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그 너머
-오도 바다* 고운 모래알과 몽돌
생각해 보니
실패가 성공이었다
그러나 과정은 무너지지 않는다
겨울이 와도 어떨까,
과연 우리에게
어떤 빙하기가 있었는가
물기가 없으면 얼지 않는다
하여 암각화가 될 수도 있고
물욕이 없으면 망할 일도 없을 것
업적이 초라해도 그것으로의 역사가 되고
벼락박 똥칠도 무늬가 된다며,
깨달음은 없다고(悟道) 가르치는
오도 가을 바다,
마른 눈길 늘 울음을 참는,
그래서 나의 가을
풍향계처럼 그 바다를 탐지하며
결국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만
하소연 없는 태연하고 불량한 바다
그래서 행복하고 불행했지만
그래,
밑천 뻔한 한 끗 차이, 마치
마을에 가닿지 못하는 저 파도 소리.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작은 바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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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는 절대 상처가 나지 않는다. 방치와 외면으로 흘러 지나가는 무서운 존재, 파괴가 없는 절대적인 무형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무책임에 분연히 항거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과거에 머물러 지금에 와서 상처를 입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무기가 되고 훈장이 되어야지 굴레는 아니다. 경험의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된다는 클리세는 그만두어야 한다. 상처는 새 살을 돋게 한다. 박테리아 혹은 세균도 사람을 돕는다. 거부에 집착하다 보면 외딴 섬이 된다. 진정한 섬은 고립이 아니다. 가능성의 신호, 혹은 미지의 공간에 대한 개활지이다. 존재가 작다고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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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