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는 유년의 대륙을 찾지 못해 고독을 어깨에 짊어지고 증오를 직업으로 삼은 채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게 그리움은 쉽게 마모되고 희망은 마약인가. 가진 자들이 사이코패스가 되어 눈 부라리는 엄혹한 세상에서 나는 저주받은 시나 쓴다. 나의 누이, 플라타너스여 내 유년의 대륙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 가서 쓸모없는 나무가 되고 싶다. …. 저주받은 시인. 현대 시인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시인은 이 운명의 전통을 살아가는 중이다. 가진 자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세계와는 화해할 수 없기에, 시인은 “증오를 직업으로 삼”고 “저주받은 시나” 쓰며 살아간다. “마모되”는 그리움을 품고 마약 같은 희망을 마시며. 하여, 그는 “고독을 어깨에 짊어지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행복했던 유년이 있던 대륙으로. 그곳에서 쓸모없는 나무가 되어 서 있고 싶다. <문학평론가>
공중에 불꽃이 튑니다 수십 발의 비명소리 밤의 키보드는 발자국 위에 붉은 꽃잎을 찍어놓습니다. (중략) 지구 반대쪽의 우리는 겁에 질린 방관자 피 묻은 찢긴 새의 날개를 주섬주섬 챙겨 넣습니다. 횡경막 밑에 고여 있는 새의 울음을 훔칩니다. 시곗바늘은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지금 세계는 혼돈의 소용돌이 심장을 향해 과녁을 맞춥니다. 새벽이슬에 젖은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집니다. 콘크리트 벽 속으로 장미꽃이 가시를 숨깁니다. (하략) …. 방금 전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사일을 주고받는 뉴스를 보았다. 위의 시에서 말하듯 폭발음이 비명 같았다. 21세기에도 인류는 혼돈 속에 있고,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행인지 우리는 ‘지구 반대쪽’에서 저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폭력의 시간이 진행되고 있음을 방관하며 보고 있을 뿐. 하나 세계의 심장에 미사일의 과녁이 맞추어져 있고, 파국으로 가는 시간 위에 우리 역시 탑승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영등포에서 기차를 타고 옥천에 간다 옆자리에 꽁지머리 총각이 앉았다가 수원역에서 내리고 한참 빈자리로 가다가 빨간 머리 여자가 타고 내린 후 또 혼자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문득문득 아려오던 명치 옆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고 또 비우며 같이, 또 따로 종착역까지 가는 여정이다 … 인생이란 혼자 가는 여행일까. 누군가와 같이 가는 것 같았지만 결국은 혼자 가고 있음을 문득 깨달을 때가 있는 것이다. 시인은 기차를 타고 가다 혼자임을 자각하고는 ‘너’와의 헤어짐을 기억한다. 명치가 아려오는, 몸으로 인지되는 기억을. 하지만 빈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가 내린다는 현상을 시인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누군가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같이, 또 따로” 가는 것이 인생의 여정임을 말이다. <문학평론가>
젊은 날 우리 한 사랑을 돌아보지 마오 눈 비비면 후드득 떨어지는 소금 같은 시절 뙤약볕 아래 물 새는 병을 쥐고 서서 뽑을 것처럼 머리채를 움켜쥐고 극치를 맞던 몸부림을 곱씹지 마오 (중략) 단 우리가 열일곱으로 돌아갈 것인가만 생각하오 이 세상 다 신어야 할 구두는 얼마나 많을 것인지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아침 이마에 내려앉은 슬픔의 그림자 따라 좋은 옷 한 벌 훔쳐 내달릴 수 있을 것인지 (하략) 성인이 된 이라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을 터, 시인은 이 “사랑을 돌아보지” 말자고 한다. 점점 병에서 물은 빠져나가는데 “뙤약볕 아래”에 있게 했던, 그러다 극치의 몸부림을 치게 했던 첫사랑. 시인은 그 사랑을 돌아보는 대신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한다. 첫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듯이. 지금도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아침”을 맞이해야 하기에. 하나 그 회귀는 “슬픔의 그림자”를 따라가야 한다. <문학평론가>
2025-06-17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의료원장 조치흠)이 지난 12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가 공동 발표한 ‘2025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의 전문병원(Best Specialized Hospitals APAC 2025)’에서 소아과 부문 대구·경북지역 1위에 올랐다. 동산의료원은 3년 연속 APAC 소아과 분야에 선정되며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소아과 전문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조사는 뉴스위크와 스태티스타가 아태지역 10개국 8000여명 의료진에게 전문가 설문, 환자 경험 평가(PROMs), 의료 질 환자 만족도 평가 등을 다층 분석해 전문 분야별 최고 병원을 선정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소아청소년과는 평가항목들에서 대부분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지역 소아과 진료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공의 부족 등 소아과 분야 전반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조치흠 동산의료원장은 “전공의 수급난 등으로 전국 소아과 진료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번 결과는 매우 뜻깊은 성과”라며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오랜 아동 의료의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1930년대 대구영아보건소 설립, 1953년 국내 최초 아동병원 개원, 그리고 전쟁고아 진료 봉사 등 90년 이상의 소아 의료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앞)은 올해 4월 대구광역시 공공어린이 재활의료센터를 개소하여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2025-06-16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가 글로벌 비영리 국제단체 DNDi(Drugs for Neglected Disease Initiative, 소외질환신약개발재단)와 함께 소외질환 중 하나인 회선사상충증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에 착수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옥스펜다졸 성분을 활용해 회선사상충증 및 기타 사상충증에 대한 안전하고 저렴하며, 전세계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둔다. 회선사상충증은 실명의 원인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전염성 질환으로 유속이 빠른 강 주변에 서식하는 검은파리에 물려 감염된다. 심한 가려움증, 피부 손상, 시력 저하 및 실명을 유발하며 현재 감염자는 약 1900만 명, 그중 시력을 잃은 환자는 11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프로젝트는 DNDi가 주관하고 케이메디허브가 공동 참여기관으로 함께한다. DNDi는 2003년 국경없는의사회(MSF), 파스퇴르 연구소(Institut Pasteur), 열대소외질병 유행 국가 4개 주요 의학 연구기관이 함께 설립한 비영리 국제 연구기관이다. 연구는 재단법인 국제보건기술연금(이하 라이트재단)의 지원 하에 수행되며, 총 2년 6개월·22억 유로(약 32억 원) 규모에 달한다. DNDi는 소외열대질환 치료법 개발과 글로벌 네트워크 운영에 관한 풍부한 국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한다. 케이메디허브는 보유한 임상용 의약품 연구개발 역량을 발휘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회선사상충증 치료 완제의약품의 제제연구 및 양산 가능한 공정 개발을 수행한다. 라이트재단은 2018년 보건복지부와 게이츠재단, 국내 생명과학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공동 출자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중저소득국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감염병 관련 연구개발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국제 보건 형평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70개 연구과제에 총 1077억 원을 지원했다. DNDi 최고 경영자 Luis Pizarro 박사는 “현재 세계가 당면한 보건의료 불평등은 반드시 해소해야 하며, 옥스펜다졸과 같은 사상충 감염 치료제 보급은 물론 표적화된 진단 및 치료법 개발을 병행이 WHO(세계보건기구)의 질병 근절 목표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구선 케이메디허브 이사장은 “재단이 보유한 연구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뜻깊다”며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소외질환 치료제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국제 보건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자궁절제술은 자궁과 자궁경부를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을 말하는 것으로, 자궁절제술은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경부암, 자궁탈출증, 자궁출혈 등의 경우와 같이 자궁 전체를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적용됩니다. 의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궁절제술은 복부에 상당한 길이의 절개를 가하는 개복 자궁절제술에서 시작하여, 복강경 자궁절제술이 개발되었고, 최근에는 로봇 자궁절제술이 상용화되었습니다. 로봇 자궁절제술은 고화질 3D 확대, 로봇 테크놀러지 및 정밀 소형화 수술기구의 조합을 사용하여, 환자의 자궁과 자궁경부를 제거할 때, 부인과 전문의에게 수술적 테크닉 부분에 많은 도움을 제공하는데, 정확하고 선명한 수술 시야, 수술 부위 조직에 대한 미세하고 정밀한 조작, 그리고 광범위한 제거에도 많은 도움을 제공합니다. 복강경 자궁절제술은 기존의 개복 자궁절제술보다 통증과 회복이 빨라, 그 적응증의 수가 증가했으며, 현재 널리 퍼져있는 상태입니다. 고전적 개복 자궁절제술에 비해 복강경 자궁절제술의 장점에는 더 작은 피부 절개, 더 빠른 회복, 더 낮은 출혈 및 더 적은 감염 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복강경 자궁절제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수술 기술 및 많은 임상 경험이 필요하고,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새롭게 개발된 로봇 수술장비와 관련된 접근 방식인, 로봇 자궁절제술이 임상 현장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로봇 자궁절제술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복강경 수술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복강경 자궁절제술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복강경 수술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로봇 수술은 고해상도 3차원 확대 시야, 로봇 테크놀러지 및 정밀 소형화 수술기구로 구성된 시스템을 통하여 기술적으로 복잡한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보다 더 유리한 측면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로봇 수술 시스템은 제어 패널과 고화질 모니터가 장착된 수술 집도의의 수술 콘솔(console)과 가늘고 긴 여러 개의 로봇 팔(Robot arm)이 장착된 환자 사이드 카트(patient side cart)로 구성되며, 수술 집도의뿐만 아니라 수술 전담 간호사가 상주합니다. 집도의의 손을 수술 부위에 진입시키기 위해, 충분히 긴 절개가 필요했던 고전적 개복 자궁절제술과는 달리, 로봇 자궁절제술에 사용되는 로봇 팔과 수술 도구들은, 복부의 작은 절개만으로도, 수술 부위로의 진입이 가능합니다. 고화질 3D 확대 카메라가 장착된 팔 1개와 외과의의 팔 역할을 하는 팔 3개 등 총 4개의 팔이 있으며, 각 팔에는 특정 작업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수술기구를 결합시킬 수 있습니다. 카메라는 수술 집도의에게 3차원적으로 향상된 시야, 선명한 원근감 및 파노라마 뷰를 제공하며, 로봇 팔의 넓은 가동 범위는 더욱 다양한, 민첩한 동작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수술 집도의의 피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술 콘솔의 고유한 인체 공학적 디자인과 수술 기구들의 안정적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로봇 동작 메커니즘에 의해 더욱 두드러지게 됩니다. 수술 집도의는 환자로부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수술 콘솔에 앉아 로봇 팔을 원격으로 조종합니다. 이러한 부드럽고 손쉬운 움직임과 로봇 팔 자체의 인체 손목관절과 유사한, 관절 가동 기능은 로봇 수술이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 비해 갖는 가장 중요한 이점입니다. 이러한 향상된 시야, 기계적 정밀도 및 민첩성, 그리고 증가된 가동 범위는 방광, 요관, 혈관 및 신경과 같은 중요한 구조 주변에서 작업할 때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여 잠재적인 손상을 예방하여, 결과적으로 출혈 감소, 수술 후 통증 감소 및 약물 복용 감소, 더 빠른 회복 및 정상 활동으로의 복귀 등의 여러 가지 이점들을 가질 수 있게 해줍니다.
프랑스의 시인인 제라드 드 네르발(Gerard de Nerval)은 ‘모든 꽃은 자연에서 피어나는 영혼’이라고 했다. 시인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꽃을 좋아하는 것은 자연의 영혼과 교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좋아하는 꽃도 유행을 탄다. 최근까지 가장 인기 있었던 꽃은 유채꽃이었다. 아직도 가을철에는 메밀꽃이 대세고 겨울철에는 동백꽃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꽃은 아니지만 불과 5년 전만해도 전국이 핑크 뮬리(분홍억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9년 국립생태원에서 핑크 뮬리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로 지정한 이후 빠르게 퇴출됐다. 핑크 뮬리가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수국이다. 수국은 한자로 ‘물 수(水)’에 ‘국화 국(菊)’ 자를 쓴다. 이름에 걸맞게 물을 좋아하고 국화처럼 넉넉한 꽃을 피운다. 지금은 수국의 계절. 한반도 곳곳에 수국이 눈부시게 꽃을 피웠다. 이번 주말에는 탐스럽게 핀 수국을 따라 꽃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 수국마니아들이 즐겨찾는 비밀스러운 공간 율봄식물원 여름이 막 시작되려는 6월, 계절의 색을 가장 먼저 입는 꽃은 단연 수국이다.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율봄식물원은 지금, 연보라와 하늘빛, 분홍으로 번지는 수국으로 정원을 가득 채운다. 평범한 식물원도, 단순한 공원도 아니다. 농업과 예술, 자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 이곳은 이름처럼 조용한 ‘봄’의 결을 닮았다. 율봄식물원이 주는 첫인상은 ‘단정함’이다. 군더더기 없이 구성된 동선, 계절에 맞춰 철저히 계획된 식재,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감각적인 오브제들이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진짜 매력은 꽃의 색감이 아니라, 공간에 흐르는 여백의 미에 있다. 수국이 피는 6월은 이 정원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다. 정돈된 조경 사이로 피어난 수국은 마치 수채화의 번짐처럼 은은하게 풍경을 물들인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심에서 쌓인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조용히 걷기만 하는 이도, 모두 각자의 속도로 이 정원을 소비한다. 율봄식물원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선다. ‘농촌예술테마농원’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곳은 농업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자연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계절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땅을 만지고 생명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생태 교육의 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쉼의 공간이 되어준다. 무엇보다 율봄식물원은 아직 SNS에서 대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덕분에 방문객의 발길도 북적이지 않아, 자연과 조용히 마주할 수 있다. △ 수십만 그루의 수국이 맞아주는 그레이스 정원 경남 고성 백암산 뒤편에도 비밀의 정원이 있다. 지난해 문을 연 그레이스 정원은 수국을 테마로 한 59만5000여㎡규모의 민간정원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마치 군인처럼 도열한 입구부터 보랏빛 수국이 화사한 꽃송이를 자랑한다. 올해는 일찍 찾아온 더위 탓인지 벌써부터 정원 곳곳에서 수국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돌담을 따라 올라가니 구릉과 언덕에도 각양각색의 수국이 만발하다. 숲 한가운데는 붉은 벽돌로 지은 작은 교회도 있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공연장도 있다. 그레이스 정원은 경남 창원의 마금산 온천에서 온천장을 운영하는 조행연(여·76) 씨가 14년에 걸쳐 가꿔온 정원이다. 그레이스 정원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눈치 챘겠지만 실상 이 정원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 씨가 선교센터를 지을 목적으로 만든 곳이다. 정원의 시작은 자신이 운영하는 온천장에 있던 메타세콰이어를 옮겨 심는 것이었다. 길 양옆으로 정갈하게 줄지어 메타세콰이어를 심은 뒤 숲 한가운데 붉은 벽돌로 교회부터 지었다. 그때부터 정원과 식물에 대해 공부했다. 원예와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유튜브를 뒤졌다. 하나하나 공부해가면서 정원 만들기를 진두지휘했다. 10여 년이 넘게 정원을 꾸미는 과정에서 조 씨는 자료를 뒤지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조언을 얻어 식물과 관련한 실전 지식을 익혔다. 그레이스 정원은 전문가들이 본다면 어딘가 허술해 보일수도 있지만 허세나 과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꽃의 생태적 특성보다는 꽃이 주는 위안을 생각하여 만든 정원이라 더 친근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메타세콰이어 길에 한쪽은 수국을 심고 반대쪽에는 경사진 물길을 놓고 작은 연못을 만들어 물소리를 배치한 조경이다.그레이스 정원의 수국은 청명한 날에도 좋지만 장맛비가 그치고 꽃과 잎의 색감이 짙어질 때 더 청량하다. 정원에는 수국만 있는 건 아니다. 정원 위쪽의 경사지에는 자작나무와 해국을 심어 멋스러움을 더했다. 햇살은 더 농밀해지고 수국을 따라가는 길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 만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 만화방초 고성에는 또 한곳의 수국명소가 있다. ‘만 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들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만화방초(萬花芳草)가 그곳이다. 규모는 그레이스 정원이 더 크지만 수국정원을 먼저 조성한 곳은 만화방초다. 1997년 정종조 대표가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자 수국을 심기 시작하면서 조성한 정원이다. 만화방초의 전체 공간은 330,578㎡인데 이중 66,115㎡는 야생 녹차밭이며 야생식물도 700여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정원에는 200종이 넘는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제 색깔로 자라고 있다. 일부 수국정원이 수국을 보다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인공으로 색깔을 내는 경우가 있지만 만화방초는 자연을 최대한 살리자는 정 대표의 철학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포크레인 작업을 거의 하지 않고 길도 원래 짐승이 다니던 길을 그대로 활용했다. 만화방초는 오래 가꿔온 곳이니만큼 식생도 다양하고 공간도 다채롭다. 노랑어리연꽃이 만개한 작은 연못이 있는가 하면, 계곡 옆으로 울창한 편백나무와 수국이 어우러진 공간도 있다. 만화방초에서 수국이 가장 많이 핀 곳은 수국꽃길이다. 6월초인데도 탐스러운 수국이 지천으로 피었다. 정원 위쪽은 벽방산으로 이어지는데 정 대표는 전망대까지 수국을 심어 그야말로 수국천지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 한림공원, 혼인지, 김녕수국길 제주에 활짝 핀 수국 제주의 수국명소인 트로피칼한림공원은 1971년 협재해수욕장 인근 33만㎡의 광활한 황무지를 개간해 야자수와 관광 식물을 심으면서 조금씩 규모가 커져 9개의 테마를 담은 대규모 공원이 됐다. 아열대식물원, 야자수길, 산야초원, 협재·쌍용·황금굴, 제주석·분재원, 재암민속마을, 사파리조류원, 재암수석관, 연못정원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월마다 축제 테마를 달리해 연간 100만여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여름에는 공원 내 이국적 풍취가 물씬 느껴지는 야자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꽃잎 하나가 수채화 붓 자국 모양을 닮은 수국이 한편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한림공원 수국동산에는 채도 높은 자색 수국들이 가득한데 1000여 그루의 수국과 산수국이 장관을 이룬다. 수국의 또 다른 이름 수구화(繡毬花)의 뜻처럼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절로 피어오른다. 성산읍 온평리에 있는 혼인지도 수국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짙은 파란색 수국이 가득한 혼인지에는 설화가 전해진다. ‘제주’는 고려시대에 붙여진 이름으로 그 이전에는 ‘탐라’라 불리는 섬나라였다. 탐라국의 시조인 삼신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는 수렵 생활을 하다가 온평리 바닷가에 떠밀려온 오색찬란한 나무상자를 건져 올렸다. 상자 속에는 벽랑국의 세 공주와 오곡백과가 들어 있었다. 삼신인은 세 공주를 각자의 배필로 정하고 온평리 혼인지 연못에서 혼례를 올렸다. 나무상자에서 나온 망아지와 송아지를 기르고 오곡 씨앗을뿌려 농경 생활을 시작했다. ‘온화하고 평화롭다’라는 뜻의 온평리는 탐라국의 시작을 알린 곳으로이때부터 제주가 흥하게 됐다는 전설이다. 이런 이유로 온평리는 혼인지마을로 불리면서 전통혼례를 치르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혼인지에 수국 피는 계절이 오면 연못가에서 푸른 꽃들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돌담을 따라 삼공주추원사까지 이어진 꽃길은 공들여 장식한 버진로드처럼 화려하다. 서귀포에서 남원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잔잔한 풍경을 따라가다 닿게 되는 위미리에 여름이 오면 길가에서 푸른 꽃이 반긴다. 위미리 수국길의 꽃들은 여름의 아름다운 한 장면을 위해 인내하다가 길가에서짧고 굵게 피어난다. 마을은 고즈넉한 포구를 품고 있다. 위미항 방파제에 핀 한 다발의 수국은 엽서 한장에 담긴 그림 같다. 화려하게 가꿔 놓은 수국 명소보다 조금 쓸쓸하지만, 항구를 포근하게 감싼 서정적인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면 제주의 속살을 마주한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외교부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 등 중동 지역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스라엘과 이란 일부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양국의 기존 2단계(여행자제) 여행경보 발령지역이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로 격상되며, 기존 발령된 이스라엘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 3단계와 4단계 및 이란 일부지역에 대한 여행경보 3단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3단계 출국권고지역은 이스라엘의 서안지역과 나하리야, 마알롯 타르시아, 사페드, 크파르나움 등의 북부지역이다. 이란지역은 튀르키예·이라크 국경, 시스탄발루체스탄주, 페르시아만 연안 3개주(후제스탄, 부셰르, 호르모즈건) 지역이다. 4단계인 여행금지지역은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지역(국경으로부터 4km)과 가자지구 지역이다. 외교부는 이스라엘 및 이란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줄 것을 권고했으며 이 두 나라에 체류 중인 국민들도 긴요한 용무가 아닌 한 안전지역으로 이동하여 주길 당부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최근 중국, 대만 등에서 코로나 19 환자가 늘고 있는 등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서 올여름 해외여행객 사이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관광객이 즐겨찾는 여행지인 동남아시아에는 모기가 매개하는 뎅기열, 일본뇌염 환자가 늘고 있고 아프리카 남미에서는 말라리아, 황열병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중국, 대만, 태국 등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늘고 있어 해당 국가를 방문할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은 사전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홍역도 베트남,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유행 중이다. 홍역은 공기 전파가 가능해 전염성이 매우 강한 호흡기 감염병이지만,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이처럼 여행지의 기후, 지역 특성에 따라 주의해야 할 감염병이 다르므로 질병청이 운영하는 ‘해외감염병NOW’ 홈페이지 등에서 국가별 감염병 예방 정보와 유행 동향 등을 확인하는 게 좋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손 씻기나 음식물 익혀 먹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 사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홍역, A·B형간염, 황열, 일본뇌염, 장티푸스 등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다만 질환별로 적절한 접종 시기, 접종 횟수 및 간격이 다르므로 출국 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거쳐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충분한 면역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국 4∼6주 전에 접종을 완료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일반적인 백신 접종 후 방어항체가 형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최소 2주 전에는 접종을 완료하는 게 좋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감성여행이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 정읍시가 인물과 풍경을 감각적으로 담은 ‘트래블스냅’을 통해 지역관광을 홍보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읍시는 지난 4월과 5월 두 달간 봄 풍경이 유독 아름다운 지역 명소 10곳을 선정해 인물 중심의 트래블스냅 촬영을 완료했다. 이번에 담긴 장소는 월영습지, 정읍사문화공원, 한국가요촌 달하, 내장산 우화정과 솔티숲, 고택문화체험관, 김명관 고택, 내장산 용굴과 케이블카, 내장산 조각공원 등이다. 선정 기준은 경관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역사성, 스토리텔링 요소, 대중적 인지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이번 트래블스냅은 단순한 풍경 중심이 아닌 인물과 체험을 함께 담아 각 명소의 매력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예를 들어 고택문화체험관에서는 다도와 싱잉볼 체험을 즐기는 장면을, 우화정에서는 물에 비친 하늘과 푸른 지붕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담아냈다. 내장산 용굴은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역사적 의미를 담아낸 공간으로, 감성과 의미를 동시에 담은 사진이 완성됐다. 김명관 고택의 처마 아래 단아한 한복 차림의 모습이나, 솔티숲의 편백나무에 기대 잠시 쉬는 장면, 내장산 조각공원의 산책길에서 친구와 나누는 대화 등은 정읍의 일상을 특별한 여행의 순간으로 바꿔준다. 또한 가벼운 차림으로 다양한 생태자원을 체험(월영습지)하고 도심 속에서 갖는 힐링의 시간(정읍사문화공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백제 가요 ‘정읍사(井邑詞)’를 테마로 조성된 공간의 특화된 매력(한국가요촌 달하)까지 인생샷 감성 여행지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시는 이달 중 수도권 관광객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인생사진 기차여행’도 진행한다. KTX를 타고 서울에서 정읍까지 이동한 뒤, 트래블스냅 전문강사와 함께 지역 명소를 촬영하고, 내장산 특화음식까지 즐길 수 있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이 여행상품은 정읍시와 코레일, 전북지역 전담여행사 해밀이 공동 기획해 운영 중이다. 시 관계자는 “트래블스냅은 풍경을 배경으로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웃음, 또는 혼자만의 차분한 시간을 표현해 관광지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콘텐츠”라며 “여름과 겨울 시즌에도 추가로 제작을 이어가 지역관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산악관광이 여행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숲길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강원 태백시는 도시를 둘러싼 88%에 이르는 산림을 활용해 숲길을 조성하고 있다. 시는 우선 2011년부터 산소길 조성을 시작으로 지역 내 8곳 95㎞에 이르는 숲길을 조성했다. 특히 함백산에서 매봉산 바람의 언덕, 대조봉과 본적산 구간 등에 천상의 숲길은 수려한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바람의 언덕 일대 구봉산과 창죽령 구간(용연동굴∼창죽령)도 추가로 조성했다. 이를 통해 용연굴 관광 명소화나 순직산업전사 위령탑 성역화 공원과 연결해 시내권으로 들어와 체류형 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앞서 조성한 지지리골 맨발 걷기 숲길이 시민과 관광객에게 호응을 얻어 시는 추가로 소도 탄탄대로 황톳길과 장성권 황톳길도 조성할 방침이다. 여기에 산악 지형을 이용한 스노우트레일런, 듀애슬론 등의 스포츠 대회와 숲길 트래킹을 포함한 백패킹 행사도 유치한다.이와 함께 시는 강원 남부권의 산림목재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거점지역으로 올해 산림목재 종합가공센터 착공을 준비 중이다. 50년 이상 키운 나무는 탄소 흡수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벌목이 필요해 이를 수집·가공하는 방식으로 건축 자재화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산림 부산물인 바이오매스를 800도 이상 고온 시스템에서 수증기와 촉매 화학반응으로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생산, 이를 합성하면 청정메탄올이 생산된다는 게 태백시의 설명이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12일 “오랜 노력을 통해 경석 규제 해소를 이뤄냈고 숲길과 산악지형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들을 발굴하고 있다”며 “약 88%가 산림인 점을 활용해 도시 전역을 아우르는 숲길을 조성하고 시내 관광지와 연결해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첫사랑은 가슴을 태우나 두 번째 사랑은 첫사랑을 쫒는다. 그러나 세 번째 사랑은 자물통 속에 떨고 있는 열쇠요 자물통 속에 떨고 있는 열쇠요 손에 든 가방이다. 첫 전쟁은 누구의 죄도 아니나 두 번째 전쟁은 누군가의 죄다. 그러나 세 번째 전쟁은 내 죄요 내 죄라고 누구나 말하지. 첫 기만은 동틀 무렵의 안개이나 두 번째 기만은 휘청거리는 술꾼이다. 그러나 세 번째 기만은 밤보다 어둡고 밤보다 어둡고, 전쟁보다도 무섭다. ….. 아꾸자바는 20세기 후반에 활동한, ‘노래시’라는 장르를 새로 만든 러시아 시인. 위의 시에 따르면, 가슴만을 태운 첫 사랑을 지나 사랑이 세 번째까지 가게 되면, 그 사랑은 가방 속에 든 열쇠에 지나지 않게 된다. 세 번째 전쟁을 막지 못하면 그 전쟁의 죄는 내 죄가 된다. 기만이 세 번째까지 간다면, 그것은 전쟁보다 무섭고 밤보다 더 어두운 무엇이 된다고. 뭐든지 세 번째까지 가도록 허용하지 말자는 뜻일까. <문학평론가>
<문> 산재보험이 가입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근로자가 작업 중 넘어져 다리에 골절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 경우 산재보상이 가능할까요? <답> 네,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사업장이 산재보험 당연(의무)적용 대상 사업장이라면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에서 근로자가 산재보상을 받는 경우 그 사업주에게는 어떠한 불이익이 있나요? <답> 사업주는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게을리한 기간 중(보험관계 성립일로부터 14일 도과)에 재해가 발생한 경우, 산재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에 대해 급여징수금을 산재보험료와는 별도로 납부하여야 합니다. <문> 급여징수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답> 앞서 얘기한 ‘보험 가입신고를 게을리한 기간’ 중의 급여징수금은 산재근로자가 요양을 시작한 날부터 1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까지 기간 중에 급여 청구 사유가 발생한 보험급여 금액의 50%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또한 ‘산재보험료의 납부를 게을리한 기간’의 급여징수금도 있는데, 이는 산재보험료 미납률이 50% 초과인 경우 재해가 발생한 날부터 보험료를 납부한 날의 전날까지의 기간 중에 급여 청구 사유가 발생한 보험급여 금액의 10%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문> 급여징수금에 상한액이 있나요? <답> 2018. 1. 1.부터 사업주가 가입신고(납부)를 게을리한 기간 중에 납부하여야 하였던 산재보험료의 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급여징수 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콜센터(1588-0075) 혹은 관할 근로복지공단 가입지원부(054-288-5190)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06-15
한 톨의 빛은 밤을 머금고 출현한다 (중략) 경복궁역 나와서 광화문 동십자각 지나/ 송현공원 앞 헌재 방향으로/ 활처럼 불룩하게 휘어진 도로를 밟고/ 펑! 펑! 지구가 왜 이렇게 빨리 도느냐고 무지막지한 밀도 속으로 넘어가는/ 당신으로부터 나를 구분할 수 없다/ 전류가 흐르는 손을 쥐어 주며/ 다음번 사랑은 여기서 시작이라고 한 톨의 빛은 두 개의 밤에 필라멘트를 꽂고 어떤 상태가 아니라/ 너는 사태에 가깝다 미래의 가장 짧은 선분들/ 이토록 바짝 별들이 집결하는 ……. ‘다시 만난 세계’는 이번 ‘빛의 혁명’에서 새 세대의 운동가가 된 ‘소녀시대’의 노래 제목. 시인은 ‘헌법재판소’의 판정을 촉구하며 ‘헌재’ 앞으로 행진하는 시위에 참여한다. 이때 젊은이들이 합창한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을 것. 이 행진의 “무지막지한 밀도 속”에 빨려든 시인은 “다음번 사랑”이 “여기서 시작”할 것임을 감지한다. 필라멘트가 된 이들의 빛이, 밤을 밝혀 연결하는 “미래의 가장 짧은 선분들”임을. <문학평론가>
누군가의 말에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트릴 때 깨달음은 거기에 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아,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 깨달음은 거기에 있다 티브이를 보다가 맞아! 하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올 때 깨달음은 거기에 있다 어느 한 구절을 읽다가 마음 깊은 곳에서 밑줄을 그을 때 깨달음은 거기에 있다 깨달음은 이처럼 사소하고도 수다한 것이다 이처럼 비루하고도 천박한 것이며 이처럼 낮으면서도 비근한 것이다 깨달음은 이처럼 적막할 까닭도 이처럼 충만할 이유도 없다 깨달음은 이처럼 신비롭지도 않으며 신비로움이 다함도 없는 것이다 깨달음은 이처럼 시시각각으로 이루는 것이며 깨달음은 이처럼 시시각각으로 잊히는 것이다 …. 깨달음에 깨달음이 필요할까. 위의 시는 이런 깨달음을 준다. 깨달음은 심오한 도를 깨치는 것이 아니라 심오함을 깨고 일상 속에서 솟아나는 것. 그래서 우리는 다양하게 깨달으며 살고 있다. “사소하고도 수다한 것”이며 “낮으면서도 비근한 것”인 깨달음. 우리는 이 깨달음을 지나쳐버리고 산다. 시인은 이 지나쳐버림도 긍정한다. “시시각각으로 이루는” 깨달음이니 “시시각각으로 잊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문학평론가>
2025-06-12
오십 년 된 집으로 이사했다/ 헉, 엄마 아빠보다 나이가 많다! 이사한 첫날 우리는 결심했다/ 잘 모시고 살자! 걸을 때도 살살/ 문 닫을 때도 살살/ 우리 모두 살살이가 되었다 집을 모시고 살았더니 선물도 받았다/ 낡은 창문에 걸리는 풍경화는 매일 바뀌었고/ 마당의 감나무는 가을이 되면 잘 익은 감을 주었다/ 나무 바닥 거실에 가만 앉아 있으면/ 숲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역시 어르신은 잘 모시고 볼 일이다/ 집과 사이가 좋아지니/ 우리 사이도 좋아졌다 …… 집은 우리에게 장소를 마련해주지만 우리는 집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곤 한다. 반면 위의 시의 화자는 맑은 마음으로 집이 마련해준 장소를 성심껏 대한다. “오십년 된 집”을 어른처럼 모시며 ‘살살이가’ 될 정도로 ‘살살’ 대하니 집은 자신이 마련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마련해주었다는 것. 감도 덤으로 말이다. 그렇게 “집과 사이가 좋아지니/우리 사이도 좋아졌다”니, 집은 정말 마음 좋은 어른이다! <문학평론가>
2025-06-11
쉬는 날이 온다. 정오쯤 일어나서 햅쌀을 안치고 거실 바닥 쓸고 화분에 물도 주고 하는 날 쓸모없는 나절을 꼭 보낸 다음 사랑하는 소리를 듣고 내는 날 노동한테 이겨먹기 위해 내가 제일 가엾다는 생각 하나로 누구 하나 미워할 필요 없이도 간신히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날 …… 노동자에게 쉬는 날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살기 위해 해야 하는 노동이 삶에 죽음을 가져오는 세상. 그래도 노동자에게 쉬는 날이 있어, 그는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진다. 집 청소도 하고 화분에 물을 주는 소소하고 ‘쓸모없는 나절’을 보내며 “노동한테 이겨먹”을 수 있는 시간을. 하여 “누구 하나 미워”하지 않아도 되고 사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간신히 스스로 아름다워”질 수 있는 쉬는 날. <문학평론가>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