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 펄럭이는
가을운동회 같은 죽도시장을 지나
대성막걸리로 와서
손가락 지그시 담근
대포 한 잔 마시면
두 살 정도 늙는다
그렇게
길을 나서면
눈이 투명해진다
두 살 정도 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백 년 정도
퇴보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정하고
백치(白癡)가 되어
세상이 투명하기를 희망한다.
시간이 지나면 늙는다. 거부는 없다. 다만 버티는 것. 현명해지기 위해서 무엇인가에 열중한다. 슬기롭게 술을 마시면 마음이 맑아진다.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 노력한다. 취하면 더 이상 술을 마실 자격이 없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