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손님보다 상인이 많아 보이는 기북시장
거기에 세상의 가장 훌륭한 뷔페를 파는
장터시장이 있다
한 접시에 많은 것을 담을 필요가 없다
그저 깻잎장아찌 몇 점 계란말이 두 점
대접에 밥을 푸고 무생채를 적당히 넣고
주인이 귀찮다고 입구에 놓아둔 항아리에서
고추장을 퍼와 비비면 된다
진하고 뻑뻑한 들기름을 슬쩍 뿌려준다
투박하나 저 섬섬옥수, 툭 던지는 배려
고추장은 무얼 그리 좋은 걸 많이 넣었는지
마치 조청의 점도(粘度)에 뒤지지 않는다
맵기도 하지만 달기도 하고 고소하다
비비다보면 들기름 냄새가 기북 동네를 덮는다
곁들이는 꽁치추어탕이 깊고 우아하다
부족하다 싶으면 국수 한 그릇을 더 먹어도 좋다
장터식당의 음식은 맛은 물론
아름다운 음식이다
기본기가 확실한 만찬이다
식당을 나와 잡놈처럼 이쑤시개를 씹으며
장터를 한바퀴 둘러보면
앙증맞은 기북장터는 소꿉놀이 같다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 했나
한끼면 충분한 것을,
멀리 앙증스런 비학산(飛鶴山)을 본다.
…..
화려한 밥상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까? 그냥 먹어도 좋을 것을 온갖 재주를 부려 꾸미고 가꾼다. 차라리 그 시간에 간단히 먹고 산책이나 하라 한다. 어머니 말이다. 먹는 정보가 차고 넘친다. 식충이가 되라 한다. 제발, 제철 음식 소박하게 먹어라, 어머니 말이다. 내 말이 절대 아니다. 내 말에 어머니가 책임을 져야 한다. 감옥 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알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비학산 아래 기북마을이 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