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동빈문화창고1969서 내달 21일까지 전국 52팀 참여 식음료·독립출판·라이프스타일 굿즈·마켓·북토크·공연 등 마련
지난 1일 오후, 포항 동빈내항 옆 복합문화공간 동빈문화창고1969의 문을 열자 공기부터 달랐다. 커피 향과 종이 냄새, 수공예 제품의 질감이 뒤섞인 공간에서 ‘로컬’은 더 이상 지역명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전국 52개 로컬 브랜드 팀이 참여한 전국 로컬 교류전 ‘ALL at 동빈’이 막을 올린 첫날의 풍경이다.
지역소멸과 글로벌 위기가 맞물린 가운데, 오늘날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콘텐츠와 도시 인지도 확장은 점점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가능성을 현장에서 실험하는 자리다.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1일부터 6월 21일까지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이번 전시를 연다. 과거 수협 냉동창고였던 공간을 재생한 이곳에는 F&B(식음료), 독립출판,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로컬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는 공간 구조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른다. 입구와 이어진 전시장1에는 카페, 먹거리, 굿즈 브랜드들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가운데, 숙박·체류형 로컬 브랜드의 홍보 공간도 마련돼 공간의 성격을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감자칩과 쿠키 등 간단한 먹거리도 함께 구성돼 관람객의 체류 경험을 더한다.
감자와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부터 개성 있는 독립 브랜드까지, 각기 다른 지역의 색이 한 공간에 겹쳐진다. 안쪽 전시장2는 협동조합과 콘텐츠 중심 브랜드들이 자리 잡아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중앙의 다목적홀은 이번 전시의 ‘허리’다. 개막일에는 감자꽃스튜디오 이선철 대표와 한동대 주재원 교수가 각각 로컬 창업과 지역성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며 공간에 담긴 의미를 짚었다. 강연을 듣던 관람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남기는 모습이었다.
오른편 이벤트홀은 관람 동선의 끝에서 가장 밀도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마켓 at 동빈’을 중심으로 체험과 소비, 교류가 한데 어우러진다. 울릉 청년들이 진행하는 ‘울릉자격시험’이나 독립출판 기반 북토크, 국악 공연 등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며 지역의 맥락을 체감하도록 이끈다.
또 매주 토요일 운영되는 ‘마켓 at 동빈’에서는 포항, 충주, 울릉 등지에 정착해 브랜드를 론칭한 사례 발표를 비롯해, 동빈문화창고1969 야외 요가, 제주 ‘미술관옆집’ 이유진 작가의 로컬 청년 담론 토크, ‘커튼콜X공동기획구역: 검색되지 않는 길입니다 GV’, 언니네 책다방 온선영 작가의 ‘양배추를 응원해주세요’ 북토크, 울릉청년마을 노마도르의 ‘울릉자격시험’, 충주 국악공연 ‘배부른 소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 브랜드 운영자는 “각자 지역에서는 점처럼 흩어져 있던 브랜드들이 이곳에서는 선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라며 “고객을 만나는 동시에 다른 지역 창작자들과 관계를 맺는 자리”라고 말했다. 관람객 최혜원(29·포항시 남구)씨는 “단순히 물건을 사기보다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더 크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로컬’을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계속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지역의 브랜드가 나란히 놓이면서 자연스럽게 비교되고, 또 연결된다. 과거 동빈내항이 물류와 교류의 거점이었던 것처럼, 이 공간 역시 창작자와 관람객, 도시와 도시를 잇는 새로운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기능하려는 시도가 읽힌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포항을 중심으로 한 취향 기반 소모임과 문화 네트워크 확장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
한때 수산물 물류가 오가던 냉동창고는 이제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ALL at 동빈’은 단순한 전시나 마켓을 넘어, 지역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전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포항문화재단 공간디자인팀(054-289-7902)으로 하면 되며, 포항문화포털 홈페이지와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