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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耳順)의 화음으로 세상을 맑게 채색하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4-07 14:48 게재일 2026-04-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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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대구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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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모습. /대구시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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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70~100여 명이 함께 협업하는 오케스트라 음향은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 중 하나로 평가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했는데 이는 수십 명의 연주자가 한 호흡으로 움직이며 완성하는 유기체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이다.

대구에도 6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있다.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던 1950년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구현악회’로 출발한 지역 음악인들의 열정은 62년 전 교향악단 창단의 밑거름이 됐다.

80대 이상 고령 팬들 중엔 1964년 창단연주회 때 KBS 방송국 공개홀에서 울려 퍼진 베토벤 ‘교향곡 1번’의 감미로운 서주(序奏)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창단 이후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균형 잡힌 레퍼토리와 새로운 기획을 바탕으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며 국내 클래식 음악의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

정기연주회와 기획연주회, 시민행복콘서트, 찾아가는 음악회 등 활동을 통해 지역민과 꾸준히 호흡해 왔다.

□‘슈박스형 공연장’ 전국 주목

대구시향의 활동 무대 대구콘서트하우스는 1975년 ‘대구시민회관’으로 출발해 반세기 가까이 지역 공연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창단 초기 대구시립교향악단은 변변한 연습실조차 없어 시민운동장 인근 지하실과 달성공원 주변 건물을 전전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시민회관 개관 이후 전용 연습실이 마련되면서 비로소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됐다.

시간이 흐르며 건물 노후화와 음향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공연 환경 개선 요구가 이어졌고, 한동안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주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이뤄졌고, 같은 해 ‘대구콘서트하우스’로 재개관했다. 리뉴얼 이후 그랜드홀은 1284석 규모 전통적인 슈박스형 구조(shoebox hall)를 갖춘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직사각형 구조를 통해 측면 반사음을 극대화하고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좁혀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풍부한 울림과 긴 잔향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을 구현하며 지역 음악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의 한 음악 동호인은 “음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1층 중앙 블록이나 2층 정중앙이 가장 좋은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좌석”이라고 귀띔했다.

□ 백진현 지휘자와 80여명 단원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상임지휘자 백진현을 중심으로 박혜산(부지휘자), 김혜진(부악장) 외 79명의 단원이 한 팀을 구성하고 있다.

편성은 제1·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현악 파트가 핵심을 이룬다. 현악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뼈대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48명으로 구성된 대구시향의 현악 파트는 전국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이 위에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 등 목관악기가 더해져 맑고 섬세한 음색으로 감정의 결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금관악기인 트럼펫·호른·트롬본·튜바는 강렬하고 웅장한 울림으로 긴장과 장중함을 더하며, 곡의 클라이맥스를 이끈다.

□환갑의 성숙한 화음으로 보답

1964년 첫걸음을 뗐던 대구시향이 얼마 전 환갑을 맞았다. 인생의 한 바퀴를 돌아온 여정처럼 시향의 선율도 깊이와 중량감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향의 목관의 음향과 균형 잡힌 금관의 울림이 더해지며 전체 사운드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근현대 작품과 지역 창작음악을 선보이며,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아우르는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환갑을 맞은 오케스트라는 완결이 아니라 더 깊은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선”이라며 “흔들림 없는 중심으로, 각자 소리가 존중받으면서도 하나의 울림으로 이어지는 ‘이순(耳順)의 화음’을 완성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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