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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서 선보인 K-맛과 기록문화”

K-팝의 화려한 무대와 독창적 상상력은 사실 한국 전통문화와 깊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구현하며 이를 보여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K-Heritage in Italy: 기록과 미식의 만남’은 이러한 사실을 생생히 드러내며, 한국 기록유산과 식문화를 세계 무대에서 새롭게 조명했다. 이번 행사를 총괄한 한국국학진흥원 최은주 국학기반본부장은 “한국과 이탈리아가 각각 지닌 기록문화를 통해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지혜와 기억을 되새기고자 했다”며 “강연, 전시, 체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관람객이 기록문화를 몸소 체감하도록 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맛’과 ‘기억’을 매개로 기록문화를 풀어낸 점을 강조했다. “음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언어이기 때문에, 한국의 가장 오래된 조리서 중 하나인 ‘수운잡방’을 전시하고 전통 레시피를 시연과 시식으로 이어 관람객이 기록을 맛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행사는 나폴리 중심부의 세계문화유산 산 로렌초 마조레 성당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이곳은 역사 지구의 중심에 위치해 일일 방문객이 많은 장소로, 한국의 기록유산과 미식을 세계 관광객에게 직접 선보이는 무대가 됐다. 또한 라우라 리에토 부시장, 마시모 페페 도시개발정책 의장 등 현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한국 문화가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성당 내부 전시는 ‘K-팝 판타지의 원천’, ‘손글씨로 남긴 역사’, ‘목판에 새긴 기록’, ‘편액에 깃든 글씨의 예술’, ‘그림 속 소망과 상징’ 등 다섯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K-팝 판타지의 원천’은 전통 민화와 설화를 통해 현대 K-팝의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의 뿌리를 탐구하며 관람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최 본부장은 “전통 조리서를 단순한 요리법이 아닌, 시대의 삶과 지혜, 기억을 담은 기록으로 알린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라며 “세계적인 미식의 도시 나폴리에서 음식을 통해 기록문화를 전달한 시도가 현지인의 공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예산과 언어 장벽 등 준비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울대 이기철 교수의 협력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 현장 반응은 뜨거워 서예·목판 체험과 전통 음식 시식 코너에는 긴 줄이 이어졌고,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도 질문이 쏟아졌다. 최 본부장은 “이번 행사가 도시와 국가 간의 교류로 확장돼 한국의 기록유산이 세계 각지의 문화와 만나 더 넓은 대화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긴 추석… 코레일 접속 폭주 수십만 명 대기 행렬 ‘큰 불편’

추석 연휴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1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공식 앱과 웹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면서 지연 현상이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예매가 시작됐지만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앱과 웹사이트에는 ‘명절 예매 화면으로 이동 중입니다’라는 문구만 뜬 채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진입하더라도 대기자가 몇 만, 몇 십만 명에 달했다. 좌석 선택 단계에서는 지연이 발생하거나, 3분 안에 결제를 완료하지 못해 자동 로그아웃되는 불편도 잇따랐다. 오후 시간대로 가면서 대기자 수가 점차 줄어 수천 명이 대기했다. 민혜성씨(39)는 “십 년 넘게 명절 예약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접속이 안 된 건 처음”이라며 “오전 7시 정각에 접속을 시도했지만 모바일에서는 홈페이지 진입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소윤씨(31)는 “출발지, 도착지, 시간 버튼을 누를 때 마다 대기 시간이 길어 3분 안에 예매를 끝낼 수 없어 자꾸 로그아웃 됐다”며 “추석 때 고향에 가지 말까 고민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코레일은 이날 추석 열차 예매 시간을 오후 3시에서 4시까지로 한 시간 연장했다. 코레일 측은 접속 지연 원인에 대해 “이번 추석 연휴가 평소보다 길어 예매객이 두 배가량 늘면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보완해 안정적인 예매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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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그 맛 그대로···잡내 없이 담백하고 깔끔

더운 여름을 지나며 기력이 떨어졌다. 이럴 때 보양식으로 돼지국밥이 좋다고 한다. 면역력을 올리고, 간 기능을 높여 해독작용에 좋다. 피로회복이 빨라 직장인들이 퇴근 후 저녁에 즐기는 음식이다. 산악회 회원들의 오랜 단골집이라며 추천받아 찾아간 국밥집이다. 양학시장 안에 자리한 강원식당은 점심시간마다 줄이 길다고 해서 점심이 지나 찾아 갔다.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고 해서 오후 4시에 가도 되겠냐고 미리 전화하니, 재료가 끝나면 오후 3시에 문을 닫으려 하니 오후 2시 30분까지 도착하라고 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주변을 한 바퀴 돌다 겨우 주차했다. 입구 문부터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갑게 맞는다. 테이블 다섯 개의 아담한 실내에 마침 아무도 없어서 앉고 싶은 곳에 앉으라고 했다. 낮은 천장, 메뉴판을 훑었다. 돼지국밥, 순대국밥, 따로국밥, 술국, 수육, 두부김치 중에 순대국밥과 돼지국밥,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상이 내왔다. 공깃밥은 어디 있나 찾으니 함께 간 일행이 국물을 한 숟가락 푹 떠서 보여준다. 밥알이 가득하다. 국밥이라 밥이 미리 말아져 나온다. 식당을 처음 시작할 그때부터 국밥이었지만 손님 중에 밥과 국 따로 먹고 싶다고 해서 메뉴에 따로국밥이 생겼다고 한다. 수육도 주문하려고 하니, 토요일엔 수육이 없다며 평일 오후 3시 이후에 오면 먹을 수 있다고 하셨다. 주인장에게 이런 질문하는 사이 테이블이 꽉 찬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밖에서 기다릴 뻔했다. 일단 국물부터 한 술 맛보았다. 잡내가 전혀 없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돼지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게 하려고 어떤 특별한 방법을 쓰냐고 여쭈니, 그냥 별거 없다고 했다. 수능 만점 맞은 학생 인터뷰에 과외 학원 없이 기본인 교과서에 충실했다는 대답을 듣는 것 같았다. 돼지 도가니가 국물이 잘 우러나 그날그날 싱싱한 재료 가져와서 푹 고아서 준비할 뿐이란 대답이었다. 한약재는 어떤 것을 넣냐고 하니, 아무것도 안 넣는단다. 40년 전 어머니가 하던 그대로 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잡냄새가 하나도 없다니 신기하다고 하니 생강을 넣어서 그런가 하셨다. 국물은 일단 합격! 순대와 고기가 가득한 탕에 상에 같이 내온 부추 겉절이를 올리고 간은 새우젓으로 맞췄다. 양념장과 후추도 입맛에 맞춰 넣으라고 탁자에 미리 세팅해 놨다. 양념장 없이 그대로 맑게 먹는 걸 좋아해 넣지 않았다. 마지막 국물까지 맑았다. 양학시장 안에 가게 이름은 대부분 자식의 이름이 아니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이름을 달고 평생을 그곳에서 일하며 가족을 먹여 살린다. 강원식당도 고향이 강원도라서 붙였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에 며느리가 함께 참여해 도왔다. 곁에서 제대로 배웠고 어르신이 은퇴하며 며느님이 물려받았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가게를 넓히고 싶어도 옆 가게와 딱 붙어있어 마음뿐이라고. 40년 전 그대로인 모습이라 맛도 그대로인가 싶었다. 돼지국밥은 조선시대 서민들이 돼지고기를 주식으로 삼으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했다는 설, 고려시대 왕이 백성에게 돼지고기를 나눠준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전해진다. 6·25 전쟁 당시 부산 등지로 피난 온 사람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 돼지 뼈와 부속물을 활용해 설렁탕과 유사한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것이 돼지국밥의 시작이라는 설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다. 강원식당은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영업하지만,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으니 전화 문의 후 찾아가는 게 좋다. 일요일에는 쉰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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