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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니어들의 가을 나들이, 청송 주왕산을 찾아

지난달 30일 대구예술대학교 시니어아카데미(학장 김태호)는 10월 현장학습날을 맞아 청송군을 다녀왔다. 가을을 타는 시니어들의 들뜬 모습에 부조라도 하듯 청명하고 따뜻한 날씨는 늦가을 정취를 더욱 잘 느끼게 했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재잘대는 학우들의 모습은 마치 소풍 나온 어린이처럼 들떠있었다. 맨 먼저 도착한 곳은 파천면에 위치한 산소 카페 ‘청송 정원’이었다. 국내 가을 여행지로 손꼽히는 핫플레이스다. 모두가 부푼 꿈을 안고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차에서 내린 학우들은 모두가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수만 평 대지 위에 가득찬 백일홍은 죄다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며칠 전 내린 서리로 인해 아름답던 그 모습은 삽시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도시의 찌든 때를 잠시나마 힐링하려 했던 꿈이 물거품이 돼 모두가 아쉬워했다. 그보다 더 마음이 아팠던 것은 주위에 둘러싸인 산들이 온통 산불로 인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는 것이다. 매표소 옆에 마련된 조형물과 포토존을 찾아 반별로 삼삼오오 짝지어 사진을 찍고 아쉬움을 뒤로 한채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 찾은 곳은 주왕산이다. 주왕산 역시 이맘때면 국내 최대 가을 단풍 여행지로 유명하지만, 올해는 늦게 물드는 탓인지 단풍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탁 트인 가을 날씨와 위풍당당하게 내려다보는 기암 봉우리가 학우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차에서 내려 일부는 대전사를 돌아보고 또다른 일행은 맑은 계곡물을 끼고 올라 기암 부근까지 다녀왔다. 그때 대전사 뒤로 보이는 기암 다섯 봉우리 중 한 곳 중심부에 빨간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페인트로 칠한 것 같았으나 무엇인지 정체는 알 수 없었다. 모두가 내린 결론은 파란 담쟁이 넝쿨이 단풍으로 물든 것이라 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주산지다. 물안개와 단풍으로 유명한 주산지는 사진 애호가를 비롯하여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핫플레이스다.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하지만 물속에 잠긴 왕버들과 주위의 풍광을 보기 위해 모두 열심히 올라갔다. 여기도 역시 단풍은 보이지 않고 물에 잠긴 고목만 초췌한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단풍은 없지만 호수에 비친 왕버들 모습과 고즈넉한 분위기는 학우들의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오늘의 마지막 장소는 영천시 보현댐 출렁다리다. 어두움이 깔린 초저녁 거대한 출렁다리가 보였다. ‘영천 보현산댐 출렁다리’라는 글자가 쓰인 입간판에 조명이 들어오고 500여 미터의 긴 출렁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학우들은 포토존에 몰렸고 보현산 댐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수요대학 이복자 학우는 “비록 단풍은 볼 수 없었지만, 청명한 가을 날씨와 아름다운 청정 계곡과 주왕산 봉우리, 한 폭의 풍속화 같은 주산지, 별 모양을 형상화한 영천 보현산 댐 출렁다리는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며 “좋은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5-11-09

소외된 자들과 소통의 장 펼치는 주훈 목사의 16년 나눔 이야기

지난 5일 포항시 북구 대흥동 옛 포항역 인근 공터에 200여 명의 노인이 몰렸다. 찌푸린 얼굴 하나 없이 모두 밝았다. 주훈(62) 포항참사랑교회 목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에서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식료품을 나눈다. 떡·빵·컵라면 등 끼니 해결을 넘어 사람이 그리운 이들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최모씨(72·여) 는 “오늘만 손꼽아 기다렸다. 여기는 이야기 나눌 사람들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는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는데, 정부 지원 없이 주훈 목사가 교회 운영비를 아껴 마련한 돈에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보태지고 있다. 60~80대 홀몸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가 이곳을 찾는다. 휴대전화가 없어 소식을 주고받기 어려운 노숙인들도 이 시간을 기억해 스스로 모여든다. 10년째 봉사에 참여중인 김수일씨(74)는 “처음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내 삶의 가장 큰 행복이자 기쁨이 됐다”고 말했다. 41살에 늦깎이로 신학대학에 입학해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 주 목사는 교회 개척을 위해 2010년 포항에 정착한 뒤부터 노숙인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지었다. ‘밥 짓는 목사’라는 꼬리표도 생겼다. 밥 짓는 냄새로 늘 가득한 교회에는 어느새 쌀과 라면, 식재료가 모여들었다. 목회자 이전에 사회복지사로서 편하게 월급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주 목사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사역만 하고 싶다”는 신념을 지켜가고 있다. 실제 그는 17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노숙인과 알코올중독자들을 돌봤고, 노숙자 쉼터 원장으로도 근무했다. ‘노숙인의 친구’가 됐다. 주 목사에게 봉사는 일상이자 삶의 이유가 됐다. 주훈 목사는 “마음이 지친 이들이 매주 수·목요일 나눔의 장에서 위로받았으면 좋겠고, 사회의 품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11-09

‘2025 포항지진 국제포럼’… 손해배상소송 관련 법적 쟁점 발표

포항시는 13일 오전 10시부터 포은흥해도서관 음악강당에서 ‘2025 포항지진 국제포럼’을 연다. 지진의 아픔이 서린 현장에 재탄생한 포은흥해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학계·법조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포항 촉발지진, 그리고 원점회귀’를 주제로 포항지진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친다. 대만중앙연구원 지구과학연구소 쿠오펑 마(Kuo-Fong MA) 수석과학자의 기조연설 ‘광섬유를 통한 단층과 지진 활동의 규명’을 시작으로 김광희 부산대 교수, 이진한 고려대 교수(추진위원장)의 발표순으로 과학 세션을 진행한다. 법률 세션에서는 신은주 한동대 법학부 교수의 소송개요 설명을 시작으로 전경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법무법인 로고스 조원익 파트너 변호사가 포항 촉발지진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한 법적 쟁점을 발표한다. 종합토론에서는 신은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윤상홍 포항시 고문 변호사와 법률 세션 발표자들이 참여하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한다. 이승윤 KBS 21기 공채 개그맨이 ‘자연인을 통해 바라본 행복’을 주제로 대시민 치유·회복 강연을 진행하며 지진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시간도 갖는다. 부대행사로는 ‘기억의 조각들-포항지진 이야기 사진전’을 비롯해 트라우마 회복 상담 부스 운영과 트라우마 극복 메시지를 담은 소원등 제작 체험, 인근 어린이집 대상으로 한 이동 안전 체험교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포항지진 국제포럼’은 2019년 첫 개최 이후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사업에 의해 발생한 촉발 지진임을 국내외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세계에 널리 알리고, 매년 과학·법률·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논의를 이어오며 지진 극복의 발판을 다져왔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09

포항시,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신속 지정 건의···조속한 결단 요청

포항시는 철강 경기 둔화와 대외 통상 불확실성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선제 차단하기 위해 지난 6일 고용노동부에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의 신속한 지정을 건의했다.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제도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의 지정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통해 고용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미리 지정해 지원하는 제도다.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이 지자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고용노동부 장관에 지정을 건의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정책심의회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정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고용유지 지원금, 직업능력개발 지원사업,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의 지원 요건이 완화되는 데다 지원 수준이 확대된다. 여기에다 지난 8월 지정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과 함께 철강기업과 근로자의 고용안정은 물론 지역 경제 충격 완화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철강산업 불황이 공장 가동 축소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에도 압력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지정 지연은 인위적 감원, 핵심 숙련 인력 외부 유출, 협력업체 연쇄 부실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 지역 경제 침체가 더 깊어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정의 신속성과 확실성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며, 중앙정부의 조속한 결단이 지역 고용안정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 “포항은 산업과 고용을 함께 지탱할 이중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09

경찰, 정보외사 기능 부활로 범죄 예방 강화

최근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외사 기능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에 경찰이 조직 개편을 통해 정보외사 기능을 부활시키며 범죄 예방과 국민 안전 강화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조직 개편으로 2년 전 일선 정보외사 기능이 축소되자 첩보 수집 공백과 현장 대응력 약화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경찰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개편을 통해 해당 기능을 다시 강화했다. 정보외사 기능은 사회 전반의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첩보를 수집해 정책 입안자와 지휘부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 국내 체류 외국인 보호와 해외 범죄조직 관련 정보 공유 등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일선에서는 이번 개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보외사 전문가는 “기능이 축소되고 위축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이번 조직 개편으로 정보외사 기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반갑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 정보외사 기능을 강화해 범죄 예방과 국민 안전 확보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 범죄조직 정보 공유와 외국인 범죄 예방 등 치안 활동 전반의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최진호 선임기자

2025-11-07

포항 해안서 또 마약 의심 물질⋯‘우롱차’ 위장 형태 잇따라

포항 해안에서 또다시 마약 의심 물질이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섰다. 7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쯤 포항시 북구 청하면 방어리 인근 해안가에서 한국해양안전협회 관계자들이 정화 활동 중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해 신고했다. 협회 관계자는 “쓰레기를 수거하던 중 개봉되지 않은 낯선 포장물을 발견해 마대에 담으려 했는데 모양이 수상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출동한 해경이 현장에서 해당 물질을 수거해 간이 시약검사를 실시한 결과 마약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해경은 의심 물질 약 1㎏을 전량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이번에 발견된 물체는 지난달 15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임곡리 해변에서 발견된 중국산 ‘우롱차(鐵觀音)’ 포장 형태의 마약 의심 물질과 비슷한 외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물질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정이 진행 중이다. 또 지난달 26일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진리 해변에서도 주민이 산책 중 발견한 마약 의심 물질이 국과수 감정 결과 마약류(케타민)으로 판정된 바 있다. 해경은 이번 방어리 해안에서 발견된 물질이 최근 제주 해안에서 잇따라 발견된 ‘차’ 봉지 형태의 케타민과 연관성이 있는지 또 해상 투기나 표류에 의한 것인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석 동해해경청 마약수사대장은 “최근 일상용품을 위장한 해상 밀수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해안가에서 의심 물질을 발견하면 절대 개봉하거나 손으로 만지지 말고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7

9년 만에 뚫린 포항~영덕고속도로, 바다 따라 20분 주파

포항~영덕고속도로 개통을 하루 앞둔 7일, 새로 닦인 고속도로 위를 달렸다. 북포항 나들목을 지나자 전면 창 너머로 수평선이 길게 펼쳐졌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게를 본뜬 영덕휴게소가 눈에 들어왔다. 휴게소는 막바지 시설 점검이 한창이었다. 이후 구간은 터널이 연달아 이어졌다. 터널 내부에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적용돼 내비게이션 신호가 끊기지 않았다. 벽면에는 구간마다 다른 벽화가 이어지고 균일한 간격의 조명이 도로를 따라 빛을 남겼다. 포항휴게소는 영일만을 형상화한 선박 모양으로 지어졌다. 화장실과 식당, 카페가 들어섰고 데크를 따라 나가면 푸른 바다가 정면으로 펼쳐졌다. 야외에는 붉은색 테이블이 곳곳에 놓여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 좋았다. 도로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해안을 따라 이어졌다. 흥해에서 영덕 강구까지 약 20분 남짓 걸렸다. 기존 국도를 이용할 때는 40분이 넘게 걸리던 구간이다. 영덕 주민은 “이제 포항까지 금방이다. 예전엔 차 막히면 왕복 두 시간은 기본이었는데 이제는 점심 먹으러 다녀올 수 있겠다”며 “길이 뚫리니까 사람도 더 오고, 동네 분위기도 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영덕고속도로는 2016년 착공해 9년 만에 완공됐다. 총사업비 약 1조6000억 원이 투입된 왕복 4차로 도로로 총연장 약 30.9㎞에 이른다. 터널 14개와 교량 37개가 포함됐으며 북포항·영일만·남영덕 등 3곳의 나들목과 포항·영덕 2곳의 휴게소, 4곳의 졸음쉼터가 조성됐다. 이 도로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지는 국가 간선도로망의 중간 구간이다. 이번 개통으로 영일만항, 블루밸리 국가산단, 강구항 등 산업·물류·관광 거점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동해안권 물류 흐름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남쪽의 영일만 횡단(약 18㎞)과 북쪽의 영덕~삼척(약 117.9㎞), 속초~고성(약 43.5㎞) 등 일부 구간은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 경상북도는 영덕~삼척 구간을 올해 연말 고시 예정인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시키기 위해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이번 포항~영덕고속도로 개통을 통해 경북 동해안권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고, 지역 산업과 관광, 물류가 함께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고속도로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영덕 간 이동 시간이 20분 이상 줄어 시민 이동이 편리해지고 물류 흐름도 빨라질 것”이라며 “울산~포항 고속도로와 앞으로 추진될 영일만대교까지 이어지면 동해안을 하나로 잇는 광역경제권이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7

검찰, 역대최악 ‘경북 산불’ 낸 피고인들에 징역 3년씩 구형

지난 3월 역대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경북 산불’을 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검찰이 징역 3년씩을 구형했다. 검찰은 6일 대구지법 의성지원 형사1단독 문혁 판사 심리로 열린 과수원 임차인 정모씨(62)와 성묘객 신모씨(54)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두 피고인들에게 각각 산림보호법상 최고형인 징역 3년에 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씨는 지난 3월 22일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한 과수원에서 영농 부산물을 태우다가 대형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는 같은 날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조부모 묘에 자라난 어린나무를 태우려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가 대형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16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군에서는 안계면과 안평면 두 지점에서 산불이 발화했다. 불은 강풍을 타고 인근 안동, 청송 등 4개 시·군으로 번졌다. 소방 당국은 전국에서 차출한 인력과 장비 등을 동원해 149시간 만인 같은 달 28일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경북 산불로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5개 시·군에서 사망 26명, 부상 31명 등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병길기자

2025-11-06

경북의사회 인도주의 실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 수상

경북의사회가 국내외 인도주의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6일 경북의사회에 따르면 이번 수상은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며 지역과 세계를 아우르는 나눔과 연대의 모범을 보여준 결과로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과 인도주의 정신이 지역과 국경을 넘어 실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다. 경북의사회는 그동안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캄보디아 등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꾸준한 해외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현지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진료와 건강 상담을 제공하며,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 왔다. 이 같은 활동은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 생명 존중과 인류애를 실천하는 의사의 본분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올해 발생한 경북 지역 산불 피해 당시에도 경북의사회는 발 빠르게 대응해 이재민들의 건강 보호와 지역 복구를 위해 총 1억5000만 원의 성금을 기부했으며, KF-94 마스크 3만 장과 응급구급함 1000개 등 일반의약품을 준비해 피해 지역을 순회하며 무료 진료를 진행했다. 지역사회 내에서도 경북의사회는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도내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 상담과 급식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건강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길호 회장은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살리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라며 “이번 수상은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경북지역과 세계를 위한 인도주의 활동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1-06

자두·사과 복합 재배로 새 희망 키우는 ‘청송 낙원농장’

10월 말, 경북 청송군 파천면 중평마을의 낙원농장은 사과 농장으로 완벽히 변모해 있다. 3월에 심은 사과나무들이 계절이 가을로 깊어지는 지금, 풀을 베고 골을 정리하며 반듯하게 자란 나무 사이를 걷는 농부의 미소가 고요하게 퍼진다. 긴 농사 여정의 한 가운데서, 그는 2년 후 수확을 떠올리며 골을 정리하고 나무를 가다듬는다. 반면, 최근 몇 년 반복된 자두 농사의 실패는 그에게 깊은 상처였다. 15년 동안 자두 농사를 이어왔지만, 최근 3년간은 농비조차 건지기 어려울 만큼 수확이 저조했다. 그의 자두나무는 올해 3월 경북을 덮친 산불의 여파로 막 피려던 꽃망울이 말라버렸고, 긴 여름 내내 이어진 불볕더위에 열매가 성숙하기도 전 햇볕에 설익었다. 그나마 남은 열매도 해충 피해가 심했다. 8월 말, 수확을 앞두고 열매가 이르게 색을 띠자 농부는 올해도 자두 농사는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실제로 수확 결과는 더 참담했다. “만지는 것마다 성한 것이 없을 정도였다”라는 그의 말에는 절망이 담겨 있었다. 조금씩 벌레 먹은 자국이 남은 자두를 마주한 농부는 망연자실했고, 작년 9월 수확 10여 일 전부터 이상 징후를 감지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해 그는 응애라는 해충을 발견하고, 재빨리 주변 나무의 두 배수에 살충제를 쳤다. 일시적으로 해결된 듯 보였다. 하지만 응애는 순식간에 농장 전체로 번져버렸고, 잎은 녹색 상태로 말라버렸으며 열매는 익기 직전 성장을 멈췄다. 결국 농장 전체 수확을 포기했다. 그는 담당 기관들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초제 친 것 아니냐”는 기술센터 직원의 질문을 듣는 등 제대로 귀 기울여 주는 곳은 없었다. 그 전년도에는 태풍과 지속된 비 때문에 잘 익은 자두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고, 남은 자두조차 과육이 터져 폐기해야 했다. 가입한 재해보험도 기대했던 보상은 턱없이 부족해 “보험에 대한 불신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위기가 생활의 위협으로 다가오자 분산된 소득원 마련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농부는 연이은 자두 수확 실패와 작년 병충해 여파로 ‘이 나무들이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고, 품종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3월 25일 청송을 휩쓴 산불에 자두나무도 피해 갈 수 없었다. 피해가 컸다. 중평마을의 낙원농장에도 자두나무의 30% 이상이 불에 탔지만, 그날 새로 심은 사과 묘목은 일부만 피해를 보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귀농 14년 차인 그는 말한다. “맞벌이하지 않았다면 시골에서 농사만으로 살기 어려웠다.” 농업소득은 단지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철저한 준비와 하늘의 도움까지 있어야 가능하다. 사과나무를 심어 자두와 사과 두 가지 품목으로 소득원을 분산하면 위기도 분산된다. 한가지가 안 되더라도 다른 하나가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사과나무 사이를 거닐며 상쾌한 바람을 맞는 그의 모습에서 단단한 결의를 본다. 그는 실패를 되새김하지 않고 새로 돛을 올린다. 올해는 실패했지만, 잘 크고 있는 사과나무를 보며 부농의 꿈을 품어본다. 그는 그렇게 다시 길을 걷는다. 사과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잎 사이로 햇살이 은은히 비치고, 농부는 그 틈새에서 내일을 꿈꾼다. 아마도 2년 후, 이 사과나무들이 실한 열매를 맺고 농부의 미소가 더 크게 번지리라. 청송의 가을이 깊어갈수록 낙원농장의 내일도 조금씩 그 빛을 더해가기를 기대해 본다. /손정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06

묵은 서신들, 한국 근현대사의 소중한 사료(史料)

여든여덟 노모가 상자에서 낡은 종이뭉치를 주섬주섬 꺼낸다. 빛이 바래고 향이 묵은 수십 통의 편지들이다.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시집가던 날, 친지와 친구들이 써 준 축사, 시집간 딸이 그리워 보내 온 친정어머니 서신, 시집살이 힘들어도 덕으로 감내하라 일러주던 친정오빠의 단정한 필체, 그리고 신행을 앞둔 신부에게 보낸 새신랑의 애정 담긴 편지까지, 모두가 한 시대를 통째로 품은 시간의 기록이다. 축사와 편지를 쓴 이들은 어느새 고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글은 여전히 남아 65년 세월을 친구 모친과 함께하며 그 곁을 지킨다. 살다보면 ‘살아낸다’는 노랫말이 와 닿을 때가 있다. 누구라도 여든여덟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한 편의 소설이 된다. 어른들이 놋그릇을 애지중지 감추는 것을 보며 자랐고 어딘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이른 나이에 시집을 가던 동네 언니들, 보따리를 이고 진 피난민들이 마을과 집 마당으로 들이닥치던 것을 기억하는 어르신은 멀어진 세월을 회상하느라 이야기가 끝이 없다. 혼란과 공포 속에서도 다시 봄은 오고 삶은 이어진다. 결혼은 어려운 시절에도 여전히 축복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까지도 며느리의 시집살이는 숙명처럼 여겨졌고, 지켜야 할 예법과 해야 할 집안일은 끝이 없었다. 사랑방 손님이 끊이지 않던 시절, 그래도 푸념 없이 성실히 살았다. 온화한 성품으로 음식과 수(刺繡) 놓기를 좋아하는 모친의 지난한 시절 속,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바로 이 묵은 서신들이다. 친정엄마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훔치고, 오라비의 글을 되새기며 시집살이 고됨을 감내한다. 가장 아끼는 것은 두루마리에 쓴 형부의 긴 축사다. ‘논 서마지기를 줘도 처제와 바꾸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던 시절, 시집가는 처제에게 쓴 애정이 절절한 축사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줄줄이 외우신다. 종종 꺼내보는 원본이 훼손될까 염려되어 그 긴 축사를 복사해 거실 벽에 기다랗게 붙여 드렸더니 “왜 여태 이 생각을 못했을까”시며 뒷짐을 지고 천천히 읽으시는 어르신 눈에는 젊은 날의 추억이 고요히 되살아난다. 서신들은 한자가 간간이 섞인 한글로 쓰였다. 일본어를 강요받던 시대를 벗어나 비로소 우리말과 글로 편지를 쓰는 흔흔함이 편지 곳곳에 묻어난다. 친정어머니 편지는 흘림이 심해 읽기가 다소 힘들고, 아직은 태양력보다 월력(음력)에 더 익숙했던지 서신에 기록된 날짜가 ‘단기’로 표기되어 있다. 한 장 한 장이 개인의 삶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소중한 사료(史料)처럼 느껴진다. 긴 두루마리 축사들은 그 자체로 가사(歌辭)를 닮았다. ‘글’이 훈민정음 창제 이전에는 양반의 전유물이었지만 언문(한글)의 탄생으로 평민과 부녀자도 작가를 꿈꾸게 되고, 자연을 읊고 임금을 기리던 가사는 임진왜란을 거치며 일상의 애환을 담은 산문시로 발전한다. 모친의 편지는 그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다. 힘들었던 세월에도 순간순간 행복했던 기억들이 그리움으로 남는다. 모진 세월 견디신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삶은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된다. 오래된 서신 속에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한 세대가 품었던 사랑과 인내 그리고 인간의 품격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무엇이 한사람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가?’ 묵은 향 뿜어내는 어르신의 서신이 그 답을 조용히 일러준다. 사랑, 그리고 기억이다. 살아 온 날들은 흘러가도 편지는 남아 이야기를 이어간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06

남한강을 따라 엄마와 함께 그린 추억, 단양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아침, 엄마와 함께 단양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윤곽이 점점 멀어지고, 산들이 가까워질수록 마음도 차분해졌다. 첫 목적지는 도담삼봉이었다. 남한강 위로 솟은 세 개의 바위 봉우리가 잔잔한 물 위로 비쳐 그려졌다. 그 풍경은 마치 동양화 한 점 같이 아름다웠다. 강 위로 유람선을 타고 경치를 즐기는 관광객들도 보였다. 우리는 강가를 따라 걸으며 부드러운 바람을 느끼며 여러 장의 사진을 남겼다. 걷다 보니 목이 말라 근처 카페에 들렀다. 엄마는 메뉴판을 들여다보다가 ‘더덕&마쥬스’를 골랐다. 한 모금 마시더니 “건강한 맛이지만 내 입맛은 아니야”라며 웃었다. 그 말 한마디가 이상하게 기억에 생생하게 남았다. 이후 만천하스카이워크로 향했다. 차를 타고 오르는 길에는 불빛이 은은한 터널이 있었다. 알록달록한 조명이 반짝이며 어두운 공간을 채웠고, 그 속을 통과할 때 마치 다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신비로웠다. 이런 기분 탓에 터널을 지나며 우리는 동시에 감탄했다. 터널을 벗어나니 단양의 산세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렇게 도착한 스카이워크는 생각보다 훨씬 높고 탁 트여 있었다. 발밑으로 남한강이 굽이치며 흐르고, 멀리 산들이 겹겹이 이어졌다. 한쪽에 노란 돌들이 눈에 띄어 관리 직원에게 물어보니 채석장이라고 했다. 자연과 산업의 흔적이 공존하는 풍경이 묘하게 인상 깊었다. 스카이워크를 내려온 뒤 우리는 장도길로 향했다. 강을 따라 난 둘레길은 조용했고, 햇살이 나무 사이로 흘러들었다. 강물 위를 지나가는 기차가 멀리서 보였다. 잔잔한 물결 위로 반사되는 철길의 그림자, 그리고 그 위를 천천히 지나가는 기차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장도길을 나오니 국화로 꾸며진 길이 보였다. 그리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꽃과 하나 되어 여러 장의 사진을 남기고 그곳을 떠났다. 우리의 저녁 메뉴는 흑마늘 갈비였다. 단양의 특산품답게 진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부드럽고 깊은 맛이었다. 식당 창밖으로는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단양시장으로 향하니, 거리 곳곳이 활기로 가득했다. 흑마늘 빵, 흑마늘 닭강정 등 흑마늘을 활용한 음식들이 줄지어 있었고, 인기 있는 빵집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은 따뜻한 빵을 받아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우리도 몇 가지를 사서 시장을 천천히 걸었다. 시장을 벗어나자 맞은편으로 남한강이 펼쳐졌다. 밤이 내려앉은 강가에는 조명이 켜지며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풍차와 계단, 폭포, 물고기 조형물까지 빛으로 물든 장면은 낮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야경을 감상하고 단양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06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오는 13일 실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는 13일 대구지역 51개 시험장 929개 시험실에서 치러진다. 6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자는 2만 5494명으로, 작년보다 1148명 증가했다. 재학생은 1636명 늘었고, 졸업생은 496명 줄었다. 올해부터는 시험실당 최대 인원이 28명으로 조정됐다. 성적은 다음달 5일에 통지된다. 졸업생과 검정고시 출신 수험생은 온라인으로만 성적통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수능 전날인 12일에는 오후 1시 예비소집이 진행된다. 재학생·졸업생은 재학(출신) 고등학교로, 검정고시 합격자는 남학생은 경북대사대부고, 여학생은 경북여고로 가야 한다. 예비소집일에는 신분증과 응시원서 접수증을 반드시 지참하고, 시험장과 시험실 위치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수능 당일인 13일에는 오전 8시 10분까지 입실을 완료해야 하며, 시험장 출입은 오전 6시 30분부터 가능하다. 1교시(국어)를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도 반드시 입실해야 한다. 수험생은 수험표·신분증·도시락을 꼭 챙겨야 한다. 수험표를 분실한 경우, 응시원서와 동일한 사진 1매와 신분증을 지참해 시험장관리본부에서 임시수험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모바일 신분증은 인정되지 않으며, 반드시 실물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전자기기 반입은 전면 금지된다. 휴대전화, 스마트워치, 태블릿PC, 이어폰은 물론, 전자사전·전자식 시계·전자식 텀블러 등 화면표시기(LCD, LED 등)가 있는 모든 기기, 보조배터리, 전자담배 등 충전식 물품도 반입할 수 없다. 답안지는 이미지 스캐너로 채점한다. 따라서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 이외의 흔적이 남으면 중복 답안으로 처리될 수 있다. 잘못 표시한 부분은 반드시 흰색 수정테이프로 깨끗이 지워야 한다. 4교시 한국사 영역은 모든 수험생이 필수로 응시해야 한다. 한국사 시험이 끝나면 문답지를 회수하고 탐구영역 문답지를 배부한다. 한국사와 탐구영역 사이에는 15분의 예비시간이 주어지며, 이 시간 역시 시험 시간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휴대 금지 물품을 만지거나 사용하면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코로나19 등 격리 의무가 없는 감염병 확진자도 일반 수험생과 동일한 환경에서 응시한다. 다만, 점심시간에는 개인 도시락과 음용수를 지참해 시험실을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식사해야 한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1-06

국내 최고령 호랑이 ‘한청’ 20세로 세상 떠나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있던 국내 최고령 호랑이 ‘한청’ 2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 6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호랑이 ‘한청’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청’은 2005년 5월 8일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나 2017년 6월 29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송된 된 8년간 호랑이숲에서 생활한 암컷 호랑이로 국내 최고령 호랑이다. ‘한청’은 수년 전부터 양쪽 앞발 떨림 등 노령화 증상을 보여왔으며, 올해 5월부터 활동량과 식욕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규명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지난 4일부터 호흡이 다소 불안정해졌고, 6일 0시 22분쯤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며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며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청’은 후손을 따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온순한 성격과 안정적인 행동 특성으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개원 초기부터 홍보 영상, 관람객 교육 등에 자주 등장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7일부터 호랑이숲에 ‘한청 추모공간’을 마련해 관람객이 직접 추모 메세지를 남길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다. 이규명 원장은 “한청이는 우리 사회가 멸종위기종 야생동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존중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였다”라며 “한청이 남긴 데이터는 노령 개체 관리기준 및 보전 교육 콘텐츠 개발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은 백두산호랑이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돼 국내에서 호랑이를 사육하는 곳 중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 백두대간 호랑이숲에 있는 백두산호랑이 우리, 무궁, 태범, 한, 도 등 5마리는 현재 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5-11-06

“운동기구부터 달라요”···'남북 격차' 심각한 포항 철길숲을 어찌할까요

남구 쪽은 조형물과 분수 등 공공디자인이 설계 단계에서 반영됐고, 주변 상가와 아파트가 밀집해 이용률이 높다. 시민 자원봉사 조직 운영으로 음악 선곡과 환경정비 등 참여가 이뤄진다. 반면 북구 쪽은 오래된 주택과 빈집이 많아 인적이 적고, 남구 같은 네트워크가 없다. 이는 ‘포항의 허파’로 불리는 철길숲 이야기다. 옛 동해남부선 폐철도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길이 9.3㎞, 면적 21만㎡ 규모로 포항 도심을 남북으로 잇는 도시숲이다. 2009~2011년 조성한 포항 북구 쪽 옛 포항역~유성여고 구간과 2015~2022년 조성한 유강정수장~옛 포항역 구간은 같은 ‘철길숲’이지만, 서로 다른 2개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3일과 4일 여러 차례 철길숲을 오가며 관찰했다. 효자역 인근 남구 구간은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분리돼 있고 포장 면이 반듯했다. 조형물과 분수대, 쉼터 시설이 곳곳에 정비돼 있었다. 북구 양학동으로 접어들면 풍경이 달라졌다. 길은 좁아지고 포장은 거칠었다. 가로수마다 행사 홍보 현수막이 겹겹이 걸렸고, 고가도로 아래에는 낡은 운동기구만 남아 있었다. 산책로 옆으로는 오래된 주택이 빽빽하게 이어졌다. 같은 철길이지만 환경의 온도 차는 뚜렷하다. 운동기구, 도로 폭, 수목, 쉼터와 벤치 등 시설, 화장실, 조형물 등 모두 남구와 북구의 모습은 다르다. 7㎞에 이르는 유강정수장~옛 포항역 구간에는 115종 18만 8000그루의 나무가 식재돼 있고 쉼터 27곳과 벤치 111개, 조형물 19개, 화장실 9곳이 마련돼 있다. 음악분수와 캐스케이드 등 수경시설 4종이 조성돼 있고, 운동기구는 2019년식으로 6곳에 80종이 있다. 그러나 옛 포항역~유성여고 2.3㎞ 구간은 식재 수목이 34종 4만 그루로 남구의 4.7분의 1 수준이다. 쉼터는 9곳, 벤치는 41개, 조형물은 6개, 수경시설은 실개천 1㎞와 미니 연못 5곳이 전부이다. 운동기구는 2011년식이어서 매우 낡았다. 남구 구간처럼 신형으로 교체되지도 않는다. 포항시 관계자는 “남구와 북구를 구분해 차별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북구 구간이 먼저 조성됐지만 남구는 비교적 최근 완공돼 시설물이나 포장, 식재 상태가 상대적으로 새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일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남구 쪽은 공간 구조가 넓고 안정적인 반면, 북구는 이미 주택가가 들어찬 상태에서 공원을 만든 탓에 공간이 비좁고 불규칙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북구 일대에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카페·소규모 상가·버스킹 광장 같은 생활 기반 시설을 유치해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며 “결국 철길숲의 균형은 사람의 발길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5

검찰, 지적장애 딸들 추행한 친부 구속 기소⋯친권상실 청구

대구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미수)는 지적장애가 있는 미성년 친딸 2명을 장기간 추행한 혐의(성폭력처벌법위반 등)로 A씨(56)를 구속기소 했다고 5일 밝혔다. 또 피해자 보호를 위해 A씨의 친권상실 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아내 B씨(결혼이주여성)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운 틈을 이용해 지적장애가 있는 미성년 딸들을 장기간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개시 후에도 피해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은 국선변호사, 아동보호전문기관, 지방자치단체, 피해자지원센터, 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를 개최해 피해자 지원 방안도 논의했다. 회의 결과 미성년 피해자들에게는 지속적인 심리치료 지원과 장애아동수당 지급이, B씨에게는 이혼소송 및 비자 연장 법률지원, 한국어 교육, 학자금 및 생계비 지원 등이 결정됐다. 이를 통해 B씨의 국적 취득과 피해자 양육 환경 개선을 다각도로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05

안전성 높인 심부지진계 2기 재설치···비대위 “모든 데이터 시민이 실시간 확인해야”

포항 지열발전부지 지하의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시추공 내부에 설치했다가 고장 난 심부지진계를 대신하는 새로운 심부지진계가 5일 재설치됐다. 영국산 대신 미국산으로 바뀐 심부지진계에 감지된 신호는 8일부터 기상청 등 관련 기관으로 전송된다. 5일 오전 찾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심부지진계 재설치 현장에서는 길이 2m, 무게 40㎏의 심부지진계가 크레인 와이어와 이어진 녹색 케이블에 매달려 있었다. 녹색 케이블 안에는 스탠와이어, 전원·신호·전력선, 지진 감지를 위한 3축 센서 등 여섯 가닥이 정밀하게 구성돼 있었다. 케이블 풀링기의 모터가 돌아가자 미국 ASIR사의 설치 전문가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진계가 지열 시추공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2세트의 심부지진계는 1100m와 550m 심도에 차례로 설치됐다. 나머지 1세트는 예비품으로 확보해 고장 때 즉시 교체가 가능하도록 했다. 김기석 희송지오텍 대표이사는 “2022년 5월 설치한 심부지진계의 고장 원인 중 하나가 심부의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인한 열 손상이었다”며 “이번에는 단열 처리를 강화하고 온도가 낮은 구간에 분산 설치해 안정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경주에서도 같은 모델을 운용 중이어서 신뢰도가 높다”며 “이번 설치 경험을 통해 국내에서도 심부지진계 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임종백 포항지진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주민설명회에서 “특히 시뮬레이션 없는 지진계 재설치는 무책임하다. 고장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라면서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모든 데이터를 포항시민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기석 대표는 “심부지진계 재설치는 기존 문제를 철저히 검증하고 보완하기 위한 절차이며, 설치 전 단계부터 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장비 사양, 열·압력 조건, 신호 전송 안정성 등을 시뮬레이션 검토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 불안을 줄이기 위해 관측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방안도 협의 중이며, 향후 포항에서도 시민들이 주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에서 제작한 심부지진계는 2022년 5월 지하 500m, 780m, 1400m에 총 3개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듬해 7월 심부지진계 전체가 고장 나면서 2개월 뒤 모두 인양됐고 지난해 3월에는 고장 난 심부지진계 수리 불가 통보를 받았다. 시추공 내부 온도가 최고 65.8도까지 상승하면서 전자 장비의 손상이 불가피했고, 전문가 자문 결과 수리 후 재설치는 곤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1-05

포항시, 주소이전 지원금 ‘먹튀’ 334명 차량 압류···"성과는 글쎄"

포항시가 4년 전 지급한 ‘주소이전 지원금'을 환수하기 위해 ‘차량 압류’라는 칼을 빼 들었다. 4년이 지나도록 제때 ‘먹튀’ 해결을 못 한 포항시의 자기반성에서 비롯됐지만 ‘실물 압류’가 아니라 자동차등록원부 압류 등재 수준이어서 당장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포항시는 인구 50만 명 붕괴를 막기 위해 2021년 1년간 포항시 전입자에게 30만원의 포항사랑상품권을 ‘주소이전 지원금’으로 지급했다. 총 2만800명이 62억 원을 받았다. 그러나 전입신고 당시 ‘주소이전 지원금 수령 후 전입신고일로부터 1년 이내에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면 지원금을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받고도 이를 어긴 사람이 1475명(4억4250만 원)에 달했다. 주소이전 지원금 지급 이후 포항시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등의 성과는 없었고 ‘먹튀’만 양산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2019년 인구 10만 명이 무너진 상주시 공무원들이 상복을 입고 근무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2021년에는 포항시도 인구 50만 명 사수를 위해 대대적으로 ‘포항사랑 주소갖기 운동’에 매진했다”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진행한 주소이전 지원금이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주소이전 지원금을 받고 타지역으로 이사를 간 334명이 독촉장을 받고도 아직 30만 원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산금 부과도 없이 독촉장 보내기만 반복한 결과다. 이때문에 포항시는 이달 중에 334명을 대상으로 ‘차량 압류’ 절차에 나선다. 포항시 재정관리과 관계자는 “환수금 30만 원을 내지 않은 300여 명은 독촉이나 압류 안내에도 개의치 않는 수준으로 보인다”면서 “자동차등록원부상 압류 등재를 한다고 해도 소유권 이전이나 폐차가 아니면 차량 운행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압류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환수금을 곧바로 납부하는 사람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미정 포항시 지방시대정책팀장은 “지원금 환수 조치를 4년째 하고 있다는 자체가 미흡한 행정이라는 비판을 인정한다”면서 “'차량 압류' 절차를 통해 연내로 환수 절차를 마무리하는게 목표이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1-05

대구경찰, 캄보디아 기반 100억 규모 온라인 투자사기 조직 27명 송치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한국인을 상대로 100억원대 온라인 투자사기를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A씨 등 2개 범죄단체 조직원 17명을 구속하고, 자금세탁책 B씨 등 10명을 불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같은해 10월까지 SNS를 통해 국내 피해자 84명을 유인해 주식 AI 프로그램 투자로 300~400% 고수익 가능이라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10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가입된 후 조작된 수익률을 보고 추가 투자를 유도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된 범죄 조직원은 20~30대 한국인 청년들로 지인 또는 텔레그램 구인 광고를 통해 사기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원들은 월급 외에 범죄 수익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3개월마다 회사명을 변경하고 시나리오·광고·자금세탁 등 역할을 분담해 체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들은 캄보디아에서 범행을 저지른 후 국내로 입국해 생활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현재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체류중인 한국인 공범 9명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공조를 통해 중국인 총책 검거 및 범죄 수익금 환수에 집중하겠다”며 “피해자 복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11-05

철학자 쉐프가 만드는 파스타

실크로드와 국수의 만남, ‘누들로드’라는 2008년에 방영된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국수가 우리 손에 온 길을 알았다. 한 알의 밀이 국수가 되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그 뒤에 감춰진 동서 문명 교류의 수수께끼를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면 요리를 가져왔다는 설이 널리 알려졌지만, 폴로 이전에도 이탈리아에 유사한 반죽 요리가 있었다는 반론이 있다. 포항에 파스타를 제대로 요리하는 집이 있다. ‘파스타 쉐프’, 이름부터 세프라 붙인 걸 보면 분명 사장님은 요리에 진심이다. 두호고등학교 앞에 있을 때부터 단골이 있을 정도로 맛집이었다. 하지만 외진 곳이라 포항에 놀러 온 사람들이 우연히 지나다 들어갈 수는 없었다. 최근 ‘스카이 워크’ 가는 길에 자리를 옮겨 실내도 조명도 새로 단장해서 오픈했다. 음식점이 리모델링하거나 이사, 또는 주인이 바뀌면 맛도 변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걱정을 하며 방문했다. 주말 늦은 점심시간이라 우리뿐이었다. 블루베리 피자와 트러플 크림 리조또를 시켰다. 여느 집에는 물을 종이컵에 주는데 이곳은 예쁜 유리잔이다. 우아한 목이 있는 유리잔, 오이 피클도 사장님이 직접 담가 새콤달콤 자극적이지 않다. 셀프 바에서 마음껏 더 가져다 먹어도 된다. 주문하기를 누르자마자 그때 오픈 주방에서 사장님이 요리를 시작했다. 우리 음식이 만들어지는 소리가 콩콩콩 들렸다. 피자가 먼저 나왔다. 리코타, 모짜렐라 등 네 가지 치즈가 올라간 피자. 통밀로 직접 반죽하고 숙성한 뒤 만들어 화덕에서 구워 나왔다. 한 조각 떼어내니 쭈욱 늘어난다. 테두리 부분 꼬다리가 바삭하니 고소해 남길 수 없는 맛이다. 다른 집의 피자는 두 조각 이상 먹으면 손이 안 가는데, 둘이서 한판 다 석션했다. 리조또를 숟가락으로 덜어내니 긴 실처럼 치즈가 따라왔다.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했다. 맛이 변하지 않았다. 다 먹고 사장님께 들으니 트러플 크림 리조또는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라고 했다. 오래 계속 볶아서 만들어야 하니, 손님이 많을 때는 만들기 힘들다 한다. 다행히 늦은 점심시간이라 가능했다고 하니, 가기 전에 예약하고 가면 좋겠다. ‘파스타 쉐프’의 음식이 마지막 한 입까지 느끼하지 않은 이유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버진 올리브유란 화학적 방법이 아닌 올리브 열매를 으깨어 즙을 짜내 만든 기름, 즉 압착 올리브유를 말한다. 이 압착 올리브유 중에서 산도 0.8% 이하의 최상급 제품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라고 한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은 공복에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지고 소화를 돕는 데 효과적이며, 심혈관 건강과 항산화, 피부 및 두뇌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치즈도 최상의 품질만 고집한다. 이렇게 음식에 진심인 이유는 사장님이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즐기며 한다고 했다. 자신이 정직하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단골이 된 사람들이 늘어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건물 왼쪽 벽에 ‘화덕 수제 피자가 맛없으면 공짜’라고 크게 적혀 있다. 쉐프의 자신감과 철학이 담긴 글이다. 나라에 가슴 아픈 사건이 있거나 코로나가 번졌을 때 가게에 손님의 발길이 몇 달씩 끊겼다고 한다. 파스타와 피자는 사람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려울 때도 맛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최고의 재료를 고집하며 더 기본에 충실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음식점이 생겨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요즘, 13년 누들로드의 끝인 포항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사장님의 맛에 대한 뚝심이었다. 매주 월요일이 쉬는 날이지만, 빨간 월요일은 영업한다. 오전 11시 30분~오후 8시 30분, 브레이크 타임 오후 2시 40분~5시, 명절 연휴 영업한다. 주소 : 북구 해안로 441 (여남 스카이 워크 가는 길) 054-253-8686.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04

포항 제철산단 주민, 여전히 중금속 노출···4기 건강영향조사 본격화

“3기 조사 결과 포항 제철산단은 산업적 특성상 납·망간·알루미늄 등 대기 중 중금속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고, 호흡기·신장질환 발생률도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습니다”. 국가산단 책임연구원인 유석주 동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4일 포항시 평생학습원 뱃머리평생교육관에서 열린 ‘제4기 국가산단지역 주민 환경오염 노출 및 건강영향조사’ 주민설명회에서 3기 조사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포항의 납(0.03㎍/㎥)과 철(1.02㎍/㎥) 농도는 다른 산업단지 지역보다 높게 나타난 데 대해 유 교수는 “포항의 대기 중 중금속 농도는 2010년대 초반 이후 전반적으로 낮아지다가 최근 다시 상승세여서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기 조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주관하고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경북환경보건센터가 수행 중인데, 조사 범위와 방식을 한층 보완해 2023년부터 매년 150명씩, 4년간 총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설명회 발표자로 나선 유 교수는 “주민의 연령과 성별 비율을 실제 인구 구성에 맞춰 표본을 설계해 지역 특성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고, 전국 9개 산업단지를 같은 기준으로 조사해 지역 간 비교가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전화 모집으로 고령 여성층에 편중됐지만, 이제는 통계기법을 활용해 무작위로 선정된 주민이 참여하도록 바꿨다”며 “포항은 제철산단을 중심으로 거리별 구역을 나눠 인접 지역과 외곽 지역의 오염 노출 차이도 함께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4기 조사는 대상자 선정뿐 아니라 조사 내용도 한층 세분화됐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피를 뽑는 수준이 아니라 주민 개개인의 생활환경과 건강 이력을 설문으로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액·소변 등 생체시료를 분석하는 구조다. 조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포항시에 공문을 발송해 읍·면·동 환경보건 담당자와 지역단체가 협력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문진표 작성·신체 계측·혈액·소변검사 순으로 진행된다. 현장 채취가 어려운 주민은 사전 배부된 용기에 가정에서 채취 후 제출할 수 있으며, 검사 후에는 의료진이 직접 결과를 안내하고 상담을 진행한다. 분석이 완료되면 우편 또는 방문을 통해 개별적으로 결과가 통보된다. 유 교수는 “포항의 대기 환경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일부 중금속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민 건강 상태를 꾸준히 추적해 산단 주변의 실질적인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11-04

우리는 한글을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을까

지금은 'k'의 전성시대다. 'k-팝'을 선두로 'k-푸드','k-화장품', 'k-드라마' 등. 한국과 한국문화의 전반에 걸쳐 전 세계인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여름은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케데헌'(KPop Demon Hunters) 의 주제곡인 '골든'의 가사를 외국인들이 그대로 흥얼거리는 모습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유난하다는 걸 실감하게 했다. 외국인들이 유창한 우리말로 방송을 하고 한국의 역사까지 이야기하는 모습이 막힘이 없다.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한글로 붓글씨를 쓴다. 한국인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겨 사람들 앞에서 한국어로 전화 통화를 하는 외국인도 있다. 거기다 한글로 쓰인 소설이 노벨문학상까지 받았으니, 한국의 제대로 된 맛을 느끼려면 한글과 한국어를 아는 것이 곧 한국을 아는 것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k 문화'의 중심이 된 한글을 우리는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을까. 우리의 일상생활을 돌아보면 한글을 잘 사용하기 위해선 먼저 문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문해력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정통신문의 '중식'이나 '금일', '심심한 사과' 등 기본적인 어휘를 다르게 이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익숙하다 보니 활자로 된 문화를 접할 기회가 줄어드니 단어의 뜻과 문맥을 파악하기에 어려워서다. 또 디지털 용어나 외래어에 익숙해진 이유도 있다. 우리가 쓰는 말도 아직은 생각보다 영어와 더 친숙해 보인다. 길거리의 간판만 봐도 영어가 수두룩하다. 동네 골목에 있는 간판들을 살펴보니 한 영어 간판은 건물을 들여다보아도 가려져 있어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단번에 알 수가 없다. 간판의 작은 글씨도 영어로 되어있다. 자세히 보니 그제야 'hair'라는 글자가 보여 미용실인지 알았다. 영어와 한글이 섞인 것도 흔히 보는 간판의 모습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카페, 옷 가게는 물론이고 종종 가는 동네 24시 무인 카페와 편의점도 영어로 되어있다. 공공기관에서의 영어와 한글을 섞어 쓰는 건 당연시되기도 한다. 우리 국민을 위한 정책이나 사업에서도 영어를 쓰고 브리핑이나 캠페인, 네트워크, 오픈 채팅의 용어들이 공문서나 홍보물에 습관처럼 사용되고 있다. 공공의 목적을 가진 행정업무에 관성처럼 영어로 가득 차면 시민들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한글의 아름다움도 희미해진다. 한 가게 앞에서 기다리는 줄이 길면 웨이팅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고 색깔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블루니 핑크니, 하는 말은 익숙하게 입에서 나온다. 싱크홀, 언택트, 혈당 스파이크, 뱅크런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낯선 외래어들은 한 번에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처음 한국에 온 한 외국인은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한글에 'O'이라는 글자가 예뻐 보여서 폰으로 그것만 찍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말하는 게 더 좋아 보이고 한글은 모든 언어의 발음을 다 표현할 수 있는 글자라고 덧붙인다. 한글은 해마다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에게 '세종대왕 문맹퇴치상'을 주고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창제 원리가 밝혀진 몇 안되는 글자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글은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는데 왜 굳이 아름다움을 가리려고 하는지 우리가 한글을 잘 알고 써야 할 것이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