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대한민국 전기차 정책이 ‘보급 확대’와 ‘사후 관리 부실’이라는 구조적 불균형에 직면했다.
정부는 차량 구매 시 최대 580만 원의 보조금과 100만 원의 전환지원금을 지원하며 보급 대수를 늘리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운영업체의 체납<본지 4월 17일 자 5면 보도>과 관리 부실로 가동을 멈춘 충전기가 속출하고 있다.
설치 실적에 치중한 나머지 사후 관리 시스템을 세밀하게 구축하지 못한 정책적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충전기 고장은 이제 일상이 됐다.
27일 오전 포항시 남구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전기 트럭 운전자 최모 씨(54)는 멈춰 선 충전기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최 씨에게 충전기는 생업과 직결된다.
최 씨는 “영업용은 시간이 곧 돈인데 급하게 찾은 충전기가 먹통이면 대단히 성질이 난다”며 “정부가 차를 보급하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업체에 대한 조치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가 한국전력공사 대구본부를 통해 확인한 ‘대구·경북 전기차 충전소 체납 현황(2026년 4월 기준)’에 따르면, 인프라 부실은 경북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구 지역의 충전소 체납 해지율은 2.9%(3289건 중 96건) 수준인 반면, 포항을 포함한 경북 11개 시·군은 5.6%(2321건 중 131건)에 달한다. 경북의 체납 해지율이 대구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 보조금 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년간 1조 6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사업 수행 기준과 선정 절차가 부적정했다”며 사후 관리의 미비함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2023년 정부 점검 결과, 전체 충전기의 5%인 2만 1283기가 상태 정보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특정 업체는 전기료 미납으로 충전기 2700기를 1년 넘게 방치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책이 설치 보조금에 쏠리다 보니 관리 공백은 물론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기후부에 따르면 최근 3주간 접수된 부정행위 신고만 100여 건에 달한다. 보조금을 중복으로 받기 위해 멀쩡한 충전기를 철거하고 새로 설치하거나 설치 직후 요금을 기습 인상하는 사례 등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자체의 대처는 소극적이다. 설치 단계에선 보조금을 집행하지만, 사후 운영은 “민간 업체 간의 사적 계약이라 개입이 어렵다”는 이유로 행정 개입에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설치 실적에 매몰된 현재의 보조금 정책을 운영 중심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종대 영남대 미래자동차공학과 부교수는 “현재 충전 인프라 시장은 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하며 중구난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특히 기술적 가이드라인의 부재를 꼬집었다.
그는 “전기차 충전은 고도의 안전성과 기술력이 담보돼야 함에도 업체 선정 과정에서 엄격한 심사 체계가 부족하다”며 “인프라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후 관리와 AS 체계를 통제하고 검증된 기술력을 갖춘 업체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가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