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구라를 때려 칠엽굴(七葉窟)*에 버금가는
난장의 소굴(巢窟)이라 할 만하다
좌측과 우측이 침을 튀겨며 싸워도
그 독성의 곰팡이가 꽃으로 피는 곳
맑은 피가 난무하는 따스한 광장
이기심이 배려로 바뀌는 희한한 유전인자를 내재한
약간의 돌연변이들이 꼼지락거리며
시대를 노려보고 있다
독재에 가까운 주인의 횡포와
무례를 쌍욕으로 잠재우는 단련된 내공에
아무도 항거하지 않는다
묵묵히 제 길을 가라고 부축하기 때문이다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한 나날들이
소금으로 설탕으로 고춧가루로
온갖 음식에 녹아 있어
계절의 변화와 파도의 향기까지
누릴 수 있는데, 헛소리하다가는
본전도 못 건진다
이런 선한 강적에게는
얼른 굴복하는 것이 최선임을 나는 배운다
세상에 술집은 많고
개소리는 송도바다에 가서 풀면 되기 때문이다.
*칠엽굴 : 인도 왕사성 부근 비파라산에 있는 석굴로 부처 당시 500여 명의 비구들이 모여 경(經)과 율(律)을 합송함으로써 제1차 결집이 이루어진 곳.
……
이곳은 주인의 독재에 아무도 항거하지 않는다. 알아서 챙겨주기 때문이다. 잘못 씨부리면 욕도 엄청 먹을 각오도 해야 한다. 바르게 살아온 자신감이 충만한 예쁜 교만이 가득하다. 마음이 늘 쓸쓸한 우리에게는 감추어둔 최후의, 비장의 장소 혹은 무기가 된다. 아무에게도 소개하지 않고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만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실상은 온갖 잡놈들이 다 모이는 광장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 잡놈들의 대장이자 ‘따까리’임을 자처한다.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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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