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동지고교에 재직하고 계실 때,
고등학생인 제가 서울에서 상(賞)을 받아왔을 때,
소설가 이대환 형님과 더불어
잘 했다, 하시며 죽도시장 막걸리 집에서 술을 사 주셨지요.
백열등 불빛처럼 붉어지신 얼굴로 나를 빤히 건너다보시며,
술도 맛을 알고 마셔야 한다, 하셨지요.
그런데 아직도 저는 술맛도 모르고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사람 되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삶의 해저(海底),
그 기저(基底)를 간파하는 진정한 머구리가 되기는
더욱 어려운가 봅니다.
정말 그리운 것은 선(線)이 굵어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많은 기억 중에서도 늘 뒷통수를 때리는 선명한 화면이 있어, 그렇게 긴장하면 사는가 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