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발바닥과 뼈다귀를 핥다 지쳐 개들이 저수지로 온다 세상의 가뭄이라, 바닥이다 보라, 잡풀들과 억새들은 그런대로 잘 산다 그들의 생애가 푸르고 찬란하다 개들은 없는 밑천마저 탕진한 주제에 국물도 없다고 빈정거리며 드러눕는다 그 몰골로 먼 산을 본다 부끄러워 짖는다 모자라고 덜떨어진 존재들이라고 상대를 탓하며 파리채로도 사용 못 할 혓바닥으로 변명의 웅변을 가열차게 구사한다 치부를 가리는 데는 그만한 것이 없다고, 국밥 먹여 동원한 졸개들만 듣고 있다 밤이 되면 좀비가 되어 온갖 양념을 상상하며 빠는 손가락 내용 없는 아름다움에 도취된 결핍의, 그 편향의 마약을 끊어야 할 시간 제발 반역이랄 것도 없는 껍데기 혁명에 몰두할 일이 아니라 쪼그려 앉아 새싹이 돋는 법을 관찰하는 것이 차라리 도약의 자세이다. ….. ‘발푸르기스의 밤’은 마녀와 악령들이 산에 모여 춤을 추고 악마와 교류한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축제, ‘저수지의 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모를까? 다만 역량을 비축하여 훗날을 도모하면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냥 짖을 일이 아니다. 시대정신은 대의(代議)라는 말로 치환된다. 이기는 것이 장땡이다. 승리자에게 모든 것을, 그것이 현실이다. 개는 사람을 물지만 사람이 개를 물 수는 없다. 누가 개이고 사람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연금술사와 변검(變臉)의 나날이다. 사랑할 날들이 많지 않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0-01
섬은, 외롭다느니, 국토의 막내라는 진부한 표현으로 이제는 모욕하지 말아야 한다 애틋하다 마라 그 섬은 동해 최전선의 방파제 모든 물상(物像)들이 파수꾼이다 다 제대로 산다 오히려 섬이 내 위에 있고 산이 도리어 내 밑에 있다 그렇게 깊은 것들은 늘 서로 만난다 사랑은 거리가 아니라고 한다 내 마음에는 울릉도의 거대한 대왕고래가 산다. ……… 울릉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날로 독도에도 들렀다. 호사가의 말로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가능한 일이라는데, 가당찮은 일이다. 지리산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다. 사랑은 사랑할수록 가까워지지만, 그러나 사랑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사랑이 커지면 사랑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랑이 커지면 더욱 사랑하고 싶을 뿐,’ 니체의 말이다. 울릉도의 존재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9-24
몸에 좋단다 검정콩 흑미 검은 깨 다 빠사가지고 몇 봉지 만들었다 머리 빠지는 것에도 효과가 있다더라 아침마다 문안인사하듯 이 미숫가루 챙겨 묵아라 해줄 게 이밖에 없다 동네 늙은이들 심심풀이 무농약으로 가꾼 것 눈여겨 보고 챙겼으니 두루두루 단디 챙겨 묵으먼 몸에 쪼매 도움이 안 되것나 술 적게 묵고 돈 벌 요량을 해라 세상이 만만찮아도 성실하면 누가 이기겠노 참, 서울 멀다, 꿈길에도 못 갔다 그저 연속극 나부랭이나 보고 곱씹으며 찬밥 한 숟갈 뜬다 그렇게 하염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왔지만 사람의 길이 중요함은 이미 지켜보고 있다 하여 문밖이 저승이라 함부로 아무 말도 못 한다 타향살이 풍진에 부대낄 니 생각 아프고 아프다 그래도 사는 게 행복타 서럽고 고맙다. … 뜬금없이 보내온 꾸러미 속의 편지에 잠을 못 이루었다. 서울의 늦가을 달빛이 찼다. 미숫가루는 못 먹고 막걸리 잔에 깊이 손을 담그는 밤이었다. 친구인 고두현의 시 ‘늦게 온 소포’와 뉘앙스가 비슷해서 머쓱하지만, 내 앞의 현실이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9-17
직시(直視)보다 왜곡(歪曲)에 편승하기 신념은 깡다구의 결과물 최고의 날라리가 되어 볼까 생각을 멈출까 눈 먼 사람은 밤과 낮이 없거든 그렇게 굳히기 한판의 삶 앞니에 끼인 고춧가루처럼 찬란하지 않더라도 기어코 개겨볼까, 몰라, 젠장 덩달아 짖는 개떼들의 공허한 하울링이 난무한다 그러나 사랑이 독약(毒藥)이라 해도, 그럼에도 결국엔 사람이 해독제인 걸, 나라 사랑 말고 사람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제목. .................................................................................................... ‘눈 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있다. 내용은 차치하고라고 그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상징성으로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나의, 어설픈, 차용이다. 나는 좀 비겁하다. 모든 것을 외면하고 회피한다. 다만 글 몇 줄 읽은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찌그러진 바퀴 위에 올라탄 한 수레에 미치지 못하는 독서였다. 포항에서 다시 살면서 아쉬운 것은, 자기의 의사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상대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며 저주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x도 모르는 똥개들의 하소연에 불구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하고 또한 비열한 정의는 결국 결과에 있다. 승복과 복종과 체제의 인정을 강요하고, 거기에는 당연한 반동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기적이고 분열적인 가역반응이다. 덩달아 짖는 개떼들의 공허한 하울링이 난무한다. 변방과 소외를 말하지만 그전에 누렸던 영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가장 비열하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물고 물린다. 개들의 습성이다. 달을 보고도 짖는다, 집을, 내 밥그릇을 지켜야지, 나의 밖에 무엇이 존재하리란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몰염치는 두렵고, 또한 훨씬 가소롭다. 깽판이나 치자는 시정잡배 수준의 시민의식으로 어떻게 시대정신에, 온전한 시민으로 살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간과 시대를 좀먹는 비루한 존재들인 비정치적이고 비시민적이며 공감능력이 현저히 결여된 좀비들이 버젓이 활개하고 헐떡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붕가붕가한다. 특별한 능력, 부여받지 않은 특권을 상시적으로, 상식적으로 내면화하여, 시대적 감각에 대해서는 도무지 무감각하거나 회복불능이다. 시대의 탕진이 아니라 내면의 충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눈 먼 자들의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도무지 성찰하지 않는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빌린다.‘애국심은 사악한 자들의 미덕이다.’ 제발, 똥이나 제대로 누라!/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9-10
첫사랑이라는 이름을 곱씹다가, 초심(初心), 순수(純粹) 좋다,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그때의 아무 것도 없는 비루한 황무지에서 단지 사랑한다고, 어금니 꽉 다문 다짐,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을 무모하고 단순한 용기, 그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오히려 지금 필요한 생활의 장치(裝置) 알겠다, 나의 편지는 결코 배달되지 않는다 살아감의 혹독한 진행형의 삶이 결국 보답이고 앙갚음이다 지나간 시간을 모독하는 사랑의 후회를 항변하는 삶의 법정에서, 오직, 나는 파면이다. … 기억은 퇴색(退色)이 되어도 다시 채색(彩色)이 된다. 불행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덧칠은 자제해야 한다. 자서(自敍)가 서사(敍事)가 될 수 있고, 미시(微視)가 거시(巨視)의 바탕이 될 수는 있다. 발전을 지향하되 퇴행적 변명은 단죄되어야 한다.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라는 틀에서 머뭇거리며 찌질거리는 것은. 노예의 도구이며 시대적 방관자로서의 교묘한 처세, 좀 영혼이 없는 지칭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뻔뻔한 직업적 소명에 충실한 놀라운 적응력을 구사한다. 합리와 규정과 기본과 기득의 영역에서 쟁취한 권력에 취해 버린 부패의 구린 냄새를 향기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미 적응이 된 듯.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喝!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9-03
앙팔테리블, 혹은 소외에 대하여 -새마을이 아니라 새마음, 기계 문성리에서 학교가 끝나도 나는 갈 곳이 없어 응원석에 혼자 앉아 있네 나를 응원할 수는 없네 노을은 타고 있지만, 춥네 구멍 난 운동화가 나를 보네 오늘은 무얼 먹어야지 모든 게 뒤죽박죽, 열 살 무렵 조금 불편하며 보편적이지 않지만, 내성(耐性)을 키우면 돼, 버티고 견뎌야지, 나처럼 아픈 아이들이 아마 무작정 있을 걸 우리의 부작용과 무작용의 시간 창피와 모멸의 시간을 넘어 그래도 지금 삶은 대체로 지탱해야지, 살아가야지 운동장 너머의 세상을 향해 나는 걸어가야지, 그 자발적 활력을 위해 새마을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몰라, 다만 살기 위하여 혹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나쁜 아이라도 되어야 하나? 모르겠다, 그러나 알아야겠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중심적으로 살아야겠다 꽃잎과 강철(强鐵)을, 강물과 바람을 생각했다 마을과 마을은, 강과 강은 햇빛과 바람으로 자강(自彊)한다는 것을 알았다 연약의 소외가 오히려 힘이 되니, 그것들의 힘, 흩어진 힘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그렇게, 무엇이라도 무엇을 위해 몰라서, 돌진하여 목숨의 끝에 다다른다 추궁은 불허(不許)하며 변명하지 않음으로 살고자 한다. … 독재와 팽창의 시대를 살면서 훈련된 삶을 살았지만 문득 어떤 개념에 집착하면서 혼돈의 시대를 버티며 살았다. 독서와 글쓰기의 무용함을 응시하면서도 그것마저 포기하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변명과 핑계로 버텼다. 그런 삶이 어쩌면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겠지만 죽음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 다만 아내에게 미안하다. 당분간 유지될 무용한 시간 앞에서.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8-27
조율사(調律師) -다시, 송도 바다 바다는 내륙을, 산은 깊은 바다를, 바람은 책임이 없는 중개인으로 삶을, 회통(會通)하고자 하지만 개자식들의 종자들이 주인공 행세를 한다 밥벌이를 미끼와 명분으로 청명한 가을하늘의 무심과 한심 그 어디쯤에서 문득, 길을 잃다 그러나. 길은 도처에 있어, 가만히, 가는 길, 건조해서 반짝이고 파도가 위로하는, 적당한 거래가 충만한 송도 바다 씨팔씨팔 쫑알거리는 파도의 저 무모한 자위. ………. 송도에 갈 때마다 갈증을 느낀다. 포항제철의 휘황한 불빛을 볼 때마다 위선의 가면을 보는 듯 하다. 송도바다는 그야말로 그들로 인해 X 됐다. 송림(松林)은 사람들을 위로하지 못한다. 그것이 내가 모래벌에 퍼질러 앉아 밤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변명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8-20
잠시 멈춘다 겁외(怯外)에 머문다 무지(無知)가 항산(恒産)이 된다 나에게 있어 결코 도달하지 못할 곳이 있으니 결단코 천천히 가야지 나의 학교는, 운동장 끝 바람이 타는 그네. … 추억은 박제가 되어 각인으로 남아, 불의 소인으로 영원히 가슴에 머문다. 아플수록 더욱 그렇다. 기억이 아픈 사람이 혹은 착한 사람이 되고, 문제는 문제적 악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지금이 그렇다. 아픈 것은 드러나면 상처가 되고, 삭히면 훈장이 된다. /시인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8-13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필연적으로 죽어가는 존재잖아요 그래서 살아갈 많은 날들 매우 눈부셔요 당신의 나날은 더 아름다워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성실하려 해요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미리 생각하지 않아요 잘 살길 바라는 것은 잘 죽기 위함이에요 항상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어요 교만은 지금의 자살이에요 지금 당신 옆의 모든 존재에 대해 모든 것을 허락할 것을 맹세하면 어떨까 해요 지금 눈앞의 손해보다 양보가 큰 이득이었어요 물러섬이 나아감보다 좀 낫더라고요 나는 미처 몰랐어요, 앞 사람의 어깨를 보는 것. 좋더라고요 비빌 언덕의 환한 햇살, 너무 따스하지 않아요? 나 역시 중요하지만 남들도 모두 중요해요 남루한 어깨동무, 타박타박 걷는 길 그냥 가만히 가요 사람은 절대 지워지지 않아요 북천숲에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해요 발전적이지 않아 제자리 지키면 오히려 발전적이에요 누가 뭐래도 상관 없어요 나무와 숲이니, 모두가 두루뭉술하니, 손해 볼 일 없으니 그러한 가능성에의 지향적 삶이 궁극의 길일 거예요. …… 정말 모르고 살았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임을. 몰랐다. 면피가 아니라 무지의 극점(極點)에서 세상의 부분을 설파하려 했다. 무모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죄질이 나쁜 교조적인 관념의 세계에 숨어, 무한의 삽질을 하며, 나무 한 그루 못 심었다는 것이다. 적당하게 살아야 했다. 깨달음 혹은 각성은 강요할 수가 없다. 말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 불구하고, 구업(口業)의 악업을 일상으로 저질렀다. 문제는, 그것이 지속적이며 세속적이라서, 습관화되어, 무감각하게, 덧칠하기 때문에, 더욱 두렵다. 그러나 삶은 명랑하다. 그렇다고 믿고 나를 개조해야 한다. 북천숲의 나무들은 세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그 걸음을 따르지 못한다. /이우근 시인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8-06
일곱 개 별의 바다 달의 바다 월포와 더불어 떠오르는 바다 럭키 세븐 행운의 바다 지금은 재즈의 바다 둘레에 용산이 있고 곤륜산도 있어 아늑한 바다 지랄 맞게 예쁜 바다 그리고 마음이 부자인 바다 그래서 그 바다로, 칙칙폭폭 기차를 타도 좋아 그렇게 별 따러 가자. … 젊었을 적 칠포바다에서 여름 한철 짜장면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어 자주 갔다. 널리 알려진 시절이 아니라서 금방 문을 닫았다. 단무지와 양파 쪼가리로 소주를 마셨다. 짜장면 빛깔 같은 하늘에 언뜻언뜻 보이는 은하수가 면발로 보였다. 단무지 빛 별이, 양파 빛 초승달이 좋았다. 하염없이 내일을 기약했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가끔 생각이 난다. 가난해서 그럭저럭 좋았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7-30
칠포리 암각화 소중한 것은 좀 숨어 있는 법이다 가치는 창대하나 존재는 소소하다 이처럼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돋을새김으로 바위에다 솜털처럼 마음을 박아넣는 것이다 사람 사는 방법에 권력은 무력하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져다 해석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별의 길을 알고 하늘의 뜻을 곱씹어도 당신을 사랑하는 일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존재가 곧 축복이니 말이다 그것이 별의 길이고 하늘의 뜻이다 무너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일이 도무지 고마운 일이라, 비록 기록되지 않아도 마음에 새기니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그런 것이다. … 비가 내리는데도 오래 걸으며 둘러보았다. 대체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제단이나 의식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해석을 한다. 어쨌든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간의 나약함만 확인할 뿐이다. 그리고 권력의 냄새가 너무 진동한다. 내게는 그저 하나의 상징으로 상상력의 동력을 하나 확보하는 오브제에 불과하다. 의미를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역사가에게나 문헌학자들, 금석학이나 향토사학자들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의미일지는 모르나, 나는 모르겠다. 별의 길이나 알아 사람의 뜻을 챙겼으면 오죽 좋겠다. 비 내리는 들판은 축축했지만 처마 밑은 참 따스했다. 별의 행로의 끝인 사람의 집을 한 채 짓고 싶었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7-23
곡강천 상류로 가면 깊고 융숭한 풍경을 형성시키는 존재들이 있다 갈대와 억새가 풍성하다 그들은 무성해도 질서는 정연하다 천천히 술렁거리는, 바싹이는 소리가, 귀를 뚫고 마음에 거대한 뿌리를 심는다 어슬렁거리는 느린 자세이지만 확실한 연대(連帶)의 자세를 보여준다 전진(前進)의 의미를 안다 고인돌이 왜 주위에 산재(散在)해 있는지 충비 순량의 절개도 천하삼절길의 의미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부분일 뿐이다 다만 하나의 꼭지점이 된다 변곡(變曲)이라 말하지 마라 그저 곡강의 완곡한 흐름, 그 푸른 깊이를 저물도록 바라보았다 냇물보다 깊고 강처럼 길게 흘러 바다에 이르는 법을 오래 바라보았다 인생은 길게 바라보는 사람의 몫이다 승리든 쟁취든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을 가지기에 그 공허(空虛)를 알지 못한다. 완곡하게 사래질을 하며 물러서는 곡강천을 다잡아 같이 걷는다 민물의 해조음(海潮音)을 듣는다 가당찮지만, 가능한 삶. ……. 갈대나 억새들이 바람에 부대끼는 소리는 늘 좋다. 황동규 선생의 시 구절, ‘당신이 나에게 바람 부는 장면을 보여주며는 나는 얼마든지 쓰러지는 갈대의 자세를 보여주겠습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 읽은 시지만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대학로에서, 출판회관에서, 초상집에서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선생을 보듯 곡강천을 음미하며 오래 걸었다. 그는 너무 말라 있었고, 나도 늙어 간다. 곡강천만 내내 푸르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7-16
마을에 다다르며 천천히 읽었다 봉좌(鳳座) 용계(龍溪) 분옥(噴玉) 개념으로 정명(正名)된 관념은 현실을 상징한다 봉황과 용을 대체 누가 보았는가 튀어오르는 맑은 물이 옥과 같다는 것은 물성(物性)과 세속에의 입신양명에 대한 스스로 자처한 지속적인 소외라 나는 해석했다 선비는 목숨을 저당잡힌 위태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의지는 굳건하나 현실은 냉소적이었을 것이다 얼어죽어도 글을 읽겠다는 마음이 마루에 가득하다 녹음과 낙엽이 공존하는 까닭일 것이다. 그것을 햇살은 거두어두지 못한다 뒤로 열린 하늘을 두고 물과 산을 바라본다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마음이 깊으면 글은 저절로 담길 것이다 현실과 본질, 사직(社稷)과 사림(士林)은 대체적으로 대척점이다 한양에서 멀어져 이 좋은 곳에 머물 결심이었다면 나는 잊고 후학에 머물러야 하리라 우리가 쉽게 생각한 존재들이 우리를 지탱해 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러나 무시당할 존재는 없다 다만 마음의 아름다움과 의지의 표상으로 날마다 서툴더라도 잡풀이라도 뽑을까 한다 그래도 불알 떨어질 일은 없으니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라 싶다 땅을 짚고 솟아오르는 맑은 물이 되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하여 나는 분옥정에서 소신(所信)을 소신(小信)으로 개혁했다. … 이 시는 분옥정 혹은 용계정사의 역사적 평가와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시인의 개인적인 해석이므로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분옥정은 너무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하늘을 뒤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심(洗心)하고 풍경에 젖습니다. 비라도 내리면 거기서 죽어도 좋을 듯 합니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7-09
조금 구라를 때려 칠엽굴(七葉窟)*에 버금가는 난장의 소굴(巢窟)이라 할 만하다 좌측과 우측이 침을 튀겨며 싸워도 그 독성의 곰팡이가 꽃으로 피는 곳 맑은 피가 난무하는 따스한 광장 이기심이 배려로 바뀌는 희한한 유전인자를 내재한 약간의 돌연변이들이 꼼지락거리며 시대를 노려보고 있다 독재에 가까운 주인의 횡포와 무례를 쌍욕으로 잠재우는 단련된 내공에 아무도 항거하지 않는다 묵묵히 제 길을 가라고 부축하기 때문이다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한 나날들이 소금으로 설탕으로 고춧가루로 온갖 음식에 녹아 있어 계절의 변화와 파도의 향기까지 누릴 수 있는데, 헛소리하다가는 본전도 못 건진다 이런 선한 강적에게는 얼른 굴복하는 것이 최선임을 나는 배운다 세상에 술집은 많고 개소리는 송도바다에 가서 풀면 되기 때문이다. *칠엽굴 : 인도 왕사성 부근 비파라산에 있는 석굴로 부처 당시 500여 명의 비구들이 모여 경(經)과 율(律)을 합송함으로써 제1차 결집이 이루어진 곳. …… 이곳은 주인의 독재에 아무도 항거하지 않는다. 알아서 챙겨주기 때문이다. 잘못 씨부리면 욕도 엄청 먹을 각오도 해야 한다. 바르게 살아온 자신감이 충만한 예쁜 교만이 가득하다. 마음이 늘 쓸쓸한 우리에게는 감추어둔 최후의, 비장의 장소 혹은 무기가 된다. 아무에게도 소개하지 않고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만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실상은 온갖 잡놈들이 다 모이는 광장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 잡놈들의 대장이자 ‘따까리’임을 자처한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7-02
어느 날은 손님보다 상인이 많아 보이는 기북시장 거기에 세상의 가장 훌륭한 뷔페를 파는 장터시장이 있다 한 접시에 많은 것을 담을 필요가 없다 그저 깻잎장아찌 몇 점 계란말이 두 점 대접에 밥을 푸고 무생채를 적당히 넣고 주인이 귀찮다고 입구에 놓아둔 항아리에서 고추장을 퍼와 비비면 된다 진하고 뻑뻑한 들기름을 슬쩍 뿌려준다 투박하나 저 섬섬옥수, 툭 던지는 배려 고추장은 무얼 그리 좋은 걸 많이 넣었는지 마치 조청의 점도(粘度)에 뒤지지 않는다 맵기도 하지만 달기도 하고 고소하다 비비다보면 들기름 냄새가 기북 동네를 덮는다 곁들이는 꽁치추어탕이 깊고 우아하다 부족하다 싶으면 국수 한 그릇을 더 먹어도 좋다 장터식당의 음식은 맛은 물론 아름다운 음식이다 기본기가 확실한 만찬이다 식당을 나와 잡놈처럼 이쑤시개를 씹으며 장터를 한바퀴 둘러보면 앙증맞은 기북장터는 소꿉놀이 같다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 했나 한끼면 충분한 것을, 멀리 앙증스런 비학산(飛鶴山)을 본다. ….. 화려한 밥상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그냥 먹어도 좋을 것을 온갖 재주를 부려 꾸미고 가꾼다. 차라리 그 시간에 간단히 먹고 산책이나 하라 한다. 어머니 말이다. 먹는 정보가 차고 넘친다. 식충이가 되라 한다. 제발, 제철 음식 소박하게 먹어라, 어머니 말이다. 내 말이 절대 아니다. 내 말에 어머니가 책임을 져야 한다. 감옥 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알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비학산 아래 기북마을이 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6-25
고인돌 옆에서 1인용 텐트를 치고 밤을 세웠다 고인돌은 지상의, 별의 자리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헛된 욕망에 불구하다 누군들 불멸을 꿈꾸지 않으랴 그러나 권력은, 혹은 인생은 야비하고 무모하고 허망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고인돌이었다 저 장엄한 것이 이슬보다 쓸모없다 잡풀에 희롱당하고 비에 젖어 후줄근하다 빛나는 죽음은 없다 주검만 잠시 있을 뿐 그마저도 사라진다 종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칠성재 마루 고인돌 옆에서 잠을 청한다 옛사람의 근본을 추적하여 오늘 우리의 터전의 발판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만 지금은 내가 불멸의 고인돌이다 자기의 자리에서 생(生)을 노련하고 집요하게 노려보는 것이, 긴 호흡 내쉬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 새벽이 되면 집으로 갈 것이다 그래, 오늘 살아 있어 미래를 전망하고 성찰하는 것이 오히려 단순해서 눈부시게 찬란하다 고인돌과 종일 잘 놀았다. … 내가 이 고인돌을 보러 갔을 때, 입구의 안내판은 누가 발로 찼는지 찢어져 있었다. 대체로 관리가 무성의해 보였다. 멋쩍은 미필적 실수, 행정력의 부재, 그 무엇이라도. 비교해 보니 강화도와 연천 전곡의 고인돌은 제법 대접을 잘 받는 듯 싶었다. 그러나 칠성재의 그 고인돌은 푸대접 받는 그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어쨌거나!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6-18
겨울, 오어지에서 새들이 왔다 가면 호수는 문득 고요하다 녹음으로 번창했던 것을 얼음으로 반성한다 저 두 개의 본능을 어찌 하리 거듭되는 삶을, 흘려보낸 것들이 많은 세월을, 소유하지 못했음으로 오히려 가득했던 시간을, 돌아가고 돌아오리라 저 바람과 구름의 행로와 같이 어쩌나, 사랑이 그런 것을. … 한 친구가 있다. 눈이 깊은 사람은 멀리 보기도 하지만 주변이 따스하다. 무얼 챙겨주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사람은 세상에 흔치 않다. 무슨 죄를 많이 지어 그리 착한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나는 어쩌면 행복하다. 울타리가 되고 그림자가 되고 냇물이 되어 조잘대는 기쁨,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돈 주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선험(先驗)이 체화(體化)되어 마치 보살인 듯, 멀리 길게 보는 그의 눈은 항상 깊다. 그를 보면서 사람의 의미를 다시 곱씹는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6-11
환호동에선 환호하자 삶이 빛날 준비를 하자 그렇게 발광(發光)하자 바다에 휑하니 코 풀고 서러움이나 찜찜한 그 무엇 다 버려버리고 맨발로 돌아오자, 그리고 누려야지 당신 인생, 해맞이 하듯. ··············· 우리에게 필요한 연구는 인간적이고 창조적이며 자율적인 상호작용과 전문기술자에 의해 본질적으로 통제될 수 없는 가치의 창조를 돕는 제도를 창출하는 기술의 유용성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현재 유행하는 미래학을 역전시키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이반 일리히의 표현이다. 나아가 인문학의 본질을 상기시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부단한 작업을 하는 보이지 않으나 많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삶은 나아간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6-04
한흑구 선생님 우리는 왜 ‘보리’라는 수필로만 선생님을 기억할까요? 짓물러진 송도바다엔 여전히 갈매기들이 불심검문하듯 팽팽한 눈썰미로 바다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까칠해도 구수한 사람이 귀한 세월이라 그런지 늘 텅 빈 하늘입니다. 검은 갈매기, 그 얼마나 멀고 먼 상징인가요? 보리의 ‘까끄라기’가 그리운 시절입니다. 선생님이 마냥 순한 사람이 아니었단 걸 이제야 압니다. ‘검은 갈매기’가 ‘황혼의 미네르바’를 능가하는 까닭을 이제야 압니다. … 흑구 선생 없는 포항을 상상하기 어렵다. 구룡포 하정마을 보리밭 언덕길을 오래 걸었다. 낮에도 그렇지만 밤에 걸어보면 환각을 일으킬 만큼 장엄했다. 달빛 젖은 보리밭은 살짝 바람이 불면 바다의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그 두 개의 풍경은 감격적이었다. 오래전 일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5-28
그대, 떠돌이면서도 원주민인 사람 타인과의 경계가 그토록 마음에 걸렸을까 밤낮 없이 기웃거린 발걸음 나쁜 것을 먼저 배워 허무를 실천하는 사람 산에 가리고 강에 잠기면서 물음표 느낌표 다 깨물어먹고 맨발로 자기 속으로 숨는 사람 비겁함에 힘을 실어주고 웃는 사람 새털구름 잔주름 묻은 햇살을 녹인 소주 한 잔 마시고 그걸로 양치질하는 더러운 사람 보는 이 마음에 무혈입성하여 남긴 차가운 소인(消印) 그렇게 누구에게나 원죄는 있다고 다그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곧 사죄이며 소멸의 시작임을 가만히 지적하는 무기질의 비웃음 폴폴 날리며 걷는 사람 하늘엔 문이 없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문을 여는 마음이 예쁜 사람, 불치병이 없는 사람 그대 원주민이면서도 떠돌이인 사람. … 일상적 혹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이란 말을 나는 자주 사용한다. 그보다 더한 철학은 없다고 믿는다. 평범해서 눈부시다. 모든 사람의 생애가 반드시 그러하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