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한 사전투표소에서 타인의 신분증을 이용해 투표를 마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본인 확인 절차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대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A씨가 사촌인 B씨의 신분증을 제시한 뒤 투표를 마쳤다. 당시 A씨는 거동이 불편한 B씨와 요양보호사 등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으며, B씨보다 먼저 투표소에 들어가 별다른 제지 없이 투표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은 약 10분 뒤 B씨가 투표소에 입장하면서 드러났다. 선거관리시스템상 B씨가 이미 투표를 마친 것으로 처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B씨는 현장에서 즉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장 사무원들이 두 사람을 혼동한 데 따른 사고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B씨가 보행 보조기구에 의존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 A씨가 신분증을 대신 소지하고 있었다”며 “두 사람의 외모와 주소지가 유사해 현장에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전투표소의 본인 확인 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사전투표 과정에서 실시되는 지문 인식이 실질적인 신원 확인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사전투표 시 실시하는 지문 인식은 주민등록시스템과 연계해 본인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별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투표 참여 사실을 기록하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행정 조치를 통해 B씨가 다음 날 사전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대리투표를 한 A씨에 대해서는 향후 본선거 등에서 추가 투표를 할 수 없도록 시스템상 차단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사전투표소 현장의 신원 확인 절차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선관위는 해당 사례를 토대로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대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