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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민 김숙희 여사-죽도시장 할매죽집

등록일 2026-02-11 18:14 게재일 2026-02-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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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나는 봤다

사파이어 바이올렛 너머의

아득한 깊이 가늠할 수 없는 향기

나는 그렇게 오롯한 존재의 증명을 봤다

현현(顯現)의 부처님일까 싶기도 했다

쑥부쟁이처럼 들판을 누비는 밥벌이의 수고로움

일렬종대로 혹은 하 수상한 세월에 대한 부역이어도

내 새끼 목구멍은 포기할 수 없는

가당찮은 세월 견디고 주무르며

적당히 타협하며 이합과 집산의 현란한 블루스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세상의 안녕함을 기원하며 늘 맞이하는 새벽부터

안개와 비바람은 적대적인 존재였지만 친구이기도 했다

죽도시장의 새벽은 언제나 경건했다

저항과 연대의 교과서는 언제나 시장이라는 사실은

적확하다

거기서 생성되는 언어는 생멸의 가치를 초월하는 진리였다

하여 명분이 멸치 대가리에 불구한 훈장을 스스로 달기도 했다

부끄럽지 않으니 그것도 충분한 퍼포먼스, 쑥스럽기도 하지만,

정당하다, 참 아득하게 견딘 삶,

인생은 명예가 아니라 원죄에 가까운 작란(作亂)이었지만

충실하게 살았다는 현장검증에 부합하는 것은 대략적 진실이다

축복된 삶이라 생각하며 남루해도 차갑지 않으니

오후의 햇살이 오히려 따갑다.

오래 살았으니 참 고맙고, 따신 온기 나누었으니 더 고맙다

사파이어 바이올렛의 삶이라고 눈부시게 말하지만,

전달도 안 될 미진한 삶이라 겸손해 하시지만

그러나 끝내 누군가를 위한 삶이었네

그렇게 모진 생애의 페이지를 고이 다듬으며,

어머니 몸으로 법언(法言)을 하시네

죽도시장의 완결판 위키피디아라 할 만하네.

 

죽도시장의 ‘할매죽집’의 어머니는 55년 이상의 장구한 세월을 팥죽과 녹두죽과 호박죽으로 허기 너머의 달콤한 시간을 선물해 주셨다. 인고의 세월을 건너며 삶의 한 전형을 보여주셨다. 그 장도(壯途)는 생업을 너머 선험적인 헌신이었다. 내 친구의 어머니이므로 나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호사가들의 구라에 의하면 어머니들이 신의 대리인이라 말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존재 자체다. 신의 대리인이라는 거창한 말을 들먹이는 자들에게 십구 문 짜리 기차표 찹쌀 흑고무신으로 마빡을 후려치고 싶다. 어머니는 죽지 않는 불멸과 불후의 존재다.

어머니이므로.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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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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