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박광선 부장판사)는 어선을 이용해 공해상에서 외국국적 선박으로부터 2억원 상당의 러시아산 털게 등을 받아 밀수한 혐의(관세법 위반 등)로 기소된 냉동수산물무역업자이자 선박대리점업자인 A씨(35)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구룡포 선적 45t 근해통발어선 선주 B씨(46)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1000만원, 선장 C씨(66)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 기관장 D씨(58)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A씨 일당으로부터 밀수입한 러시아산 스노우크랩 120㎏(시가 480만 원 상당)을 180만 원에 구매한 혐의로 기소된 구룡포 지역 대게 판매 업자 E씨(48)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 2월 28일 근해통발어선을 이용해 포항시 구룡포항 남동방 약 29해리 공해상에서 몽골 선적 187t급 화물선에 플라스틱 상자에 나눠 실려있던 시가 6300여만 원 상당의 러시아산 털게 855마리(약 1100㎏)와 스노우크랩 18상자(약 540㎏)를 옮겨 싣고 구룡포항을 통해 입항한 뒤 탑차를 이용해 포항시 남구 삼정리 소재 수족관에 운반해 보관하는 등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러시아산 수산물을 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3월 1일에도 같은 수법으로 시가 1억5800만 원 상당의 러시아산 레드킹크랩 약 3500㎏을 밀수입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주도면밀하고, 밀수한 수산물의 양도 상당해 국가의 관세 체계를 교란한 정도가 크기 때문에 엄하게 벌함이 마땅하다”라면서도 “범행이 조기에 적발되는 바람에 피고인들이 범행으로 인한 실질적인 수입을 거의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긴 추석 연휴 동안 벌초, 성묘, 명절 음식 준비 등 여러 활동과정의 응급사고 발생시 대처법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다. 먼저 벌에 쏘였을 때는 벌이 없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후 피부에 벌침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꿀벌의 경우 침을 신용카드 등으로 긁어내 제거한 뒤 비누와 물로 씻어야 한다. 말벌은 침이 박히지 않으므로 찬물로 씻고 냉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벌 알레르기가 있거나 쏘인 후 호홉곤란·구토·의식저하 등 전신 반응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성묘 등 들판이나 풀숲에서 활동하면서 진드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풀숲에 눕거나 옷을 벗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명절 음식 준비 중 기름에 의한 화상을 입었을 경우 즉시 기름기를 닦아낸 후 시원한 물로 15~20분간 식혀야 한다. 옷 위로 뜨거운 물이나 음식물이 쏟아져 피부와 옷이 달라붙었다면 옷을 입은 채로 식힌 후 가위로 옷을 제거해야 한다. 명절 음식은 기름지고 고열량인 경우가 많아 소화불량이나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과식을 피하고, 채소류 위주의 식단 유지하는 것이 좋다. 급체 증상이 나타나면 따뜻한 차나 매실차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식중독의 경우 구토와 설사로 인한 수분 손실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함으로 이온음료나 물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할 경우 병원에서 수액 치료나 항생제 처방이 필요할 수 있다. 가사노동, 장거리 운전, 가족 간 갈등 등 명절증후군도 잘 대응해야 한다. 여성은 가사노동, 남성은 운전과 교통체증으로 인해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피로가 누적, 허리·목·손목·무릎 통증, 소화불량, 불면, 우울감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명절증후군은 충분한 휴식과 가족 간 배려, 긍정적인 대화로 예방할 수 있다. 김동언 안동성소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추석 연휴 동안 응급상황에 대비해 기본적인 응급처치법을 숙지하고, 증상이 심할 경우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행인이 계란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22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40분쯤 대구 동구 신암동 동대구역 광장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행인이 동상에 계란을 투척했다. 이 장면은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경비 직원이 폐쇄회로TV 화면을 통해 목격한 것으로 즉시 경찰에 신고가 이뤄졌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을 확인했으며, 동상 외관에는 별다른 훼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동대구역 일대 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하며 계란을 던진 행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사람 뿐만 아니라 시설물에도 계란을 던지면 안 된다. 처벌여부는 관련 법리를 검토이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포항시 남구 괴동동에서 SUV 차량이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2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 22일 포항남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29분쯤 남구 괴동동 한 삼거리에서 “차량이 전봇대와 충돌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는 심정지 상태의 운전자에게 전문소생술을 시행하고 오전 4시 54분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운전자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9-22
22일 대구·경북은 구름 많은 날씨를 보이겠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6시 기준 아침 최저 기온은 대구 16.1도, 안동 14.5도, 구미 15.8도, 포항 20도 등이다. 낮 최고기온은 23∼26도 분포를 보이겠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 차가 10도 안팎으로 크게 나타나는 곳이 있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성주군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9일 주민소통 간담회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을 홍보하고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지자체 소속 공무원 3명을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 고발했다. 경북선관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월 말부터 8월 사이 성주군 내 3개 면에서 열린 주민소통 간담회에서 주민들에게 떡·과일·음료 등을 제공하고, 군정 성과보고 과정에서 현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이하 법) 제114조에 따르면 후보자와 관련된 회사·법인·단체 및 그 임직원은 선거기간 전에는 당해 선거와 관련해, 선거기간에는 당해 선거와의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후보자를 위한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또한 법 제85조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법 제86조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선거구민에게 특정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09-21
호미곶 해상에서 갯바위에 고립된 50대 남성이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거친 파도 속에서 해경 헬기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21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6분쯤 호미곶 인근에서 제트스키를 타던 A씨(54)가 갯바위에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동해해경청은 즉시 포항항공대와 경비함정, 파출소, 구조대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먼저 도착한 파출소 구조팀이 육상에서 50m 떨어진 갯바위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A씨를 발견했지만,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인 악천후로 육상 접근이 불가능해 헬기 도착까지 대기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헬기에서 구조사가 호이스트를 이용해 A씨를 끌어올리며 ‘하늘 인양’ 구조가 이뤄졌다. A씨는 저체온증과 찰과상을 입었지만, 기내 응급조치 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포항공항을 거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성종 동해해경청장은 “풍랑특보 등 기상 악화 시에는 해상 활동을 삼가 달라”며 “해경은 언제든 긴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대구 중구 남산동 인쇄 골목 한가운데에는 50년 넘게 족보와 문집 제작에만 몰두해온 ‘대보사’가 자리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책으로 가득찬 내부는 마치 도서관을 연상케 하며, 정갈히 정리된 족보와 문집에서 은은한 종이 향이 퍼져 나와 차분한 기운을 준다. 대보사의 역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대표 고(故) 박노택 회장이 ‘서성인쇄사’를 세운 것이 출발점이다. 당시 대구 유지였던 이석기씨가 “내 점포를 빌려줄 테니 인쇄소를 해보라”라고 권유하며 물심양면 지원한 인연이 발판이 됐다. 이후 1981년 ‘대보사’로 상호를 변경하며, 족보와 문집을 위한 국내 최초의 청 타조 판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는 2대 박도규 대표(77)가 가업을 이끌고 있으며, 장남 박종찬 기획실장이 3대째 전통을 잇고 있다. 반세기 동안 대보사는 족보와 문집 출판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대보사가 지켜온 ‘족보’는 단순한 책이 아니다. 가문의 뿌리이자 조상의 발자취를 기록한 소중한 역사다. 예로부터 귀감(龜鑑)이라 불리며, 친족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가풍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보사에서는 족보를 “책이 아니라 조상”이라 여기며, 완성된 족보를 ‘납품’이 아니라 ‘모셔간다’고 표현한다. 일반 인쇄물과 달리 운반비를 따로 받지 않고, 한 장 한 장을 조상으로 대하며 소중히 다룬다. 배부 또한 택배나 우편이 아닌, 문중에서 직접 찾아가도록 안내한다. 심지어 족보에는 가격표조차 붙이지 않는다. 성경책처럼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거룩한 정신이 담긴 기록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족보를 집안의 가장 귀한 보물로 여기며 상에 올려놓고 절을 올리기도 했다. 핵가족화와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한때 봉건적 유물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대보사 같은 곳이 있어 조상들의 지혜와 가문의 역사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반세기 동안 뿌리 찾는 이들의 곁을 지켜온 대보사. “족보는 곧 조상”이라는 신념은 오늘도 남산동 골목에서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 1대 박노택 회장, 2대 박도규 대표, 3대 박종찬 실장까지 3대에 걸쳐 약 50년간 활동하며 대략 4500~5000종의 족보와 문집만을 제작해 왔다. 1999년 자동화 설비 도입, 2004년 자체 개발한 족보 전용 프로그램, 2008년부터 전자족보 발간, 이후 모바일·인터넷족보 서비스를 확대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박도규 대표는 포부를 이렇게 말했다. “대보사는 족보 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일익을 담당하며, 문집 등 전통 서적 발간에 더욱 전문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보사는 지금까지 50년의 노력을 통해 5000 여 문중의 족보와 다양한 문집을 제작한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어 시대에 부응하는 전자족보와 다양한 문집 등을 만드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비화(非火)는 고대 가야지역으로 현재 경남 창녕이다. 낙동강 동쪽, 신라와 경계를 이루던 곳으로 5세기 이후에는 신라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6세기 중엽쯤 신라에 병합된 것으로 보인다. 555년, 신라가 하주(下州)를 설치하면서 창녕의 옛 이름인 ‘비화’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설이 있다. 창녕박물관 인근, 사적 제514호로 지정된 교동·송현동 고분군. 그곳은 땅이 역사를 말하는 자리다. 그 가운데 도굴되지 않은 제63호 고분은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몇 해 전, 크레인을 동원해 무거운 덮개돌을 조심스레 들어 올릴 때, 침묵 속에서 시간을 깨우는 손길이 시작되었다. 석곽 내부에는 질서 있게 놓인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동관, 은반지, 허리띠, 그리고 붉은 칠의 흔적까지. 모든 것이 정제된 듯, 누군가의 마지막을 정성껏 준비했던 흔적이 선연했다. 고분의 구조는 피장자의 신분과 문화를 말없이 드러냈다. 머리를 남쪽으로 향한 채 안치된 시신. 그 곁에는 부장품 공간과 순장을 위한 공간이 함께 나뉘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사람만 아니라 개의 순장 흔적이 함께 발견된 점이다. 고대의 사후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단서였다. 그것은 공주의 무령왕릉에서도 보이는 동물 순장과 닿아 있다. 삼국시대 말기에 이르러서는 토우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지만, 한때는 죽은 자를 지키는 존재로서 동물이 함께 묻히는 관습이 있었다. 묵묵히 지켜주던 존재, 생을 함께한 그들을 저세상에도 데려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제63호 고분은 비화 지역 최고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무덤 안에서는 남성의 상징인 큰 칼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장신구의 구성과 유골 분석 결과, 키 1m 55cm가량의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남성 중심으로만 보아왔던 지배 구조에 대한 통념을 되돌아보게 하는 지점이었다. 무엇보다 그 고분은 유물이 거의 완전한 상태로 출토된 비화 지역 최초의 사례였기에, 학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고대인의 삶과 죽음, 그 안에 담긴 가치관과 신념이 생생하게 되살아난 것이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가야 유물이 도굴로 사라졌다. 그 상처 속에서 제63호 고분의 발굴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창녕박물관에는 금귀걸이, 금동뿔잔, 청동함 등 문화의 꽃을 피웠던 비화의 유물이 많다. 신라 토기에는 한자가 새겨진 것이 많으므로 신라와 교류했던 흔적들이 전시되어 있다. 정(井), 생(生), 대간(大干)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토기가 눈길을 끈다. 가야는 서기 42년에 건국된 깊은 시간을 품은 나라다. 그러나 그 역사가 묻혀 있다. 바른 가야사의 복원을 원한다면, 초기부터 후기까지 전 시기를 아우르는 발굴과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고분은 말 없는 역사서다. 하지만 귀를 기울이면, 침묵 속에서도 오래된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그것은 흙과 돌이 들려주는 진실이며, 우리가 반드시 되살려야 할 기억이다. /김성문 시민기자
요즘 세상에 무려 100일 동안이나 붉은 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가 있다. 이름하여 배롱나무, 혹은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도 불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옛말이 있지만, 이 나무는 그 격언에다 “시끄럽다, 나는 예외다!” 하고 당당히 딴지를 거는 꽃이다. 이 배롱나무는 겉보기부터가 범상치 않다. 줄기가 매끈매끈하다 못해 반질반질하다. 그 덕에 ‘간지럼 나무’라는 별명이 생겼다. 누가 나무를 간질이면 잔가지가 파르르 떤단다. 사람만 간지럼 타는 줄 알았지, 나무까지 간지럼을 탄다니. 세상 참 넓고 신기한 일이다. 또 하나의 별명은 ‘원숭이 미끄럼 나무’다. 이쯤 되면 나무도 정체성 혼란에 빠질 지경이다. 꽃 피운다고 불리더니, 간질인다고 해서 또 다르게 불리고, 이젠 원숭이까지 등장하니 말이다. 배롱나무는 그 생김새도 이쁘지만, 이름부터 남다르다. 보통 나무들은 이름에 풀떼기(草) 하나 붙고 마는데, 얘는 풀 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해 ‘목(木)’ 백일홍이라는 관직까지 달고 다닌다. 마치 “나는 일 년 초가 아니다 나무 백일홍이다!” 하고 선언하는 듯. 얼마나 자부심이 강한지 이름부터 꼿꼿하다. 게다가 이 나무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전설도 하나 딸려 있다. 옛날 어느 어촌 마을에 머리가 셋 달린 이무기가 살았다. 이무기가 해마다 예쁜 처녀 하나씩 잡아가자, 동네 사람들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무기가 점찍은 처녀를 짝사랑하던 청년이 “내가 대신 가겠소!” 하고 나섰다. 청년은 처녀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이무기를 기다리다, 이무기와 격투에서 목을 두 개 베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무기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남은 한 개 목으로 눈물 콧물 쏙 빼며 도망쳤단다. 처녀는 청년에게 청혼했지만, 청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무기 마지막 목까지 베고 오겠소!” 하고 바다로 떠났다. 그가 떠나면서 “이무기를 처치하면 배에 흰 깃발을,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걸겠소.” 그러고는 자신 만만하게 떠났는데, 100일 후 청년의 배가 돌아왔다. 멀리서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처녀는 그만 가슴이 무너져내려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청년은 이무기를 처치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무기의 피가 배에 튀어 깃발이 붉게 물들었을 뿐이었다. 해피엔딩 될 수도 있었던 사랑 이야기가 깃발 물감 잘못 선택한 바람에 비극으로 끝난 셈이다. 청년은 통곡하며 처녀의 무덤에 꽃을 심었고,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바로 배롱나무란다. 그러고 보니 100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우는 것도, 어쩌면 사랑의 기간제 계약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처녀가 매일매일 기다리던 그 100일의 시간. 그 사랑과 기다림이 나무가 되어 피어난 것이 배롱나무란다. 지금도 산사나 서원에 가면 이 배롱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스님들이 수양할 때, 선비들이 학문에 정진할 때, 배롱나무는 조용히 곁에 선다. 100일 동안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그 모습에 뜻이 담겨 있다. “수양도 백일은 해야 정신 좀 든다”는 자연의 충고인지도 모르겠다. 배롱나무는 충절과 지조의 상징으로, 선비 무덤 옆에 곧잘 심긴다. 요즘같이 싹 피었다가 싹 시들어버리는 SNS 사랑, 반짝 떴다 사라지는 유행 속에서 배롱나무는 말한다. "나는 아직도 백일을 기다린다.” 그 말 한마디가 왠지 묵직하다. 꽃보다 사람이 더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이 나무 하나만큼은 100일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으니 말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대구문인협회(회장 안윤하)는 지난 17일 성당못 서편 광장에서 ‘대구 대표문인 200인 시화전’ 개막식을 열고, 가을 정취 속에 문학의 향기를 시민들에게 선사했다. 이번 전시는 대구를 대표하는 문인 200명의 작품을 배너로 제작해 성당못 난간데크를 따라 설치했다. 시화 배너에는 작품과 함께 문인들의 얼굴 사진을 나란히 담아, 이름으로만 접하던 작가들의 면모를 시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협회는 “작품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문학이 생활 속에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개막식에서 안윤하 회장은 “문학인의 노래는 철학의 노래이자, 글로 표현되는 예술적 노래”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대구의 예술적 정신을 시민 속에 펼쳐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가을 햇살이 비치는 성당못을 배경으로 시화 배너를 따라 걸으며 작품 속 정서를 감상했다. 한 시민은 “이름만 알던 문인의 얼굴을 보니 작품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며 “가을 산책길에 문학과 함께하니 특별한 여유를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시화전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대구 문학의 위상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지역 문단의 저력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행사를 총괄한 김형범 부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야외와 실내를 아우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야외 전시는 성당못(9월 14~20일)을 시작으로 송해공원(9월 21~10월 3일), 수성못(10월 3~16일)으로 이어진다. 이어 실내 전시는 범어아트웨이에서 9일간 개최된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이번 행사가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시와 산문을 통해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문학의 위안과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구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200인 시화전’은 문학의 대중화와 지역 예술의 저변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성당못과 송해공원, 수성못 등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는 문학을 거리로 끌어내 시민들의 곁으로 다가가게 한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행사는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가을 도심 속에 펼쳐지는 특별한 문학 축제로 대구 시민들에게 풍성한 문화적 감수성을 선사할 전망이다. /문성희 시민기자
21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서 만난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회장(62)은 깊은 탄식과 함께 분노했다.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대한 1차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는 “수개월간 조업도 못 한 데다 어구까지 망가졌지만, 정부는 보상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었다”라면서 “우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만선호 선주 이원진 대표도 “정부가 어민을 철저히 무시하고 기만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탐사·시추 과정에서 어민들이 설치한 부이까지 모두 파손하는 등 어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도 헛수고로 밝혀진 자체가 황당하다”라면서 “정부 사업이라고 순순히 바다를 내준 어민의 잘못이 크다”고 자책했다. 최근 공개된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 정밀 분석 결과는 이같은 어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1차 시추에서 저류암 내 가스 비율을 뜻하는 유전 개발의 핵심 지표인 가스포화도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가 기대한 50~70%가 아니라 평균 6%에 불과했다. 구룡포 홍게잡이 어선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된 1차 시추 동안 수십억 원대 조업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진동과 소음으로 어장이 흔들리며 어획량도 크게 줄었다고도 했다. ‘대왕고래 구역’ 해수면 아래 1km 이상인 대륙풍 해저까지 파 내려가 암석의 시료를 채취했는데, 해당 구역 일대 ‘홍게 집단서식지’에 있던 홍게들이 진동과 소음 때문에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다. 김진만 회장은 “시추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반경 20㎞에 이른다는 해외 논문도 있다“라며 ”어선 한 척당 2000만 원 이상의 보상을 요구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한석유공사는 다른 유망구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홍게잡이 선주 이모씨(43)는 “시추선이 들어온 뒤부터 홍게 어획량이 체감상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책임지는 곳이 없어 답답하다”며 “이 상태로 2차 시추가 다시 추진되면 해상 시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현지 포항시 어업관리팀장은 “시추 등 탐사 과정은 석유공사 책임 사안이고, 어민 피해 보상도 석유공사와 협의해야 한다”며 “홍게잡이 어민들이 피해를 주장하지만, 석유공사에서 명확히 보상을 약속한 적은 없었다.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상황에서 포항시 차원에서 별도 논의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단정민·이시라기자 sweetjmini@kbmaeil.com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산업의 글로벌 허브를 지향하는 포항시가 ‘그래핀 밸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김민정 시의원 등 13명이 공동 발의한 ‘포항시 그래핀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19일 제325회 포항시의회 임시회에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그래핀산업을 직접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이 조례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제정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앞서 지난 6월 30일 제32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는 32명의 시의원 중 16명이 반대해 관련조례 제정이 무산됐다. 그래핀은 탄소로 이뤄진 벌집 형태 구조로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해 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 보다 전자의 속도를 100배 이상 빠르게 이동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양자 컴퓨터 등 다양한 응용산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 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이번 조례는 그래핀산업 발전 기반 조성과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포항시장의 시책 수립과 추진 노력에서부터 그래핀산업 종합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시행, 재정지원 및 기업 유치, 그래핀산업육성위원회 설치 및 기능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민정 시의원은 “포항시가 ‘그래핀 밸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국내 소재 산업의 방향성과 경쟁력 제고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시가 그래핀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받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지원 및 인력 양성, 기술 고도화, 규제 개선, 금융·세제 지원, 특화단지 지정과 같은 전방위적인 행정 특례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래핀밸리 조성 전략, 그래핀 산업 육성 전략 수립 등의 용역을 통해 포항만의 차별화한 발전 로드맵을 완비했다. 세계 최초로 화학기상증착법(CVD)을 활용한 그래핀 대량 양산 기술 보유업체인 ‘그래핀스퀘어’가 11월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양산공장 건립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 업체는 연간 20만㎡ 규모의 CVD 그래핀 필름을 생산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그래핀스퀘어의 ‘CVD 그래핀 롤투롤 연속생산 및 발열제품 응용기술’을 산업발전법상 ‘첨단기술’로 확정했다. ‘탄소·나노융합 분야-나노판 소재 대량·대면적 제조 기술’에 해당하는 그래핀스퀘어의 기술에 대해 산업부가 첨단기술로 공식 확인한 것인데, 그래핀 기술 보호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정표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포항의 차세대 핵심 사업이나 전략으로 삼고 있는 그래핀산업 육성·지원 조례 제정은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제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행사(9. 18-11. 16)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2025 프린지 포토 페스티벌이 시내 곳곳에서 펼쳐져 눈길을 끌고 있다. 프린지 포토 페스티벌은 기존의 전시장을 벗어나 북카페, 서점, 작업실 등 전시가 가능한 모든 공간에 작가들이 참여하고 시민들이 쉽게 사진을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사진비엔날레 기간 동안 대구 시내 전역에서 공모를 통해 선정된 20팀의 사진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 뉴웨이브에서 “제32회 장진필 초대 사진전”이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다. 장진필 교수는 올해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 않는 열정으로 카메라를 손에 놓지않고 현장에서 ‘사진기록’을 쉼 없이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장 교수는 “심장이 뛰는 한 나의 카메라 셔터 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라고 자주 말한다. 대구지역 사진 작가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장 교수의 서른두번째 사진이야기 보따리는 “제 32 회 장진필 초대사진전 흐르는 물결따라 90년”이다. 권정태 시민기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북극항로 경제권역 핵심 거점 항만 중 하나인 영일만항이 환동해 관광 거점 항만으로도 도약하도록 국제여객터미널 2단계 사업을 조속히 시행하는 등 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해수부는 지난 19일 포항시와 영일만항을 방문해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인 숙소로 활용할 숙박크루즈 운영지원 현장을 점검했다. 전 장관은 숙박 크루즈 운영지원 현황, 투숙객 동선, 출입국장, 크루즈 접안 부두 등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이강덕 시장은 환동해 물류 거점항으로서 영일만항의 강점을 설명하고, 북극항로 특화 거점항만으로서의 가능성을 건의했다. 영일만항은 2009년 개항한 이후 환동해권 물류 거점항이자 북극항로의 관문항으로 성장하고 있다. 포항시는 입지적 장점과 함께 포스텍, 한동대, 방사광가속기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북극항로 운항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안전 운항을 뒷받침할 AI(인공지능) 기술과 위성 정보 등 과학기술과 지질 분석 역량을 보유한 ‘북극 해운정보센터’ 설립의 최적지라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국제여객터미널 2단계 사업 추진 현황도 점검한 전재수 장관은 “국제여객터미널은 국내외 여객 수요에 대비하고 포항이 가진 관광 잠재력을 향상해 지역 관광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항시와 민간기업이 크루즈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제여객터미널 여객수요 가시화에 대한 지역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의 1번 선석과 2~4번 선석을 분리해 숙박크루즈 투숙객의 셔틀버스 동선과 화물 이송 차량 동선을 구분해 운영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항만 주 출입로인 영일만대로에서 배후 부지도로~항만 입구 구간의 가로환경을 전면적으로 정비하고, 팝업가든과 선전탑을 설치해 환영 분위기를 조성한다. 항만 내에는 야간 이동에 따른 안전 확보를 위해 유도등과 다양한 영상이 송출되는 대형 파사드를 설치해 포항의 매력을 선사할 계획이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대구지법 형사6단독 유성현 부장판사는 서류를 조작해 허위 신고로 육아휴직급여를 타낸 혐의(고용보험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주부 A씨와 40대 자영업자 B씨에게 각 벌금 500만원·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2월 남편이 다니는 직장 대표 B씨에게 마치 자신이 재직 중인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육아휴직급여 신청을 부탁한 뒤 같은 해 9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육아휴직 급여 및 육아기 단축근무 급여 명목으로 1500여만 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 부장판사는 “공적 자금으로 육아휴직자들에 대한 기본 생계비를 지원하려는 고용보험법의 취지에 비춰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으며, 피고인 A가 부정 수급한 금액을 모두 반환한 점 등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오는 10월 31일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 장소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라한셀렉트 경주 대연회장으로 변경됐다. 만찬 개최까지 42일 남은 시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외교부는 19일 열린 제9차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보다 많은 인사를 초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만찬장 변경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초 국립경주박물관 신축 건물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약 250명 수준의 수용력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4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라한셀렉트 경주가 결국 대안으로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장이 라한셀렉트 경주로 확정됨에 따라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CEO 서밋과 연계한 기업인·정상 간 네트워킹 허브로 활용된다. 외교부는 “국내 전략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참여하는 ‘퓨처테크 포럼’ 등 다양한 경제행사가 APEC 주간(10월 27일~11월 1일) 박물관 신축 행사장에서 열릴 예정이며, 회의 기간 내내 박물관을 개방해 경주의 문화적 매력과 천년 고도의 명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열린 APEC’ 플랫폼으로 삼겠다”라고 밝혔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9-20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세계는 에너지 수요 급증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센터, 전기차 보급 확대 등은 전력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수요가 2021년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국가 경제와 산업 경쟁력이 전력 인프라에 의해 좌우될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아직 충분히 대비되어 있지 않다. 전력망 확충은 국가 차원의 핵심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송전선로 건설은 평균적으로 13년 이상 소요되고 있다. 절차 지연, 주민 갈등, 환경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업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미래 수요 대응에 차질이 빚어진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흔들릴 경우, 첨단산업의 성장뿐 아니라 국민 생활 전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별법은 송전설비 입지 절차를 합리적으로 단축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보다 주민·토지주, 지자체에 대한 지원 강화, 주민 재생에너지 사업 지원, 주민과 지자체의 목소리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의견수렴 등이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히 법제도 개선을 넘어, 전력망 확충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력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가 경쟁력의 ‘혈관’과 같다. 혈관이 막히면 인체가 건강할 수 없듯, 전력망 확충이 지연되면 국가 산업과 경제 성장도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전력망 적기 건설이 곧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는 앞으로 ‘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취지를 충실히 이행해 적기에 전력망을 건설하고 책임 있게 완수할 것이다.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위에서만 AI 시대의 데이터 경제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도, 국민의 풍요로운 삶도 가능하다. 전력망 적기 확충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