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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존재인가?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6-05-03 17:23 게재일 2026-05-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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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구는 약 45억 년 전에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불덩어리 행성으로 탄생했다, 이후 차츰 식으면서 바다가 형성되었고, 약 38억 년 전쯤 원시적인 생명체가 등장했다. 이 생명의 출현을 설명하는 대표적 개념이 ‘화학진화’다. 무기물이 점차 복잡한 유기분자로, 다시 자기복제 능력을 가진 체계로 발전했다는 가설이다.

초기 생명체는 단순한 세포의 수준이었지만, 약 24억 년 전부터 광합성을 하는 생물이 등장한다. 광합성 생물의 등장은 대기 중 산소 농도를 높여 복잡한 다세포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후 진화를 통해 다세포 생물, 식물, 동물, 그리고 복잡한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생태계는 단순한 개체의 집합이 아니라, 에너지 흐름과 물질 순환이 정교하게 얽힌 하나의 ‘자기 유지 시스템’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지구 생태계는 단순한 생명의 집합이 아니라 ‘물질이 스스로를 인식하기 시작한 단계’라고 한다.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원소들이 행성을 이루고, 그 위에서 생명이 탄생하며, 결국 의식과 사유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구 생태계는 우주 진화의 한 단계이며, ‘우주가 스스로를 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인류는 지구 생태계의 한 종이지만, 몇 가지 특성으로 구별이 된다. 첫째는 자기인식 능력이다. 인간은 단순히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를 묻는 존재다. 둘째는 상징과 언어능력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세대를 넘어 지식을 전달한다. 이는 문화와 문명을 형성하게 한다. 셋째로는 자연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변형하는 존재다. 농업, 산업, 과학기술은 모두 자연의 흐름을 재구성하는 행위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되면서 인간은 단순한 생물학적 종을 넘어 ‘의미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된다.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우주의 한 과정일 뿐, 특별한 목적이 주어졌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철학적·실존적 관점에서는 인간은 ‘의미를 묻고 창조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결국 인간의 삶은 주어진 의미를 발견하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존재다. 이 점에서 인간은 ‘우주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우주를 해석하는 주체’다. 그러나 생태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상호의존적 구성원이다. 생태계는 완성형이 아니라 끊임없는 조정과 순환으로 유지된다. 인간들이 이를 과도하게 교란하면 그 폐해를 결국 자신이 돌려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에서 벗어나 모든 생명체와 연결된 망(Web of Life) 속의 한 가닥임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종의 생존이 곧 나의 생존임을 깨닫는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자세다. 우주적 시각에서 인간은 내가 행하는 선의와 사랑이 우주의 엔트로피에 맞서는 소중한 질서임을 기억해야 한다. 들길의 풀 한 포기에서 우주의 신비를 읽어내고, 타자와 생명에 대해 경외심을 갖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일 터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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