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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성, 그리고 지성인

등록일 2026-04-27 17:55 게재일 2026-04-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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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대한민국 국민의 학력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85세 이상은 절반이 무학인데 비해, 25세에서 35세 사이 연령층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이 70%를 넘는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단시일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기반 중 하나는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이었다. 고학력자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학력이나 학벌을 인재등용의 최우선 조건으로 삼는다. 그러다보니 경쟁위주의 과도한 교육열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시험을 위한 주입식 · 암기식 교육이 창의성이나 논리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떨어뜨리고, 무엇보다 인성교육을 등한시하는 폐단이 있다. 오로지 지식 습득에만 전념하는 교육으로는 인격도야를 겸한 전인교육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기형적 교육현상은 사회적 병폐로 이어지기 쉽다. 부모가 대학교수인데도 자식의 대외활동 스펙을 위조해서 부정입학 시킨 경우도 그런 예이다.

지식은 칼과 같다. 잘 쓰면 문명의 이기가 되고 함부로 휘두르거나 악용하면 사회악을 자행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특히나 지금은 인공지능이 무제한 제공하는 각종 지식에 누구나 손쉽게 접속할 수가 있다. 지식의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 요소가 그만큼 가중되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지식을 누구나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만큼 그것을 지성으로 숙성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이 더 요구된다. 나아가 그 지식이 공동체에 미칠 영향까지 성찰하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그 책임은 결국 개인의 윤리와도 직결된다.

지성(Intellect)은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지식의 양보다 그것을 다루는 태도와 책임이 더 본질적이다. 지성인은 우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다. 주어진 정보나 권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근거를 따져 묻고 스스로 판단한다. 이는 철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사유의 기본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지성인은 자기 성찰을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오류를 인정하며 수정할 줄 안다. 이런 태도는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자각처럼 ‘나는 모른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셋째로 지성인은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는 사람이다. 개인의 명예나 이권에 머물지 않고 공공선을 지향한다. 사회와 국가, 나아가서는 세계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것이 지성인의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지성인은 균형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감정과 이성,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정 이념이나 집단에 매몰되지 않고, 복잡한 현실을 다면적으로 보고 성찰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총체적인 위기상황이다. 민족이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모자라, 남한에서도 좌우로 갈라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법치와 삼권분립은 파괴되고, 국방과 외교는 위태롭고, 자유시장경제도 심각하게 훼손되는 등 국가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사법부가 권력의 주구가 되고, 언론이 정권의 나팔수가 되고, 지식인들까지 시류에 휩쓸려 곡학아세로 권력의 부역자가 되면 나라는 결국 망국의 독재로 치닫게 된다. 지성의 결핍이 초래하는 결과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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