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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생명체로 되살아난 구룡포 골목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4-22 09:00 게재일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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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문화재단, 민경은 ‘헤테로토피아 도감’ 아라예술촌서 
생명체 주제로 키네틱 설치 작품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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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은 작가의 ‘헤테로피아 도감:아는 것들의 낯선 서식지’ 전시장 모습. /포항문화재단 제공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한적한 골목 안, 버려진 대게 껍데기와 나뭇가지가 낯선 생명체로 되살아난다. 익숙한 것들이 기묘하게 결합된 이 공간은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정말 익숙한 것일까.”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구룡포읍 아라예술촌에서 선보이는 입주작가 프리뷰전 ‘소통의 가능성’이 민경은 작가의 개인전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전시 제목은 ‘헤테로토피아 도감: 아는 것들의 낯선 서식지’. 지난 17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소개를 넘어, ‘낯섦을 통해 다시 보는 세계’라는 감각적 체험에 초점을 맞춘다.

‘소통의 가능성’은 아라예술촌 5기 입주작가 3인의 작업 세계를 순차적으로 조명하는 프리뷰 형식의 전시다. 앞서 정건우 작가의 ‘숭고의 순간’에 이어 마지막으로 민경은 작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시의 흐름 자체가 서로 다른 시선과 감각의 층위를 쌓아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민 작가는 사람·동물·식물·기계의 경계를 허무는 ‘혼종 생명체’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영상과 라이트 패널, 키네틱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업은 하나의 서사처럼 공간을 채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구룡포 지역에서 나온 부산물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폐기된 대게 껍데기와 자연물은 더 이상 버려진 사물이 아니라, 새로운 ‘서식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한다.

이처럼 재조합된 형상들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쉽게 눈을 떼기 어렵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서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른바 ‘불쾌한 골짜기’에 가까운 감각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낯섦을 통해 오히려 오늘의 인간을 비춘다. 빠르게 소비되고 소모되는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을, 마치 자연사 도감 속 한 종처럼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전시는 시각적 경험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부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이나 접촉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으로 구성됐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움직임은 관람객을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관계 맺는 존재’로 끌어들인다. 이는 전시 제목이 말하는 ‘소통’이 일방향이 아닌 상호작용임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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