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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시민 신영학-과수원칼국수

등록일 2026-03-04 16:15 게재일 2026-03-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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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제자리를 잘 지키는 것이

나아감보다 융숭함을 본다

개고생 끝에 오롯하게 생업을 유지하며

사람을 환대할 줄 아는 그 사과꽃 미소는

고난의 끝에서 길어 올린 소박한 인고의 결실이다

젊은 날의 방황과 설움과 밥벌이의 고난을

그는 항시 기억하며 살고자 한다

불평등 혹은 격차가 더욱 깊어지는 시절에

그는 사람의 길을 생각하며 국수를 끓인다

치열함과 절박함을 함께 녹여 낸다

따스한 세상이 그의 종착역이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제자리 지킴의 가치가 더욱 선연해진다.

술자리에서 보수와 진보를 두고 침 튀길 때

세상사에 별 관심 없는 그가 농담으로 무심히 던진 말이

자정 넘어 집으로 오는 길, 유독 귀에 남는다

 

청송 옆에 진보 있다

 

그 말은

먹고 사는 형편의 이리 불편함과 어려움을

슬쩍 일깨워 주려는 헛기침일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그는 살아가는 일에

늘 충실하며 진보적이라는 사실은

자명(自明)하다

과수원칼국수는 자명리(自明里)에 있다.

 

….

이 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명과 청송과 진보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러나 청송이라 불려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진보는 아득히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지명을 특정적으로 지칭하지 않음을 양해 바란다. 나는 다만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봄빛 가득한 사과꽃이 피길,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나를 적당히 욕해 주시길. 신영학의 말에서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말에 함축된 의미가 너무 의연해서 오래 밤길 걸으며 생각했다.

마음으로 쓴 엽서는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렇지만 우체부의 걸음이 휘청일 수도 있다. /이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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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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