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교통 사각지대 메운 행복택시 확대
버스가 하루 한두 차례뿐이거나, 정류장까지 걷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마을에서는 ‘이동’이 곧 생활의 한계로 이어진다. 병원 진료 일정과 장보기, 자녀들의 귀가 시간까지 교통 여건에 좌우되는 구조 속에서 교통 공백은 일상의 불편을 넘어 삶의 질을 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안동 지역 농촌·산간 마을 상당수는 고령 인구 비중이 높고 자가운전이 어려운 주민이 많다. 시내버스 배차 간격도 길어, 이동의 어려움은 의료·돌봄·교육 접근성 격차로 직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기 어려운 고령자나 돌봄이 필요한 가구의 경우, 교통 여건은 곧 생활 유지의 조건이 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 이른바 ‘행복택시’가 생활 교통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행복택시는 주민 호출에 따라 운행되는 방식으로 기존 시내버스 노선이 닿지 않거나 이용이 사실상 어려운 지역의 이동 수요를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정해진 노선을 따라 움직이는 기존 대중교통과 달리, 필요할 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노선 중심의 공급 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농촌 지역 특성상, 이용자의 실제 생활 패턴에 맞춘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높다.
운영 대상도 점차 확대됐다. 당초에는 버스 노선이 폐지됐거나 정류장이 1㎞ 이상 떨어진 지역을 중심으로 19개 읍면동 182개 마을이 대상이었지만 하루 두 차례만 운행되는 버스 노선 역시 실질적인 교통 공백이라는 현장 의견이 반영되면서 기준이 완화됐다. 형식적으로는 노선이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이용이 어려운 지역의 현실을 정책에 반영한 조치다. 정류장 거리 기준도 1㎞에서 0.8㎞로 조정돼, 이동 부담이 큰 마을들이 추가로 포함됐다.
이 같은 조정으로 행복택시 이용 대상은 20개 읍면동 232개 마을로 늘었고, 이용 인원도 1680명 수준에서 2060명가량으로 확대됐다. 이동이 제한됐던 마을 곳곳에서 교통 공백이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주민들의 생활 반경도 눈에 띄게 넓어졌다.
현장에서는 “병원이나 시장에 가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이동을 포기하지 않게 됐다”, “늦은 시간 귀가에 대한 불안이 줄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령 주민이나 단독 가구가 많은 마을일수록 체감 효과가 크다.
이용 대상 역시 마을 단위에 그치지 않고 생활 여건에 맞춰 넓어졌다. 출산 이후 병원 방문이 잦은 보호자를 고려해 24개월 미만 자녀를 둔 보호자까지 이용 대상에 포함됐고, 임산부의 경우 호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우선 배차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특정 계층을 위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생활 단계별 이동 수요를 반영한 제도 설계라는 점에서 정책 완성도가 높아졌다.
농촌 지역 학생들의 귀가 문제도 대표적인 교통 사각지대로 꼽힌다. 방과 후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학 실태 조사가 이뤄졌고, 겨울방학 기간 시범 운영을 거쳐 학기 중 본격 운영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학생 개인이나 가정의 부담으로 남겨졌던 귀가 이동을 공공 교통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행복택시 확대 운영은 외부 평가에서도 성과로 확인됐다. 안동시는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2025년 지속 가능 교통도시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인구 10만~30만 미만 지자체가 속한 ‘라 그룹’에서 2023년과 2024년 우수상에 이어 3년 연속 수상이다. 경북 지역에서는 유일한 사례다.
평가 과정에서는 하루 두 차례 이하 운행 지역까지 대상을 넓힌 점과 농촌 중·고등학생, 임산부, 영아 보호자 등 교통 취약계층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완한 점이 주요 요소로 반영됐다.
행복택시는 단순한 교통 편의 제공을 넘어 이동이 곧 생활의 조건이 되는 농촌 현실에서 교통복지의 역할을 구체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노선 중심 대중교통 체계의 한계를 메우는 방식으로 안동 곳곳의 교통 공백을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이동권을 생활권으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행복택시는 농촌 교통 정책의 하나의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