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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K-자율주행 기술’ 세계 무대에 선보인다

기아, KGM 등 국내 대표 완성차의 하드웨어에 자율주행 전문기업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K-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장인 경주 보문단지 일대에서 운행한다. 셔틀을 운행하는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국산화율 90% 이상을 달성한 순수 국산 자율주행기술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셔틀은 보문단지 순환형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순환형 등 2개 노선으로 운행하고, 이미 지난달 10일부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정식 운행했다. APEC 주요 회의가 열리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는 보문단지 출입이 통제됨에 따라 일반 시민 탑승은 제한하고 정상회의 참석자 및 대표단 등 APEC 공식 참가자들을 대상으로만 운행한다. 11월 2일부터는 다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운행을 제개한다. APEC 주요 회의 개최 전후로 경주교통정보센터 자율주행 예약 누리집(its.hyeongju.go.kr/autobook) 또는 정류장 QR코드 스캔을통해 당일 예약 후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예약하지 않아도 현장 정류장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번 운행을 앞두고 운행구간 내 위험 요소를 사전 점검하고, 자율주행차 사고조사위원회 및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비상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자율주행 셔틀 제작사 대상으로 사고 발생 비상 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차량 작동상태를 점검하고, 행사 기간 중 사고 발생 때 즉각 대응을 위해 행사 기간 중 현장 대기 등 모든 안전조치를 철저히 이행할 계획이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0-22

APEC 크루즈 정박료 6500만원⋯영일만항-대한상의 협의 완료

속보=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포항 영일만항을 크루즈 2척을 해상 숙박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부두 사용료(본지 15일자 2면 보도)가 최종 확정됐다. 사용료 조정 문제가 원만히 정리되면서 APEC 회의 지원 준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포항영일만신항㈜(PICT)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협의를 거쳐 정박료를 6500만 원(부가세 별도)으로 조정하고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PICT는 애초 안전관리 구역과 대기장소, 셔틀버스 운행 공간 등 부대시설 사용을 포함해 약 3억원 규모의 사용료를 산정했지만, 국가행사라는 점을 고려해 금액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대한상의는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영일만항 컨테이너 부두 3번과 4번 선석에 중국과 일본 크루즈 2척을 정박시켜 해상 숙박시설로 운영한다. 7만t급(850객실)과 2만6000t급(250객실) 규모의 크루즈는 ‘플로팅 호텔’ 형태로 운영하며, 회의 참가자와 운영 인력이 이용할 예정이다. 상업용 컨테이너 부두가 국가행사 숙박시설로 전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영일만항의 새로운 활용 모델로 평가된다. PICT 관계자는 “국제적인 행사에 협조한다는 취지에서 금액을 조정했다”며 “여객부두가 아닌 상업부두를 사용하지만, 화물 처리에 지장이 없도록 내부 일정을 세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주 APEC과 연계해 영일만항이 해상 숙소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한다”라며 “무엇보다 안전관리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양측이 충분히 협의한 끝에 6500만 원으로 결론이 났다”며 “입항이 임박한 만큼 현장 점검과 운영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PICT 관계자는 “이번 계기를 통해 영일만항의 국제적 활용 가능성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22

스키장 안전모 쓴 해경⋯산업용 보호구 대신 ‘일상용’ 지급 논란

해양경찰청이 현장 함정요원들에게 산업용 보호구 대신 시중에서 판매되는 ‘스키장 안전모’를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현장 근무자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장비가 일반용품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고령·성주·칠곡) 해경에서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함정용 안전모 전량을 스키용 안전모 모델로 구입·보급했다. 최근 5년간 보급된 스키용 안전모는 총 6503개, 구입비는 4억4099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해당 안전모가 KC 인증을 받은 ‘운동용 안전모’, 즉 일상생활용 제품이라는 점이다. KC 인증은 일반 소비재 안전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로 산업현장 근로자 보호구에 부여되는 KCs 와는 엄연히 다르다. 해경은 과거 함정요원에게 KCs 인증 산업용 안전모를 지급했지만, 2021년부터 KC 인증 스키용 안전모로 전면 교체했다. 사실상 산업용 보호구를 일상용 안전장비로 대체한 셈이다. 이 문제는 내부 감사에서도 이미 지적됐다. 해경 감사담당관실이 올해 4월 작성한 ‘현장 기본업무 관리실태 결과보고’ 에서는 “임무활동 시 현장요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보호구(안전모)는 산업안전보건법상 KCs 인증 또는 그 이상의 성능 장비를 구입·보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해경은 실무적 이유를 들어 스키용 안전모 도입을 정당화했다. 해경 관계자는 “함정요원의 임무수행 시 착용감과 활동성을 높이고, 주·야간 제약 없이 착용 가능하도록 시인성과 내구성을 고려해 KC 인증 제품을 보급했다”며 “향후 산업현장에 적합한 보호구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해경의 행정 편의적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희용 의원은 “산업안전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스키용 안전모를 현장 함정요원에게 지급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라며 “위험에 상시 노출되는 함정요원의 경우 착용 편의성보다 유사시 생명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경의 업무 특성상 파도, 충돌, 화재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산업용 보호구 기준에 맞는 장비 지급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철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22

고슬고슬 방금 지은 하얀 쌀밥에 특별한 가자미 조림 ‘이맛이야!’

김떡순을 아는가, 동생은 김튀순. 학교 앞 분식집의 메뉴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다. 하굣길에 김밥, 떡볶이, 순대를 친구들과 다 시켜서 나눠 먹곤 했다. 학교마다 교문 앞에는 분식집이 꼭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듯 학생들은 꼭 들러 어묵을, 라면을, 쫄면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아마 시작은 분식이었으나 지금은 백반집이 된, 이름만 분식일 뿐 밥이 맛있는 집이 있다. 영덕 야성초 옆에 자리했다. 토마토라고 하면 신세대, 도마도라고 알면 쉰세대라는데, 간판에 신세대와 쉰세대를 섞어서 ‘도마토 분식’이라고 붙었다. 간판도 외관도 바래서 장사 안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낡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관에 손님이 벗어놓은 신발이 가득하다. 거실과 방에 앉은뱅이 테이블이 두 개 놓인 아담한 가게이다. 벽에 영화 그랑블루 포스터가 걸렸다. 1988년 뤽 베송 감독의 영화다. 오래된 노포라는 듯 창문이며 벽지, 장판, 벽에 불을 켜는 스위치도 시골 외할머니댁에 온 듯하다. 심지어 에어컨도 없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이곳에 가기가 쉽잖다. 하지만 오래되었을 뿐 끈적거리지도 않고 찌든 냄새도 없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자마자 영덕에 사는 언니와 함께 찾았다. 근처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가면 두 명이 한 테이블 차지하는 게 미안해서 한소끔 지나갔다. 메뉴는 주문할 필요도 없다. 몇 명인지만 말하면 알아서 차려준다. 자리에 앉으면 먼저 물을 내온다. 생수병에 든 것은 갈색 물, 보리차다. 이 집은 물 맛집이다. 반찬이 먼저 나왔다. 무생채, 오뎅볶음, 콩나물무침, 초록색의 나물은 그때그때 나는 제철 나물무침, 배추겉절이, 한 장 한 장 양념 바른 깻잎무침, 멸치볶음이거나 코다리조림일 때도 있고, 도라지무침. 나물 반찬은 모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다듬고 데치고 무치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슬로우푸드다. 그러고도 맛이 없는 음식점이 많지만 도마토 분식은 다 맛나다. 그리고 이 집만의 특별한 반찬으로 가자미조림이 때깔 좋은 양념을 입고 군침을 삼키게 했다. 가자미조림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 되묻는다면, 나는 보통 다른 집에서 가자미조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두 손 다 써서 애를 써도 발라지지 않으려고 바싹 붙어서 입에 들어오는 것보다 버려지는 게 많고 열 손가락에 양념이 손톱 사이에 다 스며들어 기분도 찜찜해지기 때문이었다. 도마토 분식의 가자미는 성격 좋은 시누처럼 젓가락으로 발라도 슬 벗겨진다. 간도 딱 맞아서 사장님께 늘 더 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면 덤을 주신다. 하지만 워낙 비싼 재료란 걸 안다. 반찬과 함께 대접에 고슬고슬하게 방금 한 밥이 나온다. 구 첩 반찬을 넣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내며 마지막에 상에 오르는 된장찌개를 넣고 비벼 먹으라고 대접에 밥을 주는 거다. 밥은 먹고 싶은 만큼 더 먹어도 된다. 하지만 먼저 깻잎 한 장 떼서 하얀 쌀밥에 싸서 맛본다. 그래, 이 맛이야! 구 첩 반찬을 골고루 먹다 보면 밥이 모자라 떠오고, 보탠 밥에 찬이 모자면 또 더 준다. 어느새 배가 턱까지 차오른다. 문 앞에는 후식으로 믹스커피를 셀프로 타서 먹도록 했다. 말 잘하면 근처에 단체배달도 한다고 했다. 도마토 분식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 일요일은 휴무이니 미리 연락해 보는 게 좋다. 주차 공간은 따로 없고 바로 근처에 공영주차장이 있고, 길가에 적당히 대야 한다. 영덕읍 덕곡4길 5-1이며 네이버에는 ‘도마토’를 ‘토마토’로 고쳐 적어놓았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1

역사의 흔적을 걷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자리한 일본인 가옥거리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늘어선 목조 가옥과 일본식 기와지붕, 미닫이문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구룡포에 정착하며 남긴 생활의 흔적을 지금의 우리에게 전한다. 이 거리가 형성된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구룡포가 동해안 어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부터다. 일본인들은 이곳에 대거 정착해 어업권을 장악했고, 집과 상점을 짓고 마을을 형성했다. 그 시절의 흔적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역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여겨진다. 구룡포 근대역사관은 꼭 들러볼 만한 장소다. 이곳은 1920년대 일본 상인의 저택을 리모델링해 만든 전시관으로,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비롯해 구룡포 근대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내부에는 생활용품, 가구, 어업 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어 외형과 함께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를 생생히 체감할 수 있다. 거리 한쪽에 놓인 계단에는 당시 구룡포항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이주 일본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들이 떠난 후, 구룡포 주민들은 시멘트를 발라 그 흔적을 모두 지워버려 시멘트가 발린 돌기둥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서면 만날 수 있는 충혼탑은 해방 이후 지역을 지켜낸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상징물이다. 일본인들이 남기고 떠난 흔적 위에 세워진 충혼탑은, 그 자체로 시대가 남긴 상처와 극복의 역사를 함께 보여준다. ‘구룡포’는 ‘아홉 마리의 용이 바다로 승천했다’는 전설로부터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를 형상화한 9마리 용 조각상이 구룡포를 지키듯 서 있어, 마치 전설 속 장면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듯한 특별한 인상이 남았다. 이곳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더 잘 알려진 장소가 되었다. 주인공 동백이 운영하던 가게 ‘까멜리아’의 배경을 비롯해 극의 주요 장면들이 바로 이 거리에서 촬영되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고, 일본인 가옥거리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문화·관광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기념품 가게들도 여럿 만날 수 있다. 포항 바다를 형상화한 소품부터 재미있는 디자인의 상품까지 다양한 기념품이 즐비했는데, 시민기자 역시 집게 모양 빨간 볼펜으로 추억을 챙겼다. 손에 쥐자 마치 이곳에서의 기억을 집어 온 듯한 기분이 들어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특별한 상징이 되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계단에 새겨진 이름과 충혼탑, 그리고 근대역사관과 용 조각상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와 전설을 되새기게 했고, 드라마 촬영지와 기념품 가게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추억을 선물해줬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거리는 기억을 간직하고 나누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1

요즘 달라진 결혼식 풍경

주말에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2주 전에 도착한 모바일 청첩장엔 짧은 소개 글과 부모님의 성함과 당사자의 이름, 예식장의 지도와 함께 축의금 송금 계좌번호도 따라왔다. 축의금을 직접 손으로 건네면 아날로그의 맛이 있지만 축의금을 받고 봉투를 열어 직접 돈을 세고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 적잖이 신경 쓰이는 일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결혼식장으로 향하기 전 바로 송금한다. 최근에는 절도 방지를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한 결혼식도 있다지만 축하해야 할 일에 돈이 앞서는 것 같아 아직까지는 내키지 않는 풍경이다. 버진로드에 장식한 꽃들은 딱 필요한 만큼만 있어 예식을 보기에 편하고 기분까지 좋아졌다. 신랑 측 하객이었지만 평소에 신랑 측인지 신부 측인지 별생각 없이 지인들 따라 앉았던 자리도 신부 측은 하객 기준으로 오른쪽이라는 것도 알았다. 버진로드로 입장하는 신부의 위치와 같은 방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식은 경쾌하게 흘러갔다. 예식 선언과 신랑 부모가 덕담을 한다. 신부가 입장할 차례가 되자 당연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신부는 홀로 입장했다. 그 모습이 새로웠지만 당당해 보였다. 결혼식 후 식사하며 지인에게 이야기를 하니 요즘은 신부가 홀로 입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손을 넘겨잡는 게 부계사회의 전통에 따라 아버지의 보호 아래에 있다가 남편에게 인도된다는 의미를 Z세대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면 신랑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냐고. 결혼식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었다. 주례사를 듣는 대신 신랑 신부는 서로에게 보내는 마음의 편지를 낭독했다. 신부가 신랑에게 마음 깊이 사랑한다는 말로 끝맺자, 하객들은 박수로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신랑과 신랑 친구들의 노래와 춤으로 이어졌다. 한 편의 작은 공연이었다. 결혼식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공연 중간 추임새처럼 웃고 즐거운 눈빛을 보내는 하객들도 결혼식에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어 모두 즐거웠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도 요즘의 대세가 된 결혼식 풍경이다. 예전의 주례와 주례사를 떠올려 보면 결혼식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지루했다. 은사님이나 사장님 등 자신이 잘 아는 분이라도 훈화 같은 말씀에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용은 기억나지도 않고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멋진 주례사대로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많던 주례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30분이 안 되는 짧은 결혼식 시간이 지루했던 주례사를 조용히 사라지게 만든 것도 있다. 여기에 2030 세대들은 자신들만의 결혼식을 만들어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늦은 나이에 하는 결혼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런 분위기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주례였는데 우리의 전통결혼식에도 주례는 원래 없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결혼식에도 주례가 생긴 거였다. 요즘은 결혼식을 간단하게 하고 본인들의 결혼식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로 인해 주례가 없어지고 있다. 결혼식도 시대를 반영한다. 주례와 주례사 없는 결혼은 누군가 나이 지긋한 분의 권위에 기대어 하는 약속보다 주인공들이 자신들이 하는 말로 서로에게 전하는 약속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환영하는 시대다. 결혼식을 끝내고 첫걸음을 내딛는 한 쌍의 앞날이 행복하길 빈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10-21

미세먼지 저감 숲가꾸기 사업 도심 아닌 농촌·산지에 80% 이상 집중

도심 생활권의 대기 질 개선을 목표로 추진된 ‘미세먼지 저감 숲가꾸기 사업’이 본래 취지와 달리 농촌·산지에 집중되며 개발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문경 주흘산 정상에서 시행된 사례는 사업의 실효성과 공익성을 둘러싼 논란을 키우고 있다. 21일 산림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총 171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미세먼지 저감 숲가꾸기 사업’은 전국 15만5785ha에 걸쳐 솎아베기와 가지치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업의 목적은 도시 내·외곽 산림의 수목 밀도를 조절해 미세먼지 흡착·차단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1762곳의 사업 대상지를 분석한 결과 도심지(동·읍 단위)는 15.3%에 불과한 반면 농촌·산지(리 단위)는 8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업의 핵심인 ‘생활권 인접 산림’이라는 기준이 사실상 무시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 개발사업의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 정황도 확인됐다. 문경 주흘산 관봉(해발 1000m)에서 시행된 사업의 경우 미세먼지와는 거리가 먼 산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숲 가꾸기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작업 현장 사진과 현지 조사 사진을 비교한 결과 큰나무 위주의 간벌로 인해 식생이 단순화되고 산림 구조가 훼손된 정황이 확인됐다. 이는 생태적 가치의 하락 뿐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도시 숲 수목 분포에 따른 대기 중 미세먼지 대기오염 특성 분석 논문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수목의 밀도가 높고 수목의 높이가 높은 지역일수록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높았다. 결국 이번 사업은 미세먼지 저감을 명분으로 시행됐으나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생태 가치 하락과 개발규제 회피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생활권과 거리가 먼 산 정상에서 미세먼지 저감 숲 가꾸기를 시행한 것은 공익을 가장한 개발규제 회피 행위”라며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 위임사업이라 하더라도 산림청과 산림조합중앙회는 주무 기관으로서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고, 부적절한 사업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21

“산불피해 컸지만 쏟아지는 경북 송이" 예상 밖 ‘대풍’

올해 경북 북부 지역 송이 생산이 급증했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송이 산지다. 전국적으로도 올해 송이 작황은 예년 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봄 초대형 산불이 경북 북부를 휩쓸었을 때 올 송이 생산 급감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으나 최근 생산량을 보면 이 예측은 빗나갔다. 21일 산림조합중앙회 등에 따르면 영덕군은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1만3125㎏(공판 물량 기준)의 송이가 거래돼 작년 같은 기간(8901㎏) 보다 크게 증가했다. 공판 거래액은 23억8544만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9억4818만 원)보다 약 20% 늘었다. 산림조합 공판 기준으로 13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송이가 거래된 영덕은 올해 송이 출하 초기 작황이 부진해 한때 선두를 문경에 내주기도 했지만 뒤늦게 쏟아지면서 1위를 탈환했다. 안동시와 청송군은 영덕 보다 증가폭이 더 컸다. 안동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6785㎏의 송이를 거래해 작년 같은 기간(1271㎏) 보다 5배 넘게 늘었고, 청송은 6092㎏으로 작년 같은 기간(1315㎏) 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청송의 공판 거래액도 12억2661만 원으로 작년 같은기간(3억3583만 원) 보다 3배 이상 뛰었다. 이들 지역 역시 지난 3월 말 유례없이 큰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소나무가 자라는 산이 대규모로 훼손되면서 당시 송이 생산이 급감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다. 올해 송이 거래량이 예상 밖으로 급증한 것은 산불 이후 송이 생장에 유리한 기상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9월 이후 한달여째 내리고 있는 비는 송이 서식에 가장 중요한 포자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산불 피해를 입지 않은 산에서 나온 송이가 지난해 산불 피해지역에서 나오던 송이 생산량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많이 생산됐다. 산불이 비껴간 봉화군도 예외가 아니다. 올들어 지금까지 3057㎏의 송이가 거래돼 작년 같은 기간(493㎏) 보다 6배 이상 늘었다. 안동지역 한 임업인은 “올해는 여름 내내 비가 적당히 내려 토양이 촉촉했고, 9월 들어 일교차가 커지면서 송이가 예년보다 훨씬 많이 올라왔다”며 “작년에 비해 산이 한결 건강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윤식·이도훈기자

2025-10-21

경주, 준비는 끝났다… 도시 전체가 APEC 정상회의장

지난 19일 오전 경주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찰 이름도, 관광지 표지판도 아니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도시의 공기를 지배했다. ‘APEC 2025 KOREA WELCOME TO GYEONGJU’ 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과 대형 꽃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버스와 택시, 매끈하게 재도색한 배전함까지 APEC 문구를 품었다. 건물 외벽과 신호등 옆에는 안내 표지판이 새롭게 부착됐고, 공사 현장의 소음으로 가득했다던 거리는 이제 정돈된 호흡 속에 팽팽한 긴장을 품고 있었다. 보문단지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여전히 공사 인부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가로수 전정 작업이 이어졌고 조명 기둥이 새로 박히고 있었으며 조경 설치를 위한 장비가 도로 옆에 줄지어 서 있었다. 도심 곳곳에서는 도로포장, 꽃 심기, 야간 경관 정비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 상인은 “한 달 전엔 흙먼지가 눈에 들어갈 정도로 어수선했는데 지금은 도시가 행사용 옷을 다 입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보문관광단지 입구에는 ‘자율주행 셔틀 운행구간’ 안내판이 걸려 있었고, 자율주행 셔틀이 조용히 지나며 도시의 미래성을 암시했다.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앞에 들어서자 통제선이 멈춰 세웠다. 건물은 이미 외관 정비를 마쳤지만, 보안을 이유로 출입이 철저히 제한됐다. 새로 포장된 주차장에는 일부 공사 자재가 아직 남아 있었고, 안전모를 쓴 작업자들은 마지막 점검을 이어가고 있었다. 외관을 촬영하던 김모씨(49)는 “우리 동네가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무대가 된다고 생각하니 설레면서도 신기하다”고 했다. HICO 옆에 자리한 국제미디어센터(IMC) 외곽에서는 방송 차량용 전원 공급장치와 위성 송신 장비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국내 주요 통신사들이 이동기지국 설치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세계 각국 기자들이 몰려올 것을 대비해 내부 동선과 장비 조율을 마무리 중”이라고 전했다. 정상회의장에서 차로 5분 거리인 경주엑스포대공원은 경제전시장 준비로 한창이었다. 국내 산업의 과거부터 미래 기술까지 총망라한 전시관 내부에서는 전시 부스 구조 확인 작업이 이어졌다. 공사는 대부분 완료됐고, 구체적인 전시 구성만 최종 조율 중인 상황이다. 경주예술의전당 1층 로비 벽면에는 층별 안내문이 영어로 부착돼 있었고 전시실에는 그림들이 정렬 상태 점검을 받고 있었다. 5층 전망대에서는 정돈된 도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글로벌 리더 1700명이 집결하는 CEO 서밋이 열릴 이곳은 이미 국제 손님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라한셀렉트 경주 대연회장 지하 1층 컨벤션홀은 회청색 카펫 위에 놓인 흰색 벽과 천장이 조용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약 1500㎡ 규모의 이 홀은 탁자 설치 여부에 따라 1000~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호텔 측은 밝혔다. 호텔 입구에는 기존에 없던 가림막과 철제 펜스가 설치돼 행사 동선을 보여줬다. APEC 협력 숙박업소로 지정된 소노캄 경주는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시설 중 하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700억 원을 투입해 전면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기존 4성급에서 5성급 호텔로 승격됐다. 정상급 숙소 7개가 신설됐으며, 공개된 객실은 툇마루 형태의 거실 등 한국 전통미가 강조된 구조였다. 유럽인 관광객은 “도시 전체가 큰 행사를 앞둔 것처럼 활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신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에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많은 이들이 황금빛 왕관에 푹 빠졌고, 짧은 탄식을 내뱉는 이들도 있었다. 야외전시장의 성덕대왕신종 앞에도 긴 줄이 이어졌다. 애초 정상회의 만찬장 후보지였던 부속건물은 APEC 공식 만찬이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되면서 아직 용도가 확정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이나 기업 포럼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속건물 앞에서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방문객들로 가득찼다. APEC 의전홍보과 관계자는 “이번 경주 APEC은 도시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20

돌에 새긴 이상향 불국사·시와 풍류의 포석정…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경주가 천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신라의 유산은 단수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형 문화 수도’의 얼굴로 되살아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열광하게 만든 것처럼 경주의 속살도 이제 세계가 열광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불국사, 이상향을 돌에 새긴 신라인의 건축 정신 토함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불국사는 751년(경덕왕 10년) 김대성이 창건하고 774년 완공된 통일신라 사찰이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반원형 홍예 아치 아래에 놓인 석조 교량으로 총 34단(청운교 16단·백운교 18단)으로 구성된다. 세속과 불국토를 잇는 경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자하문을 지나면 다보탑(국보 제20호)과 석가탑(국보 제21호)이 서로 마주 선다. 화려함과 절제의 대비는 신라인이 추구한 조화의 미학을 보여준다. 유네스코는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불교 교리를 건축공간에 구현한 대표 사례”로 평가했다. ◇ 포석정, 흐르는 물 위에서 시와 풍류를 나누다 경주 남산 서쪽 골짜기에 자리한 포석정은 통일신라 귀족들이 ‘유상곡수연’을 즐기던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 진성여왕조에는 왕과 신하들이 이곳에서 시를 짓고 술을 나눴다는 기록이 전한다. 현재 남아 있는 수로는 길이 22m, 높낮이 차 5.9cm의 화강석 홈이 이어진 구조로 물길 위에 술잔을 띄우던 풍류 문화를 짐작하게 한다. 신라 상류층의 예술적 교양과 사유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평가된다. ◇ 대릉원, 흙 봉분 사이로 드러나는 신라의 장례 미학 경주 도심의 대릉원은 왕과 귀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신라 왕릉군이다. 황남대총, 천마총, 미추왕릉 등 대형 고분이 포함돼 있다. 무덤 구조는 돌무지덧널 위에 흙을 덮는 적석목곽묘 형식으로 생과 사의 순환을 상징한다. 천마총 내부 벽화의 ‘천마도’는 현실과 내세를 잇는 신라인의 정신세계를 시각화한 대표적 유물이다. 잔디 언덕의 완만한 곡선과 봉분 사이의 공간미는 ‘죽음마저 품은 미학’이라는 신라적 감수성을 전한다. ◇ 황리단길, 신라 왕경 위에 피어난 현재형 감성 신라 왕경의 중심이었던 황남동 일대는 ‘황리단길’로 불린다. 전통 한옥과 현대적 상점이 어우러져 과거의 풍경과 새로운 감성이 공존한다. 한옥 지붕 너머로 고분 능선이 이어지고 돌길 사이로 전통과 현대가 만난다. 첨성대의 실루엣을 본뜬 간판과 골목의 불빛은 천년의 도시가 지금도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 동궁과 월지, 물 위에 반사된 궁궐의 밤 동궁과 월지는 674년(문무왕 14) 조성된 왕실 별궁과 연못 유적으로 신라의 조경예술이 응축됐다. 사적 제18호로 지정된 이곳은 밤이면 연못 위로 누각의 불빛이 반사돼 현실보다 선명한 환영을 만든다. 달빛과 조명이 겹친 수면 위의 궁궐은 신라 왕경의 미적 감수성과 자연관을 그대로 담고 있다. ◇ 월정교, 밤의 문화 경관 남천 위를 가로지르는 월정교는 신라 시대 교량 양식을 고증해 복원한 목교다. 2018년 복원사업 완료로 다리의 원형이 살아났고, 야간 조명이 더해져 대표적 야경 명소가 됐다. 붉은빛이 물결에 스며드는 교각 아래를 걸으면 과거의 건축 기술과 현대의 도시 조명이 한 장면 속에서 만난다. 월정교는 천년의 시간을 잇는 다리이자 유산과 문화가 공존하는 경주의 상징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20

영양군, 농어촌기본소득 사업대상지에 선정···자체 부담분 추가해 1인당 매월 20만원 지급

이재명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에 영양군이 선정됐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에 선정되면 주민들은 매월 15만원씩을 2년 동안 받을 수 있게 된다. 영양군은 자체부담분 5만원을 추가로 확보해 1만5185명 군민 모두에게 각각 2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는 소멸 위기에 처한 농어촌 주민들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경북도내에서는 영양군을 비롯 청송·의성·고령·봉화·울릉 등 6개 군이 신청했었다. 전국적으로는 전국 69개 인구감소지역의 군이 공모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발표 평가 등을 거쳐 20일 농어촌 기본소득 대상지로 영양군을 포함 전북 순창군, 경기 연천군, 강원 정선군, 충남 청양군, 전남 신안군, 경남 남해군 등 7개 지자체를 선정해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소멸 위험이 큰 농어촌 지역에서 지역 지킴이 역할을 해온 지역 주민의 공익적 기여 행위에 대한 보상이자 소비 지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역할을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15만원 기본소득은 선불카드 형태의 지역화폐로 내년 1월부터 지급된다. 당초 총 사업비의 40%를 국가가, 나머지는 해당 기초자치단체와 광역단체가 각각 30%씩 부담하는 비율이었으나 영양군이 5만원을 추가로 지급키로 해 국비 30%, 도비 13.5%, 군비 56.5%로 조정됐다. 영양군에 따르면 2년 동안 시행될 기본소득 총 예산은 754억3000만원이다. 영양군 박경해 농림관광국장은 국비 226억 9000만원, 도비 101억8300만원, 군비 426억1800만원으로 편성된다고 밝혔다. 그는 “영양군 연간 예산은 추경 포함 5400여억원 규모지만 올해 3분기부터 영양군이 원자력비상계획구역 내에 포함되면서 지역자원시설세를 받게 돼 재원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의 자원과 시설을 유지 관리하거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영양군은 지난 8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비면 수하3리를 울진의 신한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시키면서 지방세를 올해 11억원, 내년 50억원 등 최고 92억원까지 추가 확보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감소추세이던 영양군 인구도 9월 현재 전월 보다 20명 증가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나타난 현상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양군은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공동체 복원을 위한 혁신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이번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은 값진 성과로 영양군 생존을 위한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단순한 현금성 지원이 아닌 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농촌 모델로 발전시켜 군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소득을 통해 지역 상권을 살리고 농산물 소비를 촉진해 순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지속가능한 영양군, 군민 모두가 행복한 영양군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25-10-20

공원 화장실서 중증 장애인 금팔찌 빼앗은 30대 남성, 징역 6년 선고

대구지법 형사11부(이영철 부장판사)는 공원 화장실에서 중증 장애인이 차고 있던 금팔찌를 빼앗은 혐의(강도)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3일 대구 2·28 기념중앙공원 화장실에서 B씨(40대·뇌 병변 및 언어장애 중증 장애인)가 바지춤을 추스를 때 팔을 몸통 바깥쪽으로 세게 잡아당기고 손등을 여러 차례 할퀸 뒤 금팔찌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가 빼앗은 금팔찌는 약 4돈짜리로 기소 당시 시가 147만 8000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금팔찌를 분리해 사건 당일과 이틀 후인 5월 15일에 두차례에 걸쳐 같은 귀금속 매장에 팔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A씨는 강도, 강도상해, 절도, 공갈 등 동종 범죄로 징역형 3회, 징역형의 집행유예 1회, 벌금형 14회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직전 범죄(강도상해)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8월 원주교도소에서 출소해 범행 당일은 누범 기간이었다. 재판부는 “일반인보다 저항 능력이 낮은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 후 강탈한 금팔찌가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행사하기 위해 2회에 걸쳐 나누어 처분하는 계획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전후의 정황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10-20

“시신 훼손 정황 없어”···예천 출신 대학생, 캄보디아서 부검 마쳐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감금됐다 숨진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 박모씨(22)의 부검에서 시신 훼손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캄보디아 수사당국은 20일 오전 10시쯤(현지 시간) 프놈펜 턱틀라 사원에서 공동 입회 아래 부검을 진행하고, 정확한 사인 규명에 착수했다. 부검은 약 3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오후 1시 40분쯤 화장 절차가 시작됐다. 부검 현장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를 비롯해 법무부, 경찰청 본청, 경북경찰청 등 한국 측 관계자 7명과 캄보디아 경찰청 담당자, 현지 의사 등이 함께 했다. 박씨의 시신은 지난 8월 사망 이후 2개월 넘게 이 사원 내 안치실에 보관돼 있었다. 경찰은 박씨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내에서 조직 검사와 약독물 검사를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동 부검 이후 캄보디아 측과 협의를 거쳐 유해를 신속히 국내로 송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6일 인천에서 박씨를 현지로 보낸 대포통장 모집책 A씨(20대)를 검거해 구속했다. A씨는 먼저 구속된 알선책 홍모씨(20대)로부터 박씨를 소개받아, 박씨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게 한 뒤 이를 캄보디아의 중국인 범죄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0-20

미사일 부대는 떠났지만 ‘군사시설보호구역’ 족쇄는 여전

공군 제1미사일방어여단 예하 공군 제8530부대가 철수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일대는 여전히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인근 주민 재산권이 제한되고 있다. 59년째 이어진 규제에 묶인 호미곶면 주민들은 “창고 하나조차도 못 짓는다”라면서 조속한 해제를 촉구하지만 군당국은 묵묵부답이다. 20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호미곶면 구만리·대보리 일대 3곳 걸쳐진 32만1047㎡의 공군 제8530부대는 2023년 2월 철수를 완료했다. 구만리 530번지, 구만리 산12번지, 대보리 735-21번지 등 3곳의 공군 소유 부지 25만2549㎡ 중 구만리 530번지 일대(5만3428㎡)는 관사와 연병장으로 쓰여 지뢰가 없지만, 지뢰가 매설된 나머지 2곳은 군사시설보호구역로 지정돼 있다. 고금산이 있는 대보리 735-21번지(7만5228㎡)는 과거 미사일 발사대와 통제실 등이 있었고, 봉화산 일원인 구만리 산 12번지 일대(12만3893㎡)는 사격장으로 활용했다. 국방부의 후방지역 지뢰 매설지 및 제거 현황에 따르면 고금산과 봉화산 일대에는 지뢰 343발이 매설돼 있다. 군당국은 별다른 설명 없이 지뢰제거 작업을 중단한 상태이며, 공군 제1미사일방어여단도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뢰 제거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절차가 지지부진하면서 건축물 신축과 증·개축, 토지 형질 변경 등은 여전히 제약받고 있다. 하기동 호미곶 공군부대 이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더불어 포항시가 국방부와 협약을 맺어 이전 부지를 매입하거나 공원화해야 한다”고 했다. 문중 땅이 군사시설보호구역 주변 제한보호구역 500m 안에 묶여 재산권 행사가 어렵다는 문두하씨는 “호미곶면 발전을 위해서라도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포항시의 호미반도권 개발계획과 연계한 공군 부대 이전 터 활용 계획도 답보 상태다. 포항시는 지난 2월 26일 ‘호미곶 공군부대 이전 부지 활용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했지만, 부지 매각 관련 공군의 답변이 늦어지면서 용역을 보류했다. 포항시 민자사업추진팀 관계자는 “부지 매입 가능 여부를 공군 제1여단에 문의했지만, 공군본부와 국방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회신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뢰 제거가 선행돼야 부지를 매입할 수 있는데, 지뢰 제거도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10-20

[이사람] “포항 농특산물·명소, APEC 프로젝트로 알립니다”···388만 유튜브 ‘흥삼이네’ 운영자 이두형씨

거대한 솥뚜껑을 중심으로 부모와 ‘가족 먹방’을 선보이는 구독자 388만 명의 채널 ‘흥삼이네’ 운영자 이두형씨(38)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맞아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포항시 홍보대사인 그는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KTX 포항역과 포항경주공항을 품은 포항은 경주로 향하는 관문이며, 포항과 경주는 생활권을 함께 할 정도로 매우 밀접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면서 “포항의 농특산물도 이참에 먹방으로 제대로 알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오는 25일 업로드할 APEC 특집 콘텐츠는 지난 주말 촬영했는데, 포항경주공항을 출발해 포항역에서 여정을 끝맺는 방식이다. 이씨는 “포항은 바다 뿐만 아니라 넓은 농촌 지역과 뛰어난 농산물을 함께 가진 도시”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카메라는 해변을 넘어 밭으로 향했다. 해풍 맞은 부추, 달큼한 포항초(시금치), 이런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들을 새롭게 조명했다. 포항 사람은 모두 아는 ‘포항초’가 외지인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이씨는 “포항 특산물의 브랜드화가 아직 덜 됐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영상에서는 ‘포항의 밥상’이 가진 다양성과 풍요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50만 포항시민을 대표하는 책임감으로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는 이씨는 구룡포와 호미곶을 비롯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영일대해수욕장, 스페이스워크 등 포항이 품은 매력적인 명소의 속살을 담았다. 이동 포항초 한우불고기, 포항초 명물 닭강정, 포항초 치아바타도 직접 구매해서 먹방을 선보이고, 포항시 로컬푸드산림조합과 포항역 농특산품판매장 고향뜨락을 찾아 포항 농특산물의 장점을 직접 소개한다. 유튜브를 10년째 운영중인 그는 ‘꾸준함’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초창기엔 매일 오후 6시에 영상을 올렸고 지금은 주 2회로 줄였지만, 여전히 같은 리듬을 지킨다. 그는 “구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삶의 원동력으로 꼽은 이씨는 “‘먹방’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면서 “우리 가족의 밥상이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든다면 그게 바로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의 좁은 옥탑방에서 유튜브를 시작해 고향인 포항에서 소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씨는 포항을 인생의 무대로 여긴다고 했다. 이씨는 “포항은 철강만의 도시가 아니다. 사람의 온기와 밥상의 정,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곳이다. 그 따뜻한 매력을 영상으로 오래 전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씨는 “내가 찍는 영상 하나하나가 포항의 얼굴이 된다는 걸 느낀다”라면서 “더 신중하게, 더 애정을 담아 작업하겠다”고 전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10-20

땅이 움직인다···무인감시시스템 경고 2984건, 신뢰도는 ‘불안’

전국 40곳에 설치된 땅밀림 무인원격감시시스템이 올해 8개월간 총 2984건의 위험 경고를 발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평균 12건에 달하는 수치로, 땅밀림 위험이 상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낮은 데이터 수집률과 장비 노후화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고 시스템의 신뢰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한국치산기술협회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 땅밀림 무인원격감시시스템 모니터링 및 데이터 관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전국 40개소에서 수집된 경고 데이터는 총 2984건이었다. 경고 수준별로 보면,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 수준이 2003건(67.2%)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땅밀림의 초기 징후나 미세한 지반 변위가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심각’ 수준의 경고도 430건(14.4%)에 달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주의’ 수준은 399건(13.4%), ‘경계’ 수준은 152건(5.1%)으로 집계됐다. 센서별로는 땅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와이어신축계에서 1480건(49.6%)의 경고가 발생해 가장 많았고, 지중경사계(926건), 지표변위계(462건), 구조물변위계(116건)가 뒤를 이었다. 경고가 집중된 지역은 경남과 전남이었다. 경남 사천시 곤명면 작팔리에서는 와이어신축계에서만 124건의 경고가 발생했고, 하동군 악양면에서는 지중경사계에서 294건이 감지됐다. 전남 담양군 금성면에서는 총 537건의 경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심각’ 수준이 49건에 달했다. 경북에서는 영덕군 축산면 칠성리에서 총 68건의 경고가 발생했는데 68건 모두 ‘심각’ 수준이었다. 문제는 시스템의 신뢰도가 여전히 불안하다는데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게이트웨이·노드·센서의 데이터 수집률은 40~60% 수준에 그쳤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비 노후화와 통신 불량으로 인해 데이터 수집이 실패하거나, 집중호우 시 강우량 값이 ‘0’으로 기록되는 등 오류도 발생했다. 임미애 의원은 “지난해 경주 토함산 땅밀림과 지난 8월 산청 재난처럼 이상기후로 인해 산사태보다 위험한 땅밀림 재해가 커지고 있다”며 “땅밀림 예측과 주민대피 시스템을 하루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치산기술협회 관계자는 실시간 예측과 주민 대피를 연계한 통합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데이터 품질 확보와 장비 현대화, 통신 안정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는 “경고는 시작일 뿐,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지반 불안정이 심화되는 만큼, 기술적·행정적 대응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20

식당서 쓰러졌는데…옆 테이블 의사가 살렸다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남성이 갑자기 쓰러진 위급한 상황에서 옆 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현직 의사의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한 사실이 알려져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저녁 7시쯤.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혼자 식사 중이던 한 남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남성은 입에 거품을 흘리며 호흡이 정지된 상태였고, 주변은 긴박한 상황에 휩싸였다. 당시 옆 테이블에서 가족과 식사 중이던 의사가 능숙하게 현장에서 대처해 한 생명을 살렸다. 신속한 조치를 취한 의사는 베버리힐스 성형외과 이영 원장으로 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기도 내 이물질 제거하는 등 응급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결과 환자는 3분만에 호흡을 되찾으며 의식을 회복했다. 10분 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은 “1분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며 “의사의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처지 덕분에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영 원장은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또 “최근 3년 동안 동참하고 있는 ‘미앤펫(Me & Pet)’ 캠페인의 주제인 ‘한 생명을 살리는 것은 온 우주를 구하는 일이다’라는 문구가 순간 떠올랐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인간 중심의 의료에서 생명 중심의 가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 아래, 미앤펫 캠페인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생명존중 문화를 지속적으로 실천해왔다는 설명이다. 해당 캠페인은 ‘인간중심에서 생명중심으로’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유기동물 보호와 반려동물 입양을 장려하는 생명 존중 실천 운동이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0-20

'시공사 압박 기사 보도·광고 수익’ 도움 주고 금품 수수한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벌금 300만 원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2형사단독 장동민 부장판사는 주민과 갈등을 겪는 주거복합공사 시공사를 압박하는 기사 작성과 광고 수익에 도움을 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기소된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 A씨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고, 106만 7000원을 추징할 것을 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장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수수한 금품의 가액이 청탁금지법에서 형사처벌의 기준으로 삼는 100만 원을 약간 초과한 금액인 점,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의원 A씨는 2021년 10월 초순쯤 대구 달서구 감삼동 주거복합공사 현장의 소음과 분진 때문에 시공사가 주민과 갈등을 겪는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지역언론 기자가 기획 보도로 시공사를 압박하면 주민들이 시공사로부터 보상금을 받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기자 2명을 소개했다. 실제 해당 기자는 시공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해 게재했고, 비대위원장은 기사를 보도한 기자가 속한 단체에 광고비 명목으로 300만 원을 제공했다. 구의원 A씨는 2022년 3월 5일 달서구 한 식당에서 기자 2명으로부터 광고비 중 일부인 100만 원과 식사 접대비 6만 7000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0-19

‘북극 비즈니스포럼’ 포항서 열리나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 1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27년 이후 포항에서 북극서클총회의 공식 행사인 ‘북극 비즈니스포럼’이 열릴 가능성이 생겨 관심이 쏠린다. 북극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면서 북극 관련 가장 중요한 논의의 장인 북극총회의 공식 행사를 포항에서 열 경우 북극항로 거점항인 영일만항을 보유한 포항이 명실상부한 북극협력의 아시아 거점도시로 도약하고 새로운 북방 경제영토 개척의 동력을 갖는다. 19일 포항시에 따르면 이강덕 포항시장이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개막한 ‘북극서클총회’(ACA)에 참석한데 이어 지난 17일(현지시간) 아바야 칼쇼이 크누덴 북극경제이사회( AEC) 의장에게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가 본격 가동되는 2027년 북극서클 한국포럼을 포항에서 개최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크누덴 의장은 “북극서클총회의 공식 행사인 ‘북극 비즈니스포럼’을 포항에서 개최하자”고 역제안했다. 크누덴 의장은 “기회가 되면 포항을 직접 방문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서현준 포항시 배터리첨단산업과장은 “2018년 12월 서울에서 동아시아 최초의 ‘북극서클 한국포럼’을 개최한 경험을 바탕으로 포항에서 다시 ‘북극서클 한국포럼’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는데, 크누덴 의장이 보다 진일보한 행사의 포항 개최를 제안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서 과장은 “포항의 산업 역량과 탄소중립 경험을 세계 무대에 소개할 장이 마련되는 것”이라면서 “곧바로 실무·행정 절차를 밟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북극서클총회에 참석한 이강덕 시장은 크누덴 북극경제이사회 의장에게 AEC 가입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 시장은 또 패티 브런스 북극시장포럼(AMF) 사무총장에게도 북극권의 다양한 도시들과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회원 가입 희망 의사를 전달했다. 크누덴 의장과 브런스 사무총장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0-19

산불 위험 키우는 방치된 간벌목

최근 10년간 경북 지역 산림에서 발생한 간벌목의 수집률이 평균 4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35.2%)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간벌목이 산지에 방치되고 있어 산불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간벌목 수집률은 평균 35.2%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경북은 45.8%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지만, 간벌된 목재 10그루 중 5그루 이상은 여전히 산지에 남아 있는 셈이다. 간벌은 나무의 생육을 돕기 위해 밀집된 수목을 솎아내는 작업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벌목은 산림청의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관리지침’에 따라 최대한 수집·활용하거나 안전한 구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지침과 괴리가 크다. 경북 북부권의 한 산림조합 관계자는 “예산 부족과 험준한 지형, 인력 부족으로 인해 간벌목을 제때 수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경제성이 낮은 지역은 수집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방치된 간벌목은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올해 4월 발표한 ‘미국 LA 대형산불 주요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산불의 확산에는 연료량 증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경북은 최근 몇 년간 봄철 건조기와 강풍이 겹치며 산불 위험이 급증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임미애 의원은 “숲 가꾸기의 목적은 단순한 벌목이 아니라 건강한 숲 관리와 산불 예방”이라며 “사업 물량 확대보다 지침에 따른 품질 중심의 숲가꾸기로 전환해야 한다. 방치된 산물을 신속히 반출할 수 있도록 수집비용을 현실화하고, 지자체의 수집·운반 실적을 관리지표로 반영해 책임성과 실적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도 관계자는 “간벌목 수집률을 높이기 위한 예산 확보와 장비 지원 방안을 산림청과 협의 중”이라며 “산불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는 올해 봄 발생한 산불로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일대에서 10만ha 이사의 산림이 피해를 입은 바 있어, 간벌목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0-19

가을장마에 벼 수확 차질···농민 깊은 한숨

올해 대구·경북지역은 7~8월 태풍 없이 가뭄이 지속되며 골짜기 논마다 논물이 말라 붙었다. 농민들은 더위 속에서 저수지와 수로의 물을 2단, 3단 끌어올려 사용하는 등 고된 농사를 이어갔다. 다행히 병해충 발생이 적었고, 8월 중순까지 벼가 순조롭게 출수하여 고개를 숙일 때는 올해 풍년을 기대하기도 했다. 상주 지역의 경우, 예년 같으면 9월 하순부터 콤바인으로 벼 수확을 시작하여 10월 20일경이면 대부분의 작업이 마무리된다. 자가 식량을 위하여 논에서 벼알을 말려 수확하는 등 일부 논만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9월 하순부터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비가 내렸고 10월 중순까지 비가 이어져 벼 베기를 못한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비가 안 온다해도 무논은 논이 질어 콤바인 진입이 어려운데 대부분 논이 물이 빠지지 않아 콤바인 작업이 어렵다. 특히 콤바인이 없는 위탁농가들은 벼 수확을 위한 일정잡기가 어려워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조생종 품종은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이 나타나고 쓰러진 논의 벼 이삭에서 싹이 나는 등 품질 저하나 수확량 감소도 우려된다. “농사는 하늘이 짓지, 사람이 짓는 게 아니다”라는 옛 어르신의 말이 생각난다. 지난 주말인 19일까지 비가 이어져 벼의 수발아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고 쓰러진 논의 벼에서 싹이 트고 있어도 농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발만 동동 구르는 농민들의 한숨만 커진다. 비가 그친 뒤에는 조속히 논둑의 물고를 깊게 잘라 배수 작업을 실시하고, 가능한 빠르게 수확을 진행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상주시 외서면에서 평생 벼를 재배하고 있는 토박이 길윤균(82)씨는 “작년에는 10월 16일에 동네에서 제일 늦게 벼를 베었는데, 올해는 15일인데도 아직 벼베기를 시작한 농가가 없다”며 “이번 주에도 비가 예보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가을 장마로 인한 수확 지연과 품질 저하로, 상주를 비롯한 경북 내륙지역 벼 재배 농가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1990년대 콤바인이 보급되기 전 상주 지역에서는 낫으로 벼를 베면서 큰 단으로 묶어 두 단의 이삭 부분은 붙이고 밑부분은 벌여 논바닥에 세워서 벼 이삭이 다 마르면 탈곡기로 탈곡을 하였다. 올해 같으면 세워둔 볏단에서 싹이 다 났을 것이다. 달성, 고령, 청도 등 남부지역에서는 벼를 베면서 논에 깔아 말려서 작은 단으로 묶어 탈곡하였다. 콤바인이 보급되면서 농협이나 개인이 미곡종합처리장을 설치, 물벼를 받아 건조를 하고 있으니 비가 오지 않으면 콤바인이 빠지지 않는 논부터 들어가서 빨리 벼를 베야 한다. 동시에 탈곡 작업을 실시해 최소한의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농민들의 시름을 달래줄 화창한 날씨만 기다리는 요즘이다. /유병길 시민기자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