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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 원 아끼려다 어린 소년 잡았다⋯‘10번의 경고’ 무시한 포항시 인재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6-02-24 15:02 게재일 2026-02-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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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시후 군이 사고를 당한 포항시 이인지구 사고 현장. 2024년 6월 정치권이 “대책 마련”을 약속한 지 21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는 단 한 대의 단속 카메라도 보행자 보호를 위한 안전 펜스도 설치되지 않았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3000만 원.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불법주정차 단속 카메라 한 대 설치 비용이다. 포항시가 이 예산을 ‘추경 편성’ 절차를 이유로 보류하는 사이, 지난 13일 중학교 입학을 앞둔 오시후 군(13)은 집을 불과 200m 앞두고 사고<본지 2월 20·24일자 5면 보도>를 당했다. 

사고 지점은 최근 1년간 10여 건의 사고가 반복된 곳이었다. 2024년 “개선에 힘쓰겠다”던 정치권의 약속이 현장에 닿지 않은 1년 8개월 사이, 도로는 어린이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사각지대로 방치됐다.

이번 사고는 예고된 위험 신호를 행정이 여러 차례 놓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강훈 포항시의원은 2024년 6월 이인지구 주민 설명회에서 “도로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대책 마련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올 2월까지 실질적인 시설 확충은 이뤄지지 않았다. 포항시는 “지구 준공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관리권을 온전히 인계받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인 ‘안전 펜스 부재’ 뒤에는 주차 편의를 앞세운 일부 상인의 반발 우려가 있었다.

백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펜스 설치를 검토했으나 상가 측의 반발이 예상돼 추진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인지한 지 21개월이 지나도록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사이, 시후 군은 펜스 없는 구간의 불법 주정차 차량을 피하려다 차도로 내몰려 변을 당했다.

행정 절차상의 공백은 사고 직전까지 이어졌다. 교육청이 달전초등학교 개교 한 달 전인 지난 9일 보낸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 요청 공문을 포항시는 적절히 처리하지 않았다. 시 담당자는 “인사 이동 후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미 지정이 완료된 것으로 오해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포항시의 행정 실수로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은 4월로 밀려났고 내달 3일 개교하는 달전초 초등학생들은 최소 한 달간 ‘법적 보호 울타리’ 없이 등교해야 할 처지다.

포항시와 정치권은 이번 사고를 “신도시 조성 과정의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항변한다. 백 의원은 안전 공백을 메울 방안으로 “학부모회의 자발적 보호 활동”을 언급했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의 존재 이유는 그 과도기의 불안정함으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있다.

3000만 원의 예산 집행을 미루고 민원을 이유로 시설 설치를 주저하는 동안 소년의 꿈은 멈췄다. 시후 군의 아버지는 보상을 거부하며 “다시는 이런 희생이 없게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포항시는 이제 ‘준공 도장’을 찍는 서류상의 절차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행정의 본령으로 응답해야 한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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