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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부, 유교문화 교육 강화한다···전통문화 계승·발전 계획 발표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제1차 성균관·향교·서원 전통문화 계승·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유교문화 교육 강화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중심으로 한 실행 방안을 공개했다. 이는 2023년 7월 제정된 ‘성균관·향교·서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성균관·향교·서원법)에 따른 첫 종합계획으로, 전국 234개 향교와 1087개 서원의 문화유산 보존·계승을 목표로 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맞춤형 유교문화 교육 프로그램 확대(지역민 대상 강좌, 온라인 수강자 증대) △향교·서원 연계 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 해설사 양성 △전통문화교육관 등 유교문화 체험 기반 시설 추가 설립 추진 △보유 기록유산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전통 예절·제향 표준안 마련 △청소년 인성교육용 콘텐츠 제작 및 석전대제(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에서 지내는 제사 의식) 보존 강화 △국가유산돌봄사업을 통한 상시 관리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향교·서원의 소중한 전통문화 자산을 지속해서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번 종합계획을 수립했다”며 “앞으로 종합계획에 담겨 있는 세부 과제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6

이강소 회고전 ‘곡수지유’… 50년 예술 여정 한눈에

이강소 작가(82)는 대구 출신으로, 실험적 기법으로 유명한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다. 그는 그림, 판화,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사진, 도예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장르나 재료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탐구해왔다. 직감과 유희적 접근으로 완성된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고정된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작품의 개방성을 통해 주체적인 상상과 의미 재구성을 유도하며, 이는 예술과 수용자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그의 창작 철학을 반영한다. 대구미술관에서 지난 9일 개막한 이강소 회고전 ‘곡수지유(曲水之遊): 실험은 계속된다’는 내년 2월 22일까지 대구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조각, 설치, 판화, 드로잉 등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1970년대 실험미술의 선구자로서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온 그의 예술적 탐구의 궤적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특히 초기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아우르며 유연한 사고와 창작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 제목 ‘곡수지유(曲水之遊)’는 고대 중국에서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보내며 시를 짓던 풍류에서 비롯됐다. 이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자유롭게 사유하며 예술적 실험을 이어온 이강소의 작업 방식과 맥을 같이한다. 전시는 ‘곡수지유’의 정신과 ‘실험정신’을 중심으로 그의 반세기 예술 여정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곡수지유의 개념은 흐르는 물과 순간적 영감이 교차하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다. 이강소의 작업 현장인 낙동강변은 강물과 모래사장, 갈대밭이 어우러진 자연 환경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됐으며, 동료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새로운 미술을 향한 열정의 토대가 됐다. ‘실험정신’은 그의 작업을 이끈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69년 신체제를 결성하고, 1970년대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에서 현대미술운동을 주도했다. 특히 1974년 창설한 대구현대미술제는 한국 최초의 전국적·국제적 현대미술제로, 이후 전국 각지로 현대미술제가 확산되는 출발점이 됐다. 이 시기의 실험정신은 회화·조각·판화 등 전통적인 매체로 이어지며 한층 심화됐다. 전시는 최근작에서 출발해 1970년대 실험미술과 이후의 확장을 따라간다. ‘청명(淸明)’ (2016~) 연작은 맑은 정신세계를, ‘바람이 분다’(2022~) 연작은 청명의 기운에 화려한 색채를 더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무채색을 고수해 온 그는 “색이 나를 유혹했다”라는 고백처럼 자연스럽게 색을 받아들이며, 또 다른 국면을 열었다. 1970년대 대표작들은 한국 실험미술의 역사를 증언한다. 제9회 파리비엔날레에 출품된 ‘무제 1975-31’, 이른바 ‘닭 퍼포먼스’는 전시장 한가운데 살아 있는 닭을 매어두고, 그 흔적을 작품으로 선언한 파격적 작업이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순간을 예술로 바꾼 이 작품은 한국 실험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자, 이강소를 국제무대에 알린 계기가 됐다. 비디오 작업 ‘Painting 78-1’은 투명한 유리 위에 붓질로 화면을 채우는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회화를 ‘완성된 결과’가 아닌 ‘그려지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터넷은 물론 컬러 텔레비전조차 보급되기 전이었던 1977년에 시도된 이 작업은 회화와 비디오를 결합해 매체 확장의 전환을 보여줬다. 중앙 섹션에서는 198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강소 회화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직접적 서사를 배제하고 자연의 형세나 물의 흐름 같은 잔상으로 채워진 화면은 관람자의 시선과 경험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멀리서는 고요한 산세를 닮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능선이나 빗물을 머금은 하늘로 변모한다. 이처럼 무한히 생동하는 화면은 ‘살아 있다’는 표현을 떠올리게 하며, 이것이 이강소 회화가 지닌 독특한 매력이다. 조각 또한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그는 서구식 덩어리 조작 대신 흙, 불, 바람, 빛 같은 자연 요소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Becoming(되어감)’이라 명명한 이 작업은 자연의 질료와 작가의 신체가 어우러지며, 우연의 개입 속에서 작품이 완성된다. 이강소는 이를 “의식과 무의식의 합작”이라 설명했다. 1전시장의 마지막에는 판화 작품과 함께 1970년대 이강소가 주도한 실험미술 운동과 대구현대미술제를 중심으로 다룬 아카이브 공간이 선보인다. 신체제,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에꼴드서울 등의 활동과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이어진 대구현대미술제의 기록이 귀중한 자료로 되살아난다. 또한 어미홀에서는 이강소의 1973년 첫 개인전 출품작 ‘소멸’을 중심으로 갈대와 브론즈 조각이 어우러진 공간이 마련된다. 자연광이 스며드는 창과 설치가 조화를 이루며, 관객은 낙동강변의 정취와 현재의 공간을 동시에 체험하고, 곡수의 흐름이 담긴 작가의 예술을 체감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이강소의 예술은 반세기 동안 이어진 실험과 확장의 여정”이라며 “고향 대구에서 열리는 14년 만의 대규모 회고전인 만큼, 그의 작품 세계의 깊이와 감동을 직접 느끼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강소 작가 약력 △1943년 대구 출생 △서울대 미대 졸업, 경상대 교수, 뉴욕주립대 올버니캠퍼스 객원교수 역임 △2003년 이인성 미술상 수상 △주요 활동 ▲1970년대 혁신적 실험 미술: 명동화랑에서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퍼포먼스 전시 개최. 신체제와 AG(Art Group)를 통해 전위적 작업 전개. ▲국제적 명성:1975년 파리청년비엔날레, 1977년 상파울루비엔날레 참가. 파리비엔날레의‘닭 퍼포먼스’로 프랑스 언론 주목. ▲미술운동가: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설, 제도적·상업적 지원 없이 순수 실험 미술 구현. ▲회화 탐구: 1985년 이후 오리·사슴·배 등 상징적 이미지로 ‘실재와 재현’ 문제 탐색. ▲해외 진출: P.S.1 프로젝트 선정(1991~92), 뉴욕·런던(테이트 갤러리)·바비칸 센터 등에서 활동. ▲예술적 성과:1970년대 신체제와 AG로 실험 미술 기반 마련, 이후 회화·사진·조각 등 매체 확장.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실험적 접근을 통해 국내외에 영향력 발휘, 현재까지 창작 탐구 지속.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6

세월호에서 독산동까지… 예술이 되다

영천 시안미술관은 지난 12일부터 11월 16일까지 본관 1, 2, 3전시실에서 2025년 하반기 특별기획전으로 중견 작가 최선(52)의 개인전 ‘물 위의 자리(A Place on the Water) ’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추구하는 ‘사람과 예술, 오늘의 연구’라는 방향성에 맞춰, 사회적 트라우마와 개인의 기억을 예술적 기호로 변환하는 최선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명한다. 2005년부터 2025년까지의 회화·설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산업 유산, 사회적 상처, 시간의 흔적을 재료로 삼아 ‘말할 수 없는 것’을 시각화하는 작가의 독창적 접근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최선 작가는 세월호 참사,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 구제역 살처분, 구미 불산 누출 사건 등 한국 사회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언어가 삭제한 고통의 구체성을 물질적 흔적으로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현장 바닷물에 캔버스를 담가 얻은 소금 결정은 희생자들의 부재를 응축한 증언이 되며,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물대포 대신 사용한 캡사이신을 캔버스에 발라 국가의 폭력을 시각화한다. 이처럼 작가는 “통계와 행정 용어로 환원된 비극을 신체적 감각으로 되돌리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은 1980년대 섬유·봉제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산업 구조 변화로 쇠퇴한 지역이다. 최선은 이곳에 버려진 폐기물과 폐조명을 재활용해 ‘독산회화’ 연작을 제작했다. LED 폐기물로 만든 설치 작품은 독산동에서 사라진 노동자들의 존재를 상징하며, 폐조명을 재점등한 작품은 산업 시대의 유산을 현재로 소환한다. ‘버려진 조명 속에 담긴 노동의 시간을 다시 밝히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관람객은 빛을 통해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공존을 체험하며, 산업화의 그림자에 묻힌 개인사를 반추하게 된다. 작가는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하라”는 명제를 뒤집어, 침묵 자체를 사회적 증언의 형식으로 재해석한다. 그의 작품에서 침묵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소금·껌·유골 가루 등 물질적 흔적이 증언하는 ‘열린 틈’이다. 인천 거리에서 채집한 노숙인의 침은 사회적 배제의 흔적으로, 껌은 제도 밖 청소년들의 목소리로 재구성된다. 특히 ‘실바람’은 무연고 유골 가루를 캔버스에 뿌려 만든 작품으로, 죽음과 소멸이 아닌 ‘잔여’로서의 기억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현재에 스며들어 미래를 질문한다”고 말한다. 최선의 작업은 시간의 선형적 흐름을 거부한다. ‘별똥 떨어지던 날’은 항암제로 캔버스를 탈색시켜 시간의 파괴적·창조적 이중성을 드러낸다. 항암제가 건강한 세포까지 파괴하듯, 시간의 흐름은 소멸과 회복을 동시에 품는다. 이 작품은 별똥별의 순간적 소멸이 소망을 상징하는 역설처럼, 트라우마의 흔적이 새로운 생성의 계기가 됨을 암시한다. 또한 ‘멀미’는 군복 카모플라주 패턴을 차용해 분단 현실과 이념적 낙인을 비판하며, 정체성의 불안정성을 색채의 어긋남으로 표현한다. 최선은 개인의 고통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얻는다고 본다.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의 숨결을 한 캔버스에 겹쳐 그린 ‘호흡’ 시리즈는 생명의 근원적 행위가 타자에 의해 유지됨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관계는 평화로운 공존이 아니라 ‘낙인과 배제의 불안정성’ 속에 있다. 작가는 “예술은 고정된 답이 아니라, 부재와 균열을 안고 살아가는 질문”이라고 강조한다. 최선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침묵을 세상과 그 너머를 새롭게 바라보는 구도의 과정으로 정의하며, 이를 통해 모든 존재와 관계가 숭고하게 재탄생하는 순간을 ‘침묵과 빛의 만남’으로 형상화하고, “빛을 향해 마음을 열면 불신이 사라지고 황금빛이 스며들어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이룬다”고 말한다. 박천 시안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이 사회적 기억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최선의 작업은 트라우마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흔적이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5

문화예술교육·기술 융합으로 ‘창의도시 포항’ 도약

단순한 예술 체험으로만 여겨졌던 창의적 문화예술 교육이 시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며 크게 주목받고 있다. 문화예술 교육 향유가 참여자를 능동적인 주체로 이끌어 시민 개개인에게는 내적 풍요와 행복감을 높이는 계기를, 사회에는 연대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토대가 되고 있다. 포항시 출자·출연기관인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전담팀(TF) 신설과 국비 유치를 통해 ‘꿈의 무용단’, ‘가가호호’ 등 계층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람 중심 도시’ 구현에 나선다. 또한 ‘제6의 섬 예술기술융합 놀이터’, ‘포항 AI 영화제’, ‘공예+기술 실험실’ 등 예술과 최첨단 기술의 융합 프로젝트를 추진, 시민 주도 문화 조성에 집중한다. 포항문화재단, 전담팀 신설·국비 4억8800만원 확보 꿈의 무용단·포항 AI 영화제 등 융합형 예술교육 추진 교육 사각지대 해소·인재 양성… 도시 정체성 재정립 ◇‘문화예술아카데미 전담팀(TF)’ 신설, 체계 재정비… 4억8800만원 국비 유치 포항문화재단이 올해 초 ‘문화예술아카데미 전담팀(TF)’을 구성하며 예술교육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기존 부서별로 분산됐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합 관리해 기획력과 실행력을 극대화한 이 팀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공모사업에서만 총 4건, 4억88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하며 ‘교육도시 포항’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아동부터 청년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교육 사각지대 해소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꿈의 무용단 포항’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공모에 선정된 이 프로젝트는 5년간 국비 지원을 받아 진행되며, 아동·청소년이 무용을 통해 자기표현과 공동체 감각을 키우는 장기 프로젝트다.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감정 교류와 예술적 소통에 초점을 맞춰 무용을 통해 자기 이해와 타인과의 소통 능력을 키우며, 예술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또 ‘가가호호(家加好好)’ 프로그램은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 문화적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감정표현·미술놀이·신체 퍼포먼스 등 가족 소통 프로그램을 제공해 정서적 치유와 유대 강화를 도모한다. △내년 신규 사업 통해 ‘창의인재 양성’ 가속화 2026년에는 ‘문화기획자 양성 아카데미’와 ‘아트브릿지 캠프’가 본격 가동된다. 문화기획자 양성 아카데미는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문화기획 역량을 체계적으로 키우고 지역 문화 생태계의 인적 기반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문화기획자를 새롭게 발굴하고, 시민·예술가·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실습형 프로젝트로서 최종 결과물을 지역 축제 및 문화행사와 연계해 실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아트브릿지 캠프(Art Bridge Camp)는 문학·미술·음악·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기반으로 장르별 거장 및 전문가를 초빙해 창작 체험, 마스터클래스, 특화 워크숍 등을 운영하는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하며, 예술 장르 간 융합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예술로 사고하고, 예술로 연결하는’ 창작 경험을 제공한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문화예술교육은 시민의 삶과 도시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포항이 산업도시에서 벗어나 창의교육도시로 도약하는 데 교육이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술과 기술, 산업의 경계를 허물다···‘융합창작 생태계’ 가동 포항문화재단은 첨단기술과 예술, 산업과 시민을 연결하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 역량을 극대화하며 지역 창작 생태계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제6의 섬 예술기술융합 놀이터', ‘포항 AI 영화제’, 그리고 새롭게 시작된 환동해 공예산업 특화지역 조성 사업 등은 창의와 협업, 융합을 기반으로 한 포항형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예술기술의 실험정신, ‘제6의 섬’ 프로젝트: 과학과 예술의 컬래버레이션 포항문화재단은 지난 6월 24~27일 예술과 기술, 놀이를 융합한 창작 실험 플랫폼 ‘제6의 섬 예술기술융합 놀이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포항의 장소성과 역사, 산업 자원을 바탕으로 한 리서치와 협업을 통해 총 8개의 프로토타입 작품이 제작됐으며, 각 작품은 디지털 인터랙티브, 증강현실, 센서 기반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기술 매체와 예술적 상상력의 접점을 보여줬다. 과학기관과의 협업은 지역의 과학 인프라가 예술 창작의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으며,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 가능성도 제시했다.   △AI로 그리는 포항 이야기: 시민 참여형 영화제와 워크숍 AI(인공지능) 영상 제작 워크숍(7월 30~8월 21일)은 20명의 시민이 참여해 직접 스토리를 기획하고, 생성형 AI 툴을 활용해 영상을 제작하는 실습형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삶, 환경, 지역문화 등의 주제를 AI와 결합해 3~5분 분량의 창작물을 완성했으며, 해당 영상은 오는 11월 AI 시민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어서 열린 ‘AI 시네마 캠프: 포항’(8월 27~29일)에서는 전문 창작자들이 팀을 이뤄 AI 기술과 로컬 스토리를 결합한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이 캠프는 포항의 정체성을 반영한 콘텐츠 제작 모델을 제시했다. △기술과 손의 기억이 만나다: ‘공예+기술 실험실’ 워크숍 개시 9월부터 시작된 금속공예 기반의 ‘공예+기술 실험실(Craft+Tech LABS)’ 워크숍은 금속 기술 분야 퇴직자, 공예작가, 디지털 기술 청년이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공예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술과 전통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 가치를 창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스터 매칭 워크숍’은 철강 퇴직자와 작가가 금속 공예 작품을 공동 제작하며, ‘기술×공예 융합 워크숍’은 디지털 기술과 전통 공예의 결합을 시도한다. 모든 결과물은 오는 12월 전시를 통해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예술교육은 시민의 삶을 바꾸는 동시에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열쇠”라며 “앞으로도 예술교육의 문턱을 낮추고, 지역 자원을 창의적 자산으로 전환하는 실험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4

“전통주에 담긴 인문학의 향기”…대구서 특별 강연 열린다

참다운 술맛의 의미를 되새기는 인문학 강연이 대구에서 마련된다. 도서출판 학이사와 대구월드투어는 오는 24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종로 소재 몬스터즈크래프트비어에서 ‘전통주로 빚은 인문학’ 북토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원장 박운석 저자의 신간 출간을 기념해 열리며, 곽연호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수석연구원이 대담자로 나선다. ‘참다운 술맛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라는 주제 아래 전통주가 지닌 철학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인문학적 시각에서 풀어낼 예정이다. 참가비는 1만 원이며, 행사 당일 저자가 직접 빚은 전통주 시음도 준비돼 있어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문의는 학이사(053-554-3432)로 하면 된다. 주최 측 관계자는 “전통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철학이 담긴 문화유산”이라며 “이번 강연을 통해 전통주의 깊은 맛과 의미를 나누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운석은=경북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매일신문에서 문화부장을 지냈고, 대구문화재단에서는 문화기획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문화 발전에 힘써왔다. 현재는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전통주 교육훈련기관(제21호)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우리 술의 대중화와 교육에 힘쓰는 전문가로서 활발한 저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스무 색깔 스무 느낌’과 ‘차근차근 수제맥주’가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 술과 관련된 인문학적 시선을 소개하고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14

"일상의 미세한 울림을 담다" ···포항 정미영 수필가 두 번째 수필집 ‘소리의 서막’ 출간

포항에서 활동하는 정미영(53) 수필가가 두 번째 수필집 ‘소리의 서막’(아르코 )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고요한 순간 속에서 발견되는 삶의 소리, 말 이전의 숨결, 기억 속 침묵까지 일상의 미세한 진동을 54편의 글에 담아냈다. 2025년 경북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된 이 작품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을 위한 자리”라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에게 은은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의 표제인 ‘소리의 서막’은 ‘소리의 서막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에서 따왔다. 정 수필가는 “사이렌 소리처럼 생명을 구하는 소리는 진중한 밀도로 다가오듯, 모든 소리가 희망으로 귀결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특한 시선은 2024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필 부문 선정으로 이어지며 작품의 깊이를 증명했다. 수필집은 제1부 ‘내 영혼을 매혹하는 수필 향기’부터 제5부 ‘나의 소소한 여행’까지 총 5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오래된 슬픔과 찰나의 기쁨을 교차시키며, ‘달빛이 환한 밤’ ‘벚꽃, 그리움’ 등 추억과 상실의 감정을 풀어낸다. 제2부에서는 문장과 책, 여행이 교차한다. ‘소나무 향 따라 맨발로 걷는 북천수’ ‘우물쭈물하면 좀 어때’처럼 사소한 순간에서 발견한 삶의 통찰이 돋보인다. 제3부 ‘영수 회담: 영화, 수필을 만나다’는 ‘장밋빛 인생’ ‘번데기, 아버지의 시간을 풀다’ 등 영화적 상상력과 수필적 사유를 결합했다. 제4부는 ‘소리의 서막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를 비롯한 10편의 수상작이 수록됐다. 내면의 고요함과 치유를 탐구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제5부는 ‘아를, 고흐의 그림 속을 걷다’, ‘알람브라 궁전, 시간의 문을 열고’ 등 유럽 여행기를 서정적으로 기록하며 공간과 시간의 교차를 그려냈다. 정미영 수필가는 “가장 깊은 말은 침묵 속에서 피어난다”고 말한다. 15년간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며 쌓아온 통찰을 바탕으로, 그는 이번 책에서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거대한 서사로 확장시켰다. 특히 ‘영수 회담’ 시리즈는 영화 속 장면과 현실의 감정을 연결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2005년 ‘에세이스트’ 신인상으로 등단한 정미영 작가는 2020년부터 경북매일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며 지역 사회에 문학적 감수성을 전파해왔다. 첫 산문집 ‘사계’(2023)에 이어 이번 신작에서도 삶과 소리, 기억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독자들과 소통한다. 그는 “오래된 슬픔에서 태어난 글도, 지나가는 바람 같은 기쁨에서 탄생한 글도 모두 나를 쓰다듬었다”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도 은은한 치유의 서막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4

역사를 통해 바라본 현대 국가와 정치 권력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교수 데이비드 런시먼의 신간 ‘국가 권력에 관한 담대한 질문들’(아날로그)은 홉스에서 후쿠야마까지 12명의 사상가를 통해 국가, 권력, 정치를 재해석한다. 이 책은 고전적 저작을 단순히 해설하는 대신, 현재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사상 주요 사상가들의 통찰을 불러내어 오늘날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경험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현대적 쟁점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은 17세기 중반부터 20세기 말까지 정치사상사의 핵심 저작 중,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작품 12편을 선정해 현대 정치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와 그들의 사상을 국가, 권력, 정치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와 연결해 체계적으로 탐구한다. 내용은 홉스-국가관, 울스턴크래프트-성정치학, 콩스탕-자유, 토크빌-민주주의, 마르크스·엥겔스-혁명, 간디-자치, 베버-리더십, 하이에크-시장, 아렌트-행동, 파농-폭력, 맥키넌-성적 억압, 후쿠야마-역사의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는 1장에서 다루는 ‘홉스와 국가관’이다. 성경 속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을 절대 권력을 지닌 주권자로 비유한 홉스의 사상은 현대 국가의 근간을 설명한다. 런시먼은 “정부가 국민 덕분에 권력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국민이 정부의 지배를 받는다”는 현대적 개념의 기원을 추적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대적 권위가 필요하지만, 그 권력이 평화를 위협할 때 발생하는 딜레마를 강조하며, “우리를 정치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정치 자체이며, 이는 우리가 결코 정치에서 구원받지 못함을 의미한다”(57쪽)고 역설한다. 2장 ‘울스턴크래프트와 성 정치학’에서 다루는 ‘여성의 권리 옹호’(1792)와 11장 ‘맥키넌과 성적 억압’에서 다루는 ‘페미니스트 국가 이론을 향하여’(1989) 사이에는 200여 년의 시간이 존재한다. 18세기 영국의 사상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여성의 이성적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남성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만큼 허무맹랑하다”(73쪽)며 교육권과 시민 참여를 주장했다. 200년 뒤 맥키넌은 ‘페미니스트 국가 이론을 향하여’에서 국가와 법이 남성 권력을 재생산하며 여성 억압을 정당화한다고 비판한다. 런시먼은 두 저작이 던지는 문제의식에는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그 외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선언’을 통해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다운 삶은 가능한가?”를 묻고, 간디는 ‘힌두 스와라지’에서 “진정한 독립과 자유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베버는 1919년 독일 패전 직후 베를린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연을 정리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진정한 정치가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해 신념과 책임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사람만이 정치가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답한다. 1958년에 이미 기계 기술 시대에 축소되는 인간과 기계가 지배하게 될 세상을 경고한 ‘인간의 조건’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문구에 갇혀 있던 해나 아렌트의 새로운 정치철학적 시각을 보여준다. 런시먼은 고전 사상가의 사유를 단순히 복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팬데믹이 드러낸 국가의 이중성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국가가 잘 작동한다면 우리는 정치를 잊게 되지만, 그러기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홉스의 역설처럼,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로 하여금 현대 정치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1

홍석현 회장이 전하는 책임 있는 삶과 리더십의 통찰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얻은 통찰을 담은 에세이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중앙북스)을 출간했다. 중앙일보·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을 이끌며 한국 언론·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경험과 내면의 성찰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홍 회장은 “삶을 돌아보는 것이 곧 삶을 돌보는 일”이라는 신념 아래, 개인의 성장부터 사회적 책임, 영적 성숙까지 세 가지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언론사 경영자로서의 철학을 강조하며, “핵심 인사에 대한 인사권은 갖되 제작 독립성은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히며 언론의 공정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고민을 드러냈다. 중앙일보, 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을 이끌며 국내 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개혁을 이끌어온 그는 해방 후 대한민국 국적으로 태어나 해외 유학에 오른 1세대 글로벌 리더이기도 하다. 이 책은 거창한 담론이 아닌 구체적인 삶의 체험에서 길어낸 진솔한 고백과 성찰을 통해 독자들에게 지혜, 리더십, 영성을 전하는 출판물이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그동안의 삶의 긴 여정을 되돌아보며, “삶을 돌아보는 것은 곧 삶을 돌보는 일”이라 강조하며,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 그리고 영성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현재의 자신과 독자들에게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성장’, ‘품격’, ‘영성’ 세 장으로 구성됐다. ‘성장’ 부문에서는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 삼성 이건희 회장 등과의 만남을 통해 체득한 리더십과 도전 정신이 담겼다. ‘품격’에서는 인간관계와 대화 태도 등 내면적 자질의 중요성을, ‘영성’에서는 ‘왜 사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나눔과 중도의 가치를 역설한다. 그는 “비평가가 아닌 주인으로 살라”, “조건 없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며 외적 성취보다 자기 삶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또한 매형인 이건희 회장에 대해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특별한 존재”라고 회고하며 가족과의 관계에서 얻은 교훈도 전했다. 홍 회장은 중앙일보 사장 취임 후 진보 지식인 필진을 초빙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문으로 변화시킨 경험을 소개하며,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조직에서 직위가 높을수록 ‘듣는 귀’를 열어야 한다”며 쓴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사회 지도층에 권고하기도 했다. 이번 책은 화려한 경력 뒤에 숨은 개인적 고뇌와 종교적 성찰까지 담아내며, “더 나은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홍 회장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갈등과 혼란 속에서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책이 “리더들의 성공담이 아닌 평범한 이들의 공감을 이끄는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홍석현은 1977년부터 7년간 세계은행(IBRD)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귀국해 1983~85년 재무부와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삼성을 거쳐 1994년 중앙일보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중앙일보·JTBC 회장,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삶을 함께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1

신경과학자의 ‘100% 뇌 활용법’ 요시 할라미시, 뇌 코드 활용 전략 소개

신경과학자 요시 할라미시의 신간 ‘100% 뇌 활용법’(심심)은 뇌를 ‘생존을 최적화하는 기계’로 해석하며, 기억·학습·감정 조절 등 뇌 기능의 진화적 기원을 탐구한다. 책은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해 일상적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방법을 제시하며, ‘뇌의 코드’를 활용하는 전략을 전수한다 책은 인간의 뇌가 ‘잊어버리는 능력’을 가진 이유를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설명한다. 뇌가 모든 정보를 저장하려 한다면 생존에 필수적인 정보 처리에 에너지가 분산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대추야자 경작’에 비유한다. 불필요한 잎을 제거해 열매 성장을 촉진하듯, 뇌도 불필요한 기억을 버리며 중요한 정보에 집중한다는 주장이다. 뇌가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에도 진화적 목적이 깃들어 있다. 예를 들어 ‘기쁨’과 ‘질투’는 뇌 활동 활성화 측면에서 유사하다. 두 감정 모두 신체 반응을 촉진해 위기 시 즉각적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만족감’이나 ‘슬픔’은 뇌를 ‘수동 모드’로 전환시켜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정신적 면역체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뇌의 생존 지향적 메커니즘은 때로는 부작용을 낳는다. 저자는 ‘에너지 축적 욕구’가 과식으로 이어져 비만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하며 “폭식 후 절식은 오히려 뇌 건강에 도움된다”고 조언한다. 또한 임상 우울증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뇌의 방어 기제’로 해석하며, 약물 치료 외에 사회적 안전망 강화(가족 관계 복원, 직장 휴가 제도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책은 뇌의 메커니즘을 활용한 실용적 팁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창문을 잠갔는지 헷갈릴 때는 “손으로 닫으며 ‘닫았다’고 소리 내고, 사탕을 씹으며 주변 풍경을 응시하라”고 권한다. 시각·청각·미각을 동시에 자극하면 뇌가 정보를 생존과 연결해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의 작동 원리를 역이용해 일상적 실수를 줄이고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할라미시는 “과도한 생존 본능을 통제하려면 인간만의 이성적 판단이 필수적”이라 강조한다. 뇌의 기본 설정을 의식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집중력 저하, 감정 기복, 기억력 감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역발상’을 적용하는 것이 진정한 뇌 활용법임을 밝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1

‘우리는 이곳에서 살며, 놀았다’ 60여년 ‘일월문화제’ 내달 개최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오는 10월 11~12일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일대에서 ‘우리는 이곳에서 살며, 놀았다’ 를 주제로 ‘제16회 일월문화제’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이번 축제는 지역민뿐 아니라 귀성객과 관광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역사·예술·공동체가 어우러진 종합 문화 축제로 꾸려질 예정이다. 특히 포항의 대표 관광지인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열리는 만큼, 지역 고유의 역사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상징성과 의미를 한층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1964년 보경문화제에서 시작해 2007년부터 현 이름으로 이어진 축제는 10월 11일 개막식에서 포항시 가족센터의 ‘다소리세오녀합창단’ 공연으로 시작된다. 이어 300여 명의 시민과 예술인이 참여하는 ‘대동의 장’ 퍼포먼스가 포항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장대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지는 주요 프로그램 또한 전통 민속놀이부터 현대 예술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취타대, 월월이청청, 동해안별신굿 등 지역 고유의 전통 놀이가 생생하게 재현되며, 포항미술협회는 겸재 정선을 주제로 한 강연, 포항문인협회는 시화전과 문학 44년사를 조명하는 토크쇼를 진행한다. 공연 부문에서는 포항국악협회 풍물경연대회, 영화인연합회 영화살롱, 음악협회 이음앙상블 연주 등이 관객을 맞이한다. 부대 행사로는 문화예술팩토리에서 ‘K-헤리티지 아트전' 전시와 귀비고 기획전시 ‘달을 그리다’, ‘일요향악:가무백희’ 공연이 진행되며 폐막 후에는 일월문화제 60주년 심포지엄과 아카이브 전시로 의미를 되새긴다. 특별 프로그램으로 9월 23~26일 교육·현장 투어가 운영되고, 매일 점심에는 방문객 참여형 피크닉도 열린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일월문화제는 포항 시민의 삶과 기억을 공유하는 문화의 장(場)”이라며 “올해는 전통과 현대, 시민과 예술인이 어우러져 포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1

K-컬처 뿌리 찾는 문화교류의 장,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개최

‘K-팝 열풍의 뿌리, 유럽에서 전통 기록유산으로 재탄생하다’ 안동에 위치한 국학 자료 연구·보존 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이탈리아 나폴리 산 로렌초 마조레 성당에서 ‘K-Heritage in Italy: 기록과 미식의 만남’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문화 시장을 강타한 K-팝 신화의 근원이 된 전통 기록유산과 식문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을 탐색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행사는 세 가지 축으로 유기적인 결합형태로 진행된다. 개막일인 9일에는 유네스코 기록유산과 한-이탈리아 기록문화의 정수를 주제로 한 강연이 펼쳐졌다. 서예·판각 시연, 한글 캘리그라피, 전통 부채 제작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의 오감을 자극했다. 10일에는 종이·필기구 등 기록 매체를 중심으로 한 학술 교류가 진행돼 동서양의 기록문화가 지닌 공통분모와 차별점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음식과 기록유산의 관계를 탐구하는 강연이 이어지며, 조선 시대 조리서 ‘수운잡방’과 이탈리아의 전통 요리법이 소개된다. 특히 광산김씨 설월당 김부륜 종가의 종부가 직접 재현한 전통 조리법으로 시식 체험을 제공해 기록 속에 담긴 미식의 역사가 현실로 구현되는 과정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산 로렌초 마조레 성당 내부는 ‘K-팝 판타지의 원천’, ‘손글씨로 남긴 역사’, ‘목판에 새긴 기록’, ‘글시에 깃든 예술, 편액’, ‘그림에 담은 소망과 상징’ 이라는 다섯 가지 테마로 꾸며졌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예술적 상징으로 승화된 유물들이 현대 K-컬처와의 연결고리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 유전자를 드러낸다. 행사의 백미는 한국 전통 탈춤과 이탈리아 희극 캐릭터 풀치넬라의 컬래버레이션 공연이다. 해학과 풍자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적 정체성이 하나의 무대에서 융합되며, 관객들에게 낯설지만 친숙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뒤이어 진행되는 한국 음식 시식 체험은 기록과 미식이 결합된 오감 만족의 피날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K-컬처의 세계적 성공은 오랜 세월 축적된 전통 기록과 예술적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번 나폴리 행사가 그 뿌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한국과 이탈리아가 새로운 교류를 열어가는 뜻깊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고문서와 고서적을 집대성해 디지털 아카이브로 재구축하는 등 기록유산 보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번 이탈리아 프로젝트는 그간의 성과를 유럽 현지에 전파하는 동시에 전통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적 도전으로 평가받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10

픽셀로 다시 쓰는 사진의 언어… 황규태 대구 첫 개인전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에 자리한 갤러리 토마가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황규태 작가의 개인전 ‘픽셀’을 연다. 이번 전시는 유지숙 갤러리 토마 대표와 이은숙 전국사진가협회 사무총장(독립 큐레이터)의 공동 기획으로 마련됐으며, 오는 9월17일 개막하는 2025 대구사진비엔날레에 맞춰 대구에서 처음 공개된다. 전시장에는 황규태의 대표 연작인 ‘픽셀’ 시리즈가 선보인다. 1938년 충남 예산 출생인 황규태는 60여 년간 사진의 개념과 경계를 확장해 온 작가다. 경향신문 사진기자로 출발해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필름 태우기’, ‘이중 노출’, ‘몽타주’ 등 아날로그 실험을 통해 전통적 사진 문법을 해체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디지털 영역으로 전환해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해체·재배열하는 방식으로 ‘사진 이후의 사진’을 탐구했다. ‘픽셀’ 시리즈는 이러한 작업 세계를 집약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평론가들은 황규태를 두고 △“과거의 인습과 현재의 안주를 넘어서는 아방가르드 정신의 작가”(박상우 서울대 교수) △“픽처(Picture)로 확장된 작업은 모홀리-나지의 뉴 비전을 연상시킨다”(손영실 경일대 교수) △“디지털 레디메이드로 구현된 자동기술복제시대의 사생아”(문혜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픽셀 샤먼이라 불릴 만큼 프레임 해체에 주목할 만하다”(최연하 공간풀숲 관장)고 평가하고 있다. 2010년 개관한 갤러리 토마는 김광석길 조성에 참여한 공간으로, 지난 15년간 지역에서 현대미술 전시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사진·영상 중심의 전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2023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는 방천시장 상인들의 삶을 기록한 작업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10

“빛나는 청춘, 꺼지지 않은 방천” 제12회 방천아트페스티벌 성료

대구의 대표 예술축제인 제12회 방천아트페스티벌이 지난 7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축제는 ‘빛나는 청춘, 꺼지지 않은 방천’을 주제로 6~7일 김광석 다시그리기길과 대봉동 일원에서 열렸다.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어울리며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장을 마련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대구를 비롯해 전국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 250여 명이 참여했다. 전시·공연·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과 예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끌었다. 골목마다 설치된 미술 작품과 거리 퍼포먼스, 라이브 드로잉은 일상을 예술로 채우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막 첫날에는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공연과 댄스, 퍼포먼스 등이 이어져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로 채워졌다. 주최 측은 이틀간 약 6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했다. 박토마스 방천문화예술협회 위원장은 “김광석거리의 예술이 지역 상권과 상생할 수 있도록 매년 프로그램을 고민한다”며 “예술과 지역이 함께 숨 쉬는 축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13년 첫 개최 이후 매해 새로운 주제로 열리고 있는 방천아트페스티벌은 공연·전시 중심의 거리예술 축제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청년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장을 이어가며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에서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09

전통과 현대의 조화···명장의 예술작품 속으로

조선시대 왕후 대례복, 비로자나불의 깊은 조각, 전통 목가구의 온기, 백자에 담긴 미감,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한 자수, 정밀기계 기술이 구현한 정교함 등 각기 다른 명장의 손끝에서 탄생한 예술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구·경북 명장들의 모임인 (사)대한민국명장회 대구경북지회의 제28회 작품전이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개최된다. ‘대한민국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 제11조에 따라, 산업 현장에서 최고의 숙련기술을 보유하고 기술 발전과 기능인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한 기능인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선정하는 국가 지정 명예직이다. 기계, 재료, 전기, 통신, 조선, 항공 등의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금속, 도자기, 목칠 등의 공예 분야까지 총 37개 분야 97개 직종에서 15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각 분야의 명장들이 소속된 (사)대한민국명장회는 숙련 기술의 저변 확대와 장인정신 전수, 기능인의 권익 보호,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그 지역 지회인 대구·경북지회는 2003년 창립 이후 지역 숙련 기술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로 28회를 맞은 대한민국명장회 대구경북지회전은 산업과 예술,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오늘날, 사람의 손끝에서 비롯되는 ‘숙련 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는 박종병 석공예명장, 최환갑 목재수장명장, 김정옥 도자기공예명장, 윤만걸 석공예명장, 류정순 한복명장, 김나미 자수공예명장, 권수경 목공예명장, 이희영 시계수리명장, 김태식 양복명장, 이순용 귀금속가공명장, 이학천 도자공예명장, 김복연 한복명장, 김세용 세라믹명장, 박정열 귀금속명장, 변종복 금속공예명장, 임호순 미용명장, 최옥자 섬유명장, 남진세 석공예명장, 이대건 농업명장, 오정철 기계조립명장, 이계안 도자공예명장, 김명희 한복명장, 남명숙 화훼장식명장, 신화남 미용명장, 최영옥·권미숙 화훼장식명장 등 대한민국명장회 대구경북지회 회원 26명이 참여해 8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최근 한미정상회담 기념으로 외교부에서 트럼프에게 준 선물 거북선 모형을 제작한 울산의 오정철 기계조립 명장 등 서울, 부산, 울산, 광주 등 타 지역 명장 10인이 특별 참여해 작품의 폭과 지역적 다양성을 더했다. 출품작들은 전통 재료와 기법을 기반으로 현대적 미감과 창의성을 결합해 기능미와 조형미, 장인정신과 예술성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특히 석조·도자·목공 분야의 작품들은 깊이 있는 조형성과 질감 표현이 뛰어나며, 복식과 장신구 분야는 섬세한 디테일과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일부 작품은 현대 산업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숙련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고 있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회는 살아있는 전통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기술과 예술, 산업과 문화가 교차하는 현장에서 숙련 기술의 새 가능성을 확인하고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 품격과 감성 제고에 기여하며, 후학에게는 깊은 울림을, 관람객에게는 장인정신의 진면목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9

조선시대 ‘가(家)’의 사회적 가치 재조명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025년 9월호 ‘작지만 큰 사회, 가(家)’를 발행했다. 이번 호는 조선시대 ‘가(家)’가 단순한 가족 개념을 넘어 복합적 사회 구조로서의 역할과 현대 사회에 주는 교훈을 탐구한다. 족보, 가업 계승, 문학 작품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찰을 전달한다. 창령이씨족보묘도. 함안조씨 해창 조병국家 기탁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동국대 권기석 교수는 ‘가족은 집단인가, 네트워크인가: 족보(族譜)가 담은 공동체’에서 족보가 혈연 중심의 폐쇄적 집단이 아닌 ‘인적 네트워크 지도’로 기능했음을 분석한다.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족보이자 현존하는 최초의 간행본 족보인 ‘안동권씨성화보’는 남녀 구분 없이 자손을 기록해 광범위한 문중 연결망을 형성했으며, 후기에는 부계 중심 기록 체계로도 활용됐다. 최근에는 ‘한국 족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며, 족보가 가족 네트워크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명인안동소주 박춘우 본부장은 ‘젊은 장인의 도전: K-술을 세계에 알리다’에서 500년 전통의 제조법을 현대 기술과 결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사례를 공유한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6호 박재서 명인의 손자인 박 본부장은 미생물학 지식을 활용해 ‘3단사입법’과 감압식 증류 방식을 접목해 맛의 품질을 높이고, SNS 마케팅과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으로 MZ세대와 소통했다. 현재는 오크통 숙성 안동소주(45도·25도) 개발을 완료해 스코틀랜드 현지 시음회에서 호평을 받으며 세계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웹진에서는 조선 시대 가(家)의 일상이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가 소개된다. 웹툰 ‘아내의 묘지명’은 독선생이 떠난 아내를 추모하며 후회와 사랑을 담은 묘지명 이야기로, 가족 내 소통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연극 ‘퉁소 소리’는 조위한의 소설 ‘최척전’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전쟁 속 가족 재회의 감동적 스토리로 2025년 백상연극상을 수상했다. ‘입후 대소동’은 3대 독자 가문의 양자가 ‘도깨비’라는 설정의 유쾌한 소동을 통해 가문의 의미를 재치 있게 풀어낸다. ‘매원일기에 담긴 17세기 예안 사족가의 일상’은 ‘매원일기’를 통해 당시 가문이 정치·문화·공동체 활동까지 수행한 ‘작지만 큰 사회’였음을 조명한다. ‘담(談)’9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story.ugyo.net)에서 무료로 열람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9

경북웹툰캠퍼스, 나침반 작가 ‘자성의 린’ 개인전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원장 이종수)이 운영하는 경북웹툰캠퍼스가 오는 12일까지 경주 황리단길 내 캠퍼스 전시홀에서 나침반 작가의 개인전 ‘자성의 린’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5 경북웹툰캠퍼스 지역 작가 전시 공모’에서 선정된 지역 작가 4인의 첫 번째 전시회로,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와 신진 작가 발굴을 목표로 기획됐다. 나침반 작가는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한국 웹툰계를 이끌 차세대 크리에이터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작품 ‘자성의 린’은 마족의 위협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마을에서 살아가던 소년 린이 갑작스럽게 가족과 일상의 균형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그린 판타지 서사시다. 전통적 판타지 액션의 박진감과 가족 간의 유대감이 교차하며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중세와 근현대, 동양과 서양의 복식이 혼재된 캐릭터 디자인은 독특한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시 공간에는 원화 15점과 기획 영상 1점, 작가의 스케치 및 미공개 작업물이 공개된다. 특히 포토존을 설치해 관람객이 작품 속 주인공이 돼보는 인터랙티브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회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되며, 주말은 휴관이다. 이종수 원장은 “이번 전시는 지역 작가들의 창의성이 대중과 소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진흥원은 앞으로도 웹툰 산업과 지역 문화의 동반 성장을 위해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웹툰캠퍼스는 향후 선정 작가 4인의 개인전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9

‘연오랑·세오녀’ 21세기 모범부부 상징으로

포항의 대표 설화인 ‘연오랑 세오녀’가 21세기 모범 부부의 상징으로 재탄생한다.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일월설화는 부부애와 헌신, 나라 사랑의 이야기로, 이를 계승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부부를 찾는 ‘제23회 연오랑 세오녀 부부 선발대회’가 오는 25일 오후 2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23회차를 맞은 이번 대회는 지역 사회의 모범적인 부부상을 발굴하고 문화적 전통을 이어가는 의미 있는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신라 8대 아달라왕 시기, 바다에서 해초를 캐던 연오랑이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그를 찾아 나선 세오녀마저 일본으로 떠나며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는 이야기다. 부부의 애틋한 사랑과 국가를 위한 희생을 담은 이 설화는 오랜 세월 포항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해왔다. 포항문화원은 이 설화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가정 화목과 지역사회 봉사를 실천하는 부부”를 선발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 올해로 23회차를 맞는 이번 대회는 포항시민 부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 희망자는 오는 12일까지 신청서와 소개 자료, 공적 사항 등을 제출해야 하며, 개인 지원뿐 아니라 기관·단체의 추천도 가능하다. 예선을 통과한 부부들은 본선에서 삶의 철학, 부부애, 봉사 활동 경험을 주제로 발표하며 경쟁하게 된다. 심사위원단은 금실상·은실상·인기상·특별상(2팀)을 선정하며, 최우수 커플인 ‘연오랑 세오녀 부부’에게는 상패와 300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가 수여된다. 수상 부부는 향후 2년간 포항문화원 홍보대사로 위촉돼 지역 문화 행사를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연오랑·세오녀 설화 속의 일월신에게 포항시민의 안녕과 번영 및 가정의 행복을 기원할 목적으로 매년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에 위치한 일월사당에서 제사를 지내는 일월신제에 참석한다. 박승대 포항문화원장은 “연오랑 세오녀 부부의 신화를 통해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중요한 가치인 사랑과 헌신, 화합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자 한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포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부부상을 발굴하고,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9

포항시, 미술관 제2관 건립 순항···예산 98억 추가

포항시가 추진 중인 시립미술관 제2관 건립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 비용 98억원이 발생해 총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340억원으로 확대됐다. 추가 비용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것이다. 포항시는 환호공원 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5881㎡ 규모의 스마트 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미술관 제2관 건립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평가와 행정안전부의 투자심사를 완료했으며, 2024년 3월 실시설계에 착수해 올 상반기에 설계를 마쳤다. 행정안전부는 공립미술관 건립의 목적 타당성, 필요성, 운영계획의 적절성, 지방재정의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 적정 여부를 결정한다. 포항시는 이러한 절차가 올해 9월 중 완료되면 시공사를 설정하는 등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2관은 환호공원과 조화를 이루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 세계 유일의 스마트 미술관을 목표로 문화예술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융·복합 커뮤니티 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지역 소통형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근접해 있는 기존 1관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운영된다. 포항시는 1관을 수집·보존·연구 중심으로, 2관을 지역 소통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해 시민의 일상적 미술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고 수요자 중심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세계 유일의 스틸아트뮤지엄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지만, 시민과의 약속이자 지역 발전의 핵심사업인 만큼 더 우수한 미술관 건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항은 경북 유일의 공립미술관을 보유한 도시로, 제2관은 동남권 문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미술관 증설을 통해 문화 인프라 확충과 관광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시민 박모씨(60·포항 북구 두호동)는 “포항시립미술관은 동남권 유일의 공립미술관으로 시민들의 문화 활동을 지원해왔는데, 제2관이 미래세대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개념의 공간으로 탄생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9

경북 역사·문화를 K-콘텐츠로···안동서 ‘K-스토리 페스티벌’

세계적 K-콘텐츠의 근간인 ‘스토리’를 경북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과 결합해 산업화하는 축제가 열린다.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년 경북 K-스토리 페스티벌’이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안동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에서 개최된다. 2022년 프리 페스티벌 이후 4년 연속 열리는 경북 유일의 스토리콘텐츠 축제로, 지역 스토리 자산의 콘텐츠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는 ‘K-스토리, 경북에 펼치다’다. 경북의 고유한 설화, 역사적 사건, 문화적 정체성을 현대적 콘텐츠로 재해석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K-콘텐츠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진흥원 측은 “경북은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이야기의 보고(寶庫)”라며 “지역의 숨겨진 스토리가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매체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창작자와 산업계의 교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유명 창작자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차인표 작가는 영국 옥스퍼드대 필수 도서로 선정된 소설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의 저자로, 역사적 트라우마를 문학으로 승화한 경험을 공유한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 ‘리바운드’, 드라마 ‘싸인’ 등으로 유명한 스토리텔러로서 창작 과정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서이레·한산이가 작가는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와 드라마 ‘정년이’의 원작자로 참여해 장르별 스토리 기획 비결을 나눈다. 이들은 강연과 토크쇼를 통해 창작 현장의 에피소드와 성공 전략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스토리 IP 피칭 프로그램에서는 경북을 배경으로 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유수 제작사·OTT 플랫폼 관계자들에게 공개되며, 현장에서 1:1 비즈니스 미팅으로 연결될 기회도 주어진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필수 도서로 선정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의 저자 차인표 작가, 영화감독이자 방송인으로 다재다능한 매력을 보여온 장항준 감독, 드라마 ‘정년이’와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인 서이레와 한산이가 작가 등으로 이들은 강연과 토크쇼를 통해 창작 현장의 에피스도와 성공 전략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스토리 IP 피칭 프로그램에서는 경북을 배경으로 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 유수 제작사·OTT 플랫폼 관계자들에게 공개되며, 현장에서 1:1 비즈니스 미팅으로 연결될 기회도 주어진다. 개막식은 안동MBC 어린이합창단의 애니메이션 ‘강치 아일랜드’ OST 공연으로 시작해 제23회 경상북도 영상콘텐츠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이 진행된다. 이외에도 △K-스토리 포럼 △스토리 콘텐츠 우수 작품 전시 △엄마까투리 싱어롱 쇼 △스토리 낭독극 △디지털 드로잉 체험 △밤하늘 별의별 이야기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연계한 웹툰 작품 전시 등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특히 60년 전통의 지역 서점 ‘교학사’가 팝업스토어를 열고 참여 작가들의 저서 판매 및 사인회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해 향수와 새로움을 동시에 선사할 계획이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경북은 신라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유구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스토리의 요람”이라며 “이번 페스티벌이 지역 작가들에게는 창작 역량을 펼칠 무대가, 산업계에는 새로운 IP를 발굴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K-콘텐츠의 진정한 힘은 우리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을 때 발휘된다”며 “경북의 스토리가 세계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스티벌 세부 프로그램과 참여 방법은 공식 홈페이지(www.k-story.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오는 17일까지 프로그램별 사전 신청을 받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8

포은중앙도서관 ‘인문학 in 포항’, 24일 방종임 작가 초청 강연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9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오는 24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1층 어울마루에서 ‘인문학 in 포항’의 일곱 번째 강연으로 교육 전문 작가 방종임씨를 초청한다고 밝혔다. ‘인문학 in 포항’은 지역민의 인문학적 소양 확대를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로, 3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각 분야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 중이다. 방종임 작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조선일보 교육 섹션 ‘조선에듀’ 편집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교육 전문 유튜브 채널 ‘교육대기자 TV’를 운영하며 학부모와 교육 관계자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대한민국 교육 키워드 7’, ‘자녀교육 절대공식’, ‘초등 공부 전략’ 등이 있다. 이날 강연 주제는 ‘놓치면 후회할 대한민국 교육트렌드’로,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효과적인 학습 전략과 미래 지향적 교육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사전 접수는 10일 오전 10시부터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s://phlib.pohang.go.kr) 내 ‘문화행사 신청’ 코너를 통해 가능하며,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자세한 내용은 도서관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포은중앙도서관(054-270-4609)으로 문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8

포항 철강산업·예술의 융합… ‘숨쉬는 기계’展

철강과 과학기술로 성장한 포항의 도시 정체성을 인공지능(AI), 미디어아트, 키네틱 아트 등 기술 기반 예술로 재해석한 융합전시 ‘숨쉬는 기계’ 전이 지난 1일부터 포항의 복합문화공간인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18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철이라는 산업 유산과 예술을 융합한 현대미술의 진수를 선보이며, 포항이 지닌 독특한 문화적 자산을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조명한다. 과거 냉동창고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산업 유산과 예술이 공존하는 장소인 동빈문화창고라는 공간의 역사성과 포항의 산업적 맥락을 반영해 더욱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총괄기획자 김진우 작가를 비롯해 노진아, 한호, 신교명, 안효찬, 정국택, 이탈 등 국내 24명의 작가가 참여해 도시의 산업적 서사를 예술적 언어로 풀어냈다. 특히 포항 지역 청년예술인과 청소년(포항예술고 재학생), 미래 산업 인재(국민대 자동차공학과 재학생)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세대 간 협업을 선보였다. 전시관 1층 입구에서는 노진아 작가의 ‘히페리온의 속도’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흰색 대형 두상 조각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인공지능 로봇이다. 관람객이 지나가면 눈동자가 움직이며 관람객이 말을 걸면 대답도 해준다. 신교명 작가는 ‘Machina Sapiens‘ 시리즈 작품을 통해 인공지능 페인팅 로봇을 활용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포항 칠포리 암각화에서 발견한 형상을 학습해 사람의 기억과 추억을 기계의 시각으로 표현한다. 한호 작가의 ‘Eternal Light-Eclipse‘는 두 개의 원형 오브제가 검은색 프레임 안에 배치된 기계적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모터와 센서를 활용해 관객의 각도와 시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국택 작가는 ‘Blue sky’로 이름 붙인 설치 작품을 통해 바쁜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다. 이 작품은 꿈과 현실, 서글픔과 작은 행복 사이를 오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포항 출신의 설치미술가 겸 엔지니어 김진우는 공장용 기계를 활용한 작품 ‘숨쉬는 기계’를 선보이고 있다. 실제 공장에서 사용되는 기계를 활용해 동력이 내부 구조를 움직여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2층 전시실 안쪽에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안효찬 작가는 ‘생산적 미완’의 신작 ‘Form work’을 선보이며 디스토피아 도시를 표현한다. 시멘트와 철근 구축물 위에 건설 중인 건물과 타워크레인, 과장된 돼지 모형 등을 배치해 인간이 쌓아 올린 디스토피아적 도시와 자연의 희생을 표현한다. 설치미술가 이탈 작가의 ‘발견된 오브제’는 100여 개의 백열전구를 두 줄로 배열한 라이트 아트 설치 작품이다. 얇은 종이가 빛과 에너지로 인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에서 예측 불가능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숨쉬는 기계’전을 주최·주관하는 포항문화재단 이상모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포항의 산업 정체성을 기술·예술로 융합한 작품들로 도시 예술의 새 방향을 제시한다"며 “동빈문화창고의 역사적 공간성을 활용해 지역 자원을 재해석함으로써, 지역 전시문화 활성화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7

‘제25회 재생백일장’ ··· 문학정신·문화예술 가치 재조명

(사)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지부장 손창기)가 주관하고 (재)애린복지재단이 후원하는 ‘제26회 재생백일장’이 오는 20일 오후 2시 포항시 북구 덕수동 덕수공원 충혼탑 앞에서 열린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하는 재생백일장은 포항에 문화의 씨를 뿌리고 일생을 문화예술 발전에 헌신한 고(故) 재생 이명석 선생의 지역 문화에 대한 공헌을 기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참다운 문학 정신과 문화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항 출신의 이명석 선생은 당시 문화예술 단체가 전무했던 지역 현실을 개선하고자 포항문화원을 설립했으며, 도서관 건립 운동을 주도했다. 또한 문학 강연회, 미술 전람회, 연극 공연, 음악회 유치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이끌었다. 특히 지역 최초의 문화제인 개항제 개최를 비롯해 포항문화원 설립, 문맹자 퇴치를 위한 공민학교 설립 등 1910~1960년대 문화·사회 운동의 선구자로 활약하며 지역 사회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이명석 선생의 아호를 딴 재생백일장은 1998년부터 매년 9월 애린복지재단의 지원으로 개최돼 왔다. 이는 문화의 불모지였던 지역에 예술의 기반을 다진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계승하며, 후대에 문학의 가치를 전파하는 뜻깊은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백일장은 시와 산문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참가 대상은 포항 지역 초·중·고등학생과 일반인(대학생 포함)이다. 참가 신청은 당일 현장에서 접수 가능하며, 대상 1명에게는 상금 200만원이 수여된다. 또한 부문별 장원 등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포항문인협회장상이 수여될 예정이다. 입상작 발표는 30일 포항문인협회 카페(http://cafe.daum.net/pohangliterature) 등을 통해 공개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7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美 정치의 두 얼굴

파괴된 민주주의와 곤경에 처한 체제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신간 ‘두 유령‘(이매진)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사례로 삼아 미국 민주주의의 현재와 과거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이 책은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미국 정치의 현실을 조명한다. 저자들인 세계적인 대통령학 권위자 스티븐 스코로넥(예일 대학교 정치학·사회과학 석좌 교수), 존 디어본(밴더빌트 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 데스먼드 킹(옥스퍼드 대학교 너필드 칼리지 연구 교수 겸 미국정부학 석좌 교수)은 “대통령 직위를 둘러싼 제도 배치가 민주주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며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직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단순히 돌출된 인물이 아니라, 오늘날 대통령직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심층 국가’로도 번역될 수 있는 ‘딥 스테이트’는 원래 튀르키예나 이집트 등에서 정치를 통제하는 군부 세력을 가리키는 용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과 대립하는 비밀 네트워크로 확장해 해석했다. 반면, ‘단일 행정부’ 이론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하나의 단위로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 양극화와 파당 정치를 배경으로 대통령이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체제가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정당과 대통령 행정부를 초월하는 밀집된 행정 기구에 기반한 ‘딥 스테이트 음모론’과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직접적 관계를 강조하는 ‘단일 행정부 이론’은 ‘민주적 책임성(accountability)’을 매개로 연결된다. 저자들은 이런 논의를 배경으로 2부 ‘풀려난 유령들’에서 단일 행정부와 딥 스테이트 사이에 벌어진 대결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5장 ‘참모진의 심층’에서는 공화당 기득권 세력과 포퓰리스트 반란 세력이 맞붙은 백악관 참모진을 돌아본다. 딥 스테이트는 무역 협정 초안을 훔치고 충성파가 보낸 서한을 중간에 막아선다. 6장 ‘규범의 심층’은 대통령이 내린 지시와 정부 기관이 수행하는 행동이 충돌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대통령은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한 문제와 힐러리 클린턴을 기소하는 사안을 두고 연방수사국하고 충돌하는데, 트럼프가 볼 때 자기 뜻을 거스르는 이들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미국을 망치는 딥 스테이트 도당일 따름이었다. 7장 ‘지식의 심층’에서는 단일 행정부와 과학이 부딪친다. 트럼프는 정치에 상관없이 중립 지대에서 존중받아야 하는 과학에 개입한다. 자기가 선호하는 정책에 안 맞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농무부 산하 국립식량농업연구소와 경제연구소를 워싱턴에서 캔자스시티로 쫓아낸다. 대통령이 보유한 임면권을 둘러싼 갈등은 8장 ‘임명의 심층’에서 조명한다. 트럼프는 ‘대행이 좋다’는 말까지 하면서 전문성, 경력, 독립성이 아니라 충성도를 기준으로 사법부와 정보기관을 비롯한 여러 국가 기관을 좌지우지한다. 9장 ‘감독의 심층’에서 단일 행정부는 의회를 상대로 싸운다. 의회가 주도한 탄핵 과정에서 많은 하위 공무원이 증언에 나서자 트럼프는 딥 스테이트가 마침내 실체를 드러내고 선거로 당선한 대통령을 쫓아내려 마녀사냥을 벌인다며 여론전을 펼친다. 저자들은 헌법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치적 해결책이 고갈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단일 행정부와 딥 스테이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적 배치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4

플래닛랩스·넷플릭스 일군 엉뚱한 호기심·통찰력

앤드루 맥아피의 신간 ‘긱 웨이:초격차를 만드는 괴짜들의 마인드셋’(청림출판)은 세계적 혁신기업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기술보다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MIT 슬론경영대학원 부교수와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수석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진정한 발명품은 조직문화”라며 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혁신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긱(Geek·괴짜)’ 문화의 핵심 가치를 조명한다. 맥아피가 정의한 ‘긱’은 호기심으로 문제를 탐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데이터 기반의 열린 사고를 지향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해 창의적 해결책을 도출한다. 플래닛랩스는 “우주선 비용이 왜 5억 달러인가?”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NASA의 1/1000 비용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혁신을 이뤄냈다.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창업자)는 DVD 배송 시스템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전환을 주도하며 영화 산업을 재정의했다. 맥아피는 혁신 기업들이 과학, 주인의식, 속도, 개방성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문화를 구축했다고 강조한다. 구글은 디자인 결정 시 전문가 의견보다 A/B 테스트와 데이터 분석을 우선시한다. 넷플릭스는 ‘컬처덱’을 통해 직원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아마존은 ‘워킹 백워드’ 방식으로 고객 니즈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개발한다. 허브스팟의 CEO 브라이언 핼리건은 신입사원의 반대 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열린 소통 문화를 정착시켰다. 플래닛랩스는 NASA의 1/1000 비용으로 위성을 발사하며 ‘빠른 반복’을 실현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보고 대신 토론을 통해 오류를 즉시 수정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문화가 활기를 띠는 기업들은 2000년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승승장구해왔다. 우리가 흔히 실리콘밸리 기업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이 바로 그 예다. 이 책은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등 혁신을 이룬 실리콘밸리의 긱들이 과학, 주인의식, 속도, 개방성이라는 네 규범을 토대로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왔는지 보여준다. 긱 방식은 처음 접하면 이상해 보인다. 전문가, 계획과 절차 중시, 실수 걱정, ‘승리’ 집착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개념은 몬테소리 교습을 받은 아이가 자라서 창의적 사상가가 되는 이유부터 새로 산업에 진출한 이들이 어떻게 잇달아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현상이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라는 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설명한다. 네 가지 규범이 모두 기업에 자리를 잡을 때, 자유분방하고 빨리 움직이고 평등하고 증거 중심이고 토론을 장려하고, 자율적인 문화가 출현한다. 긱 방식이 왜 그렇게 잘 작동할까? 저자는 독창적인 답을 내놓는다. 그 방식이 인간의 초능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집중적으로 협력하고 빨리 학습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잘못된 조건에서 적용한다면, 관료주의, 만성 지연, 침묵의 문화, 등 산업 시대의 전형적인 기능 이상들을 빚어낼 것이라고 경고한다. 맥아피는 “긱 문화가 인간의 초능력인 협력적 학습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그러나 잘못된 조건에서는 관료주의와 침묵의 문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결국, 호기심→실험→학습→혁신의 사이클을 지속하는 조직만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4

국내 고등학교 최고(最古) 학생 동아리인 포항고교 ‘라솔라(LaSolar)’ 창립 70주년 기념식 개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학교 학생 동아리가 포항에 있다. 한국기록원(KRI) 기록검증서비스팀의 1차 검토를 통과하며 세계 기네스 등재 신청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9월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포항고등학교 학생 서클 라솔라(La Solar)가 화제의 동아리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한 당나라 시인 두보는 70세를 ‘고희’라 칭하며 축하했다.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교 학생 동아리의 고희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라솔라 회원들도 스스로 놀랄 정도다. 회원들은 긴 세월 묵묵히 이어져 온 그 뜻을 모아 오는 6일 오후 4시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서울클럽에서 자축 행사를 개최한다. 라솔라는 1955년 포항고 1학년 학생 9명이 모여 결성했다. 6·25 전쟁 직후 폐허가 된 포항을 보며 어떻게든 성공해서 지역에 기여하자는 순수한 마음과 우정이 서클 출발의 모토였다. 허화평, 김현준, 박제영, 이낙필, 이용우, 박춘식, 신기복, 이태우, 허쟁(후자 4인은 작고) 등이 초대 멤버다. 다들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이들은 2학년이 되자 1학년에서 9명을 선발해 2기를 창설했고, 이러한 전통을 이어오며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라솔라’라는 명칭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원래 Solar는 프랑스어로 ‘solaire’(남성명사)다. 여기에 정관사 ‘le’를 붙이면 ‘le solaire’가 된다. 우리나라 말로는 ‘르솔레르’다. 그런데 불러보니 발음이 어딘가 다소 어색했다. 1기 회원들은 포항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문법적 관례보다 부르기 편해야 한다며 여성명사 전용 정관사 ‘la’를 갖다 붙였다. ‘라솔라(La Solar)’는 그렇게 이름지어졌다. 이는 발음과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우선시한 창의적 선택이었다. 현재 라솔라는 서울·포항·대구에 지역 지회를 운영 중이며, 재학생을 제외한 600여 명의 회원이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동아리 정신에 부합하도록 저마다 지역과 우리나라 각계각층에서 큰 기여를 하며 국가발전에 힘을 보태왔다.   70주년 기념식에는 90세를 바라보는 1기부터 현 재학생 70기까지 15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라솔라는 재학생 후배를 위한 장학기금 2억원 조성을 발표하고, 향후 100년을 향한 비전을 공유한다. 또 회원들이 공동 집필한 창립 70주년 기념문집 ‘형산강은 흘러서 영일만에 깃들고, 우리 청춘은 그 푸른 바다에 빛나고’를 출간해 선보인다. 동아리 21기 회원인 이대환 작가는 자신이 집필한 소설 ‘붉은 고래’(허씨 삼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함)를 1기 허화평 명예회장에게 헌정하며 참여 회원들에게 증정한다. 라솔라 고희행사에는 포항고 류성연 교장이 학교를 대표해 축사하며 세계적 바리톤 우주호(포항 대동고 출신)의 축가와 국가무형문화재 이수자·박현주 선생의 가야금 병창 공연 등도 예정돼 있다. 허화평 라솔라 명예회장(전 국회의원·포항북)은 “포항고가 존재하는 한 라솔라의 정신은 지속될 것이다. 회원 누구도 개인적 이익이나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왔기에 가능한 일이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4

수묵화 거장 박대성 개인전… 10월 18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

“마음을 닦고 다스리는 것이 먼저고, 맑고 부끄러움 없는 삶의 태도가 먼저다. 자비로움과 자유로움, 거리낄 것 없는 삶의 태도를 100% 실천하느냐가 목표이다. 그래야 붓도 제자리를 간다”- 소산 박대성 화백 리안갤러리 대구는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10월 18일까지 한국 수묵화의 거장 소산(小山) 박대성(80) 화백의 개인전 ‘화여기인(畵如其人)’을 개최한다. 박대성 화백은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화풍을 통해 현대미술이 주를 이루는 아트씬(Art Scene)에서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수묵이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해 생동감 있는 필선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한 문화를 묘사한다. 지난 2022년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LACMA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는 한국인 최초로 박대성 화백의 전시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Park Dae Sung: Virtuous Ink and Contemporary Brush)’이 개최됐다. 전시는 약 두 달 연장전이라는 반응을 이끌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고 이후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센터, 다트머스대학교 후드미술관 등을 포함한 총 8곳의 미술관에서 순회전이 진행됐다. 다트머스 대학 김성림 교수 주도로 발간된 전시 도록 ‘Ink Reimagined’는 한국화 작가를 미술사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영문 연구서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고유의 민족성, 역사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담는 것이 한국화라고 생각한 그는 오방색에 모든 우주의 색이 깃들어 있다고 믿은 선조의 믿음을 따라 작가의 먹빛은 단순하면서도 간결하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재료와 강렬한 필법, 단순 색채배합을 바탕으로 공간을 아우르는 대규모의 작품 스케일 및 다시점(multiview)으로 바라본 구도가 함께 더해져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박 화백의 작품 스케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선보인 전시작 중 11m에 가까운 큰 대작 ‘몽유도원도’(2011년) 외에도 12m에 달하는 ‘코리아 판타지’(2022년)는 한국화 중에서도 보기 힘든 위용을 자랑한다. 이번 리안갤러리 개인전의 제목인 ‘화여기인(畵如其人)’은 ‘그림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뜻으로, ‘인간과 작품을 동일시하는’ 이른바 ‘~과 같다(~如其人)’에 그림의 의미를 더했다. 여기에는 박대성 작업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관람객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는 약 16점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전시장 1, 2층에 걸쳐 ‘폭포’와 ‘덕수궁’, ‘설경’과 같은 작가 특유의 필선이 담긴 대형 작품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만한 작품은 1층에 있는 9m 높이 전시벽에 설치된 ‘폭포’다. 이 작품은 세로 7m, 가로 3m의 거대한 크기로 일반 전시 공간에서는 쉽게 선보일 수 없는 규모지만 리안갤러리의 높은 층고와 어우러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유감없이 펼칠 수 있게 됐다. 두개의 폭포가 세차게 내려오는 바닥 아래에 작가가 직접 고안한 한글체가 정갈하게 나열돼 있는데 글을 따라 읽다 보면 마치 관객과 폭포수가 혼연일체가 되는 착각이 든다. 2층에 설치된 ‘유류’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작가가 특별히 2024년부터 준비해온 버드나무 연작 시리즈다. 작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만월과 함께 생명력 넘치는 능수 버드나무 가지가 화면 전체에 일렁인다. 하루하루를 정진하며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올 곳이 지켜가는 작가의 신념이 이번 전시를 통해 여과 없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수묵화 대가’, ‘불국사 화가’, ‘한국 산수화의 거장’ 등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양하지만 한 획으로 그는 소산(小山) 박대성이다. 박 화백은 1945년 경북 청도 출생으로 현재 경주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69년부터 8년 연속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입선했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2020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호암 미술관 등 국내는 물론 미국 LACMA미술관을 비롯해 다트머스 대학교 후드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미술관, 휴스턴미술관 등 해외 미술관에도 소장돼 있다. 2015년에는 작품 830점을 경주엑스포대공원 솔거미술관에 기증하면서 솔거미술관 건립 기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25만 포항 여성 역량 결집 ‘화합의 장’으로

포항 여성들의 최대 문화 축제의 장인 ‘제26회 세오녀문화제’가 3일 오후 1시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포항시가 주최하고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회장 김신영)가 주관하며, 양성평등주간(매년 9월 1~7일)을 기념해 25만 포항 여성의 역량을 결집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 실현 및 일·가정 양립으로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도모하고자 개최하는 브랜드 행사다. 올해 세오녀문화제는 2025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과 함께 ‘다름을 품다! 모두가 행복한 포항’이라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이 함께 실천해야 할 생활 속 양성평등 의식 개선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함께 하는 자리로 준비되었습니다. 특히 시민 모두가 양성평등 가치를 공감·실천하고 여성이 안전한 도시를 위한 다양한 문화 확산 행사를 마련해 모든 영역에서 함께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고 일상에서 성 평등 실천을 다짐하는 화합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기념식은 식전공연, 여성단체 활동 영상 상영, 29개 단체기 입장, 2025 포항시 양성평등상·양성평등발전 유공자 시상, 내빈 양성평등 실천 다짐 퍼포먼스 등의 순서로 진행되며, 2부 화합행사는 어린이 치어리딩, 여성단체 예술제, 양성평등 O/X 게임 등이 이뤄진다. 부대행사로는 여성 예술인 작품 전시, 차인회 전통차 시음회, 여성친화도시 포항 홍보,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 일자리 홍보, 포항시 돌봄 및 육아 시책 홍보, 여성안전체험, 찾아가는 건강 서비스, 포항환경학교 기후변화 교육, 여성 플리마켓 등 10여 개의 부스 운영과 양성평등 콘텐츠 공모작 전시, 성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폭력 예방 안전 포항 만들기 캠페인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김신영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장은 “2025년 세오녀문화제는 포항 여성의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실질적인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목표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더불어 포항시 여성들이 지역 사회의 핵심 주체로서 활약하며, 남녀 모두가 상호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공존하는 문화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여성의 사회적 역량 강화와 참여 기회 확대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포항시립합창단 제123회 정기연주회 ‘가을 그리고... 시절 인연’ 개최

포항시립합창단이 오는 4일 오후 7시 30분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제123회 정기연주회 ‘가을 그리고···. 시절 인연‘ 을 공연한다. 이번 연주회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최원익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이현진과 피아니스트 박정혜, 김영화가 협연해 관객들에게 각 계절의 정서를 느끼고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겨울(冬)’의 정취를 담은 곡들로 구성된 첫 번째 섹션에서는 박나리의 ‘조그만 사랑의 노래’, 정남규의 ‘먼 곳’, 그리고 김대관의 ‘꿈꾸는 개미’가 연주된다. 이 곡들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사랑을 노래하며,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멜로디로 관객들의 마음을 녹일 것이다. 이어지는 ‘가을(秋)’ 섹션에서는 박나리의 ‘오래된 가을’과 조혜영의 편곡 ‘석별’이 연주된다. 가을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곡들은 계절의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하며, 특히 ‘석별’은 이별의 아쉬움을 담아내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 것이다. ‘여름(夏)’을 주제로 한 로저 퀄터의 ‘Three Shakespeare Songs’도 빼놓을 수 없다. ‘오라! 죽음이여’, ‘오, 나의 여인이여’, ‘불어라, 겨울 바람아’ 등 셰익스피어의 시를 바탕으로 한 이 곡들은 여름의 열정을 담아내며, 문학적 감성을 자극한다. ‘봄(春)’의 생동감을 표현한 조혜영의 편곡 ‘소녀’와 이범준의 편곡 ‘노란 셔츠의 사나이’는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새로운 시작의 기쁨을 전달한다. 특히 ‘노란 셔츠의 사나이’는 테너 솔로와 함께 연주돼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콘트라베이스 김경림, 세트 드럼 강맹기, 트럼펫 이다혜, 색소폰 서예일이 특별 출연해 공연에 깊이를 더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9-02

홍명순 동시집 ‘그게 무슨 말이야’ 출간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두드리는 동시집 ‘그게 무슨 말이야’(학이사)가 세상에 나왔다. 엉뚱하고 궁금증 많은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홍명순 시인은 따뜻한 시선과 유쾌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총 75편의 동시는 1부 ‘무슨 말인지 알지?’, 2부 ‘언제쯤 용기가 생길까?’, 3부 ‘햇볕 맛 아니?’로 나뉘어, 류상애 수녀의 그림과 어우러져 눈과 마음을 함께 즐겁게 한다. ‘이해하지’에서는 “소파에 곰팡이처럼/ 피고 싶은 날이 있지”라며 솔직한 속마음을 보여주고, ‘방울토마토’에서는 “탱글탱글/ 햇볕 맛 아니?”라며 소소하지만 반짝이는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다. ‘준비됐어’ 속 “이제 말해 줄래? / 내 귀가 / 너에게 열려 있어”라는 구절처럼, 아이와 어른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홍명순 시인은 2017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후 다수의 동시집과 글쓰기 관련 저서를 출간했고, 대구가톨릭대학교 강의와 전통 이야기 전승 활동 등을 통해 삶의 지혜와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번 동시집은 아이와 어른이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함께 웃고 생각하는 따뜻한 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02

“기억, 안개처럼 흩어지다” – 이지혜 사진전 ‘기억의 부유’ 개최

대구 김광석길 예술상회토마는 17일부터 30일까지 사진가 이지혜의 개인전 ‘기억의 부유(Brouillard de la Mémoire)’를 연다. 이번 전시는 2025 대구 사진비엔날레 개막을 기념해 기획된 초대전으로, 약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지혜 작가는 ‘심리적 정물(Psychological Still Life)’이라는 독자적 조형 언어를 통해, 기억과 부재, 존재의 껍질을 응시한다. 작품 속 장식용 새, 시든 꽃, 파손된 인형 등 정물들은 현실의 부재를 상징하며, 영화적 이미지와 교차하며 사라져가는 기억의 윤곽을 포착한다. 관람객은 현실과 환상, 기억과 망각이 겹쳐지는 복합적 시각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구글 포토 속 꽃 사진을 AI로 흑백 변형하며, 과거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행위를 시도했다. 색이 사라진 자리에서 감정과 질감은 더욱 선명해지고, 기억은 새로운 형식으로 부유하며 재구성된다. 작가는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안개처럼 흩어지고 부유(浮游)하며 끊임없이 재생된다”고 전한다. 이지혜 작가는 영남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실내건축 전공, 파리 건축 4대학(DPLG 과정)을 수료했다. 국내외 건축·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며 2014년부터 사진 작업을 통해 심리적 풍경과 내면의 시각화를 탐구해왔다.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미술관, KP갤러리, PLACE M 도쿄 등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며, 건축적 시선과 정서적 밀도를 융합한 독자적 사진 언어를 구축했다. 안개처럼 흩어지는 기억의 순간을 사진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관람자 각자의 내면과 무의식에 질문을 던지는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