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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산책

등록일 2026-03-22 18:24 게재일 2026-03-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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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자연은 살아있는 책이다. 필요에 따라 교과서가 되기도 하고 시집이나 경전이 되기도 한다.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지식이나 아름다운 시도 들어 있고 삼라만상 운행의 섭리도 들어 있다. 도시생활에 바쁜 사람들에게 자연은 철마다 한두 번 펼쳐 보는 계간지쯤 될 테지만, 늘 들길을 산책하는 나에게는 달마다 새로 발간되는 월간지와 같다. 나는 오늘도 들녘으로 나가서 오관을 활짝 열고 천천히 걷는 것으로 새로 나온 월간지 3월호를 읽는다.

아직 눈발이 날릴 때도 있지만, 절기상으로 우수·경칩을 지난 엄연한 봄이다. 잎 진 나무들은 아직 새 잎을 내지 않았지만 들녘에는 제법 풀들이 자랐다. 지금 자라고 있는 풀은 모두가 월동한 것들이다. 남쪽지방이긴 하지만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는데, 용케도 견뎌내었다. 내가 산책하는 이 들녘에서 월동하는 대표적인 풀은 개쑥갓과 개불알풀, 광대나물이다. 혹한에는 죽은 듯이 움츠리고 있다가 조금만 날이 풀려도 생기를 띠고 꽃을 피운다.

3월 중순인 지금은 냉이, 쑥, 지칭개, 개망초, 소루쟁이, 씀바귀, 꽃다지 등도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이른 봄에 돋아난 풀들은 대부분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혹독했던 춘궁기에 궁핍한 백성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이런 들풀이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모진 세월을 살아낸 백성들이 민초로 불리는 것도 서로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호에 실린 들풀들 근황 중에 광대나물과 지칭개를 유심히 읽는다. 광대나물은 들녘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어 농민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들풀 중 하나지만, 요즘에는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꽃이 핀 모양이 광대의 모습을 닮아서 광대나물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지만, 그 밖에도 코딱지풀 같은 별명과 진주연, 보개초, 등룡초처럼 한자로 된 이름도 있다, 어린 순은 식용으로 할 뿐 아니라 만병통치약이라 할 만큼 여러 가지 약효도 있다고 한다.

어린 지칭개는 냉이를 닮아서 냉인 줄 알고 잘못 캤다가 버리기도 하는데, 냉이 향과는 다른 다소 역한 냄새가 나지만 사실은 치칭개도 나물로 먹을 수가 있다. 꽃 모양은 엉겅퀴를 닮았지만 잎에 가시가 없어 구별이 된다. 데쳐서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면 먹을 만한 나물이 된다. 모르고 지나치면 잡초에 불과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이름을 불러주면 나에게로 와서 꽃도 되고 나물도 되고 약도 되는 게 들풀이다.

서두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낱낱이 담긴 자연을 계간지나 월간지에 비유하기도 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하느님이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이라고 하는 편이 훨씬 더 피부에 와 닿을 것 같다. 거기에는 사람을 미혹하는 일체의 거짓 정보도 없고 짜증나는 광고 영상도 없다. 대신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생생한 진리만을 전달하는 것이 자연이라는 채널이다. 특히 새로운 시작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대자연이라는 유튜브의 구독자가 되기를 권하고 싶다. 바야흐로 신생의 콘텐츠로 업데이트 되는 3월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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