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기연주회 ‘운명’, 차웅 지휘로 비제·바그너·차이콥스키 걸작 조명 국내 최정상 퍼커셔니스트 김미연 협연···에릭 사뮤의 마림바 협주곡 ‘운명’ 연주
인간의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힘, ‘사랑과 운명’이라는 클래식 음악사의 영원한 화두가 포항에서 웅장한 관현악의 성찬으로 펼쳐진다.
포항시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차웅)은 오는 5월 14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223회 정기연주회 ‘운명’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음악적 서사의 깊이를 더해,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불멸의 사랑과 그 뒤에 숨겨진 가혹한 운명의 굴레를 드라마틱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번 무대의 백미는 한국 타악계의 독보적인 존재이자 최정상의 마림바 연주자로 손꼽히는 퍼커셔니스트 김미연의 협연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20여 년간 활동하며 지적인 해석과 압도적인 테크닉을 선보여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 에릭 사뮤의 ‘마림바 협주곡 운명’을 연주한다.
에릭 사뮤는 현대 타악 음악의 거장으로, 그의 협주곡은 타악기 특유의 폭발적인 리드미컬함과 마림바만이 가진 따뜻하고 서정적인 음색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벨기에 유니버설 마림바 콩쿠르 우승자라는 화려한 경력을 증명하듯, 김미연은 나무 건반 위를 유영하는 현란한 손놀림을 통해 타악기가 도달할 수 있는 예술적 경지의 끝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차웅 지휘자의 섬세하고도 역동적인 리드 아래 펼쳐질 본 프로그램은 클래식 거장들의 운명적 서사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공연의 포문을 여는 비제 오페라 ‘카르멘’ 서곡은 투우사의 당당한 행진곡풍 리듬으로 시작되지만, 그 이면에는 주인공 카르멘의 비극적 죽음을 암시하는 ‘운명의 동기’가 강렬하게 흐른다. 화려한 외양 속에 감춰진 비극적 복선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은 클래식 음악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적인 작품이다.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불안정한 선율을 통해 이룰 수 없는 사랑의 갈망과 고통을 극대화하며, 마침내 죽음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영혼의 구원을 신비롭고도 웅장한 선율로 그려낸다.
차이콥스키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바탕으로 한 차이콥스키 최초의 결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몬테규 가문과 캐퓰릿 가문의 간의 격렬한 싸움을 묘사한 빠른 템포와 연인들의 애절한 감정을 담은 ‘사랑의 테마’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차이콥스키 특유의 애수 섞인 멜로디와 포항시향의 웅장한 사운드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