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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 나이키 -오천 장날 2

등록일 2025-02-05 18:20 게재일 2025-02-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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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장세(場稅)를 못 낼 형편이라

외곽 담벼락 아래, 여기는

햇살이 참 따끈해요

그냥 모여 질끈 징검다리 놓아요

종일 기다려 몇 단 판 봄나물

파장 무렵, 눈길 끄는 저 신발 손주 생각

기술력이 좀 떨어진다고

나쁜 신발은 아니라네요

식구들 거 다 챙겨요

서울 것들, 눈여겨 보지도 않을 테지만

임대료 유통마진 브랜드 파워

세금까지 후려치고도 거뜬하다네요

서민경제 기여한다고도 하고,

그래서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 나더라도

가야 할 길, 조여매고 가고 싶어요

꼭 가요

이류(二流)라도 일류 흉내 내면서

결국에 가장 하류가 되면

마음 편할 거라 생각해요

나는 가당찮은 희망을 꿈꾸지 않아요

옆 난전에서

팬티도 몇 장 사서

집으로

거침없이

달려볼까나.

나이키도 닳는다. 오일장 나이키도 마찬가지다. 벤츠도 차가 막히면 속수무책이다. 모든 술은 다 취한다. 사람은 결국엔 죽는다. 나는 실용을 추구한다. 가난한 변명에 불구하지만 외형에 현혹당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별로 쓸모없지만 말이다. /이우근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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