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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골절 수술 후 강직 발생 원인과 팔꿈치 후내측 회전 불안정성 환자의 손상 유형별 치료 전략을 다룬 포항세명기독병원 정형외과 의료진의 연구 논문 2편이 미국 어깨·팔꿈치학회(ASES) 공식 학술지 ‘JSES International’과 영국 정형외과 학술지 ‘The Bone & Joint Journal’에 각각 게재됐다. ‘JSES International’에 게재된 논문은 ‘요골두 골절 고정술 후 팔꿈치 강직의 독립 예측 인자로서 수술 전 연부조직 손상 연구’다. 연구진은 전위성 요골두 골절 환자 45명을 분석해 수술 후 팔꿈치 강직이 고정 기간보다 수상 당시 연부조직 손상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The Bone & Joint Journal’에 실린 논문은 ‘팔꿈치 후내측 회전 불안정성의 영상의학적 소견과 치료 적용 연구’이며, 환자 58명의 3D CT와 MRI 영상을 분석해 손상 유형별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류인혁 원장은 “팔꿈치 골절과 불안정성은 초기 진단과 치료 전략에 따라 장기적인 관절 기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영상 분석과 환자별 맞춤 치료가 중요하다”라며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더욱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열도의 가운데, 지도를 반으로 접으면 정확히 겹쳐질 듯한 위치에 나고야가 있다. 이 도시는 오랫동안 ‘통과의 도시’였다. 도쿄와 오사카를 잇는 동맥 위에서, 사람들은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나고야는 조용히 자신의 좌표를 바꾸고 있다.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일부러 내려 걸어야 할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그 변화는 단순한 개발이나 재생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본질, 즉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답은 의외로 오래된 역사 속에 있었다. △ 권력의 중심에서 시민의 공간으로, 나고야성 나고야의 중심에는 여전히 나고야성이 있다. 그러나 이 성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다. 일본 통일 이후 권력의 상징으로 세워졌던 이 공간은, 지금은 시민의 일상과 관광이 교차하는 ‘열린 역사’로 기능한다. 이 성을 세운 인물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는 에도 막부를 열며 일본의 정치 질서를 재편했고, 나고야를 전략적 거점으로 삼았다. 교토와 에도를 잇는 길목, 물류와 군사가 오가는 중심에 성을 세운 것은 철저히 계산된 선택이었다. 성 위에 얹힌 금빛 샤치호코는 지금도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상상 속의 물고기 형상을 한 이 장식은 화재를 막는 의미를 지니지만, 동시에 권력의 과시이기도 했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다소 과장된 장식이지만, 그 시대에는 ‘보여주는 힘’이 곧 통치의 일부였다. 현재 나고야성은 복원과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 목조 천수각 복원 계획은 역사적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현대 도시가 과거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성의 진짜 이야기는 성벽 밖에서 시작된다. 나고야성 아래 형성된 성하마을은 과거 무사, 상인, 장인들이 모여 살던 공간이었다. 권력의 중심을 둘러싼 생활의 층위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최근 이 지역은 전통 목조건축을 복원한 거리로 재탄생했다. 단순히 건물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의 생활 방식과 상업 구조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곳에서 맛보는 나고야의 음식은 단순한 미식이 아니다. 된장을 베이스로 한 미소카츠의 진한 풍미, 장어를 세 번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히쓰마부시의 섬세함은 이 지역의 기후와 생활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음식은 결국 그 땅의 역사다. △ 길 위에서 바뀌는 풍경, 다카야마로 나고야를 이야기할 때 도요타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기업은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일본 제조업의 상징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산업 도시가 점차 ‘문화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고야역 일대의 재개발, 복합 상업시설의 확장, 그리고 전시와 공연 콘텐츠의 증가가 도시의 결을 바꾸고 있다. 이 변화는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도시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시의 깊이는 드러난다. 나고야를 떠나 북쪽으로 향하면, 도시의 리듬은 점차 느려진다. 고속도로는 산길로 이어지고, 시야에는 콘크리트 대신 숲과 강이 들어온다. 그 끝에서 만나는 도시가 다카야마다. 히다 지방의 중심인 이곳은 ‘작은 교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담백하고 생활에 가까운 전통을 품고 있다. 다카야마의 핵심은 산마치 거리다. 에도 시대 상인들이 살던 이 거리는 지금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나무로 짜인 격자창, 낮게 드리운 처마,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골목은 시간을 느리게 만든다. 이곳에서는 걷는 속도조차 달라진다. 거리에는 사케 양조장이 여럿 자리 잡고 있다. 그중 하라다 사케 양조장은 오랜 전통을 이어온 곳으로,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지역의 물과 기후가 만들어낸 술을 맛볼 수 있다. 사케의 향은 단순한 음료의 향이 아니다. 그것은 이 지역의 자연과 시간이 응축된 결과다. 다카야마의 아침은 미야가와 아침시장에서 시작된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노점에는 제철 채소와 수공예품, 그리고 따뜻한 먹거리가 놓인다. 이곳에서는 관광객과 주민의 경계가 흐려진다.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와 미소다. 여행이 아니라, 잠시 다른 삶에 섞여드는 경험에 가깝다. △ 더 깊은 산으로, 시라카와고로 향하다 다카야마에서 다시 길을 이어가면, 산은 더욱 깊어지고 계곡은 좁아진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 시라카와고다. 이 마을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 아니다.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유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온 방식 때문이다. 시라카와고의 상징은 갓쇼즈쿠리 가옥이다. 손을 모은 듯한 급경사의 지붕은 최대 3m에 달하는 눈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구조는 단순한 건축 기술이 아니다. 자연을 극복하려 하기보다, 자연에 맞춰 살아가는 방식의 결과다.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오기마치 성터 전망대에 서면, 이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논에 비친 지붕, 산을 감싸는 구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어지는 삶의 흔적이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된다. 마을 안쪽에 자리한 와다 가옥은 시라카와고의 생활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넓은 내부에는 농기구와 생활 도구가 전시돼 있고, 2층에는 양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경제와 삶이 응축된 공간이다. 시라카와하치만 신사는 이 마을의 또 다른 중심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도부로쿠 마쓰리가 열리고, 지역 주민들은 전통을 이어간다. 동시에 이 신사는 애니메이션 쓰르라미 울 적에의 배경이 되며 젊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장면이다. 시라카와고의 풍경은 완벽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존재한다. 억새 지붕은 20~30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며, 이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그 전통을 유지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유산이라는 이름이 보호막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 세 개의 시간, 하나의 여행 나고야, 다카야마, 시라카와고. 이 세 곳은 각각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나고야는 현재를 향해 나아가는 도시이고, 다카야마는 과거를 간직한 도시이며, 시라카와고는 자연과 함께 축적된 시간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세 곳을 잇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하나의 서사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여행은 더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고야의 속도, 다카야마의 결, 시라카와고의 고요함.그 세 가지가 겹쳐지는 순간, 여행은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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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 경북 곳곳 축제 '풍성'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경북도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들이 열린다. 영주시 순흥면 선비 세상 일대에서는 경북도 지정 유망축제인 ‘2026 영주 한국 선비문화축제’가 5일까지 개최된다. 소수서원과 선비 세상 등 영주의 문화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마련된 이번 축제에서는 영주향교 문화공연,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최태성 강사의 선비 아카데미, 선비 연희 등 전통 선비문화를 보고 배울 수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선비학교, 선비 소풍, 어린이 장원급제 등 영유아 동반 가정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영양군 읍내에서는 7~10일까지 ‘영양 산나물 축제’가 열린다. ‘별이 빛나는 밤에’ 콘서트와 1천219인분 비빔밥 만들기, 산나물 음악 축제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성주에서는 14~ 17일까지는 성주군 성밖숲 일대에 ‘성주 참외 & 생명 문화축제’가 열린다. 프로그램으로는 태봉안 행차 재현, 낙화놀이, 별 뫼 줄다리기 등을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명예 문화관광축제인 ‘2026 문경찻사발축제’는 올해로 28회째로 오는 10일까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일대에서 열린다. 축제에서는 찻사발 공모 대전, 도자 명품전, 국제작가교류전, 찻사발 빚기, 가족 도예 체험 등 체험 행사를 선보인다. 어린이날 당일에는 마술공연과 EBS 뮤지컬 ‘한글 용사 아이야’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콘텐츠도 함께 운영된다. 황명석 경북도지사 권한대행은 “축제로 관광객 유입이 확대되고 지역 관광 소득 증대로 이어지도록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적극 알리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1

안동 구미 등 여행하는 청소년 문화관광 체험여행 참가자 모집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는 청소년 문화관광 체험여행과 관광취약계층 나눔여행에 참여할 기관 및 참가자를 오는 31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여행은 여행 기회가 부족한 청소년 및 장애인, 고령자 등에게 관광을 통한 성장과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행은 6~ 11월까지 전국 단위로 운영되며, 청소년 4000 명과 장애인·고령자 등 800여 명을 포함해 총 4800여 명 규모다. 선정 기관 및 참가자에게는 교통, 식사, 숙박, 입장료, 체험비, 여행자보험 등 일체가 포함된 여행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청소년 문화관광 체험여행 ‘마음에는 쉼표, 꿈에는 느낌표’의 참가 대상은 방과후아카데미, 지역아동센터, 자립준비청년 지원기관,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시설 등이다. 공사는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당일형 및 체류형 17개 코스를 마련했다. 참가 청소년들은 에듀·레저·힐링을 테마로 경주, 부여, 파주, 여수 등 다채로운 지역여행을 즐길 수 있다. 나눔여행 ‘함께 가는 여행, 함께 누리는 행복, 동행동행(同行同幸)’은 장애인, 고령자, 영유아 동반가족 등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전국 열린관광지를 거점삼아 1박 2일로 장애 유형별 맞춤 코스를 여행하며, 신규 열린관광지를 점검하는 ‘소비자 평가단’ 역할도 수행한다. 모든 일정에는 전문 인솔자가 동행해 안전한 여행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열린관광 모두의 여행 누리집(access.visitkorea.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문지영 한국관광공사 열린관광콘텐츠팀장은 “지난달 열린여행주간 나눔여행은 20: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관심이 뜨거웠다“라며, ”지난해 참여한 청소년 대상 조사에 따르면 단 하루의 여행만으로도 행복감이 확연히 높아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올해는 참가 대상과 코스를 대폭 확대해 여행 사각지대에 있는 5천여 명의 국민에게 선물 같은 경험을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5-11

포항 첫 펄스장 절제술···세명기독병원 심방세동 치료 확대

포항세명기독병원이 포항지역 최초로 차세대 부정맥 치료술인 ‘펄스장 절제술(PFA)’을 시행했다. 세명기독병원은 지난 6일 2023년부터 심방세동 치료를 받아오던 A씨(70)가 최근 소화불량과 간헐적 어지럼증 증상을 보이자 박규환 과장 진료를 거쳐 포항 첫 펄스장 절제술을 시행했다고 7일 밝혔다. 펄스장 절제술은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이상 전기 신호 부위에 펄스 전기장을 전달해 치료하는 최신 부정맥 시술이다. 기존 고주파·냉각 절제술과 달리 열에 의한 주변 조직 손상을 줄이고 치료 부위만 선택적으로 절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빨라 당일 또는 다음날 퇴원도 가능하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대표적 부정맥 질환으로, 방치하면 뇌졸중과 심부전 등 중증 합병증 위험이 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특히 펄스장 절제술은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과 비용 부담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규환 과장은 “심방세동은 재발 위험뿐 아니라 뇌졸중 같은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며 “이번 펄스장 절제술 시행으로 서울 등 대도시로 가지 않고도 포항에서 더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부정맥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2026-05-07

김상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 “지역사회에서 안심할 수 있는 대구동산병원”

대구 중구 동산동, 서문시장 맞은편에 자리 잡은 대구동산병원은 대구 근대 의료의 산증인이다. 1899년 ‘제중원’으로 시작해 127년간 이 터를 지켜온 병원은 지난 2019년 성서에 새 병원(계명대 동산병원)을 개원하며 ‘대구동산병원’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상현 대구동산병원장(류마티스내과 교수)을 만나 병원의 미래 설계와 지역 사회를 향한 비전을 들었다. 김 원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고향 같은 이곳에서 병원장을 맡게 되어 감사하면서도,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2차 병원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는 책임감에 두려움이 앞선다”고 운을 뗐다. ◇ “3차 병원 수준의 진료를 문턱 낮은 2차 병원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편의 핵심은 ‘의료 전달 체계’의 확립이다. 경증 환자는 동네 의원에서,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구조다. 김 원장은 그 중심에 있는 ‘2차 병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증상이 중증인지 경증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대구동산병원은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숙련된 전문의들이 직접 진료하면서도, 3차 병원에서 필요한 복잡한 절차나 오랜 대기 시간 없이 즉각적인 진단을 제공한다. 이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안심할 수 있는 지역 거점 병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구동산병원은 성서 본원과 차트 및 영상 데이터를 완벽히 공유하는 ‘연계 진료 시스템’을 자랑한다. 김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검진 중 암이나 급성 심뇌혈관 질환이 발견되면 즉시 성서 본원의 교수팀과 연결돼 수술 스케줄을 잡는다. 수술 후 안정기에 접어들면 다시 우리 병원으로 전원해 추적 관찰을 받는 완벽한 선순환 모델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 소아 진료의 메카, 야간·휴일 진료로 ‘중구 부활’ 뒷받침 최근 대구 중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로 인구가 유입되며 ‘젊은 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다. 김 원장은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맞춰 소아 진료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오는 5월 4일부터 대구동산병원은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도 오후 1시까지 소아과 진료를 확대한다. 평일에도 저녁 7시까지 문을 연다. 소아과 대란으로 아이가 아플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김 원장은 “우리 병원은 1953년 국내 최초로 아동병원을 세웠던 소아 진료의 뿌리가 깊은 곳"이라며 "고위험 신생아를 살려내는 성서 본원의 인프라와, 아이들이 성장하며 겪는 발달 장애를 치료하는 이곳의 ‘공공 어린이 재활센터’가 결합해 소아 진료의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고 있다. 수익성을 따지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역민의 고충을 해결하는 것이 병원의 존재 이유라 생각했다”고 했다. ◇ 구도심 개발과 맞물린 신관 건립, ‘유보’이지 ‘취소’ 아냐 지역 의료계의 관심사인 신관 건립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김 원장은 “현재 성서 본원의 암 센터 건립과 양성자 치료기 도입 등 시급한 대규모 투자가 우선 진행 중이라 잠시 유보된 상태일 뿐”이라며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이 유럽의 도시들처럼 다시 번성하고 있기에, 신관 건립을 위한 설계와 부지는 언제든 가동할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규모를 키우는 경쟁보다, 지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진료 특성화’가 먼저”라며 “안과, 신장(투석), 소화기 센터 등 노년층과 지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근차근 빌드업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환자가 1등인 병원, 신앙과 헌신이 만든 기적” 김상현 원장은 인터뷰 내내 대구동산병원 직원들의 ‘진심’을 자랑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전국 환자 경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비결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그는 “최근 의료계 전체가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이 50대, 60대 나이에도 밤샘 당직을 서며 환자 곁을 지킨 것은 직업윤리를 넘어선 ‘신앙적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127년 전 미국 선교사들이 타국에서 목숨을 걸고 인술을 펼쳤던 그 정신이 지금 우리 직원들의 유전자에도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병이든, 대구 시민들이 ‘일단 대구동산병원에 가면 해결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화려한 새 건물보다 더 따뜻하고 실력 있는 의술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04-28

대구의료원 난임센터,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 참여

대구의료원 난임센터가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 참여 의료기관으로 선정돼 그동안 참여 의료기관이 적어 접근성이 낮았던 서구 지역 주민들의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의료원에 따르면 난임센터는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 위험요인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해당 사업에 참여해, 지역 주민의 건강한 임신 준비를 적극 지원한다. 이 사업은 임신을 준비 중인 남녀를 대상으로 가임력 검사를 지원해 난임 및 고위험 요인을 사전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대구 지역에는 약 70여 개 의료기관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나, 서구 지역은 기존 2개소에 불과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대구의료원의 참여로 지역 내 균형 있는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원 항목은 여성의 경우 난소 기능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와 부인과 초음파 검사이며, 남성은 정액검사(정자 정밀 형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지원 금액은 여성 최대 13만 원, 남성 최대 5만 원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지원 대상이 결혼 여부나 자녀 수와 관계없이 20세부터 49세까지 모든 남녀로 확대돼 더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구의료원 난임센터는 전문의와 간호사를 배치하고 독립된 진료 공간을 구축해 체계적인 치료 환경을 마련했다. 진료실과 난자채취실, 배아배양실, 배아이식실, 정액채취실, 상담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초음파 장비와 정액검사 장비 등 최신 의료기기도 도입해 양질의 난임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자궁내 정자주입 시술을 시행 중인 난임센터는 향후 체외수정 시술 의료기관 지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배아 생성 등 전문 인력 보강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김시오 대구의료원장은 “지역 주민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고 저출생 문제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 신청은 e보건소 누리집 또는 주소지 관할 보건소 방문을 통해 가능하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4-28

대구시, 고위험군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 연장

대구시가 여름철 COVID-19 재유행에 대비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 기간을 오는 6월 30일까지 연장한다. 반면 같은 기간 진행되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예정대로 4월 30일 종료된다. 이번 연장 조치는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코로나19 재유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령층과 면역저하자의 중증화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접종 대상은 65세 이상 어르신과 생후 6개월 이상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 등 고위험군이다. 특히 2025~2026절기 접종을 받지 않은 미접종자와, 기존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추가 접종이 필요한 면역저하자가 포함된다. 대상자는 지역 내 위탁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무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면역저하자의 경우 의료진 상담을 거쳐 접종 간격 90일을 준수하면 5월 1일부터 추가 접종이 가능하다. 현재 대구지역 65세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률은 4월 21일 기준 36.5%로, 전국 평균 42.7%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시는 고위험군 미접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백신 접종 후 면역 형성까지 약 4주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가급적 5월 중 접종을 완료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연장 기간에 사용되는 백신은 ‘LP.8.1’ 계열 백신으로, 최근 확산세를 보이는 ‘BA3.2’ 변이에도 일정 수준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접종 가능 의료기관은 보건소 및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nip.kdca.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일부 기관은 변동될 수 있어 방문 전 사전 문의가 필요하다. 이재홍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코로나19는 여전히 고령층과 면역저하자에게 위험한 감염병”이라며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 여름철 재유행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4-28

공간과 디자인의 매혹적인 결합…건축여행 떠나보자

“건축이 곧 여행이 되는” 장소가 있다. 풍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건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지가 되는 곳들이다. 유리와 콘크리트, 나무와 빛이 빚어낸 공간은 때로는 도시의 시간을 압축하고, 때로는 자연과 인간의 거리를 다시 묻는다. 익숙한 여행 코스를 벗어나 건축을 따라 걷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공간과 디자인의 매혹적인 결합이 새로운 여행의 경험을 하게 할 것이다. △ 공간이 말을 거는 순간,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 산자락 깊숙이 자리 잡은 ‘뮤지엄 산’은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전국에 수없이 많은 것이 미술관, 박물관이지만 뮤지엄 산은 건물부터 예사롭지 않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다. 트럭 운전사와 복싱 선수 출신으로, 건축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일본의 ‘빛의 교회’와 ‘물의 교회’, 포트워스 근대미술관, 지추(地中)미술관 등을 만들었다. 국내에도 2008년 완공된 제주 휘닉스아일랜드의 글라스하우스와 유민미술관을 비롯해 본태박물관 등 그의 작품이 적지 않다. 뮤지엄 산은 그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8년에 걸쳐 지어진 뮤지엄 산은 노출 콘크리트, 높은 천장과 자연채광 등 안도 다다오의 특징(signature)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뮤지엄 산에는 모두 네 개의 정원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정원이 플라워가든이다. 이름 그대로 80만 포기의 붉은 패랭이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패랭이꽃밭 위에는 미국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가 1995년에 제작한 작품이 세워져 있다. 붉은색의 역동적인 조각상은 풍향계처럼 바람이 불면 윗부분이 움직인다.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 사이를 잇는 것은 자작나무 숲이다. 360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도열하듯 서서 관람객을 맞는다. 자작나무 숲 너머로 앤서니 카로 등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조각정원이 보인다. 워터가든은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인 물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다. 연못 가운데 난 길 위로 마치 박물관의 정문 같은 거대한 붉은 조각품이 보인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1998년 작품 아치웨이(Archway)다. 비스듬히 절단한 붉은 원기둥이 연못에서 얼기설기 솟아나 아치를 이룬다. 콘크리트 노출 벽과 자연광, 물과 하늘이 교차하는 이곳은 ‘전시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미술관이라기보다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찾는 장소에 가깝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긴 동선은 일부러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 사이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과 자기 내면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특히 명상관에 들어서는 순간, 외부의 소음은 완전히 차단되고 오직 빛과 침묵만이 남는다. 건축이 사람의 감각을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 바다 위에 세운 상상력, 스페이스워크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 있는 스페이스워크는 2021년 11월 19일 개장했다. 포스코가 2년7개월에 걸쳐 제작한 뒤 포항시에 기부한 스페이스 워크는 사람들이 작품 위를 직접 걸으면서 포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체험형 예술작품이다. 변화무쌍한 곡선의 부드러움과 웅장한 자태가 돋보인다. 총 길이 333m, 최고 높이 25m에 이르는 스페이스 워크를 만들기 위해 317t의 철강재가 사용됐다. 설치 장소가 해안가임을 감안해 부식에 강한 프리미엄 스테인리스 강재를 썼다고 한다. 스페이스 워크는 지상에서 올려다보면 거대한 롤러코스터처럼 보인다. 철 구조물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울창한 숲과 포항시립미술관이 있는 환호공원, 오밀조밀 모여 있는 포항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 쪽 계단을 걸을 때는 영일만 바다 위를 유영하는 기분이 든다. 스페이스 워크를 걷다 보면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유영하거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겁이 날 수 있다. 트랙 위에 올라서니 바닥이 까마득하다. 조형물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출입구가 한 곳뿐이어서 오가는 방문객들의 동선이 겹친다. 이 때문에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자주 마주치는 것은 다소 아쉽다.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법정 기준 이상의 풍속과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동시 수용 인원을 250명 이내로 제한해 인원 초과 땐 출입 차단 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스페이스 워크는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 형태의 세계적인 조형물 ‘타이거 앤드 터틀 - 매직 마운틴(Tiger & Turtle - Magic Mountain)’을 본떠 만들었다. 원조 격인 독일 조형물(높이 18m, 총길이 220m)보다 규모는 더 크다. 독일의 원조 조형물을 만든 세계적인 건축가 겸 설치미술가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가 스페이스 워크를 직접 만들었다.. 작가 부부는 포항을 세 차례나 방문해 이 지역을 이해한 뒤 포항만의 문화와 시민들의 특성을 해석한 8개의 디자인을 제안했다고 한다. 국내 조형·건축·미술 전문가와 포항시, 포스코 관계자로 구성된 자문위원단, 시민위원회가 최종 디자인을 결정했다. 스페이스 워크는 밤에 더 아름답다. 영일만 일몰이 바닷속으로 사라진 뒤 모든 관람객이 스페이스 워크에서 내려오자 눈부신 조명이 들어왔다. 스페이스 워크는 마치 하늘에 떠 있는 우주선처럼 영롱한 빛을 내뿜었다. 스페이스 워크 건너편 포스코 산업단지에서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불빛과 함께 눈부신 빛의 오케스트라가 고요한 연주를 시작했다. △ 산업의 흔적이 문화가 될 때, 문화비축기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맞은편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원형 구조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 낯선 풍경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산업시설인가, 예술공간인가. 정답은 그 사이 어딘가다. 문화비축기지는 본래 ‘마포석유비축기지’였다.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국가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조성된 시설이다. 아파트 5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탱크 다섯 기(T1~T5)에 약 7000만 리터의 석유를 저장했다. 말 그대로 도시 한복판의 ‘에너지 저장고’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역할은 사라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둔 2000년, 안전 문제와 도시 재정비 계획에 따라 시설은 폐쇄됐다. 철거가 유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른 선택을 했다. 없애는 대신, 남기는 길. 그리고 그 위에 새로운 시간을 쌓기로 했다. 현재의 문화비축기지는 과거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한 채, 기능만을 바꿔 재탄생한 사례다. 탱크 하나하나가 각각 다른 성격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T1은 전시장으로, T2는 야외 공연장으로, T3는 내부를 비워 원형 그대로 보존된 공간으로 활용된다. 특히 T3에 들어서면 철제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울림과 빛의 반사가 독특한 공간감을 형성한다. 이곳은 어떤 전시보다도 ‘공간 자체’가 가장 강력한 콘텐츠다. 눈길을 끄는 건 T6, 커뮤니티센터다. 이 건물은 기존 탱크를 해체하며 나온 철판을 다시 활용해 지었다. 녹슨 철판이 외벽을 감싸고 있는 독특한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낸다. 낡음이 오히려 디자인이 되는 순간이다. 원형 탱크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를 비워내고, 새로운 기능을 덧입혔다. 철제 구조물의 거친 질감과 현대적 설계가 공존하는 풍경은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듯한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건축은 철거가 아닌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곳은 말없이 증명한다. 이곳은 카페, 생태도서관, 시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된다. 과거 에너지를 저장하던 장소가 이제는 사람과 이야기, 문화의 에너지를 축적하는 공간으로 바뀐 셈이다.문화비축기지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재활용 건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도시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보존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7

경북 안동 월영교체 등 서체로 만나는 '로컬여행'

경북 안동의 월영교체등 다양한 서체들이 지역의 풍경과 삶이 담긴 문장으로 되살아나 관람객들을 찾는다. 한국관광공사(사장 박성혁)는 오는 6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하이커그라운드 4층에서 지역 서체와 관광을 결합한 기획전시 ‘텍스트힙(Text-Hip) X 로컬여행’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텍스트힙’과 필사 트렌드를 지역 관광과 접목해, 관람객이 지역 서체를 읽고 쓰며 해당 지역의 매력을 간접 체험하도록 기획됐다. 전시는 각 지역의 풍경·사람·특산물을 담은 7개 구역으로 이뤄졌다. 관람객은 스탬프·엽서·필사 체험을 통해 나만의 ‘수집 노트’를 완성하는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에서는 강원 속초 ‘바다 바탕체’, 경북 안동 ‘월영교체’ 등 전국 109종의 지역 서체를 한자리에서 만나, 지역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이 담긴 문장을 직접 읽고 쓰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하정 펜화일러스트와 협업한 펜화 드로잉 엽서 작성, 멀티스탬프 체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한글 타투 체험 등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공사는 한국 관광의 감성과 하이커그라운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반영해 개발한 전용 서체 ‘하이커 폰트’도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한다.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하이커 폰트를 활용한 필사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아울러, 전시에서 선보이는 지역 서체와 하이커 폰트는 전시장 내 QR코드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윤성욱 한국관광공사 관광홍보관운영팀장은 “관람객들이 활자를 통해 지역을 새롭게 발견하고, 실제 로컬여행으로 발걸음을 잇는 특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7

에어비앤비, K-컬처 기반 '코르티스 서울 비밀공간' 선보여

글로벌 숙박·체험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K-컬처 기반 팬 경험을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여행 콘텐츠를 서울에서 선보인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크루 코르티스와 협업한 ‘코르티스의 서울 비밀공간’ 프로젝트다. 음악 세계관을 오프라인 체험으로 확장해 팬과 여행자를 동시에 겨냥한 점이 특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코르티스 미니 2집 ‘GREENGREEN’ 발매를 기념해 기획됐다. 타이틀곡 REDRED를 중심으로 한 ‘Green vs. Red’ 콘셉트를 공간 전반에 구현하고, 팬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기존 공연이나 팬미팅과 달리 체험·숙박·팝업을 결합한 ‘복합형 여행 콘텐츠’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프로그램은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먼저 오는 28일 진행되는 ‘에어비앤비 오리지널 체험’은 최대 30명을 대상으로 한다. 참가자들은 코르티스 멤버들과 직접 만나 블록 쌓기 게임, 페인트 존, UV 단서 찾기, 메일룸 빙고 등 인터랙티브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공간 곳곳을 이동하며 한정 키캡과 기념품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자기 표현과 탐색을 결합한 참여형 구조다. 숙박형 프로그램은 29일부터 1박 일정으로 진행된다. 단 1팀(2명)만 참여할 수 있으며, 체험 공간을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든 콘텐츠를 자율적으로 경험할 수 있지만 아티스트와의 직접 만남은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체험 기념품과 별도 굿즈가 제공된다. 일반 방문객을 위한 팝업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5월 1일부터 7일까지 운영되며, 1,000명 이상이 참여 가능한 대규모 공간 공개 형태다.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아티스트 참여 프로그램은 제외된다. 체험 및 숙박 예약은 4월 21일 오후 12시부터, 팝업 예약은 4월 23일 오후 12시부터 각각 전용 페이지에서 진행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선착순 방식으로 운영되며 교통과 숙박은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K-컬처가 글로벌 여행 수요를 견인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했거나 방문을 계획 중인 여행객의 94%가 K-컬처가 여행 관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을 단순 이벤트를 넘어 ‘체험형 관광의 진화’로 평가한다. 콘텐츠 IP와 공간, 팬덤을 결합한 이번 시도는 향후 관광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7

정호영·김성운 국내 유명 셰프들 바다로 간다

정호영, 김성운 국내 유명 셰프들이 바다로 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오는 5월 한 달간 해양관광 활성화 캠페인 ‘바다가는 달’을 추진한다. 지난해 지역 고유의 해양 관광자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처음 선보인 바다가는 달 캠페인은 올해 ‘5월은 바다가는 달, 파도 파도 색다른’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층 다채로워졌다. 국민들이 연안 지역에 오래 머물며 바다와 지역의 매력을 깊이 즐길 수 있도록 체류형 혜택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공사는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1박 2일 이벤트 ‘셰프의 바다 밥상’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정호영 셰프와 함께하는 동해안(5.9~10), 김성운 셰프가 동행하는 서해안(5.30~31) 여행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셰프가 안내하는 현지 수산시장 투어, 제철 해산물 만찬, 아침 맛집 방문까지 깊이 있는 지역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캠페인 공식 누리집에서 가능하며, 회차별 25명씩 선발한다. 아울러, 공사는 각 연안 지역의 특색을 살린 32개의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군산 섬 트레킹, 울진 바닷가 음악회 등 레저, 치유, 미식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테마 상품으로 우리 바다의 매력을 알린다. 5월 한 달간 바다 여행 경험 공유 SNS 이벤트, 안전한 바다 여행 퀴즈 등 다양한 참여형 이벤트도 함께 이어진다. 지난 15일부터는 알뜰한 바다여행을 돕는 해양관광 상품 할인전도 진행 중이다. 연안 지역 숙박 시 최대 3만 원 할인, 연박 시에는 최대 5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해양 레저 체험과 관광 패키지 상품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캠페인 내용은 공식 누리집(바다가는달.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7

에코랜드 '어린이날 주간 스페셜 데이' 운영

제주 곶자왈 숲속 기차여행을 테마로 한 에코랜드가 어린이날을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에코랜드는 2026년 5월 1일부터 5월 5일까지 5일간 ‘어린이날 주간 스페셜 데이’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숲속 기차 타고 떠나는 특별한 하루’를 콘셉트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어린이를 위한 참여형 이벤트도 함께 운영된다. ‘사랑의 장난감 나누기’ 이벤트는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을 기부하면 어린이 입장료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아름다운가게와 협업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눔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오늘은 내가 주인공’ 이벤트를 통해 코스튬 복장을 하고 방문한 어린이에게 동일한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아이들이 직접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행사 기간 에코랜드 전역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시간대별로 운영된다. 레이크사이드역에서는 △캐릭터와 함께하는 포토타임 △서커스 △K-POP 댄스 퍼포먼스 △버블·벌룬쇼 △판타지 포레스트 with 프렌즈 공연 등 숲과 호수를 배경으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시간대별로 펼쳐진다. 특히 ‘판타지 포레스트 with 프렌즈’ 공연 진행 시 오늘의 주인공 어린이들에게 기차를 타며 즐길 수 있는 풍선이 제공돼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라벤더팜에서는 유채꽃 풍경 속에서 감성적인 △유채 블라쏭 버스킹 공연이 하루 2회 진행돼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더한다. 이번 어린이날 이벤트는 단순 관람형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는 체험형 콘텐츠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행사 기간에는 어린이 고객을 위한 클라우드 솜사탕 등 다양한 먹거리도 함께 운영한다.

2026-04-27

산재·고용 보험료율

<문> 산재보험료 계산할 때 적용하는 산재보험료율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합니다. <답> 매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3년간의 보수총액에 대한 산재보험급여 총액의 비율을 바탕으로 결정됩니다. 여기에 재해 발생 위험성에 따라 분류된 업종별 특성이 반영되며, 세분화된 보험료율은 매년 12월 31일쯤 고시돼 적용됩니다. <문> 한 사업장에 업종이 여러개 있는 경우 산재보험료율은 어떻게 적용하나요? <답> 하나의 사업장에는 하나의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만일, 한 사업장안에 보험료율이 다른 2종 이상의 사업이 동시에 행해지는 경우 근로자수가 많은 사업을 기준으로 적용합니다. 근로자수가 같거나 파악할 수 없으면 보수총액이 많은 사업을기준으로 하며, 이 기준으로도 주된 사업을 결정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매출액이 많은 제품을 제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기준으로 보험료율을 적용합니다. <문> 고용보험료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고용보험료율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합니다. <답> 보험수지 동향과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됩니다. 1000분의 30범위 내에서 고용안정, 직업능력개발 사업과 실업급여로 구분해 각각의 보험료율이 정해집니다. 특히 고용안정, 직업능력개발 사업의 보험료율은 당해 사업주가 행하는 모든 사업의 규모(법인, 단체, 기업 등)로 결정(단, 국외 현지에서 급여가 지급되는 사업은 제외)합니다. 이때 상시 근로자수는 각 사업장의 근로자수를 모두 합한 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콜센터(1588-0075) 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 가입지원부(054-288-5190)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6-04-26

대가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영수 교수, 피하삽입형 심장충격기 프록터 선정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영수 교수가 피하삽입형 심장충격기 시술 분야의 교육·지도 전문의인 ‘프록터(Proctor)’로 선정됐다. 병원은 최근 이를 기념하는 현판식을 개최했다. 21일 대가대병원에 따르면 프록터는 해당 시술 분야에서 풍부한 임상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에게 부여되는 자격으로, 의료진 교육과 시술 지도를 통해 안전하고 표준화된 치료기술 확산을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피하삽입형 심장충격기는 심실 부정맥 등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이 발생했을 때 전기적 충격을 가해 정상 리듬으로 회복시키는 장치다. 기존 경정맥형과 달리 전극선을 혈관이 아닌 흉부 피하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감염 위험과 혈관 관련 합병증을 줄일 수 있어 최근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신 치료법인 ‘펄스장 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펄스장 절제술은 전기장을 이용해 심장 조직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기존 열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술보다 주변 조직 손상이 적고 시술 시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환자 불편감과 합병증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치료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교수는 “이번 프록터 선정을 통해 관련 시술의 안전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최신 치료기술 도입과 의료진 교육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026-04-22

‘고양이 같은 봄’, 봄향취 따라 여행을 떠나자

어느새 봄의 중턱이다. 한반도 전체가 봄에 취해있다. 봄은 고양이라고 말한 어느 소설가의 말은 봄의 본질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하다. 나른하면서도 앙큼하고 고양이의 털처럼 부드럽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봄의 향취가 남아 있는 곳을 따라 봄여행을 떠나보자. 봄은 짧으니까. △ 한국적인 궁궐의 매혹 창덕궁의 봄 창덕궁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낙선재 일원에 활짝 핀 홍매화는 궁궐안을 환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붉은 빛 매화가 눈처럼 떨어지고 있다. 요즘 세간에 화제가 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즉위한 곳이 바로 창덕궁이다. 창덕궁은 인위적으로 땅을 고르지 않고 산자락의 굴곡을 그대로 살려지은 궁궐답게 이곳의 꼿들은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다. 지붕의 유려한 곡선과 단청의 오방색이 꽃의 색과 어우러질때 이곳이 왜 가장 한국적인 궁궐이라 불리는지 깨닫게 된다. 창덕궁 깊은 곳 성정각 앞뜰에 홍매화 고목이 있다. 홍매화는 매화나무에 피는 장미과의 갈잎 나무로 분홍의 색을 띠는 것을 홍매화라 부른다. 무려 4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성정각 자시문 앞 홍매화는 선조때 명나라 사신이 보내온 성정매로 추위로 인해 일부가 고사하여 수령에 비해 크기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여러 겹의 홍매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은 기품있고 우아하다. 봄이 되면 궁궐 전각과 후원에 매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화사게 피어난다. 이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조선 후기 4대 문장작 중 한명인 월사 이정귀는 “이렇게 기품있는 매화는 처음본다”고 감탄했다. △ 순후한 봄의 향기 순천 낙안읍성 순천은 느리고 고요하다. 황토색 얼굴을 하고 있는 순천의 봄은 마치 고양이처럼 수시로 오묘하게 바뀌어 간다. 순천만의 장엄한 일몰을 보고 낙안읍성에서 지나간 세월을 복기하고 있으면 시간은 늘어진 그림자처럼 넉넉하고 순후한 미소를 짓곤 한다. 전국에 민속마을이 여러 곳이 있지만 낙안읍성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정감이 간다. 용인,제주민속마을 같이 전시용이나 안동하회마을과 같이 양반마을도 아닌 그저 대다수의 우리 서민들이 살아왔던 옛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낙안읍성을 관람하는 방법은 출입문을 통해 직진하면서 사이사이로 보여지는 다양한 풍물들을 감상하는 것도 있고 성곽에 올라서서 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보며 전체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하는 방법도 있다. 낙안읍성은 순후하다. 초가지붕으로 이어져 있어 자칫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던 마을의 모습들을 보면 마치 타임슬립 하여 과거로 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낙안읍성은 조선 인조 4년에 임경업 장군에 의해서 석성으로 중수되었다. 본래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6년 왜구의 침입이 극성을 부리자 토성을 쌓았던 것이 시작점이었다. 남부지방 특유의 주거양식인 툇마루와 부엌 토방 그리고 장독대까지 서민들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어 마치 고향마을에 온 듯한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 지리산의 봄 이원규 시인은 지리산을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을 지닌 곳”이라고 표현했다. 지리산은 우리 역사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의 수많은 능선과 계곡 소와 담을 품고 있지만 그중 백미로 치는 곳은 단연 전북 남원의 뱀사골이다. 빽빽하게 들어선 원시림 속에 유유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 구절양장 같은 계곡에 짙푸른 녹음으로 물들여진 골짜기들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비단 자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뱀사골은 품고 있는 얘기 또한 풍성하다. 뱀사골은 이름 그대로 ‘뱀이 죽은 골짜기’라는 뜻이다. 1300여년 전 송림사라는 절에 해마다 칠석날이면 스님이 신선이 된다며 산에 들어가 돌아오지 않았다. 한 고승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서 주변 사람에게 알아보니 신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뱀사골에 살고 있던 거대한 이무기에게 산 채로 제물이 됐던 것이다. 고승은 그해에 제물로 뽑힌 스님의 옷에 독을 묻혀 산으로 올려보냈다. 다음날 선인대에 올라가 보니 이무기가 승려를 삼키지 못하고 죽어 있었다. 이후 이무기가 죽은 골짜기라는 뜻의 뱀사골이 됐다는 것이다. 뱀사골 들머리 마을은 뱀에게 잡아 먹혀서 온전하게 신선이 되지 못하고 반만 신선이 됐다 하여 반선(半仙)마을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뱀사골이어서 그런지 이 지역의 소나 계곡은 뱀과 관련된 명칭이 많다. 이무기가 용이 돼 하늘로 오르다 떨어진 자리가 움푹 파이며 소가 되었다는 탁용소나 뱀이 꿈틀거리는 모양의 뱀소가 그것이다. 계곡을 지나면 다시 소가 이어진다. 어머니처럼 살포시 안아주는 지리산을 떠나기에는 이미 산에 너무 길들여 있기 때문이다. 길을 따라 나서려는 지리산이 누군가를 호명하는 듯하다. 돌아서 계곡을 보니 흐르는 물과 산뿐이다. 그림자 지는 길을 따라 산을 내려오면 지리산이 토닥거리며 정겹게 등을 두드려 주는 것만 같다. △ 제주의 진짜 얼굴 용연의 황홀한 풍경 제주의 물빛은 늘 바다에서 완성된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그 시작은, 의외로 고요한 계곡의 숨결 속에 있다. 용연은 바로 그 경계에 선 장소다. 산등성이에서 흘러온 맑은 물이 바다와 조용히 악수하는 자리,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며 만들어내는 색감은 이름 그대로 ‘용이 머무는 연못’이라는 상상을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낮의 용연은 투명하다. 에메랄드빛 물 위로 숲의 그림자가 번지고, 물길을 가로지르는 용연구름다리는 붉은 정자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완성한다. 바람이 스치면 나무는 흔들리고, 물은 그 흔들림을 고스란히 받아 적는다. 이곳이 예부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자리였다는 기록은 과장이 아니다. 자연이 이미 완벽한 무대를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연의 진짜 얼굴은 해가 지고 나서 드러난다. 다리에 불이 켜지면, 공간은 갑자기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 물 위에 비친 형형색색의 빛은 잔잔한 호수와 겹쳐지며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제주 올레 17코스를 걷는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발걸음을 늦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걷는다는 행위가 ‘머무는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 풍경 뒤에는 오래된 이야기가 흐른다. 가뭄이 극심하던 시절, 한 심방의 기우제가 이곳에서 펼쳐졌다는 전설이다. 쉰 자에 이르는 짚 용을 만들어 물에 담그고, 일주일 동안 하늘에 비를 청했다는 이야기. 끝내 절망 속에서 신들을 돌려보내려던 순간, 사라봉 위로 작은 구름 하나가 피어올랐고, 곧 하늘이 무너지듯 비가 쏟아졌다고 전한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이곳을 단순한 계곡이 아니라 ‘응답하는 장소’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용연에서 차로 10분 남짓이면 용두암과 관덕정에 닿는다. 하나는 용이 바다를 향해 고개를 든 형상이고, 다른 하나는 제주의 시간을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건축물이다. 이 세 장소를 잇고 나면, 여행자는 비로소 제주를 ‘보았다’기보다 ‘읽었다’는 감각에 가까워진다. 최근 제주가 내놓은 디지털 관광 멤버십 ‘나우다’는 이런 공간을 조금 더 가볍게 접근하게 만든다. NFT 기반 관광증 하나로 공영 관광지 27곳을 무료 혹은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다. 그러나 용연만큼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 이곳은 입장료보다 ‘시간’을 내야 하는 장소다. 바닷바람이 조금 잦아드는 저녁, 구름다리 위에 서서 물을 내려다보라. 그 순간, 제주라는 섬이 왜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품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용이 실재로 존재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도 이곳에 서면 누구나 한 번쯤 그 존재를 믿게 된다는 사실이다. /최병일기자 skycbi@kbmaeil.com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