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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숲 700년 느티나무

등록일 2025-08-06 18:53 게재일 2025-08-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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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숲속에서’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필연적으로 죽어가는 존재잖아요

그래서 살아갈 많은 날들 매우 눈부셔요

당신의 나날은 더 아름다워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성실하려 해요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미리 생각하지 않아요

잘 살길 바라는 것은 잘 죽기 위함이에요

항상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어요

교만은 지금의 자살이에요

지금 당신 옆의 모든 존재에 대해

모든 것을 허락할 것을 맹세하면 어떨까 해요

지금 눈앞의 손해보다 양보가 큰 이득이었어요

물러섬이 나아감보다 좀 낫더라고요

나는 미처 몰랐어요,

앞 사람의 어깨를 보는 것.

좋더라고요

비빌 언덕의 환한 햇살,

너무 따스하지 않아요?

나 역시 중요하지만 남들도 모두 중요해요

남루한 어깨동무, 타박타박 걷는 길

그냥 가만히 가요

사람은 절대 지워지지 않아요

북천숲에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해요

발전적이지 않아 제자리 지키면 오히려 발전적이에요

누가 뭐래도 상관 없어요

나무와 숲이니, 모두가 두루뭉술하니, 손해 볼 일 없으니

그러한 가능성에의 지향적 삶이 궁극의 길일 거예요.

……

정말 모르고 살았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임을. 몰랐다. 면피가 아니라 무지의 극점(極點)에서 세상의 부분을 설파하려 했다. 무모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죄질이 나쁜 교조적인 관념의 세계에 숨어, 무한의 삽질을 하며, 나무 한 그루 못 심었다는 것이다.

적당하게 살아야 했다. 깨달음 혹은 각성은 강요할 수가 없다. 말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 불구하고, 구업(口業)의 악업을 일상으로 저질렀다. 문제는, 그것이 지속적이며 세속적이라서, 습관화되어, 무감각하게, 덧칠하기 때문에, 더욱 두렵다. 그러나 삶은 명랑하다. 그렇다고 믿고 나를 개조해야 한다. 북천숲의 나무들은 세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그 걸음을 따르지 못한다. /이우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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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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