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지난 10년간 공들여온 ‘영일만 해상케이블카’ 사업이 도심의 흉물로 전락한 채 법적 공방과 행정대집행이라는 파국을 맞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환호공원 일대의 낡은 공사 가림막을 철거하기 위한 ‘1차 이행명령’ 공문을 발송하며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전 사업자가 소송을 핑계로 저항하자 강제 철거 후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화려한 청사진으로 시작된 대형 관광 프로젝트가 도심 미관을 해치고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된 배경에는 포항시의 안일하고 무리한 행정이 자리 잡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은 환호공원에서 포항여객선터미널까지 1.8km 구간을 잇는 95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였다. 포항시는 이를 통해 막대한 생산유발 효과와 고용 창출, 영일대 인근의 관광 활성화를 공언했다.
그러나 2017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2020년 착공식 이후 10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사업비 전액을 민간 자본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시행사가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포항시의 무능한 사업 검증과 부실한 제도 적용에 있다. 시는 초기 단계에서 꼼꼼한 ‘민간투자법(민투법)’ 대신 ‘공유재산법’ 등을 적용해 사업을 추진했다.
공공투자관리센터 등을 통한 현미경 자본 검증 절차를 스스로 건너뛰면서, 자금 능력이 결여된 사업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과오를 범했다.
그 결과 전 사업자는 무려 9차례나 사업 기간을 연장받고도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고, 결국 시는 지난해 7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시행자 지정을 취소했다.
행정의 실책이 남긴 대가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해상 경관과 시민들의 휴식처인 환호공원은 수년째 흉물스러운 펜스로 둘러싸여 통행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지위를 박탈당한 전 사업자는 법원에 철거 유보를 신청하며 버티고 있고, 더욱이 새로 진입하려는 신규 사업자들에게 수백억 원대의 권리 승계 비용을 요구하는 이른바 ‘알박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공 자산을 담보로 한 민간 사업자의 이권 주장 앞에 포항시의 행정력은 무기력하게 낭비됐다.
포항시는 뒤늦게 신규 제안자에 대해 ‘민투법’을 철저히 적용해 자본 검증을 진행하겠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10년 동안 허송세월하며 날려버린 지역 발전의 기회비용과 실추된 행정 신뢰는 청구할 길이 없다.
치밀한 타당성 검토와 리스크 관리 없이 무리하게 치적 쌓기용 장밋빛 청사진만 좇는 민자 사업이 어떻게 지자체를 소송전과 예산 낭비의 늪으로 몰아넣는지, 포항 해상케이블카 잔혹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