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화

사유원 갤러리 곡신, 사진작가 민병헌 개인전 선보여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에 위치한 사립수목원인 사유원이 갤러리 곡신을 개관하며 첫 번째 전시로 3일부터 7월 27일까지 민병헌 사진작가의 개인전 ‘The Contemplation in Gray’를 선보인다. 민병헌 작가는 지난 40년 이상 한국 현대 사진예술의 미학적 확장을 이끌어온 대표 작가로,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사진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고유한 태도를 정립해왔다. 그의 흑백 사진은 단순한 풍경과 사물의 재현을 넘어 내면의 풍경과 정서적 파장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병헌의 대표작 10점을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SFMOMA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된 민병헌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Deep fog’(1999), ‘Snow land’(2010), ‘Waterfall’(2009), ‘남녘유람’(2020) 등 총 1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그의 초기작 스트레이트 다큐멘터리 사진부터 미발표 작품들, 최근의 작업까지 사진가 민병헌의 사진 인생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아날로그 방식의 필름 사진과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촬영부터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고집해 단 몇 점의 에디션만 제작되는 그의 작품들은 사진을 넘어 회화적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섬세한 흑백의 결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민병헌 그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사유원 측은 “오랜 시간 축적된 민병헌 작가의 계조와 명암이 사유원이 품은 자연과 만나며, 사진과 공간이 서로의 깊이를 비추는 시간을 만들어낼 예정”이라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사유원은 자연과 현대 건축물이 어우러진 수목원으로,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함께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2021년 9월 대구광역시 군위군 부계면 창평리 팔공산 자락에 문을 열었으며, 총면적 33만 580㎡(10만 평), 건축물 18곳, 산책로 11개를 갖추고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알바로 시자, 오스트리아 학술예술 1급 십자훈장을 받은 한국 건축가 승효상, 조경가 정영선, 서예가 웨이량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24 우수 웰니스 관광지 77선’, ‘2024 럭셔리 관광’,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유원의 깊은 자연성과 미학을 담아내기 위한 새로운 전시 공간 갤러리 곡신을 지난달 개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5-04

고려 청자문화의 정점 ‘상형청자’ 한자리서 만난다

고려가 이룩한 청자문화의 정점인 상형청자(象形靑磁)’를 조명하는 전시가 경주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를 오는 8월 24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는 상형청자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이를 통해 고려인들이 바라본 세상과 그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 상형청자의 매력을 소개한다. 고려청자는 고려인의 뛰어난 기술과 독창적인 미감이 결합된 결과물로, 특히 동식물이나 인물 등 특정 형태를 본떠 만든 상형청자는 이러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이는 고려시대 도자 공예의 예술성을 대표하며, 아름다운 비색 유약과 탁월한 조형성, 그리고 높은 기술적 성취로 인해 한국문화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청자 어룡모양 주자’ 등 국보 3건, ‘청자 귀룡모양 주자’ 등 보물 7건을 포함해 국내 주요 고려 상형청자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호림박물관,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등 국내 주요 8개 기관의 소장품 총 97건이 출품된다. 모두 경주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 고려 상형청자의 전모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는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이전 통일신라시대 경주에서도 흙으로 특정한 형상을 빚는 ‘상형’의 오랜 전통이 있었음을 살펴본다. 특히 고려 상형청자에서 보이는 ‘사자’, ‘오리’의 형상은 통일신라시대 유적인 경주 월지와 구황동 원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에서는 상형청자가 등장한 문화적 배경과 그 제작, 유통, 소비 양상을 살펴본다. 고려의 수도 개경(현 개성)은 국제도시로서 새로운 문화와 다양한 문물을 접할 수 있는 중심지였다. 고려 왕실과 상류층은 보다 우수하고 독특한 도자기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도의 기술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상형청자가 제작됐다. 상형청자의 제작, 유통, 소비 양상은 발굴품을 중심으로 추적한다. 발굴품은 완형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문헌 기록이 많지 않은 상형청자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강진 사당리와 부안 유천리 가마터 발굴품과 태안 대섬, 진도 명량해협 출수품 등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들이 소개된다. 제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에서는 상형청자의 다양한 형태와 아름다움을 살펴본다. 고려인들은 평소 좋아했던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을 상형청자에 담았다. 동물로는 오리, 물고기, 원숭이 등을, 식물로는 복숭아, 석류, 연꽃, 죽순, 참외, 조롱박 등을 즐겨 표현했다. 이러한 형상은 향로, 연적, 묵호 등의 기물에 자주 담겨 실용적이면서도 곁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상형청자에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인 용, 어룡, 귀룡, 기린, 사자는 예로부터 상서롭고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다. 이들은 왕실이나 귀족의 권위와 지위를 상징하며, 왕실 의례나 상류층의 지위를 돋보이게 하는 데 사용됐다. 제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에서는 실용과 예술을 넘어선 정신적 세계와 신앙적 바람을 담은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도교와 불교 의식에 사용되던 기물들이 청자로 제작됐으며, 전통적으로 다른 재료로 만들던 불상 역시 청자 기술이 적용됐다. 이는 이전의 상형청자들과는 다른 차원의 시각적 경험과 의미를 제공해 주목할 만하다. 전시실을 나가기 전, 감각적 교육 체험 공간인 ‘손끝으로 느끼는 흙의 이야기’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상상 속 동물 모양의 서수(瑞獸) 토기를 포함한 다양한 상형청자 3점을 직접 만져보며 그 독특한 형태와 질감을 체험할 수 있다. 6월 30일부터는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을 위해 청자 조각으로 입체 퍼즐을 복원하는 자율 체험이 추가된다. 이 체험은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재미있게 전달한다. 또한, ‘그림 콕! 설명 톡!’에서는 디지털 감상 가이드를 통해 어린이 관람객에게 상형청자의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쉽게 전달한다. ‘속닥속닥, 전시실 뒤 이야기’는 청소년을 위한 진로 연계 프로그램으로, 전시 기획자들이 들려주는 박물관 내 직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여름휴가 기간에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으로 상형청자를 그려보는 특별 이벤트 ‘문화유산의 대변신!’을 진행한다. 국립경주박물관만의 차별화된 상형 청자 전시 관람 방법을 제시하고 더욱 풍성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별전 개최를 기념해 관람객 참여 이벤트가 열린다. SNS 퀴즈, 기대평 댓글 이벤트, 관람 후기 등 온라인 이벤트와 함께, 전시 기간 중 현장 이벤트도 다양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경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전시이므로, 신라 수도 경주에서 고려청자의 비색과 형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감상하며 즐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5-03

대구 시립 3개 박물관 ‘박미주간(박물관·미술관 주간)’ 다채로운 문화행사 개최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원장 박순태) 박물관운영본부 소속 대구 시립 3개 박물관인 대구근대역사관,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은 ‘2025년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아 2일부터 6월 1일까지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전국 박물관·미술관 주간(‘박미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2년부터 5월 18일 ‘세계 박물관의 날’(5월 18일)을 기념해 박물관·미술관 활성화를 목적으로 운영해 온 전국 단위의 문화행사다. 올해 ‘박미주간’은 ‘급변하는 공동체와 박물관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된다. 대구근대역사관,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은 박물관의 역할과 의미를 알리고 우리 삶 속에 박물관이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크게 각 박물관 별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3개 박물관 공통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먼저 ‘즐거운 박물관 관람, 문화유산 안목 기르기’를 4회 개최한다. 10일 오후 2시에 이인숙 미술사학자의 ‘박물관에서 옛 그림을 보는 눈’ 특강을 개최해 옛 그림을 보는 방법과 전통 회화를 다양한 시선으로 이해하는 자리를 갖는다. 15일 오후 2시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장신 교수를 초청하해 ‘박물관에서 근대 자료를 보는 눈’이라는 주제로, 일제강점기 재판기록을 비롯하여 다양한 근대 자료를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29일 오후 2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강경남 학예연구관이 진행하는 ‘박물관에서 도자기를 보는 눈’이란 주제로 도자기의 종류와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이해하는 자리를 갖는다. 30일 오후 2시에는 서울공예박물관 김수정 관장을 초청하여 ‘박물관에서 공예품을 보는 눈’ 강의를 개최한다. 매회 40명을 모집하며, 주관 박물관을 확인한 후에 해당 기관에 참가 신청하면 된다. ‘박미주간’에 어린이날 연휴가 들어 있어, 3개 박물관에서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각 박물관 별로 어린이날 체험행사를 개최한다. 대구근대역사관의 ‘사랑하는 나에게 주는 상패’, ‘나만의 대구근대역사관 방문 인증 기념자석 만들기’를 비롯하여, 대구향토역사관 ‘바람이 분다, 바람개비 돌리기’, 대구방짜유기박물관의 ‘병풍도 만들고, 문양도 찾고’를 진행한다. 5주 동안 ‘박물관에서 5월!’이란 주제로 3개 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카드 게임으로 즐기며 대구·경북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더 커진 대구야, 문화유산과 놀자’와 대구·경북의 지리와 주요 명소를 이해하는 ‘대구·경북 어디까지 아니?’ 체험은 3개 관에서 공통으로 운영한다. 대구근대역사관은 ‘나는야 어린이 역사 탐정’과 ‘동서남북 놀이로 대구근대역사관 관찰하기’를 상설 운영하며, 장애인 근로자와 함께하는 체험프로그램을 13일에 개최한다. 21일 오후 2시에는 광복 80주년 기념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김희곤 관장을 초청해 4월 30일 개막한 ‘백마 타고 온 초인, 대구 이육사’ 특별기획전 연계 ‘시인이기 전에 독립투사, 이육사’ 특강을 개최한다. 대구방짜유기박물관은 ‘박물관 속의 규방문화 –은은한 빛과 소리의 잔잔한 울림’ 가족 체험 프로그램을 24일 개최하며, 27일에는 신형석 박물관운영본부장 안내로 새로운 시각의 탐방으로 ‘공예로 찾아보는 동화사’ 답사를 진행한다. 구석기부터 현대까지 대구 역사를 15장면으로 소개한 ‘알면 더 좋은 대구 역사’ 순회전시를 대구근대역사관에 이어서 방짜유기박물관 로비에서 한 달 동안 전시한다. 대구향토역사관은 경상감영유적 출토유물을 직접 만지며 체험하는 ‘대구야, 고고(GoGo)유물과 놀자’를 상설 운영하며, 조선 후기 대구의 한자 표기가 달라진 점을 살펴보는 ‘大丘와 大邱의 차이는?’ 등의 체험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박미주간 행사는 현장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지만 특강이나 답사 등은 사전 신청을 받아 진행된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각 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구 시립 3개 관 관장을 맡고 있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신형석 박물관운영본부장은 “올해도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맞이하여 3개 박물관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여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공립박물관이 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대구근대역사관,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향토역사관은 시민에게 사랑받는 문화생활의 1순위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접근하기 쉬운 문화시설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5-02

현대사회 핵심 원리 ‘효율’…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최적화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원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최적화 모델은 항공기 운항 일정부터 데이트 상대 매칭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제 최적화는 우리의 물질적 현실을 넘어 기술과 사고방식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하나의 수학적 개념이 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문화적 변화를 일으켰는지, 그리고 효율성을 얻음으로써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신간 ‘최적화라는 환상’(위즈덤하우스)은 효율성과 최적화의 문제를 단순히 지적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개념이 현대 사회와 문화에 미친 깊은 영향을 탐구한다. 저자 코코 크럼은 MIT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실리콘 밸리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과학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그는 한때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많은 모델을, 더 많은 해결책을” 추구하며 열정을 불태웠으나, 점차 그 낭만이 사라졌다. 세상이 최적화에 열광할수록 그의 내면에는 불신이 깊어졌다.   크럼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 정리 전문가, 농부, 토착민 등 다양한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최적화가 어떻게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들-여유, 장소, 규모-을 상기시키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효율성 중심의 사회가 초래한 환경 파괴, 건강 문제, 사회적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독자들에게 최적화의 이면을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촉구한다. 저자는 “최적화를 강화하는 것도, 최적화에서 탈출하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보다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효율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며 우리는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기술 발전을 이뤘지만,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최적화의 이면에서 우리는 여유, 장소, 규모의 감각을 잃어버렸다. 외부 충격을 완화할 여유, 다양한 농법을 적용할 장소, 그리고 상황에 맞는 규모의 선택을 상실했다. 효율성의 달콤한 과실을 즐겼지만, 그 대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불안의 시대, 나르시시즘의 시대, 제4의 전환 혹은 제국의 몰락을 겪고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와 지속적인 성장이 끝나가며, 권위주의가 부상하고, 암흑기 또는 기후 재앙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최적화는 우리의 시간과 관심, 심지어 미래까지 삼켜버렸다.   최적화를 강화하거나 탈출하는 것만으로는 답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과도한 효율성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있다. “지금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우울증과 불안증의 증가, 공급망과 사회의 붕괴, 고비용 도시 생활, 결혼과 출산의 감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적화의 신봉자들은 효율성을 강화하면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서는 효율성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완전히 무력화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두 접근 모두 최적화의 우위를 지속시킬 뿐이다. 첫 번째는 탈최적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오히려 최적화를 강화하고, 두 번째는 현재의 자원을 과거의 기준에 맞춰 사용하는 방식으로 최적화의 우위를 유지한다.   우리의 생계, 삶의 질, 인간관계, 세계 이해 방식 모두 최적화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크럼은 최적화에 휘둘리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시각과 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효율성과 수익성의 탈을 쓴 최적화의 불도저가 ‘여유’와 ‘장소’와 ‘규모’를 역사의 뒤꼍에 파묻어버렸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최적화와 효율화의 광적인 추구 때문에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관계, 삶의 질, 여유 등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복원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최적화와 효율화를 맹신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욕망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5-01

글로벌 거대기업 ‘이윤 추구 새로운 제국’ 급부상

“이윤 창출이 목표인 기업이 오랜 이념 갈등 끝에 발전해 온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의 거대 기업들은 실제로 권력을 쥐고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새로운 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사법제도를 적극 활용해 각국 정부를 상대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다. 또 저개발국 원조라는 비즈니스로 이미지와 신용을 제고하며 이윤을 극대화하고, 경제특구를 조성해 최고의 혜택을 누릴 뿐만 아니라 민간 보안 조직을 만들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한다. 신간 ‘소리 없는 쿠데타: 글로벌 기업 제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소소의책)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저개발국 곳곳을 갈취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르포르타주다. 영국 언론인으로서 런던 탐사보도센터(CIJ)의 회원 클레어 프로보스트와 매트 켄나드는 2년간 전 세계 25개국을 조사해 기업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분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폐기와 광산 지분 보유 규정을 도입하자, 다국적 광산 기업들이 ICSID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최소한의 지분만 넘기는 조건으로 소를 취하했다. ICSID는 2021년 말까지 900여 건의 소송을 처리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기업 사법’은 국가와 기업 간의 법적 갈등을 다루며, 기업들이 국가와의 법적 분쟁에서 이익을 관철시키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국제법과 조약의 역할을 살펴본다. 또한, 세계은행이 설립한 국제 중재 기관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비밀 보험 제도가 초래한 결과를 분석한다.   제2부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와 선진국 대기업들의 금융 활동을 다루며, 이 활동들이 현지 주민들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지, 아니면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금융 활동이 상위 1% 부자들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탐구한다.   제3부 ‘기업 유토피아’는 경제특구와 같은 기업 중심의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다룬다. 아일랜드의 사례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가 제한된 ‘나쁜 일자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아시아의 노동 착취 도시들을 통해 기업들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제4부는 기업들이 자사의 보호를 위해 준군사 조직을 운영하거나 군사적 역할까지 수행하는 현상을 다룬다. 이는 민간 경비업체가 경찰력을 대체하거나, 심지어 핵 보안 사업까지 대기업이 맡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 또는 신중세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   저자들은 기업들이 국제사법제도를 활용해 각국 정부를 압박하고, 원조 사업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며, 경제특구와 민간 보안 조직을 통해 국가 역할을 대신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며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는 기업의 국제사법제도 활용이 민주주의적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예시로 볼 수 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2021년 말까지 900여 건의 소송을 처리했으며, 이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도 론스타 소송 등 해외 투자자들의 타깃이 됐다. 기업들은 이러한 제도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추구하며, 개발도상국의 정책과 법 제정을 방해하고 있다.   저자들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주체는 기업이라고 단언하며, 기업 권력의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세기 이후 민주주의의 승리 대신 기업 권력이 커지며 새로운 인프라가 세워졌다면서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민간 군사 조직을 동원해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는 동시에 국가의 역할을 대신하려 한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전 세계에서 실제로 권력을 쥐고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기업체들의 비상식적인 비상을 ‘소리 없는 쿠데타’라고 규정한다. “20세기 들어 유럽의 제국들이 무너지면서 뒤이어 일어난 것은 민주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소리 없는 쿠데타였다. 전 세계에서 기업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인프라가 세워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5-01

포항시립미술관,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안효찬 선정

포항시립미술관은 ‘제21회 장두건미술상’ 수상 작가로 안효찬(35) 작가를 선정했다. 이 상은 2005년부터 시작됐으며, 포항 출신 화가 초헌 장두건(1918~2015)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수상자에게는 포항시장 명의의 상패와 창작지원금 800만 원, 그리고 포항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가 주어진다. 안효찬 작가는 1990년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예술고와 경북대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그는 지금까지 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는 현대 도시 문명과 인간 욕망의 모순을 조각 및 설치 작품으로 표현해 오면서 주목받는 청년미술가로 호평받아왔다. 대표작 ‘생산적 미완’ 시리즈는 돼지를 모티브로 문명의 구조물 위에 놓인 자연의 희생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건설 자재와 미니어처, 동물 캐스팅을 결합한 조형물은 디스토피아적 풍경을 구성하며, 인간 욕망의 불완전성과 사회적 부조리를 날카롭게 조명한다. 안효찬 작가는 “작가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며, 포항 출신 작가인 만큼 초헌 장두건 선생님의 예술혼을 이어받아 내년 전시에서 감사함을 보답하겠다”며 “포항 시민 여러분과 관람객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5-01

‘조선에서 근대까지’ 어린이의 역사를 만나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지난달 29일부터 7월 27일까지 정기기획전 ‘어화동동’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아동을 지칭하던 ‘동몽(童蒙)’에서 시작해 방정환 선생이 주창한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에서 아동이 어떻게 인식되고 성장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조선에서는 일찍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간주해 유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도덕과 예절을 학습시키고자 했다. 조선시대에는 아동을 이르는 말로 ‘동몽’이라는 말이 많이 쓰였는데, 이 말은 ‘어리석어 가르쳐야 할 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아이들은 어른이 될 때까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배움을 이어가야 했다. 여기에서 ‘사람’이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조선시대 아동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기술 훈련이 아니라, 끊임없는 수양을 통해 군자와 성인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이번 전시는 ‘1부 : 무병장수 복을 빌며’, ‘2부 : 유아에서 동몽으로’, ‘3부 : 동몽에서 어린이로’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 무병장수 복을 빌며’에서는 임산부의 태교 교습서인 ‘태교신기’부터 아기의 탄생을 축복하고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빌면서 천 명의 사람들이 한 글자씩 적어 만든 ‘천인천자문’, 손주에 대한 애틋함이 담긴 할아버지의 편지 등 아이가 무탈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자료를 소개한다. ‘2부 : 유아에서 동몽으로’에서는 아동교육과 관련한 자료를 소개한다. 특히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청소년인 류의목이 청소년기에 썼던 일기인 ‘하와일록’이 전시되며, 할아버지가 손자들을 가르치는 격대교육을 보여주는 자료인 ‘경당일기’와 ‘해주일록’도 전시된다. ‘3부 : 동몽에서 어린이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어린이날을 제정해 어린이를 인격적 독립체로 인정한 방정환 관련 자료들과 국내외 아동인권선언 자료들도 소개한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모든 어른은 어린이였기에, 이번 전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과거 조상들이 아이를 귀하게 여기고 올바르게 키우고자 했던 마음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오늘날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미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기타 자세한 사항은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누리집(www.koreastudy.or.kr/cfseum)을 참고하거나 유교문화박물관 대표전화(080-751-0800)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30

DIMF 제6대 이사장에 서중호 아진산업 대표이사 선임

뮤지컬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뮤지컬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사)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이 28일 서중호 아진산업 대표이사를 제6대 DIMF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DIMF는 이장우 이사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2016년부터 9년여 간 이사로 활동해온 서 대표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서중호 신임 이사장은 아진산업, 우신산업, 대우전자부품, 아진카인텍 등 다수의 중견기업 대표이사로 20년 넘게 지역 산업계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는 노사 상생과 사회 공헌을 경영의 핵심 가치로 실천하는 상생형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학교법인 일청학원(경일대학교) 이사장, 성균관 원임부관장, 한국비치발리볼연맹 회장, 경상북도새마을회 회장 등 다양한 공공·교육·체육·문화 분야에서 활약하며 인재 발굴과 육성에 힘써왔고, 지역사회의 균형 있는 성장에도 기여했다. 서중호 이사장은 “DIMF는 이제 하나의 지역 축제를 넘어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그동안 산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지속가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DIMF가 K-뮤지컬을 넘어 세계적 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문화예술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과 축제, 그리고 사람을 잇는 다양한 연결점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중호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9

포항문화재단, 무장애 문화향유 사업 최종선정… 8000만원 확보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주관하는 ‘2025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번 선정으로 국비 8000만 원을 확보해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기획전시를 오는 9월 선보이게 됐다. 이 전시는 포항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사회적 약자의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포용적 예술환경을 조성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공모에서 전국 16개 선정 기관 중 경북권에서는 포항문화재단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명은 ‘모두의 스틸아트-점‧선‧면 그 너머’로, 기존 시각 중심의 스틸아트 작품을 촉각 중심으로 재구성해 누구나 만지고 체험 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포항 전역에 설치된 스틸아트작품 일부를 전시장으로 옮기거나, 축소‧재제작해 새로운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포항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무장애 전시로, 단순한 접근성 개선을 넘어 문화예술이 지닌 개방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적 도시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나 함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9

노년층 위한 문화체험 ‘박물관 백세 청춘 마당’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노년층 대상 교육 프로그램 ‘박물관 백세 청춘 마당’을 운영한다. 문화 취약계층인 노년층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소장품을 활용해 문화유산의 감상 및 체험 활동을 통해 자기 표현력과 인지 능력 향상, 자존감 회복을 돕고자 마련됐다. ‘박물관 백세 청춘 마당’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활동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활동은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금관을 주제로 한 음악을 들으며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적고, 금관 복제품을 직접 착용해보며 모양과 감각에 대한 느낌을 나눈다. 이후 자신만의 금관을 만드는 체험 활동을 통해 상상력과 표현력을 확장시킨다. 두 번째 활동인 ‘옛날 옛적 기와 이야기’는 기와에 얽힌 자신의 기억을 나누고, 기와(복제품)를 직접 만져보고 관찰한다. 이후 얼굴무늬 수막새 모양의 비누를 만드는 체험 활동이 이어진다. 각 활동은 ‘떠올리기 – 관찰하기 – 체험하기’의 순서로 구성돼 있어 단순한 만들기 활동을 넘어 개인의 기억과 감정, 신체 감각을 조화롭게 자극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해당 교육은 오는 5월 8일부터 8월 21일까지 매월 둘째·넷째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총 8회 국립경주박물관 수묵당에서 진행된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교육을 통해 지역사회 노년층이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일상 속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9

대구서 되살아난 이육사의 삶과 정신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투사 이육사가 대구에서 펼친 활동을 중심으로 그의 삶과 정신을 재조명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이 전시회에서는 당시 대구 사회의 모습과 독립운동의 역사적 맥락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원장 박순태) 박물관운영본부 소속 대구근대역사관은 2025년 특별기획전 ‘백마 타고 온 초인(超人), 대구 이육사’를 30일부터 9월 7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일제강점기 대구 사회의 일면과 주요 인물, 사건들을 소개하는 특강과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대구근대역사관은 지난 3월 19일과 4월 23일에 기념 특강을 개최했고, 30일에는 특별기획전을 개막한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민족시인이자 독립투사’인 이육사(李陸史·1904~1944)를 대구와 연계해 재조명하는 전시회다. 이육사는 40년의 생애 가운데 가장 피 끓는 시기를 대구에서 보냈고, 민족의식을 글로 표출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곳도 바로 대구였다. 스스로를 ‘대구 이육사(大邱 二六四)’라 불렀다. 이번 행사는 범위를 좁혀서 ‘대구 이육사’로의 시간에 집중한 최초의 전시회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했다. 1부 ‘대구 사람이 된 이육사’에서는 퇴계 이황의 14대손으로 안동에서 나고 자란 이육사와 가족이 대구로 이사를 온 이후 ‘대구 사람’이 된 사실, 당시 그가 목격한 대구 사회 모습과 6형제의 활동, 영천 처가에 가서 백학학원 수학(修學)과 교사 생활 그리고 일본과 중국 유학 등에 대해 살펴본다. 2부는 ‘대구에서 독립운동의 길에 들어서다’다. 이육사가 1925년부터 달성공원 앞에 있던 조양회관(1922년 건립)에 출입하며 사회단체에 가입하고 민족운동을 펼치고 1927년 10월 ‘장진홍 의거’에 연루돼 억울하게 1년 7개월 옥살이한 기록이 등장한다. 이때 수인번호 ‘264’를 ‘대구 이육사’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며 독립운동의 의지를 다졌던 내용이 소개된다. 특이한 것은 이육사는 대구에서 2년 가까이 중외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한 당시 신문 기사와 사진 자료, 편지 등의 전시물이다. 3부는 ‘독립투사, 민족의 별이 되다’다. 1932년 4월 대구를 떠나 중국에서 무장투쟁을 위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다니고 이후 다시 서울에서 글로 행동하던 시기, 마지막 베이징에서 독립투사로 순국하던 순간 등을 당시 기록과 편지, 사진자료 등으로 재구성했다. 이육사가 대한제국시기 을사조약 한 해 전(1905)에 태어나 해방 한 해 전(1944)에 순국한 사실을 주목해 기획전시실 분위기를 식민지 조선의 당시 현실처럼 감옥 느낌으로 연출했다. 포스터 글자와 전시실 내 주요 글자는 최근 개발한 ‘안동 이육사체’를 활용했다. 특별기획전 개최 장소가 식민지시기 경제 침탈 기관의 하나였던 조선식산은행 대구지점 건물(현 대구근대역사관)이라는 점도 또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전시에는 이육사의 친필 원고, 1927년 10월 ‘장진홍 의거’와 관련된 신문 기사, 이육사가 관심을 가진 대구 약령시와 전통 놀이 ‘장(杖)치기’에 대한 기록, 2024년 새롭게 발견된 이육사의 신문 기고 등 그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자료들도 소개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특강, 답사, 어린이 체험학습 등 연계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구근대역사관 관장을 맡고 있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신형석 박물관운영본부장은 “‘대구 이육사’를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은 이육사의 독립투사로서의 면모와 대구에서의 시간을 조명한다”고 소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육사의 독립투사로의 면모, ‘대구 이육사’로의 시간에 대해서는 어렴풋하게만 알려져 있는데, 이번 특별기획전을 통해 독립투사 이육사의 대구 속 발자취를 다시 더듬어 보고, 당시 이육사가 마주했던 대구 사회 일면도 알아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9

선덕여왕경모회, 선덕여왕 발자취를 따라가다

선덕여왕경모회(회장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는 최근 분황사와 황룡사지, 그리고 경북천년숲정원을 답사하며 체험하는 ‘선덕여왕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올해 초 정기총회에서 결의된 회원들의 재능 기부로 진행됐으며 경모회 회원들의 역량 강화와 회원 결속을 다지기 위해 기획된 첫 번째 행사였다.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를 만들었다. 먼저 이정옥 회장은 ‘선덕여왕의 발자취를 밟다’라는 주제로 분황사와 황룡사지를 찾아 해설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위덕대에 재직하던 시절, 삼국유사의 현장을 탐방하는 경주 여행을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20여 년간 안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삼국유사 ‘흥법 아도기라조’에 따르면, 신라 서라벌에는 전불시대의 칠처가람, 즉 일곱 개의 가람터가 있다. 흥륜사, 영흥사, 황룡사, 분황사, 영묘사, 사천왕사, 담엄사 중 흥륜사, 영묘사, 사천왕사를 비롯해 용궁 북쪽의 분황사와 남쪽의 황룡사는 모두 선덕여왕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찰이다. △분황사 선덕여왕 3년(634년)에 창건된 절이다. 국보인 모전석탑, 화쟁국사비 비석대, 석정, 당간지주가 보존돼 있다.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화엄경소’를 집필했고, 원효가 입적하자 아들인 설총이 유해를 부숴 진용을 소조해 분황사에 봉안했다. 설총이 절에 가서 절을 할 때 소상이 돌아봤으므로 지금도 돌아보고 있는 형상이라는 설화가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신라의 천재화가 솔거가 그린 관음보살상도 이곳에 있다. 향가 ‘도천수대비가’와 ‘원왕생가’의 탄생 현장이다. 특히 분황사의 석정은 호국룡변어정, 또는 삼룡변어정이라고 불리며, 원성왕대 신라의 호국룡을 중국의 사신이 몰래 훔쳐갔으나 다시 찾아와 이 우물에 넣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황룡사지 진흥왕 11년(553년) 월성 동쪽에 새로운 궁궐을 짓던 중 황룡이 나타나자 이를 사찰로 고쳐 절의 이름을 ‘황룡사’라 했다. 착공 후 14년만에 대략의 건물을 완성됐고, 이후 574년에는 신라 삼보 중 하나인 황룡사장육존상이 조성됐다. 584년에는 중금당, 서금당과 동금당이 완공됐다. 이후 60년이 지나 선덕여왕 14년(645년)에 황룡사목조구층탑이 세워졌다. 이 탑은 백제의 아비지가 조성했다. 황룡사는 4대왕 94년에 걸쳐 완성돼 신라 호국대찰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황룡사구층탑은 총 높이가 약 80m에 달하는 거대한 목탑으로, 벼락 등의 피해로 신라와 고려시대에 6차례의 중수를 거쳤다. 고려 고종 25년(1238년) 몽고란으로 가람 전체가 불타고 현재는 건물의 주춧돌과 황룡사구층탑의 심초석만 남아있다. 신라 최대의 국찰이었던 이곳에서는 수많은 백고좌회가 열렸으며, 금당 벽에는 솔거의 노송도가 있어 새들이 착각해 앉았다가 떨어졌다는 기록도 있다. 이어 윤미아 회원(천년숲애 사회적 협동조합 대표이사)의 재능기부로 마련된 경주천년숲정원 산책이 이어졌다. 경북천년숲정원은 원래 산림보호 및 환경 연구기관인 경북산림환경원을 2023년 시민들에게 개방한 숲공원으로, 경북의 지방정원 1호다. 경주를 테마로 조성된 공간에는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식재돼 있다. 이날 숲해설가인 이덕만 교육부장의 재미있고 알찬 해설이 1시간 정도 진행된 후, 테라리움 만들기 체험도 진행됐다. 이정옥 경모회장은 “앞으로도 회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봉사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덕여왕경모회는 신라 27대 선덕여왕의 리더십을 존숭하는 경주와 인근 도시의 리더급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로, 선덕여왕 추모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8

목소리로 전하는 감정의 깊이를 보다

사면이 유리로 된 전시 공간에는 아홉 개의 돌조각 기둥이 공중에 매달려 있고, 그 아래 바닥에는 작은 자갈들이 모여 지름 약 3m의 마법진 같은 원형 문양을 이루고 있다. 공중에 매달린 조각 기둥은 스티로폼으로 목소리의 파형을 본떠 제작한 후, 표면을 돌처럼 처리한 것이고 바닥에 깔린 자갈은 ‘무게’를 상징하는 매개로 사용됐으며, ‘엄마’라는 음성파형을 프로그램을 통해 원형으로 배열했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서 7월27일까지 전 세계 100여개 언어로 ‘엄마’ 녹음 돌조각 기둥 천장에 매달아 시각화 각자의 감정의 소리•주파수로 표현 대구 봉산문화회관이 지역의 역량 있는 작가를 공모해 실험적인 미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유리상자-아트스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는 7월 27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류은미 전-무게 없는 무게’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봉산문화회관이 올해 두 번째로 여는 전시회다. 류은미의 작업은 감정의 복잡성과 소통의 어려움을 탐구하며 시작된다. 감정은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없지만 개인에게는 깊은 영향을 미치며, 이를 언어로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류은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언어적 요소, 특히 목소리에 주목한다. 목소리는 우리의 감정 상태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되며,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은 말하지 않아도 소리로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 이번 전시 작품 ‘The Mothers 2025’는 전 세계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목소리를 녹음해 주파수로 변환하고 이를 드로잉과 조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개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비슷한 감정과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천장에 매달린 목소리-감정을 담은 돌 형태의 오브제들은 각각의 목소리 파동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띤다. 류은미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감정이 가시화되는 지점을 보여주고자 하며, 관람객들이 하얀 돌 속에 담긴 ‘엄마’들의 목소리 사이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해한다. 이번 작업은 사람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목소리에서 출발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독일, 네덜란드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수집한 이 단어의 목소리들은, 같은 말임에도 전혀 다른 파형을 만들어냈고, 그 안에는 각자의 삶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같은 단어라 해도, 목소리에는 저마다의 기억과 정서가 겹겹이 실려 있었고, 그 차이는 모두 고유한 파형으로 나타났다. 류은미는 2019년부터 지속해서 소통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언어적 소통의 한계를 느끼고 감각적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그는 비언어적 상황과 언어의 모호함을 허용할 때 더 확장된 해석과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김영숙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언어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목소리의 파형과 돌이라는 물질로 구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류은미 작가는 언어의 한계를 넘어 비가시적인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이동민 대구미술관 학예사는 평문을 통해 “류은미의 작품 ‘The Mothers 2025’는 ‘엄마’라는 단어의 다양한 목소리를 시각화하여 감정의 본질을 탐구하며, 이를 통해 관람객들이 각자의 감정을 느끼고 타인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고 썼다. 류은미 작가는 “‘무게 없는 무게‘는 실체 없이도 삶을 무겁게 혹은 가볍게 흔드는 감정을 이야기한다. 전시장의 목소리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마음 안에 묵직한 또 하나의 무게를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은미 작가는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회화과 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4회의 개인전과 ‘2023 GIAF 아시아현대미술청년작가 수상작가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4-2025 대구예술진흥원 청년예술가육성지원사업 시각예술분야에 선정됐다.   2008년부터 이어져 온 봉산문화회관 기획 전시 ‘유리상자-아트스타’는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공모 선정 작가전이다. 이 전시는 사면이 유리로 이뤄진 전시공간 ‘유리상자(Art Space)’에서 진행된다. 봉산문화회관은 이 특별한 공간을 통해 작가의 실험적 영감을 자극하고, 도전적인 작업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다양한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선보이며, 공공예술 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8

포항문화재단, ‘2025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 최종 선정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주관하는 ‘2025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번 선정으로 국비 8000만 원을 확보해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기획전시를 오는 9월 선보이게 됐다. 이 전시는 포항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으며, 사회적 약자의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포용적 예술환경을 조성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공모에서 전국 16개 선정 기관 중 경북권에서는 포항문화재단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명은 ‘모두의 스틸아트-점‧선‧면 그 너머’로, 기존 시각 중심의 스틸아트 작품을 촉각 중심으로 재구성해 누구나 만지고 체험 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포항 전역에 설치된 스틸아트작품 일부를 전시장으로 옮기거나, 축소‧재제작해 새로운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포항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무장애 전시로, 단순한 접근성 개선을 넘어 문화예술이 지닌 개방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적 도시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나 함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8

최소희 작가 “문화적 교감과 소통 나눌 것”

포항시립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025년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돼 문인 채용 공고와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최소희 작가를 상주작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은 문학 분야의 일자리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도서관에 ‘문학큐레이터’로 활동할 작가 1인이 상주해 지역 주민의 문학 향유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문학 수요자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포은중앙도서관은 2017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올해 8번째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올해 도서관 상주작가로 선정된 최소희 작가는 포항 출신 동화작가로 2012년 아동문학 전문 계간지 ‘어린이와 문학’에 ‘우리 동네 한 바퀴, 날아라, 철수야!, 물파스주식회사’가 추천돼 등단했다. 이후, 장편동화 ‘누가 이무기 신발을 훔쳤을까?, 선우와 나무군, 백오봉, 새 학교에 가다’ 등을 발간했으며, 포항 출신 한국 동화계의 거목 손춘익, 김일광 작가의 맥을 잇는 대표적인 동화작가로 문단의 기대를 받고 있다. 도병술 포항시립도서관장은 “지역 작가와의 협업으로 도서관만의 독창적인 문화를 창출하고, 시민들과 문화적 교감을 나누고 소통하며 지역 문화융성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7

“어린이날 국립대구박물관서 가족과 즐거운 추억 만들어요”

국립대구박물관(관장 김규동)은 어린이날을 맞아 박물관을 찾는 어린이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5월 3일부터 6일까지 ‘2025 어린이날 박물관과 함께하는 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체험활동은 행사기간 중 해솔관 마당에서 진행된다. 종이로 지게를 만들어 사용해보는 체험, 꿀벌 모양의 귀여운 바람개비 만들기, 스티로폼 비행기에 색칠하여 나만의 비행기를 만들어 날려보기, 그리고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선물할 수 있는 카네이션 팔찌 만들기를 할 수 있다. 준비된 체험활동은 사전예약 없이 현장 선착순 (1일 선착순 600명)으로 운영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은 중앙광장 및 해솔관 로비에서 진행된다. 5월 4일과 6일 오후 2시, 5월 5일 오전 11시에 야외 마술공연과 벌룬쇼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5월 5일 오후 3시에는 해솔관 로비에서 솔리청소년챔버오케스트라의 어린이날 축하 클래식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솔리청소년챔버오케스트라는 대구박물관과 업무협약을 맺은 지역예술단체로 박물관에서 지속적으로 공연해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대구박물관 누리집(http://daegu.museu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7

“시민 모두가 행복한 지역사회 만들 터”

‘위풍당당 여성농업인’. 여성농업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농사면 농사, 한국여성농업인회 활동이면 활동,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열정을 다하는 여성농업인이 있다. 김신영 한국여성농업인회포항시연합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신영 회장은 1998년 결혼 후 포항에 정착해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467번길 66-7에서 30년 가까이 쌀농사를 지으며 여성농업인의 권익 신장을 위해 헌신해 왔다. 특히 여러 여성농업인 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여성농업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3년부터 한국여성농업인회 포항시 연합회장을 맡아왔으며, 최근에는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돼 2025년부터는 포항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과 권익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포항서 30년 동안 쌀농사 지으며 여성농업인 권익 신장 위해 헌신 농산물 홍보와 소득 증대 기여도 2년간 포항여협 회장으로 활동 양성평등 문화 확산 등 노력키로 △30년 경력, 포항의 쌀 지킴이… 여성농업인의 삶과 권익 향상 선도 한국여성농업인회포항시연합회(이하 포항 한여농)는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항시의 대표적인 여성농업인 단체로, 250여 회원 농가가 활동하고 있다. 김신영 회장은 주로 삼광벼와 다솜벼를 재배한다. 특히 삼광벼는 포항시 흥해농협에서 이팝쌀 브랜드로 판매된다. 이는 2014년 농협중앙회 평가에서 경북에서 유일하게 ‘NHQ 농협 인증 쌀’ 분야에 선정된 우수한 품종으로, 도정 후에도 외관이 깨끗하고 맛과 식감이 뛰어나며 가격 경쟁력도 높다.   김신영 회장은 1998년 결혼 후 줄곧 벼농사를 지어왔다. 2012년에 포항 한여농에 가입했다. 이후 사무국장, 운영위원, 대외협력 부회장을 거쳐 2023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2015년부터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농업단체의 활성화를 도모했다. 2023년부터 회장으로서 340여 명의 여성농업인 회원들 간의 교류를 촉진하고 단체를 활성화시켰다. 또한 포항시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매년 지역의 농산물을 타 대도시에 알리고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2022년에는 경북농민사관학교의 2급 치유농업사 양성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건강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업인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2023년 11월에는 13개 농업인 단체가 모인 간담회에서 여성농업인의 의견을 제시해 혁신적인 미래 성장 포항 농업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포항시 학교급식지원센터 선정 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농업인들에게 선진 농업기술을 지원하고, 여성농업인들의 건강한 삶과 자부심을 고취시켰다. 또한 2016년 6차 산업 마을 해설사 양성교육을 이수한 후, 2024년 2월부터 포항시 귀농귀촌 지원 사업 심의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귀농귀촌 지원을 통해 농촌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여성농업인들의 문화복지 강화를 위해 매년 여성농업인의 권익 신장과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연찬회를 개최한다. 신활력 플러스 아카데미 교육을 수강하며 회원들과 함께 액션 그룹을 구성하고, 농업인 유튜브 활동을 위한 사진 촬영, 영상 편집, 콘텐츠 기획 등의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다. 김신영 회장은 “지난 11년간의 한여농 활동을 돌아보면, 여성농업인들의 복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뤄낸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며 “특히 임원들과 회원들이 믿고 지지해주며 함께 해준 덕분에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와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향한 비전 김신영 회장은 2023년부터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포항여협)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여성 단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건강증진과 소통 증진을 위한 가족 건강검진 사업, 성인지력 강화를 위한 아카데미 사업, 지역 성매매 예방 지킴이단 운영, 폭력 없는 지역사회를 위한 캠페인 등을 통해 지역의 양성평등 문화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매년 9월 양성평등 주간에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했으며,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꾸준히 기부해 장기기부자로 지정됐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포항 장학인의 날에는 포항시 장학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김신영 회장은 앞으로 포항여협이 한 단계 더 도약해 지역 발전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15대 임원진과 회원들이 힘을 모아 시민 모두가 행복한 여성친화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김 회장은 특히 26년째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해 개최해 오고 있는 지역 여성들의 최대 문화축제인 세오녀문화제를 새롭게 구상하고 있다.   김신영 회장은 “조금 더 바꾸고(프로그램의 변화), 조금 더 넓히고(예산 확장), 조금 더 알아가는(각 단체 홍보) 여협이 되겠습니다. 뱀처럼 지혜롭고 꾸준히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성공적인 한 해를 기대하며, 부족하지만 포항시 여성단체 협의회의 선배님들의 행보를 이어받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도 여성단체가 여성의 복지증진과 시민 모두가 행복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는 29개 단체, 900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지역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로서, 대규모 여성 네트워크다. 여성 권익 향상과 여성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2년간 포항여협 회장으로 활약할 그녀가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고 여성의 권익과 자부심, 긍지를 높이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7

포항시, 조선시대 성곽 ‘연일읍성’ 국가유산 지정 추진

포항시가 조선시대 성곽인 ‘연일읍성’의 보존 및 활용을 위해 학술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유산 지정을 추진한다. 연일읍성은 남구 대송면 남성리에 위치한 석축 성곽으로, 길이 약 2km, 높이 최대 2.5m에 이르는 성축 성곽이 잔존하는 것으로 확인되며, 보존 상태도 매우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곽 안에는 연일 정씨의 시조인 형양공 정습명(鄭襲明, 1096~1151)의 묘와 이를 지키는 재실 ‘남성재(南城齋)’가 위치해 있다. 연일읍성에 관한 문헌 기록도 풍부하다. ‘세종실록’에는 1430년과 1439년 경상도 연일에 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1530년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둘레 2,940자, 높이 12자, 우물 3개 등이 언급돼 있다. ‘여지도서’를 비롯한 다양한 문헌과 고지도에도 읍성의 위치, 규모,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담겨 있으며, 18세기 중엽 제작된 ‘여지도’에는 읍성과 내부 객사와 동헌의 위치까지 표현돼 있다. 포항시는 이러한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연일읍성의 중장기 보존·활용을 위한 학술 용역을 추진하고, 자료를 종합한 보고서를 작성해 연내 경상북도에 제출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토대로 국가유산 지정을 위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고려사절요’의 기록에 따르면 포항에는 1011년(고려 현종 2) 동여진 침입에 대응해 청하·흥해·연일·장기 등 4개 고을에 성이 축조된 바 있다. 이후 이동과 석성 개축을 거쳐 조선시대 읍성으로 기능해 왔다. 이 중 ‘장기읍성’은 국가지정 문화유산(사적)으로 지정돼 복원·정비가 추진 중이지만, 나머지 읍성은 주거지 개발 등의 영향으로 상당 부분 유실·훼손됐다. 특히 흥해읍성과 청하읍성은 읍면 중심지로 주거지와 상권이 밀집돼 복원 정비에 시간과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반면 연일읍성은 비교적 외곽에 위치하고 성곽의 형태도 뚜렷하게 남아 있어 복원 정비가 비교적 수월한 여건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향후 국가유산으로 지정되면 관련 예산을 투입해 성곽 일부를 정비하고 탐방로와 조망 포인트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연일읍성을 시민이 향유하는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7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미사 오늘 오후 5시 엄수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이 미사는 로마 교황의 장례 예식 규정에 따라 진행되며, 1996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발표한 ‘주님의 양 떼’ 교황령을 준수한다. 미사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며, 대부분의 순서는 라틴어로 진행된다. 이날 장례 미사는 추기경단 단장인 이탈리아 출신의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91)이 주례하며, 전 세계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한다. 미사에 앞서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박한 목관이 광장 야외 제단으로 운구된다. 장례 미사는 입당송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로 시작해 기도와 성경 강독이 이어진다. 예식 중에는 ‘정의의 문을 열어 주소서’와 ‘성인들의 화려한 무리와 함께 하나님의 집으로 가리라’ 등 시편에서 나온 성가를 부른다.   레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마지막 축복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성찬 전례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예식으로 장례 미사는 마무리된다. 교황의 관은 교황의 유언에 따라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로마 시내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으로 운구된다. 바티칸에서 출발해 베네치아 광장과 콜로세움 등 유적지를 거치는 약 6㎞ 거리다. 바티칸 외부에 교황의 시신이 안장되는 건 1903년 선종한 레오 13세 이후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직에 오르기 전 주일 아침이면 항상 그곳에 가서 잠시 쉬곤 했다”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허용된 일반인 조문에서 교황이 안치된 목관은 바닥과 가까운 낮은 곳에 놓였다. 역대 교황들의 관은 허리 높이의 관대에 올려졌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러러보이길 거부하고 스스로 ‘낮은 자리’를 자처했다.   또한 교황은 사이프러스 나무, 납, 오크나무로 만들어진 세 겹으로 된 삼중관을 거부하고 소박한 목관 하나만을 선택했고, 묘비명에는 특별한 장식 없이 ‘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만을 새겼다. 장례 미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 50명을 포함해 130여 개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최대 25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례식 후에는 ‘노벰디알레스’(Novemdiales)라고 불리는 9일간의 추모 기간이 이어진다. 이후 80세 미만인 135명의 추기경이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나올 때까지 콘클라베를 진행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6

코믹연극 ‘오백에 삼십’ 오픈런, 서울 대학로 JTN아트홀 공연 중

대구 산(産) 코믹연극 ‘오백에 삼십’이 오픈 런으로 서울 대학로 JTN아트홀(3관)무대에 오른다. ‘오백에 삼십’은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30만원을 의미한다. 경상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허덕’, 베트남에서 왔다가 불 같은 사랑에 빠진 ‘흐엉’, 뺀질이 고시생 ‘배변’, 백치미 공주병 환자 ‘미쓰조’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꼬박꼬박 월세를 챙기는 주인아줌마와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는 세입자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들이 살고 있는 건물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극이 전개된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로 인해 웃음이 터지지만, 어느덧 긴장감이 드는 분위기 속에 관객은 자연스레 추리를 하게 된다. 이 연극은 매년 6~8곳의 지역을 순회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으로, 코믹하면서도 울림을 주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인다. 관객들은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날 정도로 유쾌하다”, “진짜 뭉클한 연극이었다”, “까다로운 관객도 만족시킬 만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공연시간: 월 2시30분 / 화,수,목,금 오후 2시30분, 5시 / 토 오후 12시, 2시30분, 5시,7시10분/ 일 공휴일 오후 12시, 2시30분, 5시. 상영시간: 100분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4-25

극우·극좌보단 중도의 사고가 유연

‘왜 어떤 사람은 보수이고, 어떤 사람은 진보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의 정치적 태도와 의사결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주요 연구 주제였다. 그러나 정치 신경과학의 선구자 레오르 즈미그로드 박사는 신간 ‘이데올로기 브레인’(어크로스)에서 이제 왜 인간은 이데올로기적 사고에 빠지게 되는지를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레오르 즈미그로드 박사는 이 책에서 우리의 정치적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왜 특정 사람들이 극단주의에 빠지게 되는지를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는 우리의 뇌 구조와 세포 차원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밝힌다. 신경과학적 분석을 통해 극단주의를 촉발하는 주요 원인인 팬데믹, 극우 포퓰리즘, 전쟁과 자연재해 등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데올로기가 단순한 사회적 규범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우리의 뇌에 깊이 침투해 사고의 경직성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러한 경직성은 정치적, 종교적 극단주의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밝힌다.   또한, 극단주의가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탐구한다. 그는 정치와 신경과학을 결합해 이데올로기의 기원을 연구하며, 개인의 성격, 인지적 특성, 심지어 도파민 유전자가 이데올로기적 사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정치적 이념에 깊이 몰입한 사람들은 현실을 왜곡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는 우리의 자유 의지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생각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정치적 이념에 집착한다 저자는 2015년 이슬람 근본주의가 확산하면서 영국 소녀들이 IS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향하는 현상을 보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을 품었다. 저자는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극단주의에 빠진 이들의 뇌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며, ‘정치신경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이데올로기는 세상을 이해하고 일관된 세계관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욕구, 같은 생각을 가진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망을 강화해 뇌는 점차 사고의 경직성을 띠게 된다.   실험을 통해 이념적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거나 사고를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규칙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극단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유연한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극단주의는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 1부 ‘우상’에서는 이데올로기를 설명하는 기존 은유를 분석하고, 정치와 신경과학을 결합해 이데올로기적 사고의 뇌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2부 ‘마음과 신화’에서는 이데올로기의 기원과 역사를 검토하며, 이데올로기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반박한다. 또한, 이데올로기 연구의 초점을 ‘이데올로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강력한 영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부 ‘기원’에서는 모든 사람이 이데올로기에 동일하게 취약하지 않다면, 그 기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탐구한다. 이는 닭과 달걀의 문제와 유사하며, 개인의 성격과 인지적 특성이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경직된 이데올로기가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뇌에서 도파민 농도가 조절되는 방식이 다른 이들과 유전적으로 다른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이데올로기에 취약한 사람들의 뇌 보상 회로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며, 이념 변화는 단순한 의견 변화가 아닌 생물학적 수준에서의 변화임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데올로기라는 족쇄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최신 신경과학이 전하는 유연한 태도가 중요한 까닭 우리가 사는 세계는 심화하는 양극화로 인해 사람들은 서로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적 이념에 깊이 몰입한 사람은 중도 성향의 사람보다 현실을 왜곡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4부 ‘결과’에서는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몸과 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시각적 착시와 정치적 착시의 연관성,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차이 등을 통해 이데올로기가 두뇌 구조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부 ‘자유’에서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경직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지만, 이는 유전적 결정론이나 자유 의지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는다. 결국 우리는 어떤 이념을 열정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할지 스스로 선택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이데올로기적인 사고를 분석할 때 후성유전학에 따라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이 출현하는 과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는 유전자의 발현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얘기로, 삶의 경험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4

화려하고 요란한 일본 문화의 뿌리

일본에 있는 소위 3대 전통 미학이라는 개념은 헤이안 시대 귀족의 미의식 ‘모노노아와레’, 에도 시대 지배계급의 미의식 ‘와비사비’, 그리고 서민의 미의식 ‘이키’다. 신간‘도쿄 미학’(책과함께)은 그중 ‘이키’라는 미의식에 방점을 두고, 그 발현과 대중문화로서 지위를 획득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인 최태화 국립군산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일본의 3대 전통 미학 중 서민들의 미의식으로 꼽히는 ‘이키’의 기원과 변천을 조명하며, 이 미의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는지를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이키’는 17세기 초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이어진 에도 시대에 생겨난 것이다. 이키는 17세기 초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이어진 에도(江戶) 시대에 생겨나 시대를 거치면서 변천된 일본의 미의식의 하나를 말한다. 옷차림이나 행동이 세련되고 보기 좋게 느껴진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키는 서민들의 미의식으로 시끌벅적하고 요란하며 화려한 느낌을 준다. 이키는 단정하고 차분한 분위기와 더불어 현대인이 흔히 떠올리는 일본스러운 이미지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자국 문화를 산업적으로 육성하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과 맞물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이키가 부활했다고 책은 진단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6년 무렵부터 ‘쿨 저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문화산업을 수출하는 데 힘을 쏟았는데 이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일본의 미학이 바로 이키라는 것이다.  ‘이키’는 오늘날의 도쿄, 즉 에도라는 대도시의 탄생 배경과 그 도시가 가진 특성과 맞물리며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이키’는 ‘이키즘’이라는 개념으로 더욱 확장된다. 20세기 도쿄에서 ‘이키즘’은 퇴색하고 지나간 유행이 되지만, 21세기 들어 ‘이키’는 재발견되면서 ‘모던 이키즘’으로 새롭게 등장한다. 특히 2020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현대화된 미의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키’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늘날 첨단 도시 도쿄에서 ‘이키’는 여전히 ‘일본의 미’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일본의 미의식은 헤이안 시대부터 이어져 오는 귀족의 미의식 ‘모노노아와레’와 에도 시대 무사 계급의 미의식 ‘와비사비’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모노노아와레는 대상에 대한 공감, 애정, 배려, 연민, 동정 등의 감정을 느낄 때 얻어지는 미적 쾌감으로 정의된다. 와비사비는 단정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중시하는 미의식으로, 다도, 일본 정원, 마쓰오 바쇼의 하이카이 등을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이는 센고쿠 시대부터 에도 시대에 걸쳐 형성됐다.   한편, 19세기부터 시작된 일반 서민 대중의 미의식인 ‘이키’는 에도 토박이인 ‘에돗코’에 의해 발전했다. 시골 무사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반영한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했으며, 경제적 부를 축적한 조닌들은 에도의 대중문화 중심지에서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는 자국 문화를 산업적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전후해 ‘이키’를 부활시켰다. 2016년부터 추진된 ‘쿨 저팬 프로젝트’ 과정에서 ‘이키’는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일본의 미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키’는 에도라는 대도시의 탄생 배경과 그 특성 속에서 나타났으며, 19세기 에도의 유곽과 가부키 극장에서 비롯됐다. 유녀들의 미의식이 ‘이키’로 발현돼 저잣거리로 퍼지며 유행하게 됐고, 가부키 극장은 현실의 불만과 괴로움을 해소하는 공간으로서 ‘이키’와 밀접하게 연결됐다.   20세기 들어 ‘이키’는 ‘모던 이키즘’으로 부활하며, 2020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현대화된 미의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오늘날 도쿄는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며‘이키’는 여전히 일본의 미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4

신라마을서 만나는 전통예술… ‘일요향악:가무백희’ 공연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오는 27일 오후 1시 30분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신라마을에서 상설 야외 공연 ‘일요향악: 가무백희’를 개최한다. ‘일요향악 : 가무백희’는 전통예술 콘텐츠의 가치 확산과 야외 공연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상설 프로그램으로, 영일만을 배경으로 한 신라마을 야외 마당에서 4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둘째 주 일요일 오후 1시 30분에 진행하며 4월만 마지막 주 운영, 8월은 혹서기로 인해 공연이 없다. 이번 4월 공연은 ‘연희야 놀자’를 주제로 전통예술원 소리온이 출연해 ‘삼도사물놀이’, ‘사물판굿’을 비롯해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상모돌리기, 버나돌리기 등의 전통연희 체험과 출연진과 관객이 하나 돼 즐기는 ‘대동놀이’로 현장의 흥을 더할 예정이다. 5월부터는 포항시 무형문화재 이수자협회와 연계한 포항민속예술단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와 함께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귀비고 전시관에서는 기획전시 프로그램으로 지난 2일 타계한 차계남 작가의 ‘선과 선의 우주’가 진행 중이다. 이 전시는 연오랑세오녀 설화 속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빛을 되살렸듯이, 모든 선을 아우르는 차계남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오늘날 신화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관람객은 오는 5월 25일까지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촬영지로 등장해 발길이 잦아진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 이번 공연과 전시 콘텐츠가 더해져 관람객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4

대구미술관 “지속가능한 미래 모델 모색”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미술관(관장 노중기)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미술관의 역할과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대구미술관은 23일 오후 2시 대구미술관 교육실에서 ‘미술관의 미래(The Future of Museums)‘를 주제로 ’2025 국제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아시아 미술관들의 실천적 사례를 중심으로, 각 미술관의 공동체 및 지역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글로벌 관점에서의 문화 교류와 협력 등을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국내외 국공립미술관 관계자 및 일반인 40여 명이 참석하며,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통역이 제공된다. 초청 연사로는 카타르 마타프 아랍 현대미술관의 가다 엘하파르 사업 기획 담당자, 일본 모리미술관의 츠바키 레이코 큐레이터, 싱가포르 미술관의 킴 옹 소장품·공공미술·프로그램 디렉터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공유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이정민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의 발표 ‘동시대의 대화들: 공동체와 세계를 잇다‘로 시작되며, 이어서 제이나 아리다 관장의 ’글로벌 사우스에서 다시 상상하는 미술관: 현대 아랍미술 속 마타프의 역할‘, 츠바키 레이코 큐레이터의 ’도시를 이끄는 현대미술관의 역할: 예술의 대중화를 향한 실천‘, 킴 옹 디렉터의 ’구성원으로서의 미술관: 관계성을 중심에 두다‘ 등의 발표가 이어진다. 패널 토론에서는 권미옥 대구미술관 학예실장이 진행자를 맡아 발표자들과 함께 심포지엄 주제를 논의하고 청중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활발한 대화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행사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번 심포지엄은 아시아 각국 미술관들의 생생한 실천 사례를 통해 미술관이 사회 변화 속에서 어떠한 기능을 수행하고,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나아가 미술관이 도시와 공동체를 잇는 역할을 강화하고, 국제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급변하는 시대, 미술관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동시대 미술관의 사명을 되짚고, 지역과 세계를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2

24일 수성 르네상스 프로젝트 ‘소프라노 김은혜 리사이틀’

오는 24일 오후 7시 30분 대구 수성아트피아 소극장에서는 수성아트피아가 대구음악협회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2025 수성르네상스 프로젝트 젊은 예술가 리사이틀 시리즈’의 첫 공연으로 ‘소프라노 김은혜 리사이틀’이 열린다. ‘젊은 예술가 리사이틀 시리즈’는 수성아트피아가 2017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수성르네상스프로젝트’ 사업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차세대 지역 예술가들에게 무대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감성과 음악적 깊이를 전하는 데 초점을 둔다. 올해 시리즈의 첫 주자는 소프라노 김은혜다. 김은혜는 계명대 성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탈리아 밀라노 시립음악원과 파르마 국립음악원 비엔뇨(최고연주자과정)를 수료했다. 또한 아다츠 아카데미의 오페라 코스를 비롯한 여러 국제 아카데미에서 성악과 음악 코치 과정 디플로마를 취득하며 전문성을 다진 실력파 성악가다. 이탈리아 밀라노 로제툼 극장 데뷔를 시작으로 부세토 베르디 극장, 불가리아 소피아 오페라 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 등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약하며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계명대와 경북예고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페르골레지의 ‘슬픔의 성모’, 브람스의 ‘나의 잠은 점점 더 깊어지네’, ‘흐르는 멜로디처럼’, ‘내 사랑은 초록빛’ 등 다양한 가곡과 푸치니 오페라 ‘마농 레스코’ 중 ‘저 부드러운 레이스 안에서’,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세상의 허무함을 아는 신이여’ 등의 폭넓은 레퍼토리를 피아니스트 남자은과 함께 선보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2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어버이날 특별기획 공연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은 내달 8일 오후 7시 30분 웅부홀에서 ‘어버이날 특별 기획공연-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를 개최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여는 이번 공연에는 영남국악관현악단, 소리꾼 장사익, 바리톤 고성현, 가수 최백호 등이 참여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선사한다. 영남국악관현악단은 지휘자 김현호를 비롯해 전공자·무형유산 등 전문 국악인들로 구성된 관현악단이다. 전통음악의 계승은 물론 현대인의 감각에 맞춘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사익은 1995년 첫 앨범 ‘하늘 가는 길’로 데뷔해 고유한 가락과 정서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인생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국내 최정상 소리꾼이다. 그의 음악은 서정을 가장 한국적으로 담아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성현은 올해로 오페라 데뷔 43주년을 맞이한 세계 최정상의 드라마틱 바리톤이다. 푸치니 국제 콩쿠르, 밀라노 국제 콩쿠르 등 주요 성악 콩쿠르를 석권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성악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백호는 1976년 데뷔해 독특한 창법으로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어 포크 록, 팝, 발라드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MBC 10대 가수상, KBS 가요대상 남자 가수상 등을 수상했다. 공연은 ‘아리랑 랩소디’, ‘박연폭포’, ‘마이 웨이’, ‘영일만 친구’, ‘찔레꽃’, ‘아리랑’ 등 곡들로 구성된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측은 “우리 시대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과 영남국악관현악단이 만나 선사하는 아름다운 무대를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즐기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