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사지 2
당신이
애인이 있다면
당장 감은사지에 가라
둘 다 서로 잊혀질 것이다
가장 강렬해서 소원하고
멀어도 가깝다고
하나는 적절하게 외롭고
둘은 이미 다소 귀찮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당신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덤덤하게 말한다, 사랑은 늘 어렵다고
두 개의 탑 사이를 오가며
잡풀들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바다를 기웃거리는 삶,
설렁설렁 잘 놀다 간다
순간을 영원으로 착각하지 말아야지
그것의 무난한 진리를 깨물며 씹었다
그러나 부처라 해도 문무대왕이라도 해도
안간힘으로 한판 패대기치면 간단한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사랑이 그런 것을.
….
요란하지 않아도 즐겁고 따스한 곳이 있다. 감은사지 터가 그렇다. 그냥 다섯 시간을 앉아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사람과의 만남은 상수이자 변수이므로 대충 뭉개면 된다. 단지 아프게 뭉개야 한다. 그래야 흔적이 남지 않는다. 아픔은 그대의 운명이다. 극명하다. 최고의 성실은 최대의 게으름이다. 저 두 개의 탑이 증명하고 있다. 세월은 배신과 반전이다. 당신의 퇴적층을 만들라! 반성의 빌미로 새로운 명제를 만들 것이다. 쇠락이 진전이 된다. 사람의 시작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