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대표적인 전통 교육 공간인 영빈서당(산장 변창수)이 보관 중인 유물 32건 34점을 문경시 옛길박물관에 기탁해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영빈서당은 지난 4월 30일 문경문화원 3층 1회의실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서당 운영과 관련된 유물을 문경시 옛길박물관에 기탁 관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영빈서당 측은 회의에서 500여 년 역사를 이어온 서당 건축물과 교육연구시설, 각종 유물을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23년 영빈서당 건축물을 문경시에 기부채납한 만큼, 관련 유물 역시 공공기관에 기탁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영빈서당이 보관해 온 유물 32건 34점은 문경시 옛길박물관에서 전문적으로 관리·보존될 예정이다. 영빈서당은 약 5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경 지역 대표 유학 교육 공간이다. 기록에 따르면 영빈서당의 뿌리는 조선 중기 산양수계(山陽修禊)에서 시작된다. 첨지(僉知) 황사웅, 사맹(司孟) 변종번, 별좌(別坐) 변종범, 첨지 서흔, 부장(副長) 변안인 등 3문중 5인이 미풍양속을 권장하기 위해 수계를 조직했고, 1554년경 당시 상주목사였던 신잠 선생이 산양향약수계소 내에 죽림서당(竹林書堂)을 병설하면서 본격적인 교육 기능을 갖추게 됐다. 이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서당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지역 선비 채득강·채득호 형제가 수계소를 복원하며 명맥을 이어갔다. 1614년에는 칠봉 황시간, 월봉 고인계 등 지역 유림들이 보다 넓은 공간을 찾아 현재의 산북면 서중리 수계곡으로 옮기고 ‘근암서당(近巖書堂)’이라 이름 지었다. 그러나 1669년 근암서원이 설립되면서 서당은 다시 웅암촌 수계소로 돌아오게 됐고, 이후 18개 문중이 뜻을 모아 산양면 반곡리 남쪽 영강변 일원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이어 1688년 무렵 현재의 이름인 ‘영빈서당(穎賓書堂)’으로 자리 잡으며 지역 유림들의 학문 연구와 인재 양성의 중심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도 영빈서당은 18개 문중이 중심이 돼 문경 지역의 전통문화와 유교 정신을 계승하고 있으며, 이번에 기탁되는 유물 역시 문경 지역 500년 역사와 정신을 담은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변창수 산장은 “영빈서당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선조들의 학문 정신과 공동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라며 “회원들이 오랫동안 소중히 지켜온 유물을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옛길박물관 기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탁이 영빈서당의 역사와 문경 유학 문화를 시민들과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전통문화 계승과 향토 사료 보존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살아보니 세상이 눈 깜짝할 새더라”, “그래도 우리 많이 웃자”, “남은 인생은 소풍처럼 즐겁게.” 삐뚤빼뚤하지만 힘이 들어간 붓끝마다 한 평생 풍파를 견뎌온 어르신들의 진심이 묻어난다. 화려한 기교는 없어도, 먹향 가득 배어 나온 글귀에는 세상 그 어떤 명필보다 깊은 울림이 담겨 있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위치한 재가장기요양기관인 어버이노인주간보호센터(센터장 배귀옥) 어르신들이 신록이 짙어가는 5월을 맞아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다. 오는 5월 20일까지 포항시산림조합 숲갤러리 2층에서 열리는 ‘어버이주간보호센터 어르신 서예작품전’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 39명이 정성껏 준비한 서예 작품 45점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시장 벽면을 채운 “아름다운 세상 즐겨요”, “항상 꽃길만”과 같은 문구들은 어르신들이 스스로에게, 그리고 가족과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응원이다. 어버이주간보호센터는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과 인지 기능 유지를 위해 꾸준히 서예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2025년까지는 포스코 붓글씨봉사단이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줬고, 올해부터는 포항서예가협회 ‘붓사랑봉사단’이 바통을 이어받아 매주 수요일마다 어르신들과 먹을 갈고 화선지를 채우며 교감해 왔다. 지도강사 김일란 서예가 “어르신들의 글씨는 삶 그 자체” 이번 전시를 위해 어르신들을 지도해 온 김일란 서예가(포항서예가협회)는 전시장을 둘러보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처음 붓을 잡으실 때는 손이 떨려 선 하나 긋기 힘들어하셨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본인의 인생관이 담긴 문장을 당당히 써 내려가시는 모습을 뵈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어르신들의 서예는 단순히 글자를 쓰는 행위가 아니라,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는 치유의 과정입니다. 비록 획이 조금 비뚤고 투박할지라도, 그 안에는 세상을 향한 순수한 애정과 진솔함이 꽉 차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쓴 예술입니다.” 배귀옥 어버이주간보호센터장은 이번 전시가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 센터장은 “치매나 노인성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붓글씨를 통해 집중력을 되찾고, 본인의 이름이 걸린 작품이 전시되는 것을 보며 느끼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약과 같다”며 “아름다운 오월, 많은 시민이 오셔서 어르신들이 전하는 따뜻한 인생 메시지를 공유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제54회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울릉도의 한적한 어촌 마을이 학생과 군 장병들의 활기찬 음악 소리와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울릉교육청은 이날 울릉군 서면 학포마을 공연장에서 지역 어르신과 주민 5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사랑을 전하는 효(孝) 음악회’를 개최했다. 이번 음악회는 섬마을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행사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교육 가족과 지역 사회, 그리고 영토 수호의 역군인 해군이 한마음으로 뭉쳐 의미를 더했다. 공연은 다양한 구성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울릉교육지원청 소속 교직원과 학생들은 평소 갈고닦은 클라라넷 독주와 오카리나 합주를 선보였고, 우리 전통의 멋을 살린 단소와 가야금 독주가 이어질 때마다 어르신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특히 해군 제118조기경보전대 장병들이 특별 출연해 젊은 열기가 가득한 가요 무대를 꾸며 행사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지역사회의 보이지 않는 손길도 빛을 발했다. 울릉군 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회원 10여 명은 공연장을 찾아 정성껏 준비한 커피와 녹차 등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무료 봉사를 펼쳤다. 김순주 울릉군 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장은 “작은 찻잔에 담긴 온기가 어르신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저희가 더 큰 행복을 얻어간다”고 전했다. 이동신 울릉교육장은 “학생들이 이번 음악회를 통해 효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고 실천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호흡해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따뜻한 울릉 교육 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우리는 오랫동안 ‘고독사’라는 단어를 사회적 고립이 낳은 비참한 종말이자, 준비되지 않은 비극으로만 여겨왔다. 연일 보도되는 방치된 죽음의 소식은 대중에게 홀로 남겨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심어주곤 한다. 하지만 여기, 고독사라는 서늘한 단어에 전혀 다른 온기를 불어넣으며 죽음을 ‘찬란한 축복’이자 ‘주체적인 마침표’로 정의하는 소설이 등장했다. 34년간 경향신문 등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한국과 일본 사회의 이면을 추적해온 윤희일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행복한 고독사'(마르코폴로)를 펴냈다. 이번 신작은 한 동네에서 발생한 연쇄 고독사의 비밀을 추적하는 흥미로운 서사 구조 속에 ‘준비된 죽음’이 주는 존엄함과 고독의 진정한 가치를 담아냈다. 소설은 한 동네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고독사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건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독자들은 이들의 죽음이 단순히 외로운 방치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되고 실행된 ‘행복한 고독사’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고 준비한 사람들을 돕는 조력자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윤 작가는 일본 특파원 시절 목격했던 ‘슈카쓰(終活·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활동)’ 문화에서 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장례 절차를 스스로 정하고 주변을 정리하며 담담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일본의 문화적 현상을 한국 사회의 현실과 접목한 것이다. 작가는 ‘함께’라는 강박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가 어떻게 개인의 죽음을 타율적으로 만드는지 날카롭게 분석하며, 고독사가 ‘준비된 독립’이 될 때 비로소 인간은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의 핵심은 고독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에 있다. 윤 작가는 타인이 없어 느끼는 결핍인 ‘외로움’과 혼자 있는 즐거움을 누리는 ‘고독’을 엄격히 구분한다. 그는 “인생 후반전에서 가장 필요한 근육은 고독을 견디는 힘이 아니라 고독을 즐기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소설은 홀로 밥을 먹고, 사색하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의 가치를 조명한다. 이러한 ‘단정한 고독’을 유지하며 유품 정리, 재산 처분, 연명 치료 거부 등 현실적인 사안들을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가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후의 권력’이자 존엄임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은 윤희일 작가가 4년에 걸쳐 취재와 자료 정리, 집필에 매달린 결과물이다. 특히 의사와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의 의학적·심리학적 자문을 거쳐 내용의 전문성과 사실성을 높였다. 윤 작가는 “이 책의 집필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의 개입이나 이용은 전혀 없었다”며 “글을 창작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 내려가는 것이 작가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저자 윤희일은 평생을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살피는 데 헌신해온 기자 출신 작가다. 사회부, 경제부 등에서 자살, 간병살인, 고독사 등 ‘죽음의 현장’을 치밀하게 취재해왔으며, 한국기자상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보도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이전 작품인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는 중국과 대만 등 6개국에 번역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치매 가족의 비극을 다룬 ‘코스모스를 죽였다’는 오페라로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현재 한국철도문화재단 이사로 있으며, 한국 경부선 명예역장, 일본 하야부사역 명예역장, 일본 와카사철도(주) 관광대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5-09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운영하는 문화예술팩토리가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삶에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 창작 거점으로 거듭난다. 최근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역할이 단순 교육을 넘어 ‘심리적 치유’와 ‘미래 역량 강화’로 확대되는 가운데, 포항문화재단은 올해 정부 및 광역 단위 주요 공모사업에 연이어 선정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참여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26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 꿈다락 문화예술학교’와 경북도·경북문화재단의 ‘2026 경북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운영 기관으로 각각 낙점됐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팩토리를 중심으로 중장년의 정서적 회복부터 아동의 디지털 창의력 향상까지 아우르는 고품격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을 듣고 문장을 잇다: 힐링 음악 도슨트 되기’는 오는 5월 13일부터 6월 24일까지 매주 수요일에 진행된다. 음악 감상과 인문학적 독서를 결합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자신만의 감정을 문장으로 표현하며 제2의 자아를 발견하는 도슨트 양성 과정에 집중한다. 미래 세대인 아동들을 위한 미래형 교육도 눈길을 끈다. ‘어린이 예술 탐험대: AI 북, 아트, 비트!’는 6월 13일부터 시작되며, 지역 동화작가와 함께하는 업사이클링 팝업북 제작은 물론, 생성형 AI를 활용해 직접 음악을 작곡해보는 예술·기술 융복합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또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레디, 액션! – 우리들의 첫 단편영화’ 프로그램은 시나리오 작성부터 촬영, 편집까지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넷플릭스 1위작 ‘윗집 사람들’의 선승연 작가가 강사진으로 합류해 지역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실제 영화 제작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포항문화재단은 오는 6월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창작 중심 사업인 ‘꿈의 스튜디오 포항’을 통해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의 외연을 더욱 확장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체험을 넘어 지역의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박은숙 포항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문화예술교육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핵심적인 동력”이라며 “문화예술팩토리가 포항 시민 누구나 창작의 즐거움을 누리는 열린 문화 공간이자 지역 특색이 담긴 창의 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각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상세 내용은 포항문화포털을 확인하거나 포항문화재단(054-289-7905)으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BS 일요시네마는 10일 오후 1시 30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법정 드라마 ‘레인메이커’를 방송한다. 맷 데이먼, 대니 드비토, 클레어 데인즈가 출연한 이 작품은 정의를 꿈꾸는 신참 변호사 루디 베일러가 보험사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다. 법대를 갓 졸업한 루디는 생계를 위해 소규모 법률사무소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백혈병 환자 도니 레이 블랙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부로 치료 기회를 잃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루디는 동료 덱 시플렛과 함께 보험사를 상대로 불가능해 보이는 소송에 뛰어들며 정의 실현에 나선다. 영화는 약자와 거대 권력의 대결이라는 익숙한 구조 속에서도 치밀한 법정 공방과 인간적 서사, 사회적 메시지를 균형 있게 담아낸다. 보험사의 탐욕, 가정폭력 피해자 구제, 법조계의 현실 등 다양한 문제를 녹여내며 단순한 법정극을 넘어선 깊이를 보여준다. 존 그리샴 원작 특유의 탄탄한 이야기와 코폴라 감독의 섬세한 연출, 젊은 맷 데이먼의 패기 넘치는 연기가 어우러져 긴 러닝타임에도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레인메이커’는 정의와 신념, 그리고 약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용기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12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5-08
제54회 어버이날을 맞아 울릉도 섬마을 곳곳이 어르신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으로 물들었다. 특히 ‘옥 같은 모래가 누워 있다’는 아름다운 지명을 가진 울릉읍 사동리에서는 마을 단위의 성대한 효 잔치가 열려 어르신들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울릉읍 사동리는 개척 당시 바닷가에 옥처럼 맑은 모래가 가로놓여 있어 ‘와옥사(臥玉沙)’라 불리던 곳이다. 세월이 흘러 ‘와록사(臥鹿沙)’를 거쳐 현재의 ‘사동(沙洞)’이라는 지명을 갖게 된 이곳은, 예부터 수려한 풍광만큼이나 깊은 경로효친 사상으로 이름난 마을이다. 8일 사동리 일대에서 열린 행사에는 각 마을 청년회와 중·장년층이 협력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어르신들께 대접하면서 건강을 기원했다. 사동 2리 옥천마을은 식후 행사로 어버이날 기념 축하 노래공연이 이어져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흥겨운 잔치마당이 펼쳐졌다. 사동2리 임영광 이장은 “거친 파도와 싸우며 섬을 일궈오신 어르신들은 울릉도의 살아있는 역사”라며 “오늘 하루만이라도 모든 걱정을 잊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준비한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전했다. 사동3리 박용수 이장 역시 “마을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모실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소외되지 않고 따뜻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마을 공동체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마을 단위의 행사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복지시설을 향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앞서 전날인 7일, 울릉군 자원봉사센터 소속 봉사자 20여 명은 지역 내 유일한 노인복지시설인 ‘송담 양로원’을 방문했다. 봉사자들은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해 아코디언과 팬풀룻 연주를 선보였다. 시설 내 어르신들은 익숙한 멜로디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숙희 울릉군 자원봉사센터장은 “자칫 외로움을 느끼실 수 있는 시설 어르신들께 음악을 통해 위로와 기쁨을 전하고 싶었다”며 “어르신들의 가슴에 달아드린 카네이션 한 송이처럼, 우리 사회의 효심이 사계절 내내 지지 않고 피어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울릉군 전역에서 이어진 이번 어버이날 행사는 이웃 간의 정이 점차 희박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섬마을 공동체’ 특유의 끈끈한 유대감과 효 문화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이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올 1월 선거가 있었던 은해사 주지 선거에 뜻을 둔 조카상좌인 B스님이 지난해부터 제게 ‘은해사 방사나 말사 주지 자리를 마련해드리겠다’며 지지를 부탁했죠. 선거가 임박한 2025년 12월 말에는 직접 찾아와 1000만 원이 든 돈 봉투까지 건넸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돈을 받은 건 부끄러운 일이지만 당선 뒤 하는 일을 지켜보니 은해사가 산중 내분으로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 같아 은해사 문중을 지키고 앞으로 주지선거에서 돈 선거는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소를 결심했습니다.” 지난 5월 4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은해사 주지 선거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제출한 A스님의 주장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영천 은해사가 주지 선거를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으로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지난 1월 산중총회 과정에서 당선된 B스님이 선거권을 가진 스님에게 거액의 돈 봉투를 건넸다는 구체적인 폭로가 나온 것. 신도들도 층격속에 사태를 주목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 1000만 원 든 ‘백팩’···구체적 폭로와 계좌 내역 공개 은해사 재적승인 A스님이 현직 주지인 B스님을 금품 선거 혐의로 조계종 호법부에 고발한 징계 요청서와 A스님과의 전화 취재에 따르면, A스님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4시경 경북 경산의 한 사찰 다실에서 B스님으로부터 현금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직접 받았다. A스님은 당시 상황을 매우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B스님의 승용차를 운전해 온 보살이 백팩에서 봉투를 꺼내 B스님에게 건넸고, B스님이 다시 나에게 전달했다”며 이 과정에서 B스님이 “사숙님, 한 표 부탁드립니다”라는 명확한 지지 호소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A스님은 해당 금품을 받은 직후인 12월 29일,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두 곳의 은행 계좌에 각각 500만 원씩 입금한 내역을 공개했다. 또한 당시 현장에는 자신과 B스님 외에도 해당 사찰의 주지 스님과 운전을 한 보살 등 총 4명이 동석해 있었다며 목격자의 존재도 분명히 명시했다. 특히 그는 “4년 전 은해사 주지 선거 당시에도 B스님이 경기도 안성의 한 사찰로 찾아와 500만 원을 건네며 지지를 부탁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B스님 측 “악의적 보복성 폭로···사실관계 확인 회피”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은해사 주지 B스님은 결백을 주장하며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B스님은 A스님의 폭로를 ‘말사 주지 자리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앙심 섞인 보복’으로 규정했다. B스님 측은 “A스님은 은해사 말사의 여러 사찰을 거론하며 주지 자리를 요구했다. 본인에게 주어도 운영이 안 될 뿐 아니라 해당 사찰들은 2029년까지 주지 임기여서 교구장이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금품 전달 의혹을 받는 B스님과의 전화 통화에서 “1000만 원 준 적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는 “찾아와서 취재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A스님은 ‘주지 운운’은 그쪽에서 먼저 제안했던 것이라며 맞섰다. A스님은 “B스님이 이번 은해사 주지 선거 전에 C스님 통해 은해사에 방(방사) 꾸며 잘 모시거나 아니면 말사라도 살게 해드리겠다. 주지 인수인계하면 바로 연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선 뒤 전화조차 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금품 수수 시 당선 무효 수준 징계”··· 호법부 조사 주목 이번 사태는 조계종의 청정 가풍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조계종 선거법은 당선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할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공권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주지직 박탈과 공직 수행 불가능을 의미한다. 또한 가중처벌 조항에 따라 제공한 금품 가액의 10배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어, 1000만 원 수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1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은해사는 지난 1월 산중총회 이후에도 선거소청 등의 문제로 주지 임명장 수여가 69일이나 지연되는 등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취임 직후 불거진 이번 ‘돈 봉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B스님의 주지직 수행은 물론 교구 행정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계 안팎에서는 승가의 위신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호법부의 엄정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희정·조규남기자
청도군 풍각면의 홍순자(여, 65) 씨가 제69회 보화상의 효행상을 받았다. 재단법인 보화원이 주관하는 보화상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인 효(孝) 정신을 기리고 확산시키기 위해 매년 대구·경북지역의 효행·열행·선행자를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효행상을 받은 홍순자 씨는 장기간 몸이 아픈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하며 경로효친 사상을 몸소 실천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늘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수년간 돌봤다. 또 가정뿐만 아니라 평소 마을 어르신들을 살뜰히 살피고, 지역 내 크고 작은 봉사활동에 자발적으로 앞장서는 등 이웃 사랑 실천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홍순자 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송구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가족을 지극히 보살피는 것은 물론, 주변 이웃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대구 중구 북성로 일원에서 청년마을 축제 ‘메이드 인 프로토타운(Made in ProtoTown)’이 오는 9일 오프닝 행사를 시작으로 30일까지 열린다. 전시 프로그램은 6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행사는 청년마을 ‘프로토타운 북성로’가 지난 1년간 추진한 창작 활동과 프로젝트 성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와 워크숍, 투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돼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프로토타운 북성로’는 2025년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공모사업에 선정돼 중구 북성로 일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토타운’은 프로토타입(Prototype)과 타운(Town)의 합성어로, 청년들이 창작과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행사에서는 ‘2025 프로토타입 공모전(메이드 인 북성로)’에 선정된 7개 팀의 작품이 전시된다. 산업용 재료를 활용해 제작한 악기 ‘Six Strings in 북성로’를 비롯해 북성로 공구거리와 장인의 가치를 빈티지 감성으로 풀어낸 가방, 파우치, 페이퍼 아트 토이, 사진책 등 다양한 청년 창작물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청년들이 직접 기획한 골목 탐험형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미션 수행 방식의 골목 탐험부터 북성로 문화공간을 연결하는 코스형 프로그램까지 지역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와 함께 황동 커트러리 제작, 리듬짝 프로그램, 실크스크린 체험 등 북성로의 문화와 기술을 접목한 시민 참여형 워크숍도 마련된다. 프로토타운 북성로는 이번 축제를 시작으로 △2026 청년주민등록 △프로토타운 소모임 △북성로 도시산책 등 청년 창작 및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만수 프로토타운 북성로 대표는 “이번 행사는 청년들이 직접 실험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자리”라며 “북성로를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축제인 만큼 앞으로 이어질 창작·커뮤니티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신청 및 자세한 일정은 공식 안내 채널과 인스타그램(@prototown_b)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5-07
경주 더안미술관이 세계적인 미술사가이자 큐레이터인 앙리-프랑수아 드바이유를 초청해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한다. 더안미술관은 오는 5월 13일, 프랑스 미술계의 거물급 인사인 드바이유와 국내 중견 작가 및 평론가들이 참여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5월 4일 개막한 박동수 작가의 개인전과 연계해 한국 미술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차세대 작가들의 국제적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의 진행으로 열리는 이번 간담회에는 초청 인사인 드바이유를 비롯해 세계적인 사진가 배병우 작가, 더안미술관 백진호 관장, 그리고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박동수 작가가 패널로 참여한다. 드바이유는 그동안 유럽 미술계에 한국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 온 인물로, 5월 12일부터 17일까지의 방한 기간 중 더안미술관에서의 일정을 핵심 프로그램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빛을 발할 차세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보에 나선다. 백진호 더안미술관장은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전시 연계 행사를 넘어 한국 미술의 향후 방향성과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라며 “전통 한옥 구조의 미술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동시대 미술과 국제적 담론이 만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의 배경이 되는 박동수 작가의 개인전은 그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정사각형 회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1층 전시장은 200개의 큐빅 회화가 공간 전체를 메우고 있다. 개별 작품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전체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회화로 작동하는 독특한 구조를 취한다. 지하 전시장은 작가의 예술 세계를 보다 밀도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주요 작품 20점이 선별 전시됐다. 박동수 작가는 베르사이유 미술학교와 파리8대학 교를 거치며 프랑스에서 활동해 온 작가로, 2023년 프랑스 국립 기메박물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반복과 축적, 그리고 깊이 있는 검은색 화면을 통해 ‘세계가 생성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며 도교적 철학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국립 기메박물관, 서울대 분당병원, 더안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통 목조 구조와 자연광이 어우러진 더안미술관의 한옥 공간에서 열려, 동시대 회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깊은 울림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지난해 ‘2025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국제적 위상을 높인 경북 경주와 포항이 다시 한번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광 산업의 거점으로 주목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경북도, 경주시, 포항시와 공동으로 오는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포항 라한호텔 일대에서 ‘2026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연차총회’를 개최한다. 1951년 설립된 PATA는 전 세계 정부 기관, 관광공사, 항공사, 학계 등 800여 개 회원을 보유한 아태 지역 최대 규모의 관광 협력 기구다. 특히 올해는 협회 설립 75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회복력 있는 미래를 향한 여정’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필리핀 관광부, 태국 관광청 등 주요국 정부 인사와 세계관광기구(UN Tourism),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 관계자, 그리고 트립어드바이저, 부킹닷컴과 같은 글로벌 관광 기업 전문가 500여 명이 참석해 관광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이번 총회는 장소 선정부터 전략적이다. 5월 11일에는 미래 산업과 해양 관광의 중심지인 포항 라한호텔에서 개회식과 청소년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차세대 관광 인재들이 산업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식을 교류하는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5월 12~13일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로 자리를 옮겨 본회의를 진행한다. ‘AI와 관광의 미래’, ‘에이펙 이후의 민관협력’ 등 최신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토론이 이어진다. 문체부는 이번 총회를 통해 그간 서울 등 수도권에 편중되었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지역으로 유도하는 ‘지역관광시대’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참가자들을 위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12일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는 한복 명장 5인의 시대별 한복 패션쇼와 이희문컴퍼니의 독창적인 국악 공연이 포함된 환영 만찬이 진행된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과 불국사 탐방은 물론 꽃 다식 만들기, 자개 손거울 제작 등 한국의 전통 미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김대현 문체부 제2차관은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주에서 아태 관광 전문가들을 맞이해 뜻깊다”며 “이번 총회가 지역 관광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국내 관광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자개 빛으로 빚어낸 달항아리의 깊은 울림. 중진 권유미(53) 작가가 신작들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기획으로 마련된 권유미 제44회 개인전 ‘빛을 담다(The Moon Jar of Light)’가 오는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100호 대작을 포함한 3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오랜 시간 탐구해온 ‘빛의 회화’와 달항아리 연작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권유미는 꽃을 매개로 인간 내면의 감성과 존재의 시간을 탐색해온 작가다. 초기에는 화려한 색채와 장식적 조형성이 두드러졌다면, 2016년 이후부터는 자개와 금박 등 재료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며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조선 백자의 달항아리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작업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빛’으로 완성된 달항아리가 놓여 있다. 화면 속 항아리는 단순한 백자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수천 개의 자개 조각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반사와 결은 보는 위치와 조명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며 화면 전체에 살아 있는 호흡처럼 번져간다. 평면 회화이면서도 공간감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권유미의 달항아리는 독특한 감각을 드러낸다. 작가는 손톱보다 작은 자개 조각들을 화면 위에 하나씩 붙이며 긴 시간 반복의 과정을 이어간다. 단순한 장식 효과를 위한 작업이 아니라, 비우고 채우는 시간을 견디며 화면 안에 고요한 밀도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화려한 빛을 품고 있으면서도 차분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함께 지닌다. 달항아리가 상징하는 비움과 충만의 의미 역시 이러한 작업 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전시에 출품되는 ‘상원(上元)’ 연작은 정월대보름 달빛에서 출발했다.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번지는 달빛처럼, 작가는 작품 안에 위로와 회복의 감정을 담아낸다. 무수한 자개의 빛이 하나의 둥근 형상으로 응집되는 순간, 달항아리는 단순한 사물을 넘어 생명과 재생의 상징으로 확장된다. 계명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권유미는 대한민국청년비엔날레 청년작가상, 한국현대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서울화랑미술제, 아트부산, 대구아트페어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대구시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권유미 작가는 “달항아리는 오래전부터 온기와 포용, 비움과 충만을 상징해온 존재”라며 “무수한 자개의 빛이 하나의 달항아리로 완성되는 순간, 생명과 희망, 재탄생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에 에너지를 쏟아붓지만, 오히려 작품으로부터 다시 힘을 돌려받는 느낌이 있다”며 “그 순환의 감각이 지금까지 이 작업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경주시와 경주문화재단이 개최한 ‘2026 경주굿즈 어워즈’에서 그린플레어 신영민 대표의 ‘신라의 미소 안경케이스’가 대상에 선정됐다. 7일 경주문화재단은 지난달 20일 경주문화관 1918에서 ‘제29회 경주시 관광기념품 공모전’ 최종 전문가 심사를 열고 최종 수상작 5점을 발표했다. 올해 공모전에는 총 212개 작품이 출품돼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상을 받은 ‘신라의 미소 안경케이스’는 신라시대 얼굴무늬 수막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색동 문양과 누빔 원단을 활용해 전통미와 실용성을 함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800만원이 수여된다. 금상은 아트리나 윤제민 대표의 ‘달려라! 천마’가 차지했다. 은상은 최규리 씨의 ‘경주의 비누 한 조각’이 선정됐으며, 동상은 마니불교 권순호 대표의 ‘똑똑 사자’와 코셀 장혜련 대표의 ‘시간의궁(TimeLinkGung): 경주머그’가 각각 받았다. 이번 공모전은 시민평가단 심사와 전문가 심사를 병행해 진행됐다. 공예·디자인·마케팅 분야 전문가들이 상징성, 디자인, 상품성, 지속가능성, 실용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 특히 올해부터 총상금 규모를 1800만원으로 확대했다. 금상 500만원, 은상 300만원, 동상은 각각 1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수상작은 앞으로 동궁과 월지 내 ‘동궁장터’와 황리단길 생활문화센터 ‘청년감성상점’ 등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출품작 수가 지난해 대비 두 배로 늘어날 만큼 경주 관광기념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선정한 우수 상품들이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매개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경주시가 봄철 정비를 마친 지역 파크골프장 운영을 재개했다. 이용객 증가에 맞춰 안전성과 편의성을 대폭 강화하며 생활체육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주시는 7일 경주 파크골프장 1·2구장과 알천 파크골프장 등 18홀 규모 3개소의 정비를 마치고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시는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총 2억 원(도비 6000만 원·시비 1억4000만 원)을 투입해 시설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해당 구장의 유료 회원은 52개 클럽, 3466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시는 홀 코스 조정과 안전망 보강, 보행 동선 분리, 폭염 대비 그늘막 확대 설치 등 이용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정비를 추진했다. 경기 용품도 공인 규격품으로 교체해 경기 환경을 개선했다. 경주 파크골프장에는 잔디 보식과 함께 그늘막 2개, 에어건 2대, 연습구장 1개소가 새로 설치됐다. 알천 파크골프장에는 그늘막 3개와 화장실 1개소, 관수시설이 추가 조성됐다. 시는 이와 함께 강동 왕신지구와 내남 이조 지역에 신규 파크골프장 조성도 추진 중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경주 지역에는 5개 권역 8개소, 총 144홀 규모의 파크골프 인프라가 구축될 전망이다. 최혁준 경주시장 권한대행은 “파크골프는 시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표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안전하고 쾌적한 시설 환경 조성을 통해 시민 여가와 건강 증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경주시청 육상팀이 전국대회에서 금·은·동메달을 고루 따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경주시는 직장운동경기부 육상팀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목포시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대한육상연맹이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중학부부터 일반부까지 남녀 선수들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여자 일반부 7종경기에 출전한 김주현은 전 종목에서 고른 경기력을 선보이며 4706점을 기록, 금메달을 차지했다. 올해 경주시청 입단 이후 첫 전국대회 우승이다. 여자 일반부 멀리뛰기의 김한나는 5.74m를 기록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일반부 세단뛰기에 출전한 문성빈도 14.56m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추가했다. 최요환 감독은 “입단 직후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주현 선수와 고향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김한나 선수 모두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줬다”며 “남녀 선수들이 고르게 메달을 획득한 만큼 앞으로도 경주시 육상 발전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초여름 캠퍼스에 청춘의 열기와 음악이 울려 퍼졌다.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는 6일 교내 백상탑 앞 광장에서 ‘총장님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고 학생 동아리들의 버스킹 공연과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캠퍼스를 젊음과 낭만으로 물들였다. 이번 행사는 기존의 형식적인 기념식을 대신해 학생 중심의 버스킹 페스티벌 형태로 진행됐으며, 학생 공연 동아리인 ‘뮤토피아’, ‘바라밀’, ‘힙합가’와 가창자 김평강, 텐진 워서 등이 참여해 락·밴드·힙합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 중간에는 퀴즈쇼와 경품 이벤트도 마련돼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류완하 총장은 직접 음료와 경품을 나눠주고 드럼 연주에도 참여하며 학생들과 자유롭게 소통했다. 류완하 총장은 “학생들의 끼와 열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학생 중심의 문화·소통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WISE캠퍼스는 중간고사 이후 ‘스페이스위콤버’ 야외 데크에서 연극·힙합·밴드 등 다양한 버스킹 공연을 이어가며 새로운 캠퍼스 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전국 고교 축구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제50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가 오는 11일부터 안동에서 열린다. 전국 36개 팀이 참가해 2주간 고교 최강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친다.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경북축구협회와 안동시축구협회가 공동 주관하며,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 안동강변체육공원 축구장 일원에서 진행된다. 결승전은 U17 부문이 24일, U18 부문이 25일 각각 안동시민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는 국내 고교 축구를 대표하는 권위 있는 대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국 각지의 유망 선수들이 참가해 기량을 겨루는 무대로, 프로 진출을 앞둔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경쟁의 장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36개 고등학교 축구팀이 참가해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치며 우승 경쟁을 벌인다. 선수단과 학부모, 관계자 등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안동 지역 숙박·외식업계 등에도 활기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윤 안동시 체육진흥과장은 “50회를 맞는 뜻깊은 대회를 안동에서 개최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선수단과 관람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운영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