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선정 발표 이어 지난 5일 시상식 열려 이겨레 작가 "故 장두건 화백 뜻 이어 동시대 변화 기록하겠다” 포부
포항이 낳은 거장, 고(故) 초헌 장두건 화백의 예술 혼을 잇는 올해의 주인공은 구미 출신 이겨레 작가였다.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지난 5일 ‘제22회 장두건미술상’ 시상식을 열고, 개인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역사의 단절과 공동체의 기억을 심도 있게 다뤄온 이 작가에게 상패를 수여했다. 앞서 지난 4월 말 최종 수상자로 낙점된 이 작가는 이번 시상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상 행보에 나선다.
올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겨레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서양화전공을 졸업했다. 이후 2017년~2018년 독일 라이프치히 국제 시각예술 프로그램(LIA) 참가를 시작으로, 2018년 울산 모하창작스튜디오, 2021년 아셔스레벤 국제 여름 레지던시 등에서 입주작가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개인전으로는 ‘Crossing’(서울, 2021), ‘한밤의 긴 이야기’(구미, 2025) 등을 개최했으며, 서울대학교미술관(2012), 포스코미술관(2015), 독일 라이프치히 베어크샤우(2018), 독일 아셔스레벤 베슈테혼파크(2021), 소다미술관(2023) 등 국내외 유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 작가는 선천성 백내장 수술 후유증에 따른 개인적인 시각 경험의 한계를 조형적·매체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에서 출발해 이를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특히 독일 레지던시 기간 중 싹튼 지역 역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긴장 속에서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이 공존하는 새로운 ‘회화적 장’을 구현해오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예술적 방향성은 최근작인 ‘Figurative(2025)’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주변부에 놓였던 구상 회화 작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가상의 집단 초상화인 이 작품은 역사의 단절을 드러내는 동시에 지속되는 양식적 특성과 태도를 증명해 냈다.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장두건 화백의 정신 및 미술상의 취지를 훌륭히 반영했다”는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다.
이겨레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개인적 지각에서 출발해 공동체의 기억으로 작업을 확장해 오는 과정에서 장두건미술상이라는 뜻깊은 격려를 받게 되어 무척 기쁘다”라며 “한 시대를 성실하게 마주하셨던 장두건 작가님의 태도를 이어받아 역사의 흔적과 동시대가 마주한 변화의 흐름을 꾸준히 기록해 나가겠으며, 내년 전시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지난 2005년 제정돼 올해로 22회를 맞은 장두건미술상은 포항 출신의 한국 근현대 미술사 대표 거장인 초헌 장두건 화백(1918~2015)의 업적과 예술혼을 기리고 지역 미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선양사업이다. 미술 부문 전 장르에 걸쳐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및 동 지역 출신 작가라면 나이 제한 없이 누구나 수상 자격이 주어진다. 매년 포항시립미술관이 수상작가를 선정하며, 최종 수상자에게는 포항시장의 상패와 장두건미술상 운영위원회의 창작지원금 800만 원, 그리고 내년도 포항시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가 제공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