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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 조성’이 구미 재도약의 길이다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가 기존의 ‘산업의 쌀’을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이며 ‘AI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관련기사 3면> 사실 구미는 대한민국 반도체의 시작이며 역사였다. 1976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구미공단에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 설립 당시, 불모지였던 반도체 설계 및 공정기술의 국산화에 나선 것이 첫 출발이었다. 국내 최초의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개발과 1982년에 우리나라 처음으로 구미와 서울을 인터넷망(IPv4)으로 연결한 것 등도 모두 구미가 기반이 됐다. 금성반도체와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대기업들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 또한 기술적 토대를 닦고 인재를 양성했던 구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구미의 반도체 역사와 기여 그리고 풍부한 산업토양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국가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에는 구미가 소외돼 있다. 구미시민 입장에선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SK하이닉스(Fab, 4기)가 용인(126만평)에 관련 소재부품업체와의 수직계열화된 협력단지를 조성하고, 삼성전자(Fab, 6기)가 기존의 기흥·화성·평택과 용인 국가산업단지(235만평)를 연결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3년 전부터 추진 중이며, SK하이닉스는 2027년, 삼성은 2030년 쯤부터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으로 있다.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 산업통상부 등 중앙부처가 철저한 기본계획과 실행계획에 따라 전력, 용수 등 인프라 계획을 세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그 특성상 속도와 수율에 의해 경쟁력이 결정되는 만큼 수직계열화된 설계+전공정(Fab생산 공정)+후공정(조립 및 검사)의 ‘집중형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제조 공정을 분석하면 전공정과 후공정을 나누어도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그런데, 사실 현 상태에서 구미가 전공정을 가져오는 것은 어렵다. 반도체 사업에 있어 가장 핵심요소인 전력과 용수 문제를 해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공정은 당장 구미로 가져와도 별 이상은 없다. 시대적 추세도 후공정은 분산형 배치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전국 어디를 봐도 후공정 입지로는 구미보다 나은 곳은 거의 없는 만큼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구미 재도약을 위한 대책으로 반도체후공정클러스터 조성을 제안한다. /심학봉 전 국회의원·전 구미중소기업협의회 경제고문

2026-02-25

구미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 어떻게 하면 될까?

반도체 전공정이 가능하려면 핵심 인프라(전력, 용수, 입지)와 장비 및 소재 협력업체와의 관계 그리고 대부분 외산인 정밀 공정장비의 확보 및 설치 편리성 등에 대한 세심한 검토는 필수적이다. 구미에 전공정 사업이 쉽지 않은 점을 살펴보면 우선 반도체 생산에 핵심인 전력 공급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력수요 통계에 따르면 구미공단의 하루 평균 사용전력은 0.9GW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Fab(10기)를 구미로 가져올 경우 필요한 전력은 1일 10GW 정도다. 여기에다 구미 투자를 약속한 삼성 AI 데이터 센터까지 감안할 경우 매일 10GW 이상의 전력 공급능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345KV급 특고압 송전선 설치와 대형 변전소 건설을 한다 하더라도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용인시도 마찬가지 고민거리로 안고 있지만 그래도 거기에는 국가가 나서고 있는 만큼 해결 전망은 있다. 구미는 전공정에 필요한 공업용수도 부족하다. 전공정 Fab(10기)에는 하루 최대 100만t의 물이 필요하고, 이중에서도 초순수 60-70%를 확보해야 한다. 구미가 낙동강 본류와 안동댐을 기반으로 용수를 공급하고 하루 50만t이상 처리 가능한 폐수처리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는 반도체 FAB 1-2개 수용할 정도 밖에 안되는 양이다. 구미 공단 전체 기업체와 향후 AI 데이터 센터의 공업용수 사용량을 감안하면 물 문제 때문이라도 전공정 구미 유치는 과한 발상이다. 그러면 경기도 용인만이 반도체를 독점하는 전유물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다. 조성 형태, 다시 말해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를 ‘집중형’으로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자연재해, 사고, 국가적 안보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 국가전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험을 분산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계획한 ‘집중형’을 ‘분산형-네트워크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즉, 용인은 고급 인력과 기술이 요구되는 전공정 분야에 집중하고, 후공정(조립 및 검사)의 절반 가량은 다른 지역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산업은 전공정으로만 성장할 수 없다. 전공정에서 만들어진 웨이퍼를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형태로 만드는 후공정도 중요하다. 후공정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6년 993억 달러(출처: Business Research Insight)로 비메모리(7000억 달러), 메모리(1922억 달러)에 비해 시장은 작지만, 후공정 산업이 없으면 반도체 수요 변동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후공정은 과거에 단순한 포장(packaging)을 통해 칩을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는 역할만 하였지만, 최근에는 발열 제어, 소형화 및 다기능화로 반도체 성능의 최적화를 담당하면서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단계에 와 있다. 현재 후공정 시장의 세계 1위는 대만의 ASE사로 세계시장 절반인 44.6%를 점유하고 있고, 중국은 25.2%, 미국이 18.4%이다. 한국은 4.3%로 미미하다. □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내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조성이 구미가 살길 반도체 후공정 지역 분산 배치는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한국이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한자리 수에 그치는 만큼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다. 그것은 후공정 세계 시장의 한국점유율에서도 나타난다. 반도체 대기업들도 전후방 사업이 한곳에 모여 있기 보다는 분산을 더 필요로 할지도 모를 사안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구미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은 현재 조성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5공단(총 282만평 중 1단계 113만평은 분양 완료)의 2단계(169만평) 일부를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로 지정했으면 한다. ‘신기술 포장(New Package)’은 이제 반도체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한 공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구미는 이런 ‘반도체 후공정 흐름’을 먼저 읽고 선제적으로 조치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구미에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이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감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 구미는 세계적인 후공정 산업 메카로 우뚝 설 수가 있다. 특히 대구경북신공항과 연계한 신속한 물류시스템이 구축되면 시너지 효과는 더 크게 일어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구미에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용인 등지에서 전공정과 필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후공정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은 자연스레 구미에 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항상 수요가 변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자체적으로 가장 최적의 생산능력만 유지하고, 나머지 물량은 외주를 주는 것이 효율적인 운영이기에 더욱 그렇다. 현재도 SK하이닉스는 후공정 공장이 부족해 청주공장(M15) 일부를 후공정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용인에 신규 Fab을 건설하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등 수월치 않기 때문에 구미반도체 후공정클러스트는 더욱 매력적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7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면 후공정의 수요도 엄청 증가할 것일 만큼 구미는 이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후공정을 상당 부분 외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아산), 두산테스나(평택), SFA반도체(천안), 제주반도체(제주) 등이 대표적이다. 구미 후공정 클러스터가 조성된 후 반도체 특별법과 반도체 특구의 각종 인센티브를 활용, 공장 이전이나 증설시 현금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면 이들 기업의 구미 유치도 가능하다. 그럴 경우 관련 기업의 잇따른 설립도 예견된다. 이는 ‘후공정 유치펀드’를 경북도와 구미시 등이 대규모로 조성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2023년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는 산업 생태계가 성숙 단계에 와 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만 340여 개에 이른다. 시험, 검사, 인력 등 관련 인프라도 충분히 구축돼 있다. 반도체 기업, 중앙정부, 경북도 및 구미시와 이들 기업들이 공동으로 나서면 후공정 장비도 충분히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일종의 ‘구미형 후공정 R&D장비 개발’이다. 이는 필자가 산업부 재직시절 직접 기획했던 ‘ 반도체 장비 구매조건부 기술개발 프로젝트’와도 맥을 같이한다. 당시 산업부(200억원)와 반도체 3사(삼성, LG, 현대, 200억원) 그리고 장비기업(100억원)이 총 500억원을 투입해 후공정(조립 및 검사) 장비를 개발했다. 개발비용은 정부(4), 수요기업(4), 장비기업(2)로 분담하되 반도체 기업의 부담 금액은 장비기업이 장비 납품으로 갚도록 했다. 반도체 기업은 장비 개발이 성공하여야 부담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스펙, 필드 테스트 등을 장비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미래산업(대표 정문술)이었다. 미래산업은 삼성과 공동으로 검사장비인 ‘테스트 핸들러’를 개발했으며 이를 성공시켜 삼성에 납품함으로써 정문술 신화를 쓴 주인공이 되었다. 이를 벤치마킹해 경북도와 구미시가 정책 설계를 하고 산업통상부의 지역특화사업 등에 제안하면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 더 늦기 전에 치밀한 준비를 해야 성공 구미는 2019년 엄동설한에 SK하이닉스 유치를 주장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다시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전략과 인맥 그리고 결집력 등 전제조건을 확실하고 분명하게 준비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경험은 중요한 구미의 자산이다. 이미 결정된 중앙정부의 국가 프로젝트에 행정이나 정치권이 직접적으로 이전을 요구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상당 기간 기획과 전문가 회의 그리고 국무회의 의결 등을 통해 확정된 사업이기 때문에 입장을 선회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전국이 중앙정부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먼저, 민간 전문가 주도의 정책포럼에서 후공정 클러스터 조성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이후 연구용역을 실시한 후, (가칭) ‘구미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 조성 방안’의 제안서를 산업통상부 등 중앙정부와 협의를 시작했으면 한다. 싸울 무기가 없는데 언론 플레이부터 먼저 하면 대화 창구를 닫아 버리게 된다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담당 부서가 계획을 수정하려면 상당한 논리 구성과 명분이 따라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구미공단의 재도약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길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용인 반도체 국가 프로젝트가 시작됐기에 기회는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반도체 국가 프로젝트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뛰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차분히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늘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부풀리기나 화려한 수사는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요구는 정치적 구호로 중앙정부의 신뢰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심학봉 전 국회의원·전 구미중소기업협의회 경제고문

2026-02-25

일상을 벗어나 제주 올레길을 걷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지인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잘 되던 사업을 정리하고 당분간은 오롯이 회복에만 집중하겠다는 선택이었다. 등산을 즐기던 그녀에게 의사는 무리한 산행 대신 가벼운 유산소 운동 ‘걷기’를 권했다.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 그렇게 시작한 걷기가 제주올레길로 이어졌다. 제주올레가 운영하는 제주올레길은 총 27코스, 약 437km에 이른다. 한 번에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한 코스씩 천천히 채워가는 여정이다. 저렴한 항공편이 있는 날이면 당일로 한 코스를 걷고 오기도 한다. 그녀가 16코스를 걷는다는 날 네 명이 동행하기로 했다. 일정이 빠듯해 이른 아침 KTX를 이용, 대구국제공항에서 출발했다. 저녁에 돌아오는 도착지는 포항·경주공항이다. 다소 분주한 동선이지만 하루를 온전히 걸을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일정 또한 즐기며 감내한다. 5~6시간 소요되는 16코스의 거리는 15.8km다. 공식 정방향은 고내 포구에서 시작하지만 이번 일정은 동선을 고려해 역방향으로 걸었다. 종점인 광령1리 사무소에서 출발한 것은 도착지를 공항 가까운 곳에 두기 위해서다. 여행은 때로 효율이 필요하다. 그래야 걷는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코스마다 시작과 중간, 종점에 스탬프 지점이 마련되어 있어 ‘올레길 패스포트’에 도장을 찍으며 완주를 기록한다. 패스포트는 온라인 주문으로 택배 또는 제주공항에서 수령, 현장 안내소에서 구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매 가능하다. 색상은 바당과 감귤 두 종류이다. 제주 방언으로 ‘바다’를 뜻하는 ‘바당’에서 제주만의 정서가 느껴진다. 올레길에서 16코스가 ‘가장 덜 아름답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걷는 내내 마음이 흥겹다. 바다를 끼고 마을을 지나 들과 오름 사이를 잇는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인 아름다운 한라산은 어디에서도 보인다. 오름에서 만났던 매화나무 숲에서 그 향에 취하며 이른 봄을 마음껏 누린다. 길에서 만난 식당 바오밥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바다를 마주한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바다가 보이는 널따란 바위에 앉아 무인가게에서 샀던 감귤을 나눠 먹는 여유도 즐긴다. 감귤 향과 파도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져 한결 마음을 느슨하게 한다. 놀듯이 걷고 쉬듯이 걸음을 이어가다보니 복잡했던 생각들이 단순해진다. 걷기를 마치고 택시에 오르자 기사님의 익숙한 경상도 억양이 하루의 끝을 따뜻하게 장식한다. 잔잔한 즐거움을 주던 올레길을 걷는 동안은 각자의 속도로 숨을 고르고 생각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시간이었다. 일상을 완전히 내려놓지 않고서는 사실 항공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훌쩍 떠나기란 쉽지 않다. 현실 앞에서 온전히 ‘하루 비우기’는 결코 가벼운 결심이 아니다. 그러나 꼭 제주 올레길이 아니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 일이다. 그녀가 말했다. 건강에 이상이 오기 전에는 일이 전부였노라고. 일은 늘 그렇게 건강을 우선했더라고. 촘촘히 짜인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일이 곧 나 자신이라 믿어온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진정한 나를 위해 한 번쯤은 과감하게 일상에서 놓여나는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 그 용기가 외려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 우리들 마음에 소소한 행복이 인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6-02-25

새 학기, 몽당연필의 추억

3월 새 학기가 되면 문구점은 말 그대로 ‘인사태’가 났다. 안동 시내 한복판, 전설처럼 불리던 문구점 ‘삼방사’가 있었다. 1973년에 문을 열어 2000년까지 불을 밝힌 곳. 매대에는 과목별 공책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연필꽂이에는 각종 연필이 빼곡했다. 새 학기를 앞둔 아이들은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반년을 함께할 책 커버를 고르고, 자물쇠 달린 다이어리를 만지작거리며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연필, 볼펜, 공책, 삼각자, 콤파스, 지우개 등 학용품을 구입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맞이했다. 법상동 안동여고 들어가기 전 ‘몽블랑’도 삼방사 만큼이나 유명한 곳이었다. 지금은 표구사로 바뀌었지만 당시 생일선물은 무조건 몽블랑에서 구입했다. 새 학기 준비물부터 아기자기한 소품과 각종 팬시 문구, 카드, 인형, 스노우볼이나 오르골같은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모두 몽블랑에서 해결이 됐다. 하지만 이제 새 학기에 문구를 고르는 풍경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태블릿 화면을 넘기고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대다. 연필을 깎는 수고 대신 샤프나 볼펜을 쓰고, 공책 대신 전자기기에 필기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연필을 깎기 위해 책상 옆 휴지통을 끌어오던 풍경은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 속 새 학기는 언제나 연필로 시작했다. 갓 깎은 나무의 향, 사각사각 필기하던 소리, 필통 안에서 서로 부딪히던 연필의 마른 울림, 그리고 손가락 길이만큼 남은 몽당연필까지. 볼펜은 잉크가 떨어지면 끝이었다. 스프링이 빠지거나 고장이 나면 미련 없이 버렸다. 그러나 연필은 달랐다. 짧아질수록 소중히 다뤘다. 끝내는 모나미 볼펜 깍지에 끼워 길이를 늘려가며 썼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땐 제법 진지한 ‘생명 연장술’이었다. 연필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 잘못 그은 선도, 비뚤어진 글씨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학창 시절 내내 연필은 받아쓰기 공책 위에서, 수학 문제집 여백에서, 시험지 위에서 그 쓸모를 이어갔다. 몽당연필은 성장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처음에는 반듯하고 길었던 몸이 점점 짧아지고, 깎을수록 심은 가늘어진다. 누군가는 장난스럽게 ‘흑심’을 품고 있다고 하지만, 연필은 흑연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저 알뜰하게 쓰였다. 다 쓰면 새것으로 바꾸면 그만인 요즘엔 몽당연필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건은 점점 더 빠르게 소모될 뿐이다. 아낌없이 다 써버린 몽당연필의 기억은 곧 학창 시절의 기억이다. 틀려도 다시 지우고 고쳐 쓸 수 있었던 연필은 그 시절 교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추억의 학용품이다. 그리고 시간을 끝까지 써 내려간 우리의 흔적이다. 아낌없이 그 쓰임새를 다한 물건은 아름답다. 연필은 우리 곁에서 조용히 짧아지고,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자라왔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6-02-25

인간관계의 안전거리

얼마 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장이 없었다. 다음 날 다시 건 전화도 받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의도적으로 내 전화를 피하고 있다는 느낌. “전화를 안 받는 모양이네요. 무슨 일인지?”라고 다시 문자를 보냈으나 며칠째 침묵뿐이었다. 그녀는 늦깎이 공부를 하며 알게 된 후배이자 연배가 비슷해 각별하게 지내던 친구였다. 지난해 학회장으로 활동할 만큼 매사 열심이었고, 집도 가까워 운동과 식사를 함께 하던 사이였다. 전화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며칠 전 동행했던 다른 후배에게 물었지만, 별다른 오해는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만나서 문제를 풀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40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은행원 시절, 두 살 위 선배들과 친구처럼 지냈었다. 업무와 사생활을 공유하며 살뜰히 챙겨주던 한 선배가 어느 날 사소한 말다툼 끝에 싸늘하게 변했다. “후배가 건방지게 선배를 우습게 안다”라며 소리를 지르던 그 눈빛.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눈물만 흘렸다. 그때 알았다. 상황에 따라 친분을 단칼에 베이어버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그날 이후 나는 사람 사귀는 일에 신중해졌고, 마음 한구석엔 늘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4년이나 가깝게 지낸 이 친구만큼은 제발 그 시절의 동료와 다르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음 날 모임 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 그녀를 만났다. 왜 전화를 피했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외면했다. “너무 믿었던 사람이라 배신감이 커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해가 있다면 직접 물어야지, 연락조차 끊는 일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타일렀다. 차분히 대화를 나누어 보니 나의 사소한 행동이 그녀에게는 큰 오해로 번져 있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몇 마디 말을 나누자 며칠간의 냉전이 무색하게 매듭이 풀렸다. 그날은 학생회 출범식이 있었다.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동문 선후배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후배가 대들고 선배가 격앙되는 소란이 있었지만, 주변의 만류에 행사는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뒤풀이 장소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입장만 변명하기 급급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사라지고 각자의 불만만 부풀리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갈등은 대개 쌍방의 고집에서 비롯된다. 곁에서 보면 뻔히 보이는 잘못도 당사자들은 용납하지 못한다. 좋을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 굴다가도, 틀어지면 전화와 문자를 차단해 사과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한때의 친분이 무색하게 후배들 앞에서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는 그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인간관계에도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한 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들여다보고, 원망은 빨리 흘려보내며 좋았던 기억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숨지 말고 질문하여 해결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삼세번’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 실수와 원망을 개선할 여지를 서로에게 허락할 때, 비로소 관계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맞이할 수 있다. /손정희 시민기자

2026-02-25

작년 남한 내륙 지진 22회, 대구·경북 10회···경북 지진 발생 횟수, 2016년 이전 수준 회복

지난해 남한 지진 중 내륙 지진이 22회 발생했는데, 대구·경북의 내륙 지진이 10회로 가장 많았다. 2016년 이후 급증한 경북 지역의 지진 발생 횟수는 2019년 이후 여진이 줄면서 2016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의 통계와 특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25일 발간한 ‘2025 지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지진은 총 79회로 연평균(72.8회)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2023년(106회)과 2024년(87회)에 비해 감소한 수치로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기록이다. 북한지역과 동해해역 지진의 감소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많은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규모 3.0 이상의 지진도 4회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국내 지진 중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이 43회(54.4%),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이 36회(45.6%)로, 내륙 지진의 비중이 다소 높았다. 내륙 지진은 남한 22회, 북한 21회로 남북한의 발생 빈도가 유사했다. 남한 내륙에는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지진이 10회로 가장 많았다. 부산·울산·경남과 충북지역에서 각각 3회, 서울·인천·경기지역과 전북에서 각각 2회, 대전·세종·충남과 광주·전남지역에서 각각 1회 지진이 발생했다. 제주와 강원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경북의 지진 발생 횟수는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 이전 수준(연 2~11회)으로 확인됐다. 2016년 이후 급증했던 경북의 지진 발생 횟수는 2019년 이후 여진이 줄어들면서 2016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계기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지진 규모 순위 1위는 2016년 9월 12일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확인됐고,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북구 북쪽 8㎞ 지점의 규모 5.4 지진이 뒤를 이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국내 어느 지역에서도 많은 국민께서 느낄 수 있는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평소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준비가 필요하다”며 “기상청은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올해 지진현장경보 대국민 서비스를 시행해 진앙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조기경보 시간을 단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 지진연보‘는 책자와 전자문서(PDF)로 제작했다. 기상청 누리집에서 전자문서를 확인할 수 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6-02-25

낙동강 ‘녹조라떼’ 벗나⋯정부, 2030년 수질 I등급 목표

정부가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낙동강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주요 취수원의 수질을 Ⅰ등급으로 개선하겠다는 종합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녹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돼 온 보(洑) 처리와 상류 대형 오염원 대책이 빠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낙동강 수질개선 대책’을 확정했다. 정부는 해평·강정고령·칠서·물금매리 등 4개 취수 지점의 수질을 여름철에도 Ⅰ등급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낙동강은 영남권 1300만 명이 의존하는 핵심 식수원이다. 대책의 핵심은 녹조의 주요 원인 물질인 총인(TP) 저감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인 유입량을 30% 줄이고, 녹조 발생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낙동강에는 하루 약 12t의 총인이 유입되고 있으며, 농경지 토양 유출과 가축분뇨, 생활하수 등이 주요 오염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농경지 비료와 퇴비 사용을 줄이고, 가축분뇨를 퇴·액비 대신 바이오가스나 고체연료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토양검정을 확대해 적정 시비를 유도하고, 완효성 비료 보급과 비점오염 저감시설 설치도 병행할 방침이다. 산업폐수 관리를 위해 하루 1만t 이상을 처리하는 공공 하·폐수 처리시설에는 오존과 활성탄을 활용한 초고도처리 공정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폐수의 약 62%를 고도 처리하고, 미량 유해물질도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단지 하류에는 수질 자동측정망을 확대하고 24시간 감시체계를 구축한다. 대구에는 2028년까지 수질오염사고 통합방제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오염 발생 단계부터 줄이는 구조적 접근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는 기존 정책을 반복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녹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돼 온 낙동강 8개 보의 개방·철거 등 처리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논란이다. 유속 저하로 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녹조가 심화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상류 대표 오염원으로 꼽히는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 문제도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해당 제련소는 중금속 오염 논란이 이어지며 이전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비료와 폐수 관리만으로는 녹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보 운영 개선과 대형 오염원 정리 등 구조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낙동강 수질에서 가장 중요한 보 수문 개방 계획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발표한 내용을 다시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인 배출이 줄어도 녹조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문 개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보 처리와 관련해서는 별도 사업으로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낙동강 수질은 지난 30년간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한강보다 열악한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 기준으로 한강 팔당은 총인과 총유기탄소가 모두 Ⅰ등급을 유지한 반면, 낙동강 물금 지점은 각각 Ⅱ~Ⅲ등급에 머물렀다. 녹조 경보 발령 일수의 약 80%도 낙동강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욱·황인무기자

2026-02-25

축구 선수를 꿈꾸던 13세 소년의 시간, ‘가짜 보호구역’에서 멈춰 서다

붉은 아스팔트와 노란 표지판. 겉보기에 현장은 완벽한 ‘어린이 보호구역’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소년을 지켜줄 법은 없었다. 지난 13일 포항 이인지구에서 발생한 오시후 군(13)의 죽음<본지 2월 20·24·25일자 5면 보도>은 행정이 칠해놓은 ‘무늬만 보호구역’이라는 가짜 안전망이 아이를 사지로 유인한 전형적인 행정 참사였다. 시설은 갖췄으되 법적 효력은 비워둔 채, 지자체가 ‘준공 전’이라는 서류상의 핑계 뒤에 숨어있는 사이 아이는 어른들이 만든 기만적인 도로 위에서 생명을 잃었다. 시후 군은 3차선 도로에서 성벽처럼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을 피하려다 1차선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포항시가 단속 카메라 예산 3000만 원과 행정 절차를 따지는 사이, 아이들을 지켜야 할 보호구역은 도리어 아이들을 낚아채는 덫으로 변해 있었다. 본지는 교통공학 전문가 3인과 함께 이 비극적 ‘무늬’를 찢고 실질적인 생명의 안전망을 구축할 대책을 진단했다. ◇ ‘조성’은 됐지만 ‘지정’은 안 된 함정⋯“안전의 착시가 아이들 유인”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김의진 교수는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시설 조성과 지정 고시 사이의 시차를 방치한 ‘안전의 착시’를 꼽았다. 현장에는 이미 어린이 보호구역 시설물이 설치돼 있었지만, 법적으로 지정되지 않아 과속 카메라 등 핵심 장치가 빠진 ‘기형적 상태’였다. 김 교수는 “아이들은 시설물을 보고 보호받고 있다 믿고 안심하지만, 운전자는 법적 강제력이 없음을 알고 방심한다”며 “보행자에게만 잘못된 신호를 주는 과도기적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행정이 판을 깐 치명적 과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술적 대안으로 ‘스마트 교차로’ 시스템을 언급하며 “공학적 해결 이전에 행정 절차상 딜레이를 유발하는 요인을 제거해 과도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 민간 개발의 한계와 행정의 책임 회피⋯“프로세스 강제화 필요” 계명대 교통공학과 권오훈 교수는 “프로세스의 강제화가 시급하다”고 일갈했다. 권 교수는 “신도시 개발 지구에서 도로가 공용 개시(실제 이용)된다면 전체 사업의 법적 준공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 관리권은 즉각 지자체로 승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설계 단계나 교통영향평가 시점부터 학교 신설에 맞춰 보호구역 지정이 자동 연동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행정의 핑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물리적 대안으로 ‘교통 정원화’를 제시하며 ‘시케인’(S자형 도로)이나 ‘노면 그루빙’ 등을 통해 운전자가 본능적으로 속도를 줄이게 만드는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민식이법 취지 되새겨야⋯“AI 활용한 스마트 안전망 구축” 명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전공 박병정 교수는 이번 사고가 과거 어린이 보호구역 내 비극으로 제정된 ‘민식이법’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고 질타했다. 박 교수는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로 아이들이 튀어나올 때 운전자 시야가 가려지는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며 “이번 사고 역시 불법 주정차라는 근본적 원인이 민식이법 도입 당시와 유사한 비극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단순한 단속을 넘어선 기술적 대안으로 ‘스마트 횡단보도’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AI CCTV가 보행자 영역을 감지해 전광판이나 차량 통신 시스템으로 운전자에게 보행자의 존재를 실시간으로 알려줘야 한다”며 “보행자가 들어왔을 때 횡단보도를 더 밝게 비추는 등 첨단 기술로 운전자의 주의력을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전교차로 설치를 통해 차량 속도를 물리적으로 떨어뜨리거나 신호등 없는 보호구역 내 일시 정지 의무를 운전자들이 확실히 인지하도록 홍보와 시설 보강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3월 3일 ‘법 없는 등굣길’ 개교⋯“생명 보호에 우선순위 둬야” 포항시의 행정 실수로 이 지역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은 개교 후 한 달이 지난 4월에나 이뤄진다. 내달 3일 등굣길에 나설 달전초 학생들은 어른들이 만든 ‘행정 공백’ 속에 여전히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우선순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포항시 교통지원과 관계자는 “이인지구는 민간 주도 도시개발사업지구로 아직 준공 전이라 도로 관리권이 조합에 있어 직접적인 시설 설치에 한계가 있었다”며 “개교 시점에 맞춰 임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예산을 확보해 단속 장비를 최대한 빨리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2-25

경주시, 3월 1일부터 공익직불금 접수

경주시가 다음 달 1일부터 ‘2026년 기본형 공익직접지불금’ 신청을 받는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고 농가 소득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기본형 공익직불금은 농업경영체 등록을 마치고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지원 유형은 ‘소농직불금’과 ‘면적직불금’으로 나뉜다. 소농직불금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농가에 가구당 130만 원을 정액 지급한다. 면적직불금은 농촌진흥지역 포함 여부와 경작 면적 규모에 따라 13구간으로 구분해 150만215만 원 범위에서 차등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신청 기간을 통합 운영한다. 3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온라인과 방문 접수를 병행해 농업인의 신청 편의성을 높였다. 농업경영체 등록정보에 변동이 없고 사전 검증에서 적격으로 확인된 농업인은 자동응답시스템(ARS)이나 모바일 ‘농업e지’ 앱을 통해 간편 신청이 가능하다. 그 외 비대면 신청 대상자도 인터넷·모바일 접수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신규 신청자와 관외 경작자, 농업법인 등은 농지 소재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공익직불금이 농업인의 안정적 영농 활동과 농촌 유지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행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사항은 시 농업정책과 및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공익직불제 통합콜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6-02-25

경주시, 2026년에도 시유재산 임대료 감면

경기 침체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경주시가 내년에도 시유재산 임대료 감면을 이어간다. 경주시는 25일 “2026년에도 시유재산을 임차해 영업 중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11일 공유재산심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감면 대상은 시유재산을 임차해 직접 영업에 사용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다. 적용 기간은 2026년 1월부터 12월 말까지 1년간이다. 임대 요율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춘다. 중소기업은 기존 5%에서 3%로, 소상공인은 5%에서 1%로 각각 인하한다. 감면은 한시적 요율 인하 방식으로 적용된다. 이미 납부한 임대료는 감면율을 반영해 환급하고, 향후 부과분은 인하된 요율을 적용해 고지할 예정이다. 신청 기간은 3월 3일부터 12월 18일까지로, 해당 시유재산을 관리하는 재산관리관에게 신청하면 된다. 시는 이번 조치로 연간 약 1억7300만 원 규모의 임대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체감형 지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임대료 감면이 경영난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6-02-25

대구 경북 ‘폭설’⋯도로 통제 미끄럼사고 이어져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대구와 경북전역에 많은 눈이 내려 곳곳에 도로가 통제되는 등 통행 불편이 커지고 있다. 24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0분 기준 달성군·동구·군위군 주요 도로 8곳이 강설로 인해 양방향 전면 통제됐다. 통제 구간은 △기내미재(옥포 용연사~명곡 방면 5㎞) △면도 101호선(유가읍 양리 휴양림 네거리~용리 15번지 2.7㎞) △팔공산 순환로(파군재 삼거리~팔공 에밀리아 호텔 앞 6㎞) △헐티재(가창오거리~정상 16㎞) △화산마을(삼국유사면 화북4리~입구~정상 6㎞) △하늘정원(부계면 동산리 입구~정상 2㎞) △한티재(부계면 남산리 입구~정상 4.6㎞) △가톨릭묘원(군위읍 용대리 입구~정상 3㎞) 등이다. 경찰은 눈이 계속 이어질 경우 추가 통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대구에는 시간당 1~3㎝의 강한 눈이 내리고 있으며, 예상 적설량은 1~5㎝ 수준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설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짧고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다”며 “차량 운행 시 감속과 안전거리 확보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눈으로 인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서는 눈길에 미끄러진 버스 단독 교통사고가 발생해 승객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쯤 유가읍 테크노폴리스로 도로에서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단독 사고가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3명은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나머지 3명은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귀가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4시10분 기준 총 19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돼 출동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교통사고 5건 △낙상 8건 △기타 6건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제설 및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 자제와 안전 운행을 거듭 당부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2-24

대구·경북 북부 내륙 9㎝ 안팎 적설…고갯길 등 9개 구간 통제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대구와 경북전역에 많은 눈이 내려 곳곳에 도로가 통제되는 등 통행 불편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오후 4시 기준 경북권과 울산, 경남 북서내륙을 중심으로 강한 눈이 내렸다. 경북에서는 문경 9.2㎝, 봉화 8.8㎝, 상주 8.8㎝가 쌓였고, 대구 달성군은 6.0㎝를 기록했다. 북부 내륙과 산지를 중심으로 짧은 시간에 적설이 늘었다. 강설 여파로 도내 도로 통제도 확대됐다. 칠곡 모래재·여릿재·팔재·한티재 등 군도 4곳을 비롯해 문경 평천리~팔영리, 영주 고항재, 청도 각북면, 포항 성법재·이리재 등 모두 9개 구간이 양방향 전면 통제됐다. 이날 오후 3시40분 기준 달성군·동구·군위군 주요 도로 8곳이 강설로 인해 양방향 전면 통제됐다. 통제는 대부분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 눈이 집중되면서 이뤄졌다. 통제 구간은 고갯길과 산간 지역 군도·지방도에 집중됐다. 지자체는 주요 간선도로와 교량, 경사로를 중심으로 제설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다만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면서 노면 결빙과 도로 살얼음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눈은 24일 밤 경기 남부와 강원 내륙, 충청권, 전북을 중심으로 대부분 그칠 것으로 예보됐으나, 경북 일부 지역은 25일까지 이어지는 곳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북부 내륙과 산지는 추가 적설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설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짧고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다”며 “차량 운행 시 감속과 안전거리 확보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2-24

“10년 전 진단으로 1400억 사업?”⋯성서소각장 대보수 논란 확산

대구 성서 자원회수시설(소각장) 대보수 사업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성서 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는 24일 대구시를 방문해 소각장 2·3호기 대보수 사업과 관련한 공식 질의 공문을 전달하고 자원순환과와 면담을 진행했다. 협의체는 대구시가 약 1400억 원 규모로 추진 중인 이번 사업이 2016년 기술진단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해당 진단은 2012~2015년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현재 시점과 괴리가 크다는 주장이다. 성서 자원회수시설 2·3호기는 1998년 가동을 시작해 내구연한을 12년 이상 초과한 노후시설이다. 계획된 사업 역시 소각로와 집진기, 터빈발전기 등 핵심 설비를 전면 교체하는 수준으로, 사실상 ‘개체사업’에 가까운 대규모 정비라는 게 협의체 설명이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기존 기술진단 결과를 토대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국비 신청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는 “대규모 개·보수 사업의 경우 최신 기술진단을 반영하도록 한 관련 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추가 진단 없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행정 신뢰성과 예산 집행의 적법성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특별시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시는 2022년 자원회수시설 기술진단을 실시한 데 이어, 중장기 운영 방향 검토를 위해 2025년 추가 기술진단을 추진하고 있다. 협의체는 “서울조차 정책 환경 변화를 반영해 재진단에 나서고 있다”며 “10년 전 결과에 의존한 사업 추진은 주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협의체는 2016년 이후 △생활폐기물 반입 구조 변화 △환경 기준 강화 △소각기술 발전 △시설 노후 심화 △주변 정주 여건 변화 등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신 기술진단을 선행하거나 현재 진행 중인 타당성 조사에 이를 반영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일본 히카리가오카 청소공장 사례를 언급하며, 공해방지 설비와 고효율 에너지 회수 시스템, 실시간 환경 모니터링, 주민 개방형 시설 도입 등을 통해 성서 자원회수시설을 ‘도심형 자원순환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민우 위원장(달서구의장)은 “시설과 환경 기준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며 “대구시는 10년 전 자료에 의존한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대구시는 달서구 장기동행정복지센터에서 성서소각장 2·3호기의 대보수 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 반발로 인해 진행의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대구시 관계자는 “보수를 하면 시설이 최첨단화하고 친환경적으로 업그레이드 된다”며 “행정 절차상 주민설명회가 의무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2-24

‘환동해 블루이코노미’ 기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기대

경북매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서진국) ‘2026년 2월 정례회의’가 24일 본사 1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이날, 지난 2월 한 달간 경북매일에 실렸던 기사들을 되짚어 보며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독자권익위원들의 경북매일 지면에 대한 의견과 건의사항을 정리했다. △서진국(전 포항시 북구청장) =20일 자 1면 『북극항로 대응 ‘환동해 블루이코노미’ 청사진 나왔다』 기사에서 북극항로와 관련한 정부 및 경북도의 구상이 제시된 점은 매우 의미 있게 보았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해운 이슈가 아니라, 우리 항만과 경북도가 환동해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성장 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향후 물류 기능 확장은 물론, 해양물류·에너지·물류혁신 산업까지 연계해 미래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특히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항만이 환동해 중심 거점으로 도약하려면,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장기적 전략 수립과 선제적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번 보도는 지역사회가 북극항로의 잠재력을 재인식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 앞으로 경북의 수송·물류 체계 혁신과 연계한 실질적인 로드맵이 공론화되고, 중앙정부와의 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되길 기대한다. △이상준(향토사학자) = 19일 홈페이지에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심의 과정을 거치며 ‘역사·문화 자원 지원 규정’을 포함한 문화 분야 특례가 대폭 확대된 점이 보도되었다. 이 같은 법안 내용은 단순 행정통합 논의를 넘어 지역 문화의 법적·제도적 위상 강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신라·가야와 같은 역사문화 자원에 대한 특별 조항은 경북만의 문화적 정체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다만 법안의 도입 효과가 실제로 지역 문화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정책과 예산 집행 과정에서도 면밀한 보도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박춘순(전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장) = 설날 연휴가 지난 20일 게재된 시민기자의 『산골 설날 풍경의 단상』이 인상적이었다. 봉화 산골의 겨울날, 하얀 눈이 덮인 높은 산과 길가에 강아지와 고양이, 허리 굽은 할머니가 유모차에 의지해 걷는 모습이 눈에 띄는 적막한 풍경이다. 설날이 다가오면 도시로 나갔던 이들이 고향의 부모·형제를 찾아온다. 집집마다 자동차 한두 대가 모여들고, 자식들은 본가와 처가를 오가며 하룻밤 머물고 떠난다. 명절이 끝나면 다시 적막함이 찾아오는 일상의 반복이지만,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가족 중심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절 문화는 점차 변하고 있지만, 가정은 여전히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안정된 결속체다. 특히 효 사상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가족제도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러한 가치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계승될지 고민해 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신현자(라온재심리상담연구소장) = 13일자 설 연휴 특집 기사 『더 어색해지는 명절용 덕담 말고 영화 이야기로 말문 여세요』가 눈에 띄었다. SNS 유행인 ‘잔소리 메뉴판’에 따르면, “공부하니?”(5만 원), “취업했냐”?(35만 원), “결혼 언제?”(40만 원) 등 무심코 던진 질문에 금전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유머러스한 설정을 소개하며, 잔소리보다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설 특선 영화를 화제로 삼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덕담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진정한 소통을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시대 아닐까. △김미정 ODS 다문화교육연구소 포항지사장 = 13일 자 특집 『같은 명절, 다른 마음···전통의 의무 VS 개인의 선택』 기사는 세대별 명절 인식 차이를 짚었다. 기성세대에겐 가족이 모이는 전통 의례인 명절이, 젊은 세대에겐 삶의 조건에 따라 조정 가능한 선택지로 다가온다. 이는 단순한 갈등이 아닌 가족 구조 변화와 개인 가치관 중시라는 시대적 흐름 속 명절 문화의 재구성 과정이다. 전통은 형식보다 의미가 살아야 지속 가능하다. 차례 방식은 변해도 가족 사랑은 여전하다. 따라서 일방적 강요가 아닌 상호 존중의 균형이 필요하다. 명절 논쟁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로, 전통과 현대적 선택이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 모색이 시급하다. 이것이 세대를 잇는 사회적 합의로 나아가는 길이다. △류영재(전 포항예총 회장) = 20일 홈페이지에 실린 『‘내란·외환죄 사면금지법’ 법사위 법안소위 통과...국민의힘 “위헌” 반발』이라는 기사에 의하면, 내란·외환죄를 범한 사람에 대한 사면을 제한하는 ‘사면 금지법‘이 2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고 한다. 이 법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여서 ‘윤석열 사면금지법’으로 불리는데, 법사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사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하여 야당은 “헌법 79조가 규정한 대통령의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이를 입법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헌법 수호를 노래하는 입법 기관의 아전인수인가, 아니면 다시 내란·외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충정의 발로인가? △황병기(전 포항시 도시해양국장) = 6·3 地選 이슈로 2월 20일 자 3면에 게재된 『포항시장 출마 예정자에게 묻는다 ‘잘못 놓인 포항역, 바로잡을 대책은‘』이라는 기사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종종 KTX 포항역을 이용하면서 막연하게 우려되던 부분을 근본적으로 잘 짚은 기사라 생각된다. 지금의 포항역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 도시 구조와 성장 전략 자체를 가로막는 구조적 오류에 가깝다고 진단하면서,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포항을 거쳐 강릉과 제진을 지나 북한의 나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로 향하는 장대한 철도 축으로 연결되는 유라시아 대륙철도망 연결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이 되어야 하고, 포항이 관문 도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포항의 지도자라면 포항을 국내선 종착역에 머물게 할 것인가, 대륙으로 향하는 관문 도시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선거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정구(포항대 학생입학처장) = 21일에 게재된 『감사원 “수요 과다” 지적에 울릉공항 ‘개항 연기 우려’ 먹구름』이라는 기사에 의하면 오는 2028년 상반기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울릉공항 건설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한다. 감사원의 여객 수요 과다 산정 지적에 따라 정부가 수요 재산정 용역에 착수했는데, 애초 국토부는 GDP 성장률 등을 근거로 울릉공항의 2050년 기준 여객 수요를 107만여 명으로 잡았으나 재산정 결과, 이보다 49%가량 적은 55만 명 수준인 것으로 예측됐다. 이 경우 현재 실시설계 단계인 여객터미널과 주차장, 각종 부대 건물 등 공항 핵심 시설의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설계 변경이 되면 시공이 지연되어 개항 연기가 불가피하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공항 개항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울릉 주민들의 불안감도 깊어지고 있다. 아무려나 엄청난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졸속으로 처리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형(포항학산종합사회복지관장) = 20일 자 1면 『북극항로 대응 ‘환동해 블루이코노미’ 청사진 나왔다』 기사에 따르면, 경북도는 동해안을 물류·에너지·산업 융합 해양경제 거점으로 재편하는 ‘환동해 블루이코노미 신성장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지방소멸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해 영일만항을 북극항로 관문항으로 육성하고, 부산항과 연계한 ‘투 포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최근 포항-영덕 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며 계획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통해 동해안의 해양 자원과 산업 역량을 종합 활용한 지역 발전이 기대된다. △김민규(포항 대동중 교장) =21일 홈페이지에 실린 『포항시장 출마예정자 9명 예비후보자 등록···본격 선거전 돌입』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다.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포항시장 출마예정자 12명 중에 9명이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는 내용이다. 그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지금의 포항이 심각한 경제불황에 빠진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으며, 그 해법으로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회생이라는 의미의 대동소이한 공약을 제시했다. 비슷비슷한 공약으로 보인다. 선거 때마다 요란한 공약을 내걸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곤 했지만, 후보자들이 처음부터 거짓 공약을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실천은 차치하고라도 문화예술에 대한 공약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인류 행복의 두 축이 경제와 문화일 텐데, 아쉽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4

값싼 중국산에 밀려나는 한복

민족 대명절인 ‘설’하면 떠오르는 풍경 중에 하나가 한복이다. 설이 지나고도 보름까지는 보통 한복을 입는다. 고향 마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한복을 입은 채 우리를 맞아주었다. 설 명절에 친척들도 한복을 입고 모여서 덕담을 나누었으며, 떡국을 나눠 먹었다. 윷놀이와 화투를 치며 놀 때도 한복을 입어 한복 입은 모습이 바로 설날 진풍경이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4대 궁궐(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과 종묘에서 한복을 착용하고 입장한 관람객은 지난 2020년 15만4924명에서 작년 207만3101명으로 13배 넘게 증가했다. 방탄소년단(BTS)과 전 세계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의 영향으로 한복을 입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는 것으로 분석이 됐다. 그러나 한복을 입는 외국인은 늘고 있지만 진작 우리나라에서는 한복 수요 인구가 점차 줄고 있어 안타깝다. 한복은 우리의 옷이다. 한복을 옷장에만 두지 말고 정월 대보름까지는 꺼내어 입어보아도 어색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0년 3737개였던 국내 한복업체가 2022년에는 2099개로 급감했고 2024년에는 1668개로 또다시 줄어들었다. 한복업체가 줄고 있는 것은 값싼 중국산 한복의 시중 유통에 원인이 있다. 서문시장 2지구에는 50여 개가 넘는 한복가게가 있다. 서문시장 한복 대여점 동진실크한복 이동진 사장은 “국내산 한복은 한 벌당 40만원 하는데, 중국산은 1만~2만원 밖에 안 해 국내산 한복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한국산 한복은 비싼 수작업을 통해 생산되지만 인건비가 싼 중국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한복과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큰 비용을 들여 공장을 지어도 중국의 낮은 인건비와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복을 구입하는 사람 보다 요즘은 대여해서 입는 일회성이 대부분” 이라고 했다. 또 수입된 중국산 한복은 검증되지 않은 소재 등으로 안전성 논란도 있다고 했다. 최근 중국산 어린이 한복에서는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소문도 있다. 이 사장은 “값싼 외국산 한복을 국산으로 속여 비싸게 파는 경우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6-02-24

“달성문화 도약 새 지평 연다”

대구 달성군 달성문화원(원장 백상천)은 지난 13일 오전 문화원 공연장에서 ‘제41차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이번 총회에는 최재훈 달성군수, 김은영 달성군의회 의장을 비롯해 시·군의원, 기관·사회단체장, 문화원 회원 및 지역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공연장을 가득 메우며 지역 문화 예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행사는 2025년도 주요 사업 실적 및 결산 보고로 시작됐다. 달성문화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지역 전통문화 계승 △생활문화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문화행사 개최를 통해 군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문화강좌 확대와 전통의례 재현, 세대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진행된 2026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 심의에서는 문화원의 중장기 발전 방향이 공유됐다.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는 △달성충효문화대학 운영 △정월대보름 달맞이 문화제 △사직제 등 전통문화 행사 △세대 통합형 문화예술 프로그램 확대 등이 확정됐다. 문화원은 전통문화의 내실화와 함께 청년·중장년·어르신이 고루 어우러지는 ‘문화 공동체’ 기능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춘 현대적 문화 콘텐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백상천 원장은 개회사에서 “새해를 맞아 27만 달성군민과 함께 ‘군민이 빛나는 달성’을 만들어가겠다”며 “달성문화원이 지역 문화의 중심축으로서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물론, 누구나 일상 속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활동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축사를 통해 지난 성과를 격려하며, 문화원이 지역 공동체를 잇는 핵심적인 역할을 지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달성문화원은 향토사 연구와 전통 발굴 등 지역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문화도시 달성’의 비전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6-02-24

(시민기자 단상) 승강기 바로 알고 바로 쓰자

승강기가 갑자기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승강기는 이제 우리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문명 이기가 됐다. 아파트 건립 초기 시절에는 5층짜리 저층이 많아 승강기 없이도 다녔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십 층에 이르는 초고층 아파트가 출현하여 승강기 이용은 필수다. 아무리 튼튼한 승강기라도 고장은 나기 마련이다. 갑작스런 정지 사고로 당황해 할 것이 아니라 승강기를 안전하게 잘 사용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는 타고 내리는 승강기 카(car)만 생각하는데 그것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기계실, 승강로가 따로 있다. 기계실에는 제어반과 권상기, 주행 안내 레일이 장치돼있으며 제어반은 승강기 안전 제어, 동력제어, 권상기 제어가 이루어지는 박스이며 권상기는 승강기의 상승, 하강을 수행하는 기기다. 승강기 카(car)가 기나긴 승강로 상하로 움직이며 원하는 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승강로 길이와 같은 로프에 매달려 이동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승강기가 늘 안전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렇지 않음도 알아야 한다. 이 모든 명령을 담당하는 장치는 기계실 제어반에 있다. 모두가 첨단 컴퓨터 장치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안에는 각각의 소프트웨어로 된 기판이 장착돼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판이 고장이 나면 중앙처리장치의 명령을 전달하지 못해 고장이 생긴다. 승강기 카 내부에는 일반적으로 유지보수업체에서 승강기 사용상 유의점을 붙여 둔다. 몇 가지 유의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승객 전용인데 무리한 화물 적재는 고장의 원인이 된다. 둘째, 출입문이 열리면 카가 안전하게 도착하였는지 확인 후에 승·하차 해야 한다. 셋째, 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가볍게 눌러준다. 세게 누르면 버튼 고장으로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다. 넷째, 출입문에 기대거나 강제로 열면 안 된다. 다섯째, 카 안에서 뛰거나 흔들면 안 된다. 여섯 째, 승강기 출입 문틈에 이물질이나 물을 버리면 카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용자는 이런 내용을 평소 유념할 필요가 있다. 승강기는 영구불변의 안전장치가 아니다. 첨단 기계 장치로 되어 있어 여름에는 비로 인한 고장, 겨울철에도 날씨 영향을 받아 정지할 수 있다. 수시로 고장으로 인한 정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만약 갇혔다면 너무 당황하지 말고 안전한 카 안에서 비상벨을 누르고 알려야하며 구출 될 때까지 시간이 걸려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승강기 유지 보수 기사들은 군대의 5분 대기조와 같다. 섭씨 30도를 넘는 혹서기와 영하 20도가 넘는 혹하기에도 밤낮을 구분않고 현장에 투입된다. 때로는 교통이 막혀 급박하게 출동하다 불의의 사고를 만날 수 있다. 승강기가 한 대만 설치되어 있는 고층 아파트는 수십 층을 허겁지겁 걸어 올라가 고장 처리를 한다. 이럴 경우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는 예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는 이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혹은 열악한 환경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고생하는 분이 많다.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서로 참고 이해하는 성숙한 시민 정신이 필요하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6-02-24

어머니 은혜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전설의 암자

가끔은 마음이 먼저 길을 걷는다. 몸보다 앞서 산을 향해가는 날이 있다. 김해 무척산 깊은 품속에 자리한 작은 암자, 모은암(母恩庵)이 그러하다. 모은암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락국 제2대 도왕이 어머니의 은혜를 기려 절을 세웠다는 이야기, 그리고 허왕후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못 잊어 절을 지었다는 이야기. 서로 다른 듯하지만, 두 이야기는 한 모정(母情)의 품 안에서 맞닿아 있다. 그래서일까. 산길로 오르는 발걸음마다, 어머니의 기운이 살포시 감싸오는 듯하다. 모은암에 오르는 길은 주차장에서부터 약 700m의 시멘트 포장도로로 시작된다. 이내 돌계단이 이어지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게 한다. 뒤따르던 두 여인이 어느새 나를 앞질러 올라간다. 승복을 입은 그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워 보이고, 산길조차 그들에게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숨이 차 바위에 걸터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생철리의 넓은 들판이 아늑하게 펼쳐져 있다. 평화롭고 잔잔한 풍경이다. 더 쉬면 산길이 무거워질 것 같아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모은암이 눈앞에 다가와도, 계단은 여전히 나를 단련시키듯 가팔랐다. 계단 옆 바위에 다시 한번 앉아 숨을 고르는 순간, 서쪽 너머로 펼쳐진 평야의 고요함이 마음을 적신다. 염불 소리가 산허리를 타고 흘러오더니, 모은암 입구에 닿았다. 절벽은 절을 품듯 조그마한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그 위에 모은암이 있다. 절 마당에 들어서자, 금빛으로 새겨진 ‘극락전’ 현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극락전 문을 조심스레 열고, 안에 모셔진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앞에 두 손을 모았다. 작고 단정한 불상은 세월의 먼 길 끝에 앉은 어머니처럼 아담하고 자애롭다. 좌우로는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불상은 돌로 조각되었지만, 놀라울 만큼 따스하고 잔잔한 기운을 머금고 있다. 머리와 몸의 비례가 다소 독특하지만, 오히려 그 불균형 속에서 자비로움이 묻어난다. 부처님을 바라보는 순간, 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정신이 마음에 번진다. 머릿속 잡념들이 한순간에 정리되었다. 부처님은 가부좌한 두 다리 위에 손등을 위로 올려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다. 마치 나와 마주 앉아 설법을 건네는 듯하다. 친근하고 포근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그곳 부처님은 ‘김해 모은암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이라 불리며,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극락전 오른편에는 ‘모은암’과 ‘청심당(淸心堂)’이라 적힌 현판이 나란히 걸려 있다. 스님들이 머무는 요사채와 종무소일 것이다. 왼쪽에 있는 모음각 안에는 범종이 걸려 있다. 종의 겉면에는 ‘부모은중경’이 새겨져 있어, 잠시 부모의 크고 깊은 은혜를 생각하게 한다. 극락전 뒤편에는 내 머리가 겨우 닿을 만한 낮은 바위굴이 있다. 굴 안 맨 위에는 석가여래가, 아래로는 부처님의 제자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 역시 부처님 곁의 제자가 되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극락전 앞에는 검은 바위 하나가 사람처럼 편안히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 같기도 하다. 엄마의 젖가슴이 떠올라 코끝이 찡했다. 모은암에서 받은 감동은 단순히 산사의 고요함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에는 어머니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전설이, 오래된 바람처럼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은 세월을 건너와 지금도 산사의 속삭임 속에 살아 있는 듯하다. 산이 사람을 품듯, 나 또한 누군가의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김성문 시민기자

2026-02-24

3000만 원 아끼려다 어린 소년 잡았다⋯‘10번의 경고’ 무시한 포항시 인재

3000만 원.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불법주정차 단속 카메라 한 대 설치 비용이다. 포항시가 이 예산을 ‘추경 편성’ 절차를 이유로 보류하는 사이, 지난 13일 중학교 입학을 앞둔 오시후 군(13)은 집을 불과 200m 앞두고 사고<본지 2월 20·24일자 5면 보도>를 당했다. 사고 지점은 최근 1년간 10여 건의 사고가 반복된 곳이었다. 2024년 “개선에 힘쓰겠다”던 정치권의 약속이 현장에 닿지 않은 1년 8개월 사이, 도로는 어린이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사각지대로 방치됐다. 이번 사고는 예고된 위험 신호를 행정이 여러 차례 놓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강훈 포항시의원은 2024년 6월 이인지구 주민 설명회에서 “도로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대책 마련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올 2월까지 실질적인 시설 확충은 이뤄지지 않았다. 포항시는 “지구 준공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관리권을 온전히 인계받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인 ‘안전 펜스 부재’ 뒤에는 주차 편의를 앞세운 일부 상인의 반발 우려가 있었다. 백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펜스 설치를 검토했으나 상가 측의 반발이 예상돼 추진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인지한 지 21개월이 지나도록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사이, 시후 군은 펜스 없는 구간의 불법 주정차 차량을 피하려다 차도로 내몰려 변을 당했다. 행정 절차상의 공백은 사고 직전까지 이어졌다. 교육청이 달전초등학교 개교 한 달 전인 지난 9일 보낸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 요청 공문을 포항시는 적절히 처리하지 않았다. 시 담당자는 “인사 이동 후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미 지정이 완료된 것으로 오해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포항시의 행정 실수로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은 4월로 밀려났고 내달 3일 개교하는 달전초 초등학생들은 최소 한 달간 ‘법적 보호 울타리’ 없이 등교해야 할 처지다. 포항시와 정치권은 이번 사고를 “신도시 조성 과정의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항변한다. 백 의원은 안전 공백을 메울 방안으로 “학부모회의 자발적 보호 활동”을 언급했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의 존재 이유는 그 과도기의 불안정함으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있다. 3000만 원의 예산 집행을 미루고 민원을 이유로 시설 설치를 주저하는 동안 소년의 꿈은 멈췄다. 시후 군의 아버지는 보상을 거부하며 “다시는 이런 희생이 없게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포항시는 이제 ‘준공 도장’을 찍는 서류상의 절차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행정의 본령으로 응답해야 한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2-24

“이사 오셨나요? 쓰레기 배출부터 병원까지 톡으로 알려드려요”

포항시 북구가 타 지역에서 전입한 주민들이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 안내 원스톱 서비스’를 오는 3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전입신고를 마친 주민에게 지역 생활에 꼭 필요한 핵심 정보를 카카오 알림톡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행정 중심의 단순 민원 처리를 넘어 주민 생활 편의를 우선시하는 ‘밀착형 행정’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안내 메시지에는 △포항시 출산장려정책 △동네별 쓰레기 배출 요일 및 장소 △대형 폐기물 온라인 신청법 △인근 어린이집·학교 위치 △야간·휴일 진료 의료기관 정보 등 전입 초기 주민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내용이 담긴다. 특히 이번 사업은 별도의 추가 예산 편성 없이 기존의 행정 자료와 시스템을 활용해 추진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행정 사례로 꼽힌다. 읍·면·동 민원 창구나 ‘정부24’를 통해 전입신고가 완료되면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생활 안내 메시지가 발송되는 구조다. 북구청은 이번 서비스를 통해 전입 초기 정보 부족으로 발생하는 반복 민원을 줄이고, 민원창구의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창우 북구청장은 “전입 주민들이 겪는 사소한 불편까지 선제적으로 해소해 포항에 대한 첫인상과 행정 만족도를 높이겠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행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2-24

시민단체, 대구·경북 통합특별법 조항 우려⋯‘영리병원 대신 공공의료 강화가 우선’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24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한 일방적인 추진 즉각 중단하고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대구·경북의 미래를 결정할 ‘대구경북통합특별법’에 의료 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영리병원 설립 허용’ 독소조항이 포함된 것에 대해 우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 강화이다”고주장했다. 이어 “대구경북특별법에 따르면, 통합시장이 ‘글로벌미래특구’를 지정할 경우 경제자유구역과 동일한 효과를 부여하며, 이곳에서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하다”며 “결과적으로 대구·경북 전역에 영리병원이 우후죽순 들어설 길을 언제든지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이윤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영리병원은 필연적으로 과잉 진료와 의료비 폭등을 초래한다”면서 “정부와 국회,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졸속통합으로 지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담보로 한 위험한 시험을 즉각 중단하고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2-24

원전 백지화’ 아픔 겪은 영덕, 9년 만에 다시 “신규 원전 유치” 나서

과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됐던 영덕군이 다시 한번 신규 원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영덕군의회는 주민들의 높은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유치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나, 일각에서는 지역 내 갈등 재점화와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덕군은 24일 영덕군의회 임시회에서 ‘신규 원전 유치 신청에 관한 동의안’이 재석 의원 7명 전원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영덕군은 오는 3월 30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공식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유치경쟁에 나선다. 앞서 영덕군은 지난 9일부터 이틀간 군민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6.18%가 원전 유치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사유로는 ‘인구 유입 및 지역경제 활성화’가 압도적이었다. 이는 심각한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의 공포가 원전 유치라는 선택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동의안 가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결정은 지역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결단”이라며 “단순한 일회성 보상이 아닌 교육, 의료, 산업 인프라를 통째로 바꾸는 종합적인 미래 전략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4월 중 지자체별 지원계획을 접수하고, 6월 25일까지 평가위원회의 부지 선정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영덕군은 이미 2012년 전원개발사업 예정 구역으로 지정됐던 만큼, 부지 적정성과 건설 적합성 면에서 타 지자체보다 앞서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천지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는 과정에서 지역 사회는 극심한 찬반 갈등과 행정력 낭비를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유치 결정 역시 ‘86%의 찬성’이라는 수치에도 불구하고, 삶의 터전을 잃게 될 토지 소유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있다. 지역 시민사회의 한 관계자는 “지방 소멸의 대안이 오로지 ‘원전’뿐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부족하다”며 “과거의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수 의견에 대한 세밀한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덕군이 추진하는 신규 원전은 2030년 착공해 203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비된 지자체’를 자임하는 영덕의 승부수가 지역 회생의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서막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임시회 시작 전 ‘영덕 핵시설 저지 30km 연대’ 회원이 장애인 방청을 위한 시설 설치 요구가 수년째 무시되고 있다며 의장석을 점거하고 항의해 군의원, 의회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어지기도 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6-02-24

대구·경북 24일 오전부터 비·눈⋯팔공산 등 5㎝ 이상 적설

대구·경북은 24일 대체로 흐린 가운데 오전부터 비 또는 눈이 내릴 전망이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날 대구·경북 전역에 비 또는 눈이 내리겠고, 팔공산 등 대구 인근 높은 산지에는 곳에 따라 5㎝ 이상의 눈이 쌓이겠다고 예보했다. 울릉도·독도에도 낮부터 가끔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25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경북 남서 내륙 3~8㎝(많은 곳 10㎝ 이상), 대구와 경북 남서 내륙을 제외한 경북 지역은 1~5㎝다. 같은 기간 예상 강수량은 경북 남부 동해안 5~30㎜, 대구와 경북 남부 내륙 5~20㎜, 경북 중·북부 5~10㎜, 울릉도·독도는 5㎜ 안팎으로 전망됐다. 비나 눈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겠다. 특히 내륙을 중심으로 어는 비가 내려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낮 최고기온은 4~8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 확산이 원활해 ‘좋음’~‘보통’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에서는 동해 앞바다의 물결이 0.5~3.0m로 일겠으며, 해안선에서 약 200㎞ 이내의 동해 안쪽 먼바다에서도 파고가 0.5~3.0m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 또는 눈은 내일(25일) 아침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2-24

‘무늬만 어린이 보호구역’⋯13세 소년 사지로 몬 ‘유령 구역’의 비극

내달 3일 문을 여는 포항 달전초등학교와 어린 소년이 사망한 사고<본지 2월 20일자 5면 보도> 지점과의 거리는 불과 약 600m. 그러나 이 짧은 구간은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이 아닌, 어른들이 쌓아 올린 ‘불법 주차 성벽’이 점령한 위험지대였다. 지난 13일 중학교 입학을 앞둔 오시후 군(13)도 이 길에서 자전거로 귀가하다 버스에 치여 그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23일 오전 다시 찾아가 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로 도로. 붉은 아스팔트 위에는 ‘어린이 보호구역’ 표시가 선명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화물차와 승용차들은 여전히 황색 실선을 침범한 채 도로 옆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고 차량과 보행자가 아슬아슬 뒤엉켜 바라보는 이들을 불안케 했다. 과속 단속 카메라도, 차량 속도를 낮추는 방지턱도 찾을 수 없었던 행정 사각지대는 사고 당시나 열흘이 지난 지금이나 그대로였고 어른들 주차 불탈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선까지 점령해 있었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 사고는 관계기관의 늑장 행정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경상북도교육청은 개교 한 달 전인 지난 9일, 포항시청에 ‘학교 신설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개교 전까지 보호구역 지정 등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쳐달라는 긴급 요청이었다. 그러나 포항시청 교통지원과는 즉각 조치하지 않았다. 오 군이 숨진 13일이 돼서야 ‘보호구역 신설’ 행정예고를 올렸다. 그마저도 착오가 있었다며 6일 뒤인 19일 정정 공고를 다시 게시하는 촌극을 빚었다. 시 담당 관계자는 “업무를 맡은 지 한 달째라 시설물이 다 돼 있어 이미 지정된 줄 알았다”며 행정 착오를 인정했다. 시청은 ‘준공 도장’이라는 서류 절차 뒤로 숨었다. 사고 구간은 민간 조합이 주도하는 이인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이다. 도로는 이미 개설돼 차량이 오가고 있지만, 시는 전체 사업이 법적으로 완료(준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구 준공 전이라 인수인계를 받지 못해 보호구역 지정이 안 된 것도 맞다”고 해명했다. 현장 단속과 시설 설치를 맡은 북구청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단속 시설을 담당하는 북구청 건설교통과는 예산 우선순위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밀어냈다. 구청 관계자는 “무인 단속 카메라 설치비 3000만 원은 추경 예산을 신청해봐야 안다”며 “예산 확보가 안 되면 설치가 불가능해 확답을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불법 주정차 관리 역시 방치 수준이다. 구청 측은 “안전신문고 신고가 접수되고 있어 고지서가 발송되면 소문이 나 개선될 것”이라며 자발적 신고에 기대는 사후 대응 방침을 내놨다. 결국 보호구역 지정 고시는 개교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실제 고시는 4월 초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학교는 3월 3일 문을 여는데, 법적 보호 장치는 아이들이 한 달 넘게 등교한 뒤에야 적용되는 셈이다. 포항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준공은 공사가 끝난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며 “시설물 설치와 관련해 부서 간 논의를 거쳐야 하고 전체 준공 계획은 올해 말”이라고 밝혔다. 소년의 죽음 이후에도 도로는 여전히 불법 주차 차량에 점령돼 있다. 개교를 앞둔 학교 앞에서 행정이 서류를 만지작거리는 사이 아이들의 등굣길은 오늘도 위험에 놓여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