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에 취한 삼성, 미래 준비는 충분한가 성과급 잔치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위기에 대한 대비
삼성전자가 축배를 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붐과 반도체 가격 급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고, 이를 기반으로 노조와의 성과급 협상도 ‘역대급 잔치’ 분위기다.
최근 들리는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에게 지급될 성과급 규모는 총 40조원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부 메모리 반도체 직원들은 연봉 수배의 성과급을 받을 것이라고도 한다.
기업이 성과를 내고 보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지금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 상승이 과연 “삼성 스스로가 만들어낸 경쟁력”만의 결과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 세계 증시는 일반 산업 성장 사이클보다 훨씬 강한 유동성 장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막대한 금융자금이 AI 관련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흐름 속 ‘쏠림 현상’의 중심에 서 있다.
삼성전자 역시 그 수혜를 받았다. 실제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 대부분이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AI 서버용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DR5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냉정히 말하면 이는 “물량 기반 성장”이 아닌 “가격 기반 호황”에 가깝다. 수요 폭증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가격이 치솟아 예상외로 수익성이 터진 것 뿐이다. 현 호황에는 산업 경쟁력 못지않게 시장 과열과 공급 부족이 만든 거품도 적지 않다.
이런 국면에서 삼성의 논의가 “미래 대비”보다 “성과 배분”에 쏠렸는 점이 우려된다. 앞으로 다가올 위험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첫째, 공급망 리스크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지정학적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전히 핵심 공정 상당 부분은 일본 소재와 장비, 중국 공급망 의존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AI 거품 붕괴 가능성이다. 세계가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에 몰입한 상태지만, 과거 닷컴버블 사례처럼 과잉 투자 후 급격한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술 주도권 경쟁이다. 삼성은 지금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추격당하고 있고, 파운드리 분야에선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성과급 잔치가 아니라 위기의식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돈이 넘칠 때야말로 과감한 미래 투자가 필요하다. 소부장 국산화, 차세대 반도체 공정,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 전력·용수·인재 인프라 확보 등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다음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특히 한국 경제 전체 차원에서도 삼성전자가 미치는 역할까지 생각한다면 정말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
지금 삼성에게 묻고 싶다. “지금 호황을 즐길지, 아니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버블은 언제나 가장 화려할 때 붕괴의 씨앗을 키운다. AI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축배가 아니라 냉정함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