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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意識)은 어디서 오는가?

등록일 2026-06-01 18:09 게재일 2026-06-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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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의식(意識)이란 말은 다양한 의미를 갖지만 일반적으로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주변 환경을 느끼고 지각하며 생각하는 작용’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사람이 자신과 주변 환경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에 빠졌을 때, 흔히들 ‘의식이 없다’거나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의식의 상실은 실신, 수면마취, 또는 뇌기능장애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의식이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하나의 정설로 규정된 것은 없다. 다만 가장 유력한 과학적 가설은 뇌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는 대략 860억 개 정도의 뉴런(신경세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신경 세포를 잇는 연결망을 시냅스(synapse)라고 하는데, 대략 100 ~ 500조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천문학적으로 복잡한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속에서 의식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뇌과학자들의 입장이다.

현대 뇌과학은 인간의 감각·기억·감정·자아의식이 특정 신경망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뇌의 어느 부위가 손상되면 기억이 사라지고, 자아 감각이 변하며, 판단 능력도 달라진다. 마취를 하면 의식이 꺼지고,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켜진다. 이런 현상은 의식이 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여기서도 결정적인 난제가 남는다. 뇌세포의 전기화학적 반응이 어떻게 ‘나는 지금 존재한다’, ‘나는 슬프다’, ‘꽃이 아름답다’ 같은 주관적 경험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문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의식을 단순한 물질현상 이상으로 보려 한다. 대표적인 것이 통합정보이론(IIT)이다. 이 이론은 의식을 ‘정보가 고도로 통합된 상태’로 본다. 즉 단순 계산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가 하나의 전체 경험으로 통합될 때 의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특히 높은 수준의 통합 구조를 갖기 때문에 자아와 세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경험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견해는 의식을 ‘예측과 자기모델링의 과정’으로 본다. 인간의 뇌는 외부 세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예측하고 해석한다. 우리는 실제 세계 자체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재구성한 세계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결국 의식은 생존을 위해 형성된 고차원적 시뮬레이션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그 밖에도 양자물리학의 양자 얽힘이나 중첩현상이 의식과 관련이 있다는 일부 학자도 있고, 불교에서는 의식을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흐름으로 보기도 한다. ‘나’라는 자아도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기억과 감각과 집착이 잠시 결합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현재 인류의 지식수준에서 의식은, ‘물질과 정보와 경험이 교차하는 경계 현상’ 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뇌는 의식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의식의 전체 본질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인간은 우주의 별과 원자를 연구하면서도 정작 ‘지금 이 순간 경험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본질은 아직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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