만 정중히 자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자원봉사자의 작은 행동 하나가 때로는 지역 사회를 바꾸는 큰 힘이 된다. 개인에게는 마음의 풍요와 성취감을, 사회에는 나눔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봉사를 하는 사람일수록 표정이 밝고 온화하다. 그것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20여 년 동안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온 복성반점의 이정희 씨와 그의 아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짜장면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행복한 한 그릇’이다. 그들의 꾸준한 나눔이 오늘도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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