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에 잠겨 익사하는 줄 알았다 꿈이었지만, 깨어나서는 건조했다 산 깊어 물 맑은데 땀인지 오줌인지 푸른 강물을 건넜다 부활의 의미를 새벽마다 추적했다 성욕과 같지만 욕망이 없는 그것 비에 젖어도 상옥의 사람들은 뽀송뽀송했다 이승과 저승의 정확한 중심에서의 가을비 소리, 그 법문을, 없는 그것을 상옥의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눈이 맑아지는 마을이 있다. 사람들은 속옷을 입지 않고 사는 듯 싶다. 밥과 소금을 먹고 맑은 물로 양치를 하며 똥은 사흘에 한 번 눌 것이다. 순전히 착각이지만, 나는 꿈에 자주 상옥으로 간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2-12
장세(場稅)를 못 낼 형편이라외곽 담벼락 아래, 여기는햇살이 참 따끈해요그냥 모여 질끈 징검다리 놓아요종일 기다려 몇 단 판 봄나물파장 무렵, 눈길 끄는 저 신발 손주 생각기술력이 좀 떨어진다고나쁜 신발은 아니라네요식구들 거 다 챙겨요서울 것들, 눈여겨 보지도 않을 테지만임대료 유통마진 브랜드 파워세금까지 후려치고도 거뜬하다네요서민경제 기여한다고도 하고,그래서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더라도가야 할 길, 조여매고 가고 싶어요꼭 가요이류(二流)라도 일류 흉내 내면서결국에 가장 하류가 되면마음 편할 거라 생각해요나는 가당찮은 희망을 꿈꾸지 않아요옆 난전에서팬티도 몇 장 사서집으로거침없이달려볼까나.나이키도 닳는다. 오일장 나이키도 마찬가지다. 벤츠도 차가 막히면 속수무책이다. 모든 술은 다 취한다. 사람은 결국엔 죽는다. 나는 실용을 추구한다. 가난한 변명에 불구하지만 외형에 현혹당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별로 쓸모없지만 말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2-05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2025-01-22
죽도시장 새벽 세 시 자연산 잡어를 받아 여섯 시에 좌판 아지매들에게 도매로 넘기고 나서 해장술 하면 하루의 생업은 대충 마무리 그러나, 수줍게 한 할마시 다가오셔 아재, 혹은 죽은 거, 경매 안 되는 거 좀 주면 안 되것나 망설임 없이 즉답(卽答)한다 알았니더, 슬그머니 골목 뒤에 가서 남은 활어를 기절을 시키거나 아예 분질러 선뜻 팔라고 내어준다 시장의 교란이긴 하나 물러섬이 없다 경쟁은 비교의 우위가 아님을 몸으로 설파 뜻 모를 살생으로 하루를 구축함 오만 원이 이만 원이 되어도 그 잔잔한 거래, 그것이 적절한 환희가 된다 먹고 사는데 지름길이 있는가 직선이 곡선을 염두에 두지 않을 리 없다. 새벽 어시장 경매장에는 집어등을 보고 몰려드는 은빛 찬란한 오징어처럼 싱싱한 사람들로 눈이 부시다. 그렇게 삶은 치열하게 진행이 된다. 나는 경매가 정직한 거래라고 생각하지만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나의 편견이리라. 경매를 떠나 간혹 상식을 벗어나는 이상한 거래를 하는 후배가 있다. 그는 스스로 약자이면서도 더더욱 약자의 편에서 살려고 한다. 그는 시장을, 세상을 아름다운 편견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1-15
나는 불후(不朽)를 생각하지 않았다 풀잎 끝 이슬이 곧 햇살에 추락해도 맑고 고운 뜻은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세상의 거친 바람과 빗속에서도 사람의 길을 지키고자 했다 약발 다한 왕조의 귀퉁이에서 버리면 산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징검다리가 되어 나 하나의 희생으로 명분이라도 생긴다면 참 즐거운 일, 운제산 기상이 훗날까지 이어지고 형산강 물길이 동해에 퍼지듯 사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구나 혹은 그럴 수도 있구나 반추하면서 나, 몽주, 꿈을 두루두루 펼쳐 세상이 아름답기를, 그 누구도 불후를 꿈꿀 수 없다 그래서 불후가 된다. 몽주 어른을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정치는 잡놈들이 하는 짓이다. 그런데 몽주를 영천에서도 팔고 용인에서도 판다. 세상살이가 그런 것이니 생각하면, 더욱 아득하다. 두루두루 넓은 꿈을 펼치기에는 세상은 협소한 비탈길이다. 버티고 살아야 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1-08
포항 동해면 마산리와 입압면의 경계에 하잇돌이라고도 불리는 하선대가 있다. 왜 풍광이 좋은가 살펴보니 아득한 전설이 있다. 하늘의 내려옴 바다와 인간의 조화 그 궁극의 합일, 하선대는 바로 그런 곳이다. 연오랑 세오녀의 바다이기도 한 그곳은 드넓게 사람들의 넉넉한 삶의 배경이 된다. 윤슬이 반짝이는 곳 사람들이 천천히 거니는 곳 의식과 안목이 넓어지는 곳, 하선대에 서면 신화와 역사와 전설이 펄럭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꼴 잘난 포악한 용왕이 개과천선하여 사람의 길을 따라 지극한 마음공부를 통해 지상의 평화를 열고 하늘의 근엄함은 이곳에서는 다정한 풍경이 된다. 하늘과 바다가 결혼을 한 곳, 이곳 하선대에서는 인간의 꽃이 핀다. 시시비비를 알고 수오지심을 알고 측은지심을 알라고 하늘이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이 하늘과 바다와 어울려 성장한다는 사실에 하선대의 바다는 자못 비장하지만 겸손의 끝에 선다. 열린 마음의 자세로 물길을 다듬고 바람을 길들여 하선대는 존재의 마지막에서 우리 곁에 남는다. 풍악은 필요 없을지 모른다, 우리 마음의 소리가 이미 각자의 가슴에 스며들어 있으니, 이 파도 소리가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한발 더 나아가 하늘과 바다가 우리를 궁휼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또 그것이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향하는 착한 연민임을 상기시키는 따스한 호흡임을 하선대는 증명한다. 그리하여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지나 우주를 뚫을 기세로 당당하지만 하선대는 늘 우리 곁에 있다. 누이와 같고 어머니와 같고 아, 아! 아버지와 같다. 평범한 바다라고 할 수도 있다. 전설이 보태지면 의미가 다를 것 같지만 암만 살펴봐도 평범한 바다다. 그런데 물소리가 좋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무책임하지만, 그냥 물소리가 좋다. 묻지 마라, 귀찮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2-25
경주에서도 포항에서도 어정쩡한 곳에 잔뿌리 내린 세월 이마 위의 잔설 소모되어 낡았어도 그래도 정갈한 시간이 진열되어 있네 별 아니면 올려다 볼 일 없는 냇물 아니면 내려다 손 내밀 일 없는 라면 끓이듯 간편한 삶 못마땅함이 보글보글 끓는 냄비와 같은 일상 솜을 씹듯 두부 한 점 우물거리면 그래도 달래양념장 향긋함이 콧등을 짚는다 코팅 된 과자봉지처럼 빛나던 시절은 언제였는가 달콤함에 저당 잡혔든, 그렇게 부풀어만 있었던, 기실 편방(偏旁)이거나 부수적(附隨的)이었던, 하산의 의미를 총총 재촉하며 바라보는 저 널려있는 시간과 사건들이여 문득, 처연하게 찬란한 아직 남아 있는 길의 보푸라기 반짝 빛나다가 사라지는 것들의 야무진 허술함 처마에 걸린 명태코다리가 바람, 바다, 산의 울음에 건조되면서 시간을 관통한다, 상처는 스스로 여며야 한다. 진전리는 오천에서 경주 기림사로 가는 길에 있는 마을인데, 거기에 조그만 구판장이 있다. 두부와 도토리묵과 국수를 판다. 듬성듬성 등산객들이 들리는 곳이다. 뼈에 좋은 동동주를 주는데 마음에 더 특효약이다. 자궁과 같다. 느릅나무 아래 앉으면, 저승이 보인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2-18
만국기 펄럭이는 가을운동회 같은 죽도시장을 지나 대성막걸리로 와서 손가락 지그시 담근 대포 한 잔 마시면 두 살 정도 늙는다 그렇게 길을 나서면 눈이 투명해진다 두 살 정도 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백 년 정도 퇴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정하고 백치(白癡)가 되어 세상이 투명하기를 희망한다. 시간이 지나면 늙는다. 거부는 없다. 다만 버티는 것. 현명해지기 위해서 무엇인가에 열중한다. 슬기롭게 술을 마시면 마음이 맑아진다.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 노력한다. 취하면 더 이상 술을 마실 자격이 없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2-11
부엌에 덧댄 쪽마루라도 임금님의 침상이지 그렇게 잠든 어머님의 주름살에 파르르 떨리는 형광등 불빛이 잔설(殘雪)로 내리면 단골이라는 이름으로 등쳐먹은 세월이 벽마다 가득하다 살며시 냉장고에서 막걸리 한 사발 퍼서 탁자 위에 내려놓으면 장아찌 몇 점과 멸치 몇 마리 경계의 벼린 눈빛 스파링 상대처럼 긴장하면서 도열하여 이내 종종걸음으로 입으로 집합할 운명 인생은 싸우는 거야, 상대도 없는 자유로운 술집 주인이 있어도 없어도 시스템 작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계산은 알아서 바가지에 넣을 것 마신 잔은 조용히 한쪽으로 밀어놓을 것 공화국은 이런 것이라고 민주의 기본은 이런 거라고 생기발랄한 무정부주의자들의 소굴 대성막걸리 팔순 어머니의 내공은 이렇게 정리된다 씨팔놈들아, 니들 꼴리는 대로 해라 돈도 필요 없다, 니 스스로 쪽팔리지 않으면 된다, 그 쫑알거림의 사자후, 그 그물에서 벗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잔술로 속을 달래고 공짜 술도 너무 많이 얻어먹었다. 서울에서 고생한다고, 그 한 잔 못 주겠느냐고, 열심히 살아라, 말씀하셨다. 그 세월을 도저히 갚을 길이 없다. 아쉽게도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지금은 사라졌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2-04
전라도 사람들의 홍어처럼 포항의 개복치 역시 잔치집과 초상집에 빠지지 않는다 그 투명하고 탱탱한 그야말로 아무 맛도 없는 이 음식의 정체를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시대를 관통하는 그 투명함의 상징으로, 복잡하고 혼탁한 시대일수록 마음의 좌표로서 선험(先驗)으로 배겨 있는 알짜배기 토박이의 정신으로 떡 하니 한자리를 차지하는 저 도도함, 포항에 가면 그 개복치를 먹어야 한다 그리고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 존재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한 물상(物像)들이 있다. 기표(記標)와 기의(記意)를 동시에 간직하는 존재가 있어, 그 가치가 불변이다. 무의식을 지배하는 소중한 존재를 우리는 누리고 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1-27
어머니, 삼시세끼바다를 잡수신다아픈 무릎이수평선에 닿는다지평선 그 먼 이야기, 씨부럴밀물 썰물의 격차가 별로 없는구룡포 바다, 그 삶이 그러했다여여(如如)했다고, 다행이었다고, 어머니, 파도처럼 쿨럭이다가래침 냅다 뱉고는구름의 결을 이마 짚듯세상 밖으로 물러나신다 바람 설깃 하면버릇처럼 늘 문을 연다문짝 썩어도지도리의 버티는 힘 철썩이는 마음이서울에 가닿았으면 좋으련만 추워 문을 닫아도마음을 닫지 못한다 펄럭이는 바다,젊은 날의 휘장(徽章)이라고 말하려다휑하니 코 풀고 짠물에 손 헹구는구룡포 바다. 지도리는 경첩으로, 돌쩌귀, 문장부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문을 지탱하는 도구다. 사람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연결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다. 소통이 문제가 아니다. 너는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가?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1-20
토끼꼬리라 했다가 호랑이 꼬리라고 했다가 도대체 아홉 마리 용은 결코 오지 않고 좀 부족하면 어떠리 채우면 될 것을 상생의 손이 그 빈 손을 내밀어도 아무도 잡지 않아도 겸손하게 거만하게 용왕으로 그들은 살고 있네 그게 구룡포의 힘 아홉 번 자빠져도 용용 죽겠지 파드득 일어나는 파도처럼. 구룡포 하정 마을 청보리밭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능멸적으로 찬란했다. 성욕을 자극하는 듯한 뇌쇄적인 자태는 차라리 무욕적(無欲的)이었다. 욕(慾)과 욕(欲)을 잘 살펴보라!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1-13
선생님께서 동지고교에 재직하고 계실 때, 고등학생인 제가 서울에서 상(賞)을 받아왔을 때, 소설가 이대환 형님과 더불어 잘 했다, 하시며 죽도시장 막걸리 집에서 술을 사 주셨지요. 백열등 불빛처럼 붉어지신 얼굴로 나를 빤히 건너다보시며, 술도 맛을 알고 마셔야 한다, 하셨지요. 그런데 아직도 저는 술맛도 모르고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사람 되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삶의 해저(海底), 그 기저(基底)를 간파하는 진정한 머구리가 되기는 더욱 어려운가 봅니다. 정말 그리운 것은 선(線)이 굵어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많은 기억 중에서도 늘 뒷통수를 때리는 선명한 화면이 있어, 그렇게 긴장하면 사는가 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1-06
바다는, 풍경일 때는 다정하다 노동일 때는 거칠고 야속하다 아무도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 바다에 기대어 일생을 쌓아가는 것은 눈 내리는 겨울바다를 지켜보는 것과 같다 그 무엇도 쌓을 수도 쟁여 넣을 수도 없다 삶은 정립(定立)되는 것이 아니다 몰개월 짠한 바다는 허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허무를 실천하는 것이다. 예수가 성령으로 잉태했다면 그 남편인 목수 그 양반은 조금 억울했을 것이다. 부처가 옆구리로 태어났다면 그 어머니의 그것의 역할은 오줌 누는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나는 예수와 부처를 좋아하지만 이후의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조금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의 죽음으로 그들의 서사(敍事)는 막을 내려야 했다. 아니면 그 뜻을 살뜰히 실천하든지.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0-30
아무 것도 남기지 마세요 홀딱 벗고 가식도 명예도 기적 소리 몇 점 보랏빛 칸델라 불빛만 기억하세요 기어이 떠나고야 말 청춘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어요 잘 자요, 내일은 내일 생각하죠 별빛 한줌의 안주 달빛 스민 소주 한 잔, 그리고 쓰러진 스무 살, 그러나 기어코 일어서리라. 철거된 옛 포항역을 이렇게 나는 호명한다. 그리고 군대에 가기 전날 그녀를 만났다. 처음 이별을 배웠다. 기차는 가차 없이 떠난다. 어른들의 나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이후로 맨날 외롭다. 사람은 어차피 혼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0-23
상설장이 되었다 해도 오일장은 잊으면 안 돼요 냄새를 확인하고 추억을 상기하고 옛날 떡과 술떡을, 도라지와 냉이를 상업적이지 않게 먹고 살 수 있거든요 라이센스 없는 토박이 장꾼들 습관처럼 출근하는 사람들 구석구석 노인네들 다 모여 콘크리트 담장 아래 쪼그리고 앉아 꼬박꼬박 졸며 봄 햇살 보다 더한 온기를 확인해요 안부 전하면서, 죽지 않으면 보고 또 본다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제철 봄나물 마중 나오신 거 캐고 뽑아 드리워 주신 거 야박한 가격에도 선뜻 내미는 손 핏줄 빳빳한 마른 손 짓이기 듯 비비는 어설픈 악수 오일장의 자기증명, 그 허술하지만 야무진 목숨들 칼국수 다섯 그릇 시켜 일곱 명 나눠 먹고 동해댁 문덕댁 용산댁 우리 잊지 말아요 멀고 먼 시선 아지랑이에 묻히고 인생, 엄지 검지 모아 팽 하니 푸는 콧물 같은 것 해 지기 전에 버스를 타야지 마지막 버스는 너무 늦기도 하고 우리 운명 같아서 지랄 같아 종일 앉아 있어 시큼한 허리 부축하며 이천원 나물 향기 열댓 봉지 헐렁한 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는 오천 오일장 아쉬워 머물고 싶어도 가슴에만 담아둘 마지막 풍경 더 이상 뜨거운 것은 없어도 더 이상 시들 거 없어도 다음 장날 못 나오면 와병 중이거나 죽은 줄 아시게. 해도동에서 태어났지만 오천에서 오래 살았다. 삶의 언어를 거기서 배웠다. 바탕을 형성하는 인성은 고급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낮은 것은 언제나 은은하다. 금빛이 아니라 은빛이어서 늘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흰 머리카락이 더 늘어가고 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0-16
들숨과 날숨을 나란히 교차시키는자맥질을 통해수평을 지향하는 강물의 긴 여정을지켜 보았네갈숲과 언덕들이무던히 응원해 주었네고마운 나날들윤슬이라고 했나우리는 반짝이고 빛났다그렇게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을동시에 경험하면서먼 길이 먼 길이 아니었네맑은 종아리 튼튼해지며바다로 가네돌아오지 않을 거야잠시 머뭇거려도 멈춤은 없었지참 기특했어, 장점이었지바람과 구름이 협박하면서도또 힘이 되었지대체로 조화로웠지기술이 아니라 기교였지차선이 최선이었어지금 의미 없어도 그것이 화석이 되면언젠가 발굴이 될까의미 없음이 최고의 효율이야아득한 가능과 희망, 그것이 없다면우리는 이미 강물이 아니야. 오직 나아가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시간에 의해 나아가고 있다. 거기에 얼마만큼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동적 삶이라면 더욱 좋겠다. 성과는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한다. 최선이면 된다. 성공과 능력을 지껄이는 자들은 무시해도 좋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10-09
상옥에는 늘 꽃이 핀다 사람의 꽃이 핀다 사람들은 모른다 그 꽃의 의미를 상옥에서는 꽃인지 사람인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들렀다가 서울로 갈 때 상옥을 지난 적이 있다. 분명히 한번도 오지 않았던 곳인데도 불구하고 무엇인가에 끌려 차를 세웠다. 아마도 전생에 내가 살던 마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떠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많이 뭉개지거나 옹졸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마을들이 도처에 있다. 나만 모를 뿐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09-25
옛 거울(古鏡)에 얼굴을 비춰 보라 너의 면면(面面)을 보라 자성(自性)의 먼 길 지켜보는 보경사, 보물이 너 자신이니 부처는 잊어라고 미동도 하지 않고 천지를 울리는 절 왜나면 가슴 속에 폭포가 있거든. 전능(全能)과 무능(無能)은 항상 짝을 이룬다. 전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나는 결국 보경사를 걷다가 이런 사실을 반짝 주워들었다. 그래서 걷는다. 반짝거리는 것이 다 다이아몬드가 아니고 묻혀있다고 해서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 나는 행선(行禪)을 지향한다. 걷다보면 어디엔가는 도착할 것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09-11
서울에서 멀리 나와 가령 구룡포 축항 등대 앞 파도소리 듣고 있으면 시간은 밤 열두 시 바람에 절은 짭짤한 별빛 몇 점에 소주 한 잔 지금, 뇌사(腦死)라도 무관해요 파도가 충고해요 집에 가라고 아무려면 어때요 결국엔 갈 거니까 잘 살겠다고 약속은 하죠 몰라요 잘 살겠죠 지독하게 살게요, 그러나 그렇게 살아도 모자랄 지도 몰라요 잘 해라, 어깨를 치며 물러나는 저 파도의 후진(後進), 인생은 네 거라고, 가만히 지적하는 구룡포 바다. 사는 것은 생각보다 외롭고 고달픈 일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움직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 생각하려 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달빛을 조명 삼아 별빛 몇 점 안주로 생각하면 소주는 의외로 달콤하고 세상은 비로소 살만하다. 그 가치를 구룡포 바다가 알려주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