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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관객 설레게 하는 ‘4인의 거장’ 만나러 가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네 작가의 전시는 전시 시작 전부터 사람들을 설레게 했다. 7월 1일 시작된 전시로 전시장은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평소 휑하리만치 넓던 공간은 작품으로 사람으로 꽉차 있었다. 주말을 맞아 부모와 함께 방문한 아이들은 교과서를 언급하며 익숙한 그림을 찾았다. 네 사람은 전문영역인 미술사까지 들어가지 않고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한국 근현대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는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건희 컬렉션이 포함된 국립현대미술관, 환기미술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제주도 이중섭 미술관,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 글로벌 세아그룹 등이 참여해 한자리에서 유명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장 먼저 만난 작가는 이중섭이다. 진심이 단순하듯 꾸밈없이 단순한 선들은 작가의 작품에 그대로 빠져들게 했다. 그림 곳곳에선 떨어져 살아야 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림 외에도 편지도 함께 전시 중이었는데 그중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어 살펴보았다. 첫 줄에 쓰인 문구만으로도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최애의 나의 멋진 남덕군’ 이보다 더 감동적인 수식어가 있을까? 편지 코너를 지나자 이중섭하면 동시에 떠올리게 되는 은박지 그림이 전시 중이었다. 시절의 아픔이 담긴 재료지만 대가는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대표적 증명이 아닐까 한다. 곧이어 화강암 느낌의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잘 알려진 박수근의 작품들이 이어졌다. 익히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도 좋았지만 아기가 그려진 손바닥 만한 작품을 비롯 드로잉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관람객들은 특히 물감이 켜켜이 쌓여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유화 작품들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곧이어 한국 고유의 서정성을 현대적인 추상 언어로 풀어낸 거장 김환기의 작품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점화는 드로잉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작품들은 오롯이 눈으로만 작품을 담아 와야 했다. 김환기의 작품들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관람 전 반드시 숙지해야 할 부분이다. 인상적인 푸른 빛을 뒤로 하자 시민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등장했다. 단순하면서 순수하고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림. 바로 장욱진의 작품들이다.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툭툭 튀어나온다. 마음속으로부터···. 다 지워내고 나면 조그만 마음만 남는다. 어린이의 그것처럼 조그만···. 이런 텅 비워진 마음에는 모든 사물이 순수하게 비친다. 그런 마음이 돼야 붓을 든다” 그가 남긴 말은 그대로 작품에 담겨져 있었다. 가족을 그린 작품에서 아버지로 보이는 이가 꽃을 들고 가족에게 달려가고 있다. 예쁘고 귀한 것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일까? 보는 내내 미소가 떠올랐다.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 번 돌아본 후 전시장을 나왔다. 이번 전시는 화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단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는 정상 개관한다. 입장료는 5000원이며 경주시민은 증빙서류 지참 시 할인된 3000원으로 입장 가능하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4시에는 전시설명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전시는 7월 1일부터 10월 12일까지 경주예술의 전당 4층 알천미술관 갤러리해에서 진행된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0

즉흥 부산여행 바다에서 찍은 쉼표

“언니, 내일 뭐해? 같이 부산 갈래?” 함께 백수생활을 하던 수빈이가 다음주부터 출근한다는 소식과 함께 갑작스런 제안을 했다. 다음날 정해진 일정은 없었지만, 침대에 뒹굴며 휴식을 만끽하던 시민기자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 달콤한 제안을 마다할 내가 아니지! 더위에 지쳐 늘어지기보다는 시원한 바다나 보러 가자며 흔쾌히 따라 나섰다. 우리는 각자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루2시 30분 동대구역에서 3시 기차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기차를 기다리는 순간은 언제나 설렌다. 탑승하자 마자 앞좌석 포켓에 꽂힌 대전과 안동에 대해 다룬 여행 잡지를 보니 더 설렜다. 괜히 놀러가는 길에 공부하겠다고 영어책도 챙겨와서 기차에서 공부하는 시민기자의 모습에 수빈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이 와중에 공부한다고?” 그 말에 함께 웃었다. 부산역에 도착해 부산의 공기를 확인하려 나가는데,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문자를 확인하니 ‘폭염경보’ 무서운 글자가 떴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 대구의 더위를 뚫을 곳은 없었다. “에~ 이게 무슨 폭염경보야, 장난하나?”며 더부심을 자랑하며 시원한 부산을 즐겼다. 광안리에 도착해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수빈이가 찾은 생선구이 맛집. 그곳에서 다소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등어 구이 덕분에 피로도 잊고 에너지를 가득 충전할 수 있었다. 이어서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해변으로 향했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 때문인지 해변은 벌써부터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자리에 서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는 수빈이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시민기자는 신고 있던 샌들 벗어 두 짝 모두 오른쪽 팔에 끼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뜨거운 햇살과 달리 바닷물은 얼음물처럼 차가웠다. 놀란 시민기자가 바닷물이 엄청 차갑다며 수빈이에게 들어올 것을 제안했으나, 그녀는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는 ‘바다멍’을 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SBS뉴스에서 바다에 물놀이 온 피서객들을 인터뷰하는 모습도 구경하며 두어 시간 동안 광안리 해변의 여유를 만끽햇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지만, 늦은 점심으로 배고프지 않은 우리는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로 향했다. 통유리 창가로 앉아 그림 같은 광안대교의 풍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수빈이는 운영 중인 블로그에 부산여행 이야기를 담기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했다. 사진을 고르고 영상을 편집하고 적절한 음악까지 맞춰 입히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져 마음으로 그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날이 어둑해지자 광안대교는 아름다운 불빛으로 자신의 자태를 자랑했다. 거기다 요트 위에 펼쳐지는 불꽃놀이까지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며 어느새 하루가 저물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수빈이는 20대 때까지는 계획 없는 여행을 오지 않았고 한 번 오면 몇 박 며칠을 계획하고 왔었지만, 지금은 오늘처럼 오후 잠깐의 여행도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것 같다며 30대가 되며 바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백수의 끝과 새로운 시작 사이에서 느끼는 고민과 두려움, 설렘을 나누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각자의 길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대구로 올라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시원한 바다를 보며 고민을 내려놓고, 더위를 날릴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함께 부산여행을 가자고 제안해준 수빈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우리의 내일의 시작을 응원해본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0

아줌마들 수다 속 ‘민생지원금’ 포퓰리즘인가? 민생인가?

받는 것이 좋을까? 받지 않는 것이 좋을까? 갑론을박을 벌이는 60대 전후 아줌마들. 오랜 지기들이다. 더위도 식힐 겸 냉면집에 모여 나누는 가벼운 수다지만 그 속엔 시대를 살아 온 경험과 현실을 바라보는 민감한 시선이 배어 있다. 차등 지급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달 21일부터 신청 가능한 민생지원금.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한 지원금을 11월 30일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환수된다. 받는다는 기대의 긍정과 포퓰리즘 정치의 일환이라는 부정이 부딪힌다. 그래도 풍족한 복지가 좋다는 이에게 포퓰리즘 정치는 결국 미래를 힘들게 할 거라는 핀잔으로 냄비 속 개구리처럼 자신도 모르게 점점 힘들어질 2030 세대가 걱정이란다. 포퓰리즘(populism). 정녕 나쁜 것일까?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익숙한 단어지만 품고 있는 의미는 의외로 복잡하다. 대중의 뜻을 따르는 긍정적인 정치방식이 될 수도 있고, 인기만 추구하는 부정적인 선동 정치일 수도 있다. 대중을 뜻하는 라틴어 포퓰러스(populus)에서 파생된 만큼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는다는 의미가 중심이다. 하지만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비유되기도 하듯 ‘보여주기식 복지’로 전락할 수 있다. 달콤한 복지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되고 그 세금은 오롯이 국민 몫이다. 공자는 세금을 두고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사납다(苛政猛於虎)’라고 했다. 공자가 이민 가듯 노나라를 떠난 이유는 과도한 세금 징수로 엄청난 부를 누리며 횡포가 날로 심해지는 계손씨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험한 태산을 넘으며 인적 드문 곳을 지나다 세 무덤 앞에서 실신하듯 울고 있는 여인을 만난다. 사연을 물으니 시아버지,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단다. 그런데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하니 ‘여기는 세금을 걷는 관리가 오지 않는다’고 답한다. 동서고금,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아줌마들의 수다는 계속된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는 긍정과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온다는 부정이 부딪히며 살짝 격양되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서로의 비난은 자제한다. 나라가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기 때문이다. 아줌마들이 냉면 한 그릇 앞에 두고 나라 걱정으로 수다를 떤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누군가 무거운 정치 이야기 싫다며 2021년 6월 착공한 포항 동빈대교(가칭)가 완공을 앞두고 명칭 공모를 진행 중이라며 화제를 돌린다. 송도동과 항구동을 잇는 대교의 명칭을 두고 최종 후보에 오른 ‘포항대교’ ‘상생대교’ ‘일월대교’ ‘해오름대교’ ‘해맞이대교’ 중 시민들의 설문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참여하잔다. 대교 이름 하나에도 의견이 갈린다. 백 사람 모이면 생각이 백 가지라는 말이 정말 맞는 듯하다. 종교가 달라도, 정치성향이 달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무탈하게 나눌 수 있는 건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포퓰리즘이 정말 위험한 정치인지 당장 민생회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다 속 갑론을박의 시시비비는 후손들의 역사 속에서 명쾌한 답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도 한 자리에 앉아 수다로 풀 수 있는 이 ‘자유’가 바로 대한민국이 지켜 온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다.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로서 민생지원금인 경제회복과 사회 안정에 진정으로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시민들의 한결같은 희망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10

우리 아이 SNS 사용, 잘하고 있을까

이제 아이들과 디지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디지털 세상 속 스마트 폰과는 거의 한 몸이면서 친구들과도 소통의 매개가 되어주는 소중한 물건이다. 아이들이 음식점에서 메뉴를 정할 때도 얼굴 마주 보면서 정하지 않고 단톡방에서 각자 메뉴를 말하는 풍경도 이상하지 않다. 디지털 세상에 들어선 아이들은 SNS로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관심 있는 정보를 얻고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이렇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통화하고 연락하는 세대가 요즘 아이들이다. 또 다른 내가 되어주는 디지털 세상 속 SNS 사용, 우리 아이는 잘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지난달 26일 포항시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디지털 세상 속 우리 아이의 뇌를 지키기 위한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강사는 디지털이 절대악은 아니지만 제대로 파악은 필요하다고 말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사회생활인 SNS로 통화하고 연락한다. 여기서 친구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요즘의 SNS는 갈수록 빠르고 현란하고 자극적이고 볼 것도 많고, 새로운 것도 매일 차고 넘친다. 아이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집단과 연결되고 환경적인 제약도 없다. 사적인 공간이면서 공적인 공간이 된다. 여러 사람들에게 실시간 노출이 되고 삭제해도 그 흔적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아이들은 이미지 중심의 SNS인 인스타그램으로 몰리고 조금 더 사적인 DM(다이렉트 메신저)을 써서 상대방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연령제한이 없어 미성년자라도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넘친다. 자연스레 무의식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고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 이경진 (46, 포항시 북구 양덕동) 씨는 “아이의 인스타나 카톡에 사진이나 욕을 하는지 한 번씩 확인할 때가 있다. 볼 때마다 조마조마한다. 너무 자극적인 게 많고 미성년 보호는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연결되기도 한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좋은 의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발생한다. 청소년들이 SNS로 들어가는 순간 마약, 도박, 디지털 성범죄 등에 노출된다. 강사는 그중 디지털 성범죄는 가장 짙은 그림자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대부분도 10대 청소년이라고 덧붙였다. 또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면서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만 동시에 튀는 걸 싫어하면서도 은근히 튀길 바라고 뭔가 어른들을 피해 비밀스러운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SNS에 의존하며 소통 아닌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쓸수록 외로워지기도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90%가 하루에 한 번 이상 SNS를 이용하며 이 중 상당수는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SNS 속에서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 외모, 성취를 쉽게 보게 된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아직 자아가 불안정해 타인과 자신을 쉽게 비교하고 SNS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도 높아진다. 가족과 친구와의 대화가 줄어들어 현실 세계의 관계에서 힘들어진다.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도구가 된 SNS다. 강사는 이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 현실에서의 경험과 감정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가족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8

4대 거장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다

SNS에 20대 여성이 경주로 1박2일 미술관 투어 영상을 올렸다. 능뷰 오아르 미술관을 시작으로 플레이스 C를 들러 경주박물관 특별전과 상설 전시까지 자세히 본다. 많은 것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왜 무료냐, 입장료를 좀 받아야 한다는 코멘트까지 달았다. 그리고 엑스포공원 언덕 위 솔거미술관을 오르다 더위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 작품이 더위를 날려버리게 해서 감동이었다고. 그중에 경주예술의전당이 준비한 ‘한국 근현대 미술 4인의 거장들 전시도 빼놓지 않았다. 경주문화재단은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주최한 한수원아트페스티벌이 7월 1일부터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 1세대 거장인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의 예술 세계를 깊게 조망하는 특별 전시로, 그들의 대표작과 드로잉 등 90여 점의 작품을 최초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환기미술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글로벌세아그룹 등 국내를 대표하는 5개 미술관과 기업이 소장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기회로,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다. 네 거장의 예술적 여정을 통해 한국 미술의 역사와 정체성을 탐구하며, 그들의 작품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조명한다. 각 작가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격동의 시대를 거쳐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입구에서 표를 받아 입장하려니 미술관 매너에 대해 고양이가 안내한다. 딱딱한 명조체보다 애교스러워 찬찬히 읽게 만든다. 좁은 통로를 지나 너른 방에 도착하면 편안히 누워 거장들이 살아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려주는 걸 보고 듣는다. 처음 시작을 이렇게 배치한 것이 참 좋았다. 사진으로 남아있던 작가들을 살아 움직이도록 구현해 그들이 그림 그리던 시대로 들어가 감상하게 하니 이 또한 선물이다. 이중섭의 은지화를 코앞에서 보다니, 일본에 떨어져 살던 아이들에게 쓴 편지가 뭉클하다. 보라색 벽에 태성에게 잘 있었어? 태안은 감기에 걸렸다던데 감기 조심하고 복숭아를 갖고 노는 그림을 그려 보낸다는 다정한 아빠의 마음을 써 보냈다. 아빠라는 일본어가 고개 숙인 이중섭 같아서 아련하다. 이중섭을 지나면 박수근의 세계가 나타난다. 돌 위에 그린 듯한 그림들, 멀리서 보다가 바싹 다가가 그 질감까지 보려 했다. 다른 전시에는 줄이 있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았다면 이번 전시는 그림을 이렇게 가까이 보아도 되니 참 좋다. 박수근의 나무를 크게 확대해 실물 크기의 나무만큼 커서 그 아래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모든 작품을 찍어도 되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김환기 작품은 사진 촬영 금지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같은 주요 작품은 아니지만 색연필 점화가 있어서 대리만족했다. 마지막 방에 장욱진의 아이 같은 그림에 빠진다. 깊은 녹색 바탕에 그의 새, 나무, 사람이 천진스러워 보는 사람도 맑아져야 할 것 같다. 전시장 중간에 벤치가 있어 앉아서 그림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멀미가 나면 이만치 떨어져서 잠시 생각하며 쉬라는 의미다. 그러고는 다른 작가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배려다. 4인의 거장을 만나고 나면 그들의 작품을 따라 해보는 자리도 있다. 함께 간 일행은 은지화를 나는 박수근의 그림 느낌이 나도록 오돌토돌한 바탕에 대고 그림을 그렸다. 글도 남겨 액자에 걸었다. 또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 박수근의 은지화가 있다는 것. 꼭 찾아보시길.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8

폭염의 나날, 봉화 낙동강 래프팅 어때요?

폭염특보가 발효되고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평년보다 빠른 열대야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더위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는 봉화 청량산 래프팅은 맑고 푸른 낙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급류 속에서 짜릿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시원한 낙동강 물살을 따라 내려가는 래프팅으로 시원하게 더위를 날려 보내자. 단체나 가족이 한 팀이 되어 구령에 맞추어 일사불란하게 물살을 헤쳐 나가야하므로 팀워크가 중요하다. 보트는 3~4인용, 10인용, 12인용 등이 보편적이며, 1~2명이 이용하는 카악도 가능하다. 봉화 낙동강 래프팅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 물줄기가 백두대간 협곡을 휘감아 돌아나오고, 소백산 자락 봉화군 춘양면 서벽에서 시작한 운곡천이 합수돼 이나리강이라 부르며 낙동강 시발지가 되는 곳에서 진행된다. 두 물줄기가 하나 되어 흘러가는 흐름 따라 여유롭게 래프팅을 하게 된다. 이나리 출렁다리에서 래프팅이 시작되고 관창2교까지(5.5km) 또는 청량산 입구까지(7km) 이어진다.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청량산의 빼어난 풍광으로 가득한 낙동강은 크고 작은 급류가 조화를 이뤄 래프팅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래프팅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가족이나, 단체로 즐기기에 좋다. 낙동강 래프팅 코스는 청량산을 감싸 도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퇴계 이황이 유유자적하던 선비의 산책로 예던길이 좌측 강변으로 이어진다. 우측 35번 국도는 미슐랭의 관광 가이드북에서 한국 편으로는 유일하게 별점을 받은 곳이다. 이름난 드라이브 길도 고무보트와 함께 달린다. 선유교 교각 아래에는 낙동강이 청량산 바위 절벽을 휘감으며 흐르는 그림 속 같은 ‘백용담’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다가온다. 퇴계는 이곳을 거닐며 “나 먼저 그림으로 들어가네. 푸르다 못해 옥빛이 눈부신 백용담 소에”라고 노래한 바 있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즐기는 래프팅은 극악한 더위를 잊게해준다. 래프팅과 함께 주변에 볼거리, 먹을거리, 청량산 캠핑장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도 관광객을 유혹한다. 청량산 하늘다리와 천년고찰 청량사, 청량산박물관, 관창폭포 등이 바로 시원함을 선물하는 풍광들. 천혜의 비경 속에서 맑은 물과 완만한 물살, 급류가 조화롭게 이어지는 봉화 낙동강 래프팅은 한강 이남에서는 최고의 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불볕더위의 기승이 연일 만만치 않은데, 계속되는 열대야까지 덩달아 위세를 부리는 바람에 잠을 설치는 여름. 하얗게 쏟아지는 물보라 속에 스피드를 즐기러 봉화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8

마늘쫑 뽑아주고 반찬도 만들고

대구에서 고속도로 수성IC를 지나 포항 방면으로 가다가 30분 정도면 와촌이다. 여기서 영천 신녕 방향으로 10분 정도만 더 가면 우리나라의 마늘 주산지 신녕면에 들어선다. 우리나라 마늘의 40%가 생산되는 신녕에는 올해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들어오지 않아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국도변 마늘밭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마늘쫑을 뽑아주고 있다. 뽑은 마늘쫑은 뽑은 사람이 가져 간다. 이렇게 마늘쫑을 뽑아주면 농가도 좋고 따가는 나도 좋아 일거오득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농촌의 일손돕기가 되고 농가는 인건비가 들지 않아 이것이 일득이다. 두 번째로 마늘의 쫑을 뽑지 않으면 뿌리로 가야 할 영양가가 쫑으로 올라가 마늘이 굵어지지 않는데 마늘 양육을 도울 수 있으니 이것이 이득이다. 삼득은 마늘쫑을 가져가서 반찬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잘라 버려야 할 마늘쫑을 이용할 수 있으니 사득이요, 오득은 뽑아간 마늘쫑이 여러가지 반찬이 되어 국민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뽑아온 마늘쫑은 머리 부분을 잘라내고 다듬어서 장아찌를 담고 반찬을 만들고 그래도 남는 것은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오래 먹을 수 있다. 다듬은 마늘쫑 중에서 보드라운 건 고추장에 무쳐서 먹으면 좋고 나머지는 장아찌를 담그면 일 년 밑반찬이 된다. 또 콩가루를 무쳐서 쪄먹어도 되고 멸치를 넣어 멸치볶음을 만들어 먹으면 마늘을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잘 멱는다. 마늘쫑 고추장 무침 만들기는 간단해도 과정마다 주의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직접 만들어보면 나만의 입맛에 딱 맞는 레시피가 만들어질 수 있다. 마늘쫑 고추장 무침이 너무 매우면 고춧가루 양을 줄이거나 고추장 대신 된장을 섞어도 된다. 맵다고 데치는 사람도 있는데 데치는 시간이 길면 아삭한 맛이 없어지니 주의해야 한다. 데치는 시간은 1분 30초 이상은 안 된다. 만든 고추장 마늘쫑 무침을 냉장고 밀폐 용기에 담아 두면 3~4일 정도는 맛의 변화가 없어서 두고 먹을 수 있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07-06

환상의 음악과 열정으로 무더위를 날리다

대구 중구 문화원(원장 이상민)은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식혀줄 특별한 선물을 지역민에게 전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5시 30분, 김광석길 야외콘서트홀에서 대구 중구 문화원 주최, 대구 중구청 후원으로 ‘핫 여름&쿨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공연은 무더운 여름날 지역민들의 지쳐있는 마음을 씻어내기 위해 마련된 문화축제였다. 무대 위에는 쿠바의 정열적인 라틴밴드, 하와이의 아름다운 훌라, 그리고 화려한 칵테일 쇼가 어우러져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소외될 수 있는 문화예술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도록 매주 마지막 토요일(매마토)에 열리는 이 공연은,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가 얼마나 가깝고 친숙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아나운서 안도현의 유쾌한 진행으로 무대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4인조 키즈 아이돌 ‘드림하이’의 귀여운 무대, 여성 7인조 라틴밴드, ‘쿠바니즘’의 뜨거운 연주, 그리고 6인조 하와이안 훌라팀 ‘Hula ‘O Koa Nani’의 우아한 춤까지, 이국적인 멋과 정열이 한데 모였다. 특히 강윤환 바텐더의 아초 칵테일 쇼는 마술처럼 술병과 컵이 공중을 날며 불 쇼를 더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공연의 템포와 분위기 전환 음악과 춤만으로는 일정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지만, 칵테일 쇼와 마술 같은 퍼포먼스는 공연의 흐름을 단숨에 바꿔준다. 직접 만든 칵테일 20잔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현장에서 희망자 50명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는 등 특별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이러한 이벤트는 관객과 무대의 거리를 한층 좁혀준다.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마술처럼 술병을 다루는 기술, 불 쇼 등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 관객들은 “와, 대단하다!”라는 감탄과 함께 공연에 대한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게 된다. 관객들은 음악과 춤, 그리고 이런 독특한 무대가 어우러진 공연을 통해 여름밤의 피로를 시원하게 날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낸다. 주최 측의 섬세한 배려로 관객 모두에게 시원한 얼음물이 제공되었고관객들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함께 호응하며 여름밤을 빛냈다. 다음 공연은 7~8월 휴식기를 거쳐, 9월에는 2·28 야외광장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시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다가올 가을, 또다시 지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특별한 무대가 기대된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7-06

마음속에 피리 ‘만파식적’

전설은 때로 역사를 넘어, 마음에 남는 울림으로 살아 숨 쉰다. 신라의 문무대왕과 김유신 장군의 이야기가 그렇다. 그들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나라의 평화를 위해 힘을 보탠 존재로 전해진다. 그 상징이 바로 만파식적이다. 문무대왕은 살아서는 삼국을 통일했고, 죽어서는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아들 신문왕은 그 뜻을 받들어 수중릉을 조성하고, 감은사를 세웠다. 그 바다 위에서 어느 날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파도에 따라 밀려오고 밀려가는 작은 산, 그 위의 대나무 한 그루. 낮에는 둘로 나뉘고 밤에는 하나로 합쳐지는 그 현상은 왕에게 큰 경외를 안겼다. 점치는 관리는 예언했다. “문무대왕과 김유신, 두 성인의 덕이 성을 지킬 보배를 내리려 하옵니다” ㅗ그 보배는 바로 피리였다. 신문왕은 대나무를 베어 피리를 만들었고, 그것은 전설처럼 신비한 힘을 지녔다. 피리를 불면 병이 낫고, 비가 오며, 전쟁은 멈추고 파도는 잠들었다. 만 가지 파도를 그치게 한다는 의미에서 ‘만파식적’이라 이름 붙였다. 이후 화랑 부례랑이 이 피리와 함께 말갈의 손에서 탈출하는 기적을 겪으면서, 피리는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단순한 악기를 넘어, 그것은 신라의 국보였고, 신성한 통치의 상징이자 백성들의 정신적 위안이었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금척처럼, 만파식적 또한 나라의 정체성과 왕권의 정당성을 상징했다. 신라의 종, 성덕대왕신종이나 오대산 상원사 범종의 꼭대기에 새겨진 피리 문양은 단지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들리지 않는 소리로써 우리에게 어떤 이상을 전하고 있다. 질서와 조화, 그리고 평화에 대한 염원 말이다. 문무대왕은 용이 되어 바다를 지키고, 김유신은 천신으로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이 두 성인의 정신은 단지 전설이 아닌, 천 년을 건너 오늘날까지 남은 신라의 숨결이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갈등 속에 흔들리고, 이념의 파도 앞에 중심을 잃는다. 지금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분열과 대립, 비난과 편 가르기가 넘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그 파도를 잠재울 수 있을까. 해답은 먼 미래에 있지 않다. 그것은 오히려 옛사람들이 품었던 단순하고도 간절한 바람 속에 스며 있다. 만만파파식적은 마음의 피리였다. 누군가 대신 불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이제는 우리 각자가 그 피리를 마음에 품고 조용히 불어야 할 때다. 그것은 서로를 다독이는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는 눈빛일 수도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단지 타인을 잠시 멈춰 바라보는 따뜻한 숨결이면 된다. 그 피리의 소리는 높지도, 빠르지도 않다. 그러나 그 음색은 지극히 따뜻하고 멀리까지 퍼진다. 신라의 바다 너머로 불어오던 그 평화의 소리처럼. /김성문 시민기자

2025-07-06

“어려운 환경에도 꿋꿋이 학업 이어가는 학생들에 도움 됐으면”

대구 지역 문화예술단체 아가페 문화예술단(단장 박병형)이 주관한 ‘함께 가는 길 장학회’ 창립 콘서트가 지난 5일 대백플라자 10층 프라임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과 예술인, 봉사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콘서트는 소외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장학사업을 펼치기 위해 설립된 ‘함께 가는 길 장학회’의 첫 출발을 알리는 자리였다. 장학회를 창립한 백운길 회장은 가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뜻을 품고 장학회를 준비해왔다. 백운길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젊은 시절부터 가슴속 깊이 품어온 소망이 바로 이 장학회였다. 삶이 바쁘고 여건이 녹록지 않아 늘 미루고만 있었지만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용기를 냈다”라며 창립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함께 가는 길이다. 혼자의 힘이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여러분의 마음이 모여야 아이들에게 더 큰 희망을 전할 수 있다. 자비로 시작하지만 결코 혼자서 갈 길은 아니다. 이 길에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함께 가는 길 장학회’는 현재 약 40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봉사와 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첫 장학금 수여식을 계획 중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초·중·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성악 앙상블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Incanto Soliste Ensemble)’이었다. 인칸토는 ‘매혹,마력’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대중을 성악의 깊은 울림으로 사로잡겠다는 철학 아래 2008년 창단된 전문 성악 단체다. 대구시 지정 전문예술단체이자 대구음악상 단체공로상 수상 경력의 인칸토 앙상블은 이날 품격 있는 공연으로 행사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테너 김동건·이상규·최재운, 바리톤 안성국 등 중견 성악가들이 무대에 올라 클래식과 대중가요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로 장학회의 정신을 음악으로 전했다. 이번 콘서트를 주관한 아가페 문화예술단은 2020년 창단 이후 지역 복지관, 요양원, 문화센터 등에서 정기적인 공연을 이어가며 지역사회에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문화 봉사 단체로 활동해왔다. 예술을 통해 치유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앞장섰고 이번 장학회 창립에도 전폭 지원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함께 가는 길 장학회’가 주최하고 아가페 문화예술단이 주관했으며, 경북매일신문사, 필 경희 한의원, 시니어매일모델협회 등 지역 기관과 단체들이 뜻을 모아 후원에 나섰다. 이들은 “단발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장학 사업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며 향후 협력을 약속했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 김홍열(대구 성당동·83)씨는 “그저 음악회인 줄 알고 왔는데 이렇게 좋은 뜻이 있어 더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 이런 뜻깊은 행사에 자주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 가는 길 장학회’는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장학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병행하며 이름 그대로 ‘함께 가는 길’을 실천해나갈 예정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7-06

또 먹고 싶은 옛날통닭, 관문시장으로 떠나요

대구 서부정류장 인근에 위치한 관문시장은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3대 전통시장 중 하나다. 시외·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물론, 도시철도 1호선 서부정류장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접근성이 뛰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관문시장’이라는 이름은 대구로 드나드는 교통의 요지라는 점에서, ‘대구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에서 유래했다. 이름처럼 성주, 고령, 왜관 등 경북 지역에서 들어오는 신선한 농산물이 풍부하게 판매되어,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처럼 관문시장은 대구와 인근 지역을 잇는 생활경제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관문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구제 의류’다. 시장 안쪽 골목에는 다양한 분위기의 구제 의류 매장이 밀집해 있어, 트렌디하고 실용적인 옷을 찾는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국적인 감성과 개성 있는 패션 아이템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먹거리 또한 관문시장의 큰 자랑거리다. 국밥집, 분식집, 찜 전문점 등 다양한 식당이 즐비해 미식 탐방을 하듯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수수부꾸미, 호떡, 꼬마김밥 등 길거리 간식들은 유튜브에도 소개될 만큼 맛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옛날통닭은 한 번 맛보면 누구나 다시 찾게 되는 명물로, 시장의 대표 먹거리로 손꼽힌다. 시민기자가 관문시장을 방문했던 날, 어머니께서 “옛날통닭이 생각난다”며 함께 가자고 하셨고, 가족 모두 오랜만에 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옛날통닭은 물론이고, 과일과 분식, 의류까지 두 손 가득 장을 본 후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시장의 정겨운 분위기와 넉넉한 인심이 가족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을 남겨 주었다. 시장 곳곳에서는 오가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덤을 챙겨주는 상인들의 따뜻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거 하나 더 가져가요, 오늘 좋은 날 되세요”라며 웃어주는 마음 씀씀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물건을 사고파는 그 이상으로, 정이 오가는 따뜻한 풍경은 관문시장만의 소중한 정서다. 차량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을 위한 공영주차장도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주차 걱정 없이 편하게 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관문시장에서 장을 본 후에는 인근의 대구수목원이나 두류공원 등을 함께 들러보는 것도 좋은 코스다. 도보나 차량으로 10~15분 거리에 위치한 이들 장소는 자연과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특히 대구수목원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어 시장 나들이 후 가족 단위 나들이 코스로 인기가 높다. 오랜 시간 지역과 함께해 온 관문시장은 단순한 물건 거래의 장소를 넘어, 대구 시민들의 삶과 정서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이번 주말, 따뜻한 인심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관문시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보기를 추천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3

자원봉사는 나를 위한 일 ‘포항 한봉우리 봉사단’

봉사(奉仕)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다. 그만큼 봉사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이타심과 배려심이다. 2007년 충남 태안에서 일어난 대규모 해양기름 유출사고. 당시 선박 충돌로 발생한 이 사고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오염사고로 기록된다. 모두를 절망케 했던 검은바다는 불과 10년 만에 다시 비취색 바다를 되찾는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기업도 정부도 아닌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흡착포와 헌 옷을 손에 든 사람들이 인간 띠를 두르고 바위와 모레의 기름을 닦아내던 모습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선 시민의 힘과 연대의 상징이 된다. 그 기적 같은 복구 과정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되며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태안의 기적’ 이라 불리는 그 중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포항에서 40년째 묵묵히 봉사를 실천해 온 이가 있다. 지난 5월 10일 창단한 포항한봉우리봉사단 이삼배 초대단장이다. 그는 다양한 단체를 통해 봉사를 해오다 2022년 태풍 힌남노를 겪으면서 기존의 즉흥적이고 체계 없는 봉사 방식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힌남노가 휩쓸고 간 피해 현장. 언제나 그랬듯 해병대에서 가장 먼저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현장에는 그들이 마실 물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다. 다급히 2~3일의 성금 모금으로 지원을 시작했을 때 이미 전국 각지에서도 봉사단체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그들이 몰려들기 전 골든타임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발 빠른 지역 기반 봉사단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그는 당시를 회고한다. 좀 더 조직적이고 지속가능한 봉사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한 고민의 결실로 탄생한 것이 포항한봉우리봉사단이다. 그는 해병대 가족모임, 지역 소상공인 모임, 한국방송통신대 포항 동문회 등을 중심으로 봉사단 창단을 추진했고, 160여 명의 회원이 적극 참여한다. 봉사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포항지역에서 재난대응, 지역상생, 소외계층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목표로 한다. 창단 이후 민간 봉사조직으로서 첫 행사는 지난 6월 8일 영덕 ‘호국영령과 산불희생자 위령 수륙대재 방생법회’에 환경정화 봉사 및 후원단체로 참여했다. 그리고 6월 20일 ‘2025 포항국제불빛축제’ 행사 일환으로 열린 팡스토랑 먹거리 부스와 새록새로 불맛미식로드의 주변 안전과 거리정화 등의 자원봉사를 한다. 21일은 우천으로 불빛축제가 전면 취소되면서 봉사활동도 취소되었지만 무엇보다 많은 손님을 기대하며 사전 준비한 먹거리 부스의 곤혹스러움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연일되는 폭염경보로 뜨거워지는 여름, 다가오는 7월 복날에는 삼계탕을 준비해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찾아 갈 계획이다. “봉사를 하고 나면 마음이 즐겁다”는 이삼배 단장의 말에서 봉사는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성취감을 얻고 삶의 질은 향상된다. 포항한봉우리봉사단이 앞으로도 다양한 봉사단체들과 협력하며 지역 소상공인을 돕고 포항 지역사회의 복지와 안전을 위해 지속적인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3

무더위 인한 면역력 저하 대상포진에 주의하세요

요즘은 6월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봄은 짧아지고 여름은 더 길어졌다. 일찍 무더위가 시작되면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럴 때 예상치 못한 질병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시민기자는 6월 들어 몇 주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상태로 속수무책 버틸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런 상태가 3주 정도 됐을 때 갑자기 오른쪽 뒷머리에 날카로운 통증이 시작되었다. 뾰족한 송곳으로 뒤통수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었다. 규칙적인 통증이 지속되었고 점차 오른쪽 눈 주위와 눈알도 아팠다. 신경을 너무 써서 그러려니 하고 견디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잠들었다가도 날카로운 통증에 잠이 깨곤 했다.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니 편두통이라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얼굴의 오른쪽에만 통증이 몰려서 나타났다. 일주일쯤 지나자 이마와 눈두덩에 붉게 발진이 올라왔다. 그제야 대상포진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평소에 얼굴에 뭐가 나는 체질이 아니었기에 바로 병원에 가서 대상포진 확진을 받았다. 그동안 주변에 앓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남의 일이려니 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래서 예방접종도 하지 않았었고 대상포진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었다. 병원에서는 우려의 말을 하였다. 얼굴로 대상포진이 오는 경우는 더 위험하다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자고 하셨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보통은 수일 사이에 피부에 발진과 특정적인 물집 형태의 병변이 나타나고 해당 부위에 통증이 동반된다. 몸 한쪽 부분에 국한되는 통증이 특징이고 병변이 사라진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초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하고 신경통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고령 환자인 경우는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질병이다. 의사 선생님은 대상포진이 무서운 병인데 사람들이 쉽게 생각한다며 50세 이후의 주변인들에게 꼭 예방접종을 권유하라고 하셨다. 시민기자는 다행히 조기 치료를 잘하여 크게 고생하지 않고 넘어갔다. 매일 링거 맞느라 손등에 시퍼런 멍 자국이 남고 혹시 눈에 바이러스가 침범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했지만 말이다. 이번에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가장 후회된 것은 평소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밥을 잘 먹지 않는 것이 얼마나 몸을 상하게 하는지 새삼 느꼈다. 평소에도 속상하면 굶는 습관이 있었는데 스트레스와 더운 날씨로 면역력이 극심하게 떨어진 것이다. 무덥고 습한 때일수록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고 섭생을 잘 하여야 한다.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여러 질병에 노출되어 더운 날씨에 고생을 하게 된다. 대상포진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고령이라면 꼭 예방접종을 하고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주의를 해야 한다. 모두 건강관리에 신경 써서 여름을 슬기롭게 나기를 바란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3

능소화 아름다운 ‘원이엄마 테마공원’으로

여름꽃 능소화는 여느 꽃들과 달리 시들지 않고 떨어진다. 떨어지는 순간에도 나무에 열렸던 그대로 떨어져 처음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다. 그런 특징 탓일까,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 영광, 고귀한 마음 그리고 기다림, 그리움이다. 능소화는 담쟁이 덩굴식물로 줄기의 마디에서 나온 흡반이 건물의 벽이나 다른 구조물을 타고 올라 높이 10m 이상까지 자랄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소화’라는 궁녀가 임금을 그리워하다 죽어 담장 가에 묻힌 후 피어난 꽃이라 하여 능소화라 불렀다 한다. 또 옛날에는 양반집 마당에서만 키울 수 있었기에 금등화(金藤花)라는 별칭으로도 불렀는데 양반집 담장을 넘어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이 부를 상징하여 그렇게 불린 듯하다. 안동의 능소화 명소는 안동시 정하동 원이엄마 테마공원을 들 수 있다. 2014년에 만들었는데 정하동에 자리한 이유가 따로 있다. 1998년 4월 24일 안동시 정하동 택지 조성 공사 중 고성이씨 문중 묘 이장 중에 이응태(1556~1586)의 묘가 발굴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응태의 미라와 함께 그의 아내 원이엄마가 쓴 한글 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가 출토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편지의 내용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로 시작하는 가슴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사연이다. 400년 넘는 세월 동안 썩지 않은 시신과 좀 쓸지 않은 편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다.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는 원이엄마의 편지와 함께 수습한 미투리, 장신구 등을 보존처리하고 형태를 복원해 특별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이들의 아름다운 사연은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조두진 작가가 소설 ‘능소화’로 다시 그려졌다. 능소화 피던 여름에 만나 능소화 피던 여름에 헤어진 이응태 부부의 사랑 이야기로, 강인한 생명력으로 피어나 떨어지는 꽃 능소화를 노래하고 있다. 여름날 담장에 흐드러지게 핀 능소화에 원이엄마의 사연이 오버랩 되며 능소화는 어쩐지 처연한 아름다움까지 더한 꽃 같다. 햇살이 강렬한 날에도 품위를 잃지 않고 담장에 얹혀 고스란히 더위를 이기고 핀 꽃, 바야흐로 능소화의 계절이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1

치유의 집 더안미술관

팔우정 해장국거리에서 좌회전하려고 대기 중이었다. 오른쪽에 대추밭백한의원 건물에 대형 포스터가 붙었다. 커다란 능과 임산부의 불룩한 배를 비교했다. 또 어느 날 본 포스터는 도자기의 곡선과 만삭의 몸매를 나란히 보여준다. 천년 경주의 과거와 천년 미래를 책임질 탄생이 중요하다 말하고 있었다. 대추밭백한의원은 경주 외곽으로 이전하기 전에 황오동에 있었다. 천마총 가까이에서 천년고도 경주의 랜드마크가 되어 전국에서 난임 부부들이 찾아오게 했다. 50여 년 만에 병원을 새로 짓고 경주 시내에서 사정동으로 이전했다. 10여 년 전에 건물을 증축하려다 일이 커졌다. 공사를 위해 문화재 발굴 조사했는데 황오동 터에서 신라·고려·조선시대 문화재 1800점이 쏟아져 결국 한의원을 이전 하기로 결정했다. 이전 부지로 매입 한 땅은 고분이 사방에 있는 경주답게 인근에 문화재가 있는 역사문화보존지구여서 한옥만 지을 수 있었다.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에게 새 한의원은 한옥을 재해석한, 오늘날의 목조건축으로 만들어보자고 의뢰했다. 디자인 연구부터 시작해 2016년부터 설계만 7년가량 했다. 오릉 근처 시골길로 들어서니 멀리 세 동(棟)짜리 한옥이 보였다. 일반적인 한옥이 아니다. 구조가 모두 다르고, 전통 목구조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세 채 모두 한옥의 주요 부재(副材)인 대들보가 없다. ‘치유의 집’이라는 콘셉트로 진료실·미술관·복합문화공간으로 나눴다. 전통 한옥은 지붕이 무거운 가분수 건축물이다. 기와와 기와를 고정하는 진흙 무게를 지지하기 위해 대들보나 기둥 같은 나무 부재가 두꺼워지고 많이 필요하다. 한옥 건축비가 비싼 이유다. 부잣집일수록 대들보 크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대추밭백한의원은 진흙을 쓰지 않는 건식공법으로 지붕을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진료실로 쓰는 한옥은 대들보 대신 강철 케이블로 구조를 보강해 전통 한옥보다 30~40%가량 목재를 덜 썼다고 한다. 오늘 우리는 한의원이 목적이 아니라 미술관을 관람하러 왔다.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하루 딱 한 시간만 열리는 신기한 곳이다. 매월 1일 오전 10시 인터넷으로 예약한 10명만 입장 가능하다. 무더운 날씨라 얼른 카페라고 적힌 곳으로 들어갔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쓰는 이곳은 한옥 공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파도가 겹겹이 쌓인 듯,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고개 들어 높은 층고의 천장을 올려다보니 감동이다. 그 아래 툇마루를 두어 편안히 앉아 창밖의 푸른 경치를 즐겼다. 전통 문살에 창호지가 아닌 유리라 가능한 풍경이다. 오후 2시가 되자 도슨트가 우리를 미술관으로 데려갔다. 더안미술관은 카페와 달리 거대한 아치 기둥이 압권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숲에 들어온 느낌이다. 덕분에 한옥인데 고딕 성당 내부 같아 더 경건해졌다. 벽에는 배병우 작가의 사진이 걸렸다. ‘영기해송’이라는 제목으로 미술관 개관 전시다. 경주의 소나무를 오래 가까이 두고 눈에, 카메라에 담아서 수묵화 느낌이 났다. 지난해 경주 플레이스C에 전시된 문봉선 작가의 소나무 그림이 떠올랐다. 명상의 집이라는 이름답게 사진을 보는 내내 새벽 삼릉의 소나무 향이 났다. 대추밭백한의원은 1890년께 경주시 건천읍 조전리(棗田里), 대추밭 동네 약방으로 출발했다. 그 당시 백 원장의 고조부가 자손이 생기지 않자 스스로 처방한 약을 먹고 임신에 성공해 입소문이 나면서 ‘대추밭 백약방’은 난임 치료의 명소(名所)가 됐다. 이후 1970년쯤 경주 시내 황오동에 한의원 건물을 지어 진료하기 시작했다. 이젠 한옥미술관을 지어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니 우리의 마음까지 치료해 주는 곳이 되었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1

대구경북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시급하다

요즘 청년들의 최대 고민은 일자리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쉬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취업을 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할 상황에서 그렇지 못한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뉴스에선 그냥 쉰다는 청년들이 지금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걸 단순히 청년들의 탓이라고도 할 수 없다. 최근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세에서 39세 사이 청년들의 68만 명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80% 이상은 한 번의 취업을 경험한 후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그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청년들이 첫 직장을 가지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5개월이었고 근속 기간은 2년이 되지 않았다. 첫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는 청년들이 취업을 해 사회로 나가지만 실제 일은 생각과 다르게 경험한 것이 컸다. 젊은 세대와 맞지 않는 열악한 근무 환경, 개별적이고 단기적인 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낮은 임금과 불투명한 커리어 등. 이 일을 해서 내 미래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첫 일자리를 그만두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들은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일자리를 다시 찾지 않는 이유는 “실패가 누적되니 다시 구직하기가 두렵다”, “ 다시 취업해도 전과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다” 등.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친구들 다섯이 모여도 현재 직장을 다니는 건 자신 뿐이라는 이정훈(30) 씨는 “친구들은 그다지 재취업에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적당히 알바를 하며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대구와 경북은 수도권으로의 청년 유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청년 인구 비중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 때문이었다. 매년 지역을 떠나는 청년도 만 명이 넘고 지역산업의 경쟁력 약화, 수도권과의 경제적 격차도 컸다. 실제로 대구는 2024년도 7대 광역시 중 직장인들의 평균 임금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대구와 경북의 23곳의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지만 청년들이 취업과 재취업은 하기는 쉽지 않고 직장 내 분위기도 만족할 만한 환경이 아니다. 포항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희은(27) 씨도 “직장 다닌 지는 2년이 넘는다. 하지만 지금은 오빠가 있는 서울로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쉽지는 않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보다 뭔가 나은 거를 찾아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서는 당면과제인 저출생과 지역 소멸이라는 또 다른 문제와 연결된다. 포항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취업과 창업, 주거, 문화 등과 관련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청춘센터와 청년창업, 콘텐츠기업지원센터, 포항청년마인드드링크의 청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자신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야 한다. 이들이 취업과 재취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임시적인 일자리가 아닌 장기적이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7-01

주역의 나무란

대구시 문화재 지킴이회(명예회장 이종원)는 지난 19일 이정웅 전 대구시 녹지과장을 초청해 ‘주역의 나무’를 주제로 회원 교육을 실시했다. 이정웅 강사가 주제로 삼은 주역(周易)의 나무란 주제가 재미있고 유익해 그 내용을 소개한다. 이 강사가 주제로 삼은 주역의 나무란 주역에 등장하는 “지가관자, 막가관어목(地可觀者, 莫可觀於木)”이라는 구절에서 비롯된다. 이 말의 뜻은 “지상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나무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단군 신화의 신단수(神壇樹)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 마을의 당산나무는 그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다. 나무의 씨앗은 비옥한 곳에 떨어졌든 메마른 땅에 떨어졌든 주어진 환경에서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리고 산다. 온갖 장애물이 있어도 불평 없이 스스로 극복해 낸다. 주변의 사물을 특별히 의식하지 아니하고 과시욕이 없다. 그가 뿌리를 내린 곳에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다양성의 아름다운 숲을 만든다, 피어나는 꽃의 색깔도 다양할 뿐 아니라. 항상 다른 나무와 공존하며 살아간다. 지혜롭게 후손을 남긴다. 수양버들은 종자의 솜털을 통해 멀리 날려 보내고, 참나무는 다람쥐나 새들을 도토리로 유혹해 땅속에 묻어 싹이 트게 하여 모수(母樹)와 경쟁을 피하게 한다. 지구상에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생명체다. 모하비 사막의 브리슬콘소나무는 5천 년을 살고 레드우드는 수고가 100m가 넘는다.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해치지 아니하고 공존하며 산다. 물과 태양만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있으며, 많은 생명체를 품는다. 기록 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후한의 채륜이 나무로 종이를 만들고 불경, 성서 등을 만들 수 있어 인류문명에 큰 변화와 학문의 대중화에도 이바지했다. 팔만대장경도 나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강사는 일반적으로 나무를 땔감이나 산사태 방지, 대기 중의 유해가스 흡수 등 공익적 가치로만 알지만 주역에서는 나무가 자연의 섭리를 통해 인간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06-29

바람과 물길 따라, 청춘을 만난 하루

고산노인복지관(관장 박헌수)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노노케어, 도서관 봉사, 스쿨존 교통지원, 보육시설 봉사 등 5개 사업단에 참여하는 373명의 어르신들을 인솔해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청춘 나들이’를 성공리에 마쳤다. 6월 4일부터 19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는 경남 양산의 통도사와 울산 울주군의 대운산 치유의 숲을 무대로 했다. 매 여정마다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통도사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오랜 세월을 견뎌낸 적송들이 장관을 이루며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았다. 노송의 향기와 산속의 맑은 바람이 어우러져, 어르신들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듯 했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 고찰로,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불린다. 특히 통도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로, 대웅전에는 불상 대신 금강계단이 자리하며 부처님의 법신을 상징적으로 모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의 고요함과 신성함은 어르신들에게 평소와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점심은 따끈한 불고기 전골로 위로를 받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대운산 치유의 숲으로 향했다. 울산 온양읍에 위치한 이곳은 온 몸을 감싸는 편백 숲의 향기와 맑은 공기로 유명하다. 어르신들은 해설사의 안내로 아로마테라피 체험에 참여했다. 레몬그라스, 페퍼민트, 편백, 라벤더, 유칼립투스의 향기를 조합하여 직접 천연 아로마 오일을 만들어 보는 시간이었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향기가 마음을 달래고, 편백 숲 산책과 체조로 몸과 마음이 한껏 활기를 찾았다. 아로마테라피는 스트레스 해소와 불안 완화, 수면 개선,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르신들은 “맑은 공기와 향긋한 나무 냄새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런 체험을 하니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행사에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김기향, 정영화, 이성호, 김유나 복지사들이 한 분 한 분을 세심하게 챙겼다. 고산노인복지관은 매년 일자리 및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나들이를 마련하고 있다. 이번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청춘 나들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어르신들이 다시 한 번 청춘을 느끼고 서로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다. 바람과 물길이 이끄는 대로, 어르신들의 마음속에도 푸른 희망이 흘러가길 바란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6-29

대구시민 향토대학, 새 둥지서 새 출발

대구시민 향토대학(학장 변시우)이 창립 31주년을 맞아 대구 중구 명덕로타리 인근 대명빌딩 5층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새 출발을 알렸다. 1995년 출범한 향토대학은 그동안 지역 시민들의 평생학습과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이전은 지하철 1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명덕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며, 쾌적한 강의 환경까지 더해져 수강생들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 대구시민 향토대학은 수요 오전반, 수요 오후반, 목요 오후반 등 3개 반으로 운영되며, 반별 주 1회, 2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1교시는 인문학, 사회, 건강,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열리고, 2교시는 음악 시간으로 꾸며져 흘러간 가요부터 최신 유행가까지 함께 배우고 부르며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배움과 여가가 어우러진 이 프로그램은 특히 중·장년층 수강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창립 31주년을 기념한 개관식은 지난 6월 10일, 새 강의장에서 열렸다. 윤용희 원장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향토대학을 위해 함께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 드린다”며 “새로운 공간에서 더욱 활기찬 교육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용원 원장은 “변시우 학장의 열정과 뚝심이 오늘의 새 출발을 가능하게 했다”며 “향토대학의 더 큰 발전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행사에서는 방종현 교수와 전선재 교수가 하모니카 연주와 축가를 선사해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박재일(81세, 수성4가동) 씨는 “젊은 시절에는 생계를 위해 바쁘게 지내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향토대학 덕분에 요즘 책을 읽고 음악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수강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박재일(81· 수성4가동) 씨는 “젊었을 땐 늘 생계에 쫓겨 바쁘게 살았는데, 이제는 향토대학 덕분에 책도 읽고 음악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고 했다. 김홍열(82) 씨는 “매달 마지막 주에 떠나는 고적지 답사가 마치 수학여행처럼 기다려지며, 이번에 새로 마련된 강의실은 깔끔하고 편리해 마음에 쏙 든다” 고 전했다. 향토대학의 강사진은 전·현직 교수, 지역 문화 인사, 각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강의 주제는 인문학, 사회복지, 문학, 자연과학, 예술 등 폭넓게 다루고 있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분야까지 아우르며 수강생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재등록률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변시우 학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구시민 향토대학은 단순한 지식 습득의 장이 아닌,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1년간 시민들과 함께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켜왔다”며 “새롭게 마련된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변 학장은 “배움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배움터를 제공하며, 배움의 즐거움이 삶의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토대학이 지역사회의 평생학습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시민 향토대학은 수시로 수강생을 모집 중이며,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문의 : 010-3501-7027. /방종현 시민기자

2025-06-29

원동해 씨의 남가일몽(南柯一夢)

원동해씨는 국영기업체에서 정년을 마치고 은퇴했다. 퇴직하고 얼마간은 꿈같은 시간이었다. 늦잠을 즐길 수 있고 점심엔 무얼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부인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어느 날 복지관 휴게실에서 신문을 보는데 로또복권을 다루는 심층 기사가 실렸다. 돼지꿈을 꾸고 샀더니 당첨되었다느니 두꺼비 꿈이 좋다느니 조상 꿈이 좋다는 둥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다. 그렇잖아도 요즘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주 꿈에 나타나서 지난 주에 로또 복권을 한 장 사두었던 것이 생각나 확인도 할 겸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내 음성이다. “응 나요 책상에 지난주 사둔 복권이 있는데 찾아봐요.” 하니 잠시후 “찾았어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불러보세요.” 준비가 된 모양이다. “알았어 그럼 부를 테니 잘 봐요“ 하며 당첨 번호를 부르기 시작한다. “13.14.17.32.41.42” 단숨에 부르자 그렇게 빨리 부르면 어쩌냐며 천천히 부르란다. “알았어 천천히 부를게 13은 있어?”하자 있다고 한다.“ 다음 14. 17은 있어?” 하자 있다고 한다. 원동해 씨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32는 있어?” “예, 그것도 있어요.” 아니 그럼 이거 다 맞는 거 아냐? 원동해 씨의 가슴 뛰는 소리가 자기 귀로 들리는 듯하다. “임자 천천히 잘 봐요.”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마누라의 숨소리도 떨려온다. “사십일 일은?”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41 있어요 그것도 있어요.” 재확인까지 한다. 이제 하나 남은 숫자 42가 문제다. 이것마저 맞는다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42 있나 봐 봐 요.” “예 그것도 있어요.” 일순 머리가 하얘진다. “사사십 이 이가 확 확실해?” “예 42 맞아요.”원동해씨 목소리가 떨리다 못해 더듬기까지 한다. 이게 꿈이 아닐까 봐 허벅지를 꼬집어도 보았지만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닌 모양이다. 오,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옥황상제님, 일월성신님, 정녕 제게 이런 복을 주시는군요. 현직 때 눈 한번 딱 감으면 퇴직 후 편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그 유혹을 뿌리친 보상을 이렇게 해주시옵니까?. 정녕 제가 814만 분의 1의 행운을 잡았단 말입니까?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하며 속으로 되뇌어 본다. 신문에는 이번 회 차는 두 사람이 당첨되어 당첨금액이 무려 68억 원이라고 나와 있다. 원동해 씨의 다리가 후들거린다. 가진 게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던 박 영감도 발아래로 보인다. 원동해 씨의 귀에 탄성 소리인 듯 마누라의 소리가 들려 퍼뜩 정신이 돌아온다. “여보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요?” 마누라가 진정이 되지 않는 눈치다. “임자! 내가 바로 집에 갈 테니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복권 잘 가지고 있어요.”하자 “복권은 당신이 갖고 있잖아요” 한다. 아니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두 사람은 지금 신문에 난 복권 일등 번호를 서로 얘기하고 있었다. 부인은 남편이 복권 가지고 당첨 번호를 부르는 줄 알았고 남편은 집에 두고 온 복권을 부인이 보고 부르는 줄 알았다. 원동해 씨의 꿈이 남가일몽이 되는 순간이다. 잠깐 동안이지만 68억 원을 가져보았다. 그 짧은 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머리가 하얘져 혼란을 느꼈다. 일등 당첨이 아니란 걸 알고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홀가분함을 느낀다. 원동해 씨의 자조적인 넋두리가 이어진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내 이름을 가지고 ‘원통해’ 라고 놀렸는데 그때 이름을 ‘원일등’ 으로 바꿀 껄 헛! 헛! 헛! 웃음소리가 허공에 맴돈다.

2025-06-29

구미에 뜬 괴물 오리! 웃음꽃 핀 가족 여행기

지난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날 휴일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투표를 마치고 점심 식사 후, 구미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동물을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먼저 찾은 곳은 동물원 ‘쥬쥬동산’이다. 이후 엄마가 가고 싶어 하시던 금오산 올레길을 둘러보기로 했다. 쥬쥬동산은 양, 염소, 말, 기니피그, 토끼, 사막여우, 원숭이, 앵무새, 호랑이, 사자 등 다양한 동물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먹이를 직접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우리에는 들어가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다. 몇몇 동물은 우리 밖에 풀어 놓아 사람과 동물 사이의 장벽 없이 교감할 수 있다. 특히 사자와 호랑이는 철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앞에서 으르렁거리는 큰 소리와 함께 볼 수 있어 짜릿한 긴장감을 준다. 쥬쥬동산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도 덩달아 어린아이처럼 동물들과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물원 안에서 판매하는 당근을 사서 토끼, 기니피그, 염소, 말에게 먹이다가 손끝을 살짝 물리기도 하고,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너무 빨리 낚아채는 바람에 손이 꼬집히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꼬리깃을 펼쳐 달라고 애원하듯 부탁하는 우리가 포기하고 돌아서자 아름다운 꼬리깃을 펼쳐 보여주는 얄미운 공작새도 만났다. 특히 강아지 우리에 들어가 안아보고 쓰다듬으며 보낸 시간은 우리에게 가장 많은 웃음을 준 순간이었다. 동물들과의 교감을 마친 우리는 금오산으로 향했다. 금오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서 풍경을 즐기거나 금오랜드, 맛집 등을 들를 수 있지만, 이날은 자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입구부터 초록빛 나무들이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도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흙길의 촉감이 발끝으로 전해졌다. 길 옆에는 금오저수지가 펼쳐져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기분을 만끽했다. 저수지에서는 금붕어와 거북이, 오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오리배가 눈에 들어왔다. 시민기자의 제안으로 오리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무릎이 불편한 엄마는 뒷자리에 동생과 시민기자가 앞자리에 앉아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오리들에게 가까이 가보려 했지만, 오리배가 다가갈수록 오리들은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오리 분장까지 하고 찾아가는데 왜 피하지?”라는 농담에 “괴물 오리가 가니까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지.”라는 엄마의 익살스러운 말이 더해져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약 30분 동안 오리배를 타고 나와 다시 올레길을 걸었다.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끼며 걷던 중, 엄마는 뽕나무에 열린 오디와 ‘뱀딸기’라고 불리는 야생 딸기를 보며 어린 시절 친구들과 따먹던 추억을 들려주었다. 엄마의 어린 시절을 따라 함께 걷다가 노란 금계국이 물결치듯 피어 있는 곳에 멈춰섰다. 황금물결에 우리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몇 장 남겼다. 짧지만 알찼던 하루.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특별한 계획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예상치 못한 순간마다 웃음과 추억이 쌓였다. 투표로 의미 있게 시작된 하루가 사랑하는 가족과 잊지 못할 여행으로 마무리되었다. 누구에게나 가족과 함께하는 이런 당일치기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가까운 곳에서 여유와 자연, 따뜻한 마음을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26

경주 무열왕릉 가보셨나요?

경상북도 경주시 서악동 842번지. 1964년 1월 21일 사적으로 지정된 태종무열왕릉이다. 이제 언제 그랬었나 싶을 만큼 옅어진 코로나 시절, 아이와 꽤 자주 들렀었다. 경주 시내 어느 유적지보다 관광객은 적지만 어린아이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곳이어서다. 걷다 다리가 아플 때면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며 마스크를 내리고 마음껏 맑은 공기를 마셨다. 그렇게 2년 정도 아이와 내게 마스크 없이도 괜찮은 안전지대가 되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만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새를 만나는 것도 아이는 참 좋아했다. 오늘도 최소 대여섯 종류의 새 울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입구에 들어서자 여느 때처럼 거대한 몸으로 주인을 지키고 있는듯한 거대 거북이가 눈에 들어온다. 국보 제 25호인 태종무열왕비다. 이 비석의 이수 전면에 ‘태종무열대왕지비’라 돋을새김 되어 있어 무열왕의 능임을 알 수 있었다. 능의 외형은 밑지름 36.3m, 높이는 8.7m다. 통일신라시대 비석 중엔 당나라의 영향을 받아 거북 모양 귀부에 머릿돌은 용의 모습이 새겨진 모습이 많은데 태종무열왕릉비가 최초라고 한다. 여섯 마리의 용이 뒤엉켜 여의주를 받들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매우 입체적이다. 무열왕이 승하한 후 건립되었으며 둘째 아들인 김인문이 비문을 적었다. 참고로 무열왕릉 도로 건너편에는 김인문의 묘가 있다. 입구 왼쪽엔 문화 관광해설사의 집과 관련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영상관이 있다. 더위가 심할 땐 잠시 들러 땀을 식히며 영상을 관람하기 좋다. 들어서서 능 오른쪽엔 곧게 이어진 소나무 산책길이 있다. 가끔 바람이 불 때마다 옅게 희석된 송진 냄새가 풍겨왔다. 냄새는 추억을 불러온다. 잠시 잠깐 풍겨온 향은 고향 마을 입구에 있던 마을 숲, 그리고 함께 놀던 친구들이 떠오르게 했다. 초록 풀 사이로는 하얀 나비 몇 마리가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다. 얼마 되지 않아 줄무늬가 선명한 호랑나비 한 마리가 등장했다. 지난 주말 비가 내려서인지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잔디는 푸르다. 눈은 하늘로 귀는 새들에게 기울이며 천천히 걸어갔다. 바깥세상의 시끄러움은 들리지 않는다. 중반쯤 다다랐을까. 낯선 외형의 새 한 마리가 등장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바삐 날아 가버린 탓에 뒤를 쫓았다. 20~30cm 정도 길이에 푸른 회색 등, 하얀 배를 가진 새는 함께 하는 친구가 제법 되는 듯 했다. 결국 카메라에 새의 모습을 담지는 못했으나 새로운 종을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좀 더 천천히 이곳을 즐기고 싶었으나 주말이 아닌지라 돌아오는 길은 서둘러야 했다. 평소 같으면 산책을 마친 후 입구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이나 바나나 우유 같은 달콤한 간식을 즐겼겠지만 이 역시 다음을 기약했다. 시원한 계절엔 터미널에서 걸어오기도 좋을 거리다. 주말엔 비교적 관람객들이 많다 보니 조용한 산책 속 명상의 시간을 원한다면 평일 오전을 추천한다. 관람시간은 연중무휴이며 하절기(3~10월)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동절기(11~2월)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26

호국보훈의 달 6월 “FREEDOM IS NOT FREE”

잊히기 전에 기록하고,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전해야 할 이야기. 생존해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찾아다니며 ‘자유’를 위해 목숨 걸었던 그들의 자부심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프로젝트 솔져 사진작가 라미(현효제). 그는 사라져가는 증언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FREEDOM IS NOT FREE’라는 이름으로 특별전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SJ쿤스트할레. 이곳에서 ‘프로젝트 솔져: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찾아서 특별전 6·25전쟁 75주년 회고전’이 지난 6월 6일 현충일에 개막하여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까지 이어졌다. 전쟁 75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는 작가가 12년간 대한민국 군인 외 22개국에 흩어진 한국전쟁 참전용사 2500여 명을 직접 찾아다니며 담아낸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자유의 가치를 기록하는 ‘project soldier‘는 단순 사진 기록이 아닌 총성과 침묵 사이 전쟁의 한가운데 살았던 사람들의 물건들로 전시 공간을 채운다. 입장료 1만원은 참전용사를 찾아가는 여정에 쓰인다며 ’프로젝트 솔져 여정에 함께 해주셔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티켓을 받고 보니 전시 관람만으로도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에 동참하는 기분이 든다. 사진전 관람은 3층에서 시작되어 계단을 이용해 2층, 1층으로 이어지는 동선이다. 3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캄캄한 어둠 속 포탄소리와 포화 속 다급한 비명소리가 관람객을 맞는다, 순간 놀라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전시실 안쪽으로 향한다. 전시를 보기 전 전쟁의 공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하게 하려는 의도란다. 그들이 느꼈을 공포에는 비할 수 없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자유’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권리다. 이 당연함을 한국전쟁 참전용사 세대는 권리가 아닌 의무로 감당해 낸다. 신분제 사회에서 상층민은 권리만, 하층민은 의무만 가졌던 것처럼 그 의무가 권리가 되기까지 75년 전의 전쟁은 지금도 그들에겐 살아있는 역사요 직접적인 증언이다. 작가가 찾아다닌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한국전쟁에 참전해 자유를 위해 목숨 걸었던 많은 미군의 나이가 16~18세였단다. 학도병의 나이가 또한 그랬듯 아직은 어렸던 그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이 전시를 통해 ‘잊힌 승리’라 불리는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살린다. 작가는 말한다. “사진은 보이는 순간을 담지만, 그 속에는 사람의 내면과 시간, 고요한 진심까지 함께 담깁니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솔져는 그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자유의 무게와 그 자유를 ‘의무’로 살아낸 세대의 가치를 사진과 영상의 언어로 기록하고 이 모든 의미가 사라지기 전에 다음 세대에 전달하려 합니다” 어린 나이에 인권을 챙길 겨를도 없이 나라 위해 학도병으로 참전한 이들 중에는 후손을 남기지 못한 이도 많다. 그러나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어렵게 세워진 추모비마저 방치되는 실정이다. 그나마 생존자도 보훈의 달 각종 행사에 ‘초청’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동원’이 되는 것을 볼 때 가슴이 아리다. 이들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잊히고 있는 것이다. 현충일 아침 10시 정각, 사이렌 소리가 울릴 때 그 소리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한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26

내당노인복지관, 효잔치 “당신을 위한 선물 같은 하루” 성황리 개최

내당노인복지관(관장 최진이)은 지난 6월 24일 복지관 앞마당에서 ‘당신을 위한 선물 같은 하루’를 주제로 2025년 효(孝)잔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역사회 어르신들의 존엄성과 가치를 되새기고,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전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내당노인복지관 회원 약 3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며, 류한국 서구청장, 김상훈 국회의원, 정영수 서구의회 의장 등 지역 주요 인사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내당노인복지관 난타 동아리의 식전공연으로 활기차게 시작되었으며, 이어 풍성한 경품 추첨과 감동적인 효(孝)사랑 공연, 선물꾸러미 전달 등이 진행되어 어르신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효의 가락’ 전통 국악공연(민속악연주단 선풍)과 ‘효의 선율’ 바이올린·클라리넷 연주(조지혜나·하에스더)는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했으며, 더불어 2층 식당에서는 특별 점심식사가 제공되어 어르신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최진이 내당노인복지관장은 “이번 자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어르신 한 분 한 분께 드리는 마음의 선물이자 감사의 표현입니다. 오늘 하루가 ‘선물 같은 하루’가 되셨길 바라며, 앞으로도 어르신이 삶의 주인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문화와 정성으로 함께 하겠습니다”고 전했다. 류한국 서구청장도 “늘 변함없이 지역을 지켜주신 어르신들께 감사드리며, 오늘 하루만큼은 마음껏 웃고 즐기시길 바란다. 서구청도 어르신이 존중받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지역사회 협력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지원 속에 이뤄졌으며, 어르신들에게 감사와 사랑이 가득 담긴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는 뜻깊은 시간으로 마무리되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6-25

봉화 석문동-참새골에서 휴식과 체험을

이번 여름도 불볕더위가 예상된다. 장마전선이 오르내림에 따라 장대비가 내렸다가 뙤약볕이 났다가를 반복하는 날씨라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곡과 그늘진 숲 속이 생각난다. 장마가 시작되고 무더위가 본격화되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지치기 십상이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숨은 듯 호젓한 계곡에서 청아한 물소리 듣고, 솔바람 맞는 봉화군 석문동 참새골로 가보는 건 어떨까? 백두대간 줄기로 태백산과 구룡산 자락이 흘러내리고, 맑고 깨끗한 절경으로부터 감동의 깊이가 고스란히 전해오는 석문 참새골. 봉화 5대 계곡 중 한 곳으로 구룡산(1345m) 태백산(1566m) 각화산(1202m)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의 최상류에 있으며, 계곡은 맑고 깨끗하고, 팔베개 하고 누워있고 싶은 반석, 푸른 춘양목 숲을 지나가는 깨끗한 바람이 있는 곳이 바로 참새골이다. 이곳 지명은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 석문동이며 우측 계곡은 석문동 계곡이라 부르고, 좌측 계곡은 참새골 계곡이라 칭한다. 석문동이란 마을로 들어서는 양쪽에 큰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데,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두 바위가 석문 역할을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골이 깊고 수량이 풍부하며 춘양목이 우거진 석문동은 ‘정감록’의 십승지이자 천연 요새로 전쟁 때는 피난처로 역할을 했다. 푸르른 산골에 물길이 어우러진 곳, 오염원이 전혀 없는 이곳에 봉화군 석문오토캠핑장이 있으며 석문동 마을이 이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숨겨진 듯 자리 잡은 석문오토캠핑장은 계곡 최상류에 있고,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봉화의 모든 계곡이 그렇듯 산천이 수려하고 맑은 계곡물과 고요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이른바 천혜의 쉼터다. 참새골 계곡이 시작해 5km 계곡이 이어진 숲속 길은 수만 년을 두고 다듬어진 바위와 물길이 어울려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드라이브하기도 안성맞춤이다. 초록색 잎이 만연한 여름에 접어들 때면 이곳에서 물놀이와 함께 산골 정취를 느껴보면 어떨까 싶다. 애당2리 부녀회가 운영하는 숙박형 토속체험관은 현대식 건물로 체험관과 숙박 시설이 있으며, 넓은 마당과 계곡을 끼고 있어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 토속체험관에서는 꽃 그림 그리기, 추억의 도시락 만들기, 한방방향제 만들기 등이 가능하다. 하늘을 찌르듯 곧게 자란 춘양목이 울울창창 하늘을 가리고, 짙푸른 계곡 길섶으로 물소리와 바람 소리 들리는 이곳. 번잡함을 벗어나 차분하고 여유 있는 여름을 즐기는 이들에게 봉화 석문 참새골 계곡을 권한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24

보현산 휴양림에서 비멍을 즐기다

주말에 휴양림에 숙박하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신청하니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우린 금, 토요일 성수기가 아닌 일요일에 입실해서 월요일에 퇴실하니 방이 있었다. 다들 월요일 휴가를 내야 했다. 포항에서 멀지 않은 영천에 자리한 보현산 자연휴양림으로 일요일 오후에 출발했다. 오후 3시부터 입실이라 딱 맞춰 도착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방은 14호실, 건물 한 동씩 떨어져 있고 건물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어 편했다.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였고 비가 예보된 터라 습도 가득한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였다. 숙소에 들어가니 그 자체로 시원했다. 거실 전면에 창이라 뷰 맛집이다. 맞은편 산이 온통 초록이라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들 짐도 풀기 전에 마음부터 내려놓았다. 보현산 자연휴양림은 도시와 뚝 떨어진 곳이라 번잡함을 벗어나 천혜의 자연림 내에서 산책하며 휴식‧휴양을 하고, 목재문화체험장에서 체험을 동시 즐길 수 있는 영천의 대표 휴양림이다. 다양한 시설이 있어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목재체험장과 우주광장, 어린이 놀이터, 다목적구장, 바비큐장, 야영데크, 출렁다리, 하늘광장까지 돌아볼 곳이 다양했다. 저녁은 가까운 곳에 능이오리백숙 집으로 달려갔다. 돌아오면서 보현댐 출렁다리 야경을 보려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차를 마셨다. 흐린 날씨지만 호수 뒤의 병풍처럼 산이 겹겹이 엎드려 있어 그 풍경도 일품이었다. 어스름이 내릴수록 먼 산의 빛깔이 푸르러졌다. 출렁다리에 하나둘 불이 켜졌다.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는 또 경치에 빠져들었다. 깜깜해져 호숫가에 달과 별 조형물의 빛이 더 환해졌다. 아이처럼 우리도 인증샷을 찍었다. 숙소에 돌아와 파자마 파티를 열었다. 스무살에 만나 3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라 아무 이야기 없이도 편한 사이다. 거실에 퍼질러져 누군 누워서 누군 기대서 산속의 밤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밤 벌레 날개 비비는 소리가 어둠을 채웠다. 출발하면서 가져간 보드게임을 꺼냈다. 컬링게임, 카드게임을 하며 맘껏 웃었다. 하도 웃었더니 저녁밥이 다 소화되어 허기가 밀려왔다. 영덕에서부터 온 언니는 쑥떡을 싸 들고 왔다. 쑥향 가득한 가래떡을 콩고물에 굴려 가며 먹었다. 오징어도 씹으며 추억도 함께 질겅거렸다.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방이 두 개여서 각자 침대로,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산속이라 보일러 약하게 틀었더니 노곤해져 금방 아침이 오도록 깨지 않고 편한 잠을 잤다. 먼저 잠 깬 언니의 탄성에 눈을 떴다. 물안개가 산을 기어오른다. 거실 앞에 고양이 한 마리 엎드려 우리를 구경한다. 궁디팡팡이라도 해달라는 듯 아련한 눈빛이다. 가볍게 샌드위치 만들어 먹고 우린 산책에 나섰다. 신선한 산 공기 마시며 휴양림 곳곳을 누볐다. 휴양관 바로 옆 소나무가 가득한 곳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동네가 오밀조밀, 골짜기마다 여름이 한창이었다. 솔바람이 골짜기를 타고 불어와 더없이 시원했다. 비가 곧 쏟아질 거 같아 얼른 숙소로 돌아왔다. 비가 쏟아졌다. 앞산이 보이지 않았다. 비가 잦아들면 앞산이 보이며 시루에 김이 나듯 안개가 걷혔다. 또 비가 쏟아지다 그치길 반복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비멍을 때리며 커피를 마셨다. 다들 월요일 아침을 이렇게 한가하게 보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며 입을 모았다. 며칠 더 묵고 싶다고. 휴양림은 2박이 최대이지만 말이다. 주변에는 영천보현산천문대, 보현산웰빙숲, 천수누림길, 보현산약초식물원, 짚와이어 시설이 있어 산림휴양과 관광, 레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선착순 방식으로 예약하니 7월 8월은 성수기이니 서둘러야 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24

일상에서 실천하는 슬기로운 재난 대비

장마가 시작되고 30도가 넘는 날이 이어진다. 덕분에 안전 안내 문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집중호우로 인한 야외 활동이나 취약 지역 등의 위험 징후가 있을 시는 대피하라는 안내 문자다. 지난 5월 스위스의 알프스 빙하 붕괴로 인한 산사태에서 한 마을이 거의 사라진 것처럼 재난이 영화 속이 아닌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여름철의 집중호우와 폭염은 우리가 겪는 일상이 되었다. 이런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들려오는 소식은 재산 피해와 안타까운 인명 피해의 모습이다. 지난 3월 경북 지역의 산불 현장도 그랬다. 10명이 훌쩍 넘은 인명 피해를 낸 대형산불은 시설 피해만 1조 원이 넘게 집게 되었다. 이제는 여름철을 맞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은 올해도 국지성 호우와 고온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자연 재난에 대한 피해액도 당연한 듯 늘어나고 있어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일상에서의 슬기로운 재난 대비가 중요해지고 있다.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마가 아닌 시기에도 집중적으로 내리는 강한 비다. 이럴 때는 기상정보를 실시간 확인하고 위험지역에서 신속한 대피가 우선이다. 지난 경북 산불에서 주민들은 대피 장소를 찾아 우왕좌왕하며 또다시 피난처를 찾아야 했다. 그 사이 인명 피해도 일어났다. 비상 대피로를 평소에도 숙지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집이나 직장 근처의 지정 대피소의 위치를 사전에 알아두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빠른 재난 문자만큼 대피소 찾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 동네나 아파트의 재난 대피소를 평소에도 잘 알아두어야 하는 이유다. 대게는 지자체 지정 대피소인 학교나 마을 회관 등이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물막이판을 설치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주변의 가족이나 이웃에게 알리고 119 또는 110으로 신고한다. 집중호우가 지난 후에는 세균, 곰팡이 번식 우려가 높아 주변 청소와 방역을 철저히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의 정신 건강도 살핀다. 시민으로서의 자세도 중요하다. 혼자보다 공동체 중심의 대응이 더 강력하다. SNS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재난 대응 훈련이 있다면 참여해 실전 감각을 키운다. 폭염도 마찬가지다. 6월이 되자마자 폭염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들리고 있다. 올해도 폭염은 더 잦고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경북 지역도 지난해 폭염일수가 34일 가까이 됐다. 폭염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질환은 열사병이다. 일본에서는 때 이른 폭염으로 열사병이 속출하는 가운데 벌써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더운 시간대(낮 12시~오후 5시)에는 야외 작업이나 외출을 금지하고 열사병이 발생하면 물, 바람과 그늘, 휴식, 보냉 장구와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예상하지 못한 재난은 언제든지 우리 곁에 다가온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재난이 계속된다는 상황을 염두해 두고 철저한 사전 대비와 기상정보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또 재난이 발생하면 지자체는 물론 주민들이 일상에서 각 개인의 대비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재난을 슬기롭게 대비하는 첫걸음이 되리라 본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6-24

대경하모니카 아카데미, 하모니카 연주회 성료

(사)대경하모니카 아카데미(대표 이영자)는 지난 6월 21일 경산박물관 대강당에서 ‘이영자와 함께하는 하모니카 연주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연주회에는 이영자 대표가 출강 중인 △대구광역시노인종합복지관 △경산시 여성회관 △영천시 금호읍 행정복지센터 △롯데문화센터 율하점 등지에서 활동하는 하모니카 연주자 300여 명이 참가해 한 학기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무대에서 선보였다. 이영자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어느덧 계절은 여름의 문턱, 6월에 들어섰습니다. 푸르른 자연과 시원한 바람이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이 좋은 날, 하모니카를 통해 여러분과 인연을 맺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동안 준비한 연주를 마음껏 펼치시고,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시길 바랍니다”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더워지는 날씨 속에서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유월 되시길 기원합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단법인 대경하모니카 아카데미의 이영자 대표는 ‘사문진 피아노 100대 콘서트’에서 100인의 하모니카 연주단을 지휘하며 큰 호응을 얻었으며, 경산 단오제 행사에도 고정 초청을 받는 등 지역 하모니카 문화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그녀를 ‘하모니카 대모’로 부르며 두터운 신뢰와 존경을 보내고 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