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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위에 다시 돋는 초록···재난 이후, 예술은 무엇을 말하는가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4-09 08:44 게재일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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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시안미술관 2026 상반기 특별기획전 ‘불의 씨앗’ 4월 10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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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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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열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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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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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作

검게 그을린 숲 사이, 새순이 고개를 든다. 불이 지나간 자리 위로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기척. 그 풍경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은 질문을 던진다. “재난 이후,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이 오는 10일부터 6월 28일까지 특별기획전 ‘불의 씨앗’을 연다. 이번 전시는 2025년 경북 의성군을 비롯한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 이후 1년, 재난의 기억을 예술의 언어로 기록하고 성찰하려는 시도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20명은 지난 1년 동안 산불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잿더미로 변한 산과 앙상하게 타버린 나무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마주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그렇게 축적된 신작 70여 점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작품들은 단순한 복구나 치유의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재난이 남긴 흔적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타버린 풍경 속에서도 발견되는 생명의 흔적,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의 잔여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이는 보도나 통계로는 포착되지 않는 재난의 이면을 드러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기록’의 성격 또한 강하다. 작가들은 주민 인터뷰와 현장 리서치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개인의 감각을 넘어 사회적 기억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전시 도록 역시 단순한 작품집이 아닌, 재난의 과정을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 공적 기록물로 제작된다.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은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작가들이 재난의 흔적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냈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회복’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의 맥락도 의미를 더한다. 시안미술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사라질 뻔한 장소가 예술을 통해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재난 이후의 회복과 재생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더욱 크다.

관람객들은 제1·2·3전시실 전관을 아우르는 구성 속에서 재난의 흔적을 따라 이동하며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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