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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금융 ‘눈속임 상술’ 못 쓴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의 판단을 왜곡하는 이른바 ‘다크패턴(dark pattern)’ 행위를 유형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한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일상화되면서 가입은 쉽고 해지는 어려운 구조, 최고 금리만 앞세운 광고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6일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관련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금융상품 광고 단계부터 계약 체결, 유지·해지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인터페이스 전반에서 금융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다크패턴을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편취유도형 등 4개 범주, 15개 세부 유형으로 구분했다.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에 특화해 유형을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오도형에는 설명 절차를 과도하게 줄이거나, 이중 질문으로 소비자의 실수를 유도하는 행위, 특정 옵션을 미리 선택해 두는 방식 등이 포함됐다. 금융상품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방해형은 취소·해지·탈퇴 절차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숨겨 소비자가 비교·검토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행위다. 가입은 몇 번의 클릭으로 끝나지만, 해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구조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압박형에는 계약 과정 중 무관한 상품을 기습적으로 광고하거나, 이미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팝업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선택을 요구하는 행위가 포함됐다. 감정적인 문구나 시각적 자극을 활용해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는 경우도 규제 대상이다. 편취유도형은 검색 초기 화면에서는 낮은 금리나 높은 수익률만 보여주고, 계약 단계가 진행될수록 추가 비용이나 불리한 조건을 공개하는 ‘순차공개 가격책정’이 해당된다. 이 경우 소비자가 다른 상품과의 비교 자체를 포기하게 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판매업자와 자문업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핀테크 사업자 등이다. 금융상품 계약뿐 아니라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한 플랫폼 가입 과정도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약 3개월간의 준비기간을 부여한 뒤 2026년 4월부터 가이드라인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자율적인 점검과 개선을 유도하되, 이행 상황을 점검해 필요할 경우 감독·지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향후에는 법제화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온라인·비대면 금융환경에서는 소비자가 다크패턴의 영향을 받았는지조차 인식하기 어렵다”며 “금융상품 판매 전 과정에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김진홍기자 kjh25@kbmaeil.com

‘960억 지원 복덩이’ 포항에코빌리지 입지 공모 2파전···대송면·신광면 신청

2034년 포항 호동2 매립장과 생활폐기물 에너지화시설의 사용 종료를 대비한 새로운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포항에코빌리지’를 지을 입지 공모에 2개 마을이 신청해 최종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포항시는 지난 8월 6일부터 12월 26일까지 입주 공모를 진행한 결과, 남구 대송면 A 마을과 북구 신광면 B 마을이 후보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후보지 신청은 읍면동 단위로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지 주민·토지소유자·이통장협의회·개발자문위원회의 7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후 읍면동장의 추천서와 검토의견서를 첨부해 포항시 자원순환과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내년 1월 구성될 입지선정위원회가 타당성 조사,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주민 유치 의사 등을 종합 검토해 12월 입지를 결정한다. 공모 대상 입지는 면적 40만㎡ 이상, 토지이용 계획상 제한을 받지 않는 지역이며, 지역 주민들이 적극 유치를 희망하는 곳을 우선 선정할 계획이다. 소각시설과 매립시설, 대형폐기물 처리시설, 음식물자원화시설, 재활용 선별시설, 침출수 처리시설을 갖추게 될 포항에코빌리지 부지에는 체육시설, 공연장, 도서관, 공원, 휴게시설 등 주민 편익 시설도 조성한다. 포항에코빌리지 설치비의 10%인 450억 원을 투입하는데, 최종 선정된 입지 주민협의체가 원하는 수영장, 공연장, 목욕탕, 찜질방 등을 지을 예정이다. 여기에다 30년간 폐기물처리 수수료의 수입의 10%(연간 약 17억 원씩 총 510억 원)를 주민지원기금으로 조성한다. 주민협의체가 주민지원기금으로 주민 건강검진, 초·중·고교생 장학금 지원, 노후주택 단열공사 등의 용도로 쓸 수 있다. 조상수 포항시 자원시설팀장은 “첨단 설비와 친환경 처리시설을 적용한 ‘포항에코빌리지’는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과 효율적인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한 핵심 인프라이자 주민 수익 창출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포항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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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정혜숙을 만나다

비단과 한지의 결을 따라 모란이 피어난다. 선덕여왕의 이야기 속 꽃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귀와 평화를 주는 현대의 모란으로 재탄생 시킨 정혜숙 화백. 정성으로 피워낸 붉고 푸른 에너지가 당신의 삶을 환하게 비추길 바란다는 화가의 작품 속에선 그녀의 열정이 가득하다. 그녀를 만난 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4층에서 열린 지아트마켓에서였다. 모란을 주테마로 작업 중인 작가답게 벽면들이 모란으로 가득하다. 정 화백의 모란들은 화려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붉은 모란에서부터 오묘한 색을 띄는 모란까지 모란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중 검은 배경에 빛이 나는 듯한 꽃잎을 가진 모란 그림이 있어 작가에게 기법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보통 종이나 비단에 물과 색을 올리는 반면 이 그림은 색을 가진 종이의 물을 빼냄으로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독특한 자신만의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바탕 색지에 따라 다른 색이 나타난다고 한다. 오묘한 느낌에 빠져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모란들 사이 눈에 띄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단순한 붓놀림으로 그려진 듯 하지만 현장 느낌이 물씬 나는 탑그림이다. 깜깜한 밤 크고 둥근 달 아래 탑이 놓여있다. 달빛이 탑과 댓잎을 감싸듯 비추고 있다. 각각의 다른 존재는 이질감 없이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룬다. 원래 하나의 생명이었던 것처럼. 김시습의 마음을 담은 듯 용장사지 3층 석탑은 많은 이야기를 품은 채 그림 속에 존재한다. 어느 정도 작품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그림을 시작한 계기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림을 시작한 건 마흔 즈음이었다. 삶이 어둡게만 느껴지고 다음날 아침 눈뜨기조차 괴로웠던 시기였다. 그런 마음을 마냥 덮어두고 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삶의 방향을 바꿔야 했다. 그리고 만난 스승이 고 정담 조필제 선생이다. 조필제 선생은 생전 지역에서 부드러운 이미지와 인품으로 후배들에게 존경받던 분이다. 또한 제1회 신라미술대전 대통령상 수상자이며 모란 그림 전문가다. 여담이지만 대통령상은 1회를 시작이며 마지막으로 없어져 조 선생은 유일한 대통령상 시상자이기도 하다. 시민기자도 선생께서 생전 건강하실 때 우연히 몇 번 뵌 적이 있었는데 인심 좋은 동네 할아버지처럼 늘 웃고 계셨다. 도인 같던 스승에게 매일 같이 사는 게 힘들다며 넋두리했다. 그때마다 10년만 더 견뎌보라 하셨다. 50즈음엔 반드시 세상이 달라져 있을거라 단단히 말씀하셨다. 마치 예언이 이루어진 것처럼 50즈음 마음도 삶도 달라졌다. 그러다 조필제 선생께서 작고하셨고 존경하고 의지하던 스승의 죽음은 정 화백에게 굉장한 충격이었다. 그때까지 쉬엄쉬엄 취미처럼 하던 그림을 전문적으로 해야겠다 마음먹었고 허만욱 교수를 만나 대학원 2년 동안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더 단단해져갔다. 지금도 기일이 되면 옛 스승을 찾는다. 마치 스승이 앞에서 듣고 있듯 그간의 달라진 작품 결과물들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안부도 전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먼저 현재 경주 선도동에서 운영 중인 일우갤러리는 전문적 갤러리의 모습보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유공간으로 유지하길 원한다. 그리고 작업에서는 큰 욕심 없이 모란을 잘 그리고 싶다 했다. 돈보다 곧은 정신을 추구하는 작가로 남는 게 그녀의 꿈이다. 화사하면서 강렬한 모란을 닮은 정 화백의 맑은 꿈을 응원한다. /박선유 시민기자

송년회 풍경이 말해주는 달라진 술 문화

12월이 되니 어김없이 송년 모임이 이어진다. 직장 회식은 물론 각종 동호회와 소모임까지 총회, 송년회, 망년회를 들먹이며 다사다난했던 을사년 한해를 마무리 하는 분위기다.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지만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부어라 마셔라’ 가 당연시되던 술 문화 어디가고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진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방송대 총 동문 송년회. 많은 인원이 함께할 수 있는 널찍한 횟집 식당에서 맛있는 회를 앞에 두고 건배사가 이어진다. 동문회장의 건배사에 맞춰 들어 올린 저마다의 잔에는 소주도 있고 맥주도 있고 음료와 물도 있다. 이미 술은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에 익숙한 듯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다. 권하는 사람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없다. 포항영상문화포럼 송년파티는 또 다른 풍경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와인 잔을 들고 가볍게 건배한다. 붉은 와인 잔이 맑게 부딪히는 소리를 배경으로 한 해를 정리하는 대화가 이어진다. 취하기 위한 술자리가 아니라 분위기를 나누는 시간이 중심이 된다. 송년모임에 술이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는다. 기성세대들에게 술은 인간관계의 윤활유이자 사회생활의 필수 요소였다.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권하는 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였고 즐기기보다 취하기 위해 마셨다. 식사보다 술이 우선이었고 폭음으로 2, 3차는 기본이었다. 잔이 비워지기 전에 다시 채워지는 술자리는 늘 시끄럽고 분주했다. 술을 거절하는 행동은 무례함으로 여겨졌고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사회성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건강이 무참히 학대받던 시대의 단면이다. 그러나 이제 술에 대한 인식이 분명히 달라졌다. 마시지 않는 선택 또한 존중받고, 술을 마셔야 친해진다는 공식은 힘을 잃었다. 더불어 ‘술 마셔서 그랬다’는 변명도 더 이상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술은 이제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은 존재가 된다. 취함보다는 맛과 향, 다음날 컨디션을 중시하는 문화로 옮겨가며 ‘음주 강요’는 외려 문제행동으로 인식된다. 코로나 이후 회식 자체가 줄어들며 술자리는 저녁식사나 카페모임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늘었다. 이는 단순한 음주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사회 구조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상명하복과 연장자 중심에서 벗어나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면서 더 이상 술을 통한 통제나 강요가 정당화 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술을 덜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음주 관련 사고와 폭력, 범죄가 줄어들고 사회적 비용까지 낮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밤 10시만 넘어도 골목식당들은 불이 꺼지고 빛을 잃은 거리는 한산해진다. 손님이 없으니 택시도 귀하다. 그나마 남아있는 야간 택시조차 취객보다는 카페 손님을 선호한다. 얼마 전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가진 지인이 택시를 잡지 못해 결국 집까지 운동 삼아 걸었노라 허허롭게 웃던 그 모습은 달라진 밤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건강과 직장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술 문화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선택적으로 마시는 문화가 이미 뿌리를 내렸고 세대가 바뀔수록 더욱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술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자리, 송년회 풍경이 말해주듯, 음주문화의 변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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