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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등록일 2026-05-27 18:32 게재일 2026-05-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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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이인기’

석부작(石附作) 대가 이인기는
아티스트이다. 돌과 나무와 호흡한다
그렇게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대가라 함은 일단 40년 이상 한부분에 종사하여
세평에 상관없이 역사를 이룬 사람을 말하는데
출처도 근본도 없는 딴따라들이 아티스트라 하고
하물며 화장을 하고 머리 다듬는 새파란 것들이
스스로 그렇게 칭하며 찧고 까분다
딴따라가 나쁜 것이 아니다. 경박함이 문제다
근기의 수승함이 문제가 아니라 집념의 문제
혹은 단박에 깨칠 수도 있으니,
그의 정원에 가보라
시간이 켜켜이 녹아든 석부작들이
온전하게 산과 강으로 재현되어 있다
학대하지 않고 더불어,
그리고 실패하지 않을 생명을 쟁여 넣고 있다
육거리 근처 사람 살지 않는 집에
거짓말처럼 비밀의 정원, 그의 밀림이 있다
함축과 집약이 경이로움
혼이 깃들어 팔지도 않을 작품들
아무리 호사가라도 그가 부르는 가격에는
머뭇거린다, 거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경지는 돈으로 사지 못 한다
보고 느낄 수 있는 절정의 감각은
결코 계산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을 하나 선물 받아서 책상 앞에서 째려보며
거래가 아니라서, 이 글을 쓴다
염치없음도 어떤 때는 살아가는 힘이 된다
염치를 알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내 앞의 가난과 절박함이
그것이 남에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을 때,
세상이 내 것이 된다는 사실이다
돌과 나무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커가는 것을 배우는 사람, 그 이름 이인기지만,
세상의 인기(人氣)는 눈곱보다 없다.

………

포항 북구 중앙로 298번길 17-4, 비좁고 낡은 철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불현듯 펼쳐지는 신세계. 녹색 허파를 가진 작은 행성. 가치로는 아마 수백 억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런 수치로는 그의 삶의 깊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돌이 돈이라 여기고 나무를 남이라 여기면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는 짓이다. 생각해 보니, 어쩌면 본질이라는 것이 애초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행위만 있을 뿐일지도. 나무가 자라는 긴 시간의 인내의 행위는 더더욱 필요할지도. /이우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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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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