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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BS 일요 시네마] ‘OK목장의 결투’ 12일 오후 1시 30분

EBS ‘일요 시네마’가 12일 오후 1시 30분 서부극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고전 ‘OK목장의 결투’를 방송한다. 존 스터지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실존 인물 와이어트 어프와 닥 홀리데이의 전설적인 결투를 중심으로, 서부개척시대의 낭만과 비극을 함께 담아낸 수작(秀作)이다. 영화는 폐병에 걸린 도박사 닥 존 홀리데이와 도지 시티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던 두 사람은 점차 공통된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한편 무법자 클랜턴 일당이 툼스톤의 질서를 위협하자, 와이어트는 동생을 돕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고, 닥 역시 그의 곁에 선다. 두 남자는 결국 운명적인 ‘OK목장’ 결투를 향해 나아간다. 이 작품은 단순한 총격 액션을 넘어 서부시대가 지닌 독특한 윤리와 정서를 조명한다. 법보다 총이 앞섰던 시대, 그러나 그 속에서도 정정당당한 결투와 의리, 가족과 사랑을 위한 희생 같은 가치가 살아 숨 쉰다. 죽음을 각오하고 친구 곁에 서는 우정,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결단은 오늘날에도 강한 울림을 남긴다. 이러한 요소들은 무법천지의 시대를 낭만적으로 회상하게 만드는 서부극 특유의 정서를 형성한다. 실제와 흡사하게 재현된 OK목장 세트와 당시 서부의 분위기를 살린 미장센은 작품의 현실감을 높인다. 과장되지 않은 연출 속에서 오히려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BS ‘세계의 명화’가 오는 11일 밤, 11시 05분 셰익스피어 비극의 정수를 담은 햄릿(1부)을 방송한다.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원작의 대사를 단 한 줄도 생략하지 않은 완전판으로, 고전의 깊이를 스크린에 옮긴 대작. 영화는 덴마크 왕자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 이후 겪는 혼란에서 출발한다. 왕위를 차지한 삼촌 클로디어스를 둘러싼 의혹, 그리고 유령으로 나타난 아버지가 전하는 살해의 진실은 햄릿을 복수와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그는 광기(狂氣)를 가장하고 연극을 통해 왕의 반응을 시험하며 진실에 다가간다. 작품은 복수극의 틀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사느냐 죽느냐’라는 질문은 삶과 죽음, 선택과 책임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상징한다. 정의를 알고도 행동하지 못하는 심리, 권력과 부패, 가족 간 배신이 빚어내는 비극성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주제다. 약 4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밀도를 충실히 살려낸다. 19세기 유럽 궁정을 재현한 화려한 집기와 의상, 대규모 세트는 시각적 장엄함을 더한다. 또한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 로빈 윌리엄스 등 배우들의 열연은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브래너 감독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 강점을 보여온 인물로, 이번 작품에서 연출과 연기를 겸하며 고전의 생명력을 극대화했다. 이번 상영은 문학과 영화가 결합한 고전 비극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인류는 불과 몇 세대 만에 숲과 들판을 떠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 속으로 터전을 옮겼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며, 유엔(UN)은 2070년 이 비율이 70%에 달할 것이라 예측한다. 바야흐로 ‘호모 우르바누스(도시형 인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건설한 도시들은 폭염, 홍수, 전염병, 환경오염, 에너지 고갈 등 기후 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있다. 왜 현재의 도시는 기후 위기 앞에서 이토록 취약한 것일까? 세계적인 식물신경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는 신간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김영사)에서 충격적인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는 도시의 위기가 동물의 신체 구조를 모방한 설계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며, 식물의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를 도시 설계에 도입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전통적 도시는 중앙집권적 통제 시스템(뇌=도심, 심장=산업지구, 폐=주거지구)과 선형적 자원 소비 구조로 인해 취약하다. 교통·전력망 등 기반 시설에 장애가 발생하면 도시 전체가 마비되며,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폐기물 축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한다. 역사적으로 로마 시대 도시 하나가 생존을 위해 이탈리아 반도의 절반 면적을 착취했던 것처럼, 현대 도시는 더욱 광범위한 지역을 잠식하며 확장돼 왔다. 반면 식물은 모든 기능을 전신에 분산한 모듈형 구조로 진화했다. 일부가 훼손되어도 생존하며, 에너지와 자원을 순환시켜 낭비를 최소화한다. 만쿠소는 “식물의 분산형 네트워크만이 기후 재앙과 불확실성에 대응할 유일한 해법”이라 강조한다. 이 책은 이론적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아스팔트 도로 일부를 나무와 식물로 대체해 생태 기반을 마련한다. 산업·주거·여가 시설을 한 지역에 집약해 이동 거리를 단축하고 에너지 사용을 절감한다. 기계적 냉난방 대신 나무의 증발산과 탄소 흡수 기능을 도시 설계에 통합한다. 브라질 쿠리치바의 보행자 전용 도로 ‘후아 다스 플로레스’는 이러한 접근법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차량 진입을 차단하고 숲길을 조성해 열섬 현상과 대기 오염을 동시에 해결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만쿠소는 “기후 위기로 거주 가능 지역이 북상하는 상황에서, 신규 도시들은 처음부터 식물 구조를 모방해야 하며, 기존 도시들도 단계적 개조를 통해 ‘피토폴리스(Phytopolis)’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스테파노 만쿠소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식물생리학자로, 식물의 신호 전달 메커니즘과 생태적 적응력을 연구해왔다. 베스트셀러 ‘식물, 지능의 발견’ 등을 통해 과학적 통찰을 대중에게 전파했으며, 현재 피렌체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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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대표 작가 한흑구, 낭송으로 되살아나다

포항을 대표하는 작가 한흑구의 문학 세계를 낭송으로 되새기는 특별한 무대가 마련된다. 경북포항시낭송협회(대표 권양우)는 오는 15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시낭송 콘서트 ‘한흑구 문학을 잇다’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1948년 포항에 정착해 사색과 문학의 삶을 이어간 한흑구(1909~1979)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흑구는 일제강점기의 현실을 겪으며 인간과 자연, 삶의 본질을 성찰한 수필가로, 특히 영문 수필을 통해 한국인의 정신과 정서를 세계에 알린 작가로 평가된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나라 잃은 시대의 비애와 타향에서의 고독을 작품에 담았으며, 광복 이후 포항에 정착한 뒤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문학으로 형상화했다. 공연은 ‘한흑구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글’로 문을 연다. 그의 삶을 기리는 이 편지글을 중심으로 한흑구의 문학 여정을 따라가는 서사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어 ‘밤 전차 안에서’, ‘고국’, ‘내 집’, ‘목마른 무덤’, ‘유언’, ‘님은 나의 산 시’, ‘밤의 사막’, ‘삶의 철학’, ‘자연·인생’, ‘나의 깃’ 등 시 10편과 ‘보리’, ‘나무’ 등 수필 2편이 낭송된다. 무대 뒤편에는 한흑구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을 담은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작품과 삶을 입체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한흑구가 유학 시절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던 죽마고우 작곡가 안익태와의 추억을 주제로, 바흐 ‘첼로 모음곡 1번 사장조 프렐류드’와 슈만 ‘트로이메라이(꿈)’ 첼로 연주가 더해져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선사한다. 특히 한흑구의 수필 ‘인생산문’에는 안익태가 첼로 독주회에서 슈만 ‘트로이메라이(꿈)’를 연주하자 청중 대부분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는 일화가 전해져 이번 무대의 감동을 더욱 깊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사진작가 김주영이 총연출과 영상 제작을 맡아 문학적 서사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는 데 힘을 보탰다. 권양우 대표는 “이번 공연은 한흑구 선생의 문학을 단순히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고 이어가는 자리”라며 “포항 시민과 문학 애호가들이 함께 공감하고 기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콘서트는 지역 문학을 낭송이라는 공연예술로 풀어내며, 한흑구가 남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유를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호흡하게 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9

잿더미 위에 다시 돋는 초록···재난 이후, 예술은 무엇을 말하는가

검게 그을린 숲 사이, 새순이 고개를 든다. 불이 지나간 자리 위로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기척. 그 풍경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은 질문을 던진다. “재난 이후,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이 오는 10일부터 6월 28일까지 특별기획전 ‘불의 씨앗’을 연다. 이번 전시는 2025년 경북 의성군을 비롯한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 이후 1년, 재난의 기억을 예술의 언어로 기록하고 성찰하려는 시도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20명은 지난 1년 동안 산불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잿더미로 변한 산과 앙상하게 타버린 나무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마주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그렇게 축적된 신작 70여 점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작품들은 단순한 복구나 치유의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재난이 남긴 흔적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타버린 풍경 속에서도 발견되는 생명의 흔적,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의 잔여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이는 보도나 통계로는 포착되지 않는 재난의 이면을 드러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기록’의 성격 또한 강하다. 작가들은 주민 인터뷰와 현장 리서치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개인의 감각을 넘어 사회적 기억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전시 도록 역시 단순한 작품집이 아닌, 재난의 과정을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 공적 기록물로 제작된다.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은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작가들이 재난의 흔적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냈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회복’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의 맥락도 의미를 더한다. 시안미술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사라질 뻔한 장소가 예술을 통해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재난 이후의 회복과 재생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더욱 크다. 관람객들은 제1·2·3전시실 전관을 아우르는 구성 속에서 재난의 흔적을 따라 이동하며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9

수요일마다 3000원? 포항 독립영화관 할인 이유 보니···

포항문화재단이 독립영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상시 할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기존 월 1회에 그쳤던 ‘문화가 있는 날’ 혜택을 주 1회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지난 4월 1일부터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매주 수요일 영화 관람료를 할인하는 ‘수요 있는 영화 생활’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정부의 ‘문화가 있는 날’ 정책 확대 기조에 맞춰 기획됐다. 기존에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한해 할인 혜택이 적용됐지만, 이를 매주 수요일로 넓히면서 시민들이 보다 일상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인디플러스 포항에서는 매주 수요일 상영작 관람료를 기존 3500원에서 3000원으로 낮춰 운영한다. 할인 폭은 크지 않지만, 상시 적용이라는 점에서 체감도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관람료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독립영화 관객 저변 확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공공 상영관이 가격 정책을 통해 관람 문턱을 낮추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인디플러스 포항은 그동안 상업영화 중심의 극장 환경에서 접하기 어려운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해온 공간으로, 지역 내 문화 다양성 확보에 일정 역할을 해왔다. 이번 프로그램이 관객 유입으로 이어질 경우, 상영 생태계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상모 대표이사는 “'수요 있는 영화 생활'을 통해 시민들이 보다 친근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상영시간표 등 자세한 정보는 포항문화포털(www.phcf.or.kr) 및 인디플러스 포항 공식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indieplus_pohang), 또는 포항문화재단 공간디자인팀(054-289-794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8

깊이 있는 해석, 김다솔 피아노 리사이틀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리사이틀이 오는 4월 21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시리즈 ‘더 마스터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김다솔은 일본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으며, 통영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준우승과 오케스트라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에피날 국제 피아노 콩쿠르, YCA 국제 오디션 등 주요 무대에서 성과를 이어왔다. 1989년 부산 출생으로, 16세에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입학해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게자 안다 국제콩쿠르 등에서도 입상하며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지휘자 미하엘 잰덜링과의 독일 투어를 통해 주목받았다. 또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제 음악아카데미에 발탁돼 잘츠부르크 문화기금재단의 장학금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연주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의 ‘환상곡 다단조 K.475’와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나단조 Op.1’, 이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B♭장조 K.570’을 연주한다. 특히 ‘환상곡 다단조 K.475’는 자유로운 형식과 극적인 전개, 감정적 실험과 형식적 대담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내면적 깊이를 엿볼 수 있는 곡으로 평가된다. 낭만주의적 성향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그의 환상곡 가운데서도 독창성과 구축성이 뛰어난 것으로 꼽힌다. 휴식 이후 2부에서는 쇼팽의 ‘4개의 스케르초’ 전곡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제2번 내림나단조(Op.31)는 서정적인 선율과 극적인 대비로 가장 널리 사랑받는 곡으로 꼽히며, 제3번 올림다단조(Op.39)는 장중한 구조와 강렬한 에너지로 쇼팽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김다솔의 깊이 있는 해석과 안정된 연주를 통해 피아노 음악의 폭넓은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8

이순(耳順)의 화음으로 세상을 맑게 채색하다

70~100여 명이 함께 협업하는 오케스트라 음향은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 중 하나로 평가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했는데 이는 수십 명의 연주자가 한 호흡으로 움직이며 완성하는 유기체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이다. 대구에도 6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있다.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던 1950년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구현악회’로 출발한 지역 음악인들의 열정은 62년 전 교향악단 창단의 밑거름이 됐다. 80대 이상 고령 팬들 중엔 1964년 창단연주회 때 KBS 방송국 공개홀에서 울려 퍼진 베토벤 ‘교향곡 1번’의 감미로운 서주(序奏)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창단 이후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균형 잡힌 레퍼토리와 새로운 기획을 바탕으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며 국내 클래식 음악의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 정기연주회와 기획연주회, 시민행복콘서트, 찾아가는 음악회 등 활동을 통해 지역민과 꾸준히 호흡해 왔다. □‘슈박스형 공연장’ 전국 주목 대구시향의 활동 무대 대구콘서트하우스는 1975년 ‘대구시민회관’으로 출발해 반세기 가까이 지역 공연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창단 초기 대구시립교향악단은 변변한 연습실조차 없어 시민운동장 인근 지하실과 달성공원 주변 건물을 전전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시민회관 개관 이후 전용 연습실이 마련되면서 비로소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됐다. 시간이 흐르며 건물 노후화와 음향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공연 환경 개선 요구가 이어졌고, 한동안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주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이뤄졌고, 같은 해 ‘대구콘서트하우스’로 재개관했다. 리뉴얼 이후 그랜드홀은 1284석 규모 전통적인 슈박스형 구조(shoebox hall)를 갖춘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직사각형 구조를 통해 측면 반사음을 극대화하고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좁혀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풍부한 울림과 긴 잔향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을 구현하며 지역 음악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의 한 음악 동호인은 “음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1층 중앙 블록이나 2층 정중앙이 가장 좋은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좌석”이라고 귀띔했다. □ 백진현 지휘자와 80여명 단원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상임지휘자 백진현을 중심으로 박혜산(부지휘자), 김혜진(부악장) 외 79명의 단원이 한 팀을 구성하고 있다. 편성은 제1·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현악 파트가 핵심을 이룬다. 현악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뼈대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48명으로 구성된 대구시향의 현악 파트는 전국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이 위에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 등 목관악기가 더해져 맑고 섬세한 음색으로 감정의 결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금관악기인 트럼펫·호른·트롬본·튜바는 강렬하고 웅장한 울림으로 긴장과 장중함을 더하며, 곡의 클라이맥스를 이끈다. □환갑의 성숙한 화음으로 보답 1964년 첫걸음을 뗐던 대구시향이 얼마 전 환갑을 맞았다. 인생의 한 바퀴를 돌아온 여정처럼 시향의 선율도 깊이와 중량감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향의 목관의 음향과 균형 잡힌 금관의 울림이 더해지며 전체 사운드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근현대 작품과 지역 창작음악을 선보이며,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아우르는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환갑을 맞은 오케스트라는 완결이 아니라 더 깊은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선”이라며 “흔들림 없는 중심으로, 각자 소리가 존중받으면서도 하나의 울림으로 이어지는 ‘이순(耳順)의 화음’을 완성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7

프랑스 기메박물관, ‘신라 특별전’ 개최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이 천년 고도 신라를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특별전을 연다. 유럽 최초의 신라 단독 대형 전시로, 한불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 ‘신라: 황금과 신성성(Silla: l’Or et le Sacré)’은 국립경주박물관을 비롯한 한국과 프랑스 주요 문화기관이 협력해 마련됐다. 전시는 오는 5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파리 기메박물관에서 열린다. 기메박물관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찬란한 문명 가운데 하나인 신라 왕국을 유럽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라며 “신라 예술은 오늘날 한국 문화 기억의 중심에 자리한 살아 있는 유산”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신라 건국 신화부터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약 천 년의 역사를 다섯 개 주제로 나눠 조망한다. 수도 경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왕경 문화와 함께 정치 권력과 종교적 신성성이 결합된 신라 사회의 특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라 금관과 천마총 출토 유물 등 약 200점이 전시된다. 금 장신구와 장례 유물을 통해 ‘황금의 나라’로 불린 신라의 문화적 성격이 드러난다. 다수의 국보급 유물이 해외에서 처음 공개되는 점도 특징이다. 전시는 경주를 하나의 ‘도시-유산 공간’으로 조명한다. 왕릉과 사찰, 유적과 현대 도시가 공존하는 경주의 특성을 통해 신라 문화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살아 있는 유산’임을 강조한다. 또한 신라가 일본과 중국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지중해 세계로 이어지는 교류망 속에서 형성된 개방적 문명이었음을 함께 보여준다. 정치적 권위와 예술적 성취가 결합된 독자적 문화 체계가 전시의 핵심으로 제시된다. 이번 전시는 기메박물관이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K-arrément Corée !’를 주제로 추진하는 ‘2026년 한국의 해:한국 모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박물관은 전시와 공연, 학술행사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야니크 린츠 기메박물관장은 “유럽에서 신라를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문화의 깊이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7

박동준기념사업회, ‘2026 박동준상’ 미술부문에 염지혜 작가 선정

동시대의 위기를 서사와 감각으로 재구성해온 미디어 아티스트 염지혜(44)가 ‘2026년 박동준상’ 미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박동준기념사업회는 최근 심사를 거쳐 염지혜 작가를 올해 수상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박동준상은 갤러리스트이자 디자이너였던 고(故) 박동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창작자 지원과 예술 매개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 방점을 둔다. 특히 이 상은 2024년부터 운영 방식을 바꾸며 주목을 받았다. 기존에는 패션과 미술 부문을 교차 시상했지만, 현재는 두 부문을 매년 동시에 선정해 지원 규모와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는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들었던 박동준의 실천을 제도적으로 확장한 변화로 평가된다. 심사위원단(심사위원장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은 염지혜 작가가 첨예한 비평적 주제를 장대한 서사 구조 속에 담아내며 동시대적 층위를 집요하게 탐구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일관된 주제 의식 아래 사운드와 문학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구성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아울러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충돌 등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 징후에 깊이 천착하며, 이를 자신의 작업 세계로 끌어들여 예술적 응답으로 확장해왔다는 점 역시 수상 배경으로 꼽혔다. 심사위원단은 이러한 작업이 박동준상이 지향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염지혜 작가는 “작업이 어디로 향하는지 절반쯤은 모르는 채 이어온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흔들림을 감추지 않고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함께 오는 11월 시상식, 그리고 전시 참여 기회가 제공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7

본지 시민기자 방종현, 산문집 ‘방기자의 유머산책’ 출간

팔순의 수필가 방종현 경북매일신문 시민기자가 유머와 사유를 담은 산문집 ‘방기자의 유머산책’(북랜드)을 펴냈다. 일상의 언어와 경험을 바탕으로 웃음과 성찰을 건네는 책으로, 문학적 축적과 현장 기록이 함께 담겼다. 방 작가는 2025년 2월부터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생활 현장을 기록해왔다. 이번 책은 신문 지면에 실렸던 글과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사유를 묶은 결과물이다. 거창한 담론보다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대구 문화예술계에서는 그를 다방면에 걸친 활동을 이어온 인물로 평가한다. ‘낭만가객’이라는 별칭과 함께 ‘팔방미인’을 넘어 ‘백방미인’이라는 표현도 따라붙는다. 문학을 비롯해 악기 연주, 공연, 논평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든 이력 때문이다. 책은 ‘유머’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단순한 웃음에 머물지 않는다. ‘삼세판’에 대한 성찰처럼 일상의 언어와 관습을 짚어내며, 그 속에 담긴 사고방식과 문화적 의미를 풀어낸다. 가벼운 소재에서 출발해 삶의 태도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수록 글 가운데 ‘비싼 먼지’는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비산먼지’를 ‘비싼 먼지’로 받아들인 손주의 말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어려운 행정 용어와 한자 중심 표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일상의 언어를 통해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짚어내는 대목이다. 이번 산문집에는 수필 40편과 우리 가요를 재해석해 가사를 패러디하는 모임 ‘풍류회’에서 지은 가사·패러디 12편, 시 10편이 함께 실렸다. 현장을 뛰며 쓴 기사도 일부 포함돼 문학과 기록이 교차하는 구성을 이룬다. 방 작가는 오랜 시간 지역 문단에서 활동해 온 원로 문인이다. 대구문인협회 부회장을 지냈고,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공로상과 대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대구예술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시민기자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글은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특징을 보인다. 과거를 회고하는 데 머물기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태도에 방점을 찍는다. 사소한 일상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을 놓지 않는다. 방 작가는 “생활 이야기를 부담 없이 써보자는 제안에서 시작한 글이 한 권의 책이 됐다”며 “앞으로도 현장을 기록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방 작가는 오는 19일 오후 2시 대구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를 연다. 책은 같은 날부터 구매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6

끊긴 신라 왕경, 다시 잇는다···‘도시 단위 복원’ 본격화

국가유산청이 흩어지고 단절된 신라 왕경(王京·현재 경주 시내 중심부) 유적을 하나의 ‘도시’로 되살리는 복원에 나선다. 점(點) 단위 발굴을 넘어 선과 면으로 확장하는 정비 방식으로, 경주 전역을 거대한 역사문화 공간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유산청은 6일 ‘2026~2030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을 수립·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1차 사업(2021~2025)의 발굴·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개별 유적 중심 정비에서 벗어나 왕경 전체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연결’이다. 도로와 도시 개발로 끊긴 월성, 동궁과 월지, 황룡사지 등 주요 유적을 옛길과 수계, 녹지축으로 다시 잇는 방식이다. 유적을 점이 아닌 면으로 확장해, 관람객이 실제 왕경의 흐름을 걸으며 체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복원 방식도 달라진다. 물리적 재현 대신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황룡사 9층 목탑과 월성 핵심 건물군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구현돼, 원형 훼손 없이도 실감형 체험이 가능해진다. 보존과 활용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국제 기준도 강화된다. 모든 사업에는 세계유산영향평가(HIA)가 적용돼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훼손 여부를 사전에 검증한다. 개발과 보존의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조치다. 관람 환경 역시 대폭 개선된다. 동궁과 월지 홍보관, 첨성대 홍보 전시관 등 전시·홍보 공간이 확충되고, 탐방로와 야간 경관 조명 등이 정비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를 통해 유산 보존이 지역 관광과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신라 왕경을 단순한 유적이 아닌 ‘살아있는 역사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며 “보존과 활용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역사문화도시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6

외국인 몰린 경주박물관 ··· ‘금관 특별전' 이후에도 관람객 급증

국립경주박물관의 관람객 증가세가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2025년 11월 2~2026년 2월 22일) 종료 이후에도 이어지며, ‘반짝 흥행’을 넘어선 확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올해 1분기 관람객이 56만61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9%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이 1만6024명으로 31.4% 늘어나며 전체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경주를 찾는 해외 관광객 증가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신라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박물관 방문으로 이어지는 ‘연계 효과’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눈에 띄는 점은 특별전 종료 이후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한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이 막을 내린 뒤에도 관람객은 전년 대비 41% 이상 늘며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단일 전시 흥행을 넘어 신라 문화 전반으로 관심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성과는 국제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박물관은 ‘2025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조사’에서 연간 약 197만 명이 방문해 세계 39위에 올랐으며, 국내 국립기관 가운데서는 3위를 기록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특별전의 성과가 상설전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관람객 경험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시와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관 특별전’이 열렸던 전시 공간은 재정비를 거쳐 신라역사관 3a 전시실로 새롭게 꾸며졌으며, 지난 1일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6

’백년의 건축 속 ‘1초의 예술’···임현락 개인전

한국 수묵화의 동시대적 확장을 이끌어온 중견 작가 임현락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전시가 대구에서 열린다. 갤러리 분도는 오는 4월 9일부터 5월 3일까지 대구 중구 무영당(경상감영길 8) 전관(1~4층)에서 임현락 개인전 ‘백년과 1초’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나무들 서다’부터 대표 연작 ‘1초 수묵’(2002~2026)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업을 아카이빙하고, 설치·평면·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특히 단 한 번의 붓질로 완성되는 ‘1초 수묵’ 시리즈 최신작은 근대 건축 공간과 결합하며 공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확장한다. 전시가 열리는 무영당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백화점 건물이다. 작가는 이곳을 찾은 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전시를 구상했다. 백 년의 시간을 품은 건축과 순간의 행위가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감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임현락의 작업은 ‘생명’과 ‘치유’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2002년 금호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반투명 천 위에 한 번의 필획을 그린 뒤 이를 공간에 세우는 방식으로 수묵화의 평면성을 입체로 확장해왔다. 필획들은 숲처럼 공간을 이루며 관객의 움직임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고, 살아 있는 존재처럼 호흡하는 장을 만든다. ‘1초 수묵’은 작가가 질병과 치유의 시간을 겪으며 형성한 예술적 개념으로, 1초라는 극한의 시간 속에서 찰나와 영원을 동시에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는 대상을 그리는 대신 ‘호흡’을 그리며, 이를 통해 삶의 본질을 환기한다. 갤러리 분도 정수진 큐레이터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순간이라는 메시지는 작가가 삶과 예술을 통해 우리에게 잊고 있던 진실을 일깨우는 메타포”라고 설명했다. 임현락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회의 개인전과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1993년 중앙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6

국보 ‘세한도’ 영남 첫 공개···추사 회화 세계 펼친 ‘그림 수업’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정신과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가 대구에서 열린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을 기념한 기획전 ‘추사의 그림 수업’을 오는 4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 말 학계와 예술계를 선도한 추사의 회화 세계를 중심으로 그의 예술관과 제자들과의 교류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그간 추사 관련 전시가 고증학이나 추사체, 서예 작품에 집중돼 온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회화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그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풀어낸다. 특히 추사가 평생 추구했던 ‘서화일치(書畵一致)’의 경지와 학문과 예술이 결합된 독창적 세계를 그림을 통해 집중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며, 미공개 작품 7점을 포함해 47건 67점이 소개된다. 1부 ‘추사, 시대를 열다’에서는 ‘세한도’를 비롯해 ‘고사소요’, ‘난맹첩’, ‘불이선란도’ 등 추사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이 가운데 국보 ‘세한도’는 영남 지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으로, 추사의 예술적 경지와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세한도’는 유배 중이던 추사가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작품으로, 거칠고 절제된 필치 속에 한겨울의 고요함과 변치 않는 지조를 담아낸 작품이다. 이 그림은 이후 청나라 문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동아시아 지식인 사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한 점의 그림이 지닌 정신성과 시대적 울림을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총 7점의 미공개 작품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들 작품은 추사 화파 제자들의 조선 말기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자료로,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흐름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이 가운데 여섯 점은 추사 화파의 학맥을 이은 위창 오세창이 엮은 ‘근역화휘’에 수록된 작품들로, 학맥의 계승과 확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공개 작품으로는 유숙의 ‘매화서옥’, 유재소의 ‘죽림괴석’과 ‘관산한가’, 이한철의 ‘추산원천’, 조중묵의 ‘운계선관’과 ‘승주심매’, 허련의 ‘제주 망경루’ 등이 포함된다. 2부 ‘1849년, 추사의 그림 수업’에서는 ‘예림갑을록’을 중심으로 추사와 제자들의 예술적 교감을 조명한다. 유배에서 돌아온 추사가 제자들의 작품을 평가하며 남긴 기록은 조선시대 사제 간의 회화 비평이라는 드문 사례이자,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특히 당시 품평회에서 다뤄진 작품 가운데 현재까지 전해지는 ‘팔인수묵산수도’와 그에 대한 비평이 함께 소개돼 생생한 현장감을 전한다. 3부 ‘예림(藝林)의 여덟 제자'에서는 이한철, 허련, 전기, 유숙, 조중묵, 김수철, 박인석, 유재소 등 여덟 제자의 작품을 통해 추사 화파의 형성과 확장을 보여준다. 제자들은 스승의 문인화 정신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개성과 미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어 4부 ‘추사의 향기 매화에 깃들다’에서는 추사 화파의 핵심 인물인 조희룡을 중심으로 한 매화 작품들을 통해 추사 예술의 계승과 변화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간송 전형필 탄신 120주년과도 맞물려 더욱 뜻깊다. 간송은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고자 평생을 바친 수집가로, 추사와 겸재 정선의 작품을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컬렉션은 단순한 수집을 넘어 한국 예술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번 전시 역시 그 연장선에서 기획됐다.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추사와 그의 제자들의 작품을 통해 19세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학문과 예술의 깊이를 조망하고,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 ‘세한도’(국보·4월 7~5월 10일), ‘난맹첩’(보물·5월 12~7월 5일) ‘불이선란도’(보물·6월 2~7월 5일)는 순차적으로 교체 전시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4

[EBS 일요시네마] 5일 오후 1시 30분 ‘로마의 휴일’

EBS ‘일요시네마’는 오는 5일 오후 1시 30분, 시대를 초월한 로맨틱 영화 ‘로마의 휴일’을 방송한다. 1953년 제작된 이 작품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연출 아래,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만들어낸 하루의 사랑을 그린다. 영화는 유럽 순방 중인 공주 앤이 숨 막히는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고자 로마의 밤거리로 탈출하면서 시작된다. 우연히 그녀를 발견한 미국인 기자 조 브래들리는 처음에는 특종을 노리지만, 함께 로마를 누비는 동안 점차 인간적인 교감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짧지만 눈부신 하루, 그러나 두 사람 앞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이 놓여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라는 보편적 욕망을 동화처럼 풀어낸 데 있다. 왕실이라는 철저한 통제 속에서 살아온 공주가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는 설정은 고전적이면서도 여전히 흥미롭다. 이 컨셉은 ‘왕자와 거지’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반복되어온 소재지만, ‘로마의 휴일’은 그중에서도 우아하고도 생기 넘치는 방식으로 구현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오드리 헵번을 단숨에 세계적 스타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헵번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입증했다. 단정한 단발머리와 자연스러운 미소, 그리고 절제된 감정 연기는 지금까지도 ‘고전적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로마라는 도시 자체도 관객들의 큰 집중을 받았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이탈리아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스페인 계단’, ‘진실의 입’ 등 명소를 배경으로 도시의 낭만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특히 로마의 ‘진실의 입’ 앞에서 조는 손이 잘린 척 장난을 친다. 순간 놀란 앤은 진심 어린 감정을 드러내고, 두 사람은 웃음 속에서 한층 가까워진다. 이 장면은 사랑이 싹트는 결정적 계기로 남는다. 관광 엽서를 연상케 하는 흑백 화면 속 로마의 풍경은 이야기의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