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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축복인가 숙제인가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12-06 15:00 게재일 2025-12-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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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경제에디터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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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경제에디

전 세계적으로 AI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유치가 각 지자체의 새로운 산업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포항 역시 이 흐름에 올라탔다. 오픈AI와 NeoAI Cloud가 추진하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가 남구 오천읍 광명산단에 조성되면서, 포항은 철강·이차전지에 이어 AI 산업까지 품는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조만간 착공될 예정이며 2027년 1월 본격 운영이 목표다.

이 사업은 흔한 IT시설 하나가 건설되는 것이 아닌 미래 산업 전환을 겨냥한 ‘상징적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를 노리는 예비 후보자들도 대부분 이를 어떻게 활용해서 포항의 미래를 그릴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약 3개월간 미국 내 약 242억달러(약 35조7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가 주민 반발로 중단됐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소규모 일자리 외에는 전기요금 상승, 소음, 환경오염 우려와 같은 ‘외부 불경제 시설'이라는 것이 핵심 이유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아예 ‘혐오시설’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에서는 구글·아마존·메타가 관심을 보이던 프로젝트가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주민들은 “기업은 이익을 얻고, 지역은 전기요금과 건강 피해를 떠안는다”며 강력 반발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MS가 학교 지원·지역 인력양성 등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전력 문제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24시간 사용한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경우 데이터센터 밀집 이후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비상발전기에 사용되는 디젤 연료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PM2.5)와 질소산화물(NOx)이 건강 위험 요인으로 거론되며 주민의 반대여론에 불을 붙였다. 미국 UC리버사이드 연구팀은 2028년이면 데이터센터로 인한 환경 비용이 연 200억달러(약 29조51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차량 3500만대 배출량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러한 해외 사례는 포항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포항은 전력 인프라 측면에서는 비교적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광명산단은 국가 간선망 수준인 345kV 변전소를 기반으로, 별도 이중화 없이도 공급이 가능해 안정성이 확보돼 있다. 이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산업전환과 지역 수용성 측면에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포항의 데이터센터가 ‘기회’가 될지, 미국처럼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다음의 조건에 달려 있다.

첫째, 전력·환경 영향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참여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지역사회와 밀접한 시설이므로, 발열·소음·전력소비 등 운영데이터를 공개하고, 감시·평가 구조에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

둘째, AI 산업과 포항 기존 산업 구조를 연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지역과 무관한 다른 산업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처리를 위한 운영센터에 그치면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 미국 사례가 보여준 교훈이다. 포항은 철강, 배터리, 바이오, 방사광가속기 등 방대한 기술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가 AI와 결합할 때 비로소 지역 혁신이 산업화된다.

셋째, 지역 교육기관과의 연계가 필수다. 데이터센터는 고용유발효과가 크지 않다. 그러나 AI 연구·운영·서비스 생태계가 함께 들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포스텍·한동대·RIST·KIRO 등 기존 역량과 연결된다면 포항은 그야말로 데이터센터가 입지한 도시에 그치지 않고 AI 전문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포항은 지금 변곡점에 있다. 데이터센터는 미래 산업의 심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심장은 혈관과 조직, 생태계가 연결될 때 비로소 기능한다.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포항의 미래를 바꾸는 첫걸음이 되려면, 지금부터 그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포항은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온 도시”가 될 것인가, 아니면 “AI 산업을 주도하는 도시”가 될 것인가.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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