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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주문화관 1918서 만난 ‘반 고흐 in 미디어아트전’

오랜 비가 그치니 다시 무더운 날씨다. 날씨를 핑계 삼아 쉬고 싶었으나 어린 아들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방문지를 고민하다 연꽃이 만발했단 소리에 살짝 솔깃했으나 그뿐. 뜨거운 날씨로 엄두가 나질 않는다. 마침 경주는 근래에 들어 여기저기서 유명작가들 전시회로 전시 풍년이다. 그 덕에 이름값 좀 한다는 작가들의 작품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근거리에서 편하게 만나 볼 수 있다. 그중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으로 고르니 경주문화관1918에서 진행 중인 빈센트 반 고흐전이 당첨됐다. 작가의 유명세도 있지만 미디어아트전이란 점이 점수를 더 얻었다. 10살이란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주변의 사물들도 함께 움직여줘야 좋아할 나이다. 무료관람이라 입구에서 인원수만 확인하고 들어갔다. 이번 전시의 특별한 점은 전시 공간이 하나라는 점이다. 국내 최초 스토리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전시다. 영상물은 시간 단위로 상영 중이므로 가급적 시간표를 확인 후 맞춰 방문하는 편이 좋다. 공간 안으로 들어서자 온 사방이 고흐의 그림으로 가득 찼다.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흔한 레플리카 전시려니 했던 예상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약간의 당혹감으로 내부를 돌아보니 바닥엔 보드라운 매트가 깔려있고 관람객들은 둥근 방석 위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었다. 저마다 편안한 자세와 방향을 택해 관람중이었다. 네면 중 편한 쪽을 택하면 된다. 영상은 총 6개의 챕터로 나눠져 있다. 챕터1에서는 나는 빈센트 반 고흐 ‘나의 희망, 나의 열정, 나의 세상’이란 주제로 이야기가 보여진다. 챕터2에서는 노래로도 잘 알려진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이 등장한다. 공간은 순식간에 둥근 별빛으로 가득 찬 밤하늘이 되었다. 이렇게 멋진 밤하늘이라니. 감탄이 나왔다. 때때로 정말 아름다운 풍경 작품들을 만나면 상상을 해본다. 실제로 이런 풍경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그야말로 꿈 같은 세상일 것이다. 챕터3에선 조금 무거워진다. 화사한 해바라기도 환상적인 밤하늘도 아닌 현실 속 인물들이 나타난다. 희미한 조명 하나에 의지해 사람들은 감자를 먹고 있다. 초상화라면 화려한 의상을 입은 귀부인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그림 속 주인공들은 그것과는 너무도 다른 인물들이다. 도자기 같은 피부에 홍조를 띈 모습이 아닌 거칠고 투박하며 볕에 그을린 노동자의 모습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던 고흐는 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남겼다. 다음 챕터에선 폴 고갱과 해바라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고갱을 만나는 기쁨에 해바라기 그림까지 준비한 고흐지만 둘은 너무나 결이 다른 영혼이었다. 그들의 만남은 결국 한쪽 귀를 붕대로 둘둘 감은 고흐의 자화상으로 마무리된다. 챕터 5에서는 동생 테오와 아몬드 나무 이야기가 이어진다. 고흐 평생의 후원자이자 기댐목이었던 동생 테오. 어쩌면 서로의 버팀목이었는지 모른다. 끝으로 챕터 6에서 영원히 지지 않는 태양 ‘영원한 태양을 그리는 화가’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반 고흐 인 경주’ 미디어아트전은 경주문화관 1918에서 진행된다. 전시 기간은 7월 8일에서 9월 18일까지다. 회차당 관람 가능 인원은 3~40명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 30분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07

불볕더위 식혀주는 여름 피서지 경주 옥산서원 계곡

문을 열고나서면 곧장 마주하게 되는 불볕더위. ‘연일 무더위 지속 중’이라는 안전안내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고 사람들은 시원한 곳을 찾아 바다로 계곡으로 서둘러 피서를 떠난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지나는 여름 한낮은 그야말로 움직이는 것조차 버겁다. 열대지방 사람들이 느긋할 수밖에 없음을 실감한다. 여름휴가라며 아들 품에 안긴 손자들이 온다. 영일대 해수욕장은 지난 산불피해 이후 폭우로 떠내려 온 나무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고, 포항 형산강 야외물놀이장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공간이긴 하나 그늘막이 있다지만 감당해야 할 볕이 너무 강하다.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 가까이 경주 옥산서원 계곡으로 향한다. 이곳은 손자를 안고 온 아들이 어릴 적 자주 찾았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안강 들녘을 지나 옥산서원으로 향하는 길. 내리쬐는 불볕더위를 온몸으로 즐기는 벼들이 들녘을 녹색으로 빼꼭히 채우며 넘실거린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그 풍경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시원하다. 옥산서원 계곡으로 들어서니 울창한 숲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에 실린 요란한 매미 소리조차 정겹다. 비 온 뒤라서인지 미니폭포 아래는 청장년들이 다이빙을 즐길 정도로 물이 깊고, 바위 위를 흐르는 얕은 물줄기는 볕에 데워져 아기들이 놀기에 안성맞춤인 따뜻한 물놀이 공간이 절로 마련된다. 이 곳은 단순한 피서지를 넘어 선비의 정신이 깃든, 조선 중기 대학자 회재 이언적을 배향한 곳으로 선조 임금으로부터 사액을 받은 유서 깊은 교육기관이다. 옥산서원 편액 ‘玉山書院’은 추사 김정희 글씨다. 유홍준 교수는 이를 “솜으로 감싼 쇠덩이, 송곳으로 철판을 꿰뚫는 힘”이라 평한다. 석봉 한호가 쓴 ‘無邊樓(무변루)’와 ‘求仁堂(구인당)’ 외에도 당대 명필들의 글씨를 감상할 수 있다. 뒤편 독락당(獨樂堂)은 회재 선생이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와 은거를 위해 지은 곳이다. 그의 철학과 삶의 자세가 오롯이 담긴 이 공간에 그를 찾아 이곳을 다녀간 퇴계 선생의 기운도 서려있다. 서원철폐령에도 살아남은 옥산서원은 독락당,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 독락당에 얽힌 이야기. 회재 선생의 서자였던 잠계 이전인(유일 혈손)은 부친의 유배지를 찾아가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학문을 계승한다. 유배지 평안도 강계에서 돌아가시자 엄동설한 혹한 속 대나무로 만든 운구죽을 지고 그 먼 길을 걸어 홀로 고향으로 시신을 운구한다. 사후 명종에게 상소문을 올려 부친의 복권(復權)도 이룬다. 그가 간직해온 부친의 유품들과 운구 죽은 험난한 세월에도 대를 이어 목숨처럼 지켜져 오늘날 옥산서원 유물관에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지만 적서(嫡庶)의 차별에 의해 회재 선생의 종택 무첨당은 양자의 후손인 17대 종손이, 옥산서원 독락당은 잠계공의 후손 종손이 각각 지키고 있다. 계보와 정신의 흐름까지도 살아있는 곳이다. ‘자옥산 깊은 곳에 초려 한 칸 지어두고// 반칸은 청풍주고 반칸은 명월주니// 청산은 들일 데 없어 둘러두고 보리라.’ 회재 선생은 독락당에서 ‘靑山曲(청산곡)’을 지어 읊으며 그야말로 자연을 그대로 품었다. 선비가 풍류를 즐기던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한여름의 하루. 단순한 피서를 넘어 마음의 여백까지 마련한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07

‘동부초 이전’ 놓고 얽힌 갈등 풀리나 포항시-교육지원청 11일 첫 간담회

속보=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2단계 확장을 위해 동부초 이전<본지 7월 2일 자 5면 보도 등>이 필요하다는 포항시와 명확한 실행 계획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는 포항교육지원청이 한 자리에 모인다. 꼬일 대로 꼬인 갈등을 풀고, 합리적인 동부초 이전 방향 도출을 도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두 기관의 첫 미팅은 오는 11일 오후 2시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개최되며 여기에는 실무진에서부터 계·과장, 국장 등 10여 명이 함께 하는 것으로 일정이 조율됐다. 양 기관은 첫 대화에서부터 동부초 이전에 대한 찬반 입장을 내놓기보다는 일단은 그동안 어긋나버린 신뢰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또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간담회와 같은 소통의 장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포항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관계자는 “동부초 이전에 대해 포항시와 논의하는 첫 자리라 의미가 크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겠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광컨벤션도시추진본부 관계자도 “지역과 동부초등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10월 말까지 실무자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을 제안드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포항시는 영일만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포항만의 매력을 대내외에 널리 알릴 의지를 담아 포엑스~제2전시장(현 동부초교 부지)~영일대광장을 연결하는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2전시장 등은 동부초 이전 문제라는 벽에 걸려 3년째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11일 회동은 그런 점에서 한층 진일보한 자리라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동부초 총동창회와 학부모 측은 참석치 않고 추후 함께 하기로 했다. 앞서 김일근 동부초 총동창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동부초 이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향후 학교의 존립을 결정짓는 필수 과제가 됐다”라면서 “동부초도 해마다 학생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신축 이전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07

“포항 ‘금광포란재’ 더 이상 방치 마세요”

인도를 침범할 정도로 무성히 자란 잡초 위에 수십m 구간에 걸쳐진 녹슨 잿빛 펜스만 봐도 시간이 오랫동안 멈췄음을 알 수 있다. 대구포항고속도로에서 내려 시내로 향하는 길목인 포항시 북구 용흥동 금광포란재 아파트 현장이다. 포항에서 아파트가 가장 먼저 들어선 용흥동은 한때 고급 주거지로 인식됐지만, 20년 넘게 방치된 금광포란재 아파트 현장이 용흥동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주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금광포란재 아파트를 더는 방치하지 마세요’라는 시민의 청원이 생기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을 넘어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까지 이용되자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근처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A씨(60)는 “매일 펜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폐쇄감이 느껴질 정도로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고속도로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어서 도시의 첫인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 방치된 공간은 도시 쇠퇴의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라면서 ”작은 실수를 고치지 않으면 치명적인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 도심 흉물’이란 꼬리표를 달았던 금광포란재 아파트 건물은 철거됐지만, 아무런 개발 없이 부지 자체가 방치돼 있어 더 큰 문제다. 인근 주민 B씨(68)는 “건물이 있을 때는 흉물이었고, 지금은 방치하고 있어 더 큰 문제”라면서 “차라리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개발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주일 교수는 “해당 부지는 입지 특성상 아파트 단지로서의 경쟁력은 낮은 편이어서 공원, 커뮤니티 시설 등 공공 용도로 전환해 도시 경관과 기능을 회복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금광포란재 아파트 부지의 역사는 199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하 4층~지상 15층, 314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 사업 승인을 받았으나 최초 사업 주체의 부도로 3년 만에 공사가 중단됐다. 2003년 금광건업이 인수했지만, 2008년 자금난을 이유로 철골 골조 기준의 공정률 40% 상태에서 다시 공사가 멈췄다. 포항시는 여러 차례 행정 유예와 협의 과정을 거친 뒤 2021년 5월 3일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공식 취소하고 철거 절차에 돌입했다. 그해 9월 3일에는 철거공사 착공식이 열렸다. 해체 작업은 2022년 9월부터 약 6개월간 진행됐다. 골조와 지하 주차장을 포함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해체는 쉽지 않은 공사였다. 오랜 기간 얽힌 권리관계, 미분양 계약 해지, 청산 절차 등 복잡한 행정적 갈등도 해결해야 했다. 2023년 1월 하나자산신탁이 새로운 사업 주체로 아파트 건설 사업 승인을 다시 받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착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 승인 이후 5년 이내 착공하지 않으면 자동 취소될 수 있다. 포항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나마 골조 철거는 중요한 진전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안전 조치와 현장 정비는 계속하고 있고, 사업자가 착공만 결정하면 언제든 공사는 재개할 수 있어서 승인 기간인 2028년 이내에 착공되도록 행정적 지원과 관리에 힘을 쏟겠다”고 답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7

제1회 ‘비슬산 일연문학상’ 공모

(사)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가 지역 문학의 저변 확대와 역량 있는 문인 발굴을 위해 ‘제1회 비슬산 일연문학상 작품공모전’을 개최한다. 이번 공모전은 천년고찰 유가사와 비슬산의 정신을 계승하고, 문학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기획됐다. 특히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대사의 이름을 문학상에 사용함으로써, 달성의 역사성과 한국 시문학의 미래를 잇는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공모 부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본상’은 등단 10년 이상의 대한민국 국적 시인을 대상으로 하며, ‘비슬작가상’은 같은 조건의 달성문인협회 소속 작가에게 수여된다. 다만 최근 5년 이내에 타 문학상에서 당선된 작품이나, 상금 700만 원(비슬작가상은 200만 원) 이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작품은 응모할 수 없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700만 원, 비슬작가상 수상자에게는 200만 원이 각각 수여된다. 접수는 우편으로만 가능하며, 마감일은 11월 10일(당일 소인 유효)이다. 접수처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명천로 331, 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이다. 당선작은 오는 12월 1일 발표되며, 시상식은 12월 중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공모전은 달성군과 달성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비슬산 자락에서 한국 현대문학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8-07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 1심서 벌금 200만 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준 대구 동구청장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안경록 부장판사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청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회계책임자 최모씨(48)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윤 청장은 선거 캠프 회계책임자 최씨와 함께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4월 8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에서 선거비용 5300만원을 수입·지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경력 등 여러 정황에 비춰보면 단순한 운영 미숙지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자동 송부 통신 방식에 대한 규제를 피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정에서 기존 진술을 법복하고 있고, 기존 진술 번복의 배경에 대한 해명을 납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며 공동피고인(회계책임자 최 씨)에게 책임 전가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신고 계좌를 통해 수입 지출한 금액은 2660만원이고, 추후 환급된 금액까지 고려하면 약 3400만원에 이르는 작지 않은 규모”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선 윤 구청장은 취재진에게 “저를 뽑아주신 35만 동구 주민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오늘 나온 판결문을 잘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8-07

‘단통법 폐지’ 보름… 보조금 전쟁은 없어

11년만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폐지된지 보름이 넘었지만, 단말기 시장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와 유통점의 자율적인 지원금 책정이 가능해지면서, 보조금 경쟁과 번호이동이 활발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단통법 폐지로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이 폐지된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번호이동건수는 13만 2411건으로 집계됐다. 단통법 폐지 당일인 22일에만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번호 이동했을 뿐, 이후에는 1만 명대를 유지하며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삼성이 새로 출시한 갤럭시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6일 대구 중구 동성로 통신 골목에는 ‘단통법x 최대지원’, ’주말 한이정’, ‘카드조건x’, ‘아이폰, 갤럭시 8월 특가’ 등의 문구가 매장 외벽과 입간판에 붙여져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쯤 통신사 공식 대리점과 일반 판매점에 휴대전화를 구매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띄엄 띄엄 이어졌다. 단통법 폐지로 기대됐던 ‘공짜폰’, ‘마이너스 폰’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고객들이 통신사를 옮길 만큼의 할인 혜택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통통신 한 대리점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후에도 통신사 이동과 기기변경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면서 “오히려 일부 기종은 지원금이 줄어든 상태다”고 말했다. 이는 지원금 확대에 대한 이통 3사 간 눈치싸움 때문으로 분석된다. 단통법이 당시 이통 3사의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시장 과열이 불러 온 결과인 만큼 무리한 마케팅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 유은경(34)씨는 “단통법 폐지되면 요금 할인제도가 많아 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변한게 없다”면서 “기기 변경을 하려면 고가 요금제를 써야되는 관행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도 고가 요금제 유도 관행 및 장려금의 차등 지급으로 인한 이용자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8-06

끊임없는 사고 포스코이앤씨, 어쩌다 이지경?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유독 인명사고가 잇따랐다. 지금까지 4명의 사망사고가 났다. 1월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4월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4월 대구 주상복합 추락사고, 지난달 의령 고속국도 공사 사망사고 등이다. 이는 결국 지난달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는 질책을 받는 지경으로까지 갔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나서 사과문을 발표한 후 전국 현장 작업을 전면 중단시키기도 했으나 엿새 만에 또 인명사고가 다시 발생하면서 ‘면허 취소 검토‘라는 극약처방 앞에 이르게 됐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1월 27일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이후 수천여억원의 추가 예산을 들여 관련 대책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는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 계열회사와 자회사, 협력회사, 하청업체들에도 안전에 대한 요구와 주문이 너무 많다는 불평이 나돌 정도였으나 올해 포스코이앤씨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그간의 노력들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일각에선 사고가 반복되는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을 개선할 필요성도 있다고 조언한다. 이명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전체적인 시스템이 안전을 관리하는 체계가 형식적인지, 실효성이 있는지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처벌의 근거가 되는 안전활동을 증빙하는 데 혈안이 되기보다는 전반적인 안전 문화 수준 향상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내실을 기해야 한다”라면서 “정부도 안전관리에 힘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로 산재보험 보험료율 인상 폭과 인하 폭을 50%로까지 하는 등의 당근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6

‘관세 50% 폭탄’ 철강업계 “전기료 절감 방안 마련” 호소

수출이 전체 매출의 70%에 달하는 데다 미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80~90%를 차지하는 강관 기업 넥스틸은 수출 환경 악화와 중국산 소재 사용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강관 산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50%의 관세율이 유지된 상황에서 포항시가 6일 철강업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한 ‘대미수출 철강기업 긴급 간담회’에서다. 올해 1~2월 압연롤 등 1만6500t의 철강 제품을 수출한 이후 매출 단가 기준 50%의 관세를 부과받은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입 유통사에서 일부 금액을 부담해 손실을 만회하고 있지만, 지속하기는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강관 기업인 거양의 대표는 “포스코 등 메이저 회사의 위기는 지역의 중소 업체의 위기와 직결된다”라면서 “중소기업이 생존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주요 미국 수출 철강기업 관계자들과 포항상공회의의소, 포항철강관리공단 관계자가 맞댄 이날 간담회에서는 미국의 고관세 정책으로 인한 철강산업의 위기와 포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특히, 철강업체는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을 어려운 현실 극복 방안으로 제시했다. 한 업체는 “심야 시간 경부하 시간을 늘려 전체적인 전기료를 절감해야 한다” 고 건의했다. 포항시도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 고용 컨설팅을 국비로 지원한다. 또, 전국 철강 도시와 연계해 국회 토론 및 대정부 건의를 추진하고,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와 더불어 특별위원회 설치 및 재정 지원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철강기업들이 직면한 위기는 국가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중대안 사안”이라며 “기업 의견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관세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06

대법관 출신 김창석 변호사 “포항 지진, 국책사업 촉발 인재”

포항시가 촉발지진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 대비해 지난달 24일 공익소송 지원 체계를 통해 추가 선임한 대법관 출신의 김창석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변호사는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라는 고위험 국책사업의 결과로 촉발된 인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과실유무가 아니라 국가가 고위험 사업에 있어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민사3부가 심리 중인데, 지난 5일 제출한 상고이유 보충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원심판결에 대한 법리 해석과 논리 구조의 오류를 지적한 김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사업을 무모하게 추진하고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방지해야 한다”라면서 “이번 판결은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바로잡는 중요한 이정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2017~2918년 2차례에 걸쳐 촉발지진을 겪은 포항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시민들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가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번 상고이유 보충서 제출은 포항지진 공동소송단(대표 공봉학 변호사)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이은 것이며, 포항시가 상고심 대응을 위한 공익소송 지원 체계로 법적 대응에 본격 나섰음을 의미한다. 포항시는 김창석 변호사의 참여가 대법원 심리에서 핵심 법리 판단에 대한 전문성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향후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창석 변호사는 법관 시절 행정·민사 분야에서 폭넓은 식견과 공정한 판단으로 신뢰를 받았다. 2018년 대법관 퇴임 이후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다양한 공공사건과 사회 현안 대응에 참여하고 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6

“36일 근무에 650만원, ‘꿀알바’ 같지만 생명 지킴이 사명감 없인 힘든 일이죠”

포항 선린대 응급구조학과 김보은씨(22)는 영덕군 병곡면 고래불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서 인명구조요원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대학생 4명·자격증 보유자 4명 하루 8시간씩 교대로 현장 관찰 음주후 입수나 통제 부표 무시 등 매번 말려도 반복되는 위험 순간 구멍없는 튜브도 사용 말아주길 김씨는 “올해는 지난달 14일부터 36일간 근무하는데, 연장근무 수당과 위험수당 등을 합하면 650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도 살리고,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사명감도 생긴다”며 활짝 웃었다. 얼핏 보면 ‘꿀알바’ 같지만, 김씨의 하루를 따라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대학생 4명과 영덕 출신 자격증 보유자 4명 등 8명의 안전요원이 고래불해수욕장에서 근무한다. 4명씩 팀을 이뤄 하루 8시간 동안 망루나 지상에서 피서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관찰한다. 팀 워크를 잘 맞춰야 위험에 빠진 피서객 구조가 가능하다. 가장 위험한 요소는 날씨보다 사람이다. 김씨는 “술 마시고 물에 들어가거나 수영 실력을 과신하며 수심 통제 부표를 넘어가는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면서 “말로는 설득되지 않아 매번 입수해서 말리는 게 일상이 됐다”고 했다. 그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플라밍고 튜브와 같이 파도에 뒤집히면 사람이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의 구멍 없는 대형 튜브를 이용하는 피서객을 말리는 것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씨를 힘들게 하는 점은 역시 폭염이다. 여기에다 ‘집중 유지’를 보태야 한다. 땡볕 아래에서도 두 눈은 해수욕장 이용객을 응시해야 하는데, 긴장 상태를 오래 유지하다보면 체력적으로 버거울 수밖에 없다. 김씨는 “어린이는 보호자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서 더 자주 주시하게 되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력이 조금 보충되면 더 빠르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보탰다. 특히 김씨는 “수심과 조류가 매일 달라지는 바다 환경을 고려해 보다 정교한 매뉴얼 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라면서 “프로토콜 체계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화진해수욕장 근무 때 제트스키를 타다 암초에 부딪쳐 실종된 가장이 시신으로 발견됐을 때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고 되새겼다. 김씨는 “음주 수영 금지, 구멍 없는 튜브 사용 금지 등 누구나 실천 가능한 기본적인 수칙만 제대로 지키면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6

‘치매의 무게’ 버거운 가족에 부친 마음전달 엽서

예천군이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정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치매환자쉼터 어르신의 모습을 담은 ‘마음을 전하는 QR엽서’를 제작, 가족들에게 전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마음을 전하는 QR엽서’는 치매 어르신이 직접 색칠하고 꾸민 엽서에 QR코드를 삽입해 어르신이 미술치료, 인지활동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과 작품 등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아 가족들에게 전송하는 사업이다. 엽서를 받은 가족들은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어르신의 참여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어르신의 상태를 자주 확인하기 어려운 가족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의 성취감과 자존감 향상, 보호자와의 대화 유도, 치매환자의 사회적 고립감 완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무엇을 했는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치매 특성을 고려해 보호자와의 소통 창구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엽서 앞면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어르신이 직접 꾸민 초상화나 단체사진 일러스트가 삽입돼 보호자에게 특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엽서를 받은 보호자는 “무표정한 줄만 알았던 어머니의 웃는 모습을 QR엽서를 통해 처음 봤다”며 “어머니께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사진을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예천군 치매담당관계자는 “치매는 단지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기 쉽다”며 “이번 QR엽서가 가족 간 따뜻한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본 사업을 확대해 치매 돌봄 공동체 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08-06

영일만항에 APEC 정상회의 숙소용 크루즈선 2척 뜬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가자들의 숙소로 활용될 대형 크루즈선 2척이 포항 영일만항에 들어온다. 대형 크루즈선을 이용한 ‘플로팅 호텔’ 형식의 해상 계류형 숙박시설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례다. 6일 포항시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경주 지역 숙박 수용 능력의 한계를 고려해 포항 영일만항 부두에 대형 크루즈선을 정박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확정된 선박은 ‘피아노랜드’호로 파나마 선적의 중국 소유 크루즈선이다. 전장 261m, 7만t급, 객실규모 850개실 규모이며 회의 기간 중국 국적 참가자의 숙박 및 행사 공간으로 사용된다. 정박 기간은 5일이다. 추가로 검토 중인 A사 크루즈선은 전장 183m, 2만 6000t급, 객실규모 250개실로 일본 국적 참가자 숙박 및 행사장 활용을 위한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 대형 크루즈선의 영일만항 입항은 경주 일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행사에 비해 지역내 숙박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제32차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 회원국의 정상 및 대표단을 비롯해 경제인 2000여 명과 언론인 등을 포함해 약 2만 명 이상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밀집한 대표 관광지로 회의 기간 일반 관광객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참가자 분산 수용과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한 국내 최초 해상 숙박형 이벤트가 기획된 것이다. 포항시청 항만과 관계자는 “영일만항은 대형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국제 여객부두를 갖추고 있으며 경주와 차량으로 40분 거리여서 접근성도 뛰어나다”면서 “행사 기간 중 항만 보안, 출입국 통제, 해양 안전 관리 등이 핵심인 만큼 해양수산부·포항시·대한상의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일만항 플로팅 호텔 운영은 단순한 숙박 대체가 아니라 포항이 국제행사 지원 도시이자 동해안 해양관광 거점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6

시각장애 외국인 승객을 자가용으로 모신 ‘훈훈한 경주 시내버스 기사’

경주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막차 운행을 마친 뒤 시각장애 외국인 승객을 자신의 자가용으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새천년미소 소속 51번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김수찬(65) 기사다. 김씨는 지난 1일 밤 경주 시내에서 KTX 경주역(구 신경주역) 방면으로 향하던 외국인 남녀가 버스에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시간대 51번 버스의 종점은 경주역이 아닌 문화고등학교 앞이었다. 해당 노선의 종점은 경주역과 7.8㎞ 떨어진 곳이다. 특히 남성 승객은 시각장애인이었고, 동행 여성은 낯선 곳에서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를 지켜본 김씨는 주저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시내버스 운행을 마친 뒤 자신의 차량에 두 외국인을 태우고 직접 경주역까지 안내했다. 이 사연은 마침 같은 버스를 타고 퇴근 중이던 경주시 내남면 행정복지센터 강호지 산업팀장을 통해 알려졌다. 강 팀장은 당시 상황을 지켜본 뒤 승객의 동의를 얻어 촬영한 사진과 함께 사연을 주변에 전했다. 사진 속 여성 승객은 “부끄럽다”며 얼굴을 손으로 가렸지만, 두 사람 모두 당시 버스를 몰았던 김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앞서 김 씨는 2021년에도 승객이 심정지 상태에 이르자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해 ‘TS 교통안전 의인상’을 받은 바 있다. 김수찬 기사는 “그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저 처럼 했을 겁니다”라며 “경주를 찾은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여행을 마쳐서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역 교통의 최일선에서 시민과 방문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기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이런 따뜻한 마음이 경주를 찾는 이들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06

폭염에 ‘끓는 바다’ 양식장 물고기 지켜라

속보=폭염이 이어지면서 경북 동해안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양식생물 폐사 위기<본지 8월6일자 1면 보도>가 더해지자 포항시가 30억 원을 투입해 포항의 양식장에 있는 1369만 마리의 어류 지키기에 나섰다. 포항시는 30억 원을 투입해 육상양식은 39곳(1155만 마리), 해상가두리는 17곳(190만 마리), 축제식은 6곳(18만 마리), 연승식은 47곳 등 109개 양식장에서 키우는 강도다리, 조피볼락, 넙치 등 1369만 마리의 어류 피해 최소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양식 어가에 방제 장비와 물품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시설 현대화와 보험료 지원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한다. 지역 내 양식 어가에서는 액화 산소 공급기, 저층수 공급장치, 히트펌프, 냉각기 등 1970대의 방제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포항시는 이 장비들이 고수온 시기에 효과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현장 기술 지도와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고수온 피해 방지를 위한 4000만 원의 방제비를 편성해 얼음, 면역증강제 등 방제 물품을 지원하며, 이상 수온 대응 지원사업(3억2200만 원)으로 순환펌프 682대, 액화 산소 670톤, 산소 용해기 6대, 수중교반기 4대 등을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포항시는 양식 어가의 재해 부담을 덜기 위한 양식수산물 재해보험료 지원도 진행한다. 1억6100만 원 상당을 들여 보험 자부담금의 70%를 지원하고 있으며, 수산 재해로 인한 양식수산물과 시설물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히트펌프를 보급하는 양식장 친환경에너지 보급사업(4억5000만 원), 저층수 취수라인 개·보수 등을 위한 양식장 시설현대화사업(12억2000만 원), 어류 면역력 강화를 위한 수산 동물 예방백신 공급사업(8억2900만 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흥해읍 오도리 강도다리 육상 수조직 양식장을 방문한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현행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의 치어 기준을 기존 50g에서 20g으로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다. 현재는 중량 50g 미만의 치어는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자연재해 등으로 폐사하면 어업인들이 직접 피해를 떠안게 된다. 정철영 수산정책과장은 “이상기후가 반복되며 양식 어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데, 고수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가용 자원과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6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

여행은 설렘을 동반하는 말이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떠남’이 주는 여유를 즐기다 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꽤 새롭다. 우리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이고 여행이 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국내이건 해외이건 장소는 상관없다. 정여울 작가는 ‘여행의 쓸모’에서 여행을 ‘일상의 뒤치다꺼리에 잠식되지 않는 시간,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며 상처받지 않는 시간, 그런 시간의 발자국을 조금씩 늘리는 것’이라고 썼다.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아이들과 여행의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방학이어도 매일 학원과 학교로 향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잠깐의 여유를 찾아 지난 주말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과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건축투어를 하기로 하고 자세한 건 아이들에게 맡겼다. 주말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방학과 휴가가 있는 때여서 박물관이 개장 전임에도 불구하고 줄이 몇 겹이나 만들어져 있었다. 많은 인파에 놀랐는데 대부분 이른 아침부터 여러 지역에서 자녀들과 함께 중앙박물관으로 온 부모들이었다. 오전 10시 개장과 동시에 입장이 시작되고 우리는 특별전이 열리는 ‘마나 모아나’로 향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같았지만 영화 ‘모아나’를 재미있게 본 터라 오세아니아의 전통 예술과 철학을 상상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카누 영상이 나와 우리들을 태우고 전시실 안으로 데려간다. 전시실 안은 카누와 장신구들이 여러 컨셉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입장권에도 독특한 글자와 가면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조각상들이 어디서 본 듯한 이국적인 향기를 풍겼다. 전시실에는 그들의 삶을 이어주던 카누가 실제 모습 그대로 놓여 있다. 그들에겐 항해의 기술이 중요했던 것처럼 파도와 뜻밖의 재난을 피하기 위한 날씨도 중요했다. ‘호스’는 그들이 항해 시에 가지고 다닌 날씨 부적이었는데 작은 조각 하나에도 바다의 삶에서 살아남기 위한 간절함이 느껴진다. 장례 의식을 치를 때 쓰이는 장신구들 가면, 돼지 뼈로 만든 남성의 장신구가 남성의 강인함을 상징한다고 했다. 카누와 장신구들은 그들의 손끝에서 바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출구로 나오니 앉을 수 있는 자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점심 후에도 상설 전시를 보기 위해 재입장을 해야 했는데 여전히 입장하는 줄이 길게 이어졌다. 다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건축투어를 하러 갔다.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건축 투어는 두 자리가 남아 아이들만 투어를 하기로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도착하니 어울림광장에서는 여름 축제로 스케이트보드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후끈한 열기가 무대를 에워싼 사람들 사이로 전해졌다. 어울림마당에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그 길에는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를 홍보하기도 하고 건물이 연결되는 그늘진 곳에서는 서울거리공연이 열려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기둥 없이 만들어진 건물이 독특한데 입구인 B2부터 4충까지 이어진다. 4층의 잔디사랑방에는 저녁 어스름에 밴드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건축에 관심을 둔 아이는 건축에 관한 용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만족해했다. 남은 시간 광화문 교보문고와 해리포터 팝업스토어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소비를 즐기고 포항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으로 돌아왔다. 2층의 계단참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며 종일 걸었지만 불평이 없으니 아이들이 주도하는 여행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05

마음 세탁소

경주시 안강읍 산대 11리에는 빨래터가 남아 있다. 중복에 가족들과 옥산서원 근처에 낙지볶음을 먹고 복달임하려고 들렀다. 동네 어디쯤이라고 대충 듣고 찾아가니 못 찾아 길가 텃밭에서 빨간 고추를 한 소쿠리 딴 아주머니께 여쭈었다. 오던 길로 되돌아 가면 공원에 소나무 있고 운동기구 있는 곳이 나오니 거기가 빨래터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공영주차장 벽에 빨래하는 그림이 환하게 우릴 반겼다. 주차장 바로 앞이 화전소공원이었다. 공원 둘레에 색색의 백일홍을 심어서 소담스러운 풍경이었다. 팔각정이 보여 다가가니 어르신들이 모여 윷놀이로 더위를 잊고 계셨다. 어디서 왔냐며 올라앉으라며 권하셨다. 포항에서 빨래터 구경하러 왔다고 하니 시원한 냇물에 발도 담궈 보라며 웃으셨다. 바로 옆에 맑은 물이 흐르고 운동기구가 잔디를 따라 놓였다. 돌계단을 따라 빨래터에 내려가 발을 담궜다. 시원한 물이 종아리까지 적셨다. 물고기들이 바닥을 헤엄치고 다녔다. 칠평천에서 내려오는 물이 빨래터를 지나 공원 밑으로 흘렀다. 이름만 빨래터인 건 아니다. 실제로 주민들은 집에서 빨기 어려운 커다란 돗자리 같은 것들을 이곳에 갖고 와서 씻는다. 환경보호를 위해 화학 세제는 금지다. 조선의 풍속화가 김홍도와 신윤복도 빨래터가 그림의 소재였다. 그림 속 아낙네 몇이 개울가에서 빨래한다. 그림 왼쪽의 어린아이가 딸린 여성은 머리를 풀어 헤쳐 감은 뒤 다시 땋는다. 그 아래의 여성은 긴 빨래를 비틀어 짜면서 건져낸다. 그 오른쪽에 방망이질하는 여성 둘이 무슨 이야기인지 한참 이야기 삼매경이다. 그림 오른쪽 위의 갓을 쓰고 쥘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양반이 보인다. 신윤복의 그림 ‘빨래터의 사내’를 보자. 개울가 빨래터에서 빨래하는 여인, 흰 천을 펼치는 할미, 그리고 목욕을 마쳤는지 젖은 어여머리를 땋고 있는 젊은 여성이 보인다. 왼쪽의 젊고 늘씬한 몸매의 사내는 활과 화살을 들고 눈길은 젊은 여성에게 꽂혔다. 오래전부터 빨래터는 남성과 여성이 만나는 공간이었다. 황진이의 어머니는 18살에 병부교 다리 밑에서 빨래하다 양반을 만나 황진이를 낳았고, 고려 태조 왕건은 빨래터에서 만난 여성과 관계하여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은 고려의 두 번째 왕이 된다. 빨래터는 여성들 고유의 일터이자, 수다 떠는 곳이다. 여성의 합법적 집을 나오는 탈출로였고, 동네 소식을 듣고 빨래를 두드리며 스트레스도 해소했다. 여름철엔 밤에 나와 아낙네들이 멱을 감으며 더위를 쫓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주민들은 화전 빨래터를 ‘마음 세탁소’라고 부른다. 빨래를 핑계로 모여 앉아 수다도 떨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물멍을 하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고 했다. 낮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주변 주간보호센터의 어르신들이 꽃구경하러 찾아오고 오후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저녁에는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운동기구도 이용하고 벤치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는 동네 사랑방이 된다니 사람 사는 공간이었다. 도시화로 집마다 세탁기를 들이며 빨래터 풍경은 사라졌다. 안강읍 산대 11리의 빨래터에도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났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021년 부녀회와 청년회가 주축이 된 ‘화전마을 꽃두레’가 경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주관한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부터 공원 만들기에 속도가 붙었다. 철마다 피는 꽃을 심고 마을주민이 화합해 성과를 보이니 3년 연속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안강읍 산대11리 화전마을은 여전히 냇가에 모여 정을 나누는 빨래터를 가진 마을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05

가족끼리, 연인끼리 ‘봉화 계곡여행’ 떠나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후끈후끈한 태양은 바다로 계곡으로, 산과 강으로 피서를 떠나게 만든다. 눈치 볼 것 없는 숲속 조용한 계곡 여행은 매력적이다. 가족들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봉화엔 불볕더위를 식히고 호젓하게 휴가를 보내기 좋은 계곡이 많다. 백리장천 고선계곡, 사미정계곡, 반야계곡, 석문동 참새골계곡, 우구치계곡 등이 바로 그곳들. 그중 어느 곳을 여행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고선계곡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청정지역인 고선계곡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계곡 중 가장 길어 100리에 이르며, 풍부한 수량과 울창한 숲, 기암괴석의 절벽은 태백산 계곡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힌다. 고선계곡 상류는 열목어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하다. 계곡 길은 그다지 넓지 않고 예부터 주민들이 다니던 길을 포장했다. 편리를 위해 계곡과 산을 훼손해가며 도로를 확장하고 테크길을 만든 피서지와 다른 부분이다. 고선계곡은 자연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더욱 가치가 커 보인다. 펜션, 민박이 있으며 노지캠핑이나 숲 그늘에 자리 잡고 물놀이 하기도 좋은 곳이다. 외길로 나란히 이어지는 계곡은 굽이굽이 백리장천이다. 민족의 영산 태백산답게 아름다운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사미정계곡 태백산, 문수산, 구룡산에서 발원한 운곡천 물줄기는 춘양면을 거쳐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물줄기 따라 옛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학문과 인생을 논하던 정자가 많이 남아 있다. 정자 자체의 아름다움과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 낸 자연, 그곳에 사미정 정자가 있다. 또한 사미정 계곡이 자리했다. 맑고 깨끗한 풍광으로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었던 이곳에는 굽이친 계곡 따라 암반과 소나무가 어우러지고 너럭바위가 푸른 물길을 만들어 낸다. 물고기와 다슬기를 잡으며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는 물놀이 장소다. △반야계곡 백병산(1154m) 묘봉(1169m), 민등산에서 시작한 물길이 반야계곡이며 석포면에서 낙동강과 합류된다. 반야계곡은 10여km의 길이로 잔잔한 시냇물처럼 흐르는 분위기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기암절벽과 협곡이 있어 웅장함의 비경을 만들고 있다. 신록이 가득한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 계곡은 청명한 물과 새소리를 벗 삼기에 좋다. 복잡한 계곡이나 피서지의 모습이 아니라 오붓한 정겨움이 묻어 나오는 풍경이다. 계곡의 시원한 경치와 물소리, 때 묻지 않은 깨끗함 속에서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피서지다. △석문동 참새골 백두대간 줄기로 태백산과 구룡산 자락이 흘러내리고 맑고 깨끗한 자연 절경으로부터 감동의 깊이가 고스란히 전해 오는 곳이 참새골이다, 찌르듯 곧게 자란 춘양목이 울울창창 하늘을 가리고, 짙푸른 계곡, 길섶으로 물소리와 바람 소리 청명하다. 천연의 요새로 전쟁 때 피난하던 곳이며, ‘정감록’에 기록된 전국 십승지 중 한곳이다. △우구치계곡 백두대간 봉화 구룡산, 삼동산, 옥돌봉에서 출발한 물줄기는 우구치계곡을 거쳐 영월로 이어져 남한강에 합류한다. 우구치 계곡은 영월 내리천의 최상류로 맑은 물과 우거진 산림으로 원시 자연을 품고 있는 계곡이다. 오지의 풍경을 간직한 우구치계곡은 금정계곡이라고도 하며, 춘양 서벽리 백두대간 수목원에서 88번 도로 영월 방향으로 고개 하나를 넘으면 가닿을 수 있다. /류중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8-05

“절체절명의 철강”…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 사활

“산업용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것만 해도 애로가 많습니다.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5일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현지실사단을 만난 포스코,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렇게 호소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50%가 그대로 유지돼 큰 타격을 받게 된 세아제강, 넥스틸 등의 강관업체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포항시는 현지실사단과의 종합상황 점검 회의에서 하루 빨리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건의했다. 포항제철소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저가 중국산 철강과의 경쟁과 더불어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임을 강조하면서다. 특히,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 에너지 비용 급등, 산업구조 전환 등 복합 위기를 겪는 철강업계를 지속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철강산업 위기가 지역 내 협력 중소기업과 일자리 생태계 전반에 침체를 유발하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100명이 넘는 여야 의원이 정당을 초월해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K스틸법)을 발의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어려움에 처한 철강기업이 생산을 줄일 경우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의 분야가 필요로 할 경우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등 연관산업마저 어려움에 직면한다”라면서 “철강도시 포항을 살리는 것이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18일 산업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9월 중에 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정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되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 이자차액 보전, 컨설팅, 고용안정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을 2년간 집중 추진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지역의 주된 산업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시의성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신청하는 요건을 현실에 맞게 변경했다. 3월 4일부터 이런 내용을 포함한 ‘지역 산업위기 대응 제도의 지정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시행했다. 덕분에 세계 최대 규모 단일 화학산단인 석유화학산단을 품은 여수시는 지난 5월 전국 최초로석유화학 분야에서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됐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05

“동부초 이전, 학교 존립 위한 필수 과제”

“동부초 이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향후 학교의 존립을 결정짓는 필수 과제가 됐습니다” 5일 오전 경북매일신문과 인터뷰에 나선 김일근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사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김 회장은 동부초 총동창회 회장 자격으로 이런 의견을 내놨다. 포항국제컨벤션센터(POEX-포엑스) 2단계 확장을 위해 동부초 이전이 필요하다는 포항시와 명확한 실행 계획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포항교육지원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다. 김 회장은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서울 중심에 있는 학교도 폐교 하는 상황인데, 경북 제1의 도시로 불리는 포항 역시 도심 한복판에 있는 중앙초가 폐교되는 아픔을 겪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동부초도 해마다 학생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신축 이전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부초에 관한 관심과 애정도 남다르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베체트’라는 희소병에 걸려 한순간에 시력을 잃었고, 지금은 아주 밝은 빛도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극심한 심적 고통이 밀려올 때면,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가진다고 했다. 김 회장은 “어릴 적 학교 정문으로 걸어가면 500년 된 회화나무와 이순신 장군 동상, 담벼락을 따라서 잣나무, 샐비어꽃 등 식물들이 심겨 있었다”면서 “눈을 감아도 옛날 교정의 그 모습이 생생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소중한 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지난 5월 23일 총동창회 임원들과 함께 ‘동부초 이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김 회장은 포항교육지원청과 포항시 등 동부초 이전 업무 담당자들을 만나며 협의와 중재 역할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공청회와 학부모·학생 의견 공개 수렴이 필요한데, 교육지원청의 완강한 반대로 꼭 필요한 절차를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라면서 “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8-05

고수온에 폐사 위기… 양식장 ‘발동동’

“수온은 오르는데, 대책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5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리에서 강도다리 육상 수조식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영복(63) 오도수산 대표는 이렇게 호소했다.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과 경북도·포항시 관계자들이 고수온 대응 상황 점검을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다. 김 대표는 “마을 어민 12명 중에 1명만 남았다"라면서 "어업은 사라지고 펜션 사장만 남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경북 동해안 연안에는 지난달 9일 고수온 예비특보, 지난 1일에는 고수온주의보가 발령됐다. 현재 동해중남부 연안에도 고수온주의보가 유지 중이며, 폭염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수온 상승과 양식생물 폐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현재 포항의 양식장은 109곳, 양식 어류는 총 1369만 마리에 달한다. 육상양식은 39곳(1155만 마리), 해상가두리는 17곳(190만 마리), 축제식은 6곳(18만 마리), 연승식은 47곳 등이다. 정부는 고수온 대응을 위해 올해 30억22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개인 방제장비 1970대를 현장에 배치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체감이 되질 않는다“라면서 ”장비보다 운영비가 부담이 큰 탓에 냉각기와 산소 공급 장치를 돌리려면 결국 전기요금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수온 특약보험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김 대표는 “강도다리 치어 수만 마리를 보험에 넣었지만, 보상 받은 적은 없다”라면서 “폐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20~30g 시기에는 보상 자체가 되지 않는데, 왜 가입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하루 냉각기 돌리면 전기요금만 10만 원이 넘어서 농업처럼 특례요금이 필요하다”면서 “양식업은 한 번에 폐사 피해가 수억 원인데, 왜 산업 대접을 못 받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은 수온이 잠깐 떨어졌지만, 바람 방향 하나만 바뀌면 다시 섭씨 28도를 넘고 그 상태가 3~4일만 지속돼도 대량 폐사한다”면서 “작년엔 성체 11t이 죽었다”고 강조했다. 수심 50m 저층수 활용 방안도 논의했다. ‘1㎏ 라인 수심 2m·깊은 라인 200m까지 연결·17도 수준의 저층수 온도’라는 조건에 실제로 폐사가 줄었는데, 어민들이 선제적으로 효과 여부를 실험 중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포항시·국립수산과학원·경북도어업기술원은 아직 실험 단계다. 김영복 대표는 청년 어업인을 위한 공간 할당을 제안했다. 그는 “양식장 하나 짓는 데 70억 원이 들어서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고, 도시 처럼 구획하고 설비까지 해둔 구역을 임대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정책도 실험도 결국 어민이 체감하지 못하면 소용없고, 현장과 제도는 아직 멀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범 차관은 “양식업은 국가 식량산업의 핵심이며, 전기요금 특례와 보험 보장 범위, 청년 어업인 육성 등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정책 검토에 적극 반영하겠다. 어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5

“노곡동 침수 사고는 명백한 人災 책임자 문책·피해보상 실시하라”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이 5일 성명을 통해 “노곡동 침수 사고는 총체적 관리부실에 의한 명백한 인재“라며 “대구시는 대시민 사과와 함께, 관련 책임자 문책 및 피해보상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4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대구 노곡동 침수 사고 조사단은 “대구시가 관리하는 직관로 수문이 고장으로 3%만 열려 제기능을 상실했고, 배수로 제진기(배수펌프에 유입되는 쓰레기 등 부유물질을 걸러내는 기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침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북구청이 관리하는 고지배수로 수문 역시 제대로 닫히지 않아 수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펌프장 수문과 게이트펌프 등도 고장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안실련은 “이번 사고의 본질은 관리 주체가 대구시와 북구청으로 이원화된 탓에 책임 있는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총체적 관리부실에 의한 인재이다”라고 강조하면서 “2010년 발생한 침수 피해 당시 약 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고지배수터널을 설치해 더 이상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설치된 장치들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고 매뉴얼은 무용지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 공백 상황에서의 공직사회 기강 해이와 지휘체계 부재 역시 사고 대응의 심각한 허점으로 드러났다”면서 “전임 시장인 홍준표 전 시장은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결코 비켜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배수시설 운영·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라”며 “관할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를 종식하고 통합 운영 및 관제 체계를 구축해 유사 사고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라”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8-05

나만의 어장 보며 스트레스 푼다… ‘물고기 멍’ 이색 취미 확산

화려한 꼬리를 가진 구피, 폭풍 번식이 특징인 체리 새우, 푸른색과 붉은색을 함께 뿜어내는 열대 물고기 네온테트라 등 ‘관상어’를 보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는 ‘물고기 멍’, ‘물멍’이 유행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가 ‘물멍’과 ‘비바리움’(테라리엄 속에 소동물을 함께 넣어 감상하는 원예 활동)을 취미로 소개한 이후 국민적 관심도가 커졌다. 포항에서도 ‘물멍’을 이색 취미로 삼은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2년 개설한 ‘포항 열대어 모임’은 2300여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데, 하루에도 수십 건의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온다. 자신의 수조를 소개하는 ‘물방’ 사진부터 열대어 사육 팁, 장비 후기, 무료 나눔 소식까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한다. 한 회원은 “집에 돌아와 어항 조명을 켜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녹는다”며 “출근길에는 다른 사람들의 물방 사진을 보며 짧은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물멍족’이 늘면서 수족관 매장도 인기다. 포항에는 각종 열대어, 새우, 수초, 유목, 여과기 등 장비를 갖춘 전문 매장들이 많다. 남구 오천읍의 한 수족관은 단순한 관상어 판매를 넘어 미니 생태계를 구현한 테라리움, 비바리움, 팔루다리움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테라리움은 유리 용기에 식물을 키우는 방식이며 비바리움은 여기에 소형 동물까지 함께 사육하는 형태다. 팔루다리움은 물과 땅, 동물과 식물이 공존하는 수조형 생태계로 최근 인테리어 아이템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구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A씨는 “사장님이 직접 만든 팔루다리움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나만의 힐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물고기가 수초 사이를 유영하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정화된다”고 말했다. 물고기 나눔 문화도 퍼지고 있다. 북구에 있는 한 양식당은 손님에게 직접 키운 구피를 무료로 분양해 눈길을 끈다. 식당 관계자는 “한 손님이 ‘물고기 멍이 너무 힐링된다’며 식사 후 구피 몇 마리를 더 받아갔다”며 “찾아오는 분들 중에 물고기 키우는 데 관심 있는 분들이 제법 된다”고 전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등지에도 ‘알비노 풀 플래티넘 화이트’, ‘블루 테일 구피’ 등 소형 열대어를 나눔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취미 진입 장벽을 낮추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물멍’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현대인의 정서적 갈증과 맞닿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병대 위덕대 반려동물학부 교수는 “물고기, 수초, 수조 장식물 등을 돌보는 일은 시끄럽지 않지만 일상 속 생명을 바라보고 돌보는 깊은 행위”라며 “디지털 피로와 인간관계 소진 속에서 반응 없는 생명체와의 조용한 교감이 새로운 위안 방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