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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단상) 김유신에게 배우는 지도자의 자세

등록일 2026-03-10 16:36 게재일 2026-03-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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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문 시민기자

김유신을 둘러싼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다. 한때 그는 삼국통일의 위대한 장군으로 추앙받았다. 그 후에는 외세와 손을 잡았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거쳐도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김유신은 여전히 역사적 영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영웅은 신화 속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어려운 현실 속에서 결단을 내린 사람이다. 7세기 동아시아는 거대한 제국 당이 군림하던 국제 질서였다. 고구려는 강대했고, 백제 역시 해양 세력과 연계된 강국이었다. 상대적으로 약소했던 신라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

신라가 당과 동맹을 맺은 것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외세 의존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동맹은 굴종이 아니라 전략이다. 생존을 위해 힘의 균형을 활용하는 것은 약소국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이다. 김유신은 감정이 아니라 계산으로 움직인 군사 지도자였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통일이 이루어진 뒤 신라는 당과 충돌했고, 매소성과 기벌포 전투를 통해 당 세력을 한반도에서 몰아냈다. 만약 신라가 진정한 사대 국가였다면 그런 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도움을 받았으되 지배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동맹은 굴종이 아니라 자주권을 향한 과정이었다.

김유신의 공적은 단순히 전장에서의 승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신라 내부의 귀족 연합체제를 조정하며 왕권을 뒷받침했다. 분열과 전쟁이 반복되던 한반도에 처음으로 장기간의 통합질서를 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 통합은 이후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국가 전통의 토대가 되었다. 한반도 역사에서 ‘하나의 정치 질서’가 지속된 경험은 가볍지 않다.

물론 그의 선택이 모든 면에서 이상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외세와의 협력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그러나 우리는 결과를 알고 있는 자리에서 과거의 결단을 쉽게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 김유신은 결말을 모른 채 국가의 존속을 위해 선택해야 했던 인물이었다. 그가 짊어진 것은 영광 이전에 책임이었다.

영웅은 완벽해서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가장 어려운 문제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기에 영웅이 된다. 김유신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현실을 택했다. 그 현실적 선택은 한반도의 통합과 자주적 질서 확립으로 귀결되었다.

우리는 영웅을 흠 없는 존재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논쟁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 진정한 영웅에 가깝다. 김유신은 비판과 재해석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역사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그것은 그의 선택이 한 시대의 운명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분열의 시대에 통합을 이끈 결단, 외세 속에서도 자주권을 지켜낸 전략, 그리고 그 결과를 끝까지 감당한 책임. 이 세 가지가 바로 김유신을 오늘날에도 영웅으로 남게 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김유신은 한 시대의 영웅이기 이전에, 지도자가 가져야 할 자세를 보여 준 인물이었다. 

/김성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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