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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PEC 만찬장 변경, 졸속행정 아닌가

불과 한 달여를 앞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행사의 공식 만찬장이 경주박물관에서 경주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돌연 변경되는 일이 벌어졌다. 21개국 세계 정상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공식 만찬장이 행사 임박해 갑자기 바뀌는 것은 드문 일이라 장소 변경 사유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APEC 준비위원회는 19일 회의를 열고 “경주박물관 내 신축건물 대신 공식 만찬장을 라한호텔에서 진행한다”고 밝히고 “더 많은 인사를 초청할 수 있도록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준비위 측이 행사 규모를 모르고 건물을 신축하지 않았을 터인데 변경 사유가 미심쩍다. 이미 95% 공정을 보이고 있는 박물관 내 부지에 신축하던 만찬장은 APEC CEO 써밋 등 기업인과 정상 간 네트워크 허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80억원 들여 신축한 만찬장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되지 못해 예산이 낭비되고, 장소가 변경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면 미리 대처하지 못한 졸속행정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하다. 특히 장소가 박물관에서 호텔로 바뀌면서 역사문화 도시 경주를 세계에 알리려했던 당초 취지가 무색해져 경북도민과 경주시민에게 안긴 실망감도 크다. APEC 준비위가 당초 경주박물관을 만찬장으로 정한 배경에는 경주박물관이 우리나라 문화역사 박물관으로서 대표성이 인정되고 이곳에 세계인의 이목을 모아 한국의 수준 높은 문화를 알려보자는 취지에서다. 경주박물관에는 신라금관과 에밀레종을 비롯해 8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고, 이중 30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국보만 13점, 보물도 30점에 이른다. APEC 공식 만찬장은 21개 정상들이 모이는 APEC 행사의 사실상 꽃이라 불릴만큼 세계인의 이목이 주목되는 곳이다. 2004년 부산의 누리마루 공식 만찬장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유명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경주는 포스트 APEC을 통해 APEC 개최지로서 문화역사 도시 경주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키우려 하고 있다. 만찬장 변경으로 그 계획의 일부가 손실을 입었다.

2025-09-22

끝없는 與野대치, 국민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여야가 끊임없이 정면충돌하면서 출구 없는 대치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동대구역 앞에서 ‘야당 탄압·독재 정치 국민 규탄 대회’를 열며 거리로 나섰다. 보수정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5년 8개월만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대한민국이 인민 독재로 달려가고 있다. 방해되면 야당도, 검찰도 죽이겠다고 달려들고 있다”면서 “이재명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향해선 “이재명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 반헌법적 정치 테러 집단의 수괴”라고 맹비난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저는 이재명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 유죄 취지 파기환송 재판만 속개되면 당선 무효 아니냐”고 공격했다. 국민의힘은 추석 전까지 이런 장외 집회를 이어간다고 한다. 25일에는 대전에서, 27일엔 서울에서 최고위 회의와 집회를 열 방침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야당탄압과 독재정부’ 이슈를 최대한 부각시켜 민심을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도 이날 거친 말을 쏟아냈다. 정청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장외집회를 두고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 ‘투정’”이라며 “국감은 야당의 시간인데 가출한 불량배를 누가 좋아하겠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장동혁 대표를 향해서는 “윤석열 내란 수괴 똘마니 주제에 어디다 대고 입으로 오물을 배설하냐”고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란세력에 관용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여야가 사생결단식 싸움을 이어가면서 정치는 완전히 실종된 분위기다.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가득한 우리나라 경제여건이나 어려운 민생을 조금이나마 고려한다면 여야가 서로 한발씩 물러나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며칠 전 열려다가 취소한 ‘민생경제협의체’를 가동하면 자연스럽게 협상테이블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금처럼 민생을 외면하고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면 결국에는 민심이 용서하지 않는다. 이런 저급한 수준의 정치판을 봐야 하는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2025-09-22

산불이재민에겐 특별법 제정 한시가 급하다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 특위가 지난 18일 ‘초대형산불 피해 지원 특별법’을 의결함으로써 이재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경북도를 비롯한 산불피해지역의 적극적인 요구와 발빠른 대응, 정치권·정부의 협력이 이뤄낸 결과다. 산불특위는 그동안 6차례의 법안심사소위를 통해 산불 관련 5개 법안, 272개 조항을 보완해서 이날 통합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임미애(비례대표, 의성·청송·영덕·울진 위원장) 의원과 국민의힘 김형동(안동·예천) 의원이 특위 간사를 맡아 고생했다. 특별법은 이제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경북도는 특별법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됨에 따라 이제 산불 피해복구와 산림 대전환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앞으로 산림정책이 ‘바라보는 산’에서 ‘돈이 되는 산’으로 대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법은 지난 3월 경북 북·동부지역을 비롯한 영남권 일대(경북 의성·안동·영덕·영양·청송, 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신체적·정신적·재산상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 재건을 지원하는 특례조치가 담겨 있다. 주목되는 특례조치는 산림투자선도지구 신설과 산림경영특구 지정이다. ‘산림투자선도지구’는 국가와 지자체가 민간투자자와 협의해 재난지역을 투자·개발 중심지로 재창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며, ‘산림경영특구’는 영세한 개별 임가(林家)의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산림을 규모화·단지화하는 내용이다. 이철우 지사와 경북도의회 산불대책특위는 그동안 도내 5개 시·군 피해 현장을 수차례 방문해 주민 의견을 듣는 한편, 국회와 기획재정부, 산림청 관계자를 만나 특별법 제정의 긴박성을 강조해왔다. 이 지사는 지난 10일에도 국회의장과 산불특위 위원장, 여야 지도부를 만나 신속한 입법화를 요청했었다. 특별법이 특위에서 심사숙고해 다듬어진 만큼, 가급적 추석 전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고통을 덜게 해주길 기대한다.

2025-09-21

2차 소비쿠폰, 장기 경제활력으로 연결돼야

정부가 오늘부터 민생회복 2차 소비쿠폰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1차 때와는 달리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에게 1인당 10만원씩 쿠폰을 지급한다, 1차 소비쿠폰 지급 이후 시중에는 매출이 올랐다는 상인들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소비쿠폰이 지역경제와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긍정 평가도 나왔다. 정부 지급의 소비쿠폰은 사용기간을 정해 놓고 소비토록 함으로써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돈이 돌아가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 결과로 분석이 된다. 한국은행도 2차 추경 이후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0.14% 포인트 올려 잡는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올 경제 성장률을 상향한 배경으로 2차 추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쿠폰의 지급 효과가 0.1% 이상 차지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장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으나 이를 성급하게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앞으로 소비쿠폰 효과가 경기 진작의 마중물이 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부정적 견해도 내놓고 있다. 소비쿠폰 사용기한이 제한돼 있어 종료 이후에는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소비절벽의 위험도 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은 경기부양 효과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물가를 자극, 인플레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정부는 소비쿠폰 지급으로 일어나는 경기진작 효과를 예의주시하며 시장의 상황을 빠르고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가 13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목적에 부합하는 성과가 일어나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 지급으로 단기적 매출 증가의 촉매 역할을 충분히 한만큼 이를 장기적 경기 활성화로 이어가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내수경기의 오랜 침체로 작년 한해 사업을 포기한 자영업자만 100만 명이 넘었다. 정부는 그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소비쿠폰 지급으로 불씨를 살린 소비심리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정책 마련에 더 고심해야 할 것이다.

2025-09-21

막바지 행사 준비에 돌입한 경주 APEC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31일이면 21개국 정상과 각국 각료, 경제인, 취재진 등이 경주를 찾게 되며, 행사기간 중 약 2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을 경북 경주에는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 모이게 된다. 국가적으로 경주 APEC은 우리의 외교 역량을 잘 발휘하면서 국격을 높이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개최지인 국내 최대 관광도시인 경북 경주는 도시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다. 개최 후 포스트 APEC 효과까지 생각하면 APEC 행사의 성공은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과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열리는 경주 APEC은 주최국인 한국의 역할에 따라 큰 성과도 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개최가 주는 긍정적 기대감이나 중국과 일본 정상과의 만남도 외교·경제적 성과로 이어갈 수 있다. 특히 국가 간 교류 외에 많은 글로벌 CEO의 방문으로 한국의 경제를 알리고 교류를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대구와 경북지역 기업들도 이런 기회에 동참해 경제적 성과를 내야 한다. 경주 APEC의 성공 개최가 주는 의미는 이렇게 다양하다, 경주 APEC 성공을 위해 이철우 경북지사가 이달부터 경주에 머물면서 직접 현장 지휘를 하기로 했다. 현장 준비 체계로 전환하면서 정상회담 장소나 정상들이 묵을 숙소, 미디어센터, 만찬장 등 주요 시설들을 일일이 점검해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행사여서 국가 차원에서 할 일도 많지만 개최지인 지방자치단체가 챙기고 성공을 뒷받침할 일들도 많다. 경북 경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개선하며 경북 경주의 좋은 이미지를 남겨 다시 찾도록 하는 것은 시설 준비만큼 중요하다. 2025년 APEC은 경북 경주로서는 도시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철저한 행사 준비와 노력으로 글로벌 10대 관광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총력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2025-09-18

‘민생협의체’ 첫회의, K스틸법 1호 의제 될까

여야가 19일 민생경제협의체 첫 회의를 연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가 지난 8일 회동에서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지 11일 만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정책위 수석부의장, 원내정책수석이 각각 참석하는 ‘3+3’ 형식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선 여야 지도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협의체 구성이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여야 모두 민생 경제 관련 논의가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는 상견례 후 각 당의 입법 우선순위를 검토할 예정이다. 협상테이블에 오를 주요 안건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앞서 이 대통령에게 제시한 청년 실업, 지방 건설 경기 악화 등을 비롯해 지난 대선에서의 여야 공통 공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의체에서 주목되는 것은 ‘K 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 처리속도다. 이 법안은 여야가 살얼음판 특검정국 속에서도 하루빨리 처리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이며 국내 대표적인 철강도시 출신인 이상휘(포항 남·울릉) 국민의힘 의원과 어기구(충남 당진) 민주당 의원이 106명 여야 의원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다. ‘산업의 쌀’ 역할을 하는 철강산업을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기반 산업으로 규정하고 기술 개발·투자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에 상정돼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 6월부터 미국이 5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미 수출길이 사실상 막혔다. 여기에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와 국내 경기 불황까지 겹쳐 생존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오죽하면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까지 가서 철강관세를 멈춰달라며 시위를 벌였겠는가. 여야 모두 벼랑 끝에 선 철강산업의 위기를 잘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의체에서 ‘K 스틸법’을 최우선 안건으로 처리하길 바란다.

2025-09-18

국힘 대구 장외투쟁··· ‘극우 프레임’ 조심하라

국민의힘이 장외 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는 21일 오후 2시 동대구역에서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최근 사법부를 향한 여권의 압박 강도가 점점 심해지면서 3권분립 붕괴에 대한 국민적 위기감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국회 밖으로 대여(對與) 전선을 넓히며 여론전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보수 정당 계열의 장외 투쟁은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이후 약 6년 만이다. 집회 장소를 대구로 결정한 것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에서 당원과 시민이 모이는 게 지지층 결집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16일 “국민의힘은 대구 집회를 시작으로 향후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도 장외투쟁을 확대하며, 제1야당의 역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국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장외 투쟁을 선택한 것은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와 사법부 압박이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 15일 검찰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에게 실형을 구형하면서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것 같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16일 의총에서 “국회가 단두대 위에 서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국민의힘 대여 투쟁 수위도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이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공감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며 헌법 위반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사법부 탄압을 막기 위한 제1야당의 장외투쟁은 충분히 명분이 있다고 본다. 다만, 장외집회가 동력을 얻으려면 ‘윤 어게인’ 등과 같은 극우집단과 얽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장외투쟁이 윤석열 전 대통령 이슈로 변질될 경우 보수정당의 외연을 넓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 보수층의 거부감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5-09-17

포항시 1000원 주택, 청년 미래설계 발판되길

포항시가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1000원 주택이 예상대로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틀간 100가구 모집에 850여명의 청년과 신혼부부가 접수해 접수 창구가 대혼잡을 빚었다. 1000원 주택은 LH 공공매입 임대주택을 포항시가 재매입해 하루 1000원, 월로 치면 3만원의 파격적인 가격의 임대료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주거복지 사업이다. 포항시는 1차로 100가구를 공급하고 앞으로 총 35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시중의 소형 원룸의 월 임대료가 30~40만원 하는 것에 비하면 월 임대료가 10분의 1에 불과해 추진 단계부터 젊은층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포항시는 1000원 주택의 공급을 통해 젊은이가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출발할 수 있게 돕고, 젊은세대의 유입과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00원 주택은 인천시에서 청년층 주거사업으로 시작해 젊은세대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인천시는 1000원 주택 등 저출생 대응정책으로 인구 증가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인천시와는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포항시의 1000원 주택 정책도 무주택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는 매력적인 정책일 수 있다. 현재 최장 주거기간이 4년이나 주거기간을 늘리고 주택 공급 수를 늘리면 청년 이탈을 막고 청년 유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방도시의 하나로 포항시가 구상하는 1000원 주택이 실효적 성과를 내길 바란다. 그러나 젊은세대를 지역에 안주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주거 안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안정적 주거환경 속에 젊은이들이 바라는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일자리와 주거 안정이 연결될 때 비로소 지방소멸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포항의 어려운 경제도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 이제 막 출발하는 포항시의 1000원 주택이 청년세대의 미래를 설계하는 최초의 발판이 되고, 나아가 일자리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2025-09-17

“대구 군공항 이전은 국가사무”··· 공감 간다

주호영(대구 수성갑) 국회부의장이 지난 15일 국회 출입 대구경북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핵심인 대구 군공항 이전 문제를 정부가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 ‘갑질’”이라며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국가재정 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TK신공항 건설 재원 마련과 관련한 입법을 주도해온 주 부의장은 오는 18일 전문가들과 토론(대구 도심전투비행단 이전사업 정책 세미나)을 거친 후 관련 법 개정에 나선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 도심 전투비행단 부지 7.36㎢(222만 평) 중 98%는 국방부 소유다. 당연히 군 공항 이전 사업은 국가 사무다. 그런데 소음에 시달리는 대구시민을 향해 ‘아쉬우면 네가 옮겨라, 돈도 다 내라’는 건 국가의 갑질 중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대구 군공항은 명백한 국방시설인 만큼,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가 직접 이전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 군공항 이전사업도 모두 국가 재정으로 이뤄졌다는 게 주 부의장 설명이다. 문제는 도심군공항 이전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9조는 기부대양여 단일 방식만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방부를 군공항 이전 사업의 시행자로 명시하고 국가재정을 전액 부담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주 부의장은 “특별법을 고쳐야 광주·수원 등 타 지역 군공항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TK신공항 건설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당장 내년부터 신공항에 편입되는 토지보상에 들어가야 하지만,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사업 기간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대구 전투비행단 후적지(202만평) 개발로 13조원이 넘는 공사비를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지역 정치권과 대구시, 경북도는 주 부의장이 밝힌 특별법 개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아야 한다. 민주당도 지난주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TK현안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특별법 개정에 힘을 합쳐 줄 것을 당부한다.

2025-09-16

잠재력 충분한 영일만항, 북극항로 거점으로

경북도가 북극항로 시대를 맞아 동부청사 환동해지역본부 직속의 북극항로추진팀을 발족시켰다. 신설팀은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북극항로 개발정책에 신속히 대응하고, 경북도 차원의 북극항로 개발정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북극항로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육성을 통해 영일만을 전국 5대 항만으로 육성하는 야심 찬 전략을 수행할 예정이다. 영일만항은 물동량 기준으로 보면 부산, 인천, 울산항 등에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포항의 철강과 이차전지 사업 등을 배경으로 한 산업적 비중에 비해 항만으로서 기능은 매우 허약한 상태다. 그러나 북극항로 시대가 예고되면서 영일만항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일만항은 환동해 경제권의 중심지이자 지리적으로 유리해 북극항로 거점으로서 전략적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북극항로협회 최수범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포항이 가진 거점항으로서 잠재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포항은 철강산업과 연계된 벌크화물 처리 등 전통적 기능이 있고, 이차전지산업의 핵심광물자원 수요의 기지 역할이 수행되고 있는 산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포스텍과 한동대 등 뛰어난 과학기술의 인프라가 있어 이를 잘 접목하면 물류·전통산업·첨단기술이 융합된 국가 핵심전략 거점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경북도의 전담팀 신설이 늦은 감은 있으나 향후 수행할 역할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북극항로 개척에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특별히 분발해 영일만항이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항만 인프라가 부족한 영일만항에 대한 투자와 다른 항만과 구별된 특화된 기능 부여, 배후산업 육성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경북도의 지원만으로 문제를 다 풀 수는 없다. 지역 정치권이 나서 특별법도 만들고 정부의 지원도 얻어내야 한다. 기업도 영일만 활성화에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역의 민관정이 북극항로 시대를 선점할 영일만항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

2025-09-16

영일만 야시장 名所되려면 상인들 역할 중요

포항시가 지난달 14일 개장한 ‘영일만친구 야시장(금·토·일요일 운영)’에 한달간 10만여 명이 방문했고 상가매출도 10% 올랐다고 발표하자, 정작 상인들은 “전혀 체감할 수 없는 통계”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항 구도심인 중앙상가 실개천거리(육거리∼북 포항우체국)에 자리 잡은 영일만 친구 야시장은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 2019년 7월부터 여름 휴가철 몇 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돼 왔다. 개설 당시에는 다양한 먹거리 부스와 상인회 플리마켓이 설치되고 각종 공연이 열려 포항의 명소로 자리 잡는듯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폐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2023년부터 다시 개장됐지만, 개장초반 열기를 살리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포항시는 야시장 개장 한 달째를 맞은 지난주 보도자료를 통해 “야시장 운영 기간 내내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빈 점포를 활용한 청년팝업존과 문화 프로그램 덕분에 상가 매출이 10% 올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야시장을 실제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장 초반에는 잠시 인파가 몰리긴 했지만, 그 이후에는 방문객이 확 줄어들었다고 한다. 상인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휴가철과 주말에 야시장을 반짝 운영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타 지역 야시장처럼 아케이드를 설치해 365일 운영해야 하고, 체류형 인프라(로컬푸드, 공연장, 청년광장 등)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포항시가 침체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야시장 운영에 나선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전통시장을 활용한 야시장은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서 전국적으로도 개장 붐이 일고 있다. 영일만 친구 야시장이 포항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려면 행정당국의 지원이나 먹거리, 문화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상인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상인 각자가 포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특색있는 로컬푸드나 상품을 준비해, 친절하게 고객을 대하면 곧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9-15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안전을 위한 필수 조치

울릉공항은 2020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공사 시작 때부터 공항 규모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공항 활주로 길이가 너무 짧게 설계돼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이 논란이 되었다. 바다를 낀 공항 건설은 애초부터 정확하고 정밀한 설계를 바탕으로 건설되지 않으면 고치기가 쉽지 않다. 한번 완공되면 고친다 해도 재정 투입이 많아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울릉공항도 1200m 설계의 활주로를 300m 더 늘려야 한다는 주민들 주장에 국토부는 추가 공사비 소요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1200m의 활주로를 1500m로 연장할 경우 1~2조원의 추가 공사비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항 사업비 8300억원의 두배가 훨씬 넘는 예산이다. 국토부는 해저지형 특성상 추가 토목공사와 혁신적 기술이 필요해서 연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설계 당시 50인승 소형항공기 운항을 기준으로 설계를 했으나 최근에는 주력기종을 80인승으로 확대해 그에 맞는 활주로 연장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울릉도는 연평균 강수량이 1538mm, 평균 강수일 144일, 연중 강풍 발생일도 140일이 넘는다. 전국에서 최악의 기상조건을 가진 곳이라 안전을 도외시한 공사는 안 된다며 최근에는 범국민 서명운동에 본격 나서고 있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추진위원회는 19일 국회를 방문해 시민단체 등과도 연대해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울릉공항 건설은 주민의 숙원사업이자 지역이 발전할 기회기도 하다. 서울에서 10시간 걸리던 거리를 1시간 거리로 단축하면서 수도권 관광객의 방문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면 그들에 대한 안전은 필수다. 추진위의 표현대로 “활주로 연장은 단순한 지역요구가 아니라 국민 이동권 보장”이라는데 공감을 한다. 국토부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조언 등을 종합해 활주로 연장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안전보다 우선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25-09-15

에너지 정책 또 바뀌나···TK원전산업 타격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원전을 지을 곳은 지으려다 만 딱 한 군데 있다. 거기도 지어서 실제 가동하려면 15년이 걸린다”면서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그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서도 “기술 개발이 안 됐다”고 평가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사실상 ‘탈원전’으로 유턴 선언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때도 기존 원전은 계속 가동하되 신규 원전 건설은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가장 충격을 받은 곳은 대구·경북(TK)이다. 그동안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추진해왔던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나 SMR 산업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TK지역에서는 이 대통령이 ‘감(减)원전’ 대상으로 지목한 ‘딱 한군데’를 영덕 천지원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지원전 1·2호기는 지난 2012년 9월 건설계획이 확정되면서 한수원이 부지매입(영덕읍 석리 일대 18%가량)을 추진하던 중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21년 신규 원전건설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중단됐다. 그러다가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이 신규 대형 원전 2기, SMR 1기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혀 다시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유력 후보지로 주목받았다. SMR 건설은 대구·경북 모두 전력 확보를 위해 공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재직 당시 TK신공항 인근 군위 첨단산업단지에 SMR 1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경북도는 이철우 도지사 취임 직후부터 한수원 본사가 있는 경주시를 SMR 연구·개발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AI(인공지능) 경쟁시대에 원자력발전소나 SMR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필수적인 국가기반산업이다. 최근 세계 주요국이 원전산업 확대정책을 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물론 정권에 따라 국가 에너지 정책이 보완될 수는 있지만, 정치이념이 다르다고 해서 원전건설 계획을 뿌리째 흔들어선 안 된다.

2025-09-14

李 대통령 균형발전 의지, 실천으로 입증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행사 때마다 균형발전과 관련한 언급을 자주 했다. 대통령 후보시절에는 5극 3특 정책을 발표했다. 동남권, 영남권, 충청권, 호남권 등 수도권 일극체제와 맞먹는 5대 초광역권을 만들고 강원도와 전북, 제주도를 3대 특별자치도로 양성해 지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기능을 전국으로 분산시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도권 일극체제로는 국가가 더 이상 성장도 발전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전국 시도지사와 간담회서도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에 대한 일시적 배려나 시혜가 아니고 국가의 생존전략”이라고 했다. 부산서는 “국가 생존전략으로 균형발전은 필수”라고 말하고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균형발전의 기폭제로 삼을 의지도 보였다. 이 대통령이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한 것은 누구보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가 심각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수도권 집중의 성장전략으로 발전을 했지만 지금은 한계점에 도달해 지속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강조했던 균형발전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새로운 구상을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지방의 대규모 도시 또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들어 세제·규제·전기요금·배후시설·정주여건 등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새로운 도시권역을 하나 만들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수도권 집중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것 같다”며 “강력한 의지로 추진할 생각”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정책 결정에 지역균형발전 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제도도 구상중이라며 과거 정부와 차별화된 정책 시행을 약속했다. 균형발전 정책은 과거 정부도 국정의 최우선으로 삼아 왔다. 그럼에도 인구와 경제의 수도권 쏠림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졌다.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의 실천이 없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2차공공기관 지방이전이다. 정책 발표만 있고 실천이 없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균형발전 의지가 확인되는 최종 관문은 정책의 실천이다.

2025-09-14

여야 대치 격화…李 대통령의 중재역할 중요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11일) 취임 100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면서 ‘더 자주 소통, 더 큰 통합’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여야의 첨예한 대치 관계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지난 8일 만나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해 자주 만나자는 약속을 한 지 하루 만에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이 약속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정 대표는 지난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위헌정당 해산’ 가능성을 다시 거론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전날 회동에서의 협치 약속은 완전히 무시했다. 그는 연설에서 ‘내란’을 26번 언급하면서도 ‘협치’라는 단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더 많이 가지셨으니 좀 더 많이 내어 달라’는 요청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마운 법이다. 지난 10일 열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이 고울 리 없었다. 그는 연설 내내 정부·여당을 혹평했다. 송 원내대표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 같은 거친 언어를 쓰며 여권을 맹비난했다. 그는 “지금 국회의 모습은 다수 의석을 앞세운 집권 여당의 일방적인 폭주와 의회 독재의 횡포만 가득하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약 53분간의 연설에서 ‘독재’를 7차례 언급하며 정부·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당 지도부가 이처럼 앞장서서 서로 증오를 부추기면서 어떻게 여야 간 협의채널을 가동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월요일 이 대통령이 웃으면서 지켜보는 가운데 여야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권의 해빙무드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 아니다. 정치복원을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적극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 여야협치는 민주당 정 대표가 먼저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이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정 대표를 설득해 협치를 성사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론도 통일되고 국정운영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2025-09-11

빈발하는 초등생 유인사건···부모는 불안하다

서울과 경기, 제주, 대구 등 전국에서 초등학생을 유인하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개 사건이 유인 미수로 그치고 있으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유인 미수사건은 학부모 사이에 큰 충격을 일으켜 강남구·서초구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사설경호를 문의하는 전화가 급증했다고 한다. 사설업체의 경호비는 하루 최소 20만원이 든다고 한다. 서초구 사건은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앞에서 하교 중이던 초등학생에게 70대 여성이 접근해 “부탁 들어주면 1만원을 주겠다”고 유인하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신고를 받고 다음날 70대 여성을 체포했다. 8월 28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20대 남성 3명이 차량을 몰고 다니며 “귀엽다” “집에 데려다 줄게” 등으로 초등생을 유인하다 경찰에 검거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 중 범행을 주도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아이 안전보다 가해자 권리 보호가 우선이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달 10일에는 대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서구 대평리시장 일대 길거리에서 한 남성이 초등학생에게 다가가 “짜장면 먹으러 가자”고 유인하다 실패하자 달아났다. 경찰은 폐쇄회로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검거에 나섰다고 한다. 9일 제주도에서도 서귀포시 한 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초등학생에게 “알바 할래”라며 접근한 남성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용의자는 과거 성추행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미성년자로서 판단력이 부족한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유인 시도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특히 초등학생 스스로가 판단력이 부족하고 세상 물정을 몰라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사건이란 점에서 사회적 경각심이 높이 요구된다. 정부와 경찰, 시민사회 전체가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한다. 어린 학생의 안전과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2025-09-11

TK 공동협의체, 지역발전의 큰 그림 그리길

지난달 출범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공동 행정협의체인 대구경북 공동협력태스크포스(TF)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새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시와 경북도가 실무반을 중심으로 편성한 공동협력TF는 앞으로 대구와 경북의 주요 현안을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집중 논의하게 된다. 9일 군위에서 모임을 가진 협의체는 ‘대구경북 공동협력 방향과 전략과제 토론회’란 주제의 회의를 열고, 3개 분야 18개 과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앞으로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이는 것은 새 정부가 구상한 5극 3특 균형발전 전략에 대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대응전략이다. 부산시와 경남도, 울산시는 “본래부터 하나였다”는 구호로 동남권 광역연합 설립에 지금 힘을 모으고 있다. 힘을 모아 생존할 것인지 서울 일극주의에 매몰돼 소멸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동남권을 새로운 대한민국의 신성장 거점으로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새 정부가 구상한 5극 3특은 수도권 외 4개 거점(대경권, 동남권, 충청권, 호남권)과 3개 특별자치권역을 두는 계획이다. 국가가 균형발전을 목표로 구상한 만큼 정부의 권한 부여와 혜택이 있겠지만 정부의 정책보다 먼저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전략을 발굴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와 경북은 많은 현안을 안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행정을 총괄할 대구시장이 부재하고, 정치적으로도 여당이 소외된 지역이라는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다. TK신공항 사업이 새 정부 들어 사실상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안동댐을 취수원으로 하는 대구시 취수원 이전 계획도 멈췄다. 정부의 국정기조 아래 지역의 특화된 전략으로 5극 3특 구상에 대응해야 하나 리더십 부재와 정치적 불리로 행정이 잘 돌아갈지 걱정이다.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 논의도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5극 3특의 균형발전의 궁극적 목표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지방을 권역별로 나누는 다극화에 목표가 있다. 대구경북특별시 설립의 문제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TK 공동행정 협의체의 역할에 많은 관심과 응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25-09-10

포항시의 영국 명문교 유치, 기대와 우려 공존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인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북구 흥해읍)에 영국 명문 초·중·고 분교 유치가 추진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달 14일 시의원 등과 함께 영국 웨일스에 있는 이 학교를 방문해 분교 설립을 확정할 예정이다.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이 학교는 초·중·고생 400여 명이 재학 중이며,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 명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해 유럽 100위권 대학 3년 연속 입학률 70~75% 달성했고, 물리학 인재 배출은 영국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포항시는 이번 방문에서 분교 유치가 확정되면 곧 바로 국비신청과 학교설립승인 절차에 들어가, 오는 2029년에는 정원 1500명으로 개교할 예정이다. 국제학교 설립 승인권은 지난 2020년부터 시·도 교육감으로 이양돼 설립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경제자유구역은 특별법에 의해 입학 자격 제한이 없는 데다 내국인 입학 비율을 교육청 규칙을 통해 50%까지 조정할 수 있다. 포항시는 내국인 비율 중 10%는 포항시민 자녀로 채울 생각이다. 포항시 구상대로 분교가 설립되면, 포항에는 세계 최상위급 교육 인프라가 형성돼 지역 발전에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수학·과학 계열 명문대인 포스텍(포항공대) 인재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장은 “분교가 설립되면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 분야 연구·개발 인재 유치와 도시 미래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비다. 영국 본교가 직접 자본을 투입해 세우는 직영 분교가 아니려면, 로열티 지급을 비롯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학비가 그만큼 올라가게 돼 있다. 기존 국제학교 상당수도 조기유학비용과 맞먹는 학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절반을 외국인으로 채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자신이 다니는 직장 근처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이러한 현실을 잘 파악해서 분교학생들이 큰 학비 부담 없이 입학할 수 있도록 영국 본교 관계자들과 잘 협의하길 바란다.

2025-09-10

李 대통령이 정국경색 푸는 중재자 돼야 한다

그저께(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오찬 회동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함에 따라,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협의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는 장 대표가 제안했고,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전격 합의됐다. 그동안 여야 대치로 얼어붙었던 정국이 협치 모드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정례화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협의체는 야당 대표가 요청하면 개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의제는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공통 대선 공약과 청년 고용,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구성된 적이 있다. 당시는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여야 원내대표 등이 참여해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야 갈등이 워낙 심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 이번엔 제안자가 야당 대표이고, 참여 범위가 대통령실과 민주당, 국민의힘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100여 일 만에 야당 대표를 만나 정치권의 협치 무드를 리드하는 장면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장동혁 대표를 따로 만나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야당 대표가 요청하면 적극 검토해 소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서로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정성에는 의심이 가지만, 이날 여야 대표들도 서로 협조와 협력, 소통을 해나기로 굳게 약속했다. 하지만 쟁점 현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향후 실질적인 협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을 사실상 내란세력으로 몰아가는 민주당 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강성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정치권 생리다. 이런 측면에서 이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여야 중재자 역할을 하며, 경색된 정국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2025-09-09

TK신공항 개항 연기 가능성까지 나오나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사업이 재원확보라는 난관에 부딪혀 개항 연기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TK신공항 건설사업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사업 기간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차별 재원 계획과 TK신공항 사업 기간을 현실적으로 맞춰 다시한번 짜볼 계획”이라고 덧붙여 설명해 2030년 개항 목표인 TK신공항의 개항이 당초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김 권한대행은 지난 7월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도 연말까지 자금조달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토지 보상 관련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으므로 개항에 차질이 불가피함을 언급 한 바 있다. 그동안 기획재정부 등 정부 요로를 찾아 TK신공항 사업비 조달을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해석이 된다. 따라서 대구시는 공공자금관리기금 활용에 대해서는 보상단계인 1~2년만 빌려 쓰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는 시기에는 지방채를 발행해 사업을 추진하되 이자만이라도 국비보조를 받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 한다. 또 군공항 후적지 개발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K-2 이전부지 전체 가운데 민간주택 건설 비율을 당초 13.6%에서 36%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구경북민의 최대 숙원사업인 신공항 사업이 사실상 재원 확보가 안돼 전면 재검토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공항 사업 자체가 어떻게 얼마나 더 늦어질지 알 수 없다. 내년 정부 예산에 가덕도 신공항은 6890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면서 대구시가 요청한 공공자금은 1원도 배정하지 않았다. TK신공항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10조원이 넘는 군공항 이전사업을 지자체가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TK신공항은 부산가덕도와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과 함께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는 역사적 사업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비전을 제시해야 형평성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

2025-09-09

李정부 부동산 정책, 서울만 있고 지방은 없다

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수도권에 135만 세대의 신규 주택을 짓는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장기 침체 늪에 빠져 있는 지방의 부동산시장을 견인할 내용은 이번 대책에서 전혀 담겨있지 않아 결과적으로 수도권 팽창만 부추길 것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대구와 경북 등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수년째 침체국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택의 정상적 거래마저 중단된 가운데 집값은 대구의 경우 94주째 폭락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의 79%가 지방에 쏠려 있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의 비중도 지방이 84%나 된다. 지난 8월 정부가 지방부동산 활성화 방안으로 인구감소지역 확대와 함께 세제혜택을 주기로 하고, 1주택자가 인구감소 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할 경우 1주택 가구로 인정하기로 한 바 있다. 이른바 세컨드홈 특례제도를 시행키로 했지만 광역시는 대상지역에서 빠짐으로써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실효적 효과는 지방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서는 시장수요를 자극할 세제나 금융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움직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이번 조치로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더 커지고 서울로 사람이 몰려 지방의 인구소멸만 더 부추길 뿐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번 조치를 보면 정부 부처가 지방의 실정을 전혀 모르거나 지방은 아예 안중에 두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수도권과는 다른 지방의 실정에 맞는 지방만의 부동산 정책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정부는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내놓은 정책이 고작 수도권에 대량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정도이니 참담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균형발전은 생존전략이며 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지방은 숨도 못 쉬게 묶어놓고 수도권에만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하면 균형발전이 되는가, 한심한 지경이다.

2025-09-08

‘최강욱의 막말’, 민주당 징계수위 주목된다

지난 7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직을 사퇴한 최강욱 전 의원의 막말 퍼레이드가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최근 열린 조국혁신당 대전·세종 정치 아카데미에서 강연자로 나서 조국혁신당 성비위 피해자들과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당사자 아니면 모르는 것 아니냐. 남 얘기 다 주워듣고서 지금 떠드는 것”이라며 “‘나는 누구누구가 좋은데, 저 얘기하니까 저 말이 맞는 것 같아’ 이건 아니다. 그건 개돼지의 생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30일 전남 나주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에서는 “요즘 ‘2찍(지난 대선에서 2번을 찍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2번 찍은 사람에게 그렇게 불렀다고 왜 달려드느냐”고 반문하면서 “한날 한시에 ‘2찍’들을 모아 묻어버리면 2번을 찍지 않은 사람만 남고 민주주의가 성공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전에도 여성을 ‘암컷’으로 비하하거나 ‘짤짤이’ 같은 성희롱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됐었다. 최 전 의원은 지난 2023년 9월 조국 전 혁신당 대표 아들에게 허위 인턴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가,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됐다. 그 후 민주당은 그를 100만명이 넘는 권리당원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연수원장에 임명했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대부분 고의성이 있다. 특정지역이나 인물을 공격해 지지층을 결속하는데 이용된다. 최 전 의원의 막말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쉽게 읽힌다. 그의 발언에서는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물론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품격마저 찾아볼 수 없다. 민주당이 지난 7일 조국혁신당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최 전 의원을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정청래 대표 주도로 신속하게 윤리심판원으로 회부된 만큼 향후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 전 의원에게 출마를 제한하는 수위의 징계가 내려질지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2025-09-08

李와 여야대표 회동, 협치복원의 계기 되길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간의 첫 3자 오찬회동이 성사되면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다소나마 풀릴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오늘(8일)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이후 장 대표와는 따로 만나 회담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새벽 미국·일본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한 직후 장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장 대표가 요구해 온 단독 회동을 수용한 것은 꽉 막힌 정국을 풀어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여야 대치는 결국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현재 미국과의 통상·안보 후속 협상, 예산안 처리 등 국내외 현안을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워낙 험악한 대치 정국이 계속돼 온 만큼 첫 회동에서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의제와 관련해선,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이 “특별한 의제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이 대통령은 미·일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추석 전 개혁 입법 완성에 대해, 장동혁 대표는 민주당의 입법폭주와 민생 의제를 주요 의제로 거론할 것으로 보여진다. 장 대표는 특히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압수수색 등 특검 수사에 대해 강력히 항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여야 대표는 서로 대척점에 선 인물이기 때문에 이날 회동에서도 검찰개혁 등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로선 이 대통령의 ‘미·일 순방 성과 홍보’에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강성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국회는 여야 대화가 실종된 상태다. 법사위의 경우 야당 간사조차 선출하지 못할 정도로 소통이 안 된다.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여당 일부 의원의 초강경 자세 때문이다. 여야는 이 대통령과의 이번 오찬회동을 대화와 협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2025-09-07

노사가 힘 모으면 철강업 위기도 뛰어 넘는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주 철강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임단협안에 대한 잠정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노사의 잠정합의는 조합원 투표라는 절차는 남겨두었지만 국내 제조업계의 관행처럼 반복되던 교섭 결렬선언-조정신청-쟁의행위 찬반투표-쟁의행위 등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깸으로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예년보다 많은 단협안이 올라왔음에도 신속히 합의에 이르러 노사가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무쟁의 합의를 이루는 국내 교섭문화에 새로운 변곡점을 시사했다. 포스코 노사는 1968년 창사 이래 한 번도 분규가 일어나지 않은 무분규 사업장이다. 작년도 6개월에 걸친 오랜 시간 협상이 있었음에도 무분규 사업장의 전통을 이어갔다. 철강업은 국가산업의 중심이 되는 기간산업이다. 철강재가 안정적으로 공급이 되지 않으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후방 산업 전반이 어려워 진다. 그래서 포스코 노사는 기간산업으로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그동안 아끼지 않았다. 이번 노사 임단협안 잠정합의는 K-철강업 위기에 대한 노사간 공동위기 의식의 공유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의 관세폭탄과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시장 침투로 국내 철강업계는 전례를 찾아보기 드물 정도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 등이 나서 철강업 위기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다. 철강특별법을 만들고 포항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복합적인 위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포스코의 어려움은 곧 지역 경제에도 타격을 입혔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한국 철강업에 대한 관세를 낮춰 달라는 현수막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노사가 위기에 공동으로 맞설 수 있다면 기업은 어떠한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지금 K-철강의 위기는 경쟁력을 갖추는 골든타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긴급한 골든타임 확보에 노사가 뜻을 같이했다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오랜 시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번 포스코 노사 잠정합의안은 그런 점에서 매우 값진 것이다.

2025-09-07

중국 관광객 무비자 특수 노리는 경북관광

중국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우리나라도 이달 29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이지만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쇼핑업 등 관련 산업계는 중국 특수가 일 것으로 보고 크게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정부도 이번 조치로 내수진작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관광객은 2016년 800만명을 피크로 점차 줄어들었다가 2023년부터 늘어나 2024년에는 460만선에 이르고 있다. 한국을 찾는 국가별 관광객을 보면 중국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 일본이다. 중국 관광객이 쓰고가는 관광비용이 국내 내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은 대체로 한정돼 일부 지역에서만 특수를 누리는 것이 사실이다. 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서울이고 다음은 부산이다. 각종 문화산업이 풍성한 대도시의 이점이 중국 관광객 유인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경주도 중국 관광객이 많이 다녀가는 곳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서울, 부산만큼 관광 효과가 커지는 않다. 경북도가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계기로 중국 관광객 유치에 본격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중국 TV에 직접 출연해 경북의 명소 소개와 매력을 알리는 등 마케팅 준비에 열중이라고 한다. 특히 경주는 10월 말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중국 단체관광객에게는 특별히 흥미가 있는 장소다. 또 천년고도 경주 자체가 문화재 보고의 도시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한국을 대변하는 문화관광지로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APEC 경주 개최를 발판으로 경북과 경주의 관광 활성화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경북관광을 알리는 기회로 이번만한 기회도 잘 없다.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다만 무비자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이 경북 외에도 다른 지자체에서도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2025-09-04

‘소아과 전공의’ 지원 사실상 끊긴 상태라니···

국내 소아청소년과(소아과) 전문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소아진료 공백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소아응급환자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 앞으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일반화될 수 있는 위기상황인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전국 소아과 전문의 6490명중 절반정도가 서울(1510명)·경기(1691명)지역 의료기관에서 활동했다. 18세 이하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는 경북이 0.52명으로 가장 적었고 그다음 충남(0.56명), 전남(0.59명)이 하위권이었다. 문제는 전문의를 준비하는 소아과 전공의 감소세도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복귀했지만, 지역·전공과목별 불균형이 심하다. 소아과의 경우 수도권 수련병원에는 80명 복귀했지만 비수도권은 23명 복귀하는데 그쳤다. 대구권 수련병원에는 단 4명 복귀했다. 복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저조하다. 의·정갈등 이후 필수진료과목과 비수도권 의사 이탈이 더 심각해진 게 원인이다. 대구권 수련병원에서는 “의정 갈등 이후 소아과 전공의 지원자가 사실상 끊긴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의대생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수가(진찰·수술비)다. 신생아 수가 계속 감소하는데다 의료수가가 환자를 볼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다. 그리고 우는 아이를 달래며 진료하는 게 ‘감정노동’일 뿐 아니라 동네 맘카페 등에 구설수라도 오르면 엄청난 곤욕을 치러야 한다. 부모들의 의료소송도 주요 기피요인이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올 2월부터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줄줄이 내놨지만 의료 현장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의사의 소송 부담 완화 대책도 환자단체의 반대로 현재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의료대란을 부른 윤석열 정부의 실패요인을 잘 분석해서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2025-09-04

영양군 원전비상구역 편입, 군 발전 동력 삼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달 29일 영양군 수비면 수하 3리를 한울원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하는 변경안을 승인했다. 2015년 방사능 방재법 개정 시행령 발효때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미포함됐던 영양군 수비면을 10년 만에 포함시켰다. 최근 한울원전 1·2호기 준공과 3·4호기 착공 등 울진군이 세계 최대 원전밀집단지로 조성됨에 따른 주민안전 확보 차원에서 나온 결정이다. 원전 밀집지역인 울진과 인접해 있으면서 원전사고 발생 시 뚜렷한 대피시설조차 준비되지 못했던 영양군으로서는 천만다행한 정부 조치다. 특히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자칫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해석이 나올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 원전 비상계획구역 포함 조치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국가가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본래의 취지여서 이번 조치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주민 안전 강화와 재정자립 기반 확대라는 두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둔 모범적 사례로 평가한다. 비상계획구역 포함으로 영양군은 연간 최대 100억 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50억원을 확보하고, 연차적으로 100억원의 세입효과를 가지게 된다. 현재의 군 재정 규모에 비쳐볼 때 적지 않은 예산이다. 군이 이런 재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군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오도창 영양군수는 “확보된 재원으로 주민안전망 구축과 생활 인프라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원전비상구역 편입으로 생기는 세입을 군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일자리 창출이나 군민 복지 분야에 많이 투자할 생각임을 비쳤다고 한다. 영양군은 한때는 인구 7만 명의 도시였다. 국가적으로 저출생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지금은 인구 1만5000명의 소도시로 떨어져 도시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도시의 발전은 작은 동기에서 비롯돼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영양군의 비상계획구역 편입이 군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해 군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힘이 되길 바란다.

2025-09-03

‘철강관세 인하’위해 백악관까지 간 포항시장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1,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부과를 멈춰달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했다. 시위에는 미국 버지니아한인회 김덕만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과 포항시 공무원 등도 함께 참여했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만으로 포항철강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장이 직접 철강업계의 절박한 상황을 미국 정부에 알리기 위해 시위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시장은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코트라(KOTRA) 등과 연계해 철강관세 인하와 지역기업의 북미시장 진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미국 퇴직 경제관료들이 포진한 글로벌컨설턴트 대표와도 만나 철강품목 관세인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도 가진다. 이 시장은 이날 미국 무역대표부와 상무부, 국제무역위원회에 보내는 건의문에서 “미국정부가 동맹국인 한국에 50%라는 살인적 철강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영국처럼 최소 25%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제한적 쿼터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시장은 이 호소를 미국이 받아들여 국제사회의 호혜적 무역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국내 철강산업의 심장부인 포항은 현재 관세 폭탄으로 지역경제 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복합적인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대기업들도 포항지역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했고, 협력업체들은 일감부족으로 줄줄이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도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장의 백악관 시위로 당장 관세가 인하되는 가시적인 효과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하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 미국 정부에도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2025-09-03

지역기업 70% 對美 수출 줄었다는데···대책은

8월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대미수출은 오히려 1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정책의 영향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돼 정부 당국의 적절한 대응전략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총 수출은 58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증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수출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는 인공지능 서버용 수요 강세와 메모리 가격 상승, 자동차는 친환경차와 중고차까지 수출에 힘을 보태 실적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별로 보면 중국시장이 2.9% 줄었고, 미국시장은 87억달러에 그쳐 12%가 전년 동월보다 감소했다. 이처럼 미국 수출이 급감한 것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핵심적 이유다. 수출 전문가들은 “미국의 상호관세의 효과가 실제 시장에 나타나려면 한두 달 걸리지만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미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라 분석했다. 특히 품목별로 보면 철강과 자동차 부품산업이 중심인 대구경북 경제의 타격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14.75), 철강(-32.1%), 일반기계(-12.75) 등 지역산업과 연관된 분야의 실적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지역 제조기업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역기업의 위기감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조사내용에 의하면 조사대상(302개사) 중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70.4%가 미국관세 정책 후 미국 수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그중 17%는 20% 이상 수출이 감소했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인데도 뾰쪽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45%는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전략이 없어 상황만 모니터링 한다”고 답했다. 대구와 경북의 대중·대미 수출의존도는 47%, 4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수출구조 다변화 등 지역 차원에서 지역기업 활로 모색을 위한 묘수 찾기에 힘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5-09-02

교통 단속카메라 과잉설치…이유 있었네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도로 곳곳에 무인교통단속장비(단속 카메라)가 요즘 왜 폭증하고 있는지 그 이유가 밝혀졌다. 1일 국회 예결위 소속 임미애 의원(민주당)이 경찰청·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단속카메라를 통해 징수된 교통과태료 수입은 2019년 7198억원에서 지난해 1조3500억원으로 5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징수 건수 역시 1460만 건에서 2450만 건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2020년 시행된 ‘민식이법’ 제정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인 단속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됐고 공익 신고도 늘어나 과태료 수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의원이 경찰청에서 확보한 ‘어린이보호구역 안전강화 방안 및 조치계획’에 따르면 민식이법 통과에 따라 경찰청이 수립한 어린이 보호구역 단속카메라 설치 계획 대수는 5년간 8800대였지만, 실제로는 2배가 넘는 2만2489대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은 1만6500여 곳인데, 실제 설치된 카메라 수는 이를 훨씬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이에대해 “입찰 과정에서 단가가 내려가면서 낙찰차액 등이 생겼고 이를 활용해 추가 구매해서 대수가 늘어났다”고 밝혔지만, 임 의원은 폐교·폐원된 초등학교, 유치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도 여전히 많은 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니 경찰이 과태료 수입을 위해 단속카메라를 과잉 설치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차량 통행량이 대도시에 비해 훨씬 적은 경북의 경우에도 올 7월 기준 포항 275대, 구미 210대 등 모두 2046대의 단속카메라가 가동되고 있다. 문제는 과태료 대부분이 국고에 귀속된다는 것이다. 현재 단속카메라 설치비와 운영비는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과태료 수입의 20%(응급의료기금)만 지자체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전액 정부 일반회계에 편성돼 별도 목적 없이 사용되고 있다. ‘재주는 곰(지자체)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정부)이 번다’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