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멀리 나와
가령 구룡포 축항 등대 앞
파도소리 듣고 있으면
시간은 밤 열두 시
바람에 절은 짭짤한 별빛 몇 점에
소주 한 잔
지금, 뇌사(腦死)라도 무관해요
파도가 충고해요
집에 가라고
아무려면 어때요
결국엔 갈 거니까
잘 살겠다고 약속은 하죠
몰라요 잘 살겠죠
지독하게 살게요, 그러나
그렇게 살아도 모자랄 지도 몰라요
잘 해라, 어깨를 치며 물러나는
저 파도의 후진(後進),
인생은 네 거라고,
가만히 지적하는 구룡포 바다.
사는 것은 생각보다 외롭고 고달픈 일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움직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 생각하려 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달빛을 조명 삼아 별빛 몇 점 안주로 생각하면 소주는 의외로 달콤하고 세상은 비로소 살만하다. 그 가치를 구룡포 바다가 알려주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