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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등재에서

등록일 2026-05-20 18:40 게재일 2026-05-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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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가을길’

남자는 울지 않는 법이다
개똥 밟은 듯 쓱쓱 문대고
힘차게 나가야 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혼자 멀리 가야 한다
그래야만 사랑이 완성이 된다
동행은 없다, 둘은 태초부터 귀찮았다
너는 포항으로 가고
나는 감포로 간다
망해산에 올라서는 길등재를 잊고
하산하여 길등재에서는 망해산을 잊는다
바람이 따귀를 때리며
사랑은 그런 것이라 한다
너는 도시로 가고
나는 다시 산으로 간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축복과 저주를 하며,
사랑에 강약(强弱)이 있을 수 없지만
남자는 슬쩍 흐려지는 그런 눈물,
흘리지 않는 법이다.

…….

길등재는 포항 정천리에서 장기면으로 가는 관문 격의 고개로, 정상 부근에서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산행을 시작하면 쉽게 오래 산등성이 길을 걸을 수 있다. 출발부터 먹고 들어간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대체로 선호한다. 생색도 내고 실리도 챙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살이나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럴 수 없다. 과정은 생략되지 않는다. 오래 걷고 길게 울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길등재 뿐일까. 삶은 교묘한 장치로 장식되어 있다. 결국, 나의 좌표를 확인하고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몫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 오직 사람! /이우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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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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