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 혹은 평범한 삶이라 해도,
그럼에도 그 지평의 확산, 무한을 꿈꾸지 않는,
산다는 것의 현장의 악다구니의 와중에도, 애기똥풀처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세상의 권력이다
정귀원은 그런 사람이다
그의 야성(野性)은 순수(純粹)의 위장(僞裝)이다
폭언(暴言)은 당부와 염려의 교묘한 기교
툭, 등을 치는 폭력은
가장 강력하나 부드러운 채찍으로
나의 허위를 직설적으로 응징한다
말뚝의 팔뚝으로 작물(作物)을 키우는
묵직한 섬세함은, 다시 말하지만
위장이다
아무튼 불가해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다
굵은 어깨의 뒷모습이 참 든든한 것이,
뭉개고 저항하며 같이 가자고 한다는 거,
그 생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 모습이 가을비 같기도 하고
그러나 봄비에는 영원히 다다르지 못하더라도
둔중한 온기는 오래 간다
그래서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을,
천천히 걸으며 증명하고 있다, 멈춤은 없다
집 떠난 자식들 대신하여
동네 어른들 목숨 저당잡힌 밭과 논,
그 일을 그가 모두 대신하는 것이 확실한 증거다
여불때기*의 선한 둥금을 그는 선험(先驗)으로 안다
사람 귀한 동네, 세상의 길을 돌고 돌아
중얼거리며 그는 가고 있다.
*흔히들 ‘비탈’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모퉁이’를 지칭한다.
.................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 나는 그 뜻을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라는 것만은 어렴풋이 안다. 다행인 것은 언제나 세상에는 스승이 있고 도반이 있다. 이 시의 친구가 대체로 그러하다. 중국 작가 위화는 말했다. “몸의 다른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지만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