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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광복 향한 ‘경북 독립운동’의 여정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경북문화관광콘텐츠 활용 전시 ‘광복, 어둠을 걷어낸 빛’을 오는 11월 2일까지 유교문화박물관 4층 기획전시실Ⅱ에서 개최한다. 경북문화관광콘텐츠 활용 전시는 경북 지역이 보유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로,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경북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선정했다.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칼을 든 선비, 죽음으로 지킨 의리’, 2부 ’조국을 위해 걷다, 독립의 발자취’, 3부 ‘민족의 외침, 대한민국을 세우다’, 4부 ’다시 찾은 빛, 그날의 감격’으로 나뉜다. 1부 ‘칼을 든 선비, 죽음으로 지킨 의리’에서는 19세기 말 일본의 침략에 맞서 경북 지역에서 최초로 일어난 의병 활동이 조명된다. 영남 지방의 선비들은 학문의 장을 떠나 무기로 저항했으며, 안동의 이만도·권세연·김도화, 영천의 산남의진, 영덕의 신돌석 부대, 영양의 김도현, 문경의 이강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경북에서는 일제에 항거해 자결로 의지를 보인 자정순국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됐는데, 이건석·김순흠·이만도·류도발·이현구 등이 그들이다. 이 섹션에서는 의병 항쟁과 자정순국 관련 유물, 관련 인물들의 영상 자료를 함께 전시한다. 2부 ’조국을 위해 걷다, 독립의 발자취’에서는 민족의 독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소개된다. 학교 설립과 신교육 실시로 독립운동가를 양성하고, 국채보상운동으로 경제적 독립을 추구했다.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전달해 국제적 지원을 호소했으며, 만주 등 해외에서 독립운동 기반을 구축한 이들도 있었다. 관련 유물과 의지 담긴 글귀, 만주 망명 관련 영상이 공개된다. 3부 ‘민족의 외침, 대한민국을 세우다’에서는 1919년 3·1 운동 당시 경북 지역에서 90회 이상 이어진 만세 운동의 기록이 펼쳐진다. 이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됐으며, 많은 경북 출신 인사들이 임시정부 활동에 참여했다. 3·1 만세운동과 임시정부 활동 관련 유물, 영상, 활동 내역을 도표로 정리해 선보인다. 4부 ’다시 찾은 빛, 그날의 감격’에서는 광복을 맞이한 순간의 환희를 담은 자료가 전시된다. 특히 독립운동가 김남수·조병국이 제작한 태극기 3점이 눈길을 끈다. 이 태극기들은 1949년 국기제작법 고시 이전에 제작돼 현재의 태극기와 크기, 괘의 위치, 비율 등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형수 유교문화박물관장은“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돌아보며 뜨거운 감동과 숙연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은 우리가 꿈꾸었던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그것을 위해 그대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번 전시가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되새기고, 이들이 던진 질문에 답을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복, 어둠을 걷어낸 빛’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누리집(www.koreastudy.or.kr/cfseum) 또는 대표전화(080-751-0800)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9

부귀·장수·화목… 민화의 재해석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지역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프로젝트 ‘포커스:P’의 두 번째 전시로, 민화 작가 신동옥의 개인전 ‘삶의 여유, 민화에 담다’를 오는 29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포커스:P’는 지역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지역 미술계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포항문화재단의 기획전시 시리즈다. 지난달 사진작가 이성국의 ‘곡강천의 숨’에 이어 이번에는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신동옥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된다. 신동옥 작가는 30여 년간 전통 민화를 연구하며, 부귀·장수·화목 등 민화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왔다. 한국민화진흥협회 경북지부장과 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전통 미술의 대중화에 힘써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백 년간 전해져 온 전통 민화의 색감과 상징을 정교한 필치로 재현한 작품들과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녹아든 호작도, 백학도, 석모란도 등 10여 점의 민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신동옥 작가는 “민화는 내게 삶을 위로하는 친구이자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라며 “정겹고 따뜻한 그림 속에서 관람객들이 자신의 삶과 정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9

공직 30년 넘어 시인으로···신경섭 첫 시집 ‘생각의 풍경’ 출간

대구시와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등에서 고위직 관료로 오랜 공직생활을 지낸 신경섭(61) 시인이 첫 시집 ‘생각의 풍경’(문학공간)을 출간했다. 신 시인은 고령에서 태어나 연세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영남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내무부, 대구시 수성구 부구청장, 대구시 녹색환경국장, 일자리경제본부장, 대구시의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대구문학’으로 등단해, 시인시대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이상화기념사업회 이사로도 활약 중이다. 평소 시적 감수성과 열정을 숨기지 못했던 그는 틈틈이 시 창작 활동을 이어왔으며, 이번 시집에는 대표시 ‘그림자’를 비롯해 총 90여 편의 작품을 수록했다. 해설을 맡은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는 “신경섭 시인의 시선은 중심부가 아닌 변두리, 모서리, 가장자리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지닌다. 공직 생활로 중심부에 머물렀던 그의 문학적 시선은 오히려 주변부의 순수함을 포착한다”며 “‘생각의 풍경’이라는 제목처럼 사물 자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되, 시인으로서의 강한 주체 의식을 견지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사회적 고통의 원인인 고정관념과 집착을 시로써 해소하려는 의지가 작품 곳곳에 스며 있으며, 시를 통해 추구하는 평온과 자유는 이미 우리 내면에 존재함을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의 시에는 화려한 공직 경력과 달리 낮은 곳과 소외된 것에 대한 애정이 두드러진다. 신 시인은 “긴 공직 생활을 마친 지금에서야 비로소 삶의 희로애락을 시로 풀어낼 수 있었다. 시는 시간을 초월해 영원히 남을 것이며, 시 속에서라면 역류하는 강물처럼 과거와 마주할 수 있음을 믿는다”고 전했다. “마음 깊이 흐르는 강/ 풀어 놓으면 어디로 갈까?/한 때 실픔이 파고 든 곳./멈춤이 곧 기쁨이었던 곳./세월의 숲에서 무수히 뿌려진 마음 파편들./불멸의 강가에 서서/꽃잎 하나 시에 실어 흘려보낸다./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역류의 물줄기 일어 다시 마주칠 수 있다면.” -신경섭 ‘그림자’ 전문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9

“그림 배우며 진정한 쉼의 지혜 찾았죠”

“세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하루하루 긴장하며 쫓기듯이 지내왔지만, 12년 전 향사 손성범 선생님 문하생이 되어 그림을 배우며 삶에서 진정한 쉼의 지혜를 찾았습니다. 다섯 번째로 도전한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에서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네요” 최근 ‘제20회 포항·포스코 불빛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을 차지한 가연 이헌영(49·포항시 남구 지곡동) 화가의 수상 소회다. 전업주부에서 문인 화가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이번 미술대전에서 중국 송나라의 소강절(邵康節)이 지은 시 ‘송백입동청(松柏立冬靑·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이 되어야 그 푸른 빛을 안다)’을 주제로 삼아 소나무의 여백 활용과 필력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심사위원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화가가 서예 붓을 처음 잡은 것은 2006년, 의사인 남편의 직장 이동으로 강원도 강릉에서 거주하던 시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서예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서예학원에 등록한 그는 포항으로 이사한 뒤 본격적으로 서예 공부를 재개했다. 상주의 문인화가 박철우 선생의 소개로 2013년부터 향사 손성범 선생에게 사사받으며 문인화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헌영 화가는 “아이 셋을 키우는 분주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평소 미술관을 찾는 것을 즐겼다. 문인화를 마주할 때마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면서 “문인화는 생각을 정리하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작업으로서, 마치 숲속에 머무는 듯 마음을 맑게 해준다. 서실에서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도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인화에 대한 열정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선과 면, 여백을 조화롭게 구성하고 그림에 어울리는 한시를 찾아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문인화의 묘미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공모전에 도전하며 더욱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에 임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헌영 화가의 좌우명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그는 “모든 일의 기본은 가정의 화목한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엄마로서의 역할이 가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다”고 밝혔다. 매일 5~6시간을 문인화 작업에 몰입하는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50~100회의 습작을 거듭할 만큼 집중력을 발휘한다. 그동안 2022·2023 포항·포스코 불빛서예대전 특선, 2024 포항·포스코 불빛서예대전 우수상, 2024 경상북도 서예대전 특선, 2024 영일만서예대전 우수상, 2021 청송 야송미술대전 특선, 2023 국제유교문화서예대전 입선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작년 12월부터 매주 두 차례 발레를 배우고 있다는 뜻밖의 일상을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발레의 매력은 문인화와 비슷하게 기본에 충실해야 잘하는 운동이어서 매력적인 것 같다. 한 시간 동안 음악과 신체 리듬에 집중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모든 잡념과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정신이 맑아진다. 문인화와 발레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이 둘을 융합해 새로운 정신세계를 창조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매일 새로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헌영 작가는 “문인화를 통해 주부로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예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8

전시리뷰 ‘인도, 6인의 시선’ 전···29일까지 갤러리 포항

‘포항사진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출신 사진가들의 출사 황금빛 사막서 웅장한 궁전 사랑의 상징적 건축물까지 다채롭고 입체적 얼굴 담아 포항사진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출신 사진가 6명의 ‘인도, 6인의 시선’ 전시회가 지난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갤러리 포항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작품은 북인도의 라자스탄주와 우타르프라데시주 바라나시, 델리를 아우르는 18일간의 인도 여정을 담고 있다. 작품들은 황금빛 사막과 웅장한 궁전,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와 사랑의 상징적 건축물까지, 이들의 렌즈는 인도의 다채로운 얼굴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참여 작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유입된 아리아 계열 이주민이 거주하는 라자스탄 주에서는 자이푸르, 조드푸르, 우다이푸르를 비롯해 낙타 사파리가 유명한 자이살메르까지 탐방했다. 힌두교인들은 바라나시로 성지순례 와서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지은 죄를 모두 씻는 것이 평생의 과업이다. 종교인이 아니어도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도시 바라나시의 사막, 궁전, 시장, 골목길을 거닐며 빛과 색, 인간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교사로서의 관찰력과 예술적 감각이 결합된 작품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도의 생동감과 여행의 자유로움을 전달한다. 권혁대 작가는 ‘삶과 죽음, 종교적 성찰’을 주제로 한 황금빛 사원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빛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출품했다. 바라나시에서 기도하는 시민들의 손과 눈물의 흔적이 교차하는 순간, 그는 “인도는 모든 것이 순환하는 땅이라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박종환 작가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에 위치한 무굴 제국의 대표적 건축물 타지마할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맨발로 걸으며 기록한 감각의 파편들을 펼쳐낸다. 모래알 하나마다 새겨진 역사를 읽어내듯,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사람들의 시선이 컬러 사진 속에 시처럼 흘러간다. 광활한 타르 사막 위로 펼쳐진 낙타 행렬을 포착한 지광식 작가는 “생명은 메마른 땅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길을 만든다”고 전한다. 붉은 노을 아래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생명력을 상징하듯 자연과 생명의 관계를 탐구한다. 박성두 작가는 인도인들의 순수한 미소와 화려한 색감이 어우러진 장면을 포착했다. 라자스탄의 고대 우물 앞에서 화려한 사리를 입고 웨딩 사진을 찍는 여인들의 모습은 시간을 초월한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임대식 작가는 건축물과 자연경관에서 발견한 빛의 변화와 그림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는데 집중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삶의 리듬이었다”는 그의 작품에서는 ‘경이로운 인도’의 역동성이 느껴진다. 염소몰이꾼의 분주한 걸음과 젖 짜는 농부의 손길이 황정희 작가의 렌즈에 담겼다. “인도의 아침은 짜이 잔에 비친 불꽃처럼 작지만 뜨겁다”는 그의 말처럼, 소박한 일상이 주는 따스함이 전해진다. 황 작가는 “카메라를 든 채 걸었던 매 순간이 여행이자 만남이었다”며 “관람객들도 작품을 통해 작은 여행을 떠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7

원조 아이돌, 클래식계의 슈퍼스타 프란츠 리스트

케이팝 아이돌의 팬덤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특정 그룹이나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전 세계를 따라다닌다. 팬클럽, 응원봉, 팬미팅 등 조직적이고 공식적인 팬 활동이 존재하며, SNS를 통한 다양한 소통 덕분에 팬덤의 규모와 영향력이 매우 크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케이팝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지만,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슈퍼스타 아이돌과 팬덤 문화의 시초는 사실 19세기 클래식 음악계에서 시작되었다. SNS도 없던 시절,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19세기 유럽에서 ‘원조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클래식계의 뜨거운 셀럽이었다. 그는 화려한 연주와 잘생긴 외모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리스트가 공연하면 팬들은 그의 장갑,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 끊어진 피아노 줄까지 가져가려 했으며, 심지어 그가 마시다 남긴 차를 향수병에 담아 가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오늘날의 ‘사생팬’ 문화에 비견될 정도이다. 당시 그의 광적인 팬들을 의미하는 ‘리스토마니아(Lisztomania)’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공연장에는 귀부인들이 몰려들어 언제나 만석이었고, 무대 위에서 연주를 시작하면 기절하는 팬들도 많았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무대 위로 보석 반지가 쏟아지곤 했다. 리스트의 팬덤 열기는 강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관객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연출을 선보였다. 손수건을 던져주는 팬서비스, 연주할 때 머리칼을 휘날리는 퍼포먼스 등은 관객의 환호를 끌어냈다. 리스트와 같이 생활했던 마리다구 백작부인의 기록 “하얗디 하얀 얼굴에 맵시 있는 큰 키, 그리고 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큰 눈은 바다 색깔이었고 머리카락은 햇살에 너울대는 물결같이 빛났다”처럼 그의 외모와 타고난 스타성이 큰 매력 포인트였다. 리스트가 팬들을 위해 무대에서 선보인 새로운 시도는 현대 공연 문화의 전형이 되었다. 첫째, 피아노 소리가 홀에 잘 퍼지도록 피아노 뚜껑을 열고 연주했다. 둘째, 관객이 화려한 손놀림과 자신의 잘생긴 얼굴이 보이도록 피아노를 측면으로 돌려 배치했다(원래는 연주자의 등이 보였음). 셋째, 피아노 의자를 등받이나 팔걸이가 없는 스툴형 의자로 바꾸었다. 넷째, 당시 필수는 아니었던 암보를 적극 활용해 다른 연주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했다. 다섯째, 월드 클래스 인기로 매니저를 고용했다. 여섯째, 피아노가 홀로 독주 악기로써 연주회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하지 않았을 때 독주 리사이틀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 관행들은 오늘날 클래식 연주 문화에 깊게 뿌리내렸다. 리스트는 단순한 연주자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연출가였다. 리스트 이전과 이후의 피아노 공연계 문화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물론 이런 관행 덕분에 후대 피아니스트들이 암보 부담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피아노를 완전한 독주 악기로 격상시킨 공로 또한 분명하다. 당시 베토벤이 “외운답시고 엉망으로 치지 말고 악보를 보고 연주하라”고 말했듯, 암보가 필수라는 인식은 리스트 이후에 굳어진 것이다. 물론 리스트의 삶이 언제나 화려했던 것만은 아니다. 1827년 아버지 아담 리스트의 사망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피아노와 작곡을 가르쳤고, 한동안 연주 여행을 중단해야 했다. 또, 프랑스 귀족 카롤랭 드 생크릭과의 사랑이 실패로 끝나며 건강이 악화되어 마비 증세까지 겪었다. 종교적 방황 속에서 성직자가 되기를 희망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리스트는 낭만시대에서 손꼽히는 다작의 작곡가일 정도로 음악의 유산이 방대하고 영향력이 크다. 그의 작품에는 열정과 서정, 화려함과 깊이가 공존한다. 수많은 곡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강렬한 피아노 기교와 민족적 색채가 돋보이는 ‘헝가리 광시곡 2번’, 부드럽고 서정적인 ‘사랑의 꿈 3번’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두 작품을 통해, 청중을 열광시켰던 리스트의 다채로운 음악적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리스트는 낭만주의 음악을 전 유럽으로 확산시켰고, 오늘날 한국 아이돌은 한류를 전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 시대와 장르는 다르지만, 두 문화는 모두 음악을 넘어 사회적 현상을 만든 스타성과 팬덤을 중심에 두고 있다. 케이팝의 글로벌 성공 뒤에는, 19세기 리스트가 개척했던 ‘대중과의 연결’이라는 예술가의 역할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정은 객원기자

2025-08-17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025 위너스 콘서트 in 경주’···

세계 최고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 1, 2위 피아니스트들이 9월 24일 경주에서 특별 공연을 가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하고 (재)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문화가 있는 날’ 9월 기획공연으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025 위너스 콘서트 in 경주’가 9월 24일 오후 8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202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 1위 니콜라 미우센과 2위 와타루 히사스에가 주인공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매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며, 뛰어난 기량과 예술성, 음악 해석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경연 무대다. 특히, 이 콩쿠르에서 수상하면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는다. 니콜라 미우센은 지난 5월 벨기에에서 열린 이 콩쿠르에서 네덜란드인으로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그는 9세에 스타인웨이 콩쿠르, 12세에 콘세르트헤바우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천재성을 입증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멘델스존의 ‘진지한 변주곡’,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품집 중 ‘악마적 암시’,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소나타 2번’,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4번’, 슈만의 ‘사육제’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와타루 히사스에는 일본 출신의 실력파 피아니스트로, 정제된 기교와 깊이 있는 서정성이 어우러진 연주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두 피아니스트는 경주에서의 공연을 통해 순수한 음의 미학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 예매는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garts.kr) 및 티켓링크를 통해 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3

수천 년에 걸친 슈퍼리치의 탄생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부자들은 찬사와 분노, 관심의 대상이 돼왔다. 전염병과 기근, 전쟁과 금융 위기 속에서 어떤 이는 몰락했고, 또 다른 이는 부를 축적했다. 슈퍼리치는 단순히 재산이 많은 부자를 넘어, 시대를 주도하고 제도를 구축하며 때로는 국가보다 막대한 자본을 소유한 존재였다. 중세의 왕족과 귀족, 근대의 상인과 금융인, 현대의 테크 재벌까지, 수천 년에 걸친 슈퍼리치의 탄생과 진화, 그들이 사회와 맺어온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 신간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미래의창)가 출간됐다. 이 책은 단순히 특정 시대의 억만장자를 나열하는 부자 열전이 아니다. 경제사학자인 저자 귀도 알파니는 “누가 부자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각 시대의 경제·사회 구조를 분석하며, 부의 원천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추적한다. 중세의 왕족과 귀족, 르네상스 시대의 상인과 금융인, 산업 자본가, 현대의 테크 억만장자에 이르기까지, 부자들은 단순한 자산 보유자가 아니라 제도와 권력을 움직이며 사회를 형성해온 주체였다. 로마 시대에는 여섯 명의 부자가 아프리카 땅의 절반을 소유했고,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팔라스는 당시 황제 네로보다 더 큰 부를 자랑했다. 11세기 잉글랜드의 귀족 앨런 더 레드의 토지 수익은 국민 총 순소득의 약 7.3%에 달했으며, 19세기 제이 굴드는 미국 철도의 15%를 장악했다. 현대의 대표적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경우,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급증한 재산만으로도 아마존 직원 8만7600명에게 각각 1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처럼 부의 집중은 역사적으로 지속됐으나, 산업혁명 이후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고, 21세기 들어 다시 한번 정점에 도달했다.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에 따르면, 19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슈퍼리치는 대부분 귀족 출신이었으나, 20세기에는 자수성가한 기업가와 금융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이 다시 증가하며, 상위 0.1%의 부 집중도는 1929년 대공황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흑사병과 세계대전 시기를 제외하면, 부의 불평등은 수 세기에 걸쳐 점차 심화됐다. 유럽은 14세기 흑사병 이후 일시적으로 계층 간 격차가 완화됐으나, 15세기부터 불평등이 재차 확대됐다. 특히 산업혁명과 금융업의 성장으로 귀족 대신 기업가와 금융인이 새로운 슈퍼리치로 부상하며, 이들은 단순한 부자가 아닌 제도적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미국은 건국 초기 귀족과 세습 특권이 없었으나, 19세기 산업화와 철도 개발, 금융 시스템 발전으로 부의 편중이 가속화되었다.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 슈퍼리치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며, 극심한 불평등 국가로 꼽힌다. 역사적으로 부자는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검열의 대상이었다. 중세 수도사들은 부를 죄악시했고,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자는 추방당했다. 그러나 전염병, 전쟁, 기근과 같은 위기 시 부자들은 기부, 기반 시설 건설, 대출 제공 등을 통해 공동체의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사회적 정당성을 얻었다. 그러나 현대의 부자들은 팬데믹과 금융 위기 속에서도 자산을 증식시켰으나, 공동체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알파니는 “부자들이 사회적 고통에 무감각하거나 이를 이용해 이익을 추구한다는 인식이 퍼질 때,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폭동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일시적 증세조차 ‘부자 공격’으로 왜곡되며, 공공 세금으로 손실을 메우는 역설적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과거 부자들이 ‘책임 있는 계급’으로서 정당성을 확보했다면, 오늘날 그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세금보다 기부를 선택하겠다”는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부자들은 여전히 기부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 하지만, 정작 납세 의무는 회피한다. 저자는 선의와 의무 사이의 역사적 논쟁을 파헤치며, 권력과 사회계약의 변화를 드러낸다. 이 책은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향한 경종을 울린다.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는 시대별 슈퍼리치의 권력, 정당성, 책임을 분석하며 묻는다. “현대 부자들은 과연 존재할 자격이 있는가?” 사회가 더 이상 기여하지 않는 부자들에게 지배당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2

열광하는 팬이 시장을 흔들고 판을 바꾼다

최근 출간된 신간 ‘슈퍼팬의 시대’(페가수스)는 디지털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결합으로 탄생한 ‘슈퍼팬’이 콘텐츠와 브랜드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심층 분석한 책이다. 슈퍼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나 콘텐츠와 최소 5개 이상의 접점(앨범 구매, 굿즈 수집, 콘서트 관람, SNS 소통, 뉴스레터 구독 등)을 유지하며 재정적·정서적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집단이다. 엔터테크 분야 전문 뉴스미디어 & 스튜디오 ‘K-엔터테크허브’의 대표인 한정훈 저자는 BTS의 위버스부터 디즈니, 나이키, ‘오징어 게임’까지 실제 사례를 통해 슈퍼팬이 단순한 팬덤을 넘어 경제적·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한다. 이들은 단순히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몰입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위기 시에도 충성도 높은 지지를 보낸다. ‘슈퍼팬의 시대’는 “과거에는 최대한 많은 대중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소수의 열렬한 팬이 끝까지 밀어주는 콘텐츠가 더 오래 간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전 국민이 잠깐 즐기는 콘텐츠보다 특정 팬층이 반복 소비하는 콘텐츠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슈퍼팬의 등장은 VR·AR·MR, 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이 엔터테인먼트와 융합된 ‘엔터테크’ 환경과 맞물려 있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은 콘텐츠 완성도보다 사용자 반응을 실시간 분석해 노출 순위를 결정한다. 이 구조에서 승자는 한 번 보는 다수가 아닌 반복 시청하는 소수, 즉 슈퍼팬이다. 디즈니의 마블 유니버스가 팬들의 열광적 참여로 확장된 것처럼, 기술적 몰입도가 높은 콘텐츠는 슈퍼팬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된다. 책은 디즈니, 메타, 하이브, SM 등 글로벌 기업이 슈퍼팬을 전략의 중심에 두는 방식을 조명한다. BTS와 위버스는 팬과의 직접 소통 플랫폼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나이키 앱과 러닝 커뮤니티는 팬 경험을 브랜드 충성도로 연결한다. ‘오징어 게임’은 출연진의 패션 아이템부터 OST까지 팬들이 자발적으로 2차 창작물을 생성하며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한다. 특히 ‘슈퍼팬 이코노미’ 개념이 주목받는다. 불황에도 슈퍼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이는 브랜드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 시즌1 공개 후 반스 슬립온 운동화 판매량은 8000% 급증했고, 시즌2 삽입곡은 10억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문화적 파급력을 입증했다. 저자는 “슈퍼팬은 단순한 팬덤이 아닌, 기술과 문화가 교차하는 시대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열정은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기업은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는다. ‘슈퍼팬의 시대’는 이제 모든 산업이 팬 중심의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임을 경고하며, ‘누가 반복해서 보는가’가 미래의 핵심 질문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2

외교는 이념과 이해관계 넘어선 ‘문화·언어·정서충돌’ 고차방정식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서 외교·안보 분야를 오래 취재하고 워싱턴·도쿄 특파원을 지낸 이하원 기자가 신간 ‘성공한 외교, 실패한 외교-이하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박영사)를 출간했다. 30년 가까이 외교·안보 현장을 누비며 목격한 국제 관계의 이면을 담은 이 책은 화려한 공식 발표 뒤에 숨은 갈등과 오판, 인간적 드라마를 생생하게 전한다. 책은 한미·한중·한러 외교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과 대립, 남북 관계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건 등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이정표로 꼽히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초안을 만든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전 외무성 사무차관이 들려준 뒷얘기를 통해 양국 관계의 미묘함을 느낄 수 있다. 외교 현장의 숨겨진 갈등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경험하며 ‘외교안보 막전막후’ 연재와 저서를 통해 외교의 복잡성과 정치권의 문제를 고발했다. 책은 윤석열·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미·대일 외교, 한미 간 사드 갈등, 남북 관계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외교 사건을 재조명한다. 특히 정치권이 외교를 사유화하고 전문가 의견을 배제하는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외교는 이념과 이해관계를 넘어 문화·언어·정서가 충돌하는 고차 방정식”이라고 강조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1998년 방한 당시 일화다. 정상회담 직후 ‘섹스 스캔들’로 탄핵 위기의 클린턴이 동생과 호텔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뒷이야기는 세계 최고 권력자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한일 관계 개선의 상징적 사건인 김대중-오부치 선언 초안 작성 과정에서는 ‘사죄’를 뜻하는 일본어 ‘오와비’ 번역 방식을 둘러싼 양국 실무진의 신경전이 흥미롭게 묘사된다. 저자는 “외교부 공무원과 정치인, 해외 인사들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결정들이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외교의 복잡성을 체감하고 정책 결정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1대 대통령 취임 시점에 맞춰 출간된 이번 책은 새 정부에 ‘과거 외교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는 외교에는 늘 상대국이 있기 때문에 정책을 펼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며 그만큼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어떠한 경우에도 권력이 외교를 사유화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전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2

퇴계의 도학과 시심을 묵향에 담다

도산서원 창건 450주년을 맞아 퇴계 이황의 도학정신과 시심을 서예 작품으로 표현하는 특별 전시 ‘퇴계(退溪)’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도산서원 창건 450주년을 기념해 진행되는 문화행사의 서막을 알리는 행사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작가 51명이 참여해 퇴계의 자작시와 도산을 노래한 후학들의 시를 현대 서예로 재구성했다. 이 전시는 도산서원 창건과 함께 걸린 편액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그 글씨의 유산을 이어가는 이들이 퇴계의 학문과 문학을 서예로 되살리는 자리다. 전시는 12일부터 1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6~10전시실에서, 9월 18일부터 27일까지 경상북도청 동락관 1·2전시실에서 열린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 도산서원, 한국서예협회 대구광역시지회가 공동 주관한다. 올해는 도산서원 창건 및 사액 450주년이 되는 해로, 한국 최고의 성리학자인 이황이 서원을 성인이 되기 위한 수양의 장으로 생각했음을 상기하게 한다. 이황은 도산서원을 창건하면서 도덕적 이념을 위해 목숨까지 버렸던 성인을 추모하고, 성인의 삶을 이어갈 후학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 서예작가들이 퇴계 이황 선생이 남긴 자작시와 후학들의 추모시, 조선 명사들의 도산 순례시 등 100여 편을 현대 서예작품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한호와 더불어 최고의 서예가로도 이름을 날렸던 퇴계 이황의 친필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한국국학진흥원 정종섭 원장은 “도산서원은 유교의 핵심 가치를 서원운동을 통해 실현하려 했던 퇴계 선생의 도학적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상징적 공간”이라며 “이번 전시는 그 정신과 문학을 현대의 묵향으로 되살리는 인문예술적 시도”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2

2025년 일본군‘위안부’기림의날 포항평화의소녀상 건립10주년 기념식 개최

포항여성회(회장 김정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8월 14일)을 맞아 오는 14일 오전 10시 환호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포항 평화의소녀상’ 건립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기림의 날은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로,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되새기기 위해 201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김정희 포항여성회장과 회원,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관계자, 시민 등 50여 명이 참석 가운데 열릴 예정인 기념식은 흥해서부초등학교 학생들의 오카리나 연주를 시작으로 △추념사 △편지 낭송 △기념촬영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편지 낭송은 기계중학교 기북 분교 학생이 맡는다. 포항여성회는 여러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포항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성금을 모아 지난 2015년 11월 17일 포항시 북구 환호동 환호공원 내 돛대쉼터에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가진 바 있다. 정희 포항여성회장은 “이번 기념식을 통해 평화의 소녀상의 의미를 되새기고, 피해자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행사는 시민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일깨우고,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뜻깊은 자리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2

“일제가 멸종시킨 독도강치 아시나요”

“‘독도 강치’를 아시나요?" 독도 강치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인해 멸종해 버린 비운의 동물이다.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원장 이종수)이 경북도와 함께 제작한 TV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 시즌 1이 오는 11월 4일 KBS2TV에서 첫 방영된다. 독도의 상징인 멸종 강치를 주인공으로 한 ‘강치 아일랜드’는 2017년 공개된 단편 애니메이션 ‘독도수비대 강치’ 이후 독도 관련 문화콘텐츠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경북도와 진흥원의 지원으로 지난 2023년 12월부터 기획된 작품이다. 총 13편(편당 11분)으로 구성된 이 애니메이션은 마법학교에 다니는 강치, 음치, 아치, 이치, 망치 등 5마리의 강치 캐릭터들이 독도와 바다를 지키는 수호마법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어린이들에게 환경 보호와 독도의 중요성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독도새우, 사철나무, 괭이갈매기, 섬기린초 등 독도에 서식하는 동식물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해 독도의 생태환경과 자생식물의 가치를 친근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진흥원은 KBS2TV 방영 준비와 함께 콘텐츠의 교육·문화적 확산을 위해 지난 7월 울릉군을 방문해 지역 캐릭터 상품 개발, 관광 연계 콘텐츠 제작 등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강치 아일랜드’를 교육·관광·문화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 중이다. ‘경북도 독도산업콘텐츠 홍보대사’로 위촉된 서경덕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외 홍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종수 원장은 “마법학교 소재와 독도의 생태환경을 결합한 해양 콘텐츠로 차별화된 작품”이라며 “독도의 의미와 가치를 애니메이션에 충실히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강치 아일랜드’는 11월 4일 첫 방영 이후 매주 KBS2TV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케이블·IPTV·OTT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도 공개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1

경주 황룡사 ‘중금당’ 복원 연구 성과 학술대회 열려

신라를 대표하는 불전이었던 경주 황룡사 중금당의 복원 연구 성과를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경주에서 열린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원장 임종덕)은 13일 오후 1시 라한셀렉트 경주 다이너스티홀에서 ‘경주 황룡사 중금당 복원연구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경주 황룡사지’는 신라의 찬란한 불교문화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장소로, 중문, 9층 목탑, 중금당, 강당이 중심축을 따라 일렬로 배치된 신라 최대 규모의 사찰 터다. 특히 장륙존상을 비롯한 19존상을 봉안하기 위해 584년에 건립된 중금당은 신라를 대표하는 불전으로 꼽힌다. 이번 학술대회는 건축, 불상, 와전(기와와 전돌),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의 5개 주제발표와 전문가 종합토론으로 구성된다. ‘황룡사 중금당 건축 고증연구’(이상명,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을 비롯해 △ ‘황룡사 중금당의 건축사적 의의 검토 시론’(강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 ‘황룡사 중금당 불상 고증연구’(주수완, 우석대학교) △ ‘황룡사 와전 사용에 대한 고증연구’(최영희, 강릉원주대학교) △ ‘황룡사 디지털 콘텐츠 활용방안’(권흥순,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등 5개 주제발표를 통해 경주 황룡사 중금당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복원·정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제발표 후에는 장헌덕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백소훈(명지대), 조원창(국가문화유산연구원), 최선아(명지대), 정여선(국립서울문화유산연구소), 이지형(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분야별 전문가와 발표자가 참여해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1

인간의 몸과 기술의 탐구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2024년 국립현대무용단이 발표한 신작 ‘내가 물에서 본 것’을 오는 22일 오후 7시 30분 웅부홀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으며 한국 현대무용계를 이끄는 대표 안무가 김보라(43)가 자신의 난임 시술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기술(ART·Assisted Reproductive Technology)을 중심으로 인간의 몸과 기술,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탐구한다. 고도로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 도구화된 여성의 신체를 춤으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김보라 안무가의 개인적 서사를 통해 보조생식기술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무용으로 풀어낸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3명의 무용수가 참여하며, 단순한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을 넘어 기술과 몸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과 페미니스트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이 공연은 사회적 논의의 장을 확장한다. 2022년 국내 신생아 10명 중 1명이 보조생식기술로 태어난다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은 해당 기술이 보편화된 사회다. 그러나 기존 담론은 여성의 몸을 ‘주체성’과 ‘대상화’라는 틀에 가두거나, 보조생식기술을 단일 결말(성공/실패)로 단순화해왔다. 이번 공연은 인간과 비인간, 기술과 생명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2025 국립예술단체 지역 전막 공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안동, 부산, 세종 등에서 순회 공연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0

포항사람 허대만 지역주의 타파 정치개혁의 꿈

“세상은 그를 떠나보냈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된다. 2022년 세상을 떠난 포항 출신 정치인 허대만. 그는 진영을 넘어 모두에게 ‘좋은 정치인’으로 남았다.” 고(故)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의 타계 3주기(8월 22일)를 맞아 그의 삶과 정치 철학을 조명하는 추모문집 ‘공존의 정치 허대만’(도서출판 BMK)이 오는 20일 발간된다. 이번 문집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그의 헌신과 혁신적 활동을 재조명하며, 유족과 지역사회에 깊은 의미를 전할 예정이다. 허 위원장은 1995년 만 26세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 포항시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민주당 소속으로 여러 차례 선거에 도전했으나 지역주의의 벽에 막혀 모두 낙선했다. 하지만 그의 끈질긴 도전과 포항지진 수습 과정에서의 헌신은 지역주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많은 이들은 그를 ‘포항사람 허대만’으로 기억하고 있다. 문집에는 허대만이 생전에 출간한 ‘지역을 바꿔야 나라가 바뀐다(2002)’, ‘영일만의 꿈(2011)’의 일부 내용이 실리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안민석 국회의원, 박태식 전 포항시의회 의장 등 다양한 인사들이 추모글을 기고했다. 필진들은 “지금 다시 읽어도 허대만의 안목과 혜안이 느껴진다”며 그의 삶과 정신을 되새겼다. 이번 문집은 2024년 11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9개월여간의 작업 끝에 발간된다. 발간위원회는 고인의 친구와 후배들이 주축이 됐으며, 임미애·민병덕 국회의원,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시북구지역위원장, 박희정 더불어민주당 포항시 남구울릉군지역위원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등 고인과 깊은 인연을 맺은 각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발간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은 임미애 국회의원은 “허대만 위원장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 됐다”며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허대만법’ 논의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지방선거부터라도 다시 논의를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이 문집 발간이 허대만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발간위원회는 타계 3주기인 오는 22일 오후 7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출판기념 문화제를 개최한다. 1968년 태어난 허대만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고향인 경북 포항으로 돌아와 시민운동과 지방의회에 뛰어들었다. 1995년 만 26세의 나이로 전국 최연소 포항시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한 그는 ‘청년이여, 고향으로 돌아가 시장이 되자’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풀뿌리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기초의원 출신 대통령 탄생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비전으로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 개혁을 꿈꿨다. 허대만은 민주당 계열로 출마해 국회의원, 포항시장 등에 7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지역주의라는 ‘강고한 벽’ 앞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지만, 그는 ‘총알받이’의 심정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20년 포항지진 발생 당시 피해 복구와 지원 활동에 헌신하며 지역민의 두터운 신뢰를 얻었으나, 건강 악화로 인해 2022년 8월 24일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정치인의 길 외에도 그는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선 혁신적인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2011년 제철소 현장에서 현재 산업계의 탄소 감축 기술과 맥을 같이하는 CO₂ 활용 설비를 개발해 공장을 설립했다. 저서 ‘지역을 바꿔야 나라가 바뀐다’(2002), ‘영일만의 꿈’(2011)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료와 지인들은 그를 ‘마음이 여린 자의 용기’를 지닌 인물로 기억한다. 일상에서 겸손한 이웃으로 살아온 그는 ‘포항사람 허대만’이라는 별칭처럼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일화는 주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그의 타계 이후 민주당에서는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허대만법’(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논의가 본격화됐다. 허대만은 지역주의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정치적 성과를 이루지 못했지만,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실천한 ‘미완의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것’을 강조했던 그의 철학은 오늘날 갈등과 대립이 심화된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상대가 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것이 공존의 정치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나는 지고지순이고 상대는 악의 화신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상대도 완전하지 않고 나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공존의 정치다. 나도 모든 것을 얻을 수 없고 상대도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상대를 빈손으로 만들 수 없고 나 또한 빈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존의 정치다.- 허대만, ‘공존의 정치’ 중에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0

사진 경계 허문 황규태, 대구서 ‘픽셀’ 선보인다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황규태 작가(87)의 개인전 ‘픽셀’이 오는 9월 17일부터 10월 19일까지 대구 갤러리 토마(김광석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25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대구에서 처음으로 황규태 작가의 대표 연작 ‘픽셀 시리즈’를 소개하는 자리. 갤러리 토마 유지숙 대표와 스페이스22 이은숙 총괄실장이 공동 기획했다. 황규태 작가는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60여 년 동안 사진의 개념과 경계를 재정의해온 작가다. 경향신문 사진기자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가 ‘필름 태우기’, ‘이중 노출’, ‘몽타주’ 등 다양한 아날로그 실험 기법으로 전통 사진의 틀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이후에는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해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해체하고 재배열하는 실험을 이어왔다. ‘픽셀 시리즈’는 작가가 평생 추구해온 ‘사진 이후의 사진’이라는 개념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박상우 사진이론가는 황 작가에 대해 “과거의 인습과 현재의 안주를 넘어서는 아방가르드 정신의 작가”라고 평했다. 갤러리 토마 유지숙 대표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 토마 기획 초대전으로, 이지혜 작가의 개인전 ‘기억의 부유’와 동시에 열려 관람객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전시회 소감을 평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8-10

경북도, 288억 적자 ‘3대 문화권’ 심폐소생 총력

경북도의 2025년 ‘방문객 1억 명 유치’의 해 선포가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2조원을 투입한 3대 문화권 관광시설이 대규모 적자 를 내면서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전체 46개 시설 중 85%(39개소)가 2024년 한 해에만 총 28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관광 인프라 확충 계획이 오히려 재정 압박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30대 선도프로젝트’로 출발한 3대 문화권 사업은 유교(안동, 영주), 신라(경주), 가야(고령, 김해) 문화유산과 자연 생태자원을 결합한 관광 기반 시설을 조성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2010~2021년 총 2조원(대구시 제외)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인 3대 문화권 사업은 2021년 시설 완공 시점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며 관광객 유치에 실패했다. 이후에도 입지 접근성 부족, 차별화된 콘텐츠 부재, 운영비 부담 등이 겹치며 침체의 늪에 빠졌다. 사업 초기 경북도가 자랑하는 유교·신라·가야 문화와 수려한 생태자원을 활용한 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으나, 열악한 입지 여건과 부족한 재정 상황 등이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주 선비세상은 2024년 62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안동국제컨벤션센터는 지난 2022년 8월 개관해 초기부터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이를 타개하기 위해 경북도는 지난달 17일 ‘3대문화권 활성화 추진계획’ 을 발표하고 “경북을 오감(五感)으로 체험하는 관광명소”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은 △통합 관리체계 구축 △브랜드 홍보 강화 △재정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시·군의 운영 부담을 덜고 3대 문화권을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경북도는 3대문화권 추진계획이 경북관광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올해 하반기 조례 개정 후 40여 억원을 투입해 내년부터 실행할 예정이어서 연간 100억 원 이상 적자가 장기화되면 재정 압박이 우려된다. 경북도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3대 문화권 사업의 한계로 42개 시설의 넓은 부지를 관리할 기본 관리비용은 크지만 모객 수입은 부족하다. 우수한 관광 콘텐츠 부족, 관리체계 부재, 운영 역량 미비, 온라인 플랫폼 활용 미흡 등에 의한 홍보·마케팅 전략 부재가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관광 전문가들은 3대 문화권 사업의 주요 문제점으로 접근성 부족, 숙소 미비, 공공 주도 한계를 지적했다. 박우택 동국대 WISE 캠퍼스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영주·상주 지역은 교통 접근성이 낮아 이동에 시간이 길고, 숙박 시설이 대부분 3성급 이하 모텔로 구성돼 가족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 주도 로만 진행되는 사업 특성상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민간 투자 유치를 확대하고 전담여행사·MICE 기획사와 협력해 특화 상품 개발 또는 기업 행사 유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3대 문화권 46개 시설 설계 단계에서 가족, 단체, 외국인 등 타깃 관광객 유형 설정 등 수요 예측 실패가 큰 오류였다”면서 “경북의 정체성을 담은 자산인 만큼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관점의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0

세계 지성들과 함께하는 ‘인문학 대잔치’

경주의 천년 인문정신이 세계의 지성들과 만나는 ‘2025 국제경주역사문화포럼’이 오는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경북도, 경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경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천년의 길 위에서 별을 바라보다’를 주제로, 인류가 함께 모색해야 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국제포럼이다. 천 년에 걸쳐 이어져 온 인간의 삶과 문화를 별을 통해 탐구하는 북페스티벌로서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이번 포럼은 APEC 정상회의의 3대 의제인 ‘연결’, ‘혁신’, ‘번영’을 바탕으로 한 3개 테마 세션으로 구성된다. 하버드대 조지프 헨릭 교수, 일본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물리학자 김상욱, 철학자 다이앤 앤스, 뮤지컬 작가 박천휴·윌 애런슨, 시인 박준, 여성학자 정희진 등 국내외 석학과 창작자들이 대거 참여해 경주에서 인문학적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19일 ‘박천휴×윌 애런슨’ 작가의 크로스컬처 혹은 인터퍼스널 세션에서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작업기를 다룬다. 20일에는 조지프 헨릭 인류학자의 ‘호모 사피엔스: 집단 두뇌와 연결, 그리고 창의성의 기원’, 야마다 마사히로 사회학자의 ‘불평등 사회, 가상세계에서 사랑과 희망을 구하는 청년들’ 등의 강연이 진행된다. 21일에는 김상욱 물리학자의 ‘혁신은 언제나 번영을 가져오나?’, 다이앤 엔스 철학자의 ‘우리의 외로움을 해석합니다’ 등의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부대 행사로는 경주예술의전당 분수광장에서 북페스티벌이 열린다. 총 10개의 출판사와 동네책방이 참여해 북마켓을 운영하고, 에코백 만들기, 북젠가, 보이는 라디오, 가족 대상 OX퀴즈, 재즈 공연 등 시민 참여형 콘텐츠도 다채롭게 마련된다. 저녁에는 이슬아 작가 등과 함께하는 야외 북토크쇼가 진행돼 포럼의 인문정신을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포럼 티켓은 사전 예매제로 운영되며, 세션당 R석 1만원(경북도민·경주시민 50% 할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예매자에게는 연사 도서 교환 및 전시 관람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예매는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garts.kr) 및 티켓링크를 통해 가능하며,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대표번호 1588-4925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0

‘파리 올림픽’의 영광 천년고도 ‘경주’로 잇다

지난해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국립현대무용단의 화제작 ‘정글’이 오는 10월 1일 오후 8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주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는 ‘2025 한국수력원자력 문화가 있는 날’ 특별 공연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에서는 한층 진화한 예술성과 새로운 해석이 더해져 더욱 풍부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무용단 김성용 단장 겸 예술감독의 대표 안무작인 ‘정글’은 비정형적 움직임 리서치 ‘프로세스 인잇(Process Init)’을 기반으로 한다. “모두와 함께 춤추는 현대무용”이라는 김성용 감독의 예술적 방향성을 반영해 무용수의 가장 솔직한 움직임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그가 개발한 ‘움직임 연구-감각과 반응’을 통해 완성됐으며, 정형화되지 않은 창의적 동작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2023년 10월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ICMF) 개막작으로 초연된 이 작품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이후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 올림픽 당시 파리 13구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된 데 이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 호평을 받으며 순회 공연을 이어갔다. 작품은 ‘정글’을 배경으로 몸의 본능과 생명력이 충돌하는 순간들을 탐구한다. 창조와 소멸, 숨겨진 것과 드러난 것, 정지된 듯 흘러가는 역동성 등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무용수들이 단순한 연기자가 아닌 ‘프로세서(Processer)’로 참여해 창작 과정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과 즉흥적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에너지가 돋보인다. ‘정글’의 또 다른 매력은 일본의 사운드 아티스트 마리히코 하라가 작곡한 음악이다. 그는 정글의 내재된 울림과 미세한 생명체의 소리를 압도적인 음향으로 재현해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대구 출신의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단장은 한양대 무용학과 학사·석사·박사 출신으로, 동아무용콩쿠르 금상과 일본 나고야 국제 현대무용콩쿠르 한국인 최초 입상 경력에 더해 프랑스·미국·일본 등에서 활동하며 예술적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역임으로 행정 역량도 입증한 근현대무용 전문가다. 이번 공연은 전석 5만원으로 관람 가능하며, 경주시민, 경주 다자녀 가정, 경주 소재 직장인 및 대학생에게는 50% 할인이 적용된다. 예매는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garts.kr) 또는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에서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09

AI 혁명 최전선에서 미래를 개척하는 인간의 이야기

신간 ‘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열린책들)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기술과 같은 혁신적 AI 시대를 선도하는 대화형 인공 지능 서비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CEO) 샘 올트먼(40)의 생애와 경영 철학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키치 헤이기 기자가 올트먼의 가족과 친구, 교사, 멘토, 공동 창업자, 동료, 투자자, 포트폴리오 회사 등 250회가 넘는 인터뷰와 본인과의 심층 대화를 통해 완성한 책이다. 이 책은, ‘AI 시대를 설계한 가장 논쟁적인 CEO의 통찰과 전력’이라는 부제로 단순한 기업가 전기를 넘어 AI 혁명의 최전선에서 미래를 개척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정에서 드러나는 샘 올트먼은 속도를 중시하고 위험을 좋아하는 영리한 거래 해결사다. 그는 거의 종교적 확신으로 기술 진보를 믿지만,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빠르게 움직이며, 대립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끔 더 큰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쓰러질 때마다 다시 더 큰 힘을 얻고 복귀했다. 이 책에 따르면 샘 올트먼이 세인트루이스에서 보낸 조숙한 어린 시절부터 첫 번째로 시도했다가 실패한 스타트업 경험, 전설적 사업가 폴 그레이엄의 제자이자 후계자로 승승장구하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 콤비네이터 대표가 된다. 실리콘 밸리의 으뜸가는 실세로 부상한 젊은 시절, 오픈AI를 창립한 뒤 소수 정예의 팀을 발탁한 과정, 옛 친구이자 지금은 앙숙이 된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완강한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한편 계속 인공 지능의 선두 주자를 지키려는 분투에 이르기까지 올트먼이 성장하며 겪은 크고 작은 과정을 한 폭의 세밀화에 담아 펼쳐 보인다. 올트먼은 물론 테크 산업의 변화 과정을 생생하게 돌아본다. 올트먼은 일찌감치 공부보다는 창업을 택한다. 그는 스탠퍼드대 2학년이던 2005년 위치 정보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루프트를 만들기 위해 자퇴한다. 책은 그의 삶을 4부 17장으로 나눠 세밀화처럼 풀어낸다. 1부(1985~2005)는 조숙한 천재로 성장한 세인트루이스 시절과 IT 세계에 입문한 계기를 다룬다. 2부(2005~2012)는 첫 스타트업 실패와 Y콤비네이터 합류로 이어지는 도전기, 3부(2012~2019)는 실리콘밸리의 중심에서 폴 그레이엄의 후계자로 성장하며 오픈AI를 설립하기까지, 4부(2019~2024)는 챗GPT 성공과 ‘올트먼 축출 사태’, AI 윤리 논쟁까지 최근 이슈까지 포괄한다. 특히 ‘풀려난 프로메테우스’라는 마지막 장 제목은 인류에게 AI라는 불을 전달한 그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가 ‘올트먼 축출 사태’를 영화로 제작 중이며, 이는 그의 극적인 경영 스토리가 대중문화로도 재탄생함을 의미한다. 책은 한국 출간에 이어 독일·일본 등 12개국 출간이 확정됐으며, 10월 경주 APEC CEO 서밋에 올트먼이 초청되며 글로벌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의 참고할 만한 스타트업 뒷이야기는 실제 경험자들이 솔직하게 답했기에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여러 빅테크 기업가의 소중한 영감도 담았다. 무엇보다 ‘미래는 더 나아질 거’라는 올트먼의 낙관주의적 사고방식은 기업가 영역을 넘어 개인적 삶의 철학으로도 연결된다. 그렇기에 샘 올트먼이 보여 주는 전략과 통찰에서 우리 역시 우리 삶을 어떻게 경영하고 운영할지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07

중국사 학자 7명이 선별한 ‘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

아르테 출판사의 ‘꿰뚫는 질문’ 시리즈 첫 권인 ‘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 가 나왔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질문의 힘’을 복원하려는 기획으로, 조영헌·윤형진·송진·손성욱·류준형·김한신·고명수 등 중국사 일곱명의 학자가 2년간 머리를 맞대고 선별한 25개의 핵심 질문이 중국사의 맥을 관통한다. 단순한 사실 나열을 넘어, “통일된 중국은 왜 폐쇄적이 되고 분열된 중국은 왜 개방적이 되는가?” 같은 역설적 질문을 통해 중국을 동적인 제국으로 재해석한다. 저자들은 중국사에서 ‘열림’과 ‘닫힘’이라는 상호 모순적 패턴을 발견했다. 실크로드로 서역과 교류하던 당나라가 안사의 난 이후 이민족 배척으로 돌아서고, 해양 무역으로 번성한 송·원이 몽골 침략으로 해금 정책을 강화한 사례 등이 그렇다. 진시황의 만리장성, 명대의 재건, 청 건륭제의 위계적 대외정책은 ‘닫힘’의 극단이라면, 당대 여성 정치 참여 확대나 원대의 종교적 포용은 ‘열림’의 전형이다. 이 모순적 역사는 “중국이 주변과 끊임없이 충돌·교류하며 유동적으로 형성된 제국”이라는 독창적 시각을 제공한다. 책은 논쟁적 질문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예컨대 “시황제는 책을 불태운 폭군인가, 천하 통일의 영웅인가?” “정화의 원정 기록을 명나라가 파기한 이유는?” 같은 질문들은 단순한 흑백논리를 거부한다. 측천무후의 여황제 통치나 당나라 환관의 권력 남용 같은 사례는 역사적 인물의 다면적 성격을 탐구하도록 유도한다. 책의 백미는 현대 중국 분석이다. 시진핑 체제의 중앙집권화와 민족주의 강화가 한편으로는 ‘닫힘’이라면,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한 글로벌 영향력 확대는 ‘열림’의 계승이라는 해석은 신선하다. 이는 과거 분열된 시기에 개방성이 강해진다는 패턴의 현대적 재현으로, 미중 패권 경쟁을 역사적 맥락에서 조망할 통찰을 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07

인간 본성의 ‘현실’ 직시할 때, 공존의 길 열 수 있다

‘인간은 왜 싸울까? 기존 국제정치학은 인간의 이성적 판단을 갈등 해결의 핵심으로 보았으나, 신간 ‘전쟁하는 뇌’(진실의힘)는 신경과학을 통해 감정과 본능이 분쟁의 근본 원인임을 밝힌다. 저자 마리 피츠더프는 북아일랜드 분쟁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감정과 본능에 기반한 평화구축 전략을 연구해왔다. 중재네트워크 설립자이자 유엔대학교 국제갈등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그는 “기존 정치·국제관계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갈등의 본질을 뇌과학으로 풀어냈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협력하려는 본성을 지니지만, 그 협력은 주로 자기 집단 내에서만 작동한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코끼리와 기수’ 비유처럼, 감정에 해당하는 ‘코끼리’가 이성의 ‘기수’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집단 소속 욕구는 안전을 주지만, 동시에 외집단을 비인간화해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극단주의 집단은 명확한 이념과 소속감을 제공해 오히려 ‘정상적’ 선택지로 여겨지며, 소셜미디어는 감정적 확증편향과 가짜뉴스를 확산시켜 갈등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 뇌의 유연성에 주목한다. 사회적 학습과 제도적 장치로 편도체의 본능을 넘어선 협력이 가능하며, 역사적으로 적대 관계의 전환 사례도 많다. 평화 구축을 위해 저자는 이성 외에 감정적 요인 수용,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수적이며,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기억할 것, 타인의 관점 이해, 포용적 대화 촉진, 사이버 공간의 갈등 관리 기술 개발 등을 제안한다. 인간 본성의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 가능성을 믿을 때, 갈등을 넘어선 공존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인간에게는 타인과 협력하려는 본성도 있다. 집단은 우리에게 안전, 소속감, 의미 등을 제공하고, 집단을 이루는 것은 인류가 존재해온 수백만 년 동안 매우 성공적인 생존전략이었다. 문제는 협력과 공감이 대개 내가 속한 집단에만 작동하며, 집단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와 적대하는 ‘타자’가 필요하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협력하도록 진화했다. 다만 일부 사람하고만 그렇다.”(83쪽) 집단의 일부인 우리는 집단에 이로운 것, 집단이 공유하는 이념을 믿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집단신념은 개인적 견해나 신념을 압도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방해할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집단에 소속되면 개인의 태도는 집단의 규범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전의 신념은 폐기되거나 새로운 신념에 맞게 변경될 수 있다. 집단신념이 신성불가침이 되면 구성원들은 흔히 집단신념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유)을 잃는다.”(122쪽) 인간에게는 협력을 촉진하는 다양한 규범도 있다. 일례로 국가 간 무역의 활성화는 낯선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신뢰하도록 하는 제도 형성을 촉진했다. “시장에는 보통 사회적 장벽을 허물고, 상인 간의 공정성을 강화하며, 개인의 이익을 위해 무역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억제하는 일련의 규제와 행동이 있었다.”(244쪽) 저자는 “우리에게는 타고난 경향이 있을 뿐 정해진 운명은 없다”(264쪽)고 강조한다. 인간 본성에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분명 있지만, 조건과 상황에 따라 인간은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한때 다른 집단의 구성원을 아무렇지 않게 해치거나 죽였던 이들이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으로 변모한 사례가 많다. 또한 오랫동안 적대관계였던 나라들이 전쟁을 끝내고 교역하고 협력한 사례도 많다.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새롭게 하고 강화함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정할 수 있다.”(264~265쪽) 무엇보다 사회갈등의 주체인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이 책의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현실에 적절하게 개입하고 현실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본성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해야만 비로소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 갈등이 해소된 평화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전쟁하는 뇌’는 우리가 그런 ‘이상’에 도달하도록 돕는 여러 통찰과 제안을 제시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07

동해·경북권 최대 물 축제 ‘2025 SUMMER 워터 퐝 FESTIVAL‘ 열린다···'물총대첩' 현장접수 가능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이 주관하는 ‘2025 SUMMER 워터퐝 페스티벌’이 오는 8~9일 영일대 해상누각 광장에서 열린다. 태국 전통 축제 ‘송크란(Songkran)’을 모티브로 한 이번 행사는 도심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동해·경북권 최대 규모의 여름 물 축제다.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신나는 물총 놀이, 라이브 공연, 포장마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물총 대첩’은 대형 워터 캐논과 다양한 물총을 활용한 대규모 물싸움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물세례를 맞으며 무더위를 식힐 수 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EDM 퍼포먼스 무대도 눈길을 끈다. DJ의 퍼포먼스와 함께 물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워터 클럽 콘셉트의 야간 파티가 마련돼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또한,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래퍼 호미들과 래원의 힙합무대도 예정돼 있어 여름밤을 더욱 뜨겁고 활기차게 수놓을 전망이다. 특별 이벤트로는 솔로 남녀를 위한 소개팅 프로그램 ‘물총은 핑계고’, 해변가 포장마차 ‘해변 포차’, 친환경 브랜드가 참여하는 에코 플리마켓 등이 마련된다. 또한 해안 플로깅(쓰레기 줍기 조깅) 등 환경 보호 활동도 병행된다. 이강덕 시장은 "포항 물축제를 환경과 지역 가치를 모두 담은 포항의 해양관광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제 모델, 글로벌 축제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워터퐝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물총 대첩’은 현장 접수도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2025-08-07

“‘광복 관광지’ 방문하면 기념품이 덤"

“광복 80주년. 독립운동 정신 체험 관광지 방문하면 기념품이 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 하나은행과 함께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관광으로 기억하는 광복 80주년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독립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 13곳을 선정해 방문객에게 기념품을 증정하며, 관광 활동을 통해 광복의 뜻을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관광 100선 중 광복 관련 관광지는 △경상권=대구 서문시장, 팔공산, 영남알프스(언양), 경주 대릉원△서울=국립중앙박물관, 광화문광장 △경기권=두물머리, 광명동굴 △인천권=개항장문화지구 △충청권=공주백제유적지, 청남대, 독립기념관 △전라권=무등산국립공원, 전주 한옥마을, 마이산도립공원, 내장산국립공원, 목포근대역사공간이다. 다만 이번 이벤트에 국립중앙박물관과 무등산국립공원, 팔공산, 경주 대릉원 등 4곳은 참여하지 않는다. 먼저 광복 주간(8월 11~17일)에는 광복 관련 관광지 13곳을 방문하면 선착순으로 광복 기념 자석(마그넷)을 받을 수 있다. 이 자석은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려 독립 의지와 애국심을 표현한 ‘진관사 태극기’를 활용해 디자인했다. ‘나만의 광복 여행계획’ 행사도 준비했다. 광복 관련 관광지 13곳에 대한 여행계획을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에 공유하고 방문 이후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태극기를 두른 ‘호종이’(한국관광 캐릭터) 봉제 인형 열쇠고리(키링)를 선물한다. 이와 함께 8일부터 오는 9월 7일까지 한국관광 100선 방문자에게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하나은행 가산금리 쿠폰(2.0%포인트)을 지급한다. 추첨을 통해 지역관광 시설 이용권(산림 복지시설 이용 상품권)과 외식상품권(아웃백 모바일 상품권), 주유 상품권, 편의점 이용 상품권 등도 제공한다. 문체부 김정훈 관광정책국장은 “기존의 엄숙한 보훈 행사 형식에서 벗어나 관광을 통해 광복을 기억하려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라며 “국민들이 현장을 방문해 순국선열의 희생을 되새기고, 지역 관광도 함께 즐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06

포항문화재단, 가족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가가호호(家加好好)’시민 호응 속 진행 중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2025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가가호호(家加好好)’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높은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각 가정의 특성과 필요를 고려한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가족 간 소통 활성화와 유대감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상반기 프로그램 성황리에 종료···참가자 만족도 높아   사업은 지난 5월 포은흥해도서관에서 열린 홍보형 기획사업 ‘다함께 가가! 호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특히 이번 행사는 포항 지진의 아픔을 겪은 흥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꿈의 오케스트라’공연과 연계해 진행됐으며, 문화예술교육의 첫 경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추진 중인 7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4개가 상반기 중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6월에는 ▲조부모와 손주가 함께 놀이문화를 체험하며 세대 간 이해와 애착을 형성한 ‘할머니랑 노올자! 할아버지랑 노올자!’ ▲부부 관계 회복과 정서적 치유를 위한 ‘부부의 마음 정원’ 교육이 진행됐다.   7월에는 ▲다문화 가정과 구룡포 주민을 대상으로 가족 여행의 가치를 전달한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 여행’ 특강 ▲생성형 AI를 활용해 전 세대가 함께 예술 창작을 체험한 ‘AI로 배우는 창의 융합 예술 교육’ 특강이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며 참가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8월, 포항시청소년재단과 협력해 창의예술 교육 강화 8월부터는 포항시청소년재단과 협력해 문화예술교육의 심도를 높일 예정이다. 첫 프로그램으로 포항시청소년수련관에서‘우리는 관찰드로잉을 하는 창의적인 아이(AI)’가 운영된다. 포항시청소년재단은 홍보와 참여자 모집을 담당하며, 프로그램 운영에 전문성을 더한다.   이 프로그램은 관찰 기반의 창의적 표현 습관 형성과 표현력·발표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청소년뿐 아니라 가족 단위 참여자에게도 창의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 내 기관 간 협력을 확대해 시민에게 더욱 풍부한 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이번 협력은 양질의 교육 기회 창출을 위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에도 맞춤형 프로그램 지속 운영 하반기에는 ‘우리가족 캐릭터로 스토리 제작’, ‘영화 하브루타’ 등 가족 간 소통과 감수성 향상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포항문화재단은 지역 특성과 가족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05

글로벌 오케스트라 향연 달구벌 적신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로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집결한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주최·주관하는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이 오는 9월 19일부터 11월 19일까지 60일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다. 올해 13회차를 맞은 이번 축제는 ‘다양성’을 주제로 독일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15개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신진 연주자들이 총출동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무대를 선사한다. 축제의 시작은 대구시립교향악단이 9월 19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장식한다. 이어 9월 22일 후쿠오카 심포니홀, 23일 히로시마 BKK홀, 25일 오사카 더 심포니홀에서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IN JAPAN’을 개최해 한·일 문화 교류의 새 장을 연다. 특히 한·일 수교 60주년과 대구-히로시마 자매도시 28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행사는 대구의 글로벌 음악 역량을 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일본 오사카를 대표하는 관악 연주단체 ‘더 심포니홀 슈퍼 브라스’와 중국의 유서 깊은 도시 자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자싱 다차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대구 무대에 직접 초청해, 아시아 클래식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확장해 나간다.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독일)는 브람스 고향 함부르크에서 324년 역사를 이어온 명문 악단이다. 2017년 개관한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에 상주하며 현대적 해석과 정통 클래식의 조화를 선보이고 있는 이 악단은 상임 지휘자 앨런 길버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과 함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선보인다. 324년 역사를 지닌 중·동부 유럽의 숨은 강자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협연해 정통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세계적인 클래식 경연대회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협력 오케스트라로 유명한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는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함께 대구 관객과 첫 만남을 갖는다. 북유럽 특유의 서정성과 투명한 음색으로 주목받는 노르웨이 챔버 앙상블도 실내악의 정교함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유럽의 또 다른 음악적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역 음악계의 역량 강화에도 방점을 찍었다. 대구 출신 작곡가 5인(이호원, 권은실, 이승은, 서은정, 박성미)의 신작을 지역 오케스트라들이 초연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과 연주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 또한 KBS교향악단, TIMF 앙상블, 디오 오케스트라 등 국내 정상급 단체와 지역 민간단체가 협업해 한국 클래식 음악의 다양성을 조명한다. 미래 클래식 주역인 경북예술고등학교 오케스트라와 대구 유스 오케스트라는 각각 금난새, 백윤학의 지휘로 젊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전통 국악단인 영동 난계국악단이 현대 음악과 어우러져 축제의 폭을 넓힌다. 특히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창단한 DCH 비르투오소는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협연해 정교한 실내악의 정수를 선사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05

“나를 팝니다” 조선시대 민중의 비애

“아버지 시신 거두려 내 몸과 후손을 노비로 팝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5일 조선 후기 극심한 기근과 재난 속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자신을 노비로 매매한 계약문서인 ‘자매문기’(自賣文記) 15점을 공개했다. 1815년 경상도 안동 지례 마을, 홍수와 기근이 덮친 폐허 속에서 윤매(允每)는 피눈물로 쓴 한 장의 문서에 이렇게 적었다. “저희 집안은 원래 빈궁하고 가까운 친족도 없습니다. 그러던 차에 을해년(1815년) 대기근을 만나 아버지가 객지에서 유랑하며 걸식하다가 그만 수 백리 밖에서 객사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를 여력이 되지 않아 저를 노비로 팔겠습니다” 당시 30냥(현재 가치 약 2400만 원)에 자신과 후손을 양반 집에 종속시킨 그는 문서에 왼손바닥을 찍어 서명했다. 글을 몰랐던 그가 유일하게 증명할 수 있는 절박한 흔적이었다. 윤매뿐 아니라 윤심이(尹心伊)는 병든 시부모 봉양과 가난을 견디지 못해 남편은 이미 노비가 된 상태에서 아들 복이(卜伊)까지 팔아 생계를 해결하려 했다. 관청은 이를 허가했고, 자매문기와 청원서, 공증 문서로 계약이 성립됐다. 한국국학진흥원 국학기반본부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자매문기'는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며 “조선 후기로 접어들며 신분제도가 해체되면서 노비였던 이들이 양민으로 신분 상승했고, 이에 따라 양반 수는 급증한 반면 노비 수는 급감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로 인해 생계 위기에 처한 양민이 스스로를 노비로 파는 ‘자매문기’가 다수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