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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북 내륙지역 집중호우에 소방 244건 출동...3명 구조

경북 내륙 대부분 지역에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19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 오후 6시까지 총 244건의 출동에 소방인력 1190명과 장비 424대를 투입해 3명을 구조하고 342건의 안전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북 내륙 대부분 지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대구와 경북 서부 내륙을 중심으로 시간당 5㎜ 내외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이날 밤 대구·경북 지역에 시간당 10~20㎜의 강한 비가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19일 오후 6시 기준 일일 강수량은 경주 외동이 186.0㎜로 가장 많았으며, 고령 129.0㎜, 청도 92.0㎜, 대구 달성 91.5㎜, 경산 86.5㎜, 영천 80.5㎜, 포항 죽장 77.5㎜ 순으로 기록됐다. 지난 16일부터의 누적 강수량은 청도가 365.0㎜로 가장 많았고, 고령 354.0㎜, 대구 달성 338.5㎜, 경주 외동 287.0㎜, 경산 245.5㎜, 상주 은척 201.5㎜, 영천 200.6㎜를 기록했다. 소방당국의 인명구조 활동도 활발히 이뤄졌다. 18일 오후 7시 6분쯤 의성군 점곡면 윤암리에서 고립된 주민 2명을 구조했으며, 19일 오전 10시8분께에는 고령군 운수면 대평리에서 고립된 주민 1명을 구조했다. 안전조치 활동으로는 19일 오전 9시32분쯤 성주군 선남면 관화리 공장 침수 안전조치를 비롯해 토사 낙석 22건, 주택 침수 75건, 도로 장애 133건, 지붕 손상 1건, 간판 손상 2건 등 총 342건의 조치를 실시했다. 지역별 소방 활동 현황을 보면 청도가 86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주와 경산이 각각 31건, 포항북부 25건, 구미와 칠곡이 각각 21건, 고령과 성주가 각각 20건, 영천이 18건을 기록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날 밤까지 대구·경북에 많은 비가 내리고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강하고 많은 비로 인한 산사태·토사 유출·시설물 붕괴 등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며 “하천변 산책로나 지하 차도, 하천 주변 등에 출입을 금지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19일 19시 현재 도내 7개 시군 148가구 191명이 인근 지역 대피소로 대피해 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 지역 | 일일 강수량(㎜) | 누적 강수량(㎜) | | 경주 외동 | 186.0 | 287.0 | | 고령 | 129.0 | 354.0 | | 청도 | 92.0 | 365.0 | | 대구 달성 | 91.5 | 338.5 | | 경산 | 86.5 | 245.5 | | 영천 | 80.5 | 200.6 | | 포항 죽장 | 77.5 | - |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채수근 상병(당시 일병) 2주기 추모식이 19일 열렸다. 추모식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 추모공원 내 채 상병 흉상 앞에서 주일석 해병대사령관 주관으로 거행됐다. 유족 뜻에 따라 올해도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유가족, 친구, 해병대 장병 등만 참석했다. 추모사는 친구이자 현역 군인이 낭독했다. 채 상병 어머니는 추모식에 앞서 “(아들이) 너무 보고 싶고 살아야 할 이유가 많았는데 지금은 모든 게 멈춰버린 현실”이라며 “어떻게 낳은 아이고 어떻게 키웠는데,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속상하고 죽을 만큼 힘들다. 계속 눈물만 나온다”고 말했다. 해병대 제1사단 추모공원에는 높이 0.75m, 폭 0.55m 크기의 채 상병 흉상이 설치돼 있다. 한 유족은 “공교롭게도 그날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인명 피해도 발생하고 있어서 추모식을 취소할까 고민도 했다”며 “조용히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현충원은 다음 주에 찾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원 등 80여 명이 채 상병을 위해 별도로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모글을 대독했으며, 회원들은 묘비를 닦고 헌화하며 채 상병의 넋을 기렸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지난 18일 밤부터 19일 오후까지 경북 전역에 걸쳐 쏟아진 폭우로 지역사회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경북 전역에 걸쳐 장기간의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이 기간 경주 외동 지역은 356.5㎜의 강수량을 기록해 도내 최고치를 나타냈고, 청도 314㎜와 고령 288.5㎜ 등에 많은 비가 쏟아 졌다. 또한, 대구 달성 270㎜, 경산 194.5㎜, 문경 마성 168.5㎜, 칠곡 팔공산 155㎜ 등 주요 지역에서도 큰 폭으로 비가 내려 저지대 침수와 도로 파손 사례가 잇따랐다. 특히 이 기간 일부 지역 강수량이 200mm를 넘기면서 낙동강 유역 8곳의 보 수문은 긴급 개방돼 최대 초당 1만3500t의 방류가 진행되기도 했다. 피해도 누적되고 있다. 농로와 저지대 주택 침수로 주민들은 긴급 대피했고, 도로 곳곳에서 낙석 및 침수로 인해 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됐다. 청도군에서는 산사태 경보가 발령되며 토사 유출 위험이 높아졌고, 고령·성주·예천·안동 등지에도 산사태 주의보가 내려졌다. 대구 북구 국우터널 인근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해 긴급 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설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경주 동방교와 황성동 도로, 경산 오목잠수교 등 5개 도로가 침수되거나 통행이 통제됐으며, 대구시 수성구·동구·북구 일대 지하차도 및 하부도로 역시 침수로 통제됐다. 주민 대피도 이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183세대 246명이 마을회관 등 임시 대피소로 긴급 이주했다고 밝혔다.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는 침수된 주택에 구조대가 투입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9일 호우로 인해 인력은 278명, 장비는 106대가 동원돼 인명구조 1건, 안전조치 88건(토사낙석 3건, 주택 17건, 도로장애 20건, 지붕 1건, 간판 1건, 기타 46건) 등의 활동을 펼쳤다. 각 지자체도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하천 주변 산책로 및 농수로 출입을 통제하며 문자 알림을 통해 주민들에게 안전조치를 당부하고 있다. 기상청은 19일 하루 최대 150mm 이상의 폭우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으며, 고령군 안림천 인근에는 홍수경보까지 발령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하천변과 산간 지역 접근을 자제하고 실시간 기상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계속된 강우로 현재 지반이 매우 약해져 산사태와 토사 유출, 시설물 붕괴의 우려가 높다”며 “인명 피해에 대해서는 현재 공식 집계 중이며, 피해 규모를 분석하고 복구 대책을 마련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호우는 20일부터 소강 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북부 내륙에는 소나기 가능성이 남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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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집중호우로 183세대 대피…100mm 더 내릴 듯

대구와 경북 지역에 밤새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183세대 246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요 도로와 교량의 통행이 제한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9일 오전 5시 현재 지역별 누적 강수량은 경주 외동 106.5㎜, 고령 92.5㎜, 대구 달성 70.5㎜, 청도 67.5㎜, 경산 58.5㎜를 기록했다. 특히 경주는 시간당 30㎜의 폭우가 내리면서 오전 4시 30분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현재 대구와 경북 20개 시·군에 호우주의보 등 기상특보가 발효 중이다. 대구기상대는 이날 하루 50∼100㎜, 많은 곳은 150㎜ 이상의 비가 내린 뒤 그칠 것으로 예보했다고 밝혔다.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우려로 대구에서는 수성구 사월 지하보도를 비롯해 동구 숙천교, 안심교, 공항교 하부도로 진입이 금지됐다. 북구에서는 팔거천과 동화천 출입이 통제됐으며, 금고강 칠성교 부근 수위는 밤새 1m까지 높아졌다가 현재 0.5m로 낮아진 상태다. 경북에서는 포항시 국지도 69호선 일부 구간과 흥해읍 곡강 침수교, 경주시 동방교 및 황성동 도로, 경산시 오목잠수교 등 5곳의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또한 7개 시·군에서 183세대 246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사전대피했다. 지역별 대피 현황을 보면 포항 90세대 120명, 고령 39세대 51명, 청도 20세대 33명, 영주 13세대 15명, 경주 14세대 18명, 상주 4세대 6명, 성주 3세대 3명 등이다. 산사태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경북 청도에는 산사태 경보가, 고령·성주·예천·안동·봉화·문경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경북도 관계자는 “호우에 따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만큼 비상 상황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7-19

일주일 간 내린 기록적 폭우에 농촌 초토화

최근 전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농업 분야가 심각한 피해를 입으며,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정부는 긴급 복구와 피해 지원에 나섰지만,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 농지 2만7094ha(농경지 침수 2만6893ha, 유실·매몰 161.3ha, 낙과 39.7ha 등)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93.4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역별로는 전북 1만4569ha, 충남 7832ha, 충북 1802ha, 경북 1636ha, 전남 1195ha 등에 피해가 집중됐으며, 작물별로는 벼와 콩이 각각 1만9465ha와 5198ha로 큰 침수피해를 입었고, 수박 333ha, 멜론 259ha, 사과 130ha 등 과실 피해도 잇따랐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밭 전체가 물에 잠겨 수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설하우스 피해도 1727ha에 달해 고부가가치 작물 생산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가축 피해도 심각하다. 이번 집중 호우로 18일 기준 가축 57만9000(닭 53만3000마리, 오리 4만3000마리, 돼지 3000마리)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 닭이 전체 폐사 가축의 93%를 차지한다. 특히 육계 중심의 양계장이 집중된 중남부 지역에 피해가 이어지면서 닭고기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일주일 여 동안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지난해 피해 규모보다 6배 이상 높다. 가축 피해는 12배에 달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현재도 피해 규모를 집계하고 있어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폭우로 인한 출하량 급감은 곧바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시금치 도매가격은 한 달 전 대비 219% 상승했으며, 상추는 195%, 얼갈이배추는 113% 급등했다. 오이, 애호박, 토마토 등도 30~60% 이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런 급등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추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침수 피해를 본 농경지 작물 상당 부분은 폐기가 불가피해 가뜩이나 가파르게 오르고 있던 농산물 가격에 큰 여파를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 가격 급등은 단순한 농가 피해를 넘어 ‘애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면서 외식비 상승, 소비자 부담 증가는 물론, 정부의 물가 관리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포항 죽도시장의 한 농산물 가게 대표는 “얼마 전까지는 가뭄으로, 이번에는 폭우로 농산물 수확에 차질이 발생한 상태”라며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이 불가피하며 일부 품목은 폭등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신속한 손해평가와 피해조사를 통해 보험금 및 복구비를 지급할 계획”이라며 “농촌진흥청·농협·지자체와 협력해 응급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배수 조치, 병해충 예방, 축사 환기 등 현장 기술지도를 강화하고 있다”며 “생육 지원을 위한 예비묘 250만주 확보, 농자재 할인 공급, 소비자 대상 할인 행사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18

18일 밤부터 대구·경북에 많은 비… “시간당 30~80㎜ 예상”

대구·경북은 18일 밤부터 다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대구와 영천, 포항, 상주 등 일부지역에 시간당 5㎜ 안팎의 비가 내리고 있고 나머지 지역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오후 6시 이후 대구 경북 전역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에는 19일 오후까지 시간당 3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18일 밤부터 19일 오전까지 경북 북부는 시간당 30∼50㎜ 이상, 경북 남부는 시간당 50∼80㎜의 매우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19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50∼150㎜(많은 곳 200㎜ 이상)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대구와 경북(영덕, 울진평지 제외)에 호우예비특보(정오~18시)를 발표했다. 청도에는 이틀째 산사태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또 문경·봉화·안동·예천·고령·대구 달성에는 산사태 주의보가 이틀째 유지되고 있다. 이날 오전 낙석이 발생한 포항 국가지원지방도 69호선 가사리∼상옥 구간 양방향 교통도 통제 중이다. 대구·경북은 전날에도 청도 215㎜, 대구(달성) 171㎜, 고령 131㎜, 상주(은척) 121.5㎜, 경주(산내) 113.5㎜, 경산 101㎜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대구기상청은 "최근 내린 많은 비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나 토사유출, 시설물 붕괴 위험성이 있다”며 “하천물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으므로 계곡에서 야영을 자제하는 등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18

울진에서도 고3 학생이 학교 무단침입해 시험지 유출 시도

안동 시험지 유출 사건에 이어 울진에서도 시험지 유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8일 경북도교육청과 울진경찰서에 따르면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던 지난 4월 24일 오전 1시쯤 울진의 고등학생 A(18)군이 학교 교무실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로 경찰에 입건됐다. 사건 당일 교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 A군 모습이 찍혔다. A군 은 사설 경비 시스템이 울리자 곧장 달아났다. 하지만 경찰의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3일 뒤 신원이 밝혀져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시험지를 훔치려고 학교에 들어갔으나, 훔치지는 못했다"고 자백했다. 사건 이후 A군은 자퇴했으며, 경찰은 지난달 그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학교 측은 해당 시험지를 모두 폐기하고 문제를 재출제해 중간고사를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지까지는 훔치지 못한 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최근 안동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후 교사(30대·구속)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안동에서는 최근 수년간 전직 담임교사와 학부모, 행정실장이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했다가 사설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며 적발돼 파장이 일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5-07-18

경북 집중호우에 몸살···주민 대피1산사태 등 피해

경북도 전역이 지난 14일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집중호우에 휩싸이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경북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비상 대응에 나섰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 기간 청도 지역에 누적 강수량 242.5mmff 기록하는 등 폭우가 쏟아졌고, 상주 화북면과 문경에도 각각 158mm, 156mm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경주에서는 시간당 최대 54.1mm의 강한 비가 내리며 도로와 주택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청도군 청도읍 구미리에서는 산사태로 민가 1채와 차량 1대가 토사에 일부 매몰됐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는 주택과 차량이 침수되며 주민 26명이 긴급 대피했다. 경북도는 호우특보가 발효된 12개 시·군에 대해 사전 대피 조치를 시행해 총 69세대 96명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청도에서만 41세대 58명이 대피했으며, 영주·경주·상주·영양 등에서도 대피가 이뤄졌다. 도로 통제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지방도 및 리도 4개 노선이 전면 통제됐고, 세월교 92곳, 둔치주차장 8곳, 하상도로 7곳 등 총 137곳이 사전 차단됐다. 경북도는 마을순찰대를 가동해 2067개 마을에 공무원과 현장요원 3641명을 투입해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장마 기간 동안 인명 피해 제로를 목표로 대응하고 있으며, 산사태 위험지역과 지난해 산불 피해지를 중심으로 집중 관리 중”이라며 “기상청 예보에 따라 19일까지 최대 250mm 이상의 추가 강우가 예상되는 만큼, 도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는 장마 종료 시까지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며 피해 복구와 예방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18

지역 농협 임직원 가담, 400억 원대 차명 대출 받아 주식·부동산 투자 혐의로 구속기소

차명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주식, 부동산 투자 자금으로 유용한 지역 농협 임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18일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정미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지역 농협 A상무를 구속 기소하고 B상임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동산업자 C씨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농협 대출 담당 신용상무인 A씨는 자신의 형을 비롯해 총 31명의 타인과 법인 명의로 차명 대출을 실행했다. A씨는 심사 과정에서 담보 가치를 감정가의 최대 7배 부풀리는 식으로 서류를 위조해 부실대출을 정상대출로 위장시키고 규정된 대출 한도를 어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B이사는 A의 범행을 알고도 감사를 무마했고 아내의 명의를 제공하는 식으로 범행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차명 대출에 활용할 명의자를 소개하거나 해당 대출금을 투자할 부동산 정보를 제공했다. 이들은 부실대출로 받은 총 499억 원을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에 사용하며 수익이 생기면 함께 나눠 가졌다. 차명계좌 51개를 이용해 이자 돌려막기, 자금 세탁을 하는 등의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일당은 수사에 대비해 사전에 진술을 맞추거나 증거 인멸, 조작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역농협 임직원들이 부동산업자와 공모해 거액의 부실대출을 실행함으로써 해당 농협이 해산에 이르게 된 중대범죄”라며 “앞으로도 금융기관 임직원의 부패범죄에 엄격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나채복기자

2025-07-18

‘호우경보’ 내린 청도·대구 비 피해 잇따라

17일 호우경보가 발효된 경북 청도군과 대구시에서 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오후 1시 51분쯤 청도군 청도읍 구미리 2번지에서 빗물이 섞인 많은 양의 흙이 유출돼 민가로 추정되는 건물 1채와 승용차 1대가 일부 매몰됐다.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사고가 난 지점 인근 민가에 거주 중인 주민 4명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오후 2시쯤에는 청도군 청도읍 원리 일대에서 도로와 차량 일부가 침수되기도 했고, 청도읍 원정리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이날 청도에는 시간당 45.5㎜의 강한 비가 내렸다. 또 오후 2시 21분쯤 대구 북구 노곡동 한 식당에서는 침수가 발생해 손님 4명이 갇혔다 구조됐다. 마을 입구는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도로 주택, 여러 대의 차량이 침수됐다. 소방당국이 구명보트 등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주민 26명을 대피시켰다. 노곡동은 2010년 8월 2차례에 걸쳐 물난리를 겪기도 했다. 이날 청도, 대구, 성주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 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경산시 오목천 압량교 지점에 홍수경보, 청도군 원리에는 홍수주의보를 내렸다. 비는 19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지방기상청은 19일까지 대구·경북에 많은 비가 내리고 돌풍과 천둥·번개에 유의해야 한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30~100㎜이며, 많은 곳은 120㎜ 이상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7일 풍수해 위기경보를 최상위인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중대본 3단계도 가동해 부처와 유관기관의 비상대응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중대본 근무자가 증원되고, 가용경찰력과 장비 총력 지원, 부처별 재난상황실 확대 운영 등이 이뤄지게 된다. 중대본 3단계 발령은 제6호 태풍 카눈 북상에 따라 가동한 2023년 8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중대본은 행안부 국·과장급으로 구성된 현장상황관리관을 전국에 급파해 집중호우 기간 중앙과 지방의 유기적인 협조를 공고히 하고, 실시간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원본프리뷰 이미 300∼400㎜ 수준의 비가 쏟아진 상황에서 추가 강수가 예보된 만큼, 보다 신속한 통제와 선제적인 대피에 중점을 두고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총력 대응한다. 특히 이미 비가 많이 내린 지역은 지자체장의 대피 명령 권한 행사를 권고하고, 주민 대피와 보호에 드는 비용은 중앙에서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민재 중대본부장(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은 “정부는 집중호우 상황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며 “국민께서도 집중호우 시 외출을 삼가고, 저지대·하천변·산사태 위험지역 등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접근을 자제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배준수·심한식·장은희기자

2025-07-17

피서객 끊긴 해수욕장 ‘울상’ 키즈카페·셀프빨래방 ‘북적’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 이어지는 가운데 포항지역 상권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빗속에 발길이 끊긴 해수욕장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울상을 짓는 반면 실내 기반 업종은 기상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송도해수욕장은 2007년 폐장 이후 18년 만에 다시 문을 열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인근 상인들의 얼굴엔 웃음 대신 근심이 가득하다. 개장 직후부터 이어진 장맛비 탓에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송도해수욕장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17일 “개장하자마자 비가 시작돼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하늘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올해는 재료비도 올라서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전통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날 죽도시장 골목에는 우산을 챙겨 든 손님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지만, 평소에 비하면 한산한 분위기였다.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 씨(60대)는 “비가 오면 손님이 집 밖에 나오지를 않는다. 너무 더워도 마찬가지”라며 “비가 오면 손님이 끊기고, 더우면 상품이 상한다. 이럴 땐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나을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런 날씨가 반가운 곳도 있다. 셀프빨래방과 키즈카페 같은 ‘실내 기반 업종’은 오히려 궂은 날씨의 수혜 업소들이다. 포항시 남구의 한 셀프빨래방은 장마가 시작된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평소보다 20~30% 늘었다. 이곳 점주는 “비가 오면 집에서 마르지 않는 빨래가 많아져 방문이 늘어난다”며 “특히 꿉꿉한 운동화나 침구를 건조까지 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장마철 외출이 어려워진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를 찾는 가족도 많다. 포항시 북구의 한 키즈카페 관계자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손님이 늘었다. 실내에서 시원하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찾는 부모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기후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조규봉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장마는 과거처럼 일정 기간 비가 꾸준히 내리는 형태라기보다는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불볕더위가 번갈아 이어지는 불규칙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기상 패턴이 반복된다면 소비자 행동 역시 점차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극단적인 기후는 전통적 오프라인 상권을 위축시키는 반면, 실내 기반의 업종에는 기회로 작용한다”며 “기상 요인에 민감한 업종일수록 운영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7-17

여름꽃처럼 뜨겁게 피어보자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6월 말부터 시작된 더위에 정신을 못 차리는 나날이었다. 이 더위 속으로 꽃 핀다. 여름꽃들이 핀다. 화려한 주황색 능소화와 붉은 목백일홍이 핀다. 고운 이름의 부용화도 어느 길목에 피었으리라. 제 안의 색을 모조리 꺼내어 피는 여름꽃들. 폭염 속에서도 저리 만발이다. 저렇게 뜨겁게 피는 것들에게는 눈부신 아름다움만큼 위험한 광기가 숨어있는 법이다. 나 미쳤다고 대놓고 피는 꽃들. 그 광기에 한번은 물들고 싶어진다. 그 요란스러운 깔깔거림에 나도 미친 척 끼어들어 보고 싶다. “사는 일이 강퍅하여 / 우리도 가끔씩 살짝 돌아버릴 때가 있지만 / 그래서 머릿골 속에 조금 맺힌 꽃봉오리가 / 새벽달도 뜨기 전에 아주 시들어버리기도 하지만 // 부용화나 능소화나 목백일홍 같은 것들은 / 속내 같은 거 우회로 같은 거 은유 같은 거 빌리지 않고 / 정면으로 핀다 / 그래 나 미쳤다고 솔직하게 핀다 // 한바탕 눈이 뒤집어진 게지 / 심장이 발광하여 피가 역류한 거지 // 거참, 풍성하다 싶어 만질라치면 / 꽂은 것들을 몽땅 뽑아버리고 내뺄 것 같은 / 예측 불허의 / 파문 같은 / 폭염 같은 / 깔깔거림이 // 작년의 광증이 재발하였다고 / 파랗게 머리에 용접 불꽃이 인다고 / 불쑥불쑥 병동을 뛰쳐나온 목젖 속에 / 소복하게 나방의 분가루가 쌓이는 7월이다”- 문성해 시 ‘여름 꽃들’ 이 땅의 여자들은 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처럼 늘 가녀린 모습으로 얌전하게 살기를 강요당하며 살아왔다. 나 또한 조상부터 내려온 그 끈질긴 구속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얌전한 여자의 표본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오십 중반 더 이상 여자가 아닌 한 명의 사람이 속에서 자꾸 불거져 나온다. 삶은 남자 여자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니 누구든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리라. 누군가 만들어준 프레임에 갇혀 내가 가진 색깔을 내놓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 저 불타듯 피는 여름꽃처럼 ‘속내 같은 거 우회로 같은 거 은유 같은 거’ 없이 직방으로 한번은 피어나고 싶어진다. 생활인으로서 내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시인으로서는 그런 미친 정열을 닮고 싶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폭우 한 번에 제 몸뚱이 다 내던져 바닥을 뒹구는 능소화 그 주홍빛 꽃송이들처럼 그리 뜨겁게 살다 뜨겁게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역류한 심장의 피로 붉게 물든 목백일홍과도 오래 눈 맞추고 싶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다. 지글지글 끓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여름을 나는 일이 갈수록 녹록하지 않다. 후끈한 열기의 세상에서 이 여름을 피하지 않고 여름꽃들 같이 한번 화들짝 피어 보자. 뜨거운 것이 여름이고 뜨거움이 있어야 풀과 나무와 곡식이 자란다. 능소화의 주홍으로 목백일홍의 붉음으로 우리도 화끈하게 여름을 건너가 보자.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7

서남시장 FLEX, 맛도 정도 다 있는 그곳

“언니야, 뭐 하는데? 나는 서남시장 왔다.” 엄마와 함께 주말 점심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에게 걸려온 이모 전화 한 통에 우리는 곧장 서남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대구 달서구 감삼동에 위치한 서남시장은 1984년 개장해 지금까지 오랜 시간 지역주민들의 삶과 함께 호흡해 온 생활형 시장이다. 지하철 2호선 감삼역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공영주차장도 두 곳이나 마련되어 있어 자가용으로 이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시장 골목에는 반찬, 떡, 과일 등이 반갑게 얼굴 내밀며 인사하는 모습이 전통시장의 정겨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서남신시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음식은 ‘족발’이다. 덕분에 ‘맛의 거리’로 불릴 만큼 족발은 이 시장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족발로 유명한 골목에는 30년 넘는 오래된 점포부터 SNS를 통해 입소문 난 맛집까지 다양한 족발집이 즐비하다. ‘김주연왕족발’, ‘한상일왕족발’, ‘만원족발’ 등은 주말이면 대기 줄이 생길 정도로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떠올리면 군침이 도는 맛있는 족발 덕분에 시장을 많이 찾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의 발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족발 외에도 삼계탕, 떡갈비, 전통떡, 만두, 분식류 등 가성비 좋은 먹거리들이 시장 곳곳에서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들에 마음이 부자가 된 듯했다. 먹거리만 풍성한 게 아니었다. 시장 중간중간에는 잡화점, 옷 가게, 문구점도 자리 잡고 있어 장 보러 왔다가 추억을 마주치는 느낌이었다. 낡은 간판 밑 오래된 의류점에는 옛날 스타일 원피스들이 가득했고, 오래전 엄마가 입던 옷 같아 괜스레 정겨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시장의 활기였다. 상인들은 손님 한 명 한 명을 반갑게 맞았고, 서로 안부를 나누는 이웃들의 인사도 따뜻했다. 장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요즘 보기 힘든 정서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또, 인근에는 두류공원, 이월드, 중리동 곱창 골목, 퀸스로드 패션 거리 등 다양한 명소들이 있어 시장 탐방과 지역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시장 탐방과 함께 하루 코스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서남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물건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덤을 얹어주시는 상인의 손길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골라주려는 마음 씀씀이에서 진짜 ‘시장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대형마트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정이 서남시장에는 살아 있었다. 골목 끝 작은 국밥집에서는 소박한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택배 상자를 한 손에 든 상인 아저씨,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가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부모님과 아이들까지. 각자의 사연이 모여 시장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시장 입구 쪽에는 새롭게 단장한 간판들과 LED 안내판이 눈길을 끌었다. 옛 전통시장 특유의 정취는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비된 통로와 편리한 시설 덕분에 젊은 세대도 부담 없이 시장을 찾을 수 있다. 구석구석 마련된 고객 쉼터 덕분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리기도 좋았다. 우리는 이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사고 달콤한 간식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와 이모가 함께 웃으며 나란히 걷는 모습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어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아빠와 동생까지 데리고 다시 한 번 서남시장 나들이를 하고 싶다. 한 번 방문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맛과 정이, 이곳엔 분명 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7

살아있는 장터 포항 오천 오일장

오일장(五日場)은 닷새마다 서는 지역 전통시장이다.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다슬기를 사기 위해 포항시 남구 오천읍 오천 오일장을 찾았다. 대형마트나 로컬푸드 직매장에도 있지만 굳이 더운 여름 뙤약볕 아래 오일장을 찾은 것은 살아있는 다슬기를 사기 위함이다. 손질된 냉동 다슬기는 비싸기도 하지만 중국산도 많다. 도로 갓 길을 점령한 노점상들. 얼핏 중구난방인 듯하지만 5일마다 서는 장날은 엄격히 자기 자리를 지킨다. 다슬기를 찾으며 시장 구경을 한다. 과일, 뻥튀기, 도넛, 족발, 생선, 젓갈, 채소, 언제나 긴 줄을 서는 가마솥 통닭에 각종 꽃 화분까지 없는 게 없다. 닷새마다 피는 삶의 풍경에 정겨움이 묻어난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불렀다던 유행가 한 구절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노래 속 장터도 오일장이다. 닷새마다 열리는 오일장은 포항 근방으로 1·6일 기계시장, 2·7일 흥해시장, 3·8일 구룡포시장 4·9일 안강시장, 5·10일 오천시장이 있다. 기계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은 상설시장을 겸한다. 세월이 좋아지며 잘 갖춰진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 로컬푸드 직거래까지 가능해졌지만, 오일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서민들의 삶 가까이에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장터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삶의 공간이다. 근대의 상설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오일장은 자생적 상거래의 현장이다. 조선 전기에는 장이 서는 간격이 일정치 않았으나 조선 후기 들어서면서 오일장의 형태로 자리 잡는다. 30리에서 60리 간격으로 장터가 형성되었고 날을 달리해 돌아가며 장이 열리니 보부상들은 이를 따라 순회하며 장사를 했다. 이들을 ‘장돌뱅이’라 불렀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봉평장도 오일장이다. 오일장은 단순히 경제적 상거래 장소를 넘어 시대마다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조선시대엔 민심이 모이는 날로서 탐관오리의 착취에 항거하는 날이 되기도 하고, 일제강점기에는 항일독립운동의 디데이로 활용되기도 했다, 혼담이 오가고 마을의 여론이 형성되던 곳. 생활정치와 공동체의 공간이었다. 대형마트와 상설시장의 출현으로 유통시스템이 변화하면서 전통시장이 많이 줄었다. 야외시장이라 냉난방이 어려운데다 화장실과 주차 같은 편의시설이 미흡하고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식재료의 원산지나 영양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있는 시장’을 찾는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활기가 넘치고 대형마트에서는 할 수 없는 흥정의 재미를 즐기기도 한다. 볼거리가 많다보니 시장 구경 자체가 힐링이다. 청결 문제로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도 있지만 단순 시장이 아닌 우리 민족의 정취와 지혜가 담긴 상징적 유산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어 문화산업으로서의 전승 가치도 지닌다. 장날을 기다리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듯 변함없이 사람이 북적인다. 불편함 마저 즐기는 그곳에는 따뜻함도 배어있다. 닷새마다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는 오일장은 일상에서 즐기는 작은 축제다. 장터에서 구입한 생 다슬기를 잘 손질해 소분해서 냉동 보관한다. 그냥 뿌듯하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