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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바로크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음악의 향연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오는 27일 오전 11시 미술관 1층 로비에서 '제102회 미술관 음악회 MUSEUM & MUSIC’을 개최한다. 2014년 ‘문화가 있는 날’과 연계해 시작된 이 음악회는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진 예술 경험을 시민에게 제공하며, 미술관을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시킨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와 피아니스트 정진경이 함께한다. 김응수는 티보르 바르가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로돌포 리피저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마리아 카날스 국제 음악 콩쿠르 등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현재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럽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개성 있는 음색과 해석으로 호평을 받아왔으며, 2014년 체코 리토미슬 페스티벌에서 15차례 커튼콜과 기립박수를 받는 등 독보적인 연주로 주목받았다. 또한 데카, 유니버설 레이블 등에서 발매한 음반들이 클래식 차트 정상에 오르며 연주뿐 아니라 기획·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정진경은 한양대학교 졸업 후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대에서 석사 학위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수료했다. 2018년 러시아 옴스크 국제콩쿠르 1위와 그랑프리, 오사카 국제콩쿠르, 코리아헤럴드 콩쿠르 등에서 우승하며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러시아 옴스크 필하모니, 서울 내셔널 심포니 등과 협연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주곡은 바로크부터 현대 음악까지 다채로운 시대별 작품으로 구성된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조 K.301’을 시작으로 루토스와프스키의 ‘수비토’,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소나타 D장조 Op.9’,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Op. 20’, 에른스트의 ‘로시니 오페라 오텔로 주제에 의한 환상곡’ 등 바로크의 우아함부터 낭만주의의 열정, 현대 음악의 감성까지 폭넓게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음악회는 미술관 방문객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세부 일정과 프로그램은 포항시립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5

작곡가박태준기념음악회 내일 대구문화예술회관서 개최

대구 출신의 한국 근대 가곡 선구자 박태준을 기리는 특별한 음악회가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다. 작곡가박태준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동요콩쿠르 수상자와 한국가곡 성악콩쿠르 수상자들이 함께하는 무대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교감하는 축제의 장으로 꾸며진다. 공연은 제15회 동요콩쿠르 수상자들의 특별 무대로 시작한다. 유치부부터 초등부까지 대상·최우수상·우수상 수상자 17명이 선보이는 동요 메들리는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으로 관객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이어 아마추어 한국가곡콩쿠르 수상자 3명과 한국가곡성악콩쿠르 수상자 4명의 무대가 이어지며, 다양한 세대의 음악적 재능이 어우러질 전망이다. 아마추어 가곡콩쿠르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혜진씨가 ‘그리운 금강산’ 과 ‘가을밤’을 노래하며, 최우수상 수상자 이영태·최현승씨가 각각 ‘신고산타령’과 ‘첫사랑’을 부른다. 한국가곡 성악콩쿠르 대상 수상자 뤄칭씨가 ‘수선화’와 ‘동무생각’을 부르며 최우수상 수상자 서지원씨와 양진진씨가 각각 ‘베틀노래’와 '그리운 금강산'을 노래한다. 이날 공연은 오케스트라 앙상블 보아즈(지휘 오국환)가 반주를 맡아 음악회의 격을 더한다. 히브리어로 ‘강함’을 뜻하는 보아즈는 클래식 음악의 역동성을 대중화하는 전문 단체로, 수상자들과 호흡을 맞춘다. 박태준(1900~1986)은 ‘동무생각’, ‘오빠 생각’, ‘고향의 봄’ 등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사랑받은 작곡가다. 그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으며, 이번 기념음악회는 그의 업적을 되새기며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로 기획됐다. 김완준 작곡가박태준기념사업회장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라며 “박태준 선생의 정신처럼 음악의 경계를 넘어 소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5

포항 꿈틀로 주민 협의체 ‘트리플A’ 색소폰 공연 등 ‘가을 음악회’ 개최

포항시 북구 중앙로에 위치한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서 지난 23일 지역 주민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2025 꿈틀로 가을 음악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색소폰 연주팀과 지역 가수들이 참여해 대중가요와 재즈 팝송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장에는 따뜻한 어묵과 차가 마련돼 시민들이 음악을 즐기며 가을밤의 정취를 만끽했다. 시민 이은희(48· 포항시 북구)씨는 “문화예술로 채워진 공간이 원도심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이번 음악회를 주관한 트리플A는 ‘Anthro(인간적 이야기의 소중함), Angel(사회적 가치 실천), And(문화예술의 지속 가능성)’를 모토로 2020년 8월 결성된 주민 협의체다. 지역 주민과 예술인들이 모여 나눔·봉사·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삶’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꿈틀로는 2016년 포항시가 도심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문화도시조성사업의 핵심 공간이다. 방치된 빈 점포와 환경 문제에 시달리던 지역에 예술인들의 작업실과 전시 공간을 유치하며, 시민 대상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과 거리 축제를 꾸준히 열어왔다. 현재는 지역 예술인과 주민이 소통하는 문화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11-24

“꿈과 현실 속 일상의 낯선 아름다움”

대구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오승아(64) 작가가 오는 30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에서 기획초대전 ‘Dream(꿈)’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상회화의 조형언어를 확장하고 초현실주의 기법 ‘데페이즈망(Depaysement)’을 응용한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데페이즈망은 일상적 사물을 낯선 환경에 배치해 새로운 감각을 자극하는 기법으로, 작가는 이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 기억과 감정을 교차시킨다. 대표작에서 보이는 리드미컬한 나뭇잎 패턴이나 청색과 녹색의 색면 구성은 자연과 인간의 내적 대화를 상징한다. 작가는 “유토피아는 단순한 낙원이 아니라 꿈과 희망, 행복이 교차하는 마음의 풍경”이라며 “황량한 땅에 피어난 작은 생명처럼, 희망은 절망 속에서도 싹튼다”고 말한다. 오승아 작가는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주목받으며 화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8년 첫 개인전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그는 직관적이고 강렬한 이미지, 캐릭터성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MZ세대 컬렉터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현대 미술 시장의 흐름을 타고 있다. 복잡한 해석 대신 즉각적인 공감과 SNS 친화적 비주얼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수요를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오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중 2006년,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서 예술가의 길을 걷는 선배를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미술대학 진학 후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개인전을 열고 창작에 몰두하며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했다. 그의 작품은 우연성과 감각적 조형이 돋보인다. 종이를 오려 붙인 듯한 나무 형상이나 정지된 시간의 구도는 내면의 고요함과 감정의 누적을 암시한다. “회화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암시”라는 말처럼, 오승아의 화면은 구체적 사물이 아닌 기억과 감정의 상징으로 가득하다. 풀꽃, 나룻배, 고향집 등 일상적 소재는 관객 각자의 체험을 이끌어내는 매개체가 된다. 최근 미술 시장은 추상보다 구상에, 난해함보다 직관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승아 작가의 성공은 이러한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그의 작품은 복잡한 해석 없이도 즉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적 요소와 강렬한 색채로 컬렉터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MZ세대는 ‘소장하고 싶은 이미지’와 ‘공유 가능한 비주얼’을 중시하는데, 이는 오승아의 작품이 SNS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 각광받는 이유로 분석된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오승아 작가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예술적 여정을 종합적으로 조명한다. 그의 회화에서는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을 통해 일상의 낯선 아름다움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승아 작가는 대구예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2025 서울옥션 경매 출품작 완판을 기록했다. 2023~2025 단체전 10여회, 2021 제3회 구미국제컨템포러리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지난 10년간 ‘달구벌아트, 제주를 탐닉하다’(2025), ‘도시를 넘어 세계로’(2023), ‘의성산불피해 예술 나눔전’(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11회 대한민국 팔공미술대제전, 울산미술대전, 대구아동미술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2024년 제44회 대구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2023년 인사동아트페어에서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같은 해 팔공미술대제전에서 미술지도자상을 받았으며, 2019년 제38회 대한민국미술대전(구상 부문)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경북 의성군청, 달성고등학교, ㈜에코 등에 소장돼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4

‘나의 꿈을 찾아서’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지난 22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꿈의 무용단 포항’ 창단 공연 ‘나의 꿈을 찾아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지역 문화예술 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공연은 포항 지역 아동·청소년 무용 교육의 전문성과 체계성을 입증한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꿈의 무용단 포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2025 꿈의 무용단 운영 사업’에 선정되며 향후 5년간 총 4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초·중학생 26명의 단원은 단순히 무용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인간관계 형성과 공동체성 함양을 목표로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집중 훈련을 진행했다. 이들의 열정은 아르코공연연습센터@포항에서 쌓은 노력 끝에 창작 무용 작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제목과 동일한 ‘나의 꿈을 찾아서’ 창작곡에 맞춘 무용이었다. 포항 지역 아이들의 솔직한 꿈과 고민을 음악과 안무로 풀어낸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했다. 단원들은 내면의 탐색 과정을 춤으로 표현하며, 예술을 통한 자기 발견의 여정을 공유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전문 무용가 김성한 감독의 지도 아래 완성된 작품은 아이들의 순수한 목소리를 예술적 언어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성한 감독은 프랑스 국립현대무용센터 연수 및 툴루즈 국립극장 공연 등 국내외에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단원들의 창의성을 이끌어냈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감각뿐 아니라 사회적 유대감도 키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아동·청소년의 예술적 잠재력을 키우는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무용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포항의 정체성을 담은 고품격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4

‘포항국제음악제’가 남긴 성과와 숙제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열린 ‘2025 포항국제음악제’가 관객 동원에 성공하는 등 성과가 좋았다. 행사를 주관한 포항문화재단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행사 구성과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는 등 비판도 만만치 않다. 건물 공사 등 사유로 인해 당초 개최 예정지인 포항문화예술회관이 아닌 포항시청 대잠홀 등 시내 여러 공간에서 분산 개최된 것부터 아쉬움을 남겼다는 뒷얘기다. △포항문화재단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 접근성 개선” 포항문화재단 측은 이번 공연 성과와 관련해 “포항문화예술회관 공사 관계로 부득이하게 분산 개최를 결정했다”며 “효자아트홀, 대잠홀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을 열어 오히려 접근성이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번 포항국제음악제는 하겐 콰르텟, 소프라노 황수미와 바리톤 사무엘 윤의 듀오 무대,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포항시립교향악단의 베토벤 ‘황제’ 협연 등 세계적 연주자들이 참여한 메인 콘서트가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포항 시민뿐 아니라 전국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공연 시간 편중과 장기 일정에 피로감 호소” 7일간의 일정 중 총 14회의 공연이 진행됐으나, 대부분의 공연이 오전 11시와 저녁 7시에 집중된 점이 논란거리가 됐다. 특히 독주회 2회가 평일 오전에 배치되면서 직장인과 학생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 주민 A씨는 “낮 공연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일주일 내내 이어지는 일정에 피로감이 쌓였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실내악 중심 구성에 대중성 부족···지역 연계 미흡” 이번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은 총 7회로 구성됐으며 관현악 2회, 실내악 3회, 실내악+독주 1회, 성악 1회로 구성됐다. 당초 ‘실내악 축제’를 내세웠으나, 순수 실내악단 공연 비중은 전체의 약 42.8%에 그쳐 예고와 차이를 보였다. 교향곡이나 협주곡 등 대중에게 익숙한 레퍼토리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음악평론가 B 씨는 “일부 해외 유명 연주자를 초청했으나, 말러 등 난해하다고 여겨지든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음악계 관계자들은 축제의 지역 연계 부족을 비판하기도 했다. 포항문화재단 측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실내악 중심의 축제로 포항 전역에 음악적 울림을 전했다”라고 했다는 자평과는 다른 반응이 나온다. 지역 음악가 C 씨는 “초청된 연주자들이 단순히 ‘그들만의 잔치’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개막 공연에서 윤한결 작곡가의 창작곡 ‘별신굿’이 세계 초연되며 지역 전통문화를 접목한 시도에 대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난해한 곡들로 연주자 중심의 축제라는 인상을 남겼고 또한 포항 연주자들의 참여가 미미해 지역 연계 측면에서도 부정적 비평을 남겼다.   △“7억여 원 예산 논란···국제적 요소도 미흡” 이번 행사에 투입된 예산은 7억6000만 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에서는 “객원 연주자 초청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비판을 앞세워 예산 효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단 하겐 콰르텟의 출연이 지역 축제의 정체성과 예산 대비 효과에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음악계 관계자는 “하겐 콰르텟의 공연은 주목받았지만, 다른 국제적 협업이 부재해 ‘글로벌 음악제’로서의 입지가 약화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역 음악가 D씨는 포항국제음악제가 실내악 중심으로 기획됐음에도 불구하고 개막공연에 페스티벌오케스트라를 별도로 구성해 운영한 점을 지적했다. D씨는 “포항시립교향악단이 이미 폐막일인 13일에 공연을 예정하고 있음에도 불필요한 오케스트라를 임시로 조직해 예산을 낭비한 것 아니냐”며 “지역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외부에 의존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관객 수요 분석과 예산 투명성 강화해야” 지역 문화예술계는 대안과 관련해 “외부 관객 유치를 위해 저녁 시간대 독창회 확대나 대중적 작곡가의 작품 편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이번 음악제는 모든 공연이 무료로 진행되어 객석이 채워지며 지역 문화 활성화의 가능성을 보였으나, 관객 수요 분석과 예산 편성의 합리성 제고가 향후 과제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3

“신앙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 모두가 기쁨의 시간 되시길”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라우다떼합창단(단장 박영동)이 24일 오후 7시 30분 포항효자아트홀에서 제18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Exultate Deo!(엑술따떼 데오·하느님을 기쁘게 찬양하라)’로, 대림절을 앞두고 신앙적 기쁨과 사회적 나눔을 음악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2006년 창단된 라우다떼합창단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에 소속된 포항지역 가톨릭 신자들로 이뤄진 남녀 혼성 45명의 합창단이다. 올해 새로 부임한 지휘자 구은희 교수(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콘체르토학과 외래교수)의 지휘 아래, 종교 음악부터 클래식, 대중 가곡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로 관객과 소통한다. 공연은 그레고리오 성가 ‘하늘은 이슬비처럼(Rorate caeli)’으로 문을 연다. 이어 르네상스 시대 팔레스트리나, 바로크 스카를라티, 현대 작곡가 수산토 요하네스의 성악 작품을 엮은 ‘엑술따떼 데오!(Exultate Deo!)’를 통해 시대별 음악적 여정을 선사한다. 슈베르트의 가곡 ‘음악에게(An die Musik)’, ‘세레나데(Ständchen)’, ‘송어(Die Forelle)’ 3곡과 함께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로시니의 유쾌한 이중창 ‘두 고양이의 익살스러운 듀엣(Duetto buffo di due gatti)’,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 송(Do-Re-Mi Song)’ 등이 연주되며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특히 이번 공연은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희망의 노래’를 부제로 내걸었다. 포항 지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무대에 올라 고향을 떠나온 이들의 아픔과 신앙 속 희망을 음악으로 조명한다. 이와 함께 루멘청소년합창단이 협연해 ‘진달래꽃’, ‘별 캐는 밤’, ‘이른 아침 안개같이’ 등 한국 가곡으로 순수한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최재영 신부(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교구장대리)는 “이번 연주회는 ‘엑술따떼 데오!’라는 기쁨의 노래가 대림절 영성과 어우러지는 자리”라며 “신앙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을 통해 모두가 기쁨의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영동 단장은 “음악은 마음의 다리가 되어 서로 다른 이들을 하나로 잇는다”며 “신앙적 찬미와 사회적 화합을 전하는 무대가 지속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23

[EBS 세계의 명화] ‘비포 선셋’ 22일(토) 밤 10시 45분

EBS ‘세계의 명화’가 오는 22일 밤 10시 45분,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셋(2004)을 방영한다. 지난주 방송된 비포 선라이즈에 이은 ‘비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시간의 무게를 안고 다시 만난 두 남녀의 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秀作)이다. 영화는 파리의 작은 서점에서 시작된다. 9년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단 하루를 함께 보낸 제시(에단 호크)는 여행기를 홍보하기 위해 유럽을 돌던 중, 그곳에서 뜻밖에도 셀린(줄리 델피)을 다시 만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두 사람의 시선에는 여전히 젊은 날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제시의 비행기가 떠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80분. 영화는 실제 러닝타임과 극 중 시간이 거의 일치하는 ‘실시간 구성’으로, 두 인물이 파리의 골목과 카페, 센강변을 걸으며 나누는 대화를 생생하게 따라간다. (마치 로드 무비를 보는 것 같은...) 전작(前作)이 우연과 설렘, 청춘의 낭만을 이야기했다면 비포 선셋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뒤의 현실을 응시한다. 두 사람은 그간의 삶, 관계, 후회, 선택의 결과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상을 좇던 청춘의 감정은 어느새 삶의 무게와 책임 속에서 흔들리고, 서로의 마음속에 남겨진 자리 또한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으로 바뀌어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지는 대화는, 그들이 여전히 서로에게 깊은 감정적 울림을 남기고 있음을 서서히 드러낸다. 이 작품의 핵심 주제는 ‘두 번째 기회’와 시간이 가져오는 잔인한 변화다. 영화 속에서 사랑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기억과 후회, 그리고 가능성으로 남아 삶을 흔드는 어떤 힘으로 묘사된다. 링클레이터 감독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철학적인 대화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삶은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던진다. 감독은 결말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은 채 열린 여운을 남기며, 사랑의 지속성과 관계의 본질을 스스로 되묻게 한다. 이번 방송은 지난주 선보인 ‘비포 선라이즈’와 함께 감상할 때 더 깊은 의미를 전한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젊은 남녀가 하루 동안 비엔나에서 보냈던 첫 만남의 설렘은, 9년이 지나 파리에서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성숙하고 복잡한 감정으로 이어진다. 두 작품을 나란히 비교해서 감상한다면, 사랑이 시간을 지나며 어떻게 변하고 또 어떻게 남는지를 더욱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비포 선셋은 2013년작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비포 3부작’의 중간 장.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깊어지는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는, 성숙한 로맨스의 정점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22

교육극단 나무테랑, 포럼연극 ‘그들의 기억법’ 선보인다

교육극단 나무테랑(대표 이융희)이 다음 달 3일부터 7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스페이스라온에서 포럼연극 ‘그들의 기억법’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레퍼토리 공연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연출과 대본은 나무테랑 대표 이융희(49)가 맡았다. 배우 김민선, 김태영, 진여경, 김지원, 김용욱 등이 출연한다. ‘그들의 기억법’은 사랑의 본질과 인간관계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주의와 SNS 중심의 소통 문화가 강화되면서, 사람들 간의 공감 능력이 약화되고 관계가 쉽게 왜곡되는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작품은 엄마와 딸의 갈등이라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로 시작해, 가족 내의 정서적 결핍이 사회적 문제로 확장되는 구조를 통해 관객들에게 ‘현대인의 행복’과 ‘관계의 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포럼연극 형식으로 구성된 점도 특징이다. 공연 중간과 종료 후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대화와 토론이 이어지며,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극의 메시지를 완성한다. 딸은 어린 시절 충분히 받지 못한 사랑을 확신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엄마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지만, 현실적 문제 앞에서 사랑의 방식이 엇갈리는 엄마와는 좀처럼 교차점을 찾지 못한다. 이러한 갈등은 점점 미궁으로 깊어지며 스릴 넘치는 상황을 연출한다. 나무테랑 이융희 대표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자기 안의 감정과 마주하고, 상처로 인해 흔들리는 마음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기를 바란다”며 “배우들의 팽팽한 긴장감과 밀도 높은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 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나무테랑이 주최·주관하며 대구광역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입장료는 전석 2만 원이며, 청소년·장애인·단체 관객은 1만 원으로 할인된다. 평일은 오후 7시 30분, 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3시와 6시에 각각 공연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18

곽명희 개인전 ‘404: Connection Lost’ 24일부터 토마갤러리

곽명희 작가의 개인전 ‘404: Connection Lost’가 오는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대구 토마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는 현대 사회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감정이 흐르는 방식을 관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곽 작가는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육각형 이론’을 참조해 개인의 성향·능력·조건을 조합적으로 구성해내는 현대적 관계의 모습을 시각화한다. 이는 완전함의 기준을 비판하기보다는, 사회가 관계를 구성하는 방식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어떤 상상력을 불러오는지 탐구하는 관찰의 틀로 기능한다. 작품은 합판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조형적 행위에 기반하며, 여기에 2D RPG 게임 그래픽의 구조와 화면 구성 방식을 적용해 현실 공간을 마치 게임 맵처럼 분절하고 재배치한다. 사회가 설정한 관계의 조건을 ‘게임적 시점’에서 해체·변주(變奏)하려는 시도로, 한지 위로 번지는 먹과 물감의 흔적은 감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드러내며 물질성과 감정의 겹침을 장면화한다. 전시 제목 ‘404: Connection Lost’는 네트워크 오류 메시지에서 차용한 것으로, 연결의 단절을 부정적 사건이 아닌 새로운 관계적 가능성이 열리는 전환의 순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찰나를 2D RPG의 ‘정지된 장면’처럼 포착해 시각적 서사로 확장하며 관람자가 관계의 조건을 다시 감지(感知)하도록 이끈다. 작가는 “관객은 완전함과 불완전함이 교차하는 감정적 구조를 거닐듯 체험하게 된다”며 “제도화된 사랑의 틀을 비튼다기보다, 현대 사회에서 ‘조건이 있는 사랑’과 ‘거래형 관계’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풍경을 탐색하며 관계의 새로운 상상 가능성을 제시한다”며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 곽명희 작가는 경북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수료했다. 2023년 어울아트센터와 대구아트웨이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봉산문화회관·EXCO·갤러리사이 등에서 여러 기획·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개인 전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17

피아니스트 서주희의 깊어진 성숙과 음악 세계로 초대

섬세한 해석과 단단한 음악적 개성을 갖춘 피아니스트 서주희가 오는 21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국내외 무대를 넘나들며 솔리스트·실내악 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로크 이후 현대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자신만의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그를 두고 “매우 음악적이며 응집력 있고 에너지 넘치는 개성 있는 연주”라고 평했고, 피아니스트 알프레도 페를은 “높은 수준의 테크닉과 음악적 지성, 성숙미를 갖춘 예술가”라고 호평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과 데트몰트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Konzertexamen)을 거친 그는 ARD 국제콩쿠르 본선 진출, 데트몰트 리스트 국제콩쿠르 2위 등 유럽 주요 무대에서 주목받아왔다. 귀국 후에도 그의 행보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독주회, 대구음악제, KBS-FM 실황 연주, 야나첵 현악 4중주단과의 협연 등 다양한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어내고 있다. 2016년부터는 대구청년클래식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지역 음악계 저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경북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파르트의 Variations for the healing of Arinushka로 문을 연다. 이어 베토벤 소나타 ‘열정(Appassionata)’로 고전적 긴장미를 드러낸다. 휴식 후에는 지역 작곡가 이철우의 독주곡 ‘내 안의 아름다운 세상’ 중 ‘위대한 신의 선물’ 네 악장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마지막은 슈만의 Fantasie Op.17로 장대한 감정의 흐름을 완성한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 전석 2만 원이며 예매는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다. 주최는 뮤직플러스, 후원은 이화여대 음악대학 동창회와 독일 프라이부르크·데트몰트 국립음대가 맡았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17

“새로운 언어와 기법 탐구···내 자유의 영역”

대구시 중구 이천로 206에 위치한 갤러리CNK에서 오는 12월 27일까지 프랑스 파리 출생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출신 추상화가 탕크(TANC·Tancred Perrot·46)의 개인전이 열린다.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활동해온 탕크는 과감한 색감과 즉흥적인 터치로 유명하다. 탕크의 작품은 기계 음악의 비트와 자연의 색감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 상태에서 밀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표현한다. 아시아 여러 미술관에서도 전시를 가진 그는 동양 철학과 서정성을 담아내 평론가들로부터 ‘동양화의 재해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탕크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면서 다양한 도구와 재료로 판타지 피규어를 칠하며 예술적 감각을 키웠다. 청소년기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영향을 받아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그래피티와 레터링을 시작했다. 그래피티는 그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고, 이는 그의 작품에 힘과 리듬, 감정을 더하는 계기가 됐다. 탕크는 최근 자신의 작업의 핵심이 ‘회화의 적용에 대한 탐구’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매체를 길들이고 통제하며, 동시에 우연이 스며드는 과정을 즐긴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언어를 탐구하는 과정이 자유의 공간이라고 믿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탕크의 매체 실험의 결과를 볼 수 있으며, 유화에서 스프레이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 시도들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회화와 조각처럼 깎아낸 표면, 긁어낸 질감들로 구성돼 있다. 2019년에는 서울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어 역동적 질감이 돋보이는 오일 페인팅을 포함한 25점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기법과 잉크를 캔버스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탕크는 나비가 화면에 날아들어 서클을 그리듯 손짓을 따라 캔버스 안에 점들을 남긴다. 동양의 절제미를 연상케 하는 여백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층마다 조금 다른 액션의 작품들로 배치된다. 전시장 1층에는 그의 대표적 작품 경향이기도 한 퍼포먼스적인 행위의 작품에 그 이미지들을 다시 재배치하여 또 다른 차원의 공간감을 보여주는 신작들로 채워진다. 전시장 2층과 3층 공간에서는 물감을 흘려내리듯 뿌려서 색의 폭포수와 같은 대형 작품들과 수업 시간 낙서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듯 무의식적인 행위를 반복하며 제작된 그의 또 다른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그리고 그의 액션으로 끝없는 공간감과 깊이를 보여주는 블루 추상 풍경 작품들이 마치 예술 작품이 펼쳐지는 파리의 거리를 거니는 듯 설치돼 있다. 탕크는 “새로운 언어와 기법을 탐구하는 것은 내 자유의 영역이자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다. 반복적 작업은 감금으로 느껴지며,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그린다’는 생각이 늘 맴돈다. 이번 전시는 유화부터 스프레이 페인트까지 다양한 매체 실험을 통해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독창적 기법들을 담았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7

최정상급 솔리스트 앙상블 감상 기회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대표 공연 시리즈 ‘명연주시리즈’가 오는 23일 오후 5시 그랜드홀에서 ‘정명훈 실내악 콘서트’로 올해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번 무대는 피아니스트 정명훈을 필두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지안 왕, 비올리스트 디미트리 무라스 등 세계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최정상급 솔리스트들이 함께해 기대를 모은다. 정명훈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초대 수석 객원지휘자, 도쿄 필하모닉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명예 음악감독 등 오랜 기간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약해왔다. 동시에 그는 세계 각지의 무대에서 실내악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며 음악적 역량을 확장해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봉을 내려놓고 지휘자이기 이전의 음악 인생을 시작한 피아니스트로서 무대에 올라, 오랜 음악 동반자인 지안 왕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또한 201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와 2022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주목받은 양인모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유명 페스티벌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특별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여기에 벨기에 출신의 비올리스트 디미트리 무라스(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교수 역임)가 합류해 앙상블의 깊이를 더한다. 이번 공연은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의 정통 실내악 명곡으로 구성되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의 음악적 깊이와 인간적 고뇌가 어우러진 무대가 될 예정이다. 1부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1번’으로 문을 연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어머니를 잃은 직후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며, 슬픔과 고뇌가 담긴 유일한 e단조 기악 작품이다. 양인모의 섬세한 해석으로 모차르트의 내면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D장조’는 ‘유령’이라는 별칭이 붙은 곡으로, 베토벤의 원숙기 걸작 중 하나다. 2부에서는 브람스의 ‘피아노 사중주’가 연주된다. 이 곡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영감을 받아 ‘베르테르’라는 부제가 붙었으며, 브람스가 평생 품었던 클라라 슈만에 대한 감정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피아니스트로서 무대에 서는 정명훈과 세계적 솔리스트들이 빚어낼 음악적 교감이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듀오부터 콰르텟까지 다채로운 편성의 실내악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기회”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6

일상의 잔재에서 피어나는 기억의 미학 — 나인경 사진전 ‘Still Remains’

제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프린지포토페스티벌에 참여한 사진작가 나인경이 개인전 ‘Still Remains’를 열고 있다. 전시는 11일부터 16일까지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450길의 예술상회토마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을 주제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친 흔적들—냉장고 속 남은 음식, 식기, 말라버린 채소 등—을 통해 기억과 감정의 층위를 탐구한다. 작가는 이러한 오브제를 단순한 잔재로 보지 않고, 삶의 흔적이자 기억을 환기시키는 감각적 단서로 바라본다. 나인경은 주부이자 학원 운영자로서 빠듯한 일상 속에서 놓친 시간과 감정을 시각화한다. 썩어가는 과일이나 시든 채소는 돌보지 못한 시간의 상징이자, 과거의 감각이 여전히 현재에 머무는 존재다. 작가는 이러한 대상들을 응시하며 “사라져가는 순간을 다시 붙잡는 행위”로 카메라를 들었다고 말한다. 작업은 기억이 떠오르는 과정을 세 가지로 분류해 보여준다. △무의지적 기억은 감각 자극을 통해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으로, 중첩된 이미지와 흐릿한 초점으로 표현된다. △의지적 기억은 스스로 과거를 떠올리는 과정으로, 구도와 시선의 의도가 분명하다. △감정 기억은 사건보다 정서가 중심이 되는 기억으로, 명암 대비와 겹침을 통해 감정의 잔향을 시각화한다. 예술상회토마 관계자는 “나 작가는 여러 각도와 거리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겹쳐 구성하는 ‘레이어링(layering)’ 기법을 활용, 기억이 단선적으로 흐르지 않고 여러 시간과 감정이 교차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나인경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사진은 과거를 단순히 재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기억의 흐름을 기록하는 방식”이라 정의한다. 일상의 사소한 흔적이 예술로 전환되는 이 순간, 관객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Still Remains)’의 의미를 새롭게 마주하게 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1-12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콘서트하우스(관장 박창근)는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그랜드홀에서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의 하나로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18세기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 북유럽 민요, 그리고 팝 음악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관객에게 폭넓은 음악적 항해를 선사한다. 1977년 창단한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는 북유럽 최고의 연주자 26명으로 구성된 대표적 챔버 오케스트라로, 정교한 음색과 혁신적인 무대 구성으로 클래식계의 찬사를 받아왔다. 이번 월드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는 6명의 연주자들이 참여해,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신들만의 감성과 에너지로 해석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카타리나 첸, 사라 로즈 앙젤리크 외빙에, 비올리스트 한네 모에 셸브레드, 마르테 그림스루드 후숨, 첼로 아우든 산비크, 올레 에이리크 레에가 무대에 올라 현악기의 풍부한 질감과 정교한 앙상블을 선사한다. 1부는 첼로 독주로 아벨의 ‘아르페지오 d단조’로 문을 연다. 이어 퓰리처상 수상 작곡가 캐롤라인 쇼의 ‘석회석과 펠트’, 베토벤의 ‘현악 3중주 3번 G장조-스케르초’가 비올라와 첼로, 그리고 바이올린의 절묘한 호흡으로 연주돼 고전적 균형미를 전한다. 이후 색다른 변주가 펼쳐진다. 덴마크 민요 ‘Stædelil’와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통해 북유럽의 서정성과 낭만주의의 깊은 정서를 선사한다. 공연의 후반부에서는 클래식의 경계를 넘어선 색다른 선율이 이어진다. 팝의 거장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 세계적인 K-POP 그룹 BTS의 ‘Dynamite’가 현악 6중주 편곡으로 새롭게 탄생하며 무대에 활력을 더한다. 아벨에서 베토벤, 그리그, 쇤베르크를 거쳐 BTS까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물며 시대를 잇는 음악 여정을 선사하는 이번 무대는 이건(EAGON) 기업과의 공동 기획으로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1

슬로베니안 필하모닉 첫 내한 공연… 손민수 협연

대구콘서트하우스(관장 박창근)는 오는 19일 오후 7시 30분 그랜드홀에서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손민수 & 슬로베니안 필하모닉’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유럽 전통의 오케스트라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의 사상 첫 내한 무대이자, 세계적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협연자로 나서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은 1701년 설립된 아카데미아 필하모니코룸을 모태로, 1947년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활동 중인 유럽 최고(最古)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324년간 카를로스 클라이버, 리카르도 무티, 샤를 뒤투아 등 거장들이 객원 지휘자로 참여했으며, 슬로베니아와 해외 연주자들의 조화로 유럽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어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카키 솔롬니쉬빌리 수석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는다. 1990년생 젊은 거장인 그는 샤를 뒤투아의 조수로 경력을 쌓았으며, 최근 슬로베니안 필하모닉과 긴밀한 협업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손민수는 섬세한 해석과 강렬한 테크닉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연주자다. 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2024년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 협연 등 지역 관객과의 인연을 지속해왔다. 2006년 캐나다 호넨스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을 차지한 뒤 북미·유럽·아시아 무대를 누비며 활약 중이며, 2023년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임용되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교육자와 연주자로서의 경험을 대구 무대에 녹여내겠다”고 전했다. 공연은 슬로베니아 출신 작곡가 조르주 미체우즈의 오페라 ‘The Fairy Child’ 서곡으로 문을 연다. 동화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곡은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인다. 이어서 손민수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이 작품은 교향곡 1번의 실패 후 깊은 우울증을 겪었던 라흐마니노프가 의사 니콜라이 달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하며 완성한 곡으로,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브람스 ‘교향곡 1번’이 연주돼 웅장하고 치열한 브람스의 역작을 슬로베니안 필하모닉 특유의 깊이 있는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다. 공연 당일 오후 6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뮤직카페에서 작가 정은주가 진행하는 사전 해설 프로그램 ‘비포 더 콘서트’가 열린다. 지휘자, 협연자, 오케스트라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을 통해 관객들의 감상 이해도를 높일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0

몽환적 풍경 속으로… 임현오 초대전 ‘영원의 선상’

자연과 빛, 내면의 정서를 융합한 독특한 회화 세계를 펼치는 임현오 작가의 초대전 ‘영원의 선상’이 안동 송강미술관 별관 갤러리송강에서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송강미술관이 주관하는 지역 예술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서, 매월 지역 작가를 선정해 창작 활동을 지원해 시민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공공 미술관이 부족한 안동에서 송강미술관은 예술가와 시민을 잇는 문화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임현오 작가의 작품 속 풍경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심상의 풍경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자작나무 그늘-내 마음의 풍경’ 연작을 통해 몽환적이면서도 명상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자작나무 오브제를 활용한 부조회화 기법이 돋보인다. 작가는 생명이 다한 자작나무를 캔버스에 입체적으로 부착한 뒤, 다양한 질감으로 표면 처리하고 세밀한 드로잉을 더해 3차원적 부조 효과를 구현한다. 빛의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그림자의 대비는 작품에 다채로운 표정을 부여하며, 이는 삶의 긴장감과 정서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임현오에게 자작나무는 단순한 소재가 아닌 생명력의 은유다. 그는 죽어가는 나무를 오브제로 활용해 메마른 생명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이를 통해 소생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얀 껍질이 특징인 자작나무는 순결과 재생의 상징으로, 작가의 화면에서 빛과 그림자로 재해석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자작나무의 자웅동주(암수한그루) 특성은 성별 구분 없이 공존하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작가는 “나무의 뿌리는 땅을, 줄기는 하늘을 향해 뻗으며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말한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허구와 실재의 공존, 조각과 회화의 결합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 언어를 구축해왔다. 임현오 작가는 국립안동대 미술학과와 계명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개인전 13회 및 단체전 100여 회를 통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김명자 송강미술관장은 “임현오 작가의 작품은 감성적 몰입을 이끌어내며,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0

운담 이복연 서예가 첫 개인전

71세의 현역 서예가 운담 이복연의 생애 첫 개인전 ‘운담 이복연 서예전’이 11일부터 16일까지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 전관에서 열린다. 44년간 서예와 한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적 정진을 거듭해 온 이복연 서예가는 이번 전시에서 ‘서예의 철학적 깊이와 미학적 확장성을 동시에 구현한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그의 작품은 ‘전통 서체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점 하나 획 하나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예술대학교 서예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수학한 이복연 작가는 전통 서법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융합한 독창적 작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한국미술협회 경산지부장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경상일층루(更上一層樓·더 높은 누각에 올라 멀리 보라)’ 정신을 화두로 삼아 예술적 경지를 끊임없이 개척해왔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 같은 철학을 담은 50여 점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특히 예서와 행초서를 주축으로 삼은 작품들은 유려한 필선과 대비의 미학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었다. “점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넣고, 획의 유려함 속에 현대적 감각을 녹여낸다”는 그의 작업 방식은 서법적 틀을 넘어선 자유로운 예술 언어로 재탄생했다. 이복연 작가는 서예계에서 ‘성실과 겸손으로 제자를 길러내는 교육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전통의 본질을 전수하면서도 현대적 해석을 접목하는 교육 철학을 실천해왔다. 대구예술대학교 최민렬 교수는 이복연 작가에 대해 “글자의 뜻을 넘어 점과 획의 생동감으로 서예의 본질을 구현하는 예술가”라며 “고(故) 백영일 교수의 제자로서 전·예·해·행·초서의 다채로운 필체를 섭렵했으며, 겸허한 자세가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평했다. 실제로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매일서예대전 등에서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서단에서 확고한 위상을 다져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10

이상화 시인의 시심 재조명 창작오페라 ‘약속의 봄’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어둠 속에서도 민족의 아픔을 시로 승화시킨 이상화 시인의 혼을 담은 창작오페라 ‘약속의 봄’이 오는 11일 오후 7시 30분 대구 달서아트센터 청룡홀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번 공연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잘 알려진 이상화 시인(1901~1943)의 삶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할 예정이다. 이상화의 뜨거운 시혼은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민족의 한을 어루만지는 감동이었다. 이번 작품은 대구·경북지역을 대표하는 젊은 성악가들로 구성된 혼성중창단인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대표 안성국)이 2025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지속연주활동지원 사업에 선정돼 무대에 올리게 됐다. 대본은 이상화 생가터를 복합문화공간 ‘라일락뜨락1956’으로 변모시킨 화가 권도훈 대표가 집필했으며, 작곡은 창작음악연구소 ‘봄은’의 대표 김보미가, 연출은 인칸토솔리스트앙상블 대표 안성국과 박지훈이 공동으로 맡았다. 각색 작업에는 손수민과 박지훈이 참여했고, 예술감독은 윤혁진, 음악감독은 문준형이 각각 담당했다. 출연진으로는 이상화 역에 테너 김동건, 나무 정령 역에 바리톤 박상현, 유보화 역에 소프라노 김태인, 백기만 역에 베이스 한준헌, 순사 역에 테너 이상규, 남학생 역에 테너 김윤중, 여학생 역에 메조소프라노 정지윤, 박종화 역에 바리톤 유광준, 그리고 제문 읽는 남자 역에는 이상화 시인의 집안 종손인 이원호가 출연한다. 2025년 현재, 이상화 생가터(대구시 중구 성정로 13길 7-20)에는 200여 년을 살아온 라일락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나무는 일제강점기 조국을 사랑했던 민족시인 이상화의 혼과 시심이 깃든 상징으로서 매년 봄 이상화를 그리워하며 꽃을 피운다. 오페라는 1919년 대구 3·8만세운동을 배경으로 젊은 이상화가 시로 민중을 깨우고 독립의 함성을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1막에서는 대구 3·8만세운동을 배경으로, 이상화와 그의 친구들이 만세운동을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2막은 일제의 검열 속에서 절망에 빠진 이상화가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되새기는 과정을 다룬다. 3막은 동경 대지진 당시 조선인으로 몰려 체포된 이상화가 시로 민족의 자존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4막은 귀국 후 옛 연인 유보화와의 재회와 이별을 통해 사랑과 약속의 의미를 되새긴다. 마지막 5막에서는 모든 것을 잃은 이상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완성하며 조국의 봄을 염원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에필로그에서는 현재의 이상화 생가로 돌아와 만개한 라일락 나무 앞에서 한 남자와 여자가 그의 시비를 바라보며 시를 읊는다. 이 목소리는 곧 합창으로 번져 무대 위 모든 인물이 함께 노래하며, 이상화의 시와 정신이 우리 시대의 봄으로 다시 살아난다. 안성국 인칸토 솔리스트 앙상블 대표는 “오페라 ‘약속의 봄’은 시대를 초월한 저항의 목소리이자 노래로 되살아나는 찬란한 봄날의 기록”이라며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의 시와 정신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9

이화영 개인전 ‘옻이 피다’ ···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

도예가이자 화가인 소헌 이화영 작가의 개인전 ‘옻이 피다’가 오는 9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라우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이화영 작가의 40년 예술 여정을 집대성한 자리로, 고타마 싯다르타(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주제로 한 도예 및 옻칠 회화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이화영 작가는 작품의 근간을 ‘연기’(모든 존재의 상호관계), ‘무자성’(고정된 실체의 부정), ‘공’(궁극적 진리)이라는 불교 사상에 두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도태칠(陶胎漆)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 주목받는다. 흙의 견고함과 옻의 깊은 색감이 결합된 도태칠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투명해지는 ‘옻이 핀다’의 미학을 담아내며, 자연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완성되는 예술의 생명력을 표현한다. 또한 경주에서 민화를 접하며 시작한 회화 작업은 한국적 심성과 불교적 세계관을 융합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발전했다. 대표작 ‘시방불’과 ‘불이(不二)’는 만다라 형상과 불경 문구를 통해 생로병사의 순환과 깨달음의 경지를 상징적으로 구현했다. 이화영 작가는 “덧없는 인생에서 반나절의 여유를 얻다는 의미의 ‘부생우득반일한(浮生遇得半日閑)’의 마음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며 “잠시나마 고요와 미소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4

포항 전통 설화 현대적 재해석

포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스페이스298에서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 주최로 특별기획전시 ‘명불허 어전(어촌의 전설)’이 개최된다. 오는 6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포항 지역의 대표 설화인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를 비롯해 동해안의 전설과 문화를 현대 예술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지역 고유의 서사와 문화적 소통을 모색한다. 기획을 총괄한 이진희 꿈틀로작가연합회 회장은 “전설은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의 삶 속에 스며드는 생명력”이라며 “전통 설화를 시각예술과 문학으로 재탄생시켜 지역민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총 30여 점의 작품은 시각예술과 문학 분야의 협업으로 완성됐으며, 고대부터 전해온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현대 지역문화와 어떻게 교감하는지 탐구하는 장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각예술 부문에는 권미분·조영미(도예), 최수정·손정원·김미숙(회화), 금보경·윤정운·노영이(공예), 배정선(플라워 아트), 이귀정(포슬린아트), 임형순(도자회화)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해 도예, 공예, 회화, 압화, 플라워 디자인 등 다채로운 매체로 동해안의 자연과 전설, 민담을 풀어냈다. 특히 바다의 파도 소리를 모티브로 한 설치 작품과 설화의 서사를 결합한 실험적 작업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권미분 도예가의 ‘등대와 해녀’는 거친 파도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해녀들의 강인함을 등대에 투영했다. 조형토와 불의 조화로 빚어진 이 작품은 바다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귀정 포슬린아티스트의 ‘바다의 약속’은 흩어짐과 만남의 순환을 공작새 이미지로 상징화하며, 파도와 석양의 빛을 도자기에 담아내며 귀향의 서정을 전달한다. 배정선 플로리스트의 ‘머물러 있는 시간’은 세오녀의 베짜기를 압화 기법으로 재해석해 시간의 반복성과 기억의 축적을 시각화했다. 조영미 도예가의 ‘바다 사막화’는 기후 위기로 변모한 해양 생태계를 도예로 구현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묻는다. 문학 부문에서는 허용호(만화), 최미경(시), 김강·김도일(소설), 박형철(동화)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경북 어촌의 전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시와 소설, 동화 작품을 통해 전설 속 인물과 장소에 깃든 감성적 서사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모색하는 창의적 시도로서,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포항의 문화적 뿌리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진희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예술을 매개로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꿈틀로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 2020년 공익법인으로 출범한 조직이다. 조합은 포항시 북구 중앙로 298번길 14-4 일대 문화예술창작지구에서 활동하는 꿈틀로작가연합회 소속 예술가 31명으로 구성됐다. 조합원들은 개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마케팅, 기업 및 공공기관 판매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며 효과적인 유통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제6회 박동준상 패션•미술부문 수상자 전’ 개최

(사)박동준기념사업회(이사장 윤순영)는 ‘2025 박동준상 패션·미술부문 수상자 전’을 오는 7일부터 12월 12일까지 대구 갤러리 분도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 수상자인 이슬기 설치미술가와 김재우·김민 디자이너의 대표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이슬기 작가는 전통과 현대를 미술적 언어로 잇는 작업으로, 김재우와 김민 디자이너는 각각 지속가능성과 문화적 융합을 주제로 한 패션 작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동준상은 패션과 미술, 문학을 결합해 새로운 디자인 영역을 개척한 고(故) 박동준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20년 제정된 상으로, 패션과 미술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된다. 올해는 두 부문에서 혁신적인 작품들이 선정됐다. 이슬기(53) 작가는 개인전 ‘니니’를 통해 대표 시리즈 ‘이불프로젝트: U’, ‘현판프로젝트’, ‘모시 단청’의 신작을 공개한다. 전시 제목 ‘니니’는 대구 사투리로 ‘너’를 뜻하며, 프랑스어로 ‘아니’를 의미해 지역성과 글로벌 감각의 조화를 상징한다. ‘이불프로젝트: U’는 통영 누비장인과 협업해 이불 위에 한국 속담을 추상적 그래픽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전통 공예와 현대적 조형미가 결합됐다. ‘현판프로젝트’는 조선 시대 현판에서 영감을 받아 무의미한 의성어를 픽토그램으로 재탄생시킨 작업이다. ‘모시 단청’은 격자 구조를 단청 색상으로 변주해 전통적 그리드를 현대적 설치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슬기는 파리에서 활동하며 멕시코, 한국 등 다양한 지역의 장인과 협업해 왔으며, 공예와 언어, 사회적 맥락을 연결하는 독창적 접근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패션 부문 공동 수상자인 김재우(J WOO)와 김민(SEAEL, 센추리클로)은 각자의 철학을 담은 컬렉션을 선보인다. 김재우(47)는 2011년 컨템포러리 여성복 브랜드 제이우(J WOO)를 설립해 뉴욕, 파리, 상하이 등에서 글로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5 F/W 컬렉션 ‘Be nature’를 공개한다. ‘자연과의 연결’을 주제로 유기적 실루엣과 내추럴한 컬러를 활용해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니멀리즘과 고급 소재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았다. 김민(38)은 센추리클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2024년 신규 브랜드 SEAEL을 론칭했다. 뉴욕패션위크 등에서 ‘현재의 순간’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SEAEL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선보인다. 바다와 하늘을 모티브로 문화적 융합을 표현하며,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3

‘경북 무형문화유산’ 포항·안동·예천 농요 한자리에

2024년 12월에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포항흥해농요가 안동저전동농요, 예천공처농요를 포항으로 초청해 교류하는 농요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포항흥해농요보존회(회장 박현미)는 오는 8일 오전 10시 안동저전동농요보존회 및 예천공처농요보존회를 포항시 흥해읍 북송리 북천수 야외공연장으로 초청해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 농요 교류의 장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포항흥해농요보존회는 이번 교류행사에서 ‘지게목발소리’, ‘어사용’, ‘망깨소리’, ‘모찌는소리’,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물푸는소리’, ‘나물캐는소리’, ‘영감소리’, ‘치이야칭칭나네’ 등 흥해농요 10마당을 선보일 예정이다. 1980년 12월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저전동농요는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농요로 ‘모찌기소리’, ‘모심기소리’, ‘애벌 논매기소리’, ‘두불논매기 소리’, ‘타작소리’, ‘치야칭칭’ 등으로 이뤄진다. 1986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예천공처농요는 예천군 풍양면 공덕2리에서 전승돼온 농요로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걸채소리’, ‘벼타작소리’, ‘칭칭이’ 등으로 구성된다. 교류행사가 끝난 오후에는 흥해농요보존회 주최로 향토민요경창대회와 흥해농요시범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박현미 포항흥해농요보존회장은 “이번 안동저전동농요, 예천공처농요와의 교류행사를 통해 흥해농요를 널리 알리고, 흥해농요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1-02

포항시립미술관 ‘미술관 음악회’, 10월 30일 개최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이 30일 오전 11시 관람객과 시민에게 감성의 선율을 선사하는 ‘미술관 음악회’를 연다. ‘뮤지엄 & 뮤직(Museum & Music)’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트롬본, 포크기타, 실내악 3중주 무대 등으로 구성돼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음악으로 채운다. 첫 무대는 트롬본 연주자 김승언이 맡는다. 그는 신채홍의 ‘슬픈 인연 너머’, 버트 캠퍼트의 ‘L.O.V.E’,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등을 트롬본 특유의 따뜻한 음색으로 들려준다. 국민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탈리아에서 지휘 디플로마를 취득한 김승언은 현재 한국관악협회 이사이자 포항시립교향악단 수석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이어 무대에 오르는 포크기타 듀오 ‘로얄젤리’(박선아·신두학)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주로 따뜻한 여운을 전할 예정이다. 이들은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남궁옥분의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이용의 ‘잊혀진 계절’ 등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들을 두 대의 기타로 풀어낸다. 단순한 재현이 아닌, 섬세한 하모니와 어쿠스틱 특유의 여백을 살린 편곡이 특징이다. ‘로얄젤리’는 “소박한 기타 선율 속에 사람의 마음을 잇고 싶다”는 뜻처럼, 자연과 일상에서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듀오다. 포항과 경북 일대에서 꾸준히 찾아가는 공연과 버스킹 무대를 이어오며 지역 음악가로서 존재감을 쌓아왔다. 공연의 마지막은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펠리체 트리오(Felice Trio)’가 맡는다.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1번’과 쇼스타코비치의 ‘플루트·클라리넷·피아노를 위한 왈츠 4곡’, 그리고 쇼팽의 ‘녹턴 C#단조’를 연주한다. 플루티스트 전지선, 클라리네티스트 최민영, 피아니스트 이슬기로 구성된 펠리체 트리오는 서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양대 등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실력파 연주자들로,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들은 “클래식을 일상 속 감성으로 전하고 싶다”며 “음악으로 미술관이 주는 정적과 감동을 함께 나누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이번 음악회를 통해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시민에게 열린 문화공간으로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음악회는 전시와 공연이 공존하는 복합예술 프로그램으로, 지역 예술인에게는 무대가 되고 시민에게는 휴식이 되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관 음악회’는 포항시립미술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좌석은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9

포항문화재단, APEC 정상회의 맞아‘ 달과 해의 도시 포항’ 예술로 물들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2025 경주 APEC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며,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및 일월문화공원 등에서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경북도의 후원과 포항시의주최, 포항문화재단 주관으로 진행되는 ‘APEC 연계 3대 문화관광 콘텐츠 구축사업’의 일환이다. 가장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Moontology-달의 탐구’ 미디어아트 전시다. 지난 25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귀비고 지하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달’을 매개로 인간·기술·예술이 교차하는 세계관을 탐구한다. 관람객들은 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몰입형 공간에서 달빛의 파동을 체험하며 일상 속 명상과 치유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특별 이벤트로는 ‘일요향악: 가무백희’가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해 31일 오후 1시 30분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신라마을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전통음악과 무용, 기예를 결합한 이 공연은 지역 설화를 모티프로 삼아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11월 1일 오후 7시 일월문화공원 야외무대에서는 ‘일월요-해의 리듬’ 야간 공연이 열린다. ‘일출-낮-석양-밤’의 4부 구성으로 자연의 순환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현악 4중주, 국악 앙상블, 팝페라 공연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마지막에는 ‘아리랑’ 대합주를 통해 해가 다시 떠오르는 상징적 장면을 연출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전망이다. 이상모 대표이사는 “해와 달이 상징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열린 축제가 될 것”이라며 “포항의 문화적 정체성과 예술적 감수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며,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9

‘한·일·중 오페라 갈라 콘서트’ 대구서 개막… 감동 무대 선사

2025-2026 한·일·중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 나라의 주요 오페라 극장이 공동으로 기획한 특별 갈라 콘서트가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에서 열린다.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오페라하우스(관장 정갑균)는 오는 30일 오후 7시 30분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특별 공연으로 ‘2025 한·일·중 오페라 갈라 콘서트 –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후원으로 이뤄지며, 동아시아 3국 간의 우호 증진과 지속 가능한 문화 교류의 의지를 담아낸 상징적인 문화외교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해당 무대를 마련함으로써 국내외 오페라 네트워크 강화와 함께, 세계 무대를 향한 성악가들의 교류 플랫폼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문화외교 실현을 통해 동아시아 예술의 중심지로서 입지를 다지고,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대표 기관으로서의 역량도 발휘할 예정이다. 이번 갈라 콘서트는 한국 대표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주축이 돼 일본 후지와라가극단, 중국 국가대극원을 초청해 ‘자유’와 ‘화합’을 주제로 협연한다. 1부에서는 푸치니의 감성적 명작 ‘라 보엠’, 도니제티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조르다노의 서정적 작품 ‘안드레아 셰니에’의 아리아가 연주되며, 2부에서는 비발디의 곡과 함께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시몬 보카네그라’, ‘운명의 힘’, ‘아틸라’, 푸치니의 ‘토스카’가 차례로 펼쳐진다. 특히 대규모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피날레 무대에서는 한·일·중 대표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한·일 및 한·중 수교 기념 등 다양한 문화 교류 협력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정기적 교류 프로그램과 공동 제작을 추진해 지속 가능한 문화외교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25 한·일·중 오페라 갈라 콘서트 – 동방의 심장, 하나의 무대’와 관련한 자세한 일정 및 내용은 대구오페라하우스 누리집(http://www.daeguoperahouse.org)과 전화(053-430-7413)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8

‘빛과 쇠’ 주제… ‘철이 예술인 도시’ 새로운 비전 제시

‘철(鐵·steel)’을 예술적 매체로 활용한 국내 유일 순수 문화예술 축제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올해 주제는 ‘빛과 쇠’(소설가 김훈 작명)다. 지난 25일 오후 4시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막을 올렸다. 14회차를 맞는 이번 페스티벌은 재단법인 포항문화재단이 소설가 김훈, 한글 타이포그래피 안상수 디자이너, 철학자 이섭, 조각가 이웅배·정현 등 인문 예술 거장들과 협력해 빛과 철의 관계를 깊숙이 탐구하는 컨셉으로 열고 있다. 올해 페스티벌은 ‘스틸 아트’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철이 예술인 도시’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11월 23일까지 복합문화공간 동빈문화창고1969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포항을 ‘철의 도시’를 넘어 ‘예술이 된 철의 도시’로 재정의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들로 채워진다. 지난 2012년 시작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철의 도시’ 포항의 정체성을 담아 특성화한 국내 유일의 ‘철 전문 예술행사’다. 문화공간에서 열리는 다른 도시의 미술제와 달리 도시 전체를 무대 삼아 열리는 ‘도시 예술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13년 동안 포항 곳곳에 자리 잡은 230점의 스틸아트 전시작품은 도심 속 ‘스틸 뮤지엄’을 형성하며 도시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동안은 조각가 중심이었으나, 올해는 참여의 면면이 많이 달라졌다. 당대의 문예철(文藝哲) 대표작가들이 컬렉티브로 철의 인문을 대신 읽어주는 전시를 열고, 철강기업이 기술을 예술과 견주어 보는 협업 프로젝트는 물론 시민이 직접 ‘쇠질’에 참여하는 참여·체험행사를 여는 등 철판이 한층 달구어지고 넓어진다. 주축이었던 철조각은 지난 13년간 꾸려온 스틸아트 컬렉션 200여점을 대표하는 작가 14명을 꼽아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라는 열정형·회심형 해변 전시로 다시 온다. △전시1 ‘철, 읽다’ 동빈문화창고1969에 마련된 기존 철조각 전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철의 인문학적 의미를 재해석하는 공간이다. 안상수(한글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이섭(철학·예술기획), 정현(조각), 이웅배(조각), 김훈(문학) 등 5인의 ‘문예철 컬렉티브’가 포항을 ‘읽고’, ‘묻고’, ‘세우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안상수 작가는 글(文)·꼴(圖)·얼(像)을 조합해 포항의 정체성을 시각화한다. 정현 조각가는 땅속에서 세상을 받쳐온 철의 흔적을 드러낸다. 김훈 소설가는 ‘빛과 쇠’로 포항이 걸어온 문명사적 길을 서사시로 풀어낸다. 이섭 철학자는 철과 인간의 공존 방식을 질문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웅배 조각가는 포항 사람의 일상에 스민 철의 숨결을 조각으로 재현한다. △전시2 ‘철예술, 보다’ 포항시가 13년간 수집한 스틸아트 200여 점 중 대표작가 14인의 최신 작품을 엄선해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선보이는 야외 전시다. 참여 작가인 강대영 김병철 김상균 김연 김태수 노해율 모준석 박성찬 박은생 신옥주 안재홍 이기칠 정정주 최일 작가는 ‘새로 포항, 함께 포항’을 주제로 현대조각의 다채로운 경향을 집약하며, 포항의 해안 풍경과 어우러진 철조각의 도시적 의미를 조명한다. 포항의 핫 스팟인 영일대해수욕장에서의 전시는, 포항의 해경(sea-scape)과 도경(city-scape), 그리고 예경(art-scape)의 ‘신 삼경(三景)’을 보고 즐기는 와유(臥遊)의 기회를 넉넉하게 제공한다. 포스코 제1고로가 또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는 곳이기도 한 해수욕장 전시장에서의 전시는 펄펄 끓던 철의 용해와 철 조각가의 열정으로 포항 컬렉션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는 한편, 포항 스틸아트, 나아가 한국 현대조각의 나아갈 길을 내다보고자 한다. △전시3 ‘철기술, 펼치다’ ‘철기술, 펼치다’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펼치는 철강기업과 예술가의 협업 프로젝트다. 동빈문화창고1969 이벤트홀 입구로 들어서면 시민 워크숍으로 제작한 해와 달 그림이 전시되고, 중앙에는 포항 철강기업 동국제강과 제일테크노스가 제작한 ‘쇠의 숲’이 관객을 맞이한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의 독특한 요소 중 하나는 포항 철강기업들이 작품 전시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포항 철강기업은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첫 행사에서부터 예술로 참여해왔는데, 이번에는 그 참여를 기술 본연으로 고도화해 포항의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 경제의 에너지로 쓰자고 제안한다. 이웅배 작가와 동국제강은 H형강을 활용한 시민 친화적 조형물 ‘공동체’ 연작을, 이섭 작가와 제일테크노스는 레이저 커팅 기술로 제작한 ‘포항십경철병(浦項十景鐵屛)’을 선보인다. ‘아트펜스’는 예술과 기술의 협업으로 외진 공간을 찰진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철강산업단지에서 제일 가까운 학교 중 하나인 대송초등학교, 밋밋한 등굣길을 씽씽한 마실길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예술가(정미솔·이향희)의 창의와 대송초 전교생 33명, 그리고 포스코의 기술지원이 함께 했다. △시민 참여·체험 ‘포항 철예술 시민기획단’은 일정한 교육과 현장 리서치를 거친 시민들이 직접 포항시 공공장소에 설치된 철 예술 작품을 큐레이션해 문화, 교육, 관광의 도시자원으로 제안한다. 함께 ‘쇠맛’을 보고 직접 ‘쇠질’을 해보면서 철과 함께 사는 고유한 포항 라이프스타일을 모색하는 시민 참여·체험 프로그램이다. 작가와의 워크숍, 꿈틀로 공방 워크숍, 철철 공방워크숍을 통한 다양한 공예 체험을 제공하는 ‘철철공작소’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도시 경관, 문화자원과 함께 철예술을 탐방하는 ‘철철 아트투어’는 도슨트투어, 스탬프 투어, 지역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장에서 맛보지 못한 역동적인 철 예술 도시 포항을 유람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포럼, 철로 철학하다 철을 매개로 한 철학적 담론의 장인 ‘쇠와 인간의 관계’, ‘포항의 문화적 전환’ 등의 주제강연과 토론이 11월 8일 오후 2시 동빈문화창고1969 2층 라운지에서 진행된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포항에서 쇠가 갖는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쇠를 대체하는 새로운 경제활동 중심축으로 전환이 포항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가?’ 등 오랜 사유에서 비롯된 이번 페스티벌은 철의 물성을 예술과 기술, 시민 참여로 확장하며, 포항을 ‘살아있는 철 예술 도시’로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사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7

코믹-반전으로 그린 가족의 초상, 연극 ‘살벌한 형제’

연극 ‘살벌한 형제’가 11월 16일까지 대구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은 사라진 5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와 암호화된 비밀 노트, 그리고 예기치 못한 한 여인의 등장으로 얽히는 형제의 추적극을 그린다. 추리와 코믹, 반전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시시각각 변주(變奏)되고, 형제의 갈등과 애증은 웃음 속에 녹아든다. ‘살벌한 형제’는 제목처럼 자극적인 사건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의 진심과 화해의 서사가 깔려 있다. 겉으로는 ‘살벌한’ 다툼이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형제 간 경쟁과 오해, 그리고 이해가 있다. 작품을 기획한 홍재임 예술감독은 “형제라는 관계는 평생의 경쟁이자 가장 깊은 유대”라며 “코믹한 설정 속에서도 가족의 책임과 사랑을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웃음극을 초월해 가족이라는 가장 오래된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비롯된 오해와 사고,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감정들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연극 ‘살벌한 형제’는 10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공연되며, 화~금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6시, 일요일·공휴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0-26

솔거·우양미술관서 한국 미술 특별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2025 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주 솔거미술관과 우양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특별전은 ‘APEC’의 주제어인 ‘지속 가능한 내일’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국제적 담론과 조응하는 한국 미술의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솔거미술관에서는 ‘신라한향: 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10월 22일~2026년 4월 26일)’ 전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내일’을 신라의 문화와 미학에 기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 불화장 이수자 송천 스님, 문화재 복원 전문가 김민 작가, 새활용(업사이클링) 유리공예가 박선민 작가 등 4인이 참여한다. 이들은 신라의 정신과 불교 미학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며 전통과 현대,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선보인다. 1년여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올해 7월 재개관한 우양미술관은 ‘백남준: 휴머니티 인 더 서킷츠(7월 20일~11월 30일)’ 전시를 진행 중이다. 고(故) 백남준 작가는 기술을 인간의 확장으로 인식하며 ‘유기적 회로’로서의 예술 세계를 펼쳤다. 이번 전시에서는 복원된 소장품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혼성’을 비롯해, 기술과 예술,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 대표작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솔거미술관이 전통에서 비롯된 현대 미술의 실천을 모색한다면, 우양미술관은 기술과 인간성의 관계를 탐구하며 글로벌 시대의 소통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APEC의 지향점인 ‘지속 가능한 내일’과 맞닿아 있어, 한국 미술이 국제 사회에서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 한정인 학예연구사는 “이번 특별전이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혁신을 조명하는 뜻깊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만큼, 한국 미술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