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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역문화 생태계 플랫폼 돼야… 법·제도 정비, 행정협력 필요”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3일 오후 2시 포항문화원 3층 강당에서 ‘포항문화원, 지역사회와 공진화(共進化) 방안 모색’을 주제로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경북도내 지방문화원 중 최초로 열린 발전전략 학술포럼으로, 지역 문화계와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행사는 식전 문화공연과 개회식을 시작으로, 기조 발제와 두 건의 주제 발표,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기조 발제에 나선 송은옥 한국문화원연합회 국장은 ‘포항문화원과 지역사회의 공진화 방안’을 주제로, 전국 문화원 정책 동향과 제도적 기반, 지방문화원의 비전과 과제를 통찰력 있게 제시했다. 송 국장은 “지방문화원은 지역문화 생태계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법·제도 정비와 행정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어 박창원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포항문화원의 실태와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예산, 인력, 공모사업 실적 등 포항문화원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구체적 수치와 비교를 통해 진단했다. 그는 “포항문화원의 연간 지원예산은 도내 9위 수준에 불과하고,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체성 확립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과 인적 기반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포항문화원 부원장은 ‘지역문화 보존 거점으로서의 역할 모색’이라는 발제를 통해, 포항의 향토문화 발굴, 시민 참여형 콘텐츠 개발, 타 기관과의 기능 재조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문화재단과 문화원의 기능 구분과 협력 모델 재정립 없이는 문화원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지역 향토사학에 대한 디지털 아키이빙 작업이 중요하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의 종합토론은 좌장은 김윤규 한동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아 각 발표자와 토론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조율했다. 종합토론에는 이동업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장, 정원석 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박임관 경주문화원장, 정혜숙 포항시 문화예술과장, 권용호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등 문화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토론자들은 행정, 입법, 실무, 연구 각 분야의 관점에서 포항문화원의 기능 정립과 지역사회와의 연계 전략을 제시했다. 이동업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장은 “포항문화원이 그간 지역문화 기반을 다져왔으나, 산업 중심 도시정책 속에 문화는 소외되어 왔다”며 “경북 제1의 도시 위상에 걸맞은 재정지원과 독립적 정책역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정원석 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은 “지방의회 차원에서 정책적·재정적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임관 경주문화원장은 “지방문화원은 단지 향토문화 보존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를 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문화창조 기능 강화를 주문했다. 권용호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도 “이미 방대한 향토자료가 쌓여 있지만, 이를 문화예술계나 시민사회와 연결하는 구조는 취약하다”며 “문화원이 정보공유와 협력의 장을 여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혜숙 포항시 문화예술과장은 행정 입장에서의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포항문화재단과의 공동기획, 시민 삶 기반의 콘텐츠 개발, 디지털 아카이빙 확대, SNS 홍보 전략 강화가 문화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과제”라며 “시 차원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문화원의 역할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포항문화원은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전문인력 보강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공모사업 참여 확대 △문화재단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체계 구축 △지역학 기능 강화 등 다방면의 개선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이번 포럼은 문화원이 단지 전통문화 계승 기관을 넘어, 지역과 함께 진화해 나가는 협력적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3

49세에 화가가 된 앙리 루소에게 배우는 삶의 태도

피카소와 고갱 등 후대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화가 앙리 줄리앙 펠릭스 루소(1844~1910)의 삶과 예술을 다룬 신간 ‘앙리 루소가 쏘아올린 공’(비엠케이)이 출간됐다. 19세기 말, 마흔아홉의 나이에 세관원이라는 안정된 직업을 뒤로하고 전업 화가의 길로 뛰어든 루소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화가다. 예술계 인맥 하나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개척한 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앙리 루소는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화가가 되겠다는 열정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흔아홉에 전업 화가를 선언하고 직장을 그만둔 그는 주변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을 추구했다. 결국 그는 예술의 선구자로 재평가되며, 피카소와 고갱 등에게 영감을 주며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미술의 문을 연 화가로 인정받았다. 현직 도슨트이자 예술학 박사인 김지명 저자는 책에서 루소의 삶을 단순히 전기적으로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늦은 시작’으로 상징되는 그의 예술 세계를 꼼꼼히 탐구한다. 루소의 대표작 30점을 선정해 해설을 곁들이고, 그의 예술적 세계를 굴하지 않는 삶의 태도와 연결 지어 풀어낸다 언제 어디서라도 간편하게 휴대가 가능한 포켓북 형식으로 출간된 이 책은 루소의 드라마와 같은 삶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방법 7가지를 소개한다. 용기, 도전, 창조, 긍정, 신념, 자기애, 예술적 순수성만 있다면 언제든 삶의 방향을 다시 정립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루소의 삶은 인생의 전환점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3

中 전기차 혁명 심도 있게 분석

2025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62.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기차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신간 ‘중국 전기차가 온다’(글항아리)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10년간 신에너지차 개발과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를 주도한 먀오웨이 전 공업정보화부 장관의 통찰을 담아 중국의 전기차 혁명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과거 ‘자전거 왕국’으로 불리던 중국이 어떻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게 됐는지, 그 배경에는 전략적 선택이 있었다. 내연기관차 기술 축적을 포기하고 전기차에 올인한 결단은 오늘날의 눈부신 성과로 이어졌다. 먀오웨이 장관은 “길이 차를 기다릴지언정 차가 길을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며 전기차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중국은 스마트 도로와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이는 전기차 전성시대의 도래를 앞당겼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장에서는 전기차 혁명의 배경, 연구개발, 충전소 혁신, 배터리 및 모터 기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의 특성 등을 다룬다. 또한 신흥 강자와 좀비기업, 배터리 안전 문제 등 현재 전기차 산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와 미래 전망도 제시한다. 특히, 중국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어떻게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을 탄생시켰는지, 그리고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 토종 배터리 및 부품사 육성이 중국을 세계 전기차 생산·판매 1위로 끌어올린 출발점이라고 진단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자동차 기업, 관련 단체의 빈틈없는 협력이 급속한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저자는 전기차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배터리 화재 문제, 국제 규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중국이 전기차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글로벌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전망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3

대구문화예술진흥원-타이베이 문화재단 업무협약 체결

대구문화예술진흥원(원장 박순태)과 타이베이 문화재단은 2일 국제 문화예술 발전 및 레지던시 사업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국제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예술인 교류 및 협력 △문화예술 콘텐츠의 상호 교류를 통한 국제 저변 확대 △문화예술 기반 공동 사업의 기획 및 추진에 협력하기로 했다. 타이베이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트레저힐 아티스트 빌리지’는 1960년대 퇴역 군인과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자발적 건축으로 형성한 거주지 ‘트레저힐(Treasure Hill)’을 보존해 2010년 공식 출범한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국제 레지던시다. 지금까지 대만을 비롯해 전 세계 약 600명의 예술가를 유치하고, 200명이 넘는 대만 예술가들의 해외 레지던시 참여를 지원함으로써, 국제 문화 교류의 활발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본부장 방성택)가 운영하는 대구예술발전소는 지난해 일본 ‘코가네초 에리어 매니지먼트 센터(요코하마)’와 입주작가 교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대구예술발전소는 일본에 이어 2026년부터 대만과도 입주작가 교환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작가 창작 지원 확대와 국제 교류 네트워크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박순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박순태 원장은 “국제 교류는 단순한 협력이 아닌 상호이해와 창의성 확대를 위한 실질적 기반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대만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2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 기획 ‘금강산에 그리움을 담다’展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금강산의 자연미와 민족정신을 담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 및 아카이브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한반도의 상징적 공간인 금강산의 의미를 되새긴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는 오는 7월 1일부터 6일까지 A관에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기획전 ‘금강산에 그리움을 담다’를 개최한다. 금강산은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한민족의 정서와 역사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45년 만에 시작된 1998년의 금강산 관광은 남북 교류의 상징이었으나, 2008년 중단된 이후 현재는 ‘그리움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금강산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하며, 전통 회화의 맥을 잇고 현대적 감각을 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1910년대 금강산을 여행하며 제작된 심전 안중식(1861~1919)의 ‘삼선암’과 ‘금강산의 화가’로 불리는 소정 변관식( 1899∼1976)의 ‘외금강 삼선암’, ‘진주담’ 등을 통해 금강산의 힘차고 굳센 화풍을 감상할 수 있다. 변관식은 평생 금강산을 ‘자신을 지켜준 힘의 원천’이라 여겼고,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며 일생 동안 금강산을 그렸다. 청전 이상범(1897~1972)은 1940년경 동아일보를 사직한 후 금강산 기행을 통해 암울했던 마음을 달랬으며, 금강산의 실경을 담아 지역의 아름다움을 남겼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만이천봉 금강산 24승’은 삼선암, 총석정, 명경대, 유점사 등 금강산의 명소 24곳을 담은 화첩으로, 이상범 특유의 부드러운 화풍이 돋보인다. 화첩을 펼쳤을 때 총 길이 약 7m에 달하는 대작으로 사생풍의 사실적인 묘사와 맑고 투명한 담채의 효과가 특히 돋보인다. 북종화 계통의 화가로서 한국 풍속화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이당 김은호(1892~1979)의 ‘금강하적’은 1940년대 제작된 수묵화로, 한국 산천에서 받은 감흥과 미감을 민족미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월북화가 청계 정종여(1914~84)의 ‘보덕굴’은 사실적 산수화로 금강산의 비경을 담았으며, 박생광의 ‘금강산 8폭 병풍’은 동양화 재료로 서구적 조형방식을 수용한 전위적 시도가 돋보인다. 일본화가 토미오카 텟사이는 일본의 메이지, 다이쇼시대 문인화가로 일제강점기 금강산을 기행하며 그린 ‘금강산도’를 이번 전시회 선보일 예정이다. 1998년 금강산 관광 재개 이후에는 남한의 화가들이 직접 금강산에 올라 절경을 화폭에 담았다. 대표적으로 소산 박대성의 100호 대작 ‘삼선암’과 약 6m 길이의 ‘금강산 사계’는 금강산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송필용, 권용섭의 작품도 함께 선보이며, 북한 화가 최원수의 ‘금강산 삼선암’도 화려한 색채로 삼선암 절경을 담았다. 이 외에도 취봉 이종원, 추강 이형섭의 작품과 민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금강산 풍경 엽서 30여 종, 관광 안내도, 현대아산이 제작한 금강산관광 안내 책자 등 다양한 자료들도 전시된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장대한 구도와 표피적 묘사, 물성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그려진 금강산은 오랜 세월 한민족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며 “이번 대백프라자갤러리 특별기획전 ‘금강산에 그리움을 담다’는 시각예술의 관점에서 금강산의 진정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1

K-판타지의 힘’정보라가 들려주는 상상력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원장 이종수·이하 진흥원)은 오는 12일 오후 2시 안동시립중앙도서관에서 소설 ‘저주토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소설가 정보라 작가를 초청해 ‘경북 스토리스쿨(전문가 특강)’을 개최한다. ‘경북 스토리스쿨(전문가 특강)’은 스토리 산업 분야의 저명한 인사를 초청해 지역 창작자의 기획 및 창작 역량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이번 특강은 작품 ‘저주토끼’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를 특별히 초청해 ‘이야기의 힘: 저주토끼와 함께하는 상상력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경북도민과 함께할 예정이다. 정보라 작가는 1998년 연세문화상 당선작 ‘머리’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7년 출간한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과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올해는 소설집 ‘너의 유토피아’로 세계 3대 SF(과학소설)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한국 SF·판타지 문학의 세계화를 이끄는 대표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이번 특강을 통해 지역 창작자들과 예비 작가들이 새로운 상상력과 창작의 동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스토리산업의 발전을 위해 창작자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특강은 구글폼(https://m.site.naver.com/1JZpp)을 통해 오는 9일까지 사전 신청할 수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1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 DIMF에서 만나는 단 한 번의 특별 무료 상영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이 제1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특별 상영된다. 이번에 상영되는 작품은 토니상 6관왕에 오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영감을 받아 재창작한 영화다. 이번 특별 상영은 오는 5일 오후 4시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 카메라타에서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티켓은 1일 오후 4시 네이버 예약에서 오픈한다. DIMF 기간 중 단 하루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다.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인 21세기 후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구형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를 다룬다. 버려진 채 외롭게 살아가던 두 로봇은 서로를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되고 결국 서로를 위한 마지막 선택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이번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서는 드물게 로맨틱 코미디 + SF +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융합을 시도했으며 비인간 존재인 로봇을 통해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감정과 사랑의 복잡함을 섬세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원작의 스토리와 정서를 바탕으로 재창작된 시나리오와 음악적 요소가 녹아 있는 점도 관객들의 기대를 높인다. 특별출연으로 배우 유준상, 강홍석이 참여해 작품의 감동과 깊이를 더한다는 점도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은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 중이며 펀딩 목표의 110%를 달성한 상태다.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함에 따라 상영 극장 확대 및 지방 순회 상영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관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이 작품은 이미 제작을 완료하였으며 현재는 극장 상영을 위한 배급 준비 단계에 있다. 제작진은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을 담은 영화를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이번 DIMF 특별 상영을 통해 보다 많은 관객이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눠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영화 개봉 전 DIMF에서 단독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를 함께할 수 있어 더욱 뜻깊다”며 “앞으로도 DIMF는 창작자들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01

올 하반기 TV 방영 앞둔 ‘강치 아일랜드’ 사전 홍보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원장 이종수)은 지난달 27일 독도에서 서경덕 교수(경상북도 독도 문화산업 콘텐츠 홍보대사)와 함께 올 하반기 TV 방영을 앞둔 ‘강치 아일랜드’ 사전 홍보를 진행했다. 이번 만남은 진흥원이 서경덕 교수와 함께 기획해 지난 2일 유튜브에서 공개한 ‘독도 섬기린초’에 이은 다섯 번째 협업 행사다. TV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TV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는 ‘강치 아일랜드’ 는 총 26편(편당 11분)으로, 마법학교에 다니는 강치들이 독도와 바다를 지키는 수호 마법사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룬 작품이다. 섬기린초, 사철나무 등 독도 자생식물과 다양한 생태환경을 아이들에게 보다 쉽게 교육적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로 제작되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서경덕 교수와 특별한 만남은 광복 80주년 독도 역사 탐방 행사와 함께하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 행사는 독도 방문 및 울릉도 곳곳에 남아 있는 독도의 역사적 발자취를 살펴보고 보존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취지로 기획됐다. 또한 독도에서 서경덕 교수와 탐방 행사를 함께한 시민 80명과 강치와 함께하는 초대형 태극기 퍼포먼스도 펼쳐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독도에 대한 전방위적인 홍보로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서경덕 교수는 “모두가 주목하는 K콘텐츠에 독도와 강치를 자연스럽게 녹여내 그 의미와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서경덕 교수와 섬기린초 영상과 더불어 특별한 콜라보를 통해 강치 애니메이션을 알리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하반기 방영될 ‘강치 아일랜드’를 통해 강치와 다양한 동식물들이 펼치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잘 담아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독도의 의미와 가치를 잘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30

‘의자’ 통해 자아·기억·치유의 서사 입체적으로 풀어내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하는 대구아트웨이가 쇼룸 스튜디오 입주 예술인의 릴레이 개인전 ‘월간범어’의 네 번째 작가로 조각가 이상헌의 ‘내재된 기억: 조각가의 의자’를 오는 7일부터 31일까지 대구아트웨이 스페이스1에서 개최한다. 아트웨이는 지난 4월부터 쇼룸과 공방 스튜디오 16개를 새롭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월간범어’는 쇼룸 스튜디오에 입주한 예술인들을 매월 한 팀씩 집중 조명해 기획전시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9명의 작가들이 4월부터 12월까지 릴레이 전시를 이어가며, 주로 시각 예술인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약 1년간의 입주 기간 동안 개인전 개최, 평론가 매칭, 아트페어 참가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7월의 작가 이상헌은 20여 년간 ‘의자’를 중심 소재로 작업해온 조각가로, 유년 시절의 기억과 감정을 오브제에 투영하며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의자’를 통해 자아, 기억, 치유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전시는 두 개의 공간에 펼쳐진다. 첫 번째 방에는 대형 조각품의 일부인 ‘팔’과 ‘거대한 손’이 설치된다. 관람객은 실제로 손 위에 앉아 자신이 기억하는 ‘의자’에 대해 떠올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의자라는 오브제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두 번째 방에는 향나무 톱밥이 깔린 바닥 위에 2m 20cm 높이의 비정형 목조 의자가 놓인다. 이는 작가의 삶이 투영된 자아의 형상으로, 불안정한 어린 시절과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상징적 오브제다. 작가의 작품에는 유년 시절에 느낀 외로움과 상실, 불안정한 가정환경, 병을 이겨낸 경험 등이 담겨 있으며, 변형된 의자와 왜곡된 인체 형상은 그 기억의 잔재이자 미래를 향한 의지의 표현이다. 작가는 나무를 깎는 고된 노동의 과정을 ‘사유의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이를 통해 자신과 관객의 감정이 교류・치유되는 예술의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는 조각을 통해 삶의 서사와 내면의 기억을 조형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나무라는 재료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자아와 감정의 흔적을 새기는 그의 작업은 관객의 깊은 공감과 감성을 이끌어낸다. 오는 11일과 25일오후 4시에는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전시 공간의 손 조형물에 앉은 관람객들은 자신의 기억 속 ‘의자’에 대한 짧은 글을 작성해 전시장 벽면에 붙이며, 작품과 자신의 기억을 연결하는 정서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30

변화하는 예술 언어… ‘6 Sense –사진, 그 표현의 경계를 넘어’展

포항의 사진전문갤러리인 갤러리포항에서 ‘6 Sense–사진, 그 표현의 경계를 넘어’라는 제목의 특별한 사진전이 열린다. 배재대학교 광고사진영상학과 여섯 명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개인 작품 발표를 넘어, 사진이 시대와 기술, 사회와 예술 사이에서 어떤 가능성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 함께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포항 손진국 관장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그동안 지역 사진예술 발전을 위해 애써온 갤러리포항이, 포항 시민들에게 더 넓고 깊은 사진의 세계를 선보이기 위해 학문적 기반과 예술 실천을 함께 겸비한 교수진을 초대함으로써 마련했다. 전시에 참여하는 여섯 명의 교수들은 각기 다른 전공과 작업 세계를 지니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사진의 언어와 지향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한다. 오세철 학장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사진 형식성과 영상미학을 탐구해왔다. 그의 작업은 빛과 프레임,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사유하게 한다. 하승용 학과장 교수는 도시의 기록자다. 공학적 사고와 디지털 이미지를 결합해 우리 주변의 변화와 흔적을 시각화한다. 김명관 교수는 빅데이터와 사진의 접점을 탐색한다. 복잡한 정보 속에서 시각적 질서를 찾아내는 그의 작업은 사진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준다. 윤석환 교수는 과학수사학을 바탕으로 이미지 분석과 영상증거 해석을 연구해왔다. 그의 사진은 기술과 진실, 감성과 논리 사이의 균형을 묻는다. 유성근 교수는 상업사진의 현장에서 감성과 메시지를 포착한다. 진심 어린 시선으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조명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도협 교수는 AI 생성 이미지에 주목한다. 인공지능과 실사 이미지 사이의 경계,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 인식의 변화를 포착하고자 한다.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깊이 있는 연구와 실천을 해온 여섯 명의 교수들은, 이번 전시에서 ‘사진’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6 Sense’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대화를 구성한다. 오는 2일 오후 6시30분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작가들과의 만남’의 시간이 진행될 예정이다. 손진국 갤러리포항 관장은 “이번 전시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본질을 되묻고, 그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여섯 명의 시도이자 성찰이다.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 변화하는 예술 언어에 관심 있는 이들, 그리고 새로운 시각의 자극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전시는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30

지방문화원 역할 재조명·지역 상생 정책 논의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은 오는 3일 오후 2시 포항문화원 3층 강당에서 ‘포항문화원, 지역사회와 공진화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학술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도내 지방문화원 차원에서 처음 시도되는 문화원 발전 학술포럼이라는 점에서 지역 문화계와 학계의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방문화원 본래의 역할을 재조명해 보고, 지역사회와 상생·공진하는 문화정책의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포럼은 지역문화에 대한 학술적 고찰과 정책적 제언을 동시에 담아내어 지방문화원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포럼은 식전 문화공연과 개회식에 이어, 지방문화원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토론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기조강연은 송은옥 한국문화원연합회 국장이 맡아 전국 문화원의 정책 동향과 운영 방향 속에서 지방문화원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전략을 통찰력 있게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지방문화원 운영의 제도적 기반과 그에 따른 실행 과제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주제발표는 향토사학자인 박창원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과 이상준 포항문화원 부원장이 각각 맡는다. 박 연구위원은 포항의 지역문화 현황을 학문적으로 진단하며, 지역성의 회복과 문화자원의 재해석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한편, 이상준 부원장은 지역 문화 현장에서의 실무적 경험을 토대로, 문화원의 실질적 역할과 시민 참여 기반의 프로그램 운영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포럼의 좌장은 김윤규 한동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아 각 발표자 및 토론자 간의 논의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균형 있는 사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종합토론에는 이동업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장, 정원석 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 박임관 경주문화원장, 정혜숙 포항시 문화예술과장, 권용호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등 각계의 문화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행정, 의회, 문화기관, 연구계 등 다양한 입장에서 지역문화의 발전 전략을 제시하고, 포항문화원이 지역과 어떻게 동반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이번 포럼은 단순한 담론의 장이 아니라, 포항문화원이 지역사회의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한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문화원과 지역이 함께 공진화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서, 많은 시민들과 문화 관계자들의 깊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30

“모두의 축복 속 건강하게 자라길”

포항시는 최근 지역 내에서 태어난 세 쌍둥이 형제의 백일을 맞아 해당 가정을 방문해 축하 인사와 함께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이번에 100일을 맞은 세 쌍둥이는 우현동에 거주하는 김동균·조혜정 부부의 자녀들로, 지난 2월 태어나 가족과 이웃의 축복 속에 건강하게 자라며 최근 백일을 맞았다. 이날 편준 포항시 복지국장, 정명숙 우창동장, 아버지 김 씨의 근무지인 전재업 경북경제진흥원 본부장이 함께 방문해 세 쌍둥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고, 가족에게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각 기관에서는 기저귀와 육아용품, 유모차 등을 선물로 전달했으며, 공동육아나눔터, 육아용품지원센터, 아이돌봄서비스 등 다양한 육아지원 제도도 안내했다. 이 가정에는 세 쌍둥이 출생에 따라 총 800만 원의 ‘첫만남이용권’이 지급됐으며, 향후 2년간 총 5100만 원의 부모 급여와 만 7세까지 2850만 원의 아동수당이 지원된다. 또한 포항에 계속 거주할 경우, 총 150만 원의 첫돌축하금과 24개월간 650만 원의 출산장려금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아버지 김동균 씨는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내고 밤잠을 설쳐가며 세 쌍둥이를 돌보고 있는데, 지역사회의 따뜻한 응원이 큰 힘이 된다”며 “열심히 잘 키우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편준 시 복지국장은 “아이 셋을 동시에 양육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만큼, 다둥이 가족이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따뜻한 출산·양육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9

도립예술단, 도청 신도시 시대 ‘새 도약’

경북 도민의 문화생활 향유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설립된 경북도립예술단의 도청 신도시 이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도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간 내부 문제로 인해 도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예술단은 최근 경북도의 결정으로 2027년 8월에 도청 신도시로 이전한다. 2016년 경북도청이 안동시 도청 신도시로 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립예술단은 여전히 대구에 머물러 있었다. 현재 도립예술단은 국악단(창단 1992년)과 교향악단(1997년)으로 구성돼 총 149명의 단원이 활동 중이다. 교향악단은 대구 북구에, 국악단은 경북 고령군에 각각의 연습실을 두고 운영되고 있으며, 통합사무국은 대구 북구에 각각 위치해 있다. 경북도는 지난 2016년 9월에 도립예술단의 도청 신도시 이전 계획을 확정하고, 2017년 6월 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건축비 등 253억 원의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전 작업이 지연돼왔다. 이전 작업이 지연되는 동안 경북도는 도립예술단의 복무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도의회로부터 도립예술단 운영과 예산 낭비 문제를 강하게 지적받았다. 2018년에는 경북도 대상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원들의 무단 외부 활동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도의 부실한 복무 관리 실태가 지적됐다. 그동안 도립예술단 단원들이 언론과 각 기관에 제기한 민원 및 제보는 50건을 넘었다. 2019년에는 내부 갈등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 교향악단과 국악단 단원들 간의 합주 방해 등의 이유로 동료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발과 진정이 이어졌고, 사무직 직원과 관련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형사 고발이 발생하며 예술단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도청 안팎에서는 도청과 예술단의 근거지 분산에 대한 문제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경북도는 총사업비 425억 원을 투입해 2027년 8월까지 도립예술단을 예천군 호명읍으로 통합 이전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설계 공모를 진행한 결과, 올해 5월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발표됐다. 내년 4월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같은 해 6월부터 건축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도립예술단은 예천군 호명읍 금능리 734-1에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약 6804㎡)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경북도는 고령군과 대구시에 분산된 시설과 기능을 통합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게 될 전망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전문가는 “이번 이전 계획을 통해 도립예술단의 효율적인 운영과 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경북도립예술단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경민 경북도의원(문화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마무리된 조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신임 사무국장 선임 등 조직을 재편하고, 단원들의 역량을 저하하는 운영 방식을 개선해 도립예술단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도립예술단이 제 역할을 다할 때 도민들은 더 많은 문화 향유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립예술단이 이전할 도청 신도시에는 도립미술관, 유교경전각, 종가음식 체험관, 경북종합예술센터 등이 집중 배치되어 문화예술 벨트가 형성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도민들에게 양질의 행정 서비스와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9

한국 클래식 공연 문화, 서양처럼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

서양권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면 클래식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 클래식은 단순히 소비하는 고급 예술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클래식 음악은 자연스럽고 열린 문화로 뿌리내려 있으며, 예술을 지켜 나가는 것은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후원 문화도 활발하다. 개인, 가족,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후원이 일반화돼 있으며, 1달러 소액 기부부터 수십만 달러 고액 후원까지 누구나 기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 후원자는 단순히 기부자가 아니라 공연의 공동 제작자로 여겨지며, 많은 공연장은 후원자 전용 좌석, 연주자와의 만남, 리허설 참관, 후원자 디너 같은 기회를 제공해 문화적 자부심을 느끼도록 한다. 클래식은 서양에서 하우스 콘서트, 요양원, 실버아파트 같은 생활 공간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일상의 음악이다. 미국의 “Groupmuse”처럼 거실에서 옹기종기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살롱 콘서트 플랫폼도 활성화돼 있다. 장애 접근성, 음료 지참 가능 여부, 입장료 같은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며 누구나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게 한다. 독일은 요양원에 이동형 클래식 팀이 찾아가 연주와 해설을 들려주고 환자의 정서 안정과 사회성 회복, 인지력 자극까지 돕는다. 이런 프로그램은 문화부와 지방정부 지원으로 매년 수백 회 이상 운영된다. 반면 한국에서 클래식은 오랫동안 배워야 하는 예술, 정제된 공간에서 감상하는 고급 경험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아직 접근성, 교육, 감상 태도에서 구조적 차이가 뚜렷하다. 공연장은 수도권에 집중돼 서울·경기·인천이 전체 공연의 73%를 차지하며, 영남권은 14%, 호남권은 7%, 충청·강원·제주를 모두 합쳐도 6%에 불과하다. 지방에서는 기획 공연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관객들은 누가 연주하는지, 프로그램이 얼마나 친숙한지에 따라 공연장을 찾게 된다. 클래식은 여전히 전공자나 엘리트의 예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박수 타이밍, 드레스 코드, 예절에 대한 부담이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어렵고 딱딱한 장르라는 고정관념도 관객층을 좁히는 원인 중 하나다. 이러한 차이는 역사적 뿌리와 교육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서양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애초에 자국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귀족과 시민 사회의 일상에서 출발해 대중화되었다. 반면 한국은 20세기 이후 서양 교육과 함께 클래식이 소개되며 배워야 하는 예술, 지적 훈련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교육 역시 서양은 학교 안에서 악기 수업과 오케스트라 활동 기회가 풍부해 음악이 생활 속 활동으로 스며들었다. 한국도 최근 학교 프로그램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 연마와 평가 중심의 구조가 강하고, 고가의 레슨비는 클래식을 일반 대중과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는 분명히 시작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가정형 하우스 콘서트가 열리고, 예술의전당은 야외 무대에서 무료 클래식 공연을 열어 우연히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음악을 선사한다. 지역 도서관이나 복지관에서 소규모 클래식 공연이 마련되며 새로운 관객층이 생기고 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공공기관과 예술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자리 잡아야 한다. 지역 기반의 생활형 공연과 학교 감상 교육 강화, 소액 후원 문화 활성화 같은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클래식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삶 속 예술로 뿌리내릴 수 있다. 예술은 연주자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시민이 함께 지켜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2025-06-29

국립경주박물관, 소장명품 중심 ‘2025 신라학 강좌’ 운영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심도있게 조명하는 ‘2025 신라학 강좌’를 운영한다. 이번 강좌는 박물관이 소장한 명품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해설을 제공해 신라 문화유산의 진수를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9월에 재개관하는 월지관과 11월에 열리는 ‘금관 특별전’을 기념해 월지 출토 문화유산과 신라의 황금 문화유산에 대한 특별 강의도 마련됐다. 신라학 강좌는 7월 2일, 월지관 재개관을 담당한 이현태 학예연구사의 ‘안압지에서 동궁과 월지로’라는 주제로 시작해, 12월 17일까지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에 총 9회에 걸쳐 진행된다. 단순한 문화유산 소개를 넘어,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독자적인 연구 성과와 차별화된 시각으로 문화유산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함께 조망한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국립경주박물관의 명품 문화유산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강의 당일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강당에서 현장 접수(선착순 100명)가 가능하다. 강의 자료는 매 회 무료로 배포되며, 국립경주박물관 블로그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올해 신라학 강좌를 통해 신라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가까이 다가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특히 재개관하는 월지관과 금관 특별전과 연계된 강의를 통해 새로운 전시를 미리 경험하고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강좌 일부를 토대로 내년에 ‘신라 문화유산 시리즈’로 발간할 계획이며, 이는 경주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전시물을 더욱 자세하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9

신과 같이 모든 걸 창조한 뇌의 ‘무한 상상력’

인류는 대부분 시간을 종교와 함께 보내온 역사를 지녔다. 인류의 삶에 왜 종교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걸까? 영국의 진화심리학자인 로빈 던바 옥스퍼드대 진화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신간 ‘신을 찾는 뇌: 종교는 어떻게 진화했는가’(아르테)는 이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을 제시한다. ‘던바의 수’와 ‘사회적 뇌’ 가설로 잘 알려진 진화인류학자이자 인지과학 및 사회성 연구의 대가인 던바는 다학제간 연구를 통해 종교의 진화적 목적을 예리하게 추적했다. 그는 종교가 인간의 생존 전략이며,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종교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밝히기 위해 전 세계 현장 연구와 고고학적 증거를 활용한다. 던바는 종교가 단순히 비합리적이거나 비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하며 사회를 통합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강조한다. 던바는 종교의 진화론적 연구 방법을 통해 ‘왜’, ‘무엇을’, ‘언제’ 믿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종교적 신비주의 요소가 모든 종교 행동의 근간을 이루며,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 바로 종교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될 수 있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던바는 특정 종교의 관점을 취하지 않고 인류의 보편적인 종교 경험을 대상으로 종교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밝힌다. 전 세계 현장 연구와 임상 증거, 고고학적 기록, 컬트·섹트·카리스마적 종교 지도자의 면모, 추종자의 심리 분석 등을 바탕으로 인간의 믿음에 대한 광범위한 분석을 시도한다. △종교의 진화론적 연구 방법론 던바는 종교의 기원과 진화를 뇌과학적 관점에서 탐구한다. 그는 종교의 신비주의적 요소에 주목하며, 샤먼의 예지 능력, 치유 행위, 공동체 의식 등이 삶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종교가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해 다양한 형태의 의례와 신비주의적 경험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미래를 예측하거나 치유를 제공하고, 공동체의 통과의례를 주관하며, 리더로서 공동체를 이끄는 샤먼의 역할은 전 세계적으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교의 사회적 기능론 던바는 종교가 사회적 수준에서 인간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종교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나 환경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건강상의 이점도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종교 예배에 자주 참석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19배나 낮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회적 측면에서 종교는 공동체 결속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배 참석 빈도가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증폭된다. 또한, 종교적 의례와 활동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규모가 약 150명이라고 주장하며, 이 숫자가 종교 공동체의 결속력과 교회의 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종교의 역사 던바는 인류의 종교적 성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고고학적 발굴과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탐구한다. 그는 이라크의 샤니다르 동굴 유적지 등 다양한 유적지를 통해 초기 인류의 종교적 흔적을 추적한다. 샤먼 종교가 오랜 기간 존재하다가 약 1만2000년 전 신석기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구가 급증하면서 교리 종교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예리코, 아인 가잘, 린도맨, 늪지 사람들, 아메리카 평원 인디언들의 사례를 통해 인구 통계학적, 경제적 변화와 함께 공동체 의례의 성격이 변했으며, 특히 도덕적 고위 신의 출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종교 분열의 메커니즘 던바는 중세의 카타리파와 베긴회, 셰이커 공동체, 20세기에 메이블 발트럽이 창설한 천년왕국 공동체 파나세아 소사이어티, 나카야마 미키의 덴리교, 짐 존스의 인민사원, 로크 테리오의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캘리포니아의 천국의 문 등 다양한 컬트와 섹트 집단을 사례로 종교가 분열하는 경향과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의 역할, 그들의 열정과 동기에 숨은 어두운 본질을 연구한다.   열 장에 걸쳐 던바는 여러 역사적 증거와 과학적 증거를 활용해 종교의 진화를 다루며, 종교는 인간 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우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한 ‘우정의 일곱 가지 기둥(출생지, 현 거주지, 민족성, 음악, 정치, 도덕, 종교)’에 따르면, 서로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감정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매우 강력한 요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6

일본 건축물서 삶·생각을 읽다

신간 ‘일본이라는 풍경, 건축이라는 이야기’(따비)는 건축 전문가인 저자 최우용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까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중 15개 도도부현에 있는 26개의 건축물을 통해 설계자의 정체성, 삶의 방향성, 건축물과 사회의 상호작용이 빚어내는 의미를 고찰한다. 일본이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소개하는 나라현의 호류지(法隆寺)부터 구마 겐고와 같은 현대 건축가가 공들여 만든 개성 있는 스타벅스 매장인 다자이후텐만구오모테산도점 건물까지 과거와 현대로 독자를 안내한다. 다양한 건축을 두루 살피기 위해, 저자는 네 개의 주제를 채택한다. 첫 번째 주제는 ‘서로 다름’이다. 서로 대립되는 혹은 조화를 이루는 여덟 개의 개념 쌍에 빗대 일본 건축을 바라보며, 일본의 건축가(현대의 유명 건축가든 이름을 남기지 않은 옛 기술자든)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런 건축을 했을까를 묻는다. 두 번째 주제는 ‘일본의 역사 속 일본 건축사’다. 거의 30년 터울로 지어진 도쿄국립박물관의 네 개 전시동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09년에 개관한 효케이관은 탈아입구(脫亞入歐)라는 시대정신으로 서구화와 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당대 일본을 보여주며, 1938년 지은 (현재의) 본관은 탈아입구에서 탈구입아(脫歐入亞)로 진로를 변경하고 전통을 과시하려 했던 일본의 충만한 자신감을 반영한다. 1968년에 개관한 동양관은 보편으로서의 모더니즘과 특수로서의 일본성을 어떻게 결합하느냐를 고민하던 시대정신에 대한 건축적 대답이며, 1999년에 개관한 막내 호류지보물관은 더 이상 보편과 특수의 대비 또는 일본적 서사 등에 구애받지 않는 일본 건축의 수준을 보여준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자체로 건축박물관이자 역사박물관인 것이다. 일본 근대 건축가 계보의 맨 위에 있는 단게 겐조는 일본 건축사를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의 건축물-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가가와현청, 국립 요요기 실내종합경기장-을 통해 건축이 시대적 요구-패전의 피해 극복, 전통의 현대적 해석, 국력의 과시-에 어떻게 응답했는지 설명한다. 세 번째 주제는 ‘지역’이다. 아열대의 섬 오키나와부터 설국(雪國) 니가타까지, 일본의 자연 및 지역성은 건축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을까? 나고야시청에서 콘크리트블록이라는 몰개성의 건축 재료를 남국의 자연에 맞게 풀어낸 동시에 오키나와의 전통과 접목시킨 건축가들의 고민을 엿보는 한편, 니가타의 큰눈에 버티기 위해 오래전부터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목조의 뾰족지붕이 철근콘크리트조의 평지붕으로 바꾸고 있는 풍경에서 자연에 순응하거나 저항하는 건축과 기술을 성찰한다. 건축이 지역을 받아안는 방식이 그저 풍경에 안착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한국 건축물도 여럿 설계한 구마 겐고가 (아직 덜 유명했던 시절) 설계한 도치기현의 작은 뮤지엄들을 찾는다. 네 번째 주제는 ‘만남’이다. 작은 운하 위에 세워진 나가사키현미술관의 다리는 기능적으로는 운하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지만, 또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의도하고 있기도 하다. 서로 다른 문명의 만남은 새로운 양식을 만든다. 하코다테의 의양풍(擬洋風) 건물 ‘구 하코다테공회당’은 그림과 사진으로만 서양의 석조건축물을 접한 일본의 목수들이 그 외양만 흉내 내 만든 과도기적 결과물이다. 1979년에 시작돼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이 있다. 2025년까지 매년 수상자를 발표해온 이 상에서 일본은 총 8회, 9명의 수상자(2010년 공동 수상)를 배출한 최다 수상국이다. 이 책에 소개된 건축물 중에도 이 프리츠커상 수상자의 작품이 여럿 있다. 그러나 저자는 대단한 건축가의 대단한 성취를 분석하기보다 다양한 건축물이 어떤 삶의 틀이 되고 있는지를 살핀다. 건축을 관찰하면 삶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확인하게 된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문학과 영화, 역사적 사실과 저자 자신의 일상을 엮은 이야기가 저자가 살필 건축과 어우러진 이 책은, 여행기이면서도 역사에 대한 성찰이고, 건축 비평이면서도 삶에 대한 에세이다. 건축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일본 여행에 깊이를 더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한다. 저자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건축물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끼면서 인생을 관조하는 기회를 얻어보라고 제안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6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 4인 김환기·박수근·이중섭·장욱진 경주서 특별한 ‘첫 동행’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정수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경주에찾아온다. 오는 7월 1일부터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해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 미술 4인의 거장들: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전국 5개 주요 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규모 전시로,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의 선구자인 네 명의 거장들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자리로, 각기 다른 화풍과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김환기의 추상적 세계, 박수근의 소박한 일상의 미학, 이중섭의 강렬한 표현력, 그리고 장욱진의 순수한 동심이 어우러져 한국 미술의 독창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각 거장의 작품은 독특한 개성과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며,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한국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환기미술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글로벌세아그룹 등 국내를 대표하는 5개 미술관과 기업의 소장품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이들의 대표작과 드로잉 등 총 90여 점이 경주에서 최초로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한수원, 국립현대미술관과 협력해 준비됐으며, 한국 근현대 미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더불어 예술을 통한 문화적 교류의 아름다운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한, “특히,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깊이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10월 12일까지 진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예매는 티켓링크 및 전시장 현장에서 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4

돌판에 아로새긴 ‘망자의 삶’

오랜 세월 돌에 새겨진 역사를 살펴보는 석각 탁본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관장 김규동)은 지난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중국의 한 박물관에서 기증받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기증특별전 ‘만세불후(萬世不朽)-돌에 새긴 영원’을 개최 중이다. 지난해 중국 섬서한당석각박물관으로부터 기증받은 남북조시대부터 당나라에 이르는 석각 자료 탁본 58건 75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물은 묘지문 탁본과 토용 5건 7점을 포함해 모두 63건 82점이다. 섬서성 서안시에 위치한 중국 제일의 민영박물관인 섬서한당석각박물관은 다양한 고대 석각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묘지명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고인의 이름과 생애를 기록한 묘지명이 단순한 추모를 넘어 당시 사회의 가치관과 질서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사적 단서임을 강조한다. 탁본은 원본 손상 없이 정밀한 판독이 가능해 오래전부터 금석문 연구에 널리 활용됐다. 특히 원본을 직접 옮기기 어려운 경우에 그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문화유산의 보존과 공유를 위한 중요한 방법론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 ‘세상을 담다’는 중국 남북조시대(386~589)의 정치적 상황과 종교적 배경을 소개한다. 이 시기는 여러 왕조가 흥망을 거듭한 분열의 시기이자 불교가 국가적 차원에서 수용된 종교적 전환기이기도 했다. 이민족 왕조가 한족 문화에 동화되며 묘지명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형식과 내용이 정형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2부 ‘이야기를 새기다’는 묘지명의 제작 목적과 역할, 내용 구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묘지명을 만들어 무덤에 함께 묻는 일은 장례 의례의 일부였으며, 후대에는 예제(禮制)로 정착했다. 또한 무덤의 유실을 우려해 이름과 가계, 사망 및 장례 과정을 충실하게 기록했다. 묘지명의 글을 쓴 ‘서자(書者)’와 묘지명의 글을 지은 ‘찬자(撰者)’의 존재는 묘주와 주변 인물 간의 사회적 관계망을 드러낸다. 묘지명은 단순한 비문을 넘어 삶의 방식과 기억의 형태를 집약한 시대의 기록물 역할을 했다. 3부 ‘일생을 쓰다’는 8세기 이후 제작된 묘지명을 중심으로 당시 사람들의 삶과 이를 구성하는 시대와의 관계를 조명한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 시대의 혼란을 피해 은거한 인물들의 묘지명을 통해 당시의 정치·사회적 격동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전시품의 다양한 서체는 글자를 예술로 승화한 고대 서예 문화의 깊이를 보여준다. 서예는 단순한 문자를 쓰는 행위를 넘어, 글을 쓴 사람의 인격과 수양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여겨졌다. 비석에 새겨진 글씨들은 대체로 판독성이 뛰어난 해서나 예서가 대부분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묘지명 다수는 해서로 새겨졌다. 전시품을 통해 확인한 해서의 특징은 단정한 자획 속에서도 필획의 유연함과 생동감을 잃지 않는 데 있으며, 이는 안진경(709~785)과 같은 명필들이 주도한 서풍과도 맞닿아 있다. ‘구양씨 부인 묘지’는 당(618~907)의 명필 구양순(557~641)의 손녀 묘지로, 지석에 새겨진 예서가 특히 주목된다. 살이 찐 듯한 획과 유려한 운필, 장식적인 마무리는 예서 특유의 고전적 품격을 잘 보여준다. 또한 ‘조선과 부인 왕씨 부부 묘지명’은 부인이 왕희지의 후손임을 명시하며, 단순한 가계 소개를 넘어 당대 명필에 대한 존경과 문화적 위상을 함께 보여준다. 개석에는 권위와 상징성을 지닌 전서가 사용돼, 묘지 전체에 장식성과 격조를 더하고 있다. 전시품들을 통해 전서체의 변화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특별전 연계 강연(7월 4일)을 비롯해 큐레이터와의 대화(7월 16일, 7월 30일, 8월 13일), 묘지명 탁본 체험(7~8월 중 매주 토요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상세 일정은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공지된다. 김규동 대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묘지명을 매개로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활상을 더욱 가깝고 친숙하게 느끼고 서체와 문장을 통해 고대 중국의 서예문화의 흐름도 함께 살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4

국립등대박물관, ‘세계등대의 날’ 기념 ‘등대축제’ 개최

국립등대박물관(관장 김영진·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소재)은 세계 등대의 날(7월 1일)을 맞아 오는 7월 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국립등대박물관 전시관 2층에서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등대축제‘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등대의 역사와 가치를 널리 알리고, 관람객에게 더욱 친근한 문화 공간으로 다가가기 위해 마련됐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참여형 행사를 통해 등대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피에로가 만들어 주는 ‘요술풍선 체험’ △전문 작가 2명이 진행하는 어린이·가족 대상 캐리커처 그리기 △디폼블럭으로 만드는 등대와 항로표지 왕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행사 시간에 현장을 방문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단, 캐리커처는 시간당 12팀 선착순으로 현장 접수를 진행하며, 1팀당 최대 2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박물관 SNS(YouTube, 인스타그램) 팔로우 이벤트도 진행되며, 참여자에게는 등대박물관 일러스트 엽서 및 뱃지 등 소정의 기념품이 제공될 예정이다. 김영진 박물관장은 “세계등대의 날을 기념하여 준비한 이번 축제를 통해 온 가족이 즐겁게 참여하며, 바다 길잡이인 등대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4

“AI·메타버스 활용, 전통과 혁신 어우러진 한국적 콘텐츠 활짝”

오는 10월 말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문화행사 예술감독으로 양정웅(57) 감독이 위촉됐다. 세계 21개국이 참여하는 주요 국제행사 문화행사의 지휘봉을 잡은 양정웅 감독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과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만찬 문화공연을 진행하면서 전통문화에 IT기술을 접목해 한국문화를 알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본지는 일간지 최초로 양정웅 감독과 이번 APEC의 문화 예술 행사의 방향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라의 미소’로 알려진 얼굴무늬 수막새 인물 캐릭터 활용 삼릉 숲 비롯한 천년고도 자연환경도 공연에 포함 시킬 예정 정상만찬 전후 과정 ‘빛의 여정 컨셉’ 다양한 장르 음악 계획 경주박물관 효율적 활용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K-문화 부각 양정웅 예술감독은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인 이번 행사 참여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한국의 전통춤, 음악, 그림 등에서 나타나는 정중동의 철학을 공연에 담아내는 문화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주의 독특한 문화 자산 중에서도 ‘신라의 미소’로 잘 알려진 경주의 유명한 보물 ‘얼굴무늬 수막새’의 문양을 인물 캐릭터와 영상에 담아내겠다는 구상을 설명했다. 또한 신라의 삼릉 숲을 비롯한 자연환경을 활용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를 연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양 감독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로 정상 만찬을 꼽으며, 만찬 전후의 과정 전체에 ‘빛의 여정’이라는 큰 주제를 붙여 하나의 컨셉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내용. -경주와 인연이 깊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인연이 있나? △아버지가 경주 태생이고 본적도 현재 경주시 황오동이다. 어릴 적 방학 때면 할머니 집에 놀러온 추억이 있다. 이런 인연이 있는 터에 경주에서 열리는 큰 국제행사의 감독을 맡게 되어 더욱 뜻깊다.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무대 연출 역량의 밑바탕은 무엇인가? 배우 데뷔는 언제 했으며, 연극 출연은 얼마나 되나? △부모님이 모두 문인이셨고, 나도 영화 연출과 연극배우 겸 연출을 목표로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인문학적 기반을 다졌다. 영화배우는 1986년 고3 때, 연극배우는 1988년에 데뷔했다. 이후 극단 ‘여행자’를 창단하고 연극 무대에 섰다. 연극 출연은 많지 않고 주로 연출가로 활동했다. 내가 대표로 있는 극단 여행자는 2006년 한국 연극 최초로 세계 최정상의 무대인 영국 런던 바비컨센터 초청으로 ‘한여름밤의 꿈’을 공연했고 2005년에는 세계 최대 공연 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연출 기법은 어떻게 익혔나? 연극 ‘페르귄트’, ‘파우스트’ 외에도 뮤지컬, 오페라,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도 활약했는데. △유학 대신 현장에서 일찍 데뷔해 독학과 공연을 통해 익혔다. 공연을 하루 두세 편씩 보며, 전 세계의 희곡과 대본을 탐독했다. 극단 ‘여행자’를 통해 외국 극단과 협력하며 스페인, 인도, 일본에서 공연했다. 스페인에서는 약 1년간 머물렀고 인도에서는 인도 국립극장에서 현지 아티스트들과 협력해 ‘박코스의 여신들’ 작품에 출연했다. 일본에서는 효고 지방과 나고야 등지에서 약 6개월간 공연했다. -2018 평창 올림픽 등 과거 주요 행사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동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APEC 만찬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개최국으로서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올해 정상회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혁신·번영’이다. 이 주제 중에 ‘혁신’ 부분에 AI, ICT, 메타버스 등을 포함시켜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진 문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번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행사다. 경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이번 문화 예술 행사에 어떻게 접목하고 구현할 계획인가? △신라 경주는 천년 고도이자 세계 어느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는 문화와 예술을 누렸던 곳이다. 신라 시대의 전통적이고 문화적인 요소들을 공연에 많이 담아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신라 토기에 나타난 수막새 미소 이미지를 인물 캐릭터나 영상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신라의 삼릉 숲과 같은 자연환경도 공연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삼릉 숲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삼릉 숲을 포함한 자연환경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를 연출할 것이다. 정상회의 만찬장인 국립경주박물관의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한국의 디테일하고 섬세한 문화를 표현하려고 한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경주박물관의 제한된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작지만 알차고 디테일한 한국의 문화를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회의 만찬 공연의 주제는 무엇인가? △만찬 공연의 가제는 ‘빛의 여정’이다. 약 150명의 인원이 참여할 예정이며, 전통 악기와 현대 밴드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에서 IT 기술은 어떻게 활용되나? △AI(인공지능)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진 문화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APEC 주제인 지속 가능성과 혁신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준비 기간이 짧은데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경주박물관의 공연 장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콤팩트하다’. 이곳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한국의 문화를 잘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콤팩트하다’는 말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경제적이고 압축적으로 구성된다는 의미다. 국립경주박물관 옥외 전시장에 만찬장을 짓고 있으며, 이 작은 공간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공연 장소에 비해 경주박물관의 특징은 무엇인가? △다른 나라들은 넓은 야외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했지만, 우리는 만찬장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알차고 디테일한 문화를 표현하려고 한다. 한국의 K-콘텐츠는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이 특징이기 때문에, 이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2018 평창올림픽 등 과거 주요 행사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동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APEC 만찬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준비 과정에서 미흡하거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직 준비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아쉬운 점은 없지만, 준비 과정에서 여러 도전이 발생할 수 있다. 평창 올림픽 당시 야외에서 바람이 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드론 쇼를 성공적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미흡한 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연출법을 시도할 계획이다. -무대 연출가에서 컨벤션 예술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그동안 어떠한 역량을 연마했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하다. △한·아프리카 만찬 공연 총감독과 네덜란드 국빈 방문 행사 예술 감독을 맡았다. 한국의 전통 예술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K-pop과 K-콘텐츠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 문화행사를 기획해 왔는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영역이 있는지? △APEC 경주 행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큰 행사로,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사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통해 어린 시절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의 목표는 한국 문화 예술의 브랜드화와 가치를 더 많은 대중에게, 특히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K-pop, K-무비, K-드라마는 이미 많이 알고 있지만, 공연 예술 분야는 아직 더 발전할 여지가 크다. 나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그 시발점이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많은 공연 예술가들의 작품이 K-공연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를 희망한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 예술의 아름다움을 더 널리 전파하고 싶다. -이번 행사가 한국의 외교와 경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나? △한국의 문화 예술을 통해 APEC 회원국 간의 경제적, 외교적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며 외교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2

‘제19회 DIMF 개막식 & 축하공연’ 강한 비바람으로 인한 안전 우려로 부득이하게 전면 취소

21일 오후 6시 30분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19회 DIMF 개막식 & 축하공연’이 이날 집중호우가 예보됨에 따라 전면 취소됐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은 “21일 새벽부터 밤까지 대구 지역에 30~80mm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매우 강한 비(많은 곳은 100mm 이상)가 집중될 수 있다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관객과 출연진, 스태프 등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부득이하게 개막식 및 축하공연의 취소를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어 “다만, 예정됐던 향후 공연 및 부대행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고 안내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국내 최정상 뮤지컬 배우들과 신예들이 함께하는 뮤지컬 갈라콘서트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예측하기 어려운 국지성 호우와 돌발 상황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현장 안전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취소됐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은 “DIMF의 가장 큰 행사인 개막식 및 축하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려 주신 시민여러분과 뮤지컬 팬들께 깊은 양해의 말씀을 드리며, 안전한 축제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21

“때로는 무계획도 필요해”

‘대충’이란 사전적 의미는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 완벽하지 않아도 큰 틀에서 얼추 마무리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삶을 너무 완벽하게 하려 하지 않고, 중요한 것만 대강 챙기며 산다면 얼마나 가벼워질까? 30만 베스트셀러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하완 작가는 완벽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대충’의 의미를 재평가하며 에세이 신작 ‘대충의 자세’(웅진지식하우스)를 출간했다. 그는 첫 책 이후 7년 동안 자신에게 꼭 맞는 인생의 자세를 ‘대충’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잘해야 해. 실패하면 안 돼’라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일을 망치게 했고, 저자는 이러한 경직된 자세 때문에 실패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인생이 힘든 이유는 잘못된 자세 때문이 아닐까?’라고 스스로 질문했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다’는 생각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던 자신을 움직이게 한 것은 ‘대충이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저자는 완벽주의와 귀차니즘 사이, 최선을 다하기는 싫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 사이, 인생 곳곳의 실패와 이득 사이에서 얻은 깨달음을 공유한다. 남들과 비교하고 성과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쉽게 조급해지곤 한다. 노력해도 항상 정당한 결과가 따르지 않기에 저자는 무리하지도, 게으르지도 않은 ‘대충의 자세’를 권장한다. 완벽보다 조금 흐트러진 모습이 진정한 멋이며, 애쓰지 않고 중요한 것만 잘 챙겨도 충분히 괜찮은 인생이라고 말한다. 조선의 화가 김홍도와 이탈리아 사람들의 공통점은 틀린 부분을 굳이 고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일부러 틀리게 연출하기도 한다. 김홍도의 작품 ‘씨름’에는 손이 바뀐 인물이 등장하며, 이는 단순한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는 정장을 잘 차려입고 일부러 야구 모자를 쓰거나 셔츠를 삐딱하게 넣는 패션 기법으로, 완벽함보다 자연스럽고 애쓰지 않는 것이 멋이라고 여긴다. 체스터턴은 “무거워지는 것은 쉽고 가벼워지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저자는 인생을 그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무거워지며, 사람은 의식하지 않으면 진지하고 심각해진다고 말한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힘을 빼고 가볍게, 경쾌하게 살아야 한다. 20대 시절,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거야’,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야’, ‘절대 빚을 지지 않을 거야’ 등의 절대적인 결심을 했지만, 저자는 대부분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좋아하는 것과 가치관은 변했고,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시들해졌다. 계획도 마찬가지로, 1년 또는 10년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 실망만 커졌다. 그래서 저자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인 ’무계획’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의 변수 앞에서 좌절하지 말고, 갈대처럼 흔들리며 유연하게 살아가자고 저자는 조언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달리, 변화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요소다. 변화는 유연하고 자연스러우며 갇혀 있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는 대충 살기는 균형감입니다. 내가 보기에도, 남이 보기에도 적당한 정도를 아는 것. 너무 무리하지도, 너무 게으르지도 않은 절묘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 때로는 무계획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9

AI가 만든 노동착취 구조 벗어날 수 있나

마크 그레이엄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교수와 제임스 멀둔 에섹스대 정치학과 교수가 공동 집필한 신간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흐름출판)가 출간됐다. 10년에 걸쳐 전 세계 AI 산업 현장을 추적한 두 영국 학자는 전 세계를 휩쓴 인공지능 혁명의 이면을 조명한다. AI가 ‘기술 혁신’이 아닌 ‘노동 착취 시스템’에서 발전했음을 지적하며, AI의 편리함 이면에 데이터 주석자, 콘텐츠 검수자, 물류 노동자 등의 희생을 드러낸다. 저자들은 AI를 ‘추출 기계’로 정의하며, 자본, 권력, 자원, 노동, 데이터를 흡수해 이윤을 창출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AI 훈련의 80%가 데이터 세트 주석 작업에 소요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첨단 기술의 시작점이 이상적인 연구소가 아닌 현실의 노동 현장임을 밝힌다. 저자들은 AI가 어떻게 노동을 소외시키고 창의성을 빼앗는지, 그리고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를 7명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인간은 AI에 의한 새로운 노동 착취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들은 ‘기술 감시에 대한 시민사회의 권한’, ‘알고리즘 설계에 대한 민주적 통제’, ‘플랫폼노동의 법적 보호’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우간다 굴루의 데이터 주석 작업자들: AI의 보이지 않는 노동 우간다 굴루에서는 매일 단순하고 반복적인 데이터 주석 작업이 이뤄지며, 노동자들은 시간당 1.16달러의 저임금으로 일한다. ‘갱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착취하며, AI는 이러한 노동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AI 기술의 혜택은 고르게 분포되지 않는다. △영국 런던의 머신러닝 엔지니어: AI의 한계와 두려움 런던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머신러닝 엔지니어는 AI가 우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AI에 대한 공포는 ‘알고리즘 공포증’으로 나타나며, AI의 판단이 최종적인 ‘최후의 심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러한 두려움 속에서 ‘디지털 우생학’이 발생할 수 있다. AI 시스템의 편향성과 차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아이슬란드의 데이터 센터: 냉각과 전력의 중요성 아이슬란드의 데이터 센터는 AI 운영에 필수적인 냉각과 전력을 제공하며, 전 세계를 연결하는 데이터의 대동맥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구글과 같은 대기업이 아이슬란드의 자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AI 군비 경쟁에서 희귀 광물 확보, 데이터 센터 건설 등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자원이 착취될 위험이 있다. △아일랜드 예술가의 고민: AI와 창작의 경계 아일랜드의 예술가는 AI가 예술에 미칠 영향을 깊이 고민한다. AI가 진정한 창의력을 가질 수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모방에 그칠지 질문한다. 예술가들은 AI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탄생시킬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인간만의 독창성과 감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영국 코번트리의 물류 노동자: AI 감시의 현실 영국 코번트리의 물류 창고에서는 AI 감시가 일상화돼 있으며, 물류 노동자들은 AI 시스템에 의해 철저히 관리된다. 아마존의 물류 시스템은 대표적인 사례로, 노동 강도를 높이고 자율성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기계를 멈추고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의 노조 활동가들: 데이터 노동자의 권리 찾기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오픈AI와 같은 테크 기업의 아웃소싱 회사 전·현직 콘텐츠 검수원 150여 명이 모여 ‘아프리카 콘텐츠 검수원 노조’를 결성했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으며, 국경을 넘어 연대해 데이터 산업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노동 전략: 기계 재설계하기 AI 시대를 맞아 노동 전략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노동조합과 노동자 조직의 집단적 힘을 강화하고, 시민사회가 기업을 견제하며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엄격한 규제를 도입해 AI 기술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기술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9

포항의 명소들을 담은 ‘한시’ 성악·기악·국악으로 만난다

오는 21일 오후 4시30분 포항 초곡장로교회에서 포항지역 예술가들로 구성된 알스노바(Ars Nova·단장 이항덕) 종합예술단의 특별 공연 ‘한시, 포항을 노래하다’가 열린다. 이 공연은 포항시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며, 고려와 조선 시대의 한시를 소재로 한 창작곡들이 성악, 기악, 국악 등 전문 연주자들의 다양한 연주로 발표된다. 알스노바 종합예술단은 2022년부터 ‘포항한시 창작가곡’ 프로젝트를 통해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음악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공연은 그 다섯 번째 무대로, ‘포항한시’ 창작 가곡 중 6곡과 새로 작곡된 1곡이 선보여진다. ‘포항한시’는 1300여 편에 이르며, 이들 작품은 학산, 남빈, 죽도, 형산강, 내연폭포, 월포바다, 영일만 등 포항의 명소들을 노래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친근감을 더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국내 최초로 지역명이 포함된 한시만을 소재로 한 가곡들을 선보이는 의미 있는 자리다. 백소영, 김지원, 윤재덕, 남지영 작곡가의 곡들이 연주되며, 특히 서울 활동가인 남지영 작곡가는 조선 후기 갈암 이현일의 시 ‘내연산에서 노닐며’를 가곡으로 재탄생시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영수 포항여성예술인연합회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포항YMCA 가곡반 ‘하모닉스’가 찬조 출연해 익숙한 명가곡들을 함께 부르며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또한, 테너 안혜찬, 소프라노 이항덕, 소프라노 안영, 테너 윤선구, 보컬 김광수 등 프로 연주자들이 참여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밀 계획이다. 피아노 반주는 최희정과 이고운이 맡으며, 플루트 변예슬, 바이올린 서혜원, 첼로 이주경, 가야금 김아름낭의 기악 반주가 더해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기대하게 한다. 이항덕 단장은 “이번 연주는 포항의 산업도시 이미지 뒤에 가려진 문화적 자부심을 높이고, 지역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할 기회”라며 “성악, 기악, 국악 등 다양한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연주를 통해 포항의 풍경과 역사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8

재무철학자가 전해 주는 ‘삶의 속도 조절법’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는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조금씩 가는 삶 멀리 가는 삶’(남경우 지음, 도서출판 학이사)은 저자 자신의 꾸준한 실천을 통해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만드는 삶의 태도를 진솔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안정된 은행 과장직을 과감히 내려놓고, 정년이 없는 보험설계사의 길을 택해 30년 넘게 한 분야를 걸어왔다. 고령 사회로 접어든 시대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그는 100세 시대에 부합하는 삶을 살기 위한 실천적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단기간에 성공한 사람들의 책 100권을 분석하며, 그들 삶의 공통점으로 ‘새벽 기상’, ‘조깅’, ‘독서’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일상에 적용했다. “닭이 울기 전에 하루를 준비한다”, “하루 한 번 땀을 흘린다”, “내 밥그릇은 내가 챙긴다”, “백 살을 살 것처럼 산다”, “은퇴는 없다”라는 다섯 가지 삶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 온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험영업인’이 아닌 ‘재무철학자’로 정의한다. 학이사 신중현 대표는 “이 책은 ‘재무철학’이라는 짧은 팁을 곁들여 독자들에게 실용적인 경제 상식과 자기경영의 힌트를 함께 전한다”며 “잔잔한 문체를 통해 백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기 삶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남경우 재무철학자는 보험영업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퇴직 예정 경찰공무원, 대학생, 중소기업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재무교육과 자기경영 특강을 통해 사회적 환원의 삶도 함께 실천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6-18

시내버스 노선 따라 담은 포항의 속살

포항은 지리적 경계를 초월해 바다와 산업, 산과 평지가 어루러져 다채로운 풍경과 독특한 온도를 품고 있는 도시다. 이와 같은 특별한 배경 속에서 포항예술진흥원(원장 정광수)은 개원 6주년을 맞이해 ‘사진공감’ 기획전을 마마련했다. 이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에서 열리며, ‘삶의 궤적을 따라 달리는 작은 풍경들’이라는 주제로 도시의 다층적인 삶을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사진으로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는 권일영, 권태철, 김은희, 김윤희, 노홍기, 윤용희, 이은진, 임승희, 정광수, 허미숙, 황정희 등 총 11명의 사진작가들이 참여해 50여 점의 흑백 및 컬러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내버스 노선을 선택해, 그 노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단순히 버스와 승객만을 촬영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나치는 풍경, 멈추는 순간, 그리고 스치는 감정들을 포착해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시간의 흐름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적인 접근보다 더 상징적이고 간접적인 시선을 추구한다. 버스 정류장에서 멈춘 발끝, 창밖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버스 안에서의 우연한 침묵 같은 장면들이 포착돼 도시의 정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과 기억을 전달한다. 정광수 포항예술진흥원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포항이라는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과 공간, 시간과 기억의 교차점을 시각적으로 아카이빙하는 작업"이라며 "관람객들은 전시를 통해 자신의 도시와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번 전시가 단순한 풍경의 나열이 아닌 도시의 감정과 리듬을 감각적으로 되새기는 사진적 시도로 남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7

잊혀져가는 ‘소중한 순간’을 되새기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종종 잊히는 우리의 존엄성과 생명력 넘치는 삶···. 우리는 그 소중한 순간들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되새깁니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풍경들이 지닌 낭만과 여유,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포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사진작가 모임인 포스(Phos)가 창립 22주년을 맞아 17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포항에서 제22회 회원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2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스는 매년 독특한 주제를 선정해 작품 전시회를 열어 지역 사회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유명 사진 단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강영국, 박원근, 조상우 등 3명의 회원과 지도 고문인 김훈 사진작가가 지난 1년간 전국을 돌며 촬영한 29점의 흑백 및 컬러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각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주제로 작품을 구성했다. 강영국 사진작가는 ‘이어질 것만 같던 길’이라는 주제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기억의 여정을 담아낸다. 그는 잊혀진 공간들을 통해 감정과 기억을 포착하며, 특히, 포항 작은굴의 터널을 담은 사진은 낮은 천장과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굴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동시에 세상과 비켜선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박원근 사진작가의 ‘숭혜전 춘향대제’는 신라 왕들을 기리는 제례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며, 시대를 초월한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제삿날의 추억을 바탕으로, 농경사회부터 디지털 문명까지 변화하는 삶의 양식 속에서도 제례 문화의 본질을 강조하며 이를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으로 여긴다. 현대 사회의 빠른 흐름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아날로그적 소통의 온기를 포착한 조상우 작가의 ‘Red Box’는 오래된 나무 우체통과 붉은색 우편함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다. 조 작가는 손으로 직접 쓴 편지가 전하는 마음과 기다림의 미학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변치 않는 소통의 가치를 조명한다. 김훈 사진작가의 ‘메타픽션’은 일상 속 서사를 포착해 삶의 단편을 이야기로 엮어낸다. 출근길 풍경, 친구와의 대화,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이 모두 사진속에 녹아들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는 메타픽션 기법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삶의 단편에 무의식 속 허구를 더해 사진이 단순한 사실 기록을 넘어 서사의 숨결을 담도록 한다. 이렇게 우리의 대화와 기억, 메모도 허구와 현실 사이에서 재해석된다. 그리스어로 Photo의 어원이자 ‘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Phos(포스)는 2002년 포항에서 사진을 통해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이 단체는 자체 개발한 교재를 활용해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회원들이 사진가로서 필요한 기본 촬영, 현상, 인화 기술을 익히고, 각자의 작품세계를 통해 독자적인 개성을 탐구하며 현대사진의 올바른 이해와 사진의 표현 방법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매년 정기 회원전과 강연회, 동아리 교류전 등을 개최해 자기 발전과 창작활동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7

자연을 바라보는 세 작가 ‘사유의 여정’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기획전 ‘Bongsan Open Space 2025’ ‘작은 자연에서 시작된 세 사람의 이야기’ 전을 지난 1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1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전시공간 지원을 통해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및 미술 단체의 우수한 작품을 소개한다. 대구 화단에서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오며, 각기 독창적인 시선으로 자연을 해석하고 표현해온 남학호, 이영철, 신재순 세 명의 작가를 초대했다.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세 작가의 감성적 탐색과 사유의 여정을 담은 이 전시는, 자연과 예술, 인간과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출발하여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의 여정을 제안한다. ‘작은 자연에서 시작된 세 사람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번 전시는, 자연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세 작가가 어떻게 각자의 고유한 화풍과 조형 언어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남학호 작가는 조약돌과 나비라는 자연의 미세한 존재들을 통해 삶의 본질과 철학적 상징을 탐구하며, 신재순 작가는 원시적 자연의 강렬한 색채를 통해 생명의 에너지와 자연의 숭고함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이영철 작가는 사랑과 동심이라는 순수한 감정을 자연의 이미지와 결합시켜 따뜻하고 서정적인 회화 세계를 펼친다. 세 작가는 각기 다른 주제와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 속에는 자연과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가 공통된 흐름처럼 이어진다. 특히 이번 전시는 대형 신작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지난해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며 마주한 낯선 땅의 자연과 풍경을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봉산문화회관 측은 “작품 속에 담긴 자연의 이미지와 정서를 통해 마음 깊은 곳의 울림을 경험케 하며, 자연을 예술로 재해석한 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삶과 예술,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다가서는 여정을 제안한다”며 “‘나’라는 존재를 자연과 함께 다시 바라보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깊은 예술적 사유의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7

경주문화재단, 2025 하반기 경주예술의전당 예술아카데미 개강

경주문화재단은 ‘2025 하반기 경주예술의전당 예술아카데미’를 7월 4일부터 운영한다. 경주예술의전당 개관 이래 15년간 지속되고 있는 대표 사업인 예술아카데미는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전시 및 공연과 연계된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는 대중들이 어렵게 느끼는 순수 예술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해 생활 속에 시민들이 문화예술 향유를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2025 하반기 경주예술의전당 예술아카데미는 예술이론과 예술실기 2개 부문으로 나누어 세부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예술실기 부문은 지난 학기에 이어서 전효진의 ‘은빛 발레리나’가 개설된다. ‘은빛 발레리나’는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 9년째 이어온 경주예술의전당의 인기 시니어 특화 프로그램으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신규회원을 모집한다. 경주시립합창단 김돈 지휘자가 맡고 있는 ‘경주 여성 합창 아카데미’는 시민들이 쉽게 합창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별 강의 커리큘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예술실기는 7월 4일 개강한다. 예술이론 음악사 부문은 음악평론가 조희창의 ‘음악사 연대기-2’가 7월 25일 개강한다. 이번 강의는 세계사 연표에서 서양음악사를 재구성해 살펴보는 강연으로 진행된다. 큐레이터 박파랑의 ‘클래식 서양 미술사Ⅲ’는 19세기 서양 미술의 흐름을 사조 별로 짚어보고, 다채로운 현대 미술품을 이해하기 위한 증진 프로그램이다. 개강은 8월 14일이다. 교육 신청은 예술실기 6월 16일 오전 10시부터, 예술이론 7월 9일 오전 10시부터 (재)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티켓링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2025 경주예술의전당 예술아카데미는 전시와 공연 감상력 증진을 돕는 연계 교육으로,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다양한 고품격 예술을 향유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