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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 꺼진 울릉도 밤바다, ‘오징어 신화’의 마침표와 새로운 항해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5-30 15:28 게재일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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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기자. 경북부 울릉 담당.

동해의 밤바다를 대낮처럼 훤히 밝히던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 이른바 ‘어화(漁火)’. 한때 울릉도를 먹여 살렸고 동해의 풍요를 상징했던 이 장관은 이제 전설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단순한 ‘흉어기’가 아니다. 수산업계와 과학계는 입을 모아 “울릉도 살오징어의 상업적 조업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라고 진단한다. 펄펄 끓는 바다와 무자비한 남획이 합작해 낸 거대한 생태계 붕괴 앞에서, 울릉도는 이제 100년 넘게 이어온 ‘오징어의 섬’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생존을 위한 새로운 뱃고동을 울려야 할 갈림길에 섰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분석한 자료는 우리가 마주한 절망의 깊이를 수치로 증명한다. 지난 2000년 11,315t에 달했던 울릉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3년(2023~2025년) 평균 112t으로 곤두박질쳤다. 전성기 대비 고작 ‘1%’라는 기막힌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지역 수산물 생산량의 83%를 책임지면서 울릉 경제의 심장 역할을 했던 오징어의 고갈은, 곧 울릉도 경제 생태계 전반에 내려진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오징어는 왜 동해를 떠났을까. 가장 큰 원인은 ‘광속’으로 진행 중인 기후 위기다. 기후변화에 극도로 민감한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는 수심 50m 기준 14~16℃의 수온에서 어장을 형성한다. 그런데 울릉도 주변 바다는 지나치게 뜨거워졌다. 표층 수온이 20℃를 넘는 날이 1970년대만 해도 연간 70~80일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160일 가까이 급증했다. 과거 7~8월 두 달이던 동해의 여름이 이제는 6월부터 11월까지 반년 동안 이어지는 셈이다. 오징어들이 살기 적합한 찬물과 먹이를 찾아 북한이나 러시아 해역으로 도망치듯 북상해 버린 이유다.
 

30일, 텅 빈 저동항 위판장의 번호 매겨진 기둥들이 과거의 풍요를 짐작하게 하지만, 지금은 한적한 바다와 소수의 정박한 어선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황진영 기자


더 치명적인 문제는 겉은 뜨겁고 속은 차가워진 바다의 ‘단절’이다. 표층 수온은 급상승했지만, 중층 수온은 외려 낮아지면서, 바닷물이 위아래로 섞이는 순환 과정이 멈춰버렸다. 깊은 바다에 쌓인 영양분이 위로 올라오지 못하니 오징어의 먹이인 플랑크톤이 살 수 없고, 결국 바다의 기초체력 자체가 바닥을 드러냈다. 여기에 북한 수역으로 몰려가 길목을 차단하고 바닥까지 긁어모으는 2,000여 척의 중국 쌍끌이 어선들은 벼랑 끝에 몰린 동해 오징어에 ‘확인 사살’을 가했다.

가장 절망적인 것은 “향후 50년 이내에 상업성을 갖출 만큼의 오징어 자원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는 전문가들의 단언이다. 한·중·일이 지금 당장 머리를 맞대고 자원 관리에 나선다 해도 이미 늦었다는 뜻이다. 막연히 바다만 바라보면서 오징어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천수답’처럼 기다릴 시간은 끝났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상처 입은 어민들의 연착륙이다. 턱없이 부족한 폐업 지원금을 현실화해 과감한 어선 감척을 유도하고, 조업을 포기한 어선들은 ‘체험형 관광 선박’ 등 미래형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오징어가 사라진 텅 빈 울릉도 바다는 뼈아프지만, 원망만 하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해양 전문가들의 뼈있는 지적처럼, 100년을 이어온 황금어장의 신화는 끝이 났다. 어두워진 바다를 밝힐 새로운 뱃고동은 결국, 현실을 직시하는 우리의 뼈를 깎는 결단에서부터 울려 퍼질 것이다. 이제 울릉도 오징어를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대한민국 해양 문화와 과학의 아이콘으로 탈바꿈시킬 정부와 지자체의 정교한 ‘그랜드 플랜’이 절실한 시점이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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