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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인재유출 막을 기술 생태계 구축 시급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11-03 14:35 게재일 2025-11-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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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경제에디터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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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경제에디터

국내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은 포항·경북 동해안 산업지대에 중요한 함의를 남긴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보고서(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방향)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으며, 20~30대 청년층에서는 70%에 달한다. 단기 이직 수요가 아니라 기술인력의 구조적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문제는 포항의 현실과 직결된다. 포항은 포스텍, RIST, 포항가속기연구소, 포스코그룹 연구조직 등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인재의 ‘양성과 유입’에는 성공했지만, ‘정착과 순환’은 여전히 미완이다. 졸업과 동시에 수도권 대기업 연구소나 해외 대학·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수년 간 고착됐다. 이른바 “포스텍에서 키우고, 수도권·해외가 가져가는 구조”다.

핵심 원인이 연봉 문제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해외 이직의 주요 배경은 연구환경, 경력경로, 글로벌 네트워크, 장기 성장 가능성 등 비금전적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시 말해, ‘어디에서 얼마나 벌 것이냐’보다 ‘어디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가 인재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포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장비를 갖추고도 인재 유출을 막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비는 있지만 산업·창업·연구 트랙을 연결하는 생태계 사다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지방 대도시권 공통의 문제도 여기서 드러난다. 연구자는 있지만, 연구자를 계속 머물게 할 직업 생태계가 없다. 기술 창업 생태계는 아직 얕고, 고급 R&D 전담 기업 수는 제한적이며, 가족 단위 정주 환경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 인재는 ‘사람이 많은 곳’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많은 곳’을 향한다.

이제 포항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먼저, 연구소–대기업–기술기업–창업으로 이어지는 순환형 R&D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석·박사 연구자들이 포항에서 연구→산업→창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력 사다리를 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포항·울산·경주를 ‘동해안 기술경제권’으로 통합해 단일 도시 단위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끝으로 자녀교육·문화·주거 등 정주 환경 개선은 연구 인재 정책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포항은 이미 세계적 대학, 세계적 기업, 세계적 연구장비를 갖춘 도시다. 부족한 것은 사람을 머물게 하는 연결 구조와 삶의 조건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포항은 인재가 머무를 수 있는 도시인가.” 앞으로의 포항 경쟁력은 제철의 도시에서 과학기술 도시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 전환점이 지금 눈앞에 놓여 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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