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철강산업,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고 회복에도 타이밍이 있다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10-14 17:50 게재일 2025-10-15 6면
스크랩버튼
미국 고관세·EU추가관세·중국 덤핑 공세 등 계속되는 대외 악재
장기화된 국내 부동산·건설업 침체로 포항 등 철강산업 한계 직면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상향···기로에 선 녹색전환과 산업 생존
주요국은 국익 우선 철저···'K-스틸법' 등 철강산업 회복 서둘러야
Second alt text
김진홍 경제에디터

대한민국 산업의 쌀 생산지 ‘철(鐵)의 도시’ 포항이, 한국 철강산업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미국의 고율 관세,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추가 관세, 중국의 무차별 저가 철강 물량 공세까지 대외 악재는 중첩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건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철강업계의 시름은 바닥을 모르고 깊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철강산업고도화방안을 마련중에 있고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까지 추진하면서, 업계는 경영 전략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것도 업계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난 후에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철강산업은 포항 지역경제와 일자리의 핵심 축이다. 최근 생산량이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일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지역 상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조업의 디딤돌인 철강이 흔들리면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에 있는 연관 산업 모두 타격을 입게 된다. 지역적으로도 경주-울산까지 포함한 해오름동맹부터 넓게는 전국적으로 수십만 개의 일자리와 주요 산업 도시들의 경제까지 흔들리게 된다.

업계는 “이미 포항 경제가 한계에 다다랐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NDC 상향까지 더해지면 아예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배출권거래제 등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철강기업의 부담도 커졌다.

반면 일본 등 주요국은 단계적 전환과 대규모 지원을 병행하며 자국의 산업 기반을 붙잡고 있다. 독일 총리도 최근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방침을 공개적으로 저지하고 나섰다. 각국 모두 경기 침체 속에서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속도 조절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철강을 ‘관리 대상 산업’으로만 보는 시각이 강하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 접근하는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목표는 유지하되 이행 속도를 조절하고 산업 보호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에서도 철강 경쟁력과 녹색 전환을 동시에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 중이다. 지역 정치권과 산업계 역시 제도적 뒷받침을 요구하고 있다. 한 지역 재계 관계자는 “산업 기반을 잃고 달성한 탄소중립은 공허한 성과일 뿐”이라며 “현실에 기반한 실용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의 생존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 나아가 안보까지 직결된 문제다. 탄소중립과 산업 생존이라는 두 목표를 병행하려면, 속도 조절과 대규모 기술 투자·정책 지원도 동반되어야만 한다.

과거 포스코의 철강재로 ‘중화학공업’을 뒷받침해 고도성장을 일궜던 한국이 다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려면, 환경 목표와 산업 기반을 동시에 지키는 ‘현실적 전환’의 유연성과 더불어 K스틸법 제정 등 국가차원의 철강에 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산업이 버티는 것도 무기한이 아니며, 회복하는데도 타이밍이 있다.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김진홍 경제에디터의 관점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