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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케이-아츠 온더고’ 지원받고 세계 무대로 나가세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과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 사업의 2026년도 제1차 공모를 17일부터 12월 1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해외 페스티벌, 미술관, 공연장 등에서 활동하는 국내 예술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2025년 신설됐다. 올해부터는 참여 플랫폼 확대와 지원금 증액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한 개선안이 적용된다. 문체부와 진흥원은 세계 71개국 750여 개 우수 플랫폼을 선정하고, 공식 초청을 받은 예술인에게 항공료와 작품 운송비를 지원한다. 이번 공모에서는 ‘플랫폼 디렉터리’ 시스템을 개편해 공연·전시·페스티벌 등 유형별 정보를 제공하고, 선정 기준을 명시해 예술인의 해외 파트너 탐색을 돕는다. 또 복수 플랫폼 활동시 지원 상한액을 공연예술 3000만원, 시각예술 4000만원으로 각각 상향했으며, 단체전시 기획 전시기획자에게는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한다. 공모는 연간 3회 정기적으로 열리며, 2026년 추가 공모는 3월과 7월 예정돼 있다. 신청은 국내 활동 예술인 또는 단체로 해외 플랫폼 초청이 필수 조건이다. 김현준 문체부 국제문화정책관은 “K-팝, K-드라마 인기로 해외 문화예술 기관의 한국 예술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케이-아츠 온더고’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문화예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5

이화영 개인전 ‘옻이 피다’ ···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

도예가이자 화가인 소헌 이화영 작가의 개인전 ‘옻이 피다’가 오는 9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이화영 작가의 40년 예술 여정을 집대성한 자리로, 고타마 싯다르타(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주제로 한 도예 및 옻칠 회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이화영 작가는 작품의 근간을 ‘연기’(모든 존재의 상호관계), ‘무자성’(고정된 실체의 부정), ‘공’(궁극적 진리)이라는 불교 사상에 두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도태칠(陶胎漆)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 주목받는다. 흙의 견고함과 옻의 깊은 색감이 결합된 도태칠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투명해지는 ‘옻이 핀다’의 미학을 담아내며, 자연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성되는 예술의 생명력을 표현한다. 또한 경주에서 민화를 접하며 시작한 회화 작업은 한국적 심성과 불교적 세계관을 융합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했다. 대표작 ‘시방불’과 ‘불이(不二)’는 만다라 형상과 불경 문구를 통해 생로병사의 순환과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구현했다. 이화영 작가는 “덧없는 인생에서 반나절의 여유를 얻다는 의미의 ‘부생우득반일한(浮生遇得半日閑)’의 마음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며 “잠시나마 고요와 미소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4

국립대구박물관 야외 석조물정원 ‘모두의 정원’ 공개

국립대구박물관(관장 직무대리 최환)은 4일부터 박물관 뒤편 산책로를 따라 조성한 ‘모두의 정원’을 공개했다. 모두의 정원은 지난 ‘세기의 기증’으로 불렸던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1942~2020)의 기증품 2만3000여 점 가운데 257점의 석조물이 전시된다. 개인 컬렉션이던 유물이 기증을 통해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국가문화유산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은 개관 30주년을 맞는 2024년부터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석조물정원을 조성했다.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해담길', ‘월담길’, ‘별담길’에는 6m에 달하는 오층석탑(건희4773)을 비롯해 효자 이종형 정려문(旌閭門)(건희5176), 고려시대 석조여래좌상(건희4761)과 같은 다양한 석조물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석인상들이 배치됐다. 전시에서는 언뜻 보면 투박하지만, 톺아볼수록 다양한 생김새와 표정이 드러나는 석인상에 주목했다. 석인상들의 위치, 방향, 높이를 다르게 하는 등 석인상들의 풍성한 표정과 형태의 감상을 통해 관람객들이 색다른 시선으로 석인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로 주변을 조성해 자연과 어우러진 석조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관내에서는 ‘모두의 정원’과 연계한 전시가 개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알록달록 동자상’(9월 30일~2026년 10월 5일)은 어린이들이 동자상과 석인상을 직접 보고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조성한 체험형 전시로 운영 중이며, ‘제25회 어린이 그리기 잔치 입상작품 특별전’(10월 3~2026년 3월 2일)은 어린이들이 석조물을 주제로 새롭게 해석한 입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4

포항 전통 설화 현대적 재해석

포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스페이스298에서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 주최로 특별기획전시 ‘명불허 어전(어촌의 전설)’이 개최된다. 오는 6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포항 지역의 대표 설화인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를 비롯해 동해안의 전설과 문화를 현대 예술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지역 고유의 서사와 문화적 소통을 모색한다. 기획을 총괄한 이진희 꿈틀로작가연합회 회장은 “전설은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의 삶 속에 스며드는 생명력”이라며 “전통 설화를 시각예술과 문학으로 재탄생시켜 지역민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총 30여 점의 작품은 시각예술과 문학 분야의 협업으로 완성됐으며, 고대부터 전해온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현대 지역문화와 어떻게 교감하는지 탐구하는 장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각예술 부문에는 권미분·조영미(도예), 최수정·손정원·김미숙(회화), 금보경·윤정운·노영이(공예), 배정선(플라워 아트), 이귀정(포슬린아트), 임형순(도자회화)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해 도예, 공예, 회화, 압화, 플라워 디자인 등 다채로운 매체로 동해안의 자연과 전설, 민담을 풀어냈다. 특히 바다의 파도 소리를 모티브로 한 설치 작품과 설화의 서사를 결합한 실험적 작업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권미분 도예가의 ‘등대와 해녀’는 거친 파도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해녀들의 강인함을 등대에 투영했다. 조형토와 불의 조화로 빚어진 이 작품은 바다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귀정 포슬린아티스트의 ‘바다의 약속’은 흩어짐과 만남의 순환을 공작새 이미지로 상징화하며, 파도와 석양의 빛을 도자기에 담아내며 귀향의 서정을 전달한다. 배정선 플로리스트의 ‘머물러 있는 시간’은 세오녀의 베짜기를 압화 기법으로 재해석해 시간의 반복성과 기억의 축적을 시각화했다. 조영미 도예가의 ‘바다 사막화’는 기후 위기로 변모한 해양 생태계를 도예로 구현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묻는다. 문학 부문에서는 허용호(만화), 최미경(시), 김강·김도일(소설), 박형철(동화)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경북 어촌의 전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시와 소설, 동화 작품을 통해 전설 속 인물과 장소에 깃든 감성적 서사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모색하는 창의적 시도로서,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포항의 문화적 뿌리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진희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예술을 매개로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2020년 공익법인으로 출범한 조직이다. 조합은 포항시 북구 중앙로 298번길 14-4 일대 문화예술창작지구에서 활동하는 꿈틀로작가연합회 소속 예술가 31명으로 구성됐다. 조합원들은 개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마케팅, 기업 및 공공기관 판매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며 효과적인 유통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포항 역사·문화 한눈에···첫 연구 자료 목록 발간

포항문화원(원장 박승대)이 최근 포항의 역사·문화·사회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포항 연구자료 목록’을 발간해 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료집은 포항을 주제로 한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한 첫 시도로서, 지역문화 연구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자료는 포항문화원 산하 포항문화연구소 연구위원들과 향토사학자들을 위한 연구 사료 아카이브 구축의 일환으로 진행한 결과물이다. 총 37쪽에 불과한 이 소형 책자에는 포항 관련 번역서(46권), 연구논문(280편), 저서(128권), 지지 사료(22건)의 상세 정보(간행 연도, 발행처, 저자 등)를 수록했으며, 포항의 문집 목록과 고지도 목록 등 총 164개 자료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목록을 집대성했다. 지역학(포항학)에 대한 연구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자료를 찾아 도서관을 오가며 사료 목록을 수집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한 포항문화원의 기획물로서 향토사학자들에게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기존 포항 관련 연구는 역사, 문학, 민속, 지리 등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종합적 조망이 가능한 자료는 부족했다. 포항문화원은 수년간의 조사와 검증을 거쳐 역서, 논문, 저서, 지지(地誌), 사료 등 200여 편의 연구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논문은 시대별 흐름과 학문적 발전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선사시대~고려 시대, 조선 시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시대로 구분했으며, 부록에는 문집과 고지도 목록을 추가해 지역 연구의 폭을 넓혔다. 특히 연구논문은 선사시대~고려 시대 89건, 조선 시대 83건, 일제강점기 16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역사·문학·종교·민속·미술·경제·식품 등 다양한 분야 92건으로 분류됐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자료 탐색 시간을 단축하고 중복 연구를 방지하며 새로운 시각의 연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문화원은 지난 7월 개최된 ‘문화원 발전 포럼’에서 이 자료집을 참석자들에게 배포하며 지역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이 자료집은 단순한 목록을 넘어 포항학(浦項學)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박승대 원장은 ‘드리는 말씀’에서 “포항은 산업과 자연,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정체성이 희미해졌고 포항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의 성과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며 “이번 목록집은 포항의 문화적 뿌리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급히 준비한 탓에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실용적인 자료집으로 발전시키겠다”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제6회 박동준상 패션•미술부문 수상자 전’ 개최

(사)박동준기념사업회(이사장 윤순영)는 ‘2025 박동준상 패션·미술부문 수상자 전’을 오는 7일부터 12월 12일까지 대구 갤러리 분도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 수상자인 이슬기 설치미술가와 김재우·김민 디자이너의 대표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이슬기 작가는 전통과 현대를 미술적 언어로 잇는 작업으로, 김재우와 김민 디자이너는 각각 지속가능성과 문화적 융합을 주제로 한 패션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동준상은 패션과 미술, 문학을 결합해 새로운 디자인 영역을 개척한 고(故) 박동준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20년 제정된 상으로, 패션과 미술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된다. 올해는 두 부문에서 혁신적인 작품들이 선정됐다. 이슬기(53) 작가는 개인전 ‘니니’를 통해 대표 시리즈 ‘이불프로젝트: U’, ‘현판프로젝트’, ‘모시 단청’의 신작을 공개한다. 전시 제목 ‘니니’는 대구 사투리로 ‘너’를 뜻하며, 프랑스어로 ‘아니’를 의미해 지역성과 글로벌 감각의 조화를 상징한다. ‘이불프로젝트: U’는 통영 누비장인과 협업해 이불 위에 한국 속담을 추상적 그래픽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전통 공예와 현대적 조형미가 결합됐다. ‘현판프로젝트’는 조선 시대 현판에서 영감을 받아 무의미한 의성어를 픽토그램으로 재탄생시킨 작업이다. ‘모시 단청’은 격자 구조를 단청 색상으로 변주해 전통적 그리드를 현대적 설치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슬기는 파리에서 활동하며 멕시코, 한국 등 다양한 지역의 장인과 협업해 왔으며, 공예와 언어, 사회적 맥락을 연결하는 독창적 접근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패션 부문 공동 수상자인 김재우(J WOO)와 김민(SEAEL, 센추리클로)은 각자의 철학을 담은 컬렉션을 선보인다. 김재우(47)는 2011년 컨템포러리 여성복 브랜드 제이우(J WOO)를 설립해 뉴욕, 파리, 상하이 등에서 글로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5 F/W 컬렉션 ‘Be nature’를 공개한다. ‘자연과의 연결’을 주제로 유기적 실루엣과 내추럴한 컬러를 활용해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니멀리즘과 고급 소재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았다. 김민(38)은 센추리클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2024년 신규 브랜드 SEAEL을 론칭했다. 뉴욕패션위크 등에서 ‘현재의 순간’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SEAEL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선보인다. 바다와 하늘을 모티브로 문화적 융합을 표현하며,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유식불교 세상에 펼치며 중생제도에 매진”

대한불교 유식종 포항 원법사(주지 해운 스님)는 지난 2일 경내 약사전 광장에서 ‘제2창종 선포 및 창건 25주년 개산재’를 봉행하고, 제21회 장학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회주 운보 큰스님, 주지 해운 스님을 비롯해 이강덕 포항시장,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김정재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와 불자 1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진행된 개산재는 신도들의 육법공양, 삼귀의례, 발원문 봉독으로 시작해, 제2창종 선포식, 유식종 로고 론칭, 내빈 축사 순으로 이어졌다. 주지 해운스님은 “유식불교의 핵심 교의인 ‘일체유식(내 앞의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에 있다)’을 바탕으로 화합과 치유의 도량으로 도약하겠다”며 “유식불교 사상을 세상에 힘차게 펼치며 중생제도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식종 종정 운보 큰스님은 법어를 통해 “내 앞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오직 마음에 있으며, 이는 곧 공(空)이자 무아(無我)임을 깨달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라며 “바른 마음으로 정진해 세상을 밝히는 불자가 되라”고 설파했다. 이어진 장학증서 수여식에서는 초등학생 3명, 중학생 5명, 고등학생 15명, 대학생 31명 등 총 54명의 장학생에게 4000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대상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로, 대학생 100만 원, 고등학생 50만 원, 중학생 30만 원, 초등학생 20만 원씩 지급됐다. 원법사장학회는 2008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총 747명에게 4억4600만 원을 지원했으며, 현재 회원 수는 680명에 달한다. 해운 스님은 “장학금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학생들의 희망을 키우는 씨앗”이라며 “원법사장학회가 미래 불자 육성의 산실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학생 장학생은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해 후원자 분들께 보답하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특히 신도회가 직접 제조한 전통한과 판매 수익금 5000만 원을 전액 장학금으로 기부해 참석자들의 열띤 박수를 받았다. 원법사는 종조 원측대사의 ‘일체유식’ 사상을 계승하며, 지난 9월 종단 명칭을 ‘사단법인 대한불교 서명종’에서 ‘사단법인 대한불교 유식종’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번 행사는 불교계 내 화합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범 사례로 주목받으며, 지역사회와 미래 세대 지원에 앞장서는 원법사의 전통을 재확인시킴으로써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자연과 인생을 시로 엮다… 김선암 시인 첫 시집 출간

2017년 계간 ‘한국문학작가’로 등단한 김선암(62) 시인의 첫 시집 ‘역사가 걸어가네’(시산맥)‘가 나왔다. “어느 날 문득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니 아득하게 멀리도 왔다. 지나간 일들이 떠오른다”는 ‘시인의 말’처럼 이 시집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성찰적 시선들로 꽉 차 있다. 시집은 ‘역사가 걸어가네’, ‘홍매’, ‘물의 정신’, ‘초가’, ‘나무’ 등 총 5부로 구성되며, ‘돌아올 수 없는 여행’부터 ‘나무의 삶’까지 60여 편의 작품이 실렸다. 저기 한 할머니/쉼표를 짚고 걸어가시네/한평생 연인같이 지내 온/논밭 길을 옆에 두고 백조처럼/지나가시네 우아하게//저기 한 할아버지/물음표를 들고 지나가시네/한평생을 친구같이 지내 온/한 많은 지게를 벗어 놓고 학처럼/걸어가시네/고고하게//매끈하던 이마에는/지난 세월의 흔적들을/주상절리처럼 곱게 새기시고/거북이 마실 가듯/지나가시네/쉬엄쉬엄“(‘역사가 걸어가네’ 전문) 시집 첫머리 시 ‘역사가 걸어가네’는 흙길을 걷는 노인의 모습에서 개인의 역사가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됨을 은유한다. 할머니의 ‘쉼표’와 할아버지의 ‘물음표’는 삶의 완결과 미완을 상징하며, 백조와 학의 걸음은 논밭과 지게를 내려놓은 노년의 품격을 드러낸다.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이마와 느린 걸음은 역사의 점진적 흐름을, 주상절리를 빌려오는 행위는 공동체적 연대를 떠올리게 한다. 김선암의 시 세계는 자연경관, 가족 관계, 불교적 사유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시인은 연꽃, 단풍, 억새 등 자연의 풍경을 감각적 이미지로 묘사하면서도, 이를 인간 내면의 풍경이나 사회적 맥락과 연결짓는다. ‘침수정’에서는 고향 영덕의 정자 주변 풍경을, ‘숲의 고민’에서는 숲 속 생태계를 인간 사회에 빗대어 표현한다. 또한 ‘불 꺼진 방앗간’에서 유년 시절의 추억을, 참기름 기계에서 떨어지는 “엄마의 동동구리무 냄새”로 환기시키는 등, 일상의 사물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겹쳐 놓는다. 시집 곳곳에는 불교적 세계관이 짙게 깔려 있다. 시인은 ‘현재’, ‘과거’, ‘미래’, ‘천년’을 넘나드는 시간 개념을 활용해 생명의 지속성과 자연의 순환을 탐구한다. 동시에 ‘하염없이 가던 길을 간다’는 ‘시인의 말’에서는 삶의 여정에 대한 묵묵한 수용이 읽힌다. 공광규 시인은 해설에서 “김선암의 언어는 화려함 대신 침묵의 여운을, 직설적 표현 대신 이미지의 중첩을 선택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각자의 답을 찾도록 이끈다”며 "그의 시가 전하는 것은 결국 ‘걸어가네’라는 현재 진행형의 동사처럼, 끊임없이 나아가는 생의 리듬일 것“이라고 평했다. 경북 영덕군 달산면 출신인 김선암 시인은 부산에서 학업을 마친 후 삼성전자와 한국후지제록스에서 근무하다 현재 대구에서 사무기기 업체 ㈜대경사무기를 운영하며 문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팔거백일장 운문 부문 우수상, 2024년 곰솔문학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제41회 영남서예대전 특선을 받는 등 전통 서예 분야에서도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토벽문학회, 대한수묵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2

‘경북 무형문화유산’ 포항·안동·예천 농요 한자리에

2024년 12월에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포항흥해농요가 안동저전동농요, 예천공처농요를 포항으로 초청해 교류하는 농요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포항흥해농요보존회(회장 박현미)는 오는 8일 오전 10시 안동저전동농요보존회 및 예천공처농요보존회를 포항시 흥해읍 북송리 북천수 야외공연장으로 초청해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 농요 교류의 장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포항흥해농요보존회는 이번 교류행사에서 ‘지게목발소리’, ‘어사용’, ‘망깨소리’, ‘모찌는소리’,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물푸는소리’, ‘나물캐는소리’, ‘영감소리’, ‘치이야칭칭나네’ 등 흥해농요 10마당을 선보일 예정이다. 1980년 12월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저전동농요는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농요로 ‘모찌기소리’, ‘모심기소리’, ‘애벌 논매기소리’, ‘두불논매기 소리’, ‘타작소리’, ‘치야칭칭’ 등으로 이뤄진다. 1986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예천공처농요는 예천군 풍양면 공덕2리에서 전승돼온 농요로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걸채소리’, ‘벼타작소리’, ‘칭칭이’ 등으로 구성된다. 교류행사가 끝난 오후에는 흥해농요보존회 주최로 향토민요경창대회와 흥해농요시범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박현미 포항흥해농요보존회장은 “이번 안동저전동농요, 예천공처농요와의 교류행사를 통해 흥해농요를 널리 알리고, 흥해농요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2

포항서 만나는 여성 신화와 해양문화

올해로 4년 차를 맞이한 포항문화재단의 ‘귀비고 신화학 아카데미’가 ‘섭리의 신화학’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시민들과 다시 만난다. 이 아카데미는 포항 유일의 연오랑세오녀 신화를 바탕으로 설립된 귀비고에서 국내 유일의 신화 중심 아카데미로 문화 콘텐츠를 확대하기 위해 기획된 강연 프로그램이다. 여성신화와 해양문화라는 이중 서사를 중심으로 지역 정체성을 탐색하고, 시민 주도의 창의·문화 학습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둔 ‘2025 귀비고 신화학 아카데미’가 11월 12일부터 12월 6일까지 열린다. 이번 아카데미는 문화예술팩토리와 귀비고에서 진행되며, 국내 신화 연구 분야의 최고 전문가 8인이 강연자로 참여한다. 총 8회의 강연과 2회의 워크숍 및 토크 테이블로 운영되며, 주요 강연은 문화예술팩토리에서, 워크숍과 토크 테이블은 귀비고에서 각각 진행된다. 전체 프로그램은 ‘섭리라는 대여신(태모)’을 주제로 한 섹션 I과 ‘섭리의 바다’를 주제로 한 섹션 II로 구성된다. 섹션 I은 인류의 창조와 운명을 주관하는 ‘대여신(태모)’ 신화에서 출발해 신화적 상상력이 현대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탐구한다. 첫 번째 강연(11월 12일)은 김영 청강문화산업대 교수가 ‘인도 대여신 신화’를 주제로 인도 신화 속 창조의 여신 ‘마드야’와 ‘프라크리티’의 개념을 분석하고, 이들이 우주 생성과 생명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두 번째 강연(11월 13일)은 신화학자인 조현설 서울대 교수가 ‘마고할미에서 세오녀까지’를 주제로 한국 창조 여신 신화의 계보를 추적하며, 마고할미에서 연오랑세오녀까지의 서사를 통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여성 신화의 변천사와 지역 정체성을 조명한다. 세 번째 강연(11월 19일)은 김선자 연세대 교수가 ‘동아시아 여신 신화’를 주제로 중국, 일본, 한국의 여신 신화를 비교 분석해 여와(중국), 아마테라스(일본), 유화 부인(한국) 등의 문화적 가치와 동아시아 해양 문화와의 상관관계를 풀어낸다. 네 번째 강연(11월 20일)은 박창원 포항 향토사학자가 ‘달빛 아래 여신들’을 주제로 포항 지역의 전통 신화와 민속에서 달과 여성 신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별신굿과 달맞이 풍습 등의 상징적 의미와 현대적 재해석 방안을 모색한다. 이어지는 ‘섭리의 바다’ 섹션에서는 북유럽 바이킹의 해양 정복사부터 허황옥 신화의 역사적 의미, 시베리아와 북방 민족의 신화 세계관, 그리고 극지방 북방항로의 미래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첫 번째 강연(11월 26일)은 최윤영 서울대 교수가 ‘바이킹의 바다’를 주제로 북유럽 신화와 해양 정복사, 바이킹의 항해와 신화적 상상력을 탐구한다. 두 번째 강연(11월 27일)은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교수가 ‘허황옥 신화’를 통해 고대 해상 교역로와 허황옥의 항해, 신화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세 번째 강연(12월 3일)은 양민종 부산대 교수가 ‘시베리아 신화’를 다루며 샤머니즘과 북방 민족 신화, 알타이 브리야트 신화의 세계관을 소개한다. 네 번째 강연(12월 4일)은 최우익 한국 외국어대 러시아 연구소 HK 단장이 ‘극지방 신화와 북방항로’를 주제로 이누이트 신화, 21세기 북방항로 개발의 현실, 신화와 현실이 만나는 북극의 미래를 논의한다. 이번 아카데미는 강연뿐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참여형 워크숍과 토크 테이블도 함께 운영된다. 특히 11월 23일과 12월 6일에 열리는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는 신화학 필독서를 기반으로 한 자유 토론이 이어지고, 지난 4년간의 아카데미 운영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모든 강좌는 무료로 운영되며, 인문학과 신화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수강 신청은 10월 28일부터 11월 11일까지 구글 폼을 통해 가능하며, 회차당 수강 인원은 30~50명 내외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귀비고 신화학 아카데미를 통해 귀비고가 ‘신화학의 도시 포항’을 상징하는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며 “지역 고유의 해양·여성 신화를 재조명하는 새로운 인문학 실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31

21C 미국의 패권은 지속될 것인가

영국 역사학계 거장 앤서니 G. 홉킨스(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의 미국 역사 궤적을 새롭게 해석한 ‘미 제국 연구(American Empire: A Global History·너머북스)’가 출간됐다. 145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치밀한 분석을 통해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신화를 체계적으로 해체하고, 미국을 서구 제국주의 열강과 나란히 놓으며 세계사적 맥락에서 재조명한 이 책은 미국사의 기존 통념을 뒤흔드는 획기적인 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미국사 서술은 유럽의 군주제·신분제·제국주의와 대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앞세운 ‘독립 정신’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홉킨스는 미국이 영국 등 유럽 열강과 유사한 제국적 경로를 밟았음을 논증한다. 1783년 독립 이후에도 미국은 영국과 경제적·정치적 유대 관계를 유지했으며, 남북전쟁 무렵까지 실질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종속 상태였다고 분석한다. 특히 19세기 말에야 산업화와 내전 경험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미국은 ‘근대 시기 최초의 주요 탈식민 국가’로 재정의된다. 홉킨스는 18~20세기 세계화를 초기 세계화(18세기 말), 근대 세계화(19세기 말), 탈식민 세계화(20세기 중반)라는 세 단계로 구분하며, 각 시기마다 제국이 세계화의 핵심 주체였음을 강조한다. 초기 세계화는 18세기 말 유럽 열강의 군비 경쟁과 재정 위기가 식민지로 확산되며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졌다. 근대 세계화는 19세기 산업화와 국민국가 형성기에 영국 중심의 자유무역 체제가 확장되며 미국의 제국주의적 팽창이 본격화됐다. 탈식민 세계화는 2차 대전 이후 민족자결 운동과 다민족적 세계화가 부상하며 영토적 제국 모델이 붕괴되고, 미국은 군사기지 설치와 소프트 파워를 통한 ‘비전통적 제국’으로 전환했다. 홉킨스는 이 책에서 단순한 정치·경제적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문학과 지성사적 접근을 통해 미국 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탐구한다. 월트 휘트먼, 마크 트웨인, 에밀리 디킨슨 등의 작품을 분석하며, “남부의 면화는 비아프라에 미친 석유의 영향과 같다”, “알제리는 워싱턴의 하와이였다”와 같은 비교사적 통찰을 제시한다. 이는 제국의 형성이 단순히 물리적 지배가 아닌 문화적 동화와 착취의 복합적 과정임을 드러낸다. 홉킨스에 따르면, 미국의 패권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약 25년간에 불과했다고 구분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지배적 패권을 누렸고, 냉전 시기 미국은 소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일시적 단극 체제를 구축했으나,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에서의 개입 정책(베트남 전쟁, 이라크 침공 등)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됐다. 특히 “미국의 권력은 유럽 제국들의 긴 역사와 비교할 때 단기적이었으며, 타국에 대한 통제력도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은 미국을 ‘새로운 로마’나 ‘새로운 영국’이 아닌, 탈식민 세계에서 한계를 맞은 제국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영토 제국 건설과는 다른, 공세적 경제 제국주의의 한 예”로 평가하며,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미국이 스스로 발에 총을 쏜 셈”이라며 장기화된 무역 전쟁과 국제적 긴장이 초래할 위험을 경고한다. 탈식민 세계화 이후 형성된 초국가적 질서 속에서, 미국은 더 이상 과거의 제국적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협력과 타협만이 평화적 공존을 위한 길임을 역설한다. ‘미 제국 연구’는 미국사를 국가 내부의 서사가 아닌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재구성한 역작이다. 미국 독립전쟁부터 이라크 전쟁에 이르는 300여 년의 역사를 통해, 제국의 흥망성쇠가 세계화와 동전의 양면임을 입증한다. 저자는 불행히도 미국이 타협보다는 대결을 선호하는 전통이 있다고 지적한다. 2025년 트럼프의 당선으로 촉발된 국제 무역에 대한 급진적 도전은 현재 장기화된 무역 전쟁과 높아지는 국제적 긴장으로 이어지는 ‘긴 겨울’의 시작점이라고 그는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30

美·中 경제 착취 수법 해부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착취 수법을 내부자의 관점에서 낱낱이 밝혀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책 ‘경제 저격수의 고백(20주년 완전판)’(민음인)이 새롭게 출간됐다. 2004년 초판 이후 전 세계 38개 국어로 번역돼 2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73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이 책은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현 시점에서 국제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최근의 지정학적 변화를 반영한 12개 장이 추가됐으며, 기존 내용도 현실 정세에 맞춰 전면적으로 보완됐다. 1970년대 미국 대형 컨설팅사의 수석 경제 전문가였던 저자 존 퍼킨스는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경제 저격수(Economic Hit Man)’로 활동했다. 경제 저격수란 개발도상국에 과도한 부채를 쌓아 경제·정치적 종속을 유도하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그는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이 군사적 압박 대신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앞세워 신흥국에 부채 덫을 놓은 전략(제1의 물결)부터, 2001년 선진국까지 확장된 금융 조작(제2의 물결), 그리고 중국이 이를 역이용해 신실크로드로 맞서게 된 과정(제3의 물결)까지, 50년간 지속된 착취 시스템의 본질을 내부자의 시각으로 명쾌하게 파헤쳤다. 퍼킨스에 따르면 경제 저격수 전략은 ‘부채’, ‘공포’, ‘불안감’, ‘분열과 정복’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제1의 물결(1970년대~1990년대)은 베트남 전쟁 패배 후 미국은 군사적 위협 대신 WB·IMF를 통해 개도국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요해 자원 통제권과 정치 개입권을 확보하는 수단이 됐다. 제2의 물결(2001년~)은 9·11 테러 이후 금융 시스템을 무기로 선진국까지 포섭하며 달러 패권을 강화했다. 제3의 물결(2010년대~)은 중국이 인프라 투자와 대출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를 포섭하며 ‘내정 불간섭’ 원칙과 신실크로드 비전으로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한다. 개정판은 최신 사례를 통해 전략의 파괴적 결과를 조명한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막대한 부채로 인해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넘겨주며 전략적 요충지를 상실했다.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추진된 인프라 프로젝트는 부실 시공으로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 세르비아가 중국 자본으로 건설한 발전소와 제철소는 환경 오염과 지역 갈등을 유발했다. 퍼킨스는 “빚으로 종속된 국가들은 결국 특정 국가의 외교적 입장을 강요받는다”며 이것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적 예속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그는 경제 저격수 전략을 “소수 엘리트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시스템”이라고 규정한다. 부채 확장과 자원 착취가 초래한 환경 파괴, 불평등 심화, 전쟁 위험은 현대 사회의 위기를 가속화하는 ‘죽음의 경제’라고 비판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이러한 착취 구조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판사 민음인은 “‘경제 저격수의 고백’은 글로벌 경제질서를 움직이는 착취 메커니즘을 고발하는 문제작이다. 개정판에 추가된 최신 분석은 경제 권력의 작동 방식을 직시해야만 착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를 선명하게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30

포항시립미술관 ‘미술관 음악회’, 10월 30일 개최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30일 오전 11시 관람객과 시민에게 감성의 선율을 선사하는 ‘미술관 음악회’를 연다. ‘뮤지엄 & 뮤직(Museum & Music)’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트롬본, 포크기타, 실내악 3중주 무대 등으로 구성돼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음악으로 채운다. 첫 무대는 트롬본 연주자 김승언이 맡는다. 그는 신채홍의 ‘슬픈 인연 너머’, 버트 캠퍼트의 ‘L.O.V.E’,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등을 트롬본 특유의 따뜻한 음색으로 들려준다. 국민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탈리아에서 지휘 디플로마를 취득한 김승언은 현재 한국관악협회 이사이자 포항시립교향악단 수석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이어 무대에 오르는 포크기타 듀오 ‘로얄젤리’(박선아·신두학)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주로 따뜻한 여운을 전할 예정이다. 이들은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남궁옥분의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이용의 ‘잊혀진 계절’ 등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들을 두 대의 기타로 풀어낸다. 단순한 재현이 아닌, 섬세한 하모니와 어쿠스틱 특유의 여백을 살린 편곡이 특징이다. ‘로얄젤리’는 “소박한 기타 선율 속에 사람의 마음을 잇고 싶다”는 뜻처럼, 자연과 일상에서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듀오다. 포항과 경북 일대에서 꾸준히 찾아가는 공연과 버스킹 무대를 이어오며 지역 음악가로서 존재감을 쌓아왔다. 공연의 마지막은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펠리체 트리오(Felice Trio)’가 맡는다.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1번’과 쇼스타코비치의 ‘플루트·클라리넷·피아노를 위한 왈츠 4곡’, 그리고 쇼팽의 ‘녹턴 C#단조’를 연주한다. 플루티스트 전지선, 클라리네티스트 최민영, 피아니스트 이슬기로 구성된 펠리체 트리오는 서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양대 등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실력파 연주자들로,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들은 “클래식을 일상 속 감성으로 전하고 싶다”며 “음악으로 미술관이 주는 정적과 감동을 함께 나누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이번 음악회를 통해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시민에게 열린 문화공간으로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음악회는 전시와 공연이 공존하는 복합예술 프로그램으로, 지역 예술인에게는 무대가 되고 시민에게는 휴식이 되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관 음악회’는 포항시립미술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좌석은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9

포항문화재단, APEC 정상회의 맞아‘ 달과 해의 도시 포항’ 예술로 물들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2025 경주 APEC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며,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및 일월문화공원 등에서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경북도의 후원과 포항시의주최, 포항문화재단 주관으로 진행되는 ‘APEC 연계 3대 문화관광 콘텐츠 구축사업’의 일환이다.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Moontology-달의 탐구’ 미디어아트 전시다. 지난 25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귀비고 지하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달’을 매개로 인간·기술·예술이 교차하는 세계관을 탐구한다. 관람객들은 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몰입형 공간에서 달빛의 파동을 체험하며 일상 속 명상과 치유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특별 이벤트로는 ‘일요향악: 가무백희’가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31일 오후 1시 30분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신라마을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전통음악과 무용, 기예를 결합한 이 공연은 지역 설화를 모티프로 삼아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11월 1일 오후 7시 일월문화공원 야외무대에서는 ‘일월요-해의 리듬’ 야간 공연이 열린다. ‘일출-낮-석양-밤’의 4부 구성으로 자연의 순환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현악 4중주, 국악 앙상블, 팝페라 공연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마지막에는 ‘아리랑’ 대합주를 통해 해가 다시 떠오르는 상징적 장면을 연출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전망이다. 이상모 대표이사는 “해와 달이 상징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열린 축제가 될 것”이라며 “포항의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적 감수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며,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9

‘한·일·중 오페라 갈라 콘서트’ 대구서 개막… 감동 무대 선사

2025-2026 한·일·중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 나라의 주요 오페라 극장이 공동으로 기획한 특별 갈라 콘서트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에서 열린다.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오페라하우스(관장 정갑균)는 오는 30일 오후 7시 30분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특별 공연으로 ‘2025 한·일·중 오페라 갈라 콘서트 –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후원으로 이뤄지며, 동아시아 3국 간의 우호 증진과 지속 가능한 문화 교류의 의지를 담아낸 상징적인 문화외교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해당 무대를 마련함으로써 국내외 오페라 네트워크 강화와 함께, 세계 무대를 향한 성악가들의 교류 플랫폼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문화외교 실현을 통해 동아시아 예술의 중심지로서 입지를 다지고,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역량도 발휘할 예정이다. 이번 갈라 콘서트는 한국 대표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주축이 돼 일본 후지와라가극단, 중국 국가대극원을 초청해 ‘자유’와 ‘화합’을 주제로 협연한다. 1부에서는 푸치니의 감성적 명작 ‘라 보엠’, 도니제티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조르다노의 서정적 작품 ‘안드레아 셰니에’의 아리아가 연주되며, 2부에서는 비발디의 곡과 함께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시몬 보카네그라’, ‘운명의 힘’, ‘아틸라’, 푸치니의 ‘토스카’가 차례로 펼쳐진다. 특히 대규모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피날레 무대에서는 한·일·중 대표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한·일 및 한·중 수교 기념 등 다양한 문화 교류 협력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정기적 교류 프로그램과 공동 제작을 추진해 지속 가능한 문화외교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25 한·일·중 오페라 갈라 콘서트 –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와 관련한 자세한 일정 및 내용은 대구오페라하우스 누리집(http://www.daeguoperahouse.org)과 전화(053-430-7413)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8

포항예고 출신 최아현씨, 대전시향 바이올린 부수석 선발

포항예술고등학교(교장 홍태기) 졸업생 최아현(26)씨가 대전시립교향악단 바이올린 부수석으로 최종 합격하며 학교의 명예를 높였다. 최씨는 2018년 포항예고 음악과 졸업 후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으며, 서울시립교향악단 객원 단원,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차석, 강릉시립교향악단 수석 등을 역임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선발은 그간 쌓아온 음악적 역량을 공식적으로 검증받은 쾌거로 평가받는다. 최씨는 “학교 은사와 동료들의 지원에 감사하다”며 “대전시향에서 관객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연주자로 성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향후 솔로, 실내악, 오케스트라 무대를 병행하며 예술적 교감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입단 첫 월급 전액을 모교 장학금으로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포항예고의 교육과 선생님들 덕분에 오늘의 성취를 이뤘다”며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태기 교장은 “최씨의 선발은 학교의 자랑이자 후배들의 귀감”이라며 “국내외에서 더욱 활약하길 기대한다”고 축하했다. 또한 “장학금 기탁은 예술교육 플랫폼 구축과 사회 환원을 지향해온 학교 철학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제2, 제3의 최아현 같은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예술고는 음악·미술·무용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으로 경북 예술교육의 우수성을 알리며 ‘예술로 지역을 빛내는 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8

‘빛과 쇠’ 주제… ‘철이 예술인 도시’ 새로운 비전 제시

‘철(鐵·steel)’을 예술적 매체로 활용한 국내 유일 순수 문화예술 축제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올해 주제는 ‘빛과 쇠’(소설가 김훈 작명)다. 지난 25일 오후 4시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막을 올렸다. 14회차를 맞는 이번 페스티벌은 재단법인 포항문화재단이 소설가 김훈, 한글 타이포그래피 안상수 디자이너, 철학자 이섭, 조각가 이웅배·정현 등 인문 예술 거장들과 협력해 빛과 철의 관계를 깊숙이 탐구하는 컨셉으로 열고 있다. 올해 페스티벌은 ‘스틸 아트’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철이 예술인 도시’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11월 23일까지 복합문화공간 동빈문화창고1969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포항을 ‘철의 도시’를 넘어 ‘예술이 된 철의 도시’로 재정의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들로 채워진다. 지난 2012년 시작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철의 도시’ 포항의 정체성을 담아 특성화한 국내 유일의 ‘철 전문 예술행사’다. 문화공간에서 열리는 다른 도시의 미술제와 달리 도시 전체를 무대 삼아 열리는 ‘도시 예술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13년 동안 포항 곳곳에 자리 잡은 230점의 스틸아트 전시작품은 도심 속 ‘스틸 뮤지엄’을 형성하며 도시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동안은 조각가 중심이었으나, 올해는 참여의 면면이 많이 달라졌다. 당대의 문예철(文藝哲) 대표작가들이 컬렉티브로 철의 인문을 대신 읽어주는 전시를 열고, 철강기업이 기술을 예술과 견주어 보는 협업 프로젝트는 물론 시민이 직접 ‘쇠질’에 참여하는 참여·체험행사를 여는 등 철판이 한층 달구어지고 넓어진다. 주축이었던 철조각은 지난 13년간 꾸려온 스틸아트 컬렉션 200여점을 대표하는 작가 14명을 꼽아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라는 열정형·회심형 해변 전시로 다시 온다. △전시1 ‘철, 읽다’ 동빈문화창고1969에 마련된 기존 철조각 전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철의 인문학적 의미를 재해석하는 공간이다. 안상수(한글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이섭(철학·예술기획), 정현(조각), 이웅배(조각), 김훈(문학) 등 5인의 ‘문예철 컬렉티브’가 포항을 ‘읽고’, ‘묻고’, ‘세우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안상수 작가는 글(文)·꼴(圖)·얼(像)을 조합해 포항의 정체성을 시각화한다. 정현 조각가는 땅속에서 세상을 받쳐온 철의 흔적을 드러낸다. 김훈 소설가는 ‘빛과 쇠’로 포항이 걸어온 문명사적 길을 서사시로 풀어낸다. 이섭 철학자는 철과 인간의 공존 방식을 질문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웅배 조각가는 포항 사람의 일상에 스민 철의 숨결을 조각으로 재현한다. △전시2 ‘철예술, 보다’ 포항시가 13년간 수집한 스틸아트 200여 점 중 대표작가 14인의 최신 작품을 엄선해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선보이는 야외 전시다. 참여 작가인 강대영 김병철 김상균 김연 김태수 노해율 모준석 박성찬 박은생 신옥주 안재홍 이기칠 정정주 최일 작가는 ‘새로 포항, 함께 포항’을 주제로 현대조각의 다채로운 경향을 집약하며, 포항의 해안 풍경과 어우러진 철조각의 도시적 의미를 조명한다. 포항의 핫 스팟인 영일대해수욕장에서의 전시는, 포항의 해경(sea-scape)과 도경(city-scape), 그리고 예경(art-scape)의 ‘신 삼경(三景)’을 보고 즐기는 와유(臥遊)의 기회를 넉넉하게 제공한다. 포스코 제1고로가 또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는 곳이기도 한 해수욕장 전시장에서의 전시는 펄펄 끓던 철의 용해와 철 조각가의 열정으로 포항 컬렉션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는 한편, 포항 스틸아트, 나아가 한국 현대조각의 나아갈 길을 내다보고자 한다. △전시3 ‘철기술, 펼치다’ ‘철기술, 펼치다’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펼치는 철강기업과 예술가의 협업 프로젝트다. 동빈문화창고1969 이벤트홀 입구로 들어서면 시민 워크숍으로 제작한 해와 달 그림이 전시되고, 중앙에는 포항 철강기업 동국제강과 제일테크노스가 제작한 ‘쇠의 숲’이 관객을 맞이한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독특한 요소 중 하나는 포항 철강기업들이 작품 전시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포항 철강기업은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첫 행사에서부터 예술로 참여해왔는데, 이번에는 그 참여를 기술 본연으로 고도화해 포항의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 경제의 에너지로 쓰자고 제안한다. 이웅배 작가와 동국제강은 H형강을 활용한 시민 친화적 조형물 ‘공동체’ 연작을, 이섭 작가와 제일테크노스는 레이저 커팅 기술로 제작한 ‘포항십경철병(浦項十景鐵屛)’을 선보인다. ‘아트펜스’는 예술과 기술의 협업으로 외진 공간을 찰진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철강산업단지에서 제일 가까운 학교 중 하나인 대송초등학교, 밋밋한 등굣길을 씽씽한 마실길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예술가(정미솔·이향희)의 창의와 대송초 전교생 33명, 그리고 포스코의 기술지원이 함께 했다. △시민 참여·체험 ‘포항 철예술 시민기획단’은 일정한 교육과 현장 리서치를 거친 시민들이 직접 포항시 공공장소에 설치된 철 예술 작품을 큐레이션해 문화, 교육, 관광의 도시자원으로 제안한다. 함께 ‘쇠맛’을 보고 직접 ‘쇠질’을 해보면서 철과 함께 사는 고유한 포항 라이프스타일을 모색하는 시민 참여·체험 프로그램이다. 작가와의 워크숍, 꿈틀로 공방 워크숍, 철철 공방워크숍을 통한 다양한 공예 체험을 제공하는 ‘철철공작소’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도시 경관, 문화자원과 함께 철예술을 탐방하는 ‘철철 아트투어’는 도슨트투어, 스탬프 투어, 지역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장에서 맛보지 못한 역동적인 철 예술 도시 포항을 유람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포럼, 철로 철학하다 철을 매개로 한 철학적 담론의 장인 ‘쇠와 인간의 관계’, ‘포항의 문화적 전환’ 등의 주제강연과 토론이 11월 8일 오후 2시 동빈문화창고1969 2층 라운지에서 진행된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포항에서 쇠가 갖는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쇠를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활동 중심축으로 전환이 포항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가?’ 등 오랜 사유에서 비롯된 이번 페스티벌은 철의 물성을 예술과 기술, 시민 참여로 확장하며, 포항을 ‘살아있는 철 예술 도시’로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사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7

APEC 정상회의 전시장에서 숨은 콘텐츠 찾아요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은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27일부터 11월 23일까지 경주 APEC 정상회의 전시장 내 ‘K-IP콘텐츠관’ 과 ‘기업비즈니스관’ 을 운영한다. ‘K-IP콘텐츠관’은 진흥원이 제작 지원한 대표 콘텐츠를 전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캐릭터존 △웹툰존 △드라마·영화존 등으로 구성됐다. 경북의 전통 문화자원에 문화기술과 AI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캐릭터존에서는 애니메이션 ‘강치아일랜드’와 인기 캐릭터 ‘엄마 까투리’, 경주시 대표 캐릭터 ‘첨성이’ 관련 상품 및 굿즈를 전시한다. APEC 개최 기념으로 AI 기술을 적용한 ‘첨단기술을 만난 엄마까투리’ 영상 시리즈도 공개된다. 웹툰존은 안동, 영천, 구미 등 경북 지역 소재 웹툰을 소개하고, 이현세 작가의 화풍을 재현한 ‘드로잉 로봇 체험’을 통해 예술과 AI 기술의 융합을 체험할 수 있다. 드라마·영화존은 경북의 촬영 명소와 인프라를 소개하며, 경상북도 국제 AI·메타버스 영화제(GAMFF) 수상작을 전시한다. ‘기업비즈니스관’ 은 진흥원이 선정한 경북 대표 콘텐츠 기업 4개 사가 참여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 조이랩(JoyLAB)은 야구 타격 분석 시뮬레이터 ‘퍼펙션’과 메이저리거도 사용하는 스포츠 데이터 기반 트레이닝 솔루션을 소개한다. 나루(NARU)는 야간 관광 콘텐츠인 LED 조명 탑재 수상 보트 ‘문보트’를 출품한다. 플로우 스튜디오(Flow Studio)는 CES 혁신상을 수상한 AI·메타버스 기술로 제작한 자격루 컨셉 과학실험장치를 전시한다. 더린넨2017(The Linen 2017)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해녀 문화를 재해석한 친환경 패브릭 브랜드 ‘해녀의 옷장’을 선보인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경북의 한류 콘텐츠 산업 잠재력을 국내외에 알리고, 지역 IP 콘텐츠가 신 한류 상품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7

코믹-반전으로 그린 가족의 초상, 연극 ‘살벌한 형제’

연극 ‘살벌한 형제’가 11월 16일까지 대구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은 사라진 5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와 암호화된 비밀 노트, 그리고 예기치 못한 한 여인의 등장으로 얽히는 형제의 추적극을 그린다. 추리와 코믹, 반전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시시각각 변주(變奏)되고, 형제의 갈등과 애증은 웃음 속에 녹아든다. ‘살벌한 형제’는 제목처럼 자극적인 사건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의 진심과 화해의 서사가 깔려 있다. 겉으로는 ‘살벌한’ 다툼이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형제 간 경쟁과 오해, 그리고 이해가 있다. 작품을 기획한 홍재임 예술감독은 “형제라는 관계는 평생의 경쟁이자 가장 깊은 유대”라며 “코믹한 설정 속에서도 가족의 책임과 사랑을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웃음극을 초월해 가족이라는 가장 오래된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비롯된 오해와 사고,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감정들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연극 ‘살벌한 형제’는 10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공연되며, 화~금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6시, 일요일·공휴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0-26

인류 번영은 멸종의 씨앗이 되었나

영국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수상자인 영국의 저명한 고생물학자 헨리 지는 신간 ‘인간제국 쇠망사’(까치)에서 인류의 흥망성쇠를 거시적 시각으로 조망한 역작을 통해 “인류는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도발적 주장을 펼치며 이를 체계적으로 논증한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 종(種)으로서 번영의 정점을 찍었지만, 로마 제국이 그랬듯 화려한 성공이 오히려 쇠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로마 제국 쇠망사’를 집필한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의 통찰을 인류사에 적용해 “한 종이 멸종하는 시점은 정점에 올랐을 때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충격적 메시지를 전한다. △제1부: 인류의 부상-정점으로 향하는 질주 저자는 약 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 종들과 경쟁하던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직립보행과 도구 사용, 사회적 협력 능력으로 무장한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를 비롯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유일한 인간 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농업혁명(약 1만 년 전)은 인구 폭발과 문명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식량 생산이 안정화되면서 인구는 급증했고, 기술과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성취가 ‘생태계에 대한 과도한 착취’의 시작이었음을 지적한다. 농업은 토양 침식과 생물 다양성 감소뿐 아니라 질병의 온상이 되었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제2부: 쇠락의 징후-번영의 대가를 치르다 인류의 황금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저자는 기후 위기, 자원 고갈, 감염병 확산을 현대 문명의 3대 위기로 규정한다. 저자는 1만 년 만에 처음으로 둔화된 인구증가율을 예로 들며, 우리가 몰락의 길 어디쯤에 와 있는지 파악하려면 번영의 절정 직후부터 나타난 균열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농업혁명이 풍요와 인구증가를 이끌었지만 동시에 건강 문제, 사회적 불평등, 작물 종 다양성 감소 등 예상치 못한 희생을 강요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출생률 감소, 정자 수 감소,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등 복합적 위기들이 사회 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경고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미 시작된 인구증가율 하락세가 금세기 말까지 인구 급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추락이 현실화되면 인류는 절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농업의 역설과 인구 감소, 환경 파괴의 악순환이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농업은 풍요를 가져왔으나 정착 생활로 인해 질병이 만연해졌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출산율이 급감하며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나 혁신가를 배출하려면 수십억 인구의 문명이 필요하다”는 말로 문명 쇠퇴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화석 연료 의존과 탄소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며, 이는 극단적 기상 재해와 생태계 붕괴로 이어진다. 저자는 “자연에 이토록 광범위한 위협을 가한 종은 인류뿐”이라며 “멸종의 낫질이 더 빨라질 것”이라 강조했다. △제3부: 탈출구 모색-우주에서 미래를 찾다 헨리 지는 인류가 멸망을 피하려면 새로운 진화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구 내에서 종 다양화를 이루기에는 이미 호모 사피엔스가 단일 개체군으로 고착화된 상태다.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우주 진출이다. 저자는 “우주 식민지 개척을 1~2세기 안에 준비해야 한다”며 “달이나 화성 등 다른 행성에 고립된 개체군을 형성해 새로운 종으로 분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 강조한다. 이는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생명의 역사가 위기 속에서 길을 찾아온 기록”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이라고 덧붙인다. 다만 이 과정은 막대한 기술적 도전과 사회적 결단을 필요로 한다. “우주 개척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직 태동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신기술과 인간이 가진 남다른 상상력과 생명력만이 그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다. 생명의 역사는 곧 위기 속에서 길을 찾아온 기록이며, 우리 눈앞에 펼쳐진 상황도 그러한 위기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3

“복지와 돌봄은 시민의 권리” 한국 경제의 판을 새로 짜다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과 양극화가 구조화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신뢰의 해체와 공동체 붕괴, 기후 위기와 생태적 파국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시장경제 체제와 질주하는 과학기술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결과, 주거와 일자리, 교육과 의료, 먹거리와 돌봄, 신뢰와 공동체, 소득과 미래 설계의 기회 등 당연하고 ‘기본적인’ 삶의 조건들이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신간 ‘기본경제 기본사회’(다할미디어)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성장, 양극화, 공동체 붕괴 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 사회경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 출신으로 청년기본소득 정책 설계에 참여한 유영성 박사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의 한계를 넘어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재정립하자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유 박사는 프롤로그에서 “효율과 성장만을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적 질주가 주거, 일자리,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파괴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인 43.2%(2022년 기준)에 달하며, 청년들은 주거비와 학자금 대출에 시달리고 중년은 돌봄과 노후 준비의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은 ‘기본경제’와 ‘기본사회’라는 두 개념을 제시한다. 기본경제는 주거, 식량, 의료, 교육, 돌봄, 에너지 등 인간다운 삶에 필수적인 영역을 공공적이고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재설계하자는 제안이다. 단순히 복지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구조 자체를 전환해 시장 실패 영역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사회는 신뢰, 연대, 존엄을 핵심 가치로 삼아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의 제도화를 의미한다. 기본경제를 토대로 한 사회 구조로서,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의 연대를 조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 두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책은 6가지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해 삶의 안전망을 구축한다. 기본자산은 생애 초기 단계에서 교육, 주거, 창업 등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해 자립 기반을 마련한다. 기본금융은 사회대출, 신용회복지원 등으로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한다. 기본서비스는 교육, 돌봄, 건강 등 공공인프라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 사회적경제는 협동조합, 지역기업 등을 통해 공동체 중심의 경제활동을 촉진한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 순환을 강화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기본경제:삶의 기반을 다시 짜다’에서는 시장경제의 한계와 기본경제의 필요성을 분석한다. 제2장 ‘기본사회: 관계의 구조를 다시 세우다’에서는 공동체적 가치 회복을 위한 사회 모델의 방향을 제시한다. 제3장 ‘통합: 기본경제와 기본사회, 하나의 구조’에서는 두 개념의 유기적 관계를 설명한다. 제4장 ‘실천: 기본경제와 기본사회의 구체적 실현’에서는 앞서 언급한 6가지 전략을 세부적으로 다룬다. 유영성 박사는 “기본경제와 기본사회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사회 계약”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거, 교육, 돌봄 등 삶의 필수 요소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아닌 모두의 권리로 인식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책 설계부터 시민 참여까지 다층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3

솔거·우양미술관서 한국 미술 특별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2025 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주 솔거미술관과 우양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특별전은 ‘APEC’의 주제어인 ‘지속 가능한 내일’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국제적 담론과 조응하는 한국 미술의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솔거미술관에서는 ‘신라한향: 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10월 22일~2026년 4월 26일)’ 전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내일’을 신라의 문화와 미학에 기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 불화장 이수자 송천 스님, 문화재 복원 전문가 김민 작가, 새활용(업사이클링) 유리공예가 박선민 작가 등 4인이 참여한다. 이들은 신라의 정신과 불교 미학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며 전통과 현대,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선보인다. 1년여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올해 7월 재개관한 우양미술관은 ‘백남준: 휴머니티 인 더 서킷츠(7월 20일~11월 30일)’ 전시를 진행 중이다. 고(故) 백남준 작가는 기술을 인간의 확장으로 인식하며 ‘유기적 회로’로서의 예술 세계를 펼쳤다. 이번 전시에서는 복원된 소장품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혼성’을 비롯해, 기술과 예술,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 대표작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솔거미술관이 전통에서 비롯된 현대 미술의 실천을 모색한다면, 우양미술관은 기술과 인간성의 관계를 탐구하며 글로벌 시대의 소통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APEC의 지향점인 ‘지속 가능한 내일’과 맞닿아 있어, 한국 미술이 국제 사회에서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 한정인 학예연구사는 “이번 특별전이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혁신을 조명하는 뜻깊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만큼, 한국 미술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2

조선 실존 김설보 여사 일대기 뮤지컬 ‘설보:여인의 숲’ 선보여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조선시대 실존 인물 김설보 여사의 삶과 포항 송라면 하송리에 전해지는 ‘여인의 숲’ 설화를 소재로 한 뮤지컬 ‘설보: 여인의 숲’을 오는 24일 오후 7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쇼케이스 형식으로 공개한다. 뮤지컬은 마을 번영을 위해 사재를 털어 숲을 조성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김설보 여사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신념을 지켜낸 한 여성의 용기와 희생을 그린다. 이번 쇼케이스는 2026년 10월 예정된 본 공연에 앞서 진행되는 시범 무대로, 낭독극 형식에 라이브 음악을 결합한 실험적 공연이다. 역사적 사실과 전통 설화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해 ‘읽는 공연’의 감동과 ‘듣는 서사’의 울림을 동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출연진은 주인공 ‘설보’ 역의 배우 오유민을 비롯해 아역배우 정은서(소월 역), 소리꾼 조용주(수 역), 배우 김진철(권진사 역) 등이 참여한다. 이외에도 박희수(최해문 역), 김수연(임막례 역), 김성재(윤기석 역), 옥경민(고분희 역), 안현석(덕구 역), 김시현 등이 합류해 개성 넘치는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이번 작품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예 배우들과 경험 많은 창작진이 협업해 제작됐다. 포항의 역사와 지명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조사와 구술 채록을 거쳐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공연예술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지역 창작 생태계 확장 차원의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설보:여인의 숲'은 지역 설화와 인물을 예술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첫걸음”이라며 “쇼케이스를 통해 본 공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문화 기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뮤지컬 ‘설보:여인의 숲’ 쇼케이스는 티켓링크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공연 일정 및 세부 사항은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와 공식 SNS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1

APEC 성공 기원 ‘한국-대만 문화예술 교류전’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고, 한국과 대만의 문화예술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한국-대만 문화예술교류전’이 오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 화랑마을 화랑전시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교류전은 대한민국천진서화협회(회장 김상지)가 주최하고 한국-대만 문화예술교류전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며, 주한국부산타이베이대표부 사무처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와 경주국제교류회가 후원 기관으로 함께한다. 이번 전시는 2024년 한국 경주시와 대만 타이난시의 우호도시 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교류전으로, 양 도시 간 문화예술 분야 협력의 실질적인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한국과 대만 각각 20명의 작가가 총 40점의 작품을 출품해 더욱 풍성한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경주 측에서는 서예가 덕봉 정수암(대한민국서예대전 자문위원), 서예가 도홍 김상지(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서예부문 대상), 서각가 최병두(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장), 서양화가 최한규(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 감사), 동양화가 박선영(전 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장), 문인화가 허필란(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김락현(국가유산수리기능인 5070호(도금공)), 도예가 하태훈(대한민국공예품대전 대통령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대만 타이난 측에서는 정유무(타이난시 서법학회 이사장), 오숙진(예진국제서법교류회 회장), 황지황(대만중국서법학회 여중화홍도서학회 고문), 임륭달(국립대만예술대학교수) 등 여러 우수한 작가들이 대거 참가해 예술적 교류와 상호 이해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김상지 대한민국천진서화협회 회장은 “이번 교류전은 역사 문화가 비슷하고 고도였던 경주와 타이난 양 도시가 우호도시 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맺는 역사적이고 어느 교류전보다 값진 결실이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진정한 우호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양 지역의 우수한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1

조슈아 벨 &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10년 만의 내한

독일 함부르크의 명문 오케스트라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이하 NDR 엘프필)가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10년 만의 내한 공연을 선보인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과 함께 하는 이번 무대는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NDR 엘프필은 1945년 북서독일 방송교향악단으로 출발해, 1956년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으로 명칭을 변경하며 북부 독일의 대표적인 교향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에는 함부르크 항구에 개관한 세계적 공연장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선정되며 현재의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공연은 2015년 첫 내한 이후 10년 만의 한국 방문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나는 뜻깊은 자리다. 지휘는 NDR 엘프필의 상임 지휘자 앨런 길버트가 맡는다. 그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세계적 명성을 쌓았으며, NDR 엘프필과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수석 객원 지휘자로 호흡을 맞춰왔다. 2019년부터는 공식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이며, 이번 무대는 2014년 뉴욕 필하모닉과의 내한 이후 11년 만의 한국 공연이기도 하다. 협연자인 조슈아 벨은 약 40년의 연주 경력을 자랑하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다. 2023/2024년 시즌 NDR 엘프필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의 음악감독으로도 활약 중이다. 소니 클래식 전속 아티스트로서 40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하며 그래미상·머큐리상·그라모폰상·오푸스클래식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 장조 작품번호 77’을 연주한다. 브람스의 고향인 함부르크를 기반으로 하는 NDR 엘프필과의 협연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선 음악적 순례로서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은 현대 영국 작곡가 안나 클라인의 작품 ‘요동치는 바다, 2018’의 한국 초연으로 막을 연다.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주제로 한 이 곡은 강렬한 감정적 울림으로 현대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어 2부에서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7번 d단조 Op.70, B.141’가 연주된다. 체코 민족주의적 정서와 낭만적 서정이 조화를 이루는 이 작품은 극적인 구성과 서정적인 선율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NDR 엘프필의 한국인 정단원 3인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제1바이올린 전하림(2011년 입단), 비올라 김영도(2016년 입단), 플루트 수석 한여진(2023년 입단)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이들의 연주는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1

“성공 개최 응원해요” 국민 참여주간 운영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이하 에이펙)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과 열의를 모은 ‘국민 참여 응원 이어가기(릴레이) 주간'을 20일부터 25일까지 운영한다. ‘에이펙 정상회의’에서는 21개 회원 정상과 대표단, 기업인, 언론인 등 세계각국의 인사들 2만여 명이 모인다. 회원국 간 무역과 투자 협력 강화와 더불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산업 성장 가능성 확보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방송·연예·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 30여 명이 에이펙 성공개최에 대해 한목소리로 응원한다. 에이펙 정상회의를 맞이하는 준비 관계자들과 지역상인·방문객 등 국민 20여 명 등도 응원에 참여해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응원 이어가기(릴레이)’는 지난 17일 에이펙 정상회의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소개 홍보영상을 기반으로, 유명인 4편과 일반 국민 2편 등 영상 총 6편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또한 문체부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에이펙 홍보영상, 응원 영상 1편과 연계해 국민 참여 응원 댓글 행사를 진행해 응원 열기를 이어간다. 자세한 참여 방법은 대한민국 정부 누리소통망(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체부 이정은 디지털소통관은 “국가적으로 큰 행사인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가 10일을 남겨 둔 만큼,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에이펙의 성공적 개최를 응원하는 많은 국민의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1

‘곧음의 도’를 지키다···옥천 조덕린의 삶

조선 후기 남인의 대표 학자이자 지조와 절의의 상징인 옥천 조덕린(玉川 趙德隣·1658~1737)의 삶과 사상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영양군이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주관하는 ‘옥천 조덕린의 학문과 사상’ 학술대회가 21일 오후 2시 한국국학진흥원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조덕린은 하회의 겸암 류운룡과 서애 류성룡의 학문적 전통을 이어받고, 갈암 이현일의 학문을 계승한 영남 남인의 거목이었다. 문과에 급제한 뒤 여러 관직에 제수됐으나 대부분 사양하고 학문과 후진 양성에 매진했다. 1725년 영조에게 올린 ‘을사십조소(乙巳十條疏)’에서 당쟁 폐해 극복, 인재 등용, 민생 구제를 촉구했으며, 군신 간 도리 회복과 도덕·예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68세의 나이에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됐고, 이후 두 차례의 귀양과 재유배를 겪었으나 학자적 지조를 끝까지 지켰다. 1736년 서원 난립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탄핵돼 제주 유배 길에 강진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일생은 진리와 공공 책임을 추구한 조선 지식인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조덕린 사후에도 가족들은 그의 뜻을 이어갔다. 아들 조희당은 초당을 세워 학문을 계승했고, 손자 조진도와 형제들은 조부의 신원(伸冤)에 평생을 바쳤다. 남인 학통을 이은 채제공, 이가환, 정약용 등과 교유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262년 만인 1899년 복관이 이뤄졌다. 영양 주실에 터를 잡은 한양조씨 옥천문중은 조덕린의 지조와 학문을 가문의 근본으로 삼아 ‘곧음’의 도를 지켜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우인수 경북대 명예교수(옥천 문중의 신원 노력과 가학 전통), 윤재환 단국대 교수(조덕린의 삶과 시세계), 이근호 충남대 교수(현실인식과 ‘을사십조소’의 경세론), 송혁기 고려대 교수(사직 상소문의 입의와 수사), 서근식 성균관대 초빙교수(‘역경의의’ 연구) 등이 발표자로 나서 다각도로 조덕린을 분석한다. 권진호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조덕린 선생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한 학자의 본분을 지킨 인물”이라며 “학술대회를 통해 그의 사상을 성찰하고, 개인의 양심과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인문정신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